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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56) 장 안시성(安市城) ⑫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신라는? 당군의 군량을 지원하려고 3천 냥의 마차에 군량 6만 석을 싣고 바닷가로 나가다가 백제군의 기습을 받아 군량을 다 빼앗겼다. 고구려군의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서 영토를 횡단, 바닷가로 나갔던 것이다. 신라의 도성인 금성의 대왕전 안, 선덕여왕이 근심에 덮인 얼굴로 신하들을 보았다.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황제께서 질타하실 텐데 무슨 방법이 없겠는가?”

 

“전하.”

 

상대등 비담이 나섰다. 여왕 앞에 선 비담의 시선이 옆쪽의 김춘추, 김유신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군량을 실은 마차를 빼앗긴 장수는 김유신의 부장(副將) 양천이다. 양천은 분전 끝에 전사하고 기마군 3천중 2천이 전사했다. 군량을 실은 마차는 모두 백제군에게 탈취되어 불에 태워졌다.

 

“당에 보낼 군량이 탈취되었으니 황제의 추궁이 있을 것은 당연합니다. 사신을 보내어 사죄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되옵니다.”

 

“사신을 보내란 말이오?”

 

“예, 전하.”

 

“누가 갈 것인가?”

 

“이찬 김춘추공이 가야만 합니다.”

 

비담의 말투가 강경해졌다.

 

“기마군 지원을 바랐던 당황제께 군량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시켰지 않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이찬이 가서 해명을 해야 될 것입니다.”

 

여왕의 시선이 김춘추에게 옮겨졌다.

 

“이찬, 또 가겠소?”

 

“전하, 가겠습니다.”

 

김춘추가 허리를 굽혔다가 폈다.

 

“가서 우리가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황제께 말씀을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죽은 장병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렇소.”

 

머리를 끄덕인 여왕이 다시 물었다.

 

“언제 떠나시겠소?”

 

“이틀 후에 떠나겠습니다.”

 

그때 여왕이 소리죽여 한숨을 쉬더니 머리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대왕전을 나온 김춘추가 복도로 들어섰을 때 김유신이 다가와 옆에 붙어 걷는다.

 

“대감, 또 가시겠소?”

 

김유신이 묻자 김춘추가 희미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당군은 패퇴할 것이오.”

 

“전갈이 왔습니까?”

 

“인문이가 지금 황제와 함께 안시성에 있소. 그곳에서 밀사를 보냈소.”

 

“어허.”

 

“곧 겨울이 올 텐데 안시성은 함락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요. 한 달 안에 당군은 퇴각할 것 같다고 합니다.”

 

“저런.”

 

어느덧 둘은 마당으로 나와 걷는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당군이 퇴각하기 전에 사죄사가 가야지 황제가 장안성에 입성하고 나서 논공행상을 할 때 들어가면 큰 화가 미칠 것이오.”

 

“그렇지요.”

 

김유신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그것을 비담은 아는지 모르겠소. 오직 대감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구려.”

 

“대장군께 전하와 사직을 맡기겠소.”

 

“염려하지 마시오. 내가 목숨을 걸고 전하를 지키겠소.”

 

“이번에 황제께 또 여왕 교체를 들먹일지 모르겠소.”

 

걸음을 늦춘 김춘추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비담이 전하를 해치고 왕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소. 대장군께서 지켜주시오.”

 

신라의 운명도 첩첩산중처럼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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