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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06) 6장 해상강국(海上强國) ②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예, 있습니다.”

하면서 손을 든 장수가 있다. 수군항의 선단장(船團將)인 나솔 문자성. 손을 들고 계백을 응시하고 있다. 청 안에는 한산성과 수군항의 지휘관 30여명이 둘러앉아 있는 것이다.

밤 술시(8시) 무렵, 마당에는 장작더미에 불을 질러서 청 안까지 환해졌다. 계백이 문자성에게 다시 물었다.

“시인한다니 반역을 시인한다는 것인가?”

문자성은 국창의 일파로 분류된 인간이다. 도성의 왕비에게 보낸 밀서에 제 이름도 써놓고 수결(手決)을 했다. 그때 문자성이 계백을 똑바로 보았다.

“말씀하신 반역도의 수장(首將)은 바로 왕비이십니다. 그러나 여러 번 이 사실이 대왕께 보고 되었지만 선왕(先王)시대부터 조치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왕의 묵인으로 여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계백은 듣기만 했고 문자성의 말이 이어졌다.

“소장은 대왕께 반역했습니다. 따라서 대왕 앞에서 죄를 심판받고 싶습니다.”

그때 계백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교활한 놈. 대왕 앞에 설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려는 수작이구나.”

그순간 계백이 번쩍 손을 들었다.

“쳐라!”

그때다. 마당쪽에서 밧발같은 화살이 날아와 수군항 장수 다섯명의 몸에 꽂혔다.

미리 궁수들에게 표적을 알려준 터라 실수가 없다. 마당 건너편 담장 위에 상반신을 내놓은 궁수 20여명이 쏜 것이다.

거리는 30보 미만이었으니 단 한발도 빗나가지 않았다. 주연 좌석이 술렁거렸다가 곧 잠잠해졌다. 그때 화청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이 더러운 놈들의 시체를 치워라!”

그러자 청 안채에서 군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시체들을 떠메고 내려갔다. 다시 청 안이 조용해졌을 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대왕께는 내가 따로 말씀 올리겠다. 수군항의 역적 무리는 이것으로 소탕한 셈으로 치겠다.”

계백의 시선이 수군항의 남은 장수들에게 옮겨졌다.

“너희들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을 것 아닌가? 방관은 동조보다 더 비겁하고 나쁘다.”

계백의 목소리가 엄격해졌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국창의 반역에 가담한 무리만 제외하고 내가 사면을 해줄 테니 그것을 대왕에 대한 충성으로 보답하라.”

남은 수군항 장수들이 머리를 숙였고 윤진이 대표하듯이 말했다.

“덕솔께서 수군항을 정화시키셨습니다. 이제는 마음 놓고 육지의 군사들과 함께 해적을 격멸시킬 수 있습니다.”

주연이 끝난 후에 청 안에는 계백화 화청, 육기천과 윤진, 백용문 등 한산성과 수군항의 주요 지휘관만 남았다.

“덕솔, 수군항의 장졸이 뒤숭숭 할 것입니다, 하룻밤에 지휘관 다섯이 떼죽음을 당한 데다 지난번에는 국창 이하 지휘관 여섯이 몰사했지 않습니까?”

윤진이 말을 이었다.

“남은 장졸을 위무시켜 주셔야 됩니다.”

윤진은 35세. 10여년간 전장을 누빈 무장이다. 수군항의 수병장(水兵將)으로 배속받은 것은 3년전. 그동안 전선을 타고 바다 건너 담로까지 여러 번 다녀왔다고 했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기강이 풀린 군대를 위무해준답시고 어루만지면 더 느슨해지는 법. 이번에 전 선단을 이끌고 해상 순찰을 나가도록 하지.”

계백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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