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요하를 건넌 당(唐)의 대군은 요동성을 함락시켰다. 수 양제가 함락시키지 못했던 요동성이다. 이번에는 당군의 기세가 맹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요동성 수비군이 방심했던 것이 함락의 원인이었다. 수 양제는 1백만이 넘는 대군을 지휘하여 요동성을 석달 이상 공략했다가 결국 패퇴했던 것이다. 요동성은 성벽 높이가 30자(9m)에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서 포차의 돌에 맞아도 부서지지 않았고 구름사다리인 ‘운제’가 소용이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요동성주는 당군의 기만술에 속아 성밖으로 공격해 나왔다가 성문이 닫치기도 전에 당군이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어이없이 함락을 당했다. 요동성 옆의 백암성까지 함락당했을 때 당군의 사기는 충천했고 고구려군은 당황했다.
“적을 가볍게 본 결과가 이것이다.”
연개소문이 진막 안에서 말했다. 저녁 술시(8시) 무렵, 이곳은 요동성에서 1백여리 떨어진 황무지, 려·제의 기마군 10만이 주둔하고 있는 터라 황무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연개소문이 모여 앉은 1백여명의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요동성주가 수성(守城)만 했다면 1년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모두 말이 없다. 맞는 말이다. 요동성 안에는 7만 가까운 병사가 있었던 것이다. 7만으로 1백만의 공격도 막아낼 수가 있다. 이세민은 10만의 병력으로 요동성을 공격 시켰다가 사흘안에 함락시켰다. 난공불락의 성이 아니더라도 성을 함락시키려면 최소한으로 수비군의 3배 이상의 병력을 가져야 가능한 것이다. 이세민이 30만을 다 풀었어도 요동성은 견딜 수가 있었다. 그때 이번에 부장군(副將軍)으로 참전한 남부대인이며 막리지인 양성덕이 말했다.
“안시성(安市城)이 당군의 진로(進路)에 있습니다. 안시성에서 당군을 저지시키면 됩니다.”
연개소문이 머리를 들었다.
“그렇다. 이세민을 그곳에서 막고 우리는 우회해서 장안성을 친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이 건무의 처단에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사내는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다. 막리지인 연정토가 말을 이었다.
“지난번 왕의 부름을 받고도 오지 않았습니다. 대막리지 전하.”
“그놈이 건무의 측근이었지.”
쓴웃음을 지은 연개소문의 시선이 계백을 스치고 지났다가 돌아왔다.
“은솔, 그대가 가 주겠는가?”
“어디로 말씀입니까?”
“안시성으로 가주게.”
“가지요.”
대번에 승낙한 계백이 말을 이었다.
“지원군으로 가서 싸우겠습니다.”
“그대는 백제군 사령관이야. 양만춘의 휘하에서 지원군 역할은 맞지 않는다.”
연개소문이 엄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대는 독전군(督戰軍) 사령으로 임명할테니 백제군을 이끌고 가서 양만춘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감독하라.”
“예, 대막리지.”
기막힌 용인술이다. 양만춘은 고구려군 장수가 독전군으로 온다면 반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맹군인 백제군 장수가 기마군 5천을 이끌고 독원군 역할로 와서 독전을 한다면 부담이 없을 것이다. 연개소문이 말을 이었다.
“내가 양만춘을 알아. 그놈은 고구려를 배신할 놈은 아니야. 그대와 손발이 맞을 것이다.”
“내일 일찍 떠나지요.”
“당군을 격파하면 백제군을 이끌고 내게로 오게. 내가 장안성의 미녀를 다 모아 놓겠네.”
연개소문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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