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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지천명 - 도혜숙

사방 개 짖는 소리 요란하다 사는 일이 쉬운 적 있었던가 한 고개를 넘어서면 다시 버티고 서있는 산, 수시로 바윗덩이 굴러 내려와 나를 주저앉혔네 늘상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들은 등 뒤를 치거나 목에 박힌 가시처럼 따끔거렸네 삶이 주는 최고의 상은 가치 없는 일에 맹목이 되는 것 성성한 가시는 온몸에 꽃처럼 푸르게 돋아나고 빛은 내가 모르는 지름길로 빠르게 지나갔네 가장 두껍고 단단한 어둠이 깃발 들고 나를 점령하고서야 비로소 광막하고 경이로운 나를 알아차렸네 귓속에 별빛 터지는 소리, 오래 욱신거렸네 =================================== △ 광막하고 경이로운 나를 알아차렸네라고 귓속에 별빛 터지는 소리가 통증으로 들려올 때 시인은 하늘의 뜻을 안다. 화자의 온몸에 가시가 꽃처럼 돋아난다면 비로소 지천명의 주름살 계곡에서 어둠의 깃발이 보이는 슬픔에 젖는다. 가시와 산과 바윗덩이가 보일 나이는 생의 황금 시기가 아닐는지요. 미수나 백수의 내가 되면 별빛 터지는 소리, 등 뒤를 치고 달아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화려한 나이, 지천명의 화자는 꽃처럼 피어나는 가시가 생의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시와 동행하는 시인이기를 바란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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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5 16:25

[새 아침을 여는 시] 이팝나무의 슬픈 사연 - 추원호

오월이 되면 길가에 서 있는 백설기 떡처럼 하얀 꽃잎 쌀밥처럼 풍성한 이팝나무들 여기에는 말할 수 없는 또다른 슬픈 사연이 있다 그 옛날 쌀밥이 없어 보리밥만 먹던 보릿고개 시절 갓난아이 태어났지만 먹을것도 없었던 때 엄마 젖도 나오지 않자 어미 빈 젖만 빨다가 따뜻한 엄마 가슴에 묻고 세상을 떠났던 어린 아기 그 아기를 산에 묻고 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아빠 슬픈 마음 가지고 산속에서 어린 이팝나무를 캐어 아기 무덤 옆에 심었다 천국에서 쌀밥을 바라보며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염원했다 아이들이 죽을 때마다 이팝나무를 그 옆에 심었고 이팝나무의 공원이 되었던 곳 그곳이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마령초등학교 자리이다 오늘도 길가에 수북이 쌓인 하얀 이팝나무 꽃가루를 보며 밥그릇에 쌓아 놓고 그 아기를 생각해 본다. =============================== △ 흔히 춘궁기라고 말하는 이때, 수북하게 담은 쌀밥 한 그릇을 따뜻하게 건네는 이팝꽃이 핀다. 이팝은 이밥, 즉 쌀밥이다. 요즘은 보릿고개가 거의 없어졌다. 그래도 어느 한구석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허리끈을 졸라매는 이웃이 있을 수도 있다. 나무도 쌀밥을 건네주는 때, 어려운 이웃에게 기꺼이 손 내밀자.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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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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