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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72)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8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꿈틀거리면서 엉켜붙는 미사코의 몸은 뜨거운 문어 같다. 방안에는 미사코의 신음으로 가득 덮여졌다. 한 몸이 되고 난 후부터 미사코는 순하고 겁 많은 양에서 사나운 고양이가 되었다. 신음은 야성의 울부짖음 같았고 계백의 움직임에 맞춰서 대드는 것처럼 잡고 놓지 않는다. 계백도 어느덧 미사코의 뜨거운 폭풍 속으로 몸이 빨려 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온몸에서 뻗어 나오는 열기가 미사코의 몸 안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저절로 탄성이 뱉어졌다. 용암 굴이 터지고 터지다가 미사코가 마침내 온몸이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신음하더니 폭풍 속으로 흡수되었다. 그 순간 계백이 온몸을 굳히면서 미사코와 함께 떠올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계백은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미사코의 숨결에 찬 기운을 느끼고는 몸을 비틀어 누웠다. 그리고는 미사코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알몸의 미사코는 허물어지듯이 계백의 가슴에 몸을 붙인다. 땀이 배인 몸이 미끈거리고 있다. 그때 미사코가 가쁜 숨을 가누면서 물었다.

“주군, 어디로 가십니까?”

“내가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될 것 아니냐?”

계백이 미사코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넌 요부다. 미사코.”

“부끄럽습니다.”

“뭐가 부끄럽단 말이냐?”

“제 몸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나도 너 같은 몸은 처음이다.”

“좋으셨습니까?”

“요부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칭찬이다. 내가 미사코성에 오래 머물지 못할 터라 미리 이야기해놓을 것이 있다.”

계백이 정색한 얼굴로 미사코를 보았다.

“내 자식을 낳으면 계백충(忠)이라고 이름을 붙여라.”

미사코가 숨을 죽였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여아를 낳는다면 계백진(眞)이다. 알았느냐?”

“네. 주군.”

“네가 잘 키우리라고 믿는다.”

“주군, 본국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미사코가 몸을 붙이며 물었다. 두 눈이 젖어가고 있다. 계백이 다시 미사코의 알몸을 당겨 안았다. 미사코도 두 팔로 계백의 허리를 감는다.

“김춘추가 마침내 신라왕이 된 데다가 신라는 위쪽과 좌우가 막힌 독 안에 든 쥐 형국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김춘추는 결사적으로 당(唐)에 매달려 사생결단을 하는 수밖에 없다.”

“주군께서도 출진하십니까?”

“결전의 시기가 오면 가야지.”

“그것이 언제입니까?”

“김춘추가 당에 청병을 원하는 사신을 보냈다니 곧 연락이 올 것이다.”

“당왕(唐王)이 몸도 못 가누는 비만인 데다가 간질병 환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당왕이 원병을 보낼까요?”

“미장이란 요부가 왕비가 되었어. 무후(武后)가 이제는 당(唐)을 장악했다는구나.”

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말을 이었다.

“무후가 왕비가 되었기 때문에 정국(政局)이 심상치 않게 되었다.”

길게 숨을 뱉은 계백이 미사코의 몸을 바로 눕히고는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미사코, 왜에서도 백제계는 더욱 번성해야 된다.”

그때 미사코가 두 팔을 뻗어 계백의 목을 감아 안았다. 두 눈이 반짝였다.

“네 주군. 계백의 자손이 왜국에서 번성하도록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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