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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12) 11장 영주계백 8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소실이 둘 생겼다. 계백이 여색(女色)을 탐한다면 아리타, 마사시, 이또의 처첩을 당장에 10여명 내실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만 절제한 것이 둘이다. 계백은 화청과 윤진, 백용문 등 수하 중신(重臣)들에게 나머지 처첩들을 내실로 데려가도록 했다. 모두 입이 귀 밑까지 찢어져서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계백 내궁의 시녀장이 된 마사코가 주군(主君)의 처첩이 옹색하다고 불평을 했지만 대놓고 나서지는 못했다. 그날 밤에는 계백이 하루에하고 첫날밤을 보냈다. 아리타의 측실이었던 하루에는 처음에는 수줍어서 몸이 나무토막처럼 이리저리 건드리는대로 흔들리더니 곧 몸이 뜨거워지면서 매달렸다. 흐려진 눈으로 탄성을 내지르는 하루에를 보면서 계백은 문득 무상한 인생을 떠올렸다. 하루에는 아리타의 품에 안겼을 때도 이렇게 열락의 세상으로 함께 빠졌을 것이었다. 계백은 하루에를 힘껏 끌어안았다. 이것이 전시(戰時)의 인생이다. 역사가 승자의 몫인 것이나 같다. 내 품에 안겨있는 한 만족시켜 주리라. 내가 하루에를 빼앗길 때는 내가 패했을 때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다음날 아침, 하루에의 시중을 받으면서 아침을 먹던 계백이 물었다.

“네 동생 이름이 무엇이냐?”

“예, 고노라고 합니다.”

“스무살이라고 했지?”

“예, 나리.”

시선이 마주치자 하루에게 몸을 조금 비틀었다. 눈밑이 붉어졌고 얼굴은 상기되었다. 몸을 섞은 남자를 향한 교태다. 뜨거운 밤을 떠올린 하루에의 몸이 간지러워진 것이다.

“병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계백이 묻자 하루에의 두 눈이 더 반짝였다.

“예, 나리. 검술 수업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합니다.”

“데려와서 위사장을 만나라고 해라.”

“예, 나리.”

하루에의 눈에 금방 눈물이 고이더니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위사대에 뽑히면 3석의 녹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공을 세우면 녹봉이 늘어난다. 하루에의 부친이 녹봉 20석을 받는 전상자였으니 살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청에 나갔을 때 마사시성 성주가 된 윤진한테서 전령이 와 있었다. 전령이 보고했다.

“주군. 옆쪽 타카모리 영지의 중신 산요가 보낸 전령이 왔었습니다.”

백제인 전령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지난번에 마사시와 협의를 해서 카마에강(江) 북쪽 영지를 가져가기로 한 바, 군사를 보내 접수할 테니 양해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계백이 지그시 전령을 보았다. 타카모리는 마사시 영지 옆쪽으로 25만석의 영지를 가진 호족이다. 타카모리의 조상도 백제계여서 매년 백제식 제사를 지내고 조상묘도 백제식으로 꾸며서 서쪽을 향해 조성해 놓았지만 백제방과는 소원한 관계다. 마사시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영지 다툼이 많았는데 카마에강 북쪽에 있는 5천석 정도의 영지를 타카모리가 가져가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청안의 중신들이 계백을 주시했고 초조해진 전령은 입안의 침을 삼켰다.

“타카모리는 몇 대째 영주냐?”

불쑥 계백이 묻자 대답은 옆에 앉아있던 노신(老臣) 사다케가 했다. 이또의 중신이었던 사다케가 내력을 훤하게 안다.

“예, 현(現) 영주 타카모리 이에하치가 9대가 됩니다. 시조가 백제에서 넘어온 진(眞)씨 성의 진종님이셨지요.”

진씨는 한성에 도읍했던 백제시대 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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