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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70)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장안성의 왕비궁 안, 똑같은 복도를 돌고 또 돌아서 환관을 세 번이나 바꾸어 마침내 도착한 곳이 무후(武后)의 거처, 안락궁이다. 김창준은 궁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오금이 붙어서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따라가기만 했다. 앞장선 이의부는 여러 번 와본 모양으로 안내역으로 새 환관이 나타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윽고 문지방 밖에 선 이의부가 궁녀의 안내를 받고 들어가더니 곧 나왔다.

“무후께서 기다리시오.”

김창준이 숨을 들이켜고 나서 이의부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호사스럽다는 표현보다 정신이 어지럽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붉은 기둥에는 황금 용이 칭칭 감겨있는 조각을 붙였고 천장, 계단 모두 황금이다. 붉은 비단이 사방에 드리웠으며 서 있는 궁녀들은 얼굴에 흰 칠을 했고 입술에 붉은 물을 들여 귀녀(鬼女) 같다. 자욱한 향내는 이곳이 지상(地上) 같지가 않다. 수십 명의 궁녀, 환관이 오갔고 서 있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한낮인데도 사방에 수백 개의 황금색 양초를 켜놓지 않았다면 귀신 세상 같았을 것이다. 이윽고 걸음을 멈춘 이의부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기 때문에 김창준이 서둘러 엎드렸다.

“마마, 신라 사신을 데려왔습니다.”

이의부가 보고하고 나서 만세를 불렀다.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엉겁결에 따라서 외친 김장준이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 순간 김창준이 숨을 들이켰다. 앞쪽 계단 위에 앉은 무후(武后)와 시선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무후는 흰 얼굴에 눈썹을 진하게 그렸고 입술은 붉은 점을 찍은 것 같다. 붉은 바탕에 황금 용이 자수로 놓여진 용포를 입고 머리에는 금으로 만든 봉황 관을 썼다. 미모다. 그러나 눈길이 얼음송곳처럼 느껴졌다. 그때 비스름한 앞쪽에 엎드린 이의부가 소리쳐 말했다.

“마마, 신라 사신이 황금 5천냥을 보낸다고 합니다.”

김창준이 숨을 들이켰다. 이곳까지 오느라고 황금 1천3백냥이 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2천냥을 만나고 나서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무후에게 5천냥을 주란 말인가? 그때 무후가 입을 열었다.

“신라에 대당군(大唐軍)을 보내달란 말이냐?”

“예, 마마.”

김창준이 서둘러 대답했을 때 무후가 지그시 시선을 주면서 물었다.

“신라에 금이 많으냐?”

“예, 많습니다. 마마.”

김창준이 얼른 대답했더니 무후의 눈빛이 강해졌다.

“내가 당군을 보낼 테니 황금 10만냥을 가져올 수 있느냐?”

“예, 마마. 백제 땅의 금화를 거두면 10만냥은 될 것입니다.”

“그럼 내가 곧 당군을 보내도록 하지.”

“마마, 성은이 망극합니다.”

“신구도행군도총관으로 소정방을 임명해서 출전시킬 것이다.”

“마마, 꼭 보은을 하겠습니다.”

“네가 김춘추 대신으로 대당군이 백제에 닿으면 금화 10만냥을 낸다는 약정서를 써놓도록 해라.”

“당장 쓰겠습니다.”

“곧 대당군이 출전할 테니 물러가라.”

“만세, 만세, 만세!”

김창준이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만세를 불렀다. 이의부와 함께 왕비전을 나온 김창준이 열에 뜬 얼굴로 물었다.

“대감, 대왕께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이의부가 빙그레 웃었다.

“무후께서 결정하시면 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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