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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어머니의 서랍 - 안영

어머니의 서랍에는 오방색 헝겊이 부적처럼 있었다 오빠의 배냇저고리는 물론 언니가 사다 준 꽃무늬 팬티가 오랫동안 새것인 채 서랍 속에 있었다. 어느 날 텅 빈 서랍 속에서 비단 천으로 싸고 또 싼 네모난 상자를 꺼내시던 어머니 둥근 안경을 낀 아버지의 삼십 대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 한 장 새벽 네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날마다 정리하던 빈 서랍 가끔은 무엇을 찾는지 아침까지 더듬는 날도 있었다 요양병원 가시기 전날까지 무수히 여닫고 뒤지던 서랍 희미한 기억 너머에 숨겨둔 박물관 물품처럼 고이 간직했던 소중한 어머니의 사랑들 /안영 △요양원에 가실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려 본다. 목이메인다. 서랍은 어머니의 기억을 고이 간직하고 있을 터. 어머니의 기억 창고인 서랍. 서랍 속에는 오빠가 있고, 언니의 꽃무늬 팬티가 있었다. 빈 서랍을 가득 채운 아버지의 청춘이 고스란히 있었기에 옛사랑을 꺼내어 보는 슬픔과 그리움이 있는 공간. 오방색이 어머니 생각이다. 서너 뼘 되는 서랍이지만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기억을 담고 있다. 수수만 년을 비단 천으로 싸고 또 싼 슬프디슬픈 어머니의 등 굽은 뒷모습이 보인다. 슬프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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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3 18:52

[새 아침을 여는 시] 시비(詩碑)가 시비(是非)가 되자

김해강 시비가 파헤쳐져 산골로 던져졌다 28년 동안 덕진공원에서 살았던 시비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 정수리에서 태양을 섬기던 삼족오는 쇠망치를 맞고 사라진지 오래고 깊게 새겨진 「금강의 달」도 어둠이 되었다 금간 시비는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운구에 실려 곡비도 없이 낯선 길을 갔다 기림을 받던 시인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가 역사의 입을 벌려 무엇을 듣는가 저만치 상투 틀고 감발한 동학장군이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너무도 많이 불러 남의 이름이 된 내 이름이 누구인가 부르고 있다 --------------------------------------------- △시비 때문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졌던 시비 옆에 어느 날인가는 단죄비도 세워졌다. 시비 곁을 일부러 에돌아서 지나다니는 동안 속담에 업어다 난장 맞힌다는 말이 딱 덜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해강 시인의 시비는 시빗거리 없는 산골 마을에서 소쩍새 울음소리에 삭아갈 것이다. 힘없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은 언제든 시비조로 조롱받을 일에 쌔고 쌔게 휘말릴 것이다. 거친 역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후배들을 보는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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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새 아침을 여는 시] 자연을 사랑하자

전근표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 자신을 죽이고 천추의 한을 남긴다. 나는 새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하나 모두가 존귀하다. 살생하지 말자 손으로 일궈 얻어지는 곡식 과일 푸성귀 직접 먹이 주고 기르는 날 짐승 길짐승 얼마나 많은가? 하늘과 땅은 알고 있다 인간이 태어난 이유를.... 우리가 어찌 공기와 물 숲의 고마움을 모를까 보냐만은 사람아 자연을 사랑하자 우리 모두 잘 난 게 하나도 없다 자연에 안겨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요즈음 모든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힘들어하고 나도 혹시나 하고 통수권자를 비롯하여 보건 업무에 종사하시는 의사, 간호원, 공무원 모두는 서로를 걱정하며 개인 자정 노력을 솔선수범하거나 불철주야 확산 방지에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에서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들이다 오히려 가을철이 지나면 더욱 나빠지리라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걱정만 하고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상응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인은 인간의 이기주의, 선진 일등주의, 무자비한 개발과 빈부 격차 비이성적 문화생활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지구의 생명력 유지 인간 후세의 행복한 삶을 지속 하는 방법은 오직 자연을 사랑하는 길뿐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우리 모두 자연을 사랑하자 자연을 사랑하자.... 2021년 10월, 귀뚜리 사랑 찾는 소리 들으며 시인 월랑 전근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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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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