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대학총장 선거제 폐지하자 - 윤방부
몇 년전 일이다. 집사람이 여자들 모임에 갔다 와서 묻는다. "혹시 당신 학교에 총장후보자로 나온 사람들 알고 있어요?" 아니, 잘 모르는데. 사실 오늘 여자 몇 명이 모이는 모임에 갔다가 좀 황당한 일을 당해서 그래요. 뭔데. 어느 부인을 소개 하는데 이번에 모 대학 총장 후보였던 000 교수의 부인이라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당신은 그래도 꽤 이름깨나 있는 교수니까 여자들 모임에서 기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면서 참 희한한 소개라고 한적이 있다. 최근 청문회를 통해서 난도질 당한 전직 대학총장이 있다. 어느 신문에서 하도 거짓과 허위가 많아 가면 갈수록 문제가 생겨 "양파"라고 불리기도 하고 재직시에 하도 외부기관과 단체의 자문, 고문 등등을 많이 맡아서 "고문총장" 등등의 별명이 있다. 우선 안타까운 일이다. 명색이 필자도 대학교수생활 40년이고, 작지만 알뜰한 대학의 부총장직을 맡고 있으며 나 자신도 대학교수 평균 보다는 아주 많게 각종사회단체의 장, 고문, 이사 등등을 맡고 있어서 솔직히 이런 글을 써야 할까? 망설여 지기도 한다. 그러나 각종매스컴에서 또 사적으로 참여하고 만나는 모임에서 대학총장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편견을 감지 할 수 있고 더구나 우리 어린 시절의 그 유명했던 S대 윤일선 총장, Y대의 백 낙준, K대의 유진오 총장의 이미지와 개념으로 소위 대학총장이라는 직책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기도 하고 또 역시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추억, 경험, 기회의 잣대로 생각하는 것을 정말 때로는 심각하게, 또 시세말로 뼈저리게 느껴서 이 칼럼을 쓴다. 노태우정권때 6.29선언이 나오면서 선거만능주의가 탄생되었다. 무조건 선거로, 직선제로 결판내자는 사회풍조가 그때부터 만연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죽하면 엄마, 아빠도 선거로 결정하자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까? 이러한 사회풍조에 가장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대학의 교수사회가 가장 재빠르게 대응하는 집단으로 변하였다. 그때 나온 것이 교수협의체인 현재의 교수평의회였다. 쉽게 말해 교수들의 모임 체를 만들어 학교행정 내지는 경영 등등에 참여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나온 의견중의 하나가 총장선거를 교수들이 직접하자는" 총장직선제가" 탄생되었다. 마치 그 동안 총장직선제가 없어서 학교발전이 안된 것처럼그 동안 국립대학교는 정부에서, 사립대학교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임하는 방식이었다. 하여튼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총장>이라는 감투가 투표라는 형식을 통해 총장선거가 시행 되었다. 총장이 교수들의 선거로 결정되다 보니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이 제도를 이용해서 총장이 되겠다는 포부와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으며 바로 이러한 총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교수들의 정치가 시작되었다. 인맥을 동원하고, 학맥을 동원하고, 출신지역을 동원하고, 전공분야, 대학별로 동원되고, 선거본부가 생겨서 투표작전이 시작되었다. 사회의 선거방식을 꼭 빼 닮고, 더러는 배운 게 있으니까 선거방식을 더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일례로 호텔에 선거본부를 차리고, 예산을 쓰고, 또 각급 단위 별로 조직책을 선정하여 선거전략을,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또 타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고, 때로는 금품 제공, 골프접대, 식사접대 등이 자행되는가 하면, 연설회 때 박수부대 동원하고, 때로는 오직 선거에 이기는 것만을 생각하는 거의 단말마적 행위를 자행하여 눈살을 찌프리게도 하였고. 또한 총장선거제도가 생기니까 너도나도 미래 지향적으로 언젠가는 한번 당선되겠다고 생각하여 무조건 출마하여 이름을 알리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렇게 하여 10년 만에 당선된 사람도 있었다. 또 선거가 끝나고도 계속 상대방을 붙잡고 늘어지고 계속 승리한 측과 패배한 측이 세상에서 생각할 모든 짓거리를 과감히(?)실행하여서 개인의 사생활까지 파고들어 들추어 내기도 하였다. 또 당선된 측은 자기들 측만 소위 학교보직을 싹쓸이하여 임명하는 등등 한마디로 흔히 사회에서의 각급, 각종선거에서 보는 모든 방법이 가감 없이, 어떤 경우는 한 수 더 떠서 소위 '지성인' 이라고 하는 교수들의 선거 <총장 직선제>가 그 동안 시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 뜻있는 교수들과, 비교적 나이 들고 보수적인 교수들은 총장선거제 뿐 아니라 학내 선거제도에 대해 비판하고 중단할 것을 생각했고 요구했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투표하여 뽑아야지만 이사회의 눈치를 안 본다든지 또 학교가 발전되고, 교권이 확립된다는 교수들의 반론과, 특히 젊은 층 교수들의 생각도 만만치 않다 보니 지금까지 <총장선거제도> 등 학내선거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선거제도에 어떤 종류의 교수가 출마할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소위 대학교에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는 교수들은 능력이 없어서인지(?) 또는 혐오감을 느껴 출마하지 않게 되었고 흔히 교수들 중 사회성 있고, 명예욕 있고, 또 가장 정치성이 있으며 나아가 정계나 행정부의 진출을 원하는 다시 말해 <총장>직위를 이러한 곳에 자의든 타의든 연결시키기를 원하거나 연결이 가능한 교수들이 출마하게 되었다. 따라서 선거제도를 통한 총장은 흔히 우리가 머릿속에, 추억 속에 그려있거나 그리고 있는 예전 총장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확신한다. 그 동안 유수한 대학교에서 선거를 통해 당선되어 총장이 됐던 분들이 정계에, 행정 계에 진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본인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대게는 개인을 위해서나 출신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에 또 한 명의 대학총장 출신이 정계에 진출 하였다. 아직도 언론과 국민들은 선거제도에 의한 대학총장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언론에서 품위 있고, 교양 있는 대학총장이 운운" 되는 것을 보니.「대학총장선거」라는 허울 좋은 명칭 하에 펼쳐지는 창피스럽고 한심한 총장선거제도 이제는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윤방부(가천의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