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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68)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4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잘 왔다.”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연자춘을 보았다. 연자춘은 9품 고덕(固德) 벼슬로 칠봉산성에서부터 계백의 휘하로 종사하다가 사비도성에 남았던 장수다. 연자춘이 청에 엎드려 계백에게 말했다.

“달솔, 다시 뵙게 되어 꿈만 같습니다.”

연자춘은 42세, 계백보다 연상이었지만 심복으로 따르던 부하다. 이곳은 계백의 거성이 되어있는 토요야마성의 청 안이다. 연자춘이 말을 이었다.

“아스카 왕궁에서 이곳까지 1천여 리 길입니다. 달솔의 영지가 8백여 리나 되었습니다.”

“모두 백제방의 직할령이야.”

“달솔께서 영주이시지요. 대영주이십니다.”

연자춘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연자춘은 의자왕이 계백에게 보낸 사신이다. 의자왕이 계백의 심복이었던 연자춘을 골라 보낸 것이다. 오후 유시(6시) 무렵, 청 안에는 계백의 중신(重臣) 노무라와 다케다, 그리고 하도리까지 셋만 둘러앉았다. 연자춘이 주위를 물리쳐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달솔,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계백은 고개만 끄덕였고 연자춘이 말을 이었다.

“신라왕 김춘추가 당왕 이치에게 사신을 보내 원병을 청하는 한편으로 신라 안의 전(全) 군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럴 때도 되었지.”

“김유신을 총사령으로 하고 대장군 품일, 흠춘을 좌우에 나누어 정병 10만을 동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기회에 당(唐)까지 멸망시켜야 될 것이다.”

“당왕 이치가 무후(武后)가 된 미랑에게 빠져있어서 정사는 미랑이 다 한다고 합니다.”

“나도 들었어.”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제야말로 백제, 고구려가 중원(中原)을 차지할 때다.”

“예, 당(唐)도 3대(代)에 끝날 것 같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연자춘이 열기 띤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그래서 대왕께서는 달솔이 정예군을 대기시켜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계백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오히려 본국이 더 가깝다. 백제방에서 본국으로 가려면 내해(內海)를 거쳐 동해로 나가야 되지만 이곳에서는 곧장 동해를 건너면 된다.”

그때 다케다가 말했다.

“배만 준비된다면 열흘에 본국에 닿을 수 있습니다. 주군.”

고개를 끄덕인 계백이 연자춘을 보았다.

“들었느냐?”

“예, 달솔.”

“이제 내 영지가 1백50여만 석, 기마군 2만에 보군 3만을 갖추게 되었다. 대왕께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달려간다고 말씀드려라.”

“예, 달솔.”

두 손으로 청을 짚은 연자춘의 눈이 더욱 번들거렸다. 물기가 번졌기 때문이다. 그때 계백이 말을 이었다.

“수(隋)가 3대 39년 만에 멸망하고 이제 당(唐)이 3대 40년도 안 되어서 멸망하는구나. 이제는 백제의 천하다.”

수는 문제(文帝) 양견에 이어서 양제(煬帝) 양광, 양유까지 3대를 거쳤지만 양제가 목메어 죽고 나서 2대째에 멸망한 것이나 같다. 그리고 당이 이연, 이세민에 이어서 당왕(唐王) 이치(李治)가 제위에 올랐지만 제 아비의 첩을 왕후로 두고 비만해서 거동을 못 하는 데다 간질병자다. 왕후 무후(武后)가 권력을 쥐었다니 곧 멸망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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