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9 04:47 (금)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책과 만나는 세상

김혜원씨 '김병용 - 길 위의 풍경'

죽장망혜(竹杖芒鞋)라는 단어가 있다. 대지팡이와 짚신을 뜻하는 이 단어는 먼 길 떠날 때의 간편한 차림새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한 손으로는 대지팡이를 짚고 어깨에는 한 꾸러미의 짚신을 메고 산수를 유람했던 옛 사람들과 달리 오늘날 우리는 차(車)를 타고 카메라를 메고 여행을 떠나곤 한다. 소설가 김병용 역시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선 후, 자신이 걸은 길을 자신의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놓은 여행기가 바로〈길 위의 풍경〉이다.김병용은 〈길 위의 풍경〉첫 장에서, 길을 떠나기 전 먼저 지도를 보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지도가 순수 추상과 인간 경험의 오랜 교직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므로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자기 삶터의 전후좌우와 동서남북, 이 땅의 산과 들과 물에서 자연과 사람을 만나고 거기 스며들어 온몸으로 체득한 것들을 지리적 풍경으로 남겨 놓는다. 2005년 전북의 동남부 산악지대 1,500리를 도보 답사한 적이 있었던 그는 마이산,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 섬진강 물줄기, 지리산길, 선암사-송광사, 망해사, 고군산열도, 어청도, 가거도, 강진-해남-보길도, 장흥-벌교, 남해-통영, 덕유산길, 금강의 공주-부여, 논산-군산, 부안, 백양사-내장사, 정읍-고창 등의 길을 걸으며 그의 글에, 사진에, 몸에 지도를 새겨 놓았던 것이다. 또한 김병용은 물길, 산길, 들길, 골목길, 신작로, 철도, 고속도로 등 길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통과한 시간의 터널, 그 역사적 풍경을 〈길 위의 풍경〉에 그려 놓는다. 지리산에서는 이현상 루트를 따라 빨치산이 활동했던 일대를 탐사하고, 김헌창의 난과 망이망소이의 난이 일어났던 공주에서는 동학군의 우금치 패배를 떠올린다. 나당연합군에 맞선 계백의 5천 결사대가 죽을자리로 선택한 논산 황산벌이 왕건의 군대와 대치하다 견훤이 죽은 곳이며 6.25로 인해 남한 최대의 신병훈련소가 들어온 곳임을 말하며 역사의 짓궂음에 애석해 한다. 또한 일제에 의해 개항된 후 미군 진주와 함께 아메리카타운이 세워진 군산에서 새만금 개발을 바라보면서 20세기 한국 근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군산을 실감한다.그러나 〈길 위의 풍경〉이 다른 여행기와 차별화되는 것은 소설가 김병용이 보여 주는 문학적 풍경 때문이다. 그는 문학 기행의 목적이 바다와 산과 길과 사람들 사이에서 내 문학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따라서 〈길 위의 풍경〉 도처에는 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해남-강진-보길도 기행에서 문학의 육체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문학 작품이 작가의 육체적 노동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고 작가가 살고 있는 시공간과 정직하게 결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다산초당, 김영랑 생가, 김남주 생가, 고정희 생가, 보길도 부용동을 지나면서 황석영, 황지우 등의 문학적 성장을 지켜본 땅이 바로 이곳이었음에 숙연해 한다. 조선시대 장흥가단을 형성했던 관서별곡의 백광홍 이래 송기숙, 이청준, 한승원, 이승우 등을 배태한 장흥 천관산에서는 문학이 상호 영향 없이 저 홀로 서지 않음을 확인한다. 통영오광대로 이름난 통영에서는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화가 이중섭 등을 떠올리면서 문화 도시의 자부심에 젖는다. 또한 그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따라 남행하는 길을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가도라고 부르며, 박두규, 박남준, 이원규 시인이 살고 있는 지리산에서 〈토지〉 〈태백산맥〉 〈지리산〉 〈혼불〉과 같은 대하소설의 자취를 읽기도 한다. 더구나 이 〈길 위의 풍경〉의 미덕은 여행의 귀착지로 사람, 그리운 사람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하는 김병용의 마음의 풍경이 펼쳐진 데 있다. 먼 안데스 산지를 헤매고 다니다가 전주천으로 돌아와, 고덕산 아래 자기 사는 동네의 골목과 담벽과 대문에 미친 김병용의 사진과 단상을 보고 읽노라면 문학과 예술과 인생의 근원을 탐색하는 그의 맑고 깊은 눈빛과 시심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이 소슬한 가을날, 우리들 역시, 카메라를 들고 빈 마음에 파문을 새겨 놓을 풍경 하나를 찾아 떠도는 길손이 되고 싶은 것이다.*김혜원씨는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백제예술대와 중앙대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여 국내외에서 네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또 우석대대학원 문창과와 전북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시를 전공했다. 2010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이후 백제예술대에서 사진을, 전북대에서 현대시를 가르치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3.10.04 23:02

여행은 쉼이자 자기 성찰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몸이 가을바람의 냄새를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구름에 달 가듯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가을바람이 나보다 먼저 길을 나선다. 가을을 핑계 삼아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하고 싶다. 이런 나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갈 곳을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행가 가사처럼 '정처 없는 구름 나그네'와 같이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다. 요즘 나의 여행에 동반하는 책은『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리스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 tzakis)의 책들이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쓴 책들은 나의 여행에 영혼의 깊이를 더해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그의 책이 나의 여행 가방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나는 그의 책들 중에서 『영혼의 자서전 1, 2』(안정효 역, 열린책들)를 들고 여행에 나서곤 한다. 아마도 나도 그처럼 "평생 동안 내가 간직했던 가장 큰 욕망들 가운데 하는 여행이어서 - 미지의 나라들을 보고 만지며, 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지구를 돌면서 새로운 땅과 바다와 사람들을 보고 굶주린 듯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사물을 보고, 천천히 오랫동안 시선을 던진 다음에 눈을 감고는 그 풍요함이 저마다 조용히, 아니면 태풍처럼 내 마음 속에서 침전하다가 마침내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고운체로 길러지게 하고, 모든 기쁨과 슬픔으로부터 본체를 짜내고 싶었다."(208쪽). 크레타 섬 출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목놓아 동경한 첫 번째 여행지는 그리스 본토의 아테네였다. 그가 그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이유는 아테네에서 만날 "그리스의 공기는 정말로 신성하고, 자유는 틀림없이 여기서 탄생했으리라"(631쪽)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 섬 출신으로서 뭍에 대한 불타는 유목의 욕망과, 거기에 성장기 아버지로부터의 심한 매질 당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해방구를 갈구했을 것이다. 나의 어릴 적 꿈은 집을 나가는 것이었다. 호남평야의 끝자락에서 나고 자라면서 집 앞의 모악산에서 미륵산까지 펼쳐져 있는 산맥 너머를 동경하였다. 그 너머는 테라 인코니타, 즉 미지의 세계였고 나의 성장의 장벽이자 희망이었다. 살아온 곳을 박차고 그곳으로의 나감은 나의 삶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나를 미지의 세계로 나갈 수 없게 만든 장벽은 성장의 콤플렉스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을 주어서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해주기도 했다. 가을로 가는 길목, 지금 나의 오감을 타고 낯선 곳의 풍경들이 몰려와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카잔차키스처럼 "조급하고 탐욕스럽게 나는 지도를 훑어보았다. 어디로 깔까? 어느 대륙, 어느 바다부터 먼저 볼까? 모든 나라들이 나를 손짓해 불렀다."(209쪽). 그리고 나는 "모든 나라를 보고 즐길 시간을 넉넉히 소유"(209쪽)하고 있다. 지금 나는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여행은 낯선 곳에서 나를 바라보게 한다. 삶의 궤적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여행 중 고독함을 통하여 나의 삶에 강한 애정을 발견한다. 아마도 여행이 아름다운 것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일 게다. 오늘도 여행의 욕망을 채우려 돌아올 수 있는 만큼까지 길을 나서고 싶다. 내 몸 안의 역마살을 다스리며 만나는 여행지가 주는 '가혹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맛보고 싶다. 지금 길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삶의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1, 2』를 권하고 싶다.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는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편집위원장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전북혁신학교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골목에서 마주치다''다문화사회와 다문화교육''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등의 저서가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9.13 23:02

소재호 시인의 '헤밍웨이-노인과 바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있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선비들의 주문이다. 좀 우회해서 의역하면,사람은 마땅히 만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 얼마나 섬뜩한 주문인가. 그리고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석학들 몇이 5000권쯤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은 기억은 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현자로 널리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책이 매우 귀한 시대인데도 면앙정 송순 선생 같은 분은 그의 서가에 만 권의 책을 쌓아놓고 읽었다는 전설같은 사실도 전해진다.가령 '아는 것이 힘이다' 할 때, 아는 일은 독서에서 비롯될 것이요,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말인즉,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할 때, 그 진리도 역시 독서에서 눈떠지리라.무한량의 독서로 말미암아 우주 만유존재와 그 진리와 참 자아는 상호 관통하고 통섭(通涉)됨을 저리 이름이니 진실로 독서의 효용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아닐 것이다.그러니 오늘도 읽고 내일도 읽자.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모든 시간에 걸쳐 이 거룩한 행위에 전념하자. 일의 양도 줄이고 독서의 은택을 누리자. 많이 읽은 자는 만인을 지배케 된다. 프랑시스 베이컨 말대로 독서로서 만 가지 사상(事象)을 재량(裁量)함에 가장 현명하고 가장 슬기로울 터이다. 시의 적절한, 독서의 계절에 이르러, 필자가 의도하는 바는, 이러저러한 아무것이나 하는 독서가 아니라 기왕이면 인문학적 소양을 배가하게 하는 독서를 권하고 싶은 것이다. 자연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욱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야 마땅할 것이다. 독서는 바로 넓은 의미의 인간학을 깨우치게 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필자는 문학하는 사람이므로 권하는 책이 의당 문학책일 수밖에 없다. 고금동서의 수많은 고전이 염두에 떠오르지만, 〈노인과 바다〉는 가볍게 대하여 읽기가 수월하므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이 책은 문학성에 깊이가 있으며 철학적 아우라가 넓게 번진다. 요약하면, 한 노인 어부가 홀로 태평양 바다에 나가 88일 동안에 걸쳐 펼치는 어로 작업 일기인 셈이다. 소설이 지니는 문체, 예컨대 묘사, 설명, 대화, 서사 중에서 오직 설명과 서사만으로 문장을 유려하게 이끌어간다. 노인은 단독자로서 광활한 자연 앞에 돌올하다. 인간이 신 앞에 단독자인 점에 의미가 접목된다. 평범하게 이어가는 삶의 이야기인데, 그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전범(典範)이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실존자인데, 소설 인물을 철저히 여기에 맞춤으로 이야기는 어느덧 그대로 상징화된다. 인간이 자연을 궁구하고 천착하고 토파(討破)하여 자신에게 이롭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히려 강력하게 지배당하는 피동태인 점도 부각된다. 큰 고기를 잡아 목적하는 바를 성취하지만 귀환하면서 상어떼를 만나 다 빼앗기고 앙상한 뼈다귀만 가지고 돌아오는 말하자면 과거의 잔상에 현재가 완전히 함몰되는 꼴이다. 일체의 존재를 초월한 진공(眞空)으로의 회귀를 이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양적 허무주의가 골 깊게 사리를 튼다. 치열하게 살되, 그러나 멀리 내다보아 허무나 무상도 미리 상정해 두어야 하며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처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다독이며 참된 삶을 영위하자는 의미도 읽혀지는 것이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있다. "인생은 진실로 허무하다. 인간은 무상한 존재이다. 그러나 머물러 있으라. 자신을 펄펄 나부끼며 치열하게 살아라. 운명의 신이 그대의 생을 거두어 모닥불에 던지기까지는." 이 소설은, 철학을 들여다 보고자 하면 철학이 보이고, 그냥 문예의 글로 머물러 있으려 하면 그렇게 독해된다. 사실 어떤 책이든 읽는 자가 책 속에서 어떤 가치를 캐낼 것인가는 순전히 자신의 몫인 것이다.※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 시학'으로 등단. 완산고 교장전북문인협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석정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9.06 23:02

김영배 전북민예총회장의 '김흥호 사색 시리즈 10권'

나를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교수의 현란한 언술에 대항하고, 막걸리 탁자에 마주앉아 형이상학적 단어들과 저명한 외국 사상가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던 선배와 동기들을 제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나의 말발이나 내공이 턱없이 부족함을 깨닫는 순간 정신적 철학적 빈곤감에서 탈출하고픈 강한 지식욕이 전신을 자극하였다. 지식과 논리로 무장하기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했다. 굳은 결심으로 캠퍼스내 나무의자에서 외판하는 아줌마로 부터 12권짜리 세계사상전집을 할부 구매하였다.그 당시 제법 큰돈을 들여 장만을 했으나 초기의 의욕과는 달리 읽을수록 난해하고 재미가 없어 대충 넘기다가 '내가 누구인가?' 라는 화두에 걸려 독서보다는 야단법석에 술자리를 깔고 말았다.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기는커녕 변변히 정독하지도 못한채 결국은 책꽂이 장식용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그러면서 세월은 무심히 흘러 군대가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통속하게 살다보니 진지하게 몸과 마음을 가라앉혀 내 인생과 자신에 대해 깊게 성찰하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삶의 세찬 회오리 바람이 나에게 불어왔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들떠있던 인생이 바닥으로 차분히 내려 앉아 자신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요구하고 있었다.20대 초반에서 다시 20년이 더해지던 때에 다시 한번 나를 찾으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때 만난 김흥호 교수는 '사색'을 통해 미완성의 인간으로서 오로지 정의와 분노와 좌절로 청년기를 보낸 내 자신에게 부끄러움과 동시에 짜릿한 충격을 주었다. 1919년 태어나 이화여대 인문학 교수로 정년퇴임하고 감리교 신학대학교수로 계시다가 작년 12월 5일 타계한 김 교수는 35세 때 주역을 읽다가 견성한 도인이자 동양적 기독교 목사로 유명하다. 다산 유영모의 제자로 스승의 도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켜 스승을 뛰어 넘는 또 다른 경지를 이룬, 동양 유불선의 사상을 넘나들던 김 교수의 저서는 역사의식과 내적인 성찰이 가볍다고 자각하는 이시대의 선량들과 이해관계에 눈먼 힘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종교와 이념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맹목적 이분법 논리에 사로잡힌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된다.이 책은 1970년부터 12년간 발행한 김흥호의 개인 월간지 '사색'에 게재했던 글들을 모은 시리즈로 10권으로 되어 있다. 1권은 사물의 실상을 그린 수상과 일기 일부 그리고 현대 사조의 특징과 간단한 종교적 단편을 수록한 '생각없는 생각', 2~3권은 '인물중심의 철학사'로 고대중세근대 합리론에 속하는 철인들의 생애와 근대 경험론과 현대 자유진영에 속하는 철인들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4권은 '철인들의 작품'으로 플라톤, 스피노자, 칸트, 니체, 하이데거의 평이한 형이상학 해설이며 5권은 '실존들의 모습'으로 키에르케고오르, 야스퍼스, 니체, 하이데거의 생애와 사상을 이야기 한다. '철학속의 문학'이란 제목의 6권은 도스토예프스키, 릴케등 문학 사상가의 생애와 사상, 7권 '길을 찾은 사람들'은 한국, 중국, 인도의 동양 철인들의 생애와 사상을 얘기한다. 노자와 장자, 무문관, 대학, 중용을 거침없이 넘나들며 해석하는 8권'老.莊 사상과 무문관 해설'은 압권이다. 9권 '벽암록의 향기'에서는 불교 경전의 하나이며 선종 최대의 전수인 벽암록을 작가의 내공으로 해석하며, 마지막 10권 '제소리'는 존경을 넘어 합일 일체의 지극으로 모셨던 스승 다산 유영모 선생의 말씀과 글월을 해설한 내용이다.저자는 사람이 자기의 마음을 맑히는 길은 생각하는 길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생각할 때 내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나는 선생이라 생각한다. 선생이란 나를 초월한 존재다. 그것은 인생이 자기를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초월하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인생을 보고 싶거든 선생을 보라. 선생을 보는 것이 인생을 보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선생을 알라는 말이다. 선생을 아는 것이 자기를 아는 것이요, 선생을 가지는 것이 자기를 가지는 것이요, 선생을 보는 것이 자기를 보는 것이다. 내가 내가 아니다. 선생이 나다. 나의 본체는 선생이요, 나의 진면목은 선생의 모습이다. 키케르케고오르가 영원히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은, 오직 한마디 너는 절망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한마디뿐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수 많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절망에 신음하고 있다. 왜냐하면 선생을 가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자기를 못 가졌기 때문이다. 절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한가지 자기를 찾는 것이다. 선생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생명에는 죽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선생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선생을 따르지 않으면 인생은 없다.무더위가 요란히도 기승을 부렸던 올여름, 촛불이다, 취업난이다 하는 힘든 시절 이지만 이러한 맑은 선지식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문제는 해답이 있어서 풀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성숙해져서 문제 자체가 문제되지 않을 때 비로소 풀린다'라는 한줄의 글귀가 오늘도 세상을 힘겹게 사는 나에게는 청량한 활력소 이다.※김영배씨는 전주효문여중 교장(직무대리)천년전주사랑모임 이사장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상임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전북민예총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8.30 23:02

김판용 시인의 '여름에 만나는 서늘한 장자(莊子)'

방학의 마지막 사흘을 해남의 미황사에서 보냈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을 표방한 이 사찰은 갈 때마다 불사로 모습이 새롭다. 처음 찾았을 때 대웅전과 요사채만 있었던 것이 점차 변모하여 당우(堂宇)들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지금도 불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멀어서 그렇지 위치 또한 절묘하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만큼 땅끝마을을 표방한다. 여기에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해발 500여 미터의 달마산은 높이에 비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암괴석으로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능선은 그래서 미답의 공간이다. 또 응진전에서 바라보는 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노란 색의 세 가지을 지닌 미황사의 제1경이 바로 낙조다. 미황사는 휴가의 끝자락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비용이 결코 저렴한 게 아니다. '나를 찾는 수행' 같은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50만원을 내야한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일까?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보살님 말로는 이른 바 '힐링' 바람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서 이곳까지 오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진정 치유가 될까?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에서 잠시 피신해 있는 쪽과 또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치유란 무엇일까? 아니 그 치유라는 게 일상을 살아가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 가당한 것인지 의문도 들었다. 필자는 올해부터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른 바 인문고전 100권 프로젝트다. 다시 살아야 할 날들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문고전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그중 한권인 〈장자(莊子)〉를 이 여름에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간서치(看書痴) 이덕무가 말한 "오직 책 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추위도 더위도 주림도 아픈 줄도 아주 몰랐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장자는 지금부터 2300여 년 전의 사람이다. 그 시대의 사람과 교감이라니 일단 신나고 신기한 일이다. 전국시대 사람인 그는 한 때 옻나무 밭을 관리하는 칠원리(漆園吏)를 지내기도 하였으나, 명리를 쫓는 일이 덧없음을 알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응하며 살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그가 지은 〈장자〉는 빼어난 상상력과 탁월한 어휘 선택, 그리고 웅장하면서도 월등한 기개를 담고 있다. 또 문장마다 우의(友誼)가 풍부하여 생동적이면서 사변성이 아주 강하다.〈장자〉는 진정으로 자유에 이르는 길을 담은 '소요유(逍遙遊)', 만물이 나와 하나임을 밝히는 '제물론(齊物論)', 그리고 욕망을 벗고 지극한 즐거움에 이르는 '양생경(養生經)',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외화(外化)하되 본질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간세(人間世)', 그리고 대도는 어떤 거리낌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논대도(論大道)와 천하는 관리할 수 없으니 그대로 둬야 한다는 '정치관(政治觀)' 등 총 6장으로 이뤄졌다. 위에서 간술한 내용은 그야말로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장자〉에는 어려운 사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우화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장자〉는 철학서이자 위대한 문학 작품이다. 곤붕의 비상이나 장주지몽, 조삼모사, 정저지와, 포정해우 등의 우화들을 읽다보면 재미는 물론 새로운 깨달음으로 마치 송곳으로 머리를 쪼는 것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니 더위를 느낄 짬이 없는 것이다.진정한 힐링이란 잠시 휴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찾고, 또 조용한 산사를 찾아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치유의 길이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은 잠시의 도피일 뿐이다. 〈장자〉는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평화로 진정한 치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책인 것이다. ※김판용 시인은 1991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했다. '꽃들에게 길을 묻다'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고창 흥덕중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이다.

  • 주말
  • 기고
  • 2013.08.23 23:02

마당 문화저널 8월호 300호 출간

(사)마당(이사장 정웅기)이 발행하는 문화저널이 8월호로 통권 300호를 맞았다. 1987년 11월 지역의 문화예술계학계언론계 사람들이 십시일반 창간했던 '문화저널'은 전라도의 역사와 인물사상을 뼈대로 각종 문화프로그램과 그 전망을 촘촘히 보고해왔던 지역 문화의 산실이자 역사로 평가받는다. 매월 발행되는 그 달의 잡지를 통해 전북 문화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두툼하게 묶인 영인본을 통해 잊혀진 과거의 문화를 새기면서 되살릴 문화를 톺아볼 수 있었다.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발간된 이번호에는 창간호부터 300호까지 문화저널이 담아온 지역의 문화 이슈와 기억들을 되짚었다. 옛 기사로 살펴보는 전북의 문화정책, 수요포럼 등 이미 사라진 담론의 대열 속에서 여전히 재생산돼야 할 가치와 현재 도내 문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다. 지난달 열린 '126회 마당수요포럼'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것. 지역 문화계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비평과 담론이 사라진 전북의 문화판을 진단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300호에는 초창기 '문화저널'을 꾸려온 윤덕향 호남문화재연구원장의 추억담도 선보인다. 윤 원장은 격려의 말과 함께 '손 내밀어 같이 가는 길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또 '아름다운 당신'에서는 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며 활동하고 있는 평화활동가 이종화씨도 소개됐다. 가장 소중히 여기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강정으로 주소지까지 바꿔가며 신념을 관철시키는 그의 열정을 만나볼 수 있다. 강지이 영화감독이 개관 4주년을 맞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발전 방향을 담은 이야기를 전하고, 문화저널 옛 필진들에게 추천 받은 여름에 읽기 좋은 책도 함께 소개된다.

  • 주말
  • 김정엽
  • 2013.08.02 23:02

김민중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에이즈의 법률학'

맙소사, 책의 주제가 '에이즈'였다. 김민중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2)가 펴낸 '에이즈의 법률학'(신론사)은 후천성 면역 결핍증인 '에이즈' 감염으로 인한 '고통의 먹이사슬'을 최소화하고자 법률적 문제를 검토한 지침서에 가깝다. 김 교수는 "에이즈와 관련한 법적 쟁점은 이 책에 다 담기 버거울 정도지만 이를 다룬 저서가 전무했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에이즈 감염을 주제로 법률적 논의를 시도한 것"이라면서 "에이즈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과 기본적인 지식, 국내·외 현황 등도 다뤘다"고 덧붙였다. 저자가 에이즈 감염으로 인해 검토돼야 할 법 영역이 방해하다고 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에이즈 감염으로 의료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비밀의 보호가 헌법에 속하고, 에이즈와 관련한 여러 종류의 책임이 민법에 들어간다고 했다. 결국 '기업이 에이즈 감염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거절하거나 혹은 해고·휴직 처분 등 불리한 대우가 가능할까'부터 '에이즈 감염 여성이 임신·출산 권리가 있느냐'까지 에이즈 감염자를 둘러싼 권리와 책임의 경계가 교묘하게 엉켜 있는 문제에 대해 나름의 화두를 던진 책.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한결 수그러든다.

  • 주말
  • 기고
  • 2013.07.26 23:02

이운룡 시집 '어안을 읽다'

카메라 앵글이 180도 이상으로 촬영할 수 있게 설계된 특수 렌즈를 '어안(魚眼)렌즈'라고 한다. 물고기가 물을 통해서 밖을 볼 때 넓은 시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산 이운룡 시인(전북문학관장)이 그'어안(魚眼)'에 주목했다. 그가 7년만에 낸 시집 제목이'어안을 읽다'다(이랑과 이삭). 50년 오랜 지기인 이향아 시인은 시집에 실린 87편의 시들 중에서 '어안을 읽다'를 제목으로 특별히 추켜든 이유를 이렇게 짐작했다. '이운룡 시인은 종래의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듯이 상식적인 시각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가 보다. 오랫동안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는 차라리 흐리멍덩한 어안으로 읽어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투시하는 대신 눈이 보여주는 상식과는 이별하고 싶어 하나 보다'고.시인 자신은 시집 출판 이전에 이미 이 제목을 정해놓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구입한 한지 백지책자에 '어안을 읽다'를 육필로 써놓았단다. "물고기는 살아서 또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곧 실재와 현실 너머의 세계를 '어안'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자각의식으로 이해하여도 좋으리라"고 시집 머리말에서 밝혔다.시인은 요즘 자신의 삶과 문학생활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 내키는 대로 따를 뿐 별다른 감정이 없이 담담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2011년과 2012년 두 가지 수술을 받고 난 이후 기억력이 많이 쇠퇴했고, 체력도 허약해져 언제까지 볼펜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시집 발간도 7순 기념으로 2006년 낸'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이후 지금까지 쓴 시들을 여력이 있을 때 정리하려고 했단다.시인의 이런 겸양과 달리 시의 골격과 구조에서 일관된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이향아 시인은 평했다. 특히 '지구촌 안개지역' 시와 관련, "시인의 어조는 고발하는 자의 격앙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과를 거친 다음의 우아하고도 유려한 색채를 띠고 있다"며, 특히 "순응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운룡 시인의 모습에서 유정한 세월의 그림자를 쓸쓸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설명했다.'하늘건반''가을의 불륜''달빛 깨물다''새의 주검''소리바다''하늘의 비수''대지가 점령당했다''뜨거운 그늘''혈맥지도''설산 자화상''겨울 속의 봄''아름다운 눈물''통풍구는 좁을수록 좋다' 등의 시제가 보여주듯, 노 시인의 상상력과 역설이 담긴 속깊은 시들을 마주할 수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7.26 23:02

이춘구 KBS기자 '지리산 빨치산의 참회록~' 편역

한국전쟁을 전후해 활동했던 '지리산 빨치산'은 우리 민족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지리산 빨치산들의 생활과 활동상은 소설로 그려지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경남 산청군에 '지리산 빨치산 토벌전시관'까지 세워질 만큼 지신산 빨치산은 한국현대사에 큰 반향을 일으킨 아픈 역사다.완주 출신의 KBS 이춘구기자가 정전 60년을 맞아 전향 빨치산의 문집'지리산 빨치산의 참회록 : 어머니, 고향 그리고 조국'을 펴냈다(이지출판). 북한의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뒤 광주포로수용소에서 전향한 포로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포로들은 당시 광주수용소에서 '참회록''상아탑''희망' 등의 문집을 냈으며, 이 문집들이 다시 엮어 이번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편저자는 1980년대 후반 전북경찰청 김영진 총경으로부터 문집을 입수했으며, 김 총경은 1950년대초 광주포로수용소에서 빨치산 전향 교육을 담당했던 인물이다.'어머니''고향''님''조국' 등 4부로 나누어 구성된 문집은 빨치산의 생생한 고백과 참회, 전쟁기록, 포로생활, 전향과정 등에 관한 시와 수필, 논문 등 100여편이 수록됐다. 작품들은 대개 1952년에 쓰였으며, 필자 이름은 생략됐다. 작품에 따라 이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자를 밝히지 않았다는 게 편저자의 설명이다. 필자들은 지리산에 인접한 전라도을 비롯해 서울, 충청, 경상, 북한 등 전국에 걸쳐 있다.책 발간을 주도한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은 "인간으로서 가장 극단적인 체험을 한 빨치산들의 참된 고백과 순수한 영혼, 따뜻한 정감, 뜨겁지만 잔잔한 사랑, 빛나는 이성이 어우러진 한국전쟁 최고의 문학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발간사에서 밝혔다.편저자는 "해방전후사를 비롯해 625전쟁과 빨치산 등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연구가 가일층 전개되고, 전향 빨치산의 뜻과 같이 한민족이 모두 함께 백두산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를 기원한다"고 책 발간에 부쳤다.

  • 주말
  • 김원용
  • 2013.07.19 23:02

이형구 시집 '갯바람은 여전히 독공 중'

이형구 시인(58)은 2년 간의 지긋지긋한 퇴고를 마친 뒤 두 번째 시집 '갯바람은 여전히 독공 중'(신아출판사)을 내면서 "애썼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시를 쓴다고 하기엔 스스로 아직 쑥스러운 탓인지 "출간 소감 같은 건 묻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법원 공무원으로 평생 법을 공부해온 터라 시는 날 것 그대로지만, 시심을 향한 체온은 뜨겁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은 그의 시를 두고 '현실의 아픔과 직조되는 서정적 무늬'라고 평가했다. 2001년 '공무원문학' 등단 이래 초지일관해온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한 것일 게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때론 세상은 상처로 가득 차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소통방식으로 시의 가능성을 탐구한 그는 그러나 "시적 형상화가 뒷받침돼야 하는 시쓰기가 고행(苦行)이었다"면서 "두 번, 세 번 고치고 나서야 손을 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1부 '갯바람은 독공 중', 2부 '이놈들에게 햇살 좋은 날을', 3부 '나 아니 너', 4부 '그리움은 끝내'로 이어지는 시 전반에는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 "농사나 짓고 살자"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배움의 길로 나가길 원했고 응원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깔려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삼형제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얼굴 없는 천사로 살아가는 연유이기도 하다.순창 출생인 시인은 시집'곁에 두고 싶은 사랑'(2008)을 펴냈으며, 전북대우석대에 출강하면서 '월간 지평선'에 법률 칼럼도 쓰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7.05 23:02

김정웅 '낭송문학과 발성법'·시집 '아내에게' 펴내

'낭송원고(대사시)문을 정확히 외워서 술술 소리를 내야 한다. 낭송대사를 정확히 외워야만 발성하는데 중심을 가지고 정확한 소리로 무난히 기교를 부릴 수 있다. 청탁희로애락화음강약을 조화시켜야 한다'고창문인협회장인 김정웅 원로 시인(75)이 시 낭송 등의 성공적인 요소로 꼽은 3가지다. 20여권의 시집을 낸 김 시인이 낭송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일반의 관심을 넓히기 위해'낭송문학과 발성법'을 냈다(을지출판사)."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낭송문학 모임이나 강좌를 개설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의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낮고 부족한 실정입니다. 낭송문학의 참된 의미와 가치, 올바른 방법과 낭송 때의 태도 및 제스처, 적합한 시기와 장소, 청중과의 관계, 적합한 문학 작품과 장르적 특성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자는 '불꽃 튀는 문화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선진문화, 새로운 언어, 새로운 낭송문학을 활성화 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김 시인은 낭송 관련 책과 함께 새 시집 '아내에게'를 펴냈다. 시인의 22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서문에 "6남매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기 위해 헐벗고 굶주리며 남의 집 삯바느질 등 간난신고 끝에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아내에게 바치는 시집이다"고 밝혔다.

  • 주말
  • 김원용
  • 2013.06.28 23:02

김사은 '그리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내달 11일 교보 저자와의 대화

그러니까 지난 21일, 막 나온 따끈따끈한 수필집'그리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이룸나무)를 들고 수필가 김사은씨(48원음방송 PD)가 릴레이 북 토크쇼를 열었다. 천편일률적인 출판기념회 대신에 주인공이 직접 사회를 보는 북 토크쇼를 감행한 것은 새삼 오랜 시간 함께해준 사람들과 조촐하게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초등학생 출연자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노래와 웃음으로 가득 채워진 토크쇼에서는 아주 작은 일상들이 전하는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이처럼 그의 매력엔 묘한 구석이 있다. 읽기에 부담 없는, 명랑하고 경쾌한 글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읽고난 뒤 짠한 그러나 따뜻한 울림이 있는, 너무 가볍지 않은 책을 이야기할 때도 꺼내들 수 있다. 언뜻 앞뒤가 안 맞는 듯싶지만, 그 묘하다는 매력은 가령 이런 식이다.눈이 '겁나게' 많이 오던 날 간만에 시내버스를 탄 필자가 순식간에 스캔한 풍경. 아무리 늦게 타는 승객에게 짜증 한 번 안내며 "허허 살다본께 이런 날도 있네요이~ 맨날 나 혼자 외롭게 댕겼는디"라고 너스레를 떨다가 버스가 늦었다고 온갖 투정을 다 부리는 승객에게 "긍께요. 나는 안 빼먹고 잘 댕기는디, 앞차가 급한 일이 있는가 보네요이"라고 느릿하게 답변하는 장면을 읽노라면 슬며시 웃음이 번진다. '내게 있어 숨쉬기가 운동의 전부다'로 시작되는 글'순창에서 '킹콩을 들다' 주인공을 만나다'에선 방송국 PD로서 2000년 전국 체전에서 14개 금메달을 휩쓴 순창고 역도부의 맵고 깊은 맛을 추적하고, '촌것, 촌년, 촌스러운' 것을 기꺼이 사랑하는 작가가 촌놈이어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촌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양념으로 넣어 제작하게 된 '라디오 마당놀이-대한민국 촌놈'의 앞뒤 사연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김남곤 시인이 왜 "쉼 없는 여성"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다.마치 먼 데의 풍경을 눈 앞에 끌어다 놓듯이 재현하는 생생한 묘사와 장난기 가득한 위트,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씩 끄집어내는 그의 매력이 파릇하게 담긴 책. 스스로 "촌년 서울 진출"이라고 수줍게 말했으나 서울에서 저자와의 대화까지 잡혔다. 7월11일 오후 7시30분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아카데미다. 가족과 친구애청자와 교감을 나누며 짜낸 그의 글을 가슴으로 읽다 보면 조금씩 체온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주말
  • 이화정
  • 2013.06.28 23:02

김형석 목사 '기적을 이루는 사람들'

대한민국 사람 누구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북한 땅. 그곳에서 목숨 걸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이가 그레이스교회의 김형석 목사다. 김 목사는 1995년 대홍수로 전염병이 발생해 위험에 처한 북한에 10만 명분의 의약품을 3일 만에 마련하며 북한 사역자로 나선다. 당시 총신대 교수였던 저자는 교수직을 포기하고 한민족복지재단을 설립, 사무총장을 맡아 통일선교에 앞장서게 된다. 이후 북한 어린이 돕기에 앞장서면서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고뇌하지만, 끝내 평양 한복판에서 기도와 찬송이 울려퍼지는 기적 같은 순간을 연출한다. 그가 통일선교 활동의 이면을 담은 '기적을 이루는 사람들'을 펴냈다(중앙 북스).한민족복지재단을 이끌면서 인도적 지원과 남북협력 사업을 주도해온 대북 전문가의 현장 기록과 살아있는 지혜가 담겼으며, 고독한 투쟁을 다룬 감동 실화다. 저자가 민간 차원에서 북한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해 삶의 기본인 먹거리에서 의료 장비와 같은 기술적인 지원까지 다양한 도움을 준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저자는 북한과 접촉하면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인내를 요구한다고 했다. 남북화해의 기반은 아주 작은 실천 즉,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간단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3.06.21 23:02

전주용왕제 역사적 고증 집대성

(사)전북전통문화연구소(소장 이동호)가 전주용왕제 복원 10주년을 맞아 '전주용왕제 연구'(민속원)를 펴냈다. 송화섭 전주대 교수를 주축으로 구성된 전주용왕제 연구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2009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사업'에 선정되면서 책 출간에 탄력을 받았다. 아무 책이나 내놓지 않는다는 민속원이 연구진만 보고도 책 출간을 선뜻 응낙했을 만큼 짱짱하다. 서영대(인하대 교수) 이용범(안동대 교수) 장장식(국립민속박물관 전문위원) 강영경(숙명여대 강사) 홍태한(중앙대 대우 교수) 김창환(전북대 교수) 김경미(군산대 강사)씨가 발품 팔아 쓴 논문들을 기꺼이 내주었다. 송화섭 교수는 전주용왕제의 근간이 고려시대 기우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려 이규보의 '전주용왕기우 제문'과 조선 전기 서거정의 시'제향시영', 조선 후기 김중정의 문집 '운계만고'의 기록을 참고할 때 전주용왕제가 1000년을 이어온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것. 실제로 고려시대에는 연못 아래 물이 샘솟아 백두산 천지와 같이 물이 마르지 않는 덕진연못을 하늘의 못으로 여겨 용궁각을 세워 덕진용왕을 모시고 신당을 지키는 보살 '용화부인'이 매년 4월 초파일 전후로 용왕제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중단된 전주용왕제를 10년 째 이어오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이동호 전주용왕제 제전위원장은 "무당들이 주관하는 굿을 한국문화의 원형질이요, 그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는 훌륭한 예술"이라고 주창했고, 송 교수도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필요할 때가 아니면 양자에게서 모두 버림받다시피 하면서 극심한 시대의 박대를 이겨온 무속인들의 공로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사료를 통해 본 전주용왕제'(서영대),'전주용왕제의 역사적 변화와 특징'(이용범), '전주용왕제의 '의례화와 방향성'(장장식), '전주 지역사와 전주용왕제의 성격'(강영경), '호남지방의 용왕제'(홍태한), '전주 덕진연못의 역사와 민속'(송화섭), '전주 덕진연못의 식물상과 식생'(김창환), '1930년대 전주 덕진연못의 단오물맞이'(송화섭 김경미)가 실렸다. 더욱이 전주용왕제 복원 10년의 역사가 사진으로 남겨진 것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부록에 실린 생생한 기록은 사진작가 김경곤 박영일씨 덕분. 박씨가 덕진공원 앞 운영하던 여관 옥상에 올라가 담아온 사진은 책의 표지에 실렸고, 설경은 가운데 사진으로 쓰였다. '전주용왕제 연구' 출판기념회는 14일 오후 7시 전주백송회관 3층에서 열린다.

  • 주말
  • 이화정
  • 2013.06.1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