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미국인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며칠 전 과천시 공무원 네 분이 필자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벌링턴시와 자매결연을 맺기 위하여 오셨다. 앞으로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한국의 고등학생, 지도교사 등이 내년 1월부터 벌링턴에 오게 될 예정이다. 앞으로 국제화의 흐름에 따라 한국의 타 도시들도 과천처럼 외국과의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미국인과의 접촉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한국인과 미국인이 어떻게 다른가 필자가 평소에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 본다.첫째는 친절이다. 대체로 미국인은 사람을 마주치면 동네에서든 일하는 곳에서든 모르는 경우에도 웃는 얼굴로 지나가거나 또는 "하이"라는 말을 던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인사를 잘 건넨다. 특히 작은 도시로 갈수록, 또한 북부보다 남부에서 그렇다. 미국인이 친절하다고 해서 한국에서 생각하는 친한 친구의 개념으로 이해했다가는 나중에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친절은 이 사람들의 몸에 밴 습관이고 문화이지, 상대방에 대하여 큰 호감을 갖고 있다는 표시는 아니며, 또한 호감을 갖고 있다 해도 공과 사는 분명하게 선을 긋기 때문에 웬만한 청탁은 들어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실망하기 쉽다.둘째는 프라이버시다. 이곳 사람들은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인간으로서 호기심이 있겠지만 물어보는 것을 꺼린다. 특히 결혼관계나 재산관계의 경우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묻는 것은 실례다. 한국인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사는 집이 얼마나 큰지, 가격이 얼만지 스스럼없이 묻는 경우가 있다.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언제 할 것인지 묻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보통 여행이나 취미, 영화나 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한다.셋째, 초대의 개념이다. 한국의 경우는 손님을 초대했을 때 음식을 얼마나 잘 차렸는지, 접대한 술이 얼마나 고급인지, 또한 손님들은 얼마짜리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 미국의 경우는 초대 받았을 때, 맨손으로 가는 경우도 많고, 주인도 거기에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다. 미국 사람들은 모여서 시간을 같이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임 자체를 즐기며, 무엇을 얼마나 잘 차렸는가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넷째, 초대에 대한 답례가 다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을 만날 때 과도할 정도로 대접을 하거나 선물을 하면서, 상대방도 그만큼의 대우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고맙게 생각하더라도 보통 감사 카드로 마음을 전하는 정도이지, 한국 사람처럼 받은 것을 기억하고 똑같은 수준으로 돌려주는 것은 드물다.다섯째, 미국에서는 모든 일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즉, 작게 시작해서 문제점을 고치며, 좋은 점은 더 강화하면서 점차 크게 만든다. 벤처기업이 좋은 예이고, 취미생활을 위한 문화 조직도 마찬가지다. 도시간의 문화 교류에서도 미국 측은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점차 확대할 것을 바라지만, 한국측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여섯째, 미국은 자발적인 활동을 중시한다. 미국의 경우는 자매결연을 맺을 때, 문화교류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국제 교류에 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민간위원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계획 및 준비는 물론 파견단 구성까지 스스로 한다. 시청의 관료들은 필요에 따라 도와주지만, 교류와 관련해서 직접 나서거나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시의 사업으로 시작하면서 학부모나 지역유지들이 문화교류에 앞장서기 힘들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 반영이 미미하다.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가 다르므로 나라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물론 다르다. 어느 쪽의 사고방식이 옳고 그른가를 가릴 수는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면 공연한 오해를 하지 않으면서 더 쉽게 소통하고, 지향하는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병수 (미국 엘론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