[금요수필] 내겐 모두 아름다운 빛
새벽녘, 산책을 하다 보니 물안개가 호수가의 새들과 속삭이는 풍경이 너무도 정겨워보였다. 초여름의 연초록 나뭇잎들은 손짓하며 아침인사를 나누고 또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난듯함을 느끼며 감사함으로 시작하는 하루이다. 내가 문학인이 되어 시와 수필을 만나게 되었던 날은 운명처럼 만난 선생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인생의 길을 안내해주는 그 분 덕분에 시야도 넓어질 수 있었다. 이런 세상을 인연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늘 감사한 마음이 앞서는 걸 잊지 않는다. 처음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시조와 마주할 수 있는 순간에는 자연 앞에 초라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소슬하게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느끼며, 감히 글로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에 절로 입에서 탄성을 부르고 놀라움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글의 표현에 대한 부족함에 목매이며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실망도 크게 다가오곤 했다. 부족함을 스스로 알아가는 나날엔, 단어 하나 하나에 모두 숨결이 있음을 매일 느끼며 겸손함도 배우게 되었다. 글의 소중함과 시인들에게 위대함을 배우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시조는 시작부터 마음의 고통과 고뇌로 느끼면서 시작되곤 했다. 혼자만의 만족이 아닌,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의 길을 가기 위해, 욕심을 내어보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 조차하지만, 그 어렵고 힘든 길이기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 누가 말했던가.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시조 쓰기란, 산모가 아이를 낳듯이 산고의 고통을 느껴야 좋은 시조를 쓸수 있다고. 시조를 쓸 때마다 원인 모를 슬픔이 다가오고 마치 한에 서린 듯 눈물이 나오기도 하는 등 감정의 변화는 이상하리만큼 목구멍이 뜨끈해지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였으니까. 시조를 쓰면서 내 나이와 비슷한 시인의 고통스러운 호소에 위로를 받았다. 적어도 나 혼자 고통스럽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시조가 어떻게 위로가 되었는지, 어떤 시조들이 내 인생의 희망을 주었는지 말이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내 인생만 유달리 버겁게 느껴졌을 때 시조와 얼굴을 마주하면 언제부터인지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시조와 한마음이 되었다. 시조는 응축의 미로 진실을 표현한 거라면 수필은 나에게 산소 같은 숨구멍 이였다. 사람 사는 냄새가 인생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 좋아하곤 했다. 어렸을 때, 해질 녘이면 엄마 뒤를 종종 따라다녔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일기로 쓰곤 했는데, 지금도 그 일기장을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곤 했다. 외로움에 숨죽이고 울 때 마다 꼭 껴안아주시던 어머니도 지난 봄에 돌아가셨다. 나는 이러한 순수한 내 삶의 한 부분을 글로 쓰고 싶었다. 여름날에 대나무로 만든 돗자리처럼 시원하고 담담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수 있는 부드러운 글로 오래도록 펼쳐주고 싶다. 이러한 인생의 희노애락의 이야기들을 수필로 쓸수 있기에 또 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때론, 이러한 작은 아픔들이 감동을 받게 되고 글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렇 듯, 늘 나에게는 시조와 수필이 모두 아름다운 빛이 되었다. 순수한 표현들을 어떻게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을지, 또한 독자들에게 어떻게 공감이 될 수 있는 글을 쓸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되기도 하다. 그래서 시조와 수필을 쓰면서 하나의 심장을 도려내듯이 조심스럽게 한 발, 또 한 발 씩 내딛으려 한다. 앞으로 인생을 마무리 할 때까지 따뜻한 표현으로 아름다운 시와 수필을 써 보려한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 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 걸스카우트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