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이쓰와성 서문(西門) 수문장 고다와가 해산물을 등에 지고 들어오는 어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제는 많이 잡았나?”
“좀 잡았소.”
어민 하나가 소리쳤다.
“풍랑이 그친 날이어서 고기떼가 많이 밀려왔소!”
“눈먼 놈들이로구만.”
고다와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오전 사시(10시)무렵, 바닷가에서 이쓰와성까지는 60리(30km)거리였으니 새벽에 길을 떠났을 것이다. 어민들은 30명쯤 되었는데 제각기 바구니에 든 고깃짐을 졌고 수레도 2대가 된다. 모두 이쓰와 시장에 내달 팔 고기들이다. 시장에서 고기와 양곡, 또는 피복이나 생필품을 바꿔야 되는 것이다. 고다와 옆에 서있던 오장 사쓰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아침에는 나뭇짐을 진 셋쓰 마을의 농민들이 들어왔습니다. 오늘 시장은 다른 때보다 장사가 잘 될 것 같습니다.”
“허, 셋쓰 마을에서도 왔어?”
셋쓰 마을은 북쪽 산지의 화전민들이다. 고다마가 힐끗 서쪽을 보았다.
“슈토님이 마쓰야 골짜기의 군사를 이끌고 마사시 영토로 간다는 소문이 났던데.”
서쪽이 마쓰야 골짜기다. 그러자 사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일어나기 전에 양곡을 사들이는 것이 주민들이지요. 비올 때 개구리처럼 전쟁 일어나는 것 첩자들보다 주민들이 먼저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몰려온단 말인가?”
“그럴지도 모르지요.”
“주군이 마사시 영지의 새 영주가 된 계백하고 전쟁을 해서 승산이 있을까?”
“내궁의 위사로 있는 사촌 다다시한테 들었는데 이번에 영지를 내놓지 않으면 곧장 슈토님을 쳐들어가게 한답니다. 계백의 군사는 몇백명 되지 않는다는군요.”
“하긴 이루카님이 우리 주군을 밀어주고 있으니까, 조금전에 산요님이 끌고 간 말떼는 이루카님께 드리는 예물이야.”
그때 활짝 열린 서문으로 다시 한무리의 상인이 들어갔다.
“다 들어왔습니다.”
하도리가 말하자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계백도 상인 행색이었지만 이제는 수레 바닥에 싣고 왔던 활과 화살통을 옆에 놓았고 손에 장검을 쥐었다. 이곳은 타카모리의 거성인 이쓰와성 안 ‘호국사’뒷마당이다. 주위에 20여명의 조장들이 둘러서 있었는데 모두 백제에서부터 계백을 따라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제각기 조별로 은신해 있다가 술시에 성문을 닫는 북소리가 울리면 일제히 기습한다. 정해진 목표를 기습하되 목표를 이루면 내성으로 집결한다. 알았느냐?”
“옛!”
조장들이 낮게 대답하더니 계백의 눈짓을 받고 일제히 흩어졌다. 모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쓰와성 안으로 잠입한 것이다. 계백은 처음부터 정공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신라의 가야성을 함락시킬 때처럼 잠입하여 수괴의 목을 베는 전법을 택한 것이다. 계백은 하도리와 함께 20명을 이끌고 직접 타카모리의 내궁을 칠 것이었다. 계백과 함께 잠입한 백제군은 250, 마사시 영지를 맡고 있는 윤진은 마사시 성에서 타카모리의 사신을 맞아야 했고 화청은 이또의 거성이었던 야마토성을 지키고 있다. 그때 상인 복장의 사내 하나가 서둘러 계백에게 다가왔다.
“주군, 마사시성에 갔던 타카모리의 사신이 돌아왔고 타카모리가 슈토에게 출동명령을 내렸습니다.”
내궁 밖에서 동정을 살피고 있던 부하다.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슈토가 마쓰야 골짜기의 대군을 이끌고 마사시로 떠났을 때 계백의 기습군은 타카모리를 치는 것이다.
“됐다. 준비해라.”
호국사는 쇼토국 태자가 건립한 절중의 하나로 뒷마당에는 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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