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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가꾸자 - 정종섭

여행의 자유화와 국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우리 국민들은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을 둘러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역사가 오래 된 나라들이나 산업이 발전한 나라, 자연환경이 빼어난 나라,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나라 등등. 국민들의 이러한 여행과 교섭의 경험은 동시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에도 영향을 미쳐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가져왔다.어떤 곳은 외국의 도시를 흉내내어 집들의 색깔을 바꾸는 곳도 있고, 외국 유명 건축가들로 하여금 건축하게 하는 곳도 있으며, 외국 축제를 본 따서 축제로 특화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나 자기 지방을 잘 되게 하려는 생각은 동일하다.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과연 우리의 삶의 모습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는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그것 때문에 한국을 다시 찾고 그 도시를 다시 찾는 것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그 동안 세계 여러 나라들을 어지간히 둘러 본 후에 내 자신에게 나타난 하나의 변화는 남의 나라들을 들여다 보던 것에서 시선이 안으로 돌아와 내가 사는 이 땅을 진지하게 다시 들여다보는 자세이다. 다른 나라의 것을 자세히 알면 알수록 내가 사는 우리 조국에 더 애착이 가는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 떠오른 한 생각이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가꾸는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세계 여러 섬을 보고 제주를 가본 사람이면 해안선이 그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섬은 흔치 않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화산섬 겹겹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삶의 모습들과 이야기, 높은 한라산과 완만한 기생화산들, 그들이 만들어낸 숲과 길들이 모두 박물관 아닌 것이 없다.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항구들과 그리고 다도해에 떠 있는 섬들, 이를 생태친화적으로 가꾸고 해상교통로를 개발하면 남해안은 참으로 멋진 물의 나라다. 목포, 신안, 영암, 강진, 남해, 통영, 거제, 부산 등으로 이어진 도시들에는 문학과 예술과 역사들이 층층으로 쌓여 있다. 경주는 인류 역사에서 흔치 않는 세계적인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도시이다. 고대 문명교류의 중심이었던 제국 신라의 찬란한 모습은 아직도 땅속에 늘려 있다. 신 경주를 만들어 현 주민을 이주시키고 한반도내 천년 고도의 도시를 완전히 복원하는 것은 한 국가단위를 넘어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적인 프로젝트다. 양동마을은 민속마을로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가 인정한 자랑거리이고, 안동은 조선의 유교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부여와 공주는 오랜 고도인 동시에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증명하는 현장이다. 일본 역사의 원류지로서 재조명하고 가꿀 곳이다. 익산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도시다. 산성위에서 내려다 보면, 익산들에 펼쳐진 들과 산과 마을과 역사유적은 그 전체가 온통 자연박물관이다.남한강은 그 강 전체가 역사요 문화요, 문학이다. 낙동강도 그러하거니와 금강도 마찬가지다. 강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전국에 늘려 있는 사찰들과 종택들, 그리고 서원과 정자들은 한반도 전역에 박혀 있는 반짝이는 보석들이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들어선 곳을 보면, 우리의 풍수사상에 따라 그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생태적인 환경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건축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주위의 근경과 원경의 복합경관 전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정자를 다시 손질하고 종택들을 모두 복원하여 단장하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오늘날의 문화유산은 원형보존으로 엄격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도 있으나, 문화유산 속에서 삶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활용보존도 문화향유권의 차원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서원과 정자들을 복원하여 지방의 문화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종택들을 활용보존함으로써 역사의 향기 속에 우리 삶을 다시 쪄내는 일을 한다면 삶의 품격을 훨씬 올릴 수 있다. 국가브랜드라고 하여 당장 팔아먹을 것을 찾는데 급급하거나 눈앞의 돈만 보고 축제를 벌일 것이 아니라, 과거와 연결된 현재 속에서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국토를 박물관으로 가꾸는 일을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정종섭(서울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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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4 23:02

[금요칼럼] 북한 미사일 기술의 현주소 - 백홍렬

아리랑 위성으로 남쪽부터 사진을 찍으면, 휴전선을 넘자마자 국토의 색깔이 초록에서 갑자기 누렇게 바뀐다. 그만큼 북한의 산림이 황폐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지난 4월5일 우리가 나무를 심는 사이, 북한은 주민들의 굶주림을 뒤로하고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다행히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 발사는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미사일로는 3000km이상의 발사 능력을 과시한 성공적 실패였다.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단편적인 정보로 그 윤곽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연구는 1960년대 함흥군사연구소에서 시작하여, 1970년대 이집트에서 획득한 스커드B를 복제 화성 5호를 개발함으로서 급속히 발전하였다. 무게 6톤 길이 11m의 화성 5호는 추력 13톤급 액체 엔진을 사용하며 사거리는 300Km이다. 이어 개발한 스커드C급인 화성 6호는 탄두 무게를 줄여 사거리를 500km까지 연장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기술의 큰 전기는 1980년대 스커드 엔진을 개량 추력 27톤의 노동1호를 개발한 것이다. 노동 1호 개발에는 구소련의 붕괴 과정에서 스커드B를 개발한 마키예프 기술자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 1호는 북한의 노동지역에서 서방에 처음 관측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내부적으로는 화성7호로 불린다. 무게 16톤 길이 16m인 노동 1호의 사거리는 1200Km로 추정되며 1993년에 첫 발사시험을 하였고, 이란의 샤하브 미사일 개발과 밀접히 연관돼있다.1998년에 발사한 대포동 1호는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 로켓을 쓰고 그 위에 2단으로 스커드B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1단으로 노동이 아니라 스커드 엔진 4개를 묵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3단은 고체 킥 모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게 33톤 길이 27m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는 1톤 탄두를 2500km이상 운반할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대포동2호는 무게 75톤 길이 약 32m의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엔진 4개를 묶어 약 110톤의 추력을 내고, 그 위에 다시 노동로켓 1개를 올려 2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3단은 고체 킥 모타 또는 액체엔진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1톤 탄두를 적재했을 경우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6000km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은 로켓 엔진 분야는 상당한 기술력이 있으나, 미사일을 정확히 조정하거나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정밀유도기술 그리고 시스템 신뢰성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초의 미사일은 1970년대 나이키 미사일을 개조한 백곰 지대지 유도탄이다. 당시 개발목표는 사거리 300km 이상 이었으나 한미 미사일협정에 묶여 180Km로 제한 됐으며, 80년대 초에는 많은 로켓 연구원들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떠나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후 현무 지대지유도탄, 천마 지대공유도탄 등 첨단 유도탄 개발을 모두 성공시키며, 지금은 세계 선진국 수준의 정밀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복잡한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 미사일협정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그러나 우주발사체 개발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고 MTCR(미사일기술통제협정)과 HCOC(헤이그행동규약)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이 없다. 또한 북한과 달리 과학 및 산업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과학로켓 1,2,3호를 모두 성공시키고, 금년에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KSLV1 로켓 발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KSLV1은 대포동 2호와 길이는 비슷하나 무게 및 추력 면에서 거의 2배의성능을 가진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KSLV1 개발과 병행하여 노동급인 추력 30톤급 액체엔진 기술을 자체 개발하였으며, 지금은 추력 75톤급 엔진을 개발 중이다. 2018년 발사 예정인 KSLV2는 길이 50m 무게 200톤의 3단 로켓으로 1.5톤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1단은 추력 300톤으로 자체 개발한 75톤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KSLV2까지 성공시키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권의 로켓 선진국이 될 것이다.대한민국의 로켓기술은 절대 북한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국민적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KSLV1 발사 성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자들을 응원하자./백홍렬(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오피니언
  • 김성중
  • 2009.04.17 23:02

[금요칼럼] 임원부터 가르쳐야 한다 - 전성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올해 초 한 공석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웅진그룹의 전 임원들은 4년째 매 주마다 3시간씩 한자리에 모여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것도 근무시간인 월요일 오후 4~7시까지이다. 올해는 독서토론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주마다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우리 임원들로 하여금 일주일 근무시간의 50%를 교육을 받는 데 쓰도록 할 생각이다.임원은 한마디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는 회사의 운명에 오랫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의 질'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그런데 '판단의 질'은 그것이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서 나온 것이냐에 좌우된다. 지금은 긴 근무시간이 아니라 지식과 창의가 돈을 버는 시대이다.공부는 하는 과정에서는 그 열매를 알 수 없지만 지나보면 꾸준히 집적된 지식과 통찰을 통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윤 회장은 항상 시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이다.윤 회장의 발언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인의 탁월한 통찰이 아닐까 싶다. 삼성의 임원 교육과 관련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정말 정신이 확 드는 내용이었다.예를 들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액션러닝 과정은 문자 그대로 서바이벌게임을 방불케 했다. 그 과정은 사람의 판단력, 지식 수집 능력, 팀워크 등 유능한 기업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극한까지 개발하면서 동시에 임원들 중옥석을 선별할 수 있게 만들고 또 그 결과로 자연스레 기업이 엄청난 도움을 얻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삼성의 저력은 바로 이런 교육 과정에서 나오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얼마 전 GE의 크론트빌 연수원에 가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온 LG 임원들의 경험담도 이런 맥락이다.모두가 교육을 받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결국 GE의 성공도 그 근저에는 바로 임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현실은어떤가. 상당수의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묘한 전통이 있다. 배우는 것은 소위 '아랫 것'들이 할 일이지 임원 정도 되면 '졸업'하는 것이 정상이란 생각이다.임원은 기껏 최고경영자 과정에나 가면 모를까 회사에 모여서 배운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그래서 회사마다 사원, 과장, 차장급들을 위한 교육은 많다. 직무 교육을 비롯해 프레젠테이션 기법, 멘토링, 코칭&임파워먼트, 외국어, 변화관리,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등 역량 향상을 위한 온갖프로그램을 갖고 이들을 교육시키지만 임원급에 대해서는 기껏 한 달에 한 번 정도 특강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각 분야의 유능한 리더들을 많이 갖는 것이다.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업 간의 힘든 싸움 와중에 있는 귀사의 임원은,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경영 기법들이나 새로운 경영혁신 사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도대체 그것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갖고 있는가.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성공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CEO의 70%가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라고 한다. 웅진, 삼성, GE 등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우리는 오랫동안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봐왔다. 그래서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들이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이상 불평이 없었다.그러나 이제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의 '약발'은 엄청나게 줄었다. 그것을 대신해 이제 '지식의약발'이 엄청나게 커졌다. 지식만이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경영혁신들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 아는 시간'을 상당부분 '공부하는 시간'으로 대체해야 한다. 특히 가장 먼저 많이 배워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임원들이다./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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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10 23:02

[금요칼럼] 박연차 사건과 법치주의 - 정종섭

박연차사건이 연일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법이 힘이 없고 권력만이 만무하던 시절 권력형 부정부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권력자들에게 접근하여 돈을 뿌리고, 권력의 핵심부는 그 돈을 받았다. 그 돈의 액수도 보통사람의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해졌다. 뒤늦게 착수한 검찰의 수사로 당시 권력의 핵심부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이른바 실세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가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검은 돈들이 이러한 사회악을 수사하고 처벌하여야 하는 검찰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이고, 이와 관련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들까지 이러한 돈을 받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검찰권행사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이는 국가적인 범죄이고, 달리 용서할 길이 없다. 국민은 검찰내부의 의혹도 주시하고 있다.과거 우리는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하여 부패방지위원회도 만들고 특별검사제도도 법제화하여 수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특별검사사건을 보면, 당시에 저질러졌던 비리와 부정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부정은 평범한 국민들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거대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과 돈을 많이 가진 자들에 의하여 합동으로 저질러져 온 것이다.이러한 일을 볼 때마다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힘없는 보통사람에게는 합법적으로 허가 하나 받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고, 행정관서의 잘못을 하나 바로 잡는데도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해야 겨우 해결될까 말까한데, 이들이 저지른 짓을 보면, 순진하게 사는 우리 국민들만이 바보가 된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세금을 바친 결과가 결국 권세잡은 자들과 돈 가진 자들이 서로 형님 동생하면서 국정을 제멋대로 농단한 것이다.이번 사건은 지난 정권에서 빚어진 것이다. 입만 열면 상대를 부도덕하다고 공격하고 부패했다고 목청을 높이고, 정의나 진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자기 비판세력을 부정부패한 사람들로 몰아쳤는데, 그들이 바로 이 엄청난 부정과 부패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아들이나 친인척이 항상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 늘 수사의 대상이 되어 왔음에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람이 내놓고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법이 있어도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행동하였다. 지난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사면이 남용되었다. 지난 정권의 사람들이 부정과 부패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자기편이라고 사면해버렸다. 법도 필요 없고 재판도 필요 없었다.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도대체 이런 사면 같으면 무엇 때문에 사면제도가 필요한 것인가. 이렇게 권력이 불법을 덮은 결과가 오늘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우리 국민은 이 사건에 대하여 분노하여야 한다. 겉으로는 정의니 진보니 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탈세와 비리를 저지르고, 최고 권력이 돈을 받고 이러한 비리를 덮은 거짓에 대하여 분노하여야 한다. 그리고 더 분노하여야 하는 것은 왜 이런 사건이 지금에 와서 드러나는가 하는 점이다. 그때도 경찰과 국세청도 있었고, 검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관들이 과연 몰라서 조사와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알고도 이러한 불법을 묵인하였는지 하는 점이다. 뒤늦게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단순히 관련된 자들을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거악의 뿌리는 뽑지 못한다. 지난 정부의 검찰은 무엇을 했으며, 이 정부에 들어서도 검찰은 이번 수사를 하기전까지 왜 그냥 있었는지를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정치권에서는 또 '야당탄압'이니 '음모'라느니 하는 말들로 사건을 희석시키려고 한다. 국가적인 거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정말 국민에게 사죄하고 검찰에게는 한점의 숨김도 없이 수사하여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해야 옳다.검찰의 수사는 시작되었다. 검찰도 천명했듯이, 이와 관련된 사람들이 전 정부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사람이라도 예외 없이 수사해야 한다. 만일 현 정부에 관련된 사람이라고 하여 고려하다가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가 법과 질서를 강조하였듯이, 진정 법치주의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말하려면 이번에 검찰은 법의 모습을 똑바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특별검사로 하여금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는 명운을 걸고 법과 질서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 주어야 한다. /정종섭(서울대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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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27 23:02

[금요칼럼] 녹색성장과 과학기술 - 백홍열

이번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의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물론 저탄소 경제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이 구호성으로 철학 없이 포장해 짜 맞추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력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녹색성장은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삶의 방식과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는 국가 장기 전략으로 추진돼야 한다.45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지구의 탄소순환시스템에 의해 생명을 유지해 왔다.그러나 약 5만 년 전 나타난 우리 인류는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농경을 바탕으로 문명을 만들고 또 불을 사용하며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여 년 전부터는 산업혁명을 통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며 지구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최근 100년간은 과학기술에 의해 문명이 폭발하며 우리 인류의 삶과 지구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인류가 동굴에서 나와 산업혁명을 일으키기 전 까지 1인당 평균소득은 100달러 이하라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1인당 평균소득은 약 6천달러 수준으로, 아마 지금 중산층이 옛날 왕보다 더 잘 살 것이다. 그리고 이런 풍요한 삶과 경제 성장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엄청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탱되어 왔다. 현재 인류가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약 4천억kWh이고 이중 70% 이상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이다.사실 화석연료는 수억 년 동안 우리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탄소유기체의 형태로 축적한 것이다. 이렇게 저금한 에너지를 지금 인류가 최근 100년 동안 대책 없이 마구 퍼 쓰고 있다. 만약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비유한다면, 지구가 1년 내내 모은 에너지를 현 인류가 0.1초에 다 써버리고 있는 셈이다. 지구가 탈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이렇게 갑자기 태운 화석연료는 그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 시켜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 문명을 지탱해 왔던 화석연료가 금세기 말까지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현재 채굴 가능한 석유 매장량은 1천억t 정도로 추정되며 현 추세로 약 3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싼 가격에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는 곧 끝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명확하다. 모든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배출한 탄산가스는 자기가 흡수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사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면서도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눈앞에 다가온 저탄소 체제와 에너지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그러나 녹색성장은 그 특성상 경제정책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할 수밖에 없다. 먼저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돼야 하며, 사회경제 구조도 이에 맞추어 바꿔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를 대신할 재생 에너지 개발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태양에너지 활용기술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하루에 받는 에너지의 양은 약 4천조kWh에 달하며 그중 1만분의 1만 제대로 활용해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와 병행해서 안전한 원자력 기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도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개발 없이는 저탄소 경제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백홍열(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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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20 23:02

[금요칼럼] 유능한 정부의 기준 - 전성철

현 정부가 취임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었다. 지나간 1년보다 더 중요한 4년이 남았기에 새 정부의 취임 1년 성적은 너무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 정권의 치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 하면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단순히 경제만 갖고 평가할 수도 없다. 경제성장을 이뤘다 해도 만약 돈을 마구 풀어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켰다면 그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 위협 없이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해도 만일 주변 국가들이 다 그보다 더 많은 성장을 이뤘다면 역시 별로 잘한 것이 못 된다. 그렇다면 객관적 평가 기준이란 무엇일까? 과연 그런 것이 있는 것일까?결국 한 정부의 업적은 임기 동안 그 나라의 총체적 합이 얼마나 좋아졌는가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얼마나 발전시켰으며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안정됐고,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성장했느냐 하는 것의 총합이 바로 그 정권의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발전의 총합,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 나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다.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잴 수 있는가. 우리끼리 그것을 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종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혀 사실 누구의 말도 신뢰하기가 힘들다.결국 외국 전문가의 평가를 얻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외국 전문가의 평가가 있는가. 있다. 그것도 매년 말이면 정확이 나오는 평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바로 그 해에 그 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의 합이다. 세계의 다국적기업들은 수많은 나라들을 후보로 두고 투자 결정을 한다. 그들은 발전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에 투자한다. 그 나라가 좋아질수록 투자 액수도 늘어난다. 그들은 한마디로 한 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도사들이다. 엄청난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들은 나라를 정하는 데 있어 엄청난 공부와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경제를 중요하게 보지만 그것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총합을 평가한다. 아무리 시장이 넓어도 정치가 불안하면 안 된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안정돼도 경제 인프라가 좋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과 정치적 안정이 있어도 정부의 정책이 좋지 않으면 안 된다.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외국인 투자가 매년 늘고 있다면 그것은 그 나라의 총합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즉, 한 나라의 외국인 투자 추이는 그 나라라는 주식의 가격이고 동시에 그 나라 정부 업적의 가장 객관적인 성적표다.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현 정부의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는 2004년 127억 달러에서 2005년 115억, 2006년 112억 달러, 2007년에는 105억 달러로 주저앉았다가 2008년 117.1억불을 유치하여 전년대비 17%의 성장을 이뤘다. 2006년도 5.2%하락, 2007년도 14.7% 하락한 것에 비해 고무적인 수준의 성장이다. 4년만의 증가세 회복이다.글로벌 금융위기 등 투자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Business Friendly 정책기조 등에 힘입어 투자유치 확대의 추진력을 다시 확보한 셈이다. 투자금액 증가와 함께 신고건수로도 활발한 모습을 보여 2000년의 4,145건 이후 3774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국가경쟁력위원회에 외국기업들이 직접 참여하는 등 정책투명성 제고와 함께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3개년 계획' 수립으로 외국인 경영 및 생활환경 개선조치 본격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이 살고 싶은 생활환경을 만드는 게 투자유치를 위한 첫째 조건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매력을 지구공동체에서 다시 상승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지금 사실상 1년 내내 미스유니버스대회를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로 더 많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되려고 야단이다. 왜냐하면 수출 100억 달러 해봐야 남는 돈은 1억 달러가 될까 말까 하는 것이 대부분 나라의 현실이다. 외국인 투자가 1억 달러 들어오면 그것은 수출 100억 달러 한 것만큼 실속이 있는 것이다.하지만 최근 지난해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 1~2월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하 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지식경제부는 국내 외국인투자 유치기관을 대상으로 '외국인투자유치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유치기관별로 올해 외국인투자 유치 현황과 계획, 애로사항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긴밀한 자세로 논의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이제 한 정권에 대한 평점을 내리는 기준 하나는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하겠다. 과거 정권의 평가도 이 기준으로 해야 하고 앞으로의 정권도 이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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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13 23:02

[금요칼럼] 존엄사, 국민적 합의 찾아야 - 정종섭

작년 연세대병원에서 있은 인공호흡기 제거를 둘러싼 사건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환자측의 주장을 받아 들여 병원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매일 같이 발생함에도 그 동안 이를 정면으로 다루지도 않았고, 진지하게 논의하지도 않았다. 지난 해 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이 있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판결이 있고 나서도 인공호흡기 제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어 병원측은 환자의 생명을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 몰라 항소를 하였다. 이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역시 환자에게 설치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문제는 인간의 생명 존중과 인공호흡기의 제거로 인한 사망을 어떻게 조화롭게 정당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서는 각 나라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 전통, 삶의 방식, 죽음에 대한 시각 등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어느 한쪽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죽음에도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어야 하고 따라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고통받는 환자로 하여금 존엄하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존엄사(尊嚴死)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옳지 않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안락사(安樂死)라고 하고 이러한 안락사는 살인과 마찬가지여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비난받지 않으려면 인간의 생명존중을 외치고 인공호흡기의 제거는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보다는 더 쉽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이번 서울고등법원은 이 문제를 숙고한 끝에 인간의 생명도 존중하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는 4가지의 조건을 제시하였다. 첫째, 환자가 회생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하여 있을 것, 둘째, 환자의 일시적 충동이 아닌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의 의사가 있을 것, 셋째, 중단을 구하는 치료행위의 내용은 사망과정의 연장으로서 현상태의 유지에 관한 것에 한정할 것, 넷째, 치료중단의 시행은 반드시 의사에 의하여 행해질 것이 그것이다. 첫째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는 주치의의 의견만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판단된다. 주치의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하는 오판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조건은 식물인간의 경우에는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있을 수 없기에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셋째 조건도 매우 엄격하여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나 일상적인 진료는 중단할 수 없다.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인하여 이 환자에게서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도 민형사상 책임은 없다.이 사건은 법원의 판결로 인하여 해결될 수 있지만, 그 상세한 판단의 기준은 여전히 필요하다. 법원도 현재 인공호흡기 제거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의사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일응의 행동기준은 제시되었지만, 실정법을 근거로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매 사건마다 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것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어떠한 경우에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찾아내는 일이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전문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과 이를 우리 사회에 공론화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는 법률로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률로 입법하는 경우에는 많은 경우의 수를 참작하여 이번 법원의 판결보다 더 상세한 규정이 만들어 질 것이다.전국의 각 병원에서는 이러한 사례에 매일같이 부닥치게 된다. 따라서 국회는 이 문제에 대한 입법 작업을 하루바삐 착수하고 사회공론화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이는 어느날 갑자기 법안을 제출하고 일사천리로 처리하거나 마냥 미루어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정종섭(서울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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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27 23:02

[금요칼럼] 우리 인생과 우주 - 백홍열

우리는 지금 서기 2009년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길어야 백년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눈앞의 현실은 경제난 속에서 발버둥 치며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한번쯤은 고개를 들고 전 우주의 공간과 시간에서 내 삶의 의미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태양의 행성인 지구는 직경이 13000km로 만약 지구를 사과 크기로 생각한다면, 해발 9Km의 에베레스트 산은 그 위에 작은 모래이며, 30km의 대기층도 얇은 사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큰 지구도 태양계에 비하면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태양은 직경이 140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3배 이상 크다.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 5천만km로 빛의 속도로 8분 거리지만, 로켓으로는 5개월이 걸린다. 태양계의 끝은 대략 100억km까지이며, 빛의 속도로 반나절 거리이다.그러나 태양계도 은하계에 비하면 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 은하계는 태양을 포함 약 1000 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있으며, 그 크기가 무려 10만 광년이나 된다. 바로 이웃별인 프로시마 센타우리로 가는대만 로켓으로는 수 천 년이, 빛의 속도로도 4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런 은하계도 우주전체에 비하면 또 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전체의 크기는 약 200억 광년으로 그 속에는 수 천 억 개의 은하가 있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도 빛의 속도로 200만년이 걸린다. 우주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정말 점 속의 점도 되지 않는다.이제 우주의 역사를 살펴보자. 최근 미국 WMAP 위성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탄생하였으며, 이 때 생긴 우주 복사파가 아직도 남아 TV화면의 노이즈로 보인다고 한다. 우주 탄생 50만년 후에는 수소와 헬륨이 생겨났고, 최초의 별은 5억년 후에, 지구는 90억년 후인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 졌다.지구에서 원시 단세포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38억 년 전의 일이며, 6억 년 전 고생대에는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나 바다에는 삼엽충이, 육지에는 양치류가 번성하며 지금의 석탄층이 만들어 졌다. 중생대는 약 2억 5천만 년 전 시작되었으나, 6500만 년 전 혜성충돌로 공룡이 멸망하며 포유류의 신생대가 시작되었다.원시인류는 300만 년 전부터 진화를 시작, 우리의 조상인 현생인류가 출현한 것은 5~10 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1만 년 전에는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는 4번째 간빙기인 따뜻한 현세에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 기온이 올라가자 6000년 전 우리 인류는 잉여 생산력을 바탕으로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000년 전에는 법을 바탕으로 서양은 로마가 동양은 진나라가 제국을 건설하여 인문 사회적으로 인류문명이 재도약 하는 계기가 만들어 졌다.그러나 기술 문명이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로 만유인력이 발견 된 것은 400년 전이며, 전기는 불과 200년 전에야 발견되었다. 그리고 100년 비로소 우리 인류는 세균, 원자, 상대성 이론을 알게 되었으며, 전구, 전화, 비행기 등을 발명하였다. 60년 전에는 로켓, TV, 원자탄, 컴퓨터를 발명하였고, 50년 전에는 우주 배경복사와 DNA를 발견 하였다. 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역사상 최초로 우주까지 진출한 생명체가 되었으며, 지금은 위성통신, 인터넷, 휴대폰까지 쓰며 지식정보 문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최근 100년 사이 과학 기술에 의해 인류문명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우주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주의 탄생을 지금부터 일 년 전이라 가정한다면, 지구의 탄생은 4개월 전, 생명의 탄생은 3개월 전, 고생대는 보름 전, 중생대는 일주일 전, 신생대는 이틀 전, 최초의 원시인류는 2시간 전, 현생인류의 출현은 바로 3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인류가 따뜻한 간빙기에 살게 된 것은 불과 20초 전의 일이며,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것은 10초 전, 로마 제국이 건설된 것은 3초 전, 그리고 과학문명이 폭발하고 있는 이 시대는 바로 0.1초 전이다.그리고 우리의 삶은 지금 이 폭발에 휘말려 있다우주 전체의 시간과 공간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며 먼지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드넓은 우주와 그 역사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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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20 23:02

[금요칼럼] 선택이 넘치는 사회 - 전성철

만약 산신령이 당신에게 다가와서 '내가 딱 한 가지 선물을 주겠다. 무엇이든 얘기해봐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주문하겠는가? 많은 사람이 '건강' '돈' 등을 주문하겠지만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거지가 되면 무엇을 하겠으며, 돈을 잔뜩 갖고도 병상에 누워만 있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그러나 딱 한 가지만 주문하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가장 많은 선택을 가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많은 선택'이다. 돈이나 건강 같은 것들은 깊이 생각해보면 다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행복한 인간이란 사실 많은 선택을 가진 사람이다.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이 선택이라면 가장 좋은 사회란 자연히 시민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주는 사회다. 선택이 없는 사회를 우리는 '배급제 사회'라고 부른다. 공산주의 사회가 대표적인 예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결국엔 모두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그에 못지않은 단점으로 모든 것을 '배급'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그렇다면 선택을 주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예를 들어, 국민의 행복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교육 문제를 보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평준화'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평준화는 우리 학생들에게 중요한 선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공부만으로 경쟁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축구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편안히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다. 이러한 후자의 학생들에게 평준화는 매우 좋은 제도다. 바로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평준화 제도가 아니라 전자의 학생들, 즉 경쟁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경쟁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경쟁하고 그를 통해 탁월함을 추구하고 싶은 학생들은 그것을 선택할 수가 없다. 그들은 선택을 빼앗긴 채 '뺑뺑이'라는 배급품에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평준화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평준화에 얽매이지 않는 중고등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다. 평준화를 없애면 우리는 또다시 애당초 평준화를 가져 왔던 엄청난 질곡을 반복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시민에게 가용한 선택을 줄임으로써 역사를 후퇴시킬 것이다.우리는 똑같은 문제를 의료 분야에서도 발견한다. 우리 의료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에게서 선택을 빼앗고 있다. 무엇이든 값이 똑같다는 것은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선택이 넘치는 사회'란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는 사회이다. 비싸게 주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덜 좋은 대신 돈을 덜 낼 수 있는 그런 곳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만일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의 값이 같다면 그것은 국민의 선택을 엄청나게 제한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다양성에 대한 갈구를 느끼며 찾아 외제차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돈 있는 환자들이 선택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이것은 외화를 유출시킬 뿐 아니라 우리 의료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 우리같이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 만일 고급 의료 서비스, 즉 선택이 허용된다면 전 세계로부터 환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과 정부는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다양한 선택권이란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책을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선택이 넘치는 사회'가 우리 국민이 갈구하는 사회다./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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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13 23:02

[금요칼럼]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유감 - 정종섭

논어」는 언제나 읽어도 탄복할만하다. 그래서 정자(程子)선생은 논어를 제대로 터득하면 기쁨에 겨워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된다"(手之舞之足之蹈之)고 했다. 지행합일로 그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명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제대로 되지 않고, 말이 이치에 닫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名不正則言不順言不順則事不成). 그리고 "일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결국 형벌이 정확하지 못하고, 형벌이 정확하지 못하면 국민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事不成則刑罰不中刑罰不中則民無所措手足).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씀이다.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 인정한다. 법과 질서란 대한민국에서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되,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하고, 후손들의 삶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 속에서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산다.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그 원인과 해법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을 때, 이 틈을 타서 인터넷에서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경제도 예측하고 정부도 비판하는 등 수 많은 글을 올렸다. 국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고 살아가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경제나 금융 전문가나 학자, 언론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었다. 그래서 '미네르바'가 작성한 글이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이 글에 동조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글을 실제 누가 작성한 것인가가 아직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검찰은 혐의자를 체포하여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법원에 기소하였다.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익명성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가릴 몫이지만, 이 사건에서 더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의 실제 인물이 체포되면서, 모든 책임을 그에게 덧씌우려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의 약점과 잘못만을 부각시켜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만 집중하였지, 왜 그 많은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언론은 이보다 국민에게 더 설득력있는 논의를 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과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진지한 반성도 없고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시 이 사건이 정부나 전문가와 언론들이 미네르바에게 모두 손가락질을 하면서 자기 책임을 면하는 면책의식을 치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실로 건강하지 못한 면을 본다.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으면서 부분적인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하나 잡아 그에게 모든 책임을 덧씌우고 나머지 사람들은 면죄부를 받는 행위는 인류 역사에 많이 있지만, 그 원형은 기독교가 저지른 마녀사냥(witchhunt)이다. 마녀재판(witch trials)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12세기에 남프랑스에서 부패와 패악과 불륜과 거짓으로 만신창이가 된 로마카톨릭에 대한 개혁운동을 탄압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전유럽을 휩쓸고 1692년 미국 세일럼의 마녀재판이 거짓이라는 것이 재판한 사람들에 의해 실토되기까지 장장 500여년간 자행되었다. 처음에는 이단재판(inquisition)으로 시작하여 로마카톨릭에 대항하는 교리, 사상, 학문, 신앙 모두를 고문과 날조된 자백과 화형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하다가 프로테스탄트까지 합세하면서 기독교와 다른 사람을 모두 마녀로 몰아 죽인 광기의 재난으로 화하였다. 여기서는 이단자나 마녀라고 낙인을 찍는 자와 낙인을 찍히는 자로 이분되어 결국 낙인을 찍는 자가 마음대로 살육을 하였다. 종교적인 이유에 더하여 정치, 경제적인 이유까지 합세하면서 무자비한 집단살인은 끝 모르게 진행되었다. 잔다르크도 갈릴레이도 케플러의 모친도 모두 이 과정에서 수난과 희생을 치렀다. 이런 인간사냥은 무지한 자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름난 수도사, 신학자, 법학자 등 지식인들이 대거 가담하였고, 보댕, 에드워드 코크, 프란시스 베이컨, 루터, 칼뱅, 멜란히톤, 에라스무스,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까지 동조하였다.지난 정권에서 과거사문제가 국민들을 양분하고 반대 세력을 낙인찍고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 배경에도 이런 심리적 원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미네르바사건에서도 전문가와 정부가 먼저 스스로 반성하고, 그 다음에 미네르바의 책임여부를 논해야 명분이 있고 말이 제대로 되는 것이다. 그래야 법과 질서도 올바로 세울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이다./정종섭(서울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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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30 23:02

[금요칼럼] 우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쏘자 - 백홍열

2009년은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딛은 지 40년이 되는 해이자 갈릴레오가 처음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한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엔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를 '세계 천문의 해'로 정하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우주"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대한민국에게도 2009년은 우주로 도약하는 아주 특별한 해이다. 현재 전남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KSLV-I 우주로켓 발사를 앞두고 마지막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금년 계획대로 KSLV-I 우주로켓이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1988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는 9번째로 자력으로 우주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우리가 꿈꿔 왔던 대로 우리 땅에서 우리위성을 우리로켓으로 쏘아 올려 우주독립국이 되는 것이다.이어 금년에 우리 손으로 만든 통신해양기상위성까지 지구정지궤도에 진입시키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세계10위권의 우주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금년 10월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과학도시 대전에서 전 세계 우주관련 정부기관, 학자, 기업 등 3,0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우주대회를 개최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우주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고 국내 우주산업을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킬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2001년 미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까지는 땅과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면, 21세기에는 하늘과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그래서 선진국들은 모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우주탐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세기가 미소의 우주경쟁 시대였었다면 21세기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필두로 제2의 우주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주는 먼저 차지하는 자가 주인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선진국들의 우주경쟁을 구경만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는 이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우주로 뻗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SLV-I 발사는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의 희망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그러나 우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사회가 단합하여 도전하고 또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통계로 보면 우주로켓을 처음 발사해 성공할 확률은 30% 이하라고 한다. 과학자로서 우주발사체 개발을 성공시킨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이 2007년 한국을 방문 했을 때, 우주개발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첫 발사에 실패했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국민적 용기가 없었다면 인도의 우주개발은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답해주었다.역사는 국가와 사회의 발전이 외형적 힘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정신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주개발은 국가 정신력의 문제이다.우리나라는 지난 세기 피와 땀으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국가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비록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잠시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우리가 다시 단합하고 도전한다면 또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만 있다면, 21세기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이끌 수 있다. 2009년에는 이런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우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쏘아 올리자./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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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23 23:02

[금요칼럼] 기업인들이여, 공부하라! - 전성철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설된 부서들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이름의 부서가 있다. 무엇일까? 바로 지식 경제부. 기존의 산업경제부와 과학기술부 및 정보통신부의 일부 업무를 통합하여 신설된 이 부서는 21세기 지식사회의 중요성을 그대로 반영한 명칭이 아닐까 싶다. 그 만큼 지식과 경제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지식 사회란 돈 기술이 넘치고 나면 나타나는 사회다. 이제 돈은 넘쳐 흐른다. 좋은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투자회사들이 돈을 얼마든지 대 준다. 기술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사업에 뛰어들 수 있고 그래서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에 이기는 자는 새로운 지식을 가진 자다.지식 사회에서는 사회가 극도로 투명화된다. 지금은 개인이 모두 신문사 하나와 방송국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과 UCC(사용자 제작 컨텐츠)가 바로 개개인의 신문과 방송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비밀이 없다. 최근 이슈가 되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은 지식사회가 얼마나 투명한 지 보여주고 있다.이렇게 투명한 사회에서는 어느 기업이든 본질적 경쟁력을 가지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 본질적 경쟁력이란 인간관계에 의존하지 않은 경쟁력이다. 즉, 품질과 가격의 경쟁력이다. 품질과 가격의 경쟁력은 근원적으로 '지식'에서부터 나온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지식을 통해 경쟁력으로만 이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도산 위기에 처했던 웅진은 '렌털(rental)'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에 의존해 화려하게 부상했다. 바로 '지식'의 힘이었다.이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지식은 어디서 오는가?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오지만 그런 보편적인 지식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가치 있는 지식은 본질적으로 공부하는 데서 온다." 윤석금 웅진 회장은 '렌털'이라는 아이디어를 열심히 쫓아 다녔던 조찬 강의에서 얻었다고 했다. 그것이 강의든, 책이든 열심히 공부하는 최고경영자(CEO)가'지식 사회'에서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최근 국내의 기업교육을 통한 임원 및 사원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대 그룹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훈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교육비 비중은 0.78%라고 한다. 미국의 2006년 인적자원개발 투자 우수기업(BEST HRD Award Winners) 42개사의 평균인 0.72%나 포천(Fortune) 500대 글로벌 기업들의 교육 관련 정보 교환 모임인 벤치마킹포럼(BMF: Benchmarking Forum)의 평균인 0.51%보다 높다. 기업들이 임원과 직원들의 능력을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그렇다면 기업의 대표주자요, 최첨단 경영전선에서 진두 지휘할 CEO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의 임원들에게는 인간관계를 맺을 장(場), 네트워킹을 할 장은 너무나 많으나 공부할 수 있는 마땅한 장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한국의 CEO들은 지속적으로 부담 없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장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 이제 CEO들도 제대로 교육하는 곳을 찾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일류기업들의 첨단 경영기법과 사례들을 배우고, 그 사례들을 통해 기업경영의 통찰력을 얻고, 지식을 날마다 새롭게 유입해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유익한 경영지식과 참 가치를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공부하는 CEO가 되어야 한다.오늘날 리더십은 지식에서 얻는다. 특히, 기업을 살리는 인재를 채용하고 일하게 하고 관리하고 변화시키는 리더십은 비단 경험에서뿐 아니라 인재경영의 지식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결과다. 21세기 기업들의 필수 생존요건인 변화의 동력 또한 지식에서 비롯된다. 아마추어 바둑 5단이 날밤을 새워 혼자서 연습한들 수일 내에 1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1급을 이기기 위해서는 책을 들거나 고수에게 배워서 지식을 쌓아 공부해야 한다. 호황기뿐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도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자금유입뿐만 아니라 지식유입이 절실하다. 기업인들이여, 공부하라!/전성청(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프로필1949년 대구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에서 MBA와 로스쿨을 마치고 맨해튼의 대형 로펌인 리드&프리스트에서 파트너로 일하며 현대, SK, 대우 등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도왔다. 1991년 귀국해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청와대 정책기획 비서관, MBC-TV <경제매거진> 진행자,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세종대 부총장 등을 역임. 2003년 1월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 및 전파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CEO 및 임원을 포함한 6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CEO들의 평생공부모임인 IGMP 700인 클럽을 발족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베스트셀러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협상 카리스마> 등 6권의 저서를 통해 한국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전파하는데 앞장서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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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16 23:02

[금요칼럼] 국민은 푸르고 싱싱한 정부 원한다 - 정종섭

'예술은 사기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세상을 하직하며 남기고 간 말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기존의 관념과 현실의 전복을 꾀하는 것이니 만치 기성의 관념에서 보면 사기임에 틀림없다. 눈속임뿐만 아니라 생각의 속임도 있다. 예술품도 이런 사기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원래 정해진 가격이 없다. 그러기에 지난해 수억원대로 묻지마 미술품투기를 하다가 작품값이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졌어도 누구 탓할 일이 못된다.백남준의 말 중에는 더 핵심을 찌른 말이 있다. '일을 하면 욕을 얻어 먹고 일을 하지 않으면 욕을 얻어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일을 해야 한다' 누구 해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예술가에게 욕을 한 사람이 여간 많지 않았으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리라. 기존의 성과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 떠날 때까지 늘 새로운 실험을 한 백남준까지 이런 말을 할 지경이니,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사람은 욕 얻어 먹는 것을 겁내서는 안 되는 것 같다.현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다되어 간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보면, 정부가 바뀌고 일할 사람들이 새로 배치되었는데도 과거와 비교하여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과거 정부와 달리 한국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전 정부가 잘못되었다면 현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누가 장관이고 그 장관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새 정부에서 장관들이 앞장 서서 할 일이 많을 터인데도 장관의 존재감이 국민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현 정부가 출범한 후에 국민을 향하여 한 이야기는 적지 않다. 사회통합에 힘쓰겠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걱정없이 하겠다. 녹색성장을 신성장의 동력으로 하겠다.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 사회 안전망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학의 자율화를 실시하겠다. 등등. 지난 1년 동안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말들을 쏟아내었다.그런데 정작 녹색성장을 한다면 그 일들이 어느 부처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법과 질서가 중요하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어떤 계획아래 무슨 일들이 행해지고 있는지, 고령화사회에 직면하여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면 어느 부처에서 어떤 단계를 거쳐 무슨 일들이 추진되고 있는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지금쯤은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할텐데 아직도 국민들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가까워지는데도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대통령이 답답해한다는 이야기만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때는 정권초의 '촛불시위'때문이라고 변명을 한다. 내년에도 촛불시위가 있으면 또 1년을 허송세월하며 보낼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변명으로 둘러댈 내용도 아니다.새로운 국가 과제를 입안하고 힘차게 추진하는 것을 내각이 주도할 것인가 청와대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전 인수위시절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확인된 것은 내각이 이를 주도할 능력도 의사도 별로 없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대통령제 국가에서 청와대가 큰 그림들을 그리고 일의 추진계획과 점검을 하면서 이끌고 갈 수 밖에 없으며, 그에 필요한 조직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면 청와대가 이런 일을 하면서 욕을 얻어 먹는 것은 각오를 해야 한다. 청와대가 욕을 얻어 먹기를 두려워 하여 아직까지 내각에 떠맡긴다면 일은 더더욱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어떤 유력인사는 '대통령은 왜 죽을 각오를 하지 않는가'라고 직설을 던지기도 했다. 대통령 개인보다도 청와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책이다. 귀 담아 들을 말이다.원래 새 정부가 들어서면 6개월 내에 개혁정책을 제시하고 1년안에 일단락이 지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를 놓쳤기 때문에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새해에는 청와대와 정부를 전면 개편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을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 새롭고 활기찬 정부의 운용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등장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국민은 여전히 푸르고 싱싱한 정부를 보고 싶어 한다.▲정종섭(1957년생, 서울대 법대 교수, 헌법학)-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사법시험 제24회 합격-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역임-건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역임-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정종섭(서울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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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2 23:02

[금요칼럼]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나이 - 박범신

오래 전 나는 장편소설 <불의 나라> <물의 나라>를 연작으로 썼다. 사람들은 우스개소리로 나를 가리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나이'라고 불렀다. 그 작품을 쓰던 때는 80년대 초반으로서 정치적인 억압과 아울러 개발이데올로기가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까지 송두리째 관통하던 시절이었다.아는 바와 같이, '불'은 전투력의 상징이다. 우리가 세계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거듭해온 것은 불같은 열정으로 불같이 뜨겁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웠던 우리 나라는 지난 반세기 완전히 '불의 나라'로 탈바꿈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항문 근처에 불이 붙은 채 '앗뜨거, 앗뜨거!'하면서 일제히 내달리는 형국이 됐다. 출발하는 지점에선 각자 품고 있던 꿈의 빛깔이 달랐을테지만, 뜨겁게 단근질을 당하면서 내달리다보면 애당초 품었던 고유한 꿈은 저리 가라, 그저 남보다 앞서 달리는 자만을 뒤쫓아 허겁지겁 쫓아가는 획일적 서열경쟁만이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만 셈이다.그에 비해 '물'은 생명의 표상이다. 물은 낮은데로 낮은데로 흘러 모든 서열을 무화시켜 마침내 수평을 이루고, 한없이 부드러우며, 포용성이 높다. '불'이 남성성이라 한다면 '물'은 당연지사 여성성이자 모성의 기호이다.지난 반세기, 대를 물려온 가난의 사슬을 끊어낸 원동력이 '불의 정신'이었다고 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그늘의 대부분은 그로 인해 '물의 정신'이 부족해졌다는데 그 연유가 있다고 본다. '불'이 지나치게 승(勝)하면 '물'이 말라버려 토양이 산성화되고 사막화되는게 당연하다. '불'과 '물'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맞물려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양면의 통합, 혹은 균형일 터이다.지금의 대통령은 이런 논리의 극명한 텍스트로 삼아 좋을 분이다. 그는 '불의 정신'이 사회의 핵심동력이었던 개발시대에 그 개발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불같이 일하므로써 '30대 회장'이라는 성공신화를 이루어낸 분이다. '불의 정신'을 그분처럼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도 드물고, 또한 그분처럼 그것에 큰 혜택을 본 이도 드물다.그런데 정치판으로 옮겨간 후 그분의 성공신화는 '물'로 쓰여지고 있다. 시멘트 감옥에서 해방된 청계천을 보라. 청계천 복원으로 그분은 성공적인 서울시장이 되었고, 그것으로 기반을 쌓은 뒤에 '대운하공약'을 보태어 마침내 대통령으로 도약했다. 애당초 청계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건설할 때 현대건설의 주역으로 그분이 기여했고 청계천 복원사업 또한 그분이 앞장서 해냈으니, 결자해지(結者解之)라, 당신이 덮은 청계천을 당신이 벗겨낸 바, 한 개인의 삶으로 보면 아이러니칼하면서 절묘한 전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야말로 유례없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나이'라고 할 만하다.각설(却說)하고.4대강 정비사업이 식을 줄 알았던 대운하문제를 논쟁의 중심으로 재점화시켰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4대강'이든 '대운하'든 직설법으로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충언하고싶은 것은 물에 대한 사업은 '물'과 상의하고 '물의 영혼'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치수사업이란 수천만년 굽이쳐 흘러온 물줄기를 겨우 강제로 펴놓는 식의 반환경적인 사업이 대세였다.어쨌든, 대통령은 어떤 분인가.인생의 전반기에서 그분은 '불의 아들'로 살았고, 인생의 후반기에서 그분은 '물의 아들'이 되고자한다. 곳간만 쟁여놓는다고 삶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경제를 살리는 일 못지않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물의 정신'이라고 할 때, 그분은 정말, 청계천, 대운하, 4대강이 표상하는 바, '물의 아들'로 변모했는가, 나는 그게 궁금하다.그분은 어쩌면 '불'같았던 젊은 날로부터 한발자국도 걸어나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걱정이다. '물'을 '불'의 방법으로만 다루면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물'의 조화나 균형이 없다면 세상은 계속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 사막화의 세상에 맑은 '샘물'을 끌어오는 대통령이 되어야 마지막 성공신화를 쓸 수 있다./박범신(작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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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26 23:02

[금요칼럼] 절망 넘어 희망으로 - 정목일

2008년은 너무 가혹했다. 미국으로부터 발진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금융 태풍은 전 세계를 경제공황과 위기로 내몰았다. 이 태풍의 기공할 공포와 위협은 이제 시작일 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있다. 경보도 없이 들이닥친 경제 태풍은 우리 삶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다. 코앞에 닿은 2009년의 설계와 기대를 깡그리 깨트려버리고, 한해를 어떻게 보내야하는가, 한숨과 걱정 속에 떨게 만든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닥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2008년은 큼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돌발적이고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요동쳤다.금년 시발부터가 시커멓게 변해버린 태안반도의 갯벌과 바다를 씻어내는 일부터 시작됐다. 청정 바다가 시커먼 기름바다로 변해버렸다. 생명의 보고였던 갯벌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죽음의 바다가 돼버리자 온 국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하얀 면(綿) 옷가지와 이불깃으로 기름을 닦아내었다. 갯벌과 바다의 검은 기름을 한 장씩의 타올로 얼굴과 마음을 씻어내듯 닦았다.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바다가 오염되고 생명을 잃은 것에 깊은 반성과 함께 마음을 닦아냈다.국보 1호 숭례문의 화재와 소실은 국민들에게 경악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하나의 문화재가 사라졌다는 허망함만이 아닌, 민족 자존심과 문화 정체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 주었다. 국민들이 TV로 숭례문 전소 장면을 시청하면서, "이럴 수가!" 가슴을 치면서 통탄하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국보 1호를 잃은 것은 민족정신과 민족문화에 대한 무관심의 결여가 가져온 참변이었다. 민족 자존심의 상징물이 어이없게도 국민들이 TV 생중계를 보는 중에 허물어 내리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쇠고기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시위는 무려 100일간이나 한국사회를 마비시켰다. 촛불군중이 광화문과 시청 앞을 메우고 경찰과의 시위군중의 대치로 한국의 중심이 무질서와 함성으로 난장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촛불시위는 국회와 행정도 무위로 만들었다. 국회도 없었고, 정치도 실종되었다. 나라의 원로도 보이지 않았고, 타협과 모색도 없었다. 경찰의 물 대포 앞에 유모차가 등장했다. 극과 극의 대치와 충돌이 있을 뿐이었다.2008년은 국민적인 기대와 희망의 팡파르가 울린 가운데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이여서 큰 기대와 전진을 바랐다. 하지만 1년의 결산은 구겨지고 멍든 시련의 자국들로 채워졌다. 2008년의 대형 사건들은 대비 부족과 안일한 사고 풍조가 빚어낸 재앙이었다.더욱 기막힌 일은 2009년에 대한 공포이다. 금년보다 가혹한 시련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만 겪는 경제위기가 아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경제난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내년의 화두요, 당면 과제다. 나라와 민족마다 있는 힘을 다해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이 재난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애써 쌓아온 경제고속성장의 탑을 무너뜨리게 된다.지금 우리는 역사와 민족공동체의 역량을 결집하여 난국 극복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위기와 난국 때마다 민족애와 애국심으로 일치단결을 보여주었던 우리 민족이 아니었던가.극단적인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우리'라는 민족공동체의 횃불 아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경제 난국을 이겨 나가야 한다.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바다의 갯벌과 바다를 전국 수백만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자신이 입었던 속옷이나 이불 천으로 닦아내듯내일의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숭례문을 잃고서 깊은 반성과 각오로써 민족의 영혼과 애국심을 다졌던 것처럼 우리는 한마음이 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가난과 소외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웃을 돕는 일에, 경제 한파를 녹이는 일에, 다함께 마음과 실천의 촛불을 켜들 때다.2009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역량이 새로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2009년을 희망과 중흥의 새 찬스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2008년의 교훈을 거울삼아 민족화합과 애국심을 바탕으로 '동방의 해뜨는 나라'로 만들어야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시대적 임무이다./정목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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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9 23:02

[금요칼럼] 의사, 판사만 꿈꾸는 아이들 - 김용택

중고등학교로 강연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꿈을 물어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좀처럼 자기의 꿈을 말하려 들지 않다가 조금 보채기 시작하면 하나 둘 자기의 꿈을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대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판사나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하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고, 나머지 하나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꿈을 이루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 봅니다. 모두들 하나 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 한다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옛날 우리들이 학교 다닐 때 훌륭한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려고 하냐고 물어 보면 우리들은 하나 같이 모두 조국과 민족을 들먹였지요. 공허한 빈말이었지요. 그렇지만 나는 빈말이라도 좋으니, 지금의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단 한명도 그런 '공공의 꿈'을 말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나는 또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을 물어 봅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홍익인간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러면 홍익인간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봅니다. 하나 같이 모든 인간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아주 잘 배운 아이들의 이 정답과 꿈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 속과 겉이 다른지 나는 놀랍니다.▲'직업'이 곧 '꿈'인 학생들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서울대지요. 인간들의 위대한 꿈과 이념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왜소한 개인이지요. 쩨쩨하고 이기적인 욕심뿐이지요. 우리나라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의 꿈이 하나 같이 의사요 판사요 교사요 공무원이라는 현실이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의 꿈이 겨우 의사가 되는 게 꿈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이 나라 어머니들의 한결 같은 꿈이 자기 딸이 교사가 되는 게 꿈인지, 생각하면 그 꿈이라는 것이 초라하기만 합니다.얼마 전에 하버드와 예일대와 엠아티 대학을 다녀왔습니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한국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이비리그'에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큰 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나 같이 하버드에 들어오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인생의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더디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정답이 딱 하나 밖에 없는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나의 정답을 찾느라 헤맨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토론에 약하고 에세이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토론과 에세이는 늘 새로운 사고를 원하는 다양한 창조정신이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창조적인 사고와 창조적인 학습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한다는 것이지요.▲ 창조적인 삶을 찾아야 할 시기꿈이 의사요 교사요 판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지요. 또 개인의 꿈을 누가 간섭할 바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꿈이어서 대통령이 되면 무엇 합니까. 정말 백성과 세상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훌륭하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국민들에 환호를 받는 좋은 대통령이어야지요. 대통령이 꿈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일라는 말이지요. 의사가 꿈이 아니라 훌륭한 의사가 꿈이어야지요. 교사가 꿈이 아니라 정말 위대한 교육자가 꿈이어야지요. 학생들의 꿈이 일자리에만 매달리는 그런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 모두를 불쌍하고 초라하게 합니다. 점수를 가지고 이리저리 뛸 입시 철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나중에 잘하게 되고 사회에서 자기의 몫을 찾을 것입니다. 직업인이 아닌 창조적인 삶을 살 길을 지금 찾을 때입니다./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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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2 23:02

[금요칼럼] 원자력으로 기후변화를 막자 - 장인순

우주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많은 별들의 생성과 소멸을 지배하는 원리가 있다. 무엇일까? 바로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의 '물질과 에너지가 같으며, 서로 변환된다'는 상대성 이론이다.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발표하고 40년 만에 실증된 바로 우주를 지배하는 핵반응(핵융합, 핵분열)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이 원리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주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핵반응에 의해서 에너지는 물론 원소와 분자를 생성하고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흙, 곧 지구를 탄생 시켰다.45억년이라는 긴 지구의 역사 동안에 자연은 핵반응에서 생긴 에너지 곧 햇빛을 화석연료 속에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하여 땅속 깊숙이 묻어 두었다. 약 200년 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석탄이라는 대량에너지를 이용하여 산업혁명을 일으키면서 화석에너지의 사용이 급증하였으며, 앞으로 100년 이내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될 뿐만 아니라, 이의 남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효과로 지구상의 생명체의 생존마저 위협하게 되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 전 세계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의 남용은 인류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기에, 대량의 저탄소 청정에너지 개발은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 그 해답은 바로 우주의 탄생과 별들의 생성과 소멸을 지배하는 핵반응이라는 원자력 기술이다.원자력의 에너지밀도는 화석에너지의 100만배 이상으로서,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자원 의존형이 아닌) 두뇌 의존형의 청정에너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두뇌 바로 과학기술이 만든 에너지이다. 그 뿐인가. 가장 값싸게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원자로,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수소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생산원자로 등 인류가 필요한 에너지와 마실 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우주를 지배하는 핵반응이라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 우주를 지배하는 핵반응을 이용해서 인류의 에너지와 물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겠는가!원자력기술은 고온, 고압, 내 방사선, 내진 등 극한 상황을 아우르는 최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종합적인 복합기술로서 모든 분야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이끄는 모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원자력산업은 여러 첨단 분야에서 국내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불과 4반세기 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원자력 발전소 이용률이 단연 세계1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뿐 아니라, 20기의 원자력 발전소 가동으로 국내전기의 40%공급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가장 값싼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조국근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교토 의정서가 발효되고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우리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원자력도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과학 기술인에게는 원자력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기술분야에서 안전성이 최우선이라는 것,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과 안전성은 언제나 하나이지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자로 이용률 1위라는 것은 바로 원자로의 안전성과 관련된 원자로 유지보수실력이 세계 최고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안전성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원자력 발전 선진국으로 진입시킨 이 땅의 원자력기술인에게 맡기고, 원자력 계에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부탁드리고 싶다. 그래서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후손들이 에너지가 풍부한 사회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장인순(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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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05 23:02

[금요칼럼] '남의 떡'에 대한 정보를 버려야 - 박범신

남쪽의 항구도시에 내려갔다가 이틀 사이 세 개의 도시를 거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속 철도가 생겨서 서울에서 A시까지 이제 명실상부 일일생활권으로 묶였다."고속철도로서 이렇게 가까워졌으니, 경제도 좀 나아졌겠네요?" 내가 말했고, A시에 사는 상대편은 대뜸 고개를 저었다. "나아진 건 서울뿐이지요. 고속철도 때문에 A시 사람들이 이제 쇼핑을 서울로 하러 가니까요. 우리 A시 경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빠른 내리막길입니다. 게다가 수도권 규제까지 풀린다니, 정말 큰일이에요."나는 고속철도를 한 시간 정도 타고 D시로 올라왔다."요즘 B시 경제는 어떻습니까?" 내가 또 물었고 마중 나온 사람은 단번에 손사래를 쳤다. 내가 A시에서 올라온 걸 알고서 "그래도 A시가 우리보다 낫지요. 우린 아예 결딴나게 생겼습니다. 정부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수도권 사람들만 국민이라는 건지 원." 하고 말했다. 내가 다음 날 C시로 올라간다고 하자 "C시는 행정도시다 뭐다 해서 우리보다 경기가 훨씬 나을 겁니다."라고 그는 또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였다.그러나 C시 사람들의 대답은 딴판이었다."아이고, 우리는 그놈의 행정도시 때문에 망하게 생겼습니다." "아니 왜요?" "행정도시 해줬다고 생색내며, 정부에선 그 외엔 아무런 배려도 없었거든요. 차라리 행정도시 그거, 도로 가져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 솔직히 말해서 A시나 B시야 중앙정부 덕본 게 훨씬 많지요. 우리 C시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인 행정도시 때문에 오히려 원망이 많습니다."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수도권의 한 친구는 A시와 B시와 C시의 불만을 한 마디로 냉정히 쓸어덮었다. "수도권이 살아야 지방이 사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도시다 행정복합도시다 하면서, 그동안 수도권을 묶어 놓고 지방에 온갖 재정지원을 해온 것은 명백한 정책적 오류라고 그는 지적했다. 인구의 절반이 모여사는 수도권 규제를 "확 풀어놔야" 그 혜택이 지방에 골고루 미친다는 논리였다.깊이있는 논의는 물론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의 발언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장은 나 또는 우리보다 너 또는 너희의 '떡'이 크다는 것이었다. 개발의 연대를 숨가쁘게 지나오면서 우리도 모르게 키워온 이 '남의 떡'에 대한 과대 포장의 습관과 감수성은 이제 우리 모두의 집단 무의식 속에 돌이킬수 없을 만큼 너무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나는 새삼 느꼈다.'남의 떡이 크다'는 정보로 가득차 있을 때 만나는 심사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에 따른 분노일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는 너와 나를 위험하게 가르고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으로서의 도덕성을 무화無化시킬 뿐 아니라 설령, 실질적으로 살림살이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나아진 살림살이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 요컨대 행복과 스스로 거리를 벌리는 결과가 자초하고 마는 것이다.'행복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알랭은 행복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지점'에 있다고 말하면서, '사람은 성공했기 때문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기 때문에 성공한다.'라고 설파했다.중요한 것은 내가 '만족하는 지점'.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남의 큰 떡'에 대한 너무나 많은 정보 때문에 만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환경속에 놓여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정상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남의 떡'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남의 정상에 대한 정보일 뿐이므로 설령 '남의 떡'을 내가 그대로 가진다고 해도, 내게 그것이 '만족하는 지점'은 결코 될 수 없다. 자신이 인생에서 참으로 그리운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 자신만의 정상을 꿈꾸기 때문에 '남의 떡'에 그다지 흔들리지 않으며, '남의 떡'에 대한 갖가지 정보 때문에 불행해지지도 않는다. 당장 비를 피할 집도 있고, 크든 작든 테레비 냉장고도 있고, 어쩌면 자가용도 갖고 있는 당신, 지금 행복한가, 불행한가?필요한 것은 자본주의 경제 논리가 세뇌시켜준 서열주의에 따른 획일적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어 어쩌면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모를, '만족하는 지점' 곧 행복을 찾아 내가 품고 갖는 일이다. '남의 떡'을 쳐다보는데 바빠서 곁에 둔 '행복'을 혹시 스스로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박범신(작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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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28 23:02

[금요칼럼] 아들내외로부터 받은 감사장 - 정목일

근래 아들내외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작은 액자에 넣은 것인데, 아들내외가 손녀를 안고 찍은 사진도 들어 있었다.'수향이가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항상 저희를 먼저생각하시고 큰사랑을 베풀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중략) 수향이가 밝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봐 주세요. 우리 가족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두 분께 감사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아버님, 어머님 사랑합니다.'이런 감사장은 처음이어서 얼떨떨하기도 하였다. 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데, 나는 부모님께 한번도 '아버님, 어머님 사랑합니다.'고 말해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며느리가 손녀를 출산하기 전부터 우리 내외는 큰 고민에 빠졌다. 맞벌이를 하는 아들내외가 출산하면 누가 양육할 것인가. 아내 역시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에 퇴직하고 손녀를 양육하는 일을 맡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손녀의 양육은 외가에서 맡기로 결정이 났다. 아들내외에게 아이 셋을 낳아달라고 부탁하던 나는 머쓱한 꼴이 되고 말았다. 대책도 없이 필요성만 강요한 셈이다.젊은 사람들에게 출산을 권유하며 "이것이 애국하는 일이다."라고 하면, "우리나라 환경으로선 아이를 많이 가질 수 없다."고 간단히 대답한다. 국민연금을 낸 것만큼 받지 못하는 원인은 저(低) 출산 다(多) 고령자 현상에 있다. 저 출산문제는 국가경제와 민족번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나라는 차츰 노인국이 돼가고 있다.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전 세계 156개국을 분석한 '2008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인구 감소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평균출산율)가 1.20명으로 홍콩(0.96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낮다.한국에 사는 20대 후반과 30대 여성들은 육아해결을 가장 시급한 당면문제로 꼽는다. 저 출산과 고령사회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가발전과 민족장래는 어둠의 터널로 빠져들고 말 것이 분명하다.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장려책이 나와야하고,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세 자녀를 출산할 경우에 장려금과 아파트청약에 우선순위를 준다는 정도로는 실효성이 없다. 이제 자녀출산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보아선 안 된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여 국민의 자녀라는 개념에서 출산환경 개선과 제도 개선을 단행해야한다. 임신에서부터 출산과 양육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서구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국가재정 문제의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저 출산문제를 가정에만 맡겨두는 태도는 현실과 미래를 파악하지 못한 인식이다. 한 아이의 출산으로 부모, 친가, 외가의 어른 6명이 고민에 빠지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출산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이고, 민족의 앞날은 동력을 상실하고 만다.손녀 첫돌을 맞아 아들내외로부터 받은 감사장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외가에서 양육하기 때문에 간혹 만나는 날이면, 얼굴이 낯설어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는 처지가 안타깝다. 그러나 이건 다행한 경우에 속한다. 손자가 외국에 있어서 일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처지가 된 노인들도 많고, 결혼시킨 자녀가 오래 동안 손자를 낳지 않아 안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손자와 간신히 안부를 주고받지만, 노인들은 혈연의 정을 아쉬워한다.현대의 핵가족제도는 조손간(祖孫間)의 단절을 가져왔고 노인들에게 애정결핍을 안겨주고 있다. 조손간의 따뜻한 혈연관계의 복원은 가정과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조건이다./정목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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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중
  • 2008.11.21 23:02

[금요칼럼] 정직성이 생명이다 - 장인순

청소년.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싱싱하고 정의에 불타며 무엇보다도 정직한 이름이 아닌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온 한국 청소년의 반부패 인식지수가 10점 만점에 6.1이라니,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청소년 18%가 "10억을 번다면 10년을 감옥에 가도 좋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성인들의 반부패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참으로 참담하고 두려울 뿐이다. 아침이 조용한 나라에서 백의민족으로 살아온 은근과 끈기의 후손들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 선현들의 말씀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안다. 하지만 이 말이 우리들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부정부패는 못 배운 사람보다도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가진 것이 없는 자 보다 더 많이 가진 자들이, 권력이 없는 자 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통사람 보다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저지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이 참담한 현실을 치유할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평생동안 선진국, 후진국 등 40여 개 국을 다니면서 도대체 선진국과 후진국은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선진국을 만드는 요인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여러 나라 국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고유한 문화 그리고 생활양식을 배우면서 느낀 점은, 그토록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 속에서도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모습은 유사하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선진국은 인재를 중요시하는 창의적 교육정신을 바탕에 둔 수월성 교육을 시키는 훌륭한 교육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선진국 국민은 정직하고, 책을 많이 읽으며,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다는 것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에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길은 국민의 정직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정직성은 인간관계와 사회에 믿음과 신뢰를 주는 묘약으로서 인간 모두가 추구하는 자유의 원천이며, 이 자유는 곧 인간조건의 신비와 매듭을 푸는 열쇠로서 바로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독서력은 그 국가의 성장 동력이며 동시에 정직성을 회복하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한다.또한 여성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선진국들이다. 공직사회에 여성인력이 많으면 보다 깨끗해질 것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거의 모든 부정부패는 국가제도를 만들고 관할하는, 힘 있는 공무원과 그리고 권력있는 자들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 국민에 의해서 선출되어 국가의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수호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동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정행위를 눈감아주고 서로 보호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범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입을 다물고 귀를 열어 놓으라고 충고하고 싶다.입시준비를 위한 책 이외에 다른 책을 읽을 수 없는, 그래서 인성교육과는 거리가 먼 이 땅의 청소년들은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보면서 자란 진정한 피해자가 아닌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청소년들의 가슴에 드리우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내는 방법은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부모라는 윗물이 맑으면 아이들은 정직할 수밖에 없다. '땀의 미학'을 알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땀 흘리고 정직하게 사는 부모의 삶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생명력이 있는 교과서이다.우리는 분명 균형감각을 상실한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자연과학이 인문사회과학과 함께 어우러진 교육을 통해서 균형감각을 회복하고 '느림의 미학'을 위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우리국민 모두의 소망이 있다면 바로 정직한 정부, 정직한 공무원이다. 이와 함께 힘 있는 자, 교육자 그리고 공정한 언론과 함께 믿음과 신뢰가 넘치고 정직하고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장인순(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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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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