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우리 인생과 우주 - 백홍열
우리는 지금 서기 2009년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길어야 백년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눈앞의 현실은 경제난 속에서 발버둥 치며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한번쯤은 고개를 들고 전 우주의 공간과 시간에서 내 삶의 의미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태양의 행성인 지구는 직경이 13000km로 만약 지구를 사과 크기로 생각한다면, 해발 9Km의 에베레스트 산은 그 위에 작은 모래이며, 30km의 대기층도 얇은 사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큰 지구도 태양계에 비하면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태양은 직경이 140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3배 이상 크다.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 5천만km로 빛의 속도로 8분 거리지만, 로켓으로는 5개월이 걸린다. 태양계의 끝은 대략 100억km까지이며, 빛의 속도로 반나절 거리이다.그러나 태양계도 은하계에 비하면 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 은하계는 태양을 포함 약 1000 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있으며, 그 크기가 무려 10만 광년이나 된다. 바로 이웃별인 프로시마 센타우리로 가는대만 로켓으로는 수 천 년이, 빛의 속도로도 4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런 은하계도 우주전체에 비하면 또 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전체의 크기는 약 200억 광년으로 그 속에는 수 천 억 개의 은하가 있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도 빛의 속도로 200만년이 걸린다. 우주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정말 점 속의 점도 되지 않는다.이제 우주의 역사를 살펴보자. 최근 미국 WMAP 위성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탄생하였으며, 이 때 생긴 우주 복사파가 아직도 남아 TV화면의 노이즈로 보인다고 한다. 우주 탄생 50만년 후에는 수소와 헬륨이 생겨났고, 최초의 별은 5억년 후에, 지구는 90억년 후인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 졌다.지구에서 원시 단세포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38억 년 전의 일이며, 6억 년 전 고생대에는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나 바다에는 삼엽충이, 육지에는 양치류가 번성하며 지금의 석탄층이 만들어 졌다. 중생대는 약 2억 5천만 년 전 시작되었으나, 6500만 년 전 혜성충돌로 공룡이 멸망하며 포유류의 신생대가 시작되었다.원시인류는 300만 년 전부터 진화를 시작, 우리의 조상인 현생인류가 출현한 것은 5~10 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1만 년 전에는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는 4번째 간빙기인 따뜻한 현세에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 기온이 올라가자 6000년 전 우리 인류는 잉여 생산력을 바탕으로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000년 전에는 법을 바탕으로 서양은 로마가 동양은 진나라가 제국을 건설하여 인문 사회적으로 인류문명이 재도약 하는 계기가 만들어 졌다.그러나 기술 문명이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로 만유인력이 발견 된 것은 400년 전이며, 전기는 불과 200년 전에야 발견되었다. 그리고 100년 비로소 우리 인류는 세균, 원자, 상대성 이론을 알게 되었으며, 전구, 전화, 비행기 등을 발명하였다. 60년 전에는 로켓, TV, 원자탄, 컴퓨터를 발명하였고, 50년 전에는 우주 배경복사와 DNA를 발견 하였다. 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역사상 최초로 우주까지 진출한 생명체가 되었으며, 지금은 위성통신, 인터넷, 휴대폰까지 쓰며 지식정보 문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최근 100년 사이 과학 기술에 의해 인류문명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우주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주의 탄생을 지금부터 일 년 전이라 가정한다면, 지구의 탄생은 4개월 전, 생명의 탄생은 3개월 전, 고생대는 보름 전, 중생대는 일주일 전, 신생대는 이틀 전, 최초의 원시인류는 2시간 전, 현생인류의 출현은 바로 3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인류가 따뜻한 간빙기에 살게 된 것은 불과 20초 전의 일이며,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것은 10초 전, 로마 제국이 건설된 것은 3초 전, 그리고 과학문명이 폭발하고 있는 이 시대는 바로 0.1초 전이다.그리고 우리의 삶은 지금 이 폭발에 휘말려 있다우주 전체의 시간과 공간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며 먼지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드넓은 우주와 그 역사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