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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축의금 5만원은 부끄러운 손인가?

결혼축의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혼 시즌 주말이면 몇 건이 되기도 한다. 서민의 처지에서는 한 달 가계가 휘청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형편대로 냈지만 요즘은 보통 5만원, 특별하거나 가까운 관계인 경우 10만원을 내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결혼식 장소가 호텔일 경우에는 음식값이 고가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서울 기준 결혼식장 식대가 7~8만원 정도로 예비부부뿐 아니라, 하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한 ‘결혼식은 평생 한 번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출이 많다. 어떤 이들은 ‘예식장 주인의 배만 불리는 이런 풍조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축의금 문화는 조선 시대부터다. 당시에는 현금이 아니고 쌀과 같은 현물로 결혼을 축하했다. 지역 사회의 자율적인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이율곡의 해주향약(海州鄕約)에 따르면, 혼례 때 무명 세 필과 쌀 다섯 말을 주거나, 적게는 무명 한 필과 쌀 서 말을 주었다. 이는 당시 무명과 쌀이 일종의 화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물에서 현금으로 바뀐 것은 조선 말기다.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결혼축의금을 돈으로 주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경제적 변화의 영향으로 촉발됐고, 축의금 문화는 빠르게 자리 잡았다. 1969년에 정부가 허례허식을 줄이고 국민 생활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가정의례준칙(家庭儀禮準則)을 제정하면서 축의금을 금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명무실해졌다. 최근으로 들어서면서 축의금 문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했다. 이유는 지나친 비용이 드는 웨딩업계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직후부터 웨딩홀 대여, 앨범제작비, 식대 등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특히 식장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뿐만 아니라 표준 가격을 알기 어려운 깜깜이 풍토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축의금은 우리나라만 있는 문화는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도 우리와 유사하게 결혼식에 금전을 주는 전통이 있다. 일본에서는 고슈기(ご祝儀)라는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어 신랑 신부에게 전달한다, 금액은 일반적으로 10,000엔에서 30,000엔 사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홍바오(紅包)라는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준다. 금액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나 행사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며, 홀수보다는 짝수의 금액을 선호한다. 짝수로 나누어지면 행운이 두 배가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부분 현금보다는 신혼부부가 필요한 물품을 선물로 준다. 이때 신혼부부가 원하는 물품을 미리 목록으로 등록해 두면 하객들이 그 물품을 사주는 ‘레지스트리Registry’ 문화다. 축의금 문화는 오랜 전통이지만 오늘날 축의금은 단순히 결혼식을 축하하는 금전적 선물을 넘어, 결혼식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내가 내는 금액과 상대방이 기대하는 금액이 다를까 봐 걱정이다’, ‘요즘 식비가 올라서 축의금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축의금 액수를 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한 ‘청첩장은 세금 고지서 같다’, ‘돈 있는 사람들은 비싼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없는 사람들은 야외나 동네 회관을 빌려서 하면 된다’, ‘축의금으로 결혼식 비용을 메우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의견도 가지가지다. 결혼축의금 5만원은 부끄러운 손인가? 정성수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12 18:30

우범기·정동영·김윤덕의 역사 인식

지난달 28일 전주시 중노송동 기자촌구역 주택재개발 부지내 유적발굴조사 현장을 찾았다. 후백제 관련단체 회원들과 함께 둘러본 현장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1100년 전,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를 호령했던 웅혼한 기상은 간데 없었다. 주택 등을 깨끗이 밀어버린 14만1806㎡ 자리에 발굴조사를 위한 포크레인 자국만 남아 있었다. 너무 허탈했다. 이곳에서는 추정 궁성지 성벽과 건물지 3곳, 석축시설, 주공군 등이 발굴되었다. 석축시설은 폭 4m, 길이 40m 가량으로 당시 도로로 추정되고 있다. 후백제 도로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굴조사를 실시한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유철 원장과 자문교수로 참여한 군산대 곽장근 교수는 “이 일대는 궁성의 후원으로 보인다”며 “건물지는 후원의 정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물지에는 불 먹어 뻘겋게 산화된 기와들이 다량 수습되었다. 왕건의 고려군이 멸망한 후백제의 궁성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때 견훤(진훤)왕이 경주에서 가져왔던 귀한 서적들도 함께 불타 버리지 않았나 싶다. 실학자 이덕무는 아정유고(雅亭遺稿)에서 이를 ‘3000년 이래 두 번의 큰 재앙(厄)’이라 애석해 했다. 후백제 궁성지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문화촌과 인봉리(기자촌) 일대로 좁혀지고 있다. 문헌과 유물, 유구 등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인봉리(기자촌)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물왕멀 일대는 이미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 국가유산청과 전주시는 발굴조사가 종료되자 재개발사업의 속개를 허용했다. 보존할 가치가 적어 기록으로만 보존하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종광대와 문화촌 일대가 건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궁성지의 보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전주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전주를 흔히 천년고도(千年古都)라 일컫는데 그것은 견훤(진훤)왕이 전주에 후백제를 세운데서 비롯된다. 또한 궁성지의 발굴과 보존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의 존립 근거다. 나아가 전주시가 목메고 있는 고도 지정에 있어서도 핵심요소다. 궁성지를 찾아야 전주가 후백제의 온전한 수도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전주시장의 의지다. 우범기 시장을 비롯한 역대 시장들은 개발에 중점을 뒀다. 한결같이 역사에 대한 인식이 천박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 대한 재개발 관리처분 인가를 내줌으로써 역사유적 훼손에 앞장선 꼴이 되었다. 우 시장은 지난해 4월 1조6058억원의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궁원은 왕궁의 정원인데 정작 전주에는 궁원이 없다. 궁원으로 비정되는 기자촌을 아파트숲으로 만들면서 무슨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것인가.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동영과 김윤덕 의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5선의 정 의원은 전주의 자긍심인 후백제의 궁성지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후백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이성계 역사전당 건립에 앞장서는 것은 좋으나 일의 선후를 가릴줄 알아야 한다. 또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이곳이 지역구인 김윤덕 의원 역시 궁성지 보존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자신이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했다고 플래카드만 걸어 놓으면 될 일인가. 우 시장이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터를 개발하는 것은 좋다. 20년 이상 정체된 전주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자원의 보존과 활용은 이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역사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관광 산업화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2 17:12

국극배우 이소자 선생의 꿈

국극배우 이소자 선생을 만난 것은 10년 전이다. 선생은 팔순을 훌쩍 넘겼지만 에너지가 넘쳤다. 여성국극 초창기에 활동했던 선생은 20대 늦은 나이에 배우가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국극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소리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 연기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배우의 역량을 쌓았다. 여성국극을 제대로(?) 만난 것은 <햇님여성국극단>에 들어가면서다. 국극은 창극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굳이 변별력을 가리자면 창극에 비해 소리보다 극의 비중이 더 큰 양식쯤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당시 여자배우들이 남장하고 무대에 서는 여성국극은 인기였다. 선생은 <바보온달>이나 <마의 태자> 같은 대표적인 국극 무대에서 악역을 주로 맡았다. 배우들은 관중들에게 미움받는 악역을 꺼렸지만, 선생은 오히려 반겼다. 대중들에게 인기 높았던 국극단이 사라진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단체가 해체되고도 선생은 한동안 동료들과 뜻을 모아 무대를 올렸다. 그러나 더는 희망이 없게 되자 미국 이민을 떠났다. 1974년이었다. 미국에서는 생계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견뎠다. 그 사이에도 한국을 찾아 국극 동료들과 꿈을 공유했던 선생은 자신을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은 돈으로 한국에 부동산을 샀다. 덕분에 2009년 영구귀국했을 때는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갖게 됐다. 여성국극 부활을 실현하기 위해 나선 것도 그때부터였다. 2011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올린 여성국극 <춘향전>은 첫 결실이었다. 선생은 이 무대를 위해 의상과 모든 소품을 사비를 들여 직접 제작했다. 남원 춘향제에 초청을 받은 것도 그즈음이었는데, 국악의 뿌리가 깊은 남원을 오가며 여성국극 부활을 향한 꿈은 더 커졌다. 여성국극 전용 극장도 만들고 싶었던 선생은 2013년, 남원에서 <햇님여성국극보존회>를 출범시켰다. 전 재산을 여성국극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던 선생의 꿈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극보존회는 여러 사정으로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선생은 “때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선생의 나이 올해 아흔넷. 걷기는 자유롭지 않지만 아직 건강하다는 선생의 소망은 여전히 ‘제대로 된 여성국극 <춘향전>을 올리는 일’이다. 10년 전 선생은 “보존의 의미로라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상설공연 하고, 그래서 젊은 세대가 그것을 기억하고, 외국인들이 우리 공연양식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드라마 <정년이>가 화제다. 덕분에 여성국극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이참에 전통의 힘이 발휘될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1.12 15:40

위험천만한 전북 산업현장 이대론 안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일명 김용균법으로도 불리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보통 중대재해 처벌법이라고 한다. 산업사회가 고도화 하면서 각종 재해와 환경 재해 등으로 인해 크고작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한편, 책임자에 대한 벌칙과 배상의 규모를 정했다는 것이 특이한데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회사 경영자들은 혹여 불씨가 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게 현실인데 어찌된 일인지 전북에서는 근로자 사망 건수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늘어나고 있다. 기가막힌 일이다. 특히 지난달에만 7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등 전북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전북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총 29건에 달한다. 그런데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숫자는 무려 44명이나 된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42명(33건) 보다도 많다. 강력한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전북 산업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11월 현재 기준) 산업재해로 사망한 도내 근로자 숫자는 총 144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31명, 2021년 37명, 2022년 30명, 2023년 42명, 올해는 44명등이다. 대부분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이 취약지구다. 산재 전반에 대한 노동 당국의 감시감독이 강화돼야 하고 특히 최근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 현장이 많은 만큼 이들에게 맞는 특화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업주의 의지다. 형식적으로 법망을 피하는데 급급한 단편적 사고로는 앞으로도 크고작은 산재를 막을 수 없다. 이제 산재는 운이 나쁜게 아니라 산업현장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예고된 인재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법률적인 안전, 기술적인 안전에 그쳤다면 이젠 의식이나 안전문화 측면에서 근본적인 사고의 틀이 확 바뀌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 안전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대재해 예방과 사업장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력해야만 경쟁력이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 더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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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12 14:26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 속도내라

익산시가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폭발적인 노인인구의 급증과 함께 퇴직자들의 체계적인 교육 및 취업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익산시가 이를 추겨든 것은 시의적절하다. 타 시도에 앞서 노인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를 설득하고 국가예산을 확보해 센터를 국립으로 건립하는데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익산시와 국회 한병도의원(익산을)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 추진 필요성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중섭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자 일자리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 정년 및 조기 퇴직자 증가, 노동인구 부족, 단순 노무직 중심 일자리 개선 필요성, 실버창업의 지속적인 증가, 중장년 및 노인의 직업훈련 수요 증가 등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센터는 지속가능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단계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은 5년 전인 2019년 제기되었고 ‘노인일자리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후 2013년 10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나 국립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건립은 담지 못했다. 현재 노인일자리 관련 기관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비롯해 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등 전국에 수없이 분산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개발과 상담 및 컨설팅, 데이터베이스 관리, 교육훈련, 수행기관, 사후관리가 각각 분절(分節)돼 있어 효율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콘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를 권역별 또는 광역자치단체별로 만들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센터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지난 5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센터 유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센터를 국립으로 하는데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익산시와 전북도, 정치권의 논리 개발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도 한시바삐 센터가 건립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2 12:22

트럼프의 귀환, 한국 경제에 잠재적 충격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의 부활을 특징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히 통합되어 있고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위험은 특히 높다. 트럼프 1.0 시기 미·중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었고, 관세와 무역제재가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더 양극화된 경제 환경을 헤쳐 나가야 했다. 트럼프 2.0은 이러한 압력을 되살리거나 심화시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술 산업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삼성, 현대, SK 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다각화를 위해 미국 기반 제조에 투자했지만, 무역 적대감의 장기적인 여파는 여전히 성장에 위협이 된다. 미국 우선 정책 부활은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트럼프의 재정 정책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희생하고 자국의 산업을 선호한다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달러 강세는 한국 경제에 이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수입 에너지 및 원자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 수출 경제에 있어 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를 의미할 수 있으며, 특히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이 제약을 받는 경우 더욱 그렇다. 트럼프 2.0 시대에 한국은 더 많은 예산을 방위비에 할당해야 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자극이나 녹색 인프라에서 자금을 빼돌리는 것으로 주요 부문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으며, 특히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시기에 더욱 심각하다. 미국이 글로벌 ESG 및 기후 이니셔티브에 대한 공약을 철회 또는 축소하는 것은 한국에 딜레마를 안겨준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ESG 기준과 탈탄소화를 강조하면서 자체적인 녹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EU의 엄격한 기후 목표와 ESG 기준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정책과 관계없이 이런 기준을 준수해야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기후정책은 심하게 오염된 산업에 약간의 휴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과 탈탄소화를 향한 글로벌 모멘텀은 여전히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도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확실성 증가와 무역 전쟁 가능성은 한국의 개방 경제를 감안할 때 글로벌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 변동성이 높아지면 투자가 억제되고, 자본 흐름이 둔화되어 금융 불안정성이 커져, 예측 가능한 무역 구조 내에서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특히 반도체, 전자, 자동차 부문의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의 잠재적 혼란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한국은 무역 파트너십을 다각화하고 자체적인 기술적, 경제적 독립성을 증진하든 데 더욱 주력해야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이 디지털 경제로 가속화됨에 따라 기술 혁신 및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는 한국을 신흥 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하여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를 견뎌낼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R&D 지원, 정책 안정성 및 강력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한국 경제는 위험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 무역 동맹을 강화하고, 기술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함으로써 한국은 앞으로 닥칠 잠재적 폭풍을 견뎌내고,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정의되는 시대에 나아갈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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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1 19:16

살아있는 예술, 살아있는 유산

하얀양옥집(구, 도지사관사)에 간만에 지역 어르신 두 분을 모셨다. 바로 무형유산 색지장 김혜미자 선생님과 소목장 소병진 선생님. 전주 한옥마을 관람객이 가장 많은 가을의 시작 즈음, 전북도가 주최한 한인 비즈니스 행사와 맞물려 기획된 전시 <손끝의 결>에서 두 분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25일간 열린 이 전시는 8,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두 장인의 작품은 지역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이미 여러 차례 전시된 바 있지만, 색지와 나무라는 전혀 다른 재료로 동일한 가구를 만드는 이들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전통이라는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을 지켜온 두 분의 희노애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민들과 함께 듣는 시간이 이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김혜미자 선생님은 한지가 주는 섬세함과 따뜻함을 이야기하며 자연 재료가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소병진 선생님 역시 나무가 주는 단단한 구조와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를 설명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 온 나무가 지닌 내적 힘을 이야기하였다. 그들의 작업은 단지 전통 공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지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살아있는 예술'이었다. 김혜미자 선생님은 한지를, 소병진 선생님은 나무를 다루며 오직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그저 손끝의 기술이 아니다. 기술과 손재주를 넘어 전통을 지키겠다는 신념이자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이 깃들인 정신의 산물이다. 또한 이 두분을 통해 전통이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의 유물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사실도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는 전통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전통은 그저 과거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며, 그 안에 미래를 여는 길이 있다." 고. 하지만 우리는 흔히 전통을 ‘옛것’으로만 여기곤 한다. 그러나 전통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고 그의 말처럼 단절된 과거의 흔적도 아니다. 전통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우리 삶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는 힘이다.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그 안에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인간의 기쁨과 슬픔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인간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로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는 전통을 그냥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전통'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전통을 단순히 박제화하지 않고,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레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이 살아있는 유산으로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시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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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1 19:16

프로의식(professional)과 사심(私心)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첨단 산업 시대는 직업 수를 줄이지만 업무의 영역과 방법에서는 오히려 전문성을 중시한다. ‘자넨 역시 프로야!’하는 말은 그러한 전문 영역을 잘 소화해 낸 과정과 성과에 대한 응원으로, 이는 상호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공공기관의 감사에서 국고 낭비 딱지를 얻어가며 비난받는 일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공무원의 해외연수다. 그 지적 사항도 한결 같다. 왜 굳이 해외로 가야 했느냐, 연수 프로그램이 주제와 상관성이 있느냐의 맹공이다. 여기에 설득력이 없으면 이는 부패이고 부정이 될 수 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연수라는 이름으로 국가 예산을 사용해서 개인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평가다. 타 사업에 비해 소요되는 예산이 많으므로 주시의 눈이 많음은 당연하다. 최근 도교육청의 해외연수가 뉴스와 국감에서 신랄한 지적을 받았다. 문제시 된 해외연수에 대한 부족한 변명과 구멍 뚫린 후속 설명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해당 건이 아니라도 그간 논란되어 왔던 해외연수는, 그것을 추진하는 시작부터 공적 연수를 대하는 프로 의식이 결여된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발전적인 업무 방향 모색을 위한 연수라는, 그 기획 지점의 처음과 끝을 채워야 하는 프로 의식 말이다. 대상 국가를 찾는 단계도 연수의 핵심에서 검토되어야 하지만, 만약 ‘이번에는 어느 나라를 가 볼까’하는 식의 외유성 내막이 출발선이 되면 바로 프로 의식은 결여되고, 이러한 반-프로 의식은 다음 단계에 계속해서 부정적 영향을 준다. 프로 의식은 본질과 카테고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다. 그로써 목표를 수렴한 방법과 세부사항들이 모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심(私心)의 배제다. 곁가지를 달면서 본질 이외의 다른 이유를 덧붙이기 시작하면 일이 사심을 통해 사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개인 욕망 넣기, 옆사람 챙기기, 공로성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연수의 방향성과 주제는 비틀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의 해외여행은 이벤트가 아니다. 비교적 쉽게 가기도 하고 테마별로 취향껏 즐기며, 요구가 생기면 이미 갔다 온 곳을 다시 가기도 한다. 타당성은 없지만 해외여행이 이벤트였던 시절에는 해외연수에서 여행을 병행하고자 했던 것이 인지상정일 수 있었겠다. 하지만 요즘의 문화 수준은, 연수는 연수, 여행은 여행, 그렇게 주제를 가지고 해외를 드나들기에 충분한 여건이 되었다. 그러므로 아직도 해외연수로써 가보고 싶은 외국의 목록을 대체하고자 하는 사심이 프로의식의 앞에 서 버린다면, 그것은 우리의 높아진 문화 수준을 잘못 읽어내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오전도 오후도 관련 기관과 협의하면서 견학하고, 정장을 갖춰 격식 있는 세미나를 추진하면서, 그들 국가적 환대에 감동을 느꼈던 10년 전의 교육부 해외연수가 생각난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이런 해외연수가 충분히 가능한, 세련된 문화와 프로 의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인생과 삶의 태도에 대한 근원적 철학을 이 소소한 것에 빗대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로써 주어진 작은 일을 할 때에도 대상을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의식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그림을 그리는, 사심을 배제한 ‘프로 의식’,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 세련된 문화 속에서 공적 해외연수가 이제 더 이상 부정과 부패의 범주로 논의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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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11.11 19:15

옛 철길의 변신, 전주·군산의 선택

‘도시 숲길로, 자전거길로, 레일바이크 명소로⋯.’ 옛 기찻길이 달라졌다. 고속열차 시대, 폐선된 옛 철길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시민 곁으로 속속 다가오고 있다. 군산시가 폐철길 유휴부지를 활용해 조성 중인 ‘철길숲’의 일부 구간을 연말 준공한다고 밝혀 기대를 모은다. 군산시는 지난해부터 구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사정삼거리∼옛 군산화물역 구간 철도 유휴부지 5.7㏊, 2.6㎞에 자연·역사·문화가 함께하는 철길숲을 조성하고 있다. 도심에 방치된 옛 기찻길을 지역의 대표 녹지공간, 시민 힐링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1970~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과 함께 옛 기찻길을 활용한 군산의 상징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밖에도 전북지역에서는 전주 팔복동 이팝나무길과 완주 만경강철교, 남원 옛 서도역 등이 철길 명소로 꼽힌다. 국가철도공단에서는 2015년부터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도 유휴부지 활용 사업’을 시행해 왔다. 지자체가 국가 소유의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모사업이다. 그러면서 쓸모를 잃고 버려진 전국 곳곳의 폐철길이 생태·문화공간, 관광명소 등으로 속속 탈바꿈했다. 익산시도 지난해 말 이 공모사업에 선정돼 전라선 폐선 이후 방치된 인화동 폐철도 부지에 도시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재의 역할을 다한 기찻길을 일부 보존하면서 주민친화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라선 철도가 지나는 전주도 도시 구간에 폐선 부지가 적지 않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가대표 관광도시 전주의 선택이 못내 아쉽다. 전주시는 폐지된 아중역~왜망실 왕복 3.4km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해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 호남본부에서 제안한 폐선 부지 활용사업을 전주시가 선뜻 수용해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승인을 해준 것이다. 전주시는 이 레일바이크가 아중호수와 연계한 새로운 관광명물로 자리잡아 동부권 경기 활성화와 한옥마을 관광객 분산에 큰 보탬이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면 개장 10년을 앞두고 있는 전주 레일바이크가 이 도시의 새로운 명물이 됐을까? 그렇지 않다. 주변에 딱히 볼거리도 없고, 차별화된 콘텐츠도 없다. 아직도 의문이다. 과연 레일바이크가 전주에 꼭 들어맞는 관광상품이라고 판단했을까? 당시 전국적으로 일었던 ‘레일바이크 붐’에 별 고민 없이 편승한 것은 아닐까? 전주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된 201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레일바이크 전성시대였다. 2005년 국내 최초로 경북 문경에서 개장한 후 강원도 정선과 삼척, 전남 여수·곡성 등으로 퍼지면서 한창 인기를 끌던 때였다. 아쉽다. 전주역 근처의 이 폐선 부지를 천편일률적인 레일바이크가 아닌 특색 있는 도시숲으로 조성해 인근 호동골 지방정원, 아중호수와 연계한 정원문화도시의 녹색 랜드마크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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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1.11 19:15

전북에만 에너지 혐오시설 더는 안돼

전북같은 낙후지역에만 에너지 혐오시설을 집중 투하하는 일이 일상화 하면서 이에대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공해나 위험 우려가 있는 사회적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그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무조건 자기주거지역에서만큼은 안된다는 식의 님비(NIMBY) 현상은 경계해야 하나 매번 누리는 지역은 따로있고, 피해를 입는 지역은 따로있는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전북에서는 송전탑, 송전선로 같은 기피시설이 집중되는 반면, 그 과실은 전혀 따먹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비단 전북만의 문제가 아닌 비수도권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 등도 농산어촌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세워지면서 막상 그 전기는 수도권으로 장거리 송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 입장에서만 보면 꿀도 못먹고 벌만 쏘이게 되는 격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추진 중인 '신장성-신정읍 345kV 송전선로 건설' 사업과 관련해 다수의 송전탑 건설이 예상되는 전북 고창지역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전은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단지와 전남 신안 해상풍력 단지 연계를 위한 송전선로 계통 보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인데 서남권은 고창을 거쳐 신정읍 변전소로, 신안은 함평과 영광을 거쳐 신장성 변전소로 연결된다. 고창군의 경우 정읍과 장성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14개 읍면 중 10개 읍면에 걸쳐 60기 정도의 송전탑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60기의 송전탑이 설치되면 전체 130여개 중 고창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고창군의회가 최근 "한빛원전 인근에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창에는 259개의 고압 송전탑이 설치돼있어 주민들은 고압송전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노출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추가로 고창군 전역이 송전탑으로 뒤덮인다면 주민 고통은 너무 크기 때문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사업에 왜 아무 상관도 없는 고창 주민들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인 호남, 영남, 충청, 강원 역시 수도권에 보낼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 식민지' 역할에 머무는 현실을 이대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젠 정부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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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11 15:10

전북 내년도 예산, 건전재정 우려된다

전북자치도가 10조 원대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민생안정과 성장동력 확충에 방점을 둔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 세수 감소와 긴축재정의 여파로 11년만에 2000억 원대의 지방채 발행안도 포함됐다. 예산안은 11일 전북자치도의회에 제출돼 20일 임시회에서 각 상임위별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도의회는 12월 13일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때까지 한 푼의 낭비가 없도록 세심하게 심사해 주길 바란다. 내년도 예산안은 10조6919억 원으로 올해 9조9908억 원보다 7011억 원(7%)이 늘어난 규모다. 처음으로 10조 원이 넘었다. 이와 관련해 전북자치도 최병관 부지사는 내년 예산을 도의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경제 생태계 전환과 미래 성장기업 유치, 민생경제 회복, 도민 삶의 질 향상과 안전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밝혔다. 주요 분야별로 보면 경제 부흥에 1조3321억 원, 농생명 산업수도 조성에 1조160억 원, 문화체육관광 산업 활성화에 2535억 원, 창의적 인재 양성에 3893억 원, 복지·안전 분야에 4조4404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의 30조 원대 세수 결함으로 인해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 그 여파가 지방에도 고스란히 미쳐 지방교부세가 대폭 줄어들고 경기회복도 둔화돼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전북자치도는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사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목적 달성 특별회계를 폐지했다. 또 시군 재정 지원을 축소하고 지방채를 발행했다. 지방채의 경우 올해 1030억 원보다 2배 가량 많은 약 2000억원, 지역개발공채 또한 1055억 원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지방채는 취약계층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과 복지 분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채무 규모는 올해 말 7557억 원에서 내년 말 9794억원, 총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8.15%에서 9.16%로 커지면서 재무 건전성이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복지와 안전 분야에는 전체 예산의 40%인 4조4천억 원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북에 저소득층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아 이들의 복지 서비스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도민들의 삶이 좀더 나아질 수 있도록 사심없이 심사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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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11 13:23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전략 재정비를

새만금 국가산단이 지난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전북특별자치도가 국가 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특화단지 지정에 앞서 일찌감치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팀도 신설했다. 또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을 구성하고, 특화단지 발전 전략도 발빠르게 내놓았다. 지역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산업생태계 대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이다. 또 지난 7일에는 울산·충북·경북 등 전북과 함께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자치단체 간 공동합의를 통해 초광역 동반성장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화단지 간 긴밀한 협력으로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북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잇따라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기업들이 협약한) 10조2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12조7000천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3조9000억원의 부가가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서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집권과 함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이차전지 기업의 사업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용역보고서에서도 ‘IRA 폐지 우려 등으로 인해 한-중(韓-中) 합작기업의 투자가 취소되면 생산 유발 효과는 6조9000억원까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새만금 이차전지 전체 투자 협약액의 43.4%인 약 4조4500억 원이 한중 합작이어서 변수가 크다. 이처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이차전지 산업의 전망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찍부터 나왔지만 이제껏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어쨌든 국내 이차전지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이제는 경제효과를 분석하며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새만금개발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발전전략’을 재정비해 글로벌 시장 변화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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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0 17:49

도지사가 머리 숙인 전북도의 기강 해이

전북자치도 공무원들의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 가족 사업장에 업무추진비를 몰아 주는가 하면 대가성 금품수수, 음주운전, 갑질과 폭언·폭행, 스토킹, 부적절한 성적 발언, 하극상 등이 잇달고 있다. 이로 인해 조직 내부의 사기가 저하되고 근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관영 지사는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직사회가 여러 가지로 논란을 일으키고 도민들께 걱정을 끼쳐 드려 굉장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계속된 공무원들의 비위와 일탈은 도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공복으로서, 국가와 지방의 일을 도민들이 믿고 맡겼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문제된 공직자에 대해 일벌백계하고, 인사에 문제는 없는지, 제도적인 결함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전북자치도 공무원들의 비위와 일탈은 양태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퇴직을 앞둔 A국장(3급)의 행태다. A 국장은 업무추진비를 아들이 운영하는 한약국에서 집중 사용했다. 선물 구입 명목으로 1회에 49만원씩 2년간 1200여만원을 사용했다. 행정안전부 규정을 의식한 ‘쪼개기 결제’를 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A 국장이 관리하는 민간위탁 업체인 전북도환경교육센터는 수탁도 하기 전에 이미 부인이 소유한 전주 만성동 상가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해당 국은 위탁기관에 연간 2억7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윤리의식을 가진 공직자가 평소 업무인들 공정하게 했을까. 또 행정부지사를 지낸 B씨는 비위 소방서장 봐주기 감찰 의혹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고, 국회의원을 지낸 정무수석은 음주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교육원 책임자는 내연 관련 폭행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조직개편 과정에 불만을 품은 공무원이 도의원에게 이를 흘려 부서 신설을 무산시켰고, 보고 시 선임을 배제하는 하극상도 벌어졌다. 그외에 갑질 등 소소한 일탈해위는 부지기수다. 한 마디로 총체적 기강 해이인 셈이다. 이는 도지사의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이 크게 미흡하다는 증좌다. 김 지사는 국가사업과 예산확보, 기업 유치 등에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내부 기둥뿌리가 썩고 있는 줄은 몰랐다. 차제에 낙하산 인사를 포함한 인사 전반에 대해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 공직사회 경쟁력이 곧 전북의 경쟁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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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1.10 17:49

꼭 해야만 하는 일, 선생님 끝까지 지키기

초등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얼굴에 침을 뱉는 영상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그리고 대학교 교수인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6명의 담임교사가 학생을 떠나게 되면서 최근에서야 일곱 번째 담임을 맞이하게 된 것에 맞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부모가 근무하는 대학교 진입로에 근조화환 200여 개를 배달시킨 사연을 담은 시사프로그램 방영, 바로 우리 전북자치도에서 최근에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낯설고 충격적인 사건일 수 있지만, 컴퍼스로 담임교사를 찔러 죽이겠다고 달려들다 컴퍼스를 빼앗기자 재차 가위를 들고 위협한 초등학생, 자녀로부터 매 쉬는 시간마다 담임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받고 매 쉬는 시간마다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로 찾아가 교장선생님부터 보건교사까지 상담을 강요하는 학부모, 4학년 학부모가 4년간 담임교사 4명을 고소하고, 그 중 1건에 대해서는 CCTV 확인 결과 허위로 고소한 사실이 밝혀져 오히려 무고로 기소된 사건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더 이상 낯설거나 충격적이지 않은 사건이다. 이렇듯 교권 침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부모의 보복성 아동학대 고소로 수사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두려운 반면,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이나 그 학부모에 대한 행정상 제재나 형사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교권 침해 신고 대신 차라리 병가를 내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권 침해는 담임교사에 대한 비율이 매우 높아 피해를 입은 담임교사가 병가를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담임교사를 대신할 교사를 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학급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교육 붕괴 도미노로 이어진다. 그래서 교권 침해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간헐적인 교육만으로는 교권 침해를 막을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교권 침해자는 물론, 침해 방법, 시기 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오히려 예방보다 교권 침해 학생 및 학부모에 대한 신속한 분리와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요구는, 보복성 아동학대 고소를 우려한 피해 교원이 교권 침해 신고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고사하고 침해자와 분리조차 할 수 없고, 소위 ‘배째라’는 식으로 처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학부모에게는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소년보호사건이나 가정보호사건과 같이 형사사건과 구분하여 학교보호사건으로 처리하여 교사의 신분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보복을 위한 무고성 아동학대를 고소한 학부모에 대한 무고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엄히 처벌함으로써 피해 교원이 교권 침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권 침해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실을 공표하거나, 학교 접근 및 연락 금지 등 다양한 제재방안을 마련해 반복적인 교권 침해를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거석 전북자치도교육감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 이를 위해 악성민원으로 인한 명백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피해 교원과 학생들에 대해 법적․교육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미 있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신속한 조치로 전북자치도 교육이 하루빨리 교권 침해로부터 벗어나 정상화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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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0 17:47

1일1선(一日一善)운동하자

우리 모두는 1일1선을 배우고 실천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한다.우리 모두 함께 동참하자. 우리가 살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나라를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 가야한다. 정읍에는 전국적으로 3번째로 신축한 노인당, 어르신들의 쉼터, 118년된 정읍노휴재가 있다. 나라를 잃은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를 찾으려고 상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며 애국심을 발휘한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이바로 정읍노휴재이다. 또 3·1운동 때는 직접 독립운동에 동참하여 독립만세를 외치다가 왜군 헌병에게 붙잡혀 형무소에서 복역하시다가 돌아가신 분이 세분(박현규, 유흥규, 이익겸)이나 계시는 노휴재이다. 필자는 이 거룩한 혼을 배우고 이어받고 닮아 가려고 노휴제의 회원이 되고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한지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시장 때는 백주년기념관, 여성회관도 건립해 드리고 공직을 떠난 후부터는 월례회나 가끔 노휴재에 나갈 때마다 사무실 벽에 부착되어있는 표어 “一日一善”이란 제훈을 보고 나를 되돌아 보며 과연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본다. 하루에 꼭 한번은 선한 일, 베푸는 일,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이다. 1일1선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사회가 아름다워질 것이다. 얼마나 좋은 운동인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 모두 1일1선 운동에 동참하여 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사회, 살기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외친다. 정읍노휴재 어르신들처럼 전국 전국민 한분 한분이 1일1선 운동에 동참해 주신다면 행복한 사회, 아름다운 나라가 되리라 확신한다. 작금 우리사회는 어떠한 현실인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너무나 삭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할것이다. 남을 돕고 어려운 자를 위해 베푸는 분들이 수없이 많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너무나 인정이 메마른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로 가지 않은가 걱정스럽단다 매일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면 여기저기에서 인정이 메마른 살인사건들이 발생되고 어려움에 지쳐 일가족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우리사회의 메마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필자는 우리사회가 서로 돕고 베풀며 아름다운 사회가 되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다 못해 펜을 들은 것이다. 우리 모두 남을 도와주고 베풀어주고 좋은 일을 해주는 1일1선을 하는 온 국민이 참여하여 아름다운 사회,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 가자고 애원해 본다. 함께하면 됩니다. 꼭 된다고 확신합니다.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으로 잘사는 나라, 수출 세계 10위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근면한 국민이다. 이제 1일1선으로 더 잘사는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십시다. 구암 강광 시인·수필가·전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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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0 17:47

진정성 있는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적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갖는 권한과 영향력이 국정전반에 절대적으로 미치기 때문이다. 임기반환점에 선 윤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취임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9%로 가장 낮아 용산 대통령실이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서둘러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마련했던 것. 그간 제기됐던 국민적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내 지지율 반등기회로 삼고자 했지만 민주당 등 야권의 평가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주목을 끌었던 윤 대통령이 이날 회견장에서 11번이나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위기를 모면하려고 형식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명태균 의혹에 대해 참모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김건희 여사 논란에 순진한 면이 있다고 방어했다. 지금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때문에 국정운영을 망쳐 특검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에대한 진솔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끝나자 또 한번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김관영 지사가 도청 국장급 공직자의 잇단 비위에 죄송하다고 도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날이었다. 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 지사가 생각지도 않게 최근 국장급 공직자들의 잇단 비위에 죄송하다면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도지사에게 있다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대회 실패로 국가예산이 삭감되는 등 도정운영에 어려움이 컸지만 전북대에서 3일간 열린 비즈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해서 김 지사가 자신감을 회복했었다. 그 결과로 2036년 하계올림픽을 전북도가 단독개최하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잇단 공직자 비위로 도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최악의 장면이 연출됐다. 고시3관왕으로 줄곧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김 지사가 그간 잼버리로 실추된 전북도의 이미지를 바꿀려고 숨고르기를 하던 중 생각지도 않게 고위공직자 비위가 잇달아 터져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지사가 신속하게 대응했던 것은 사실로 밝혀진 문제를 엉거주춤하게 덮고 넘어갈 경우 자칫 재선행보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머리를 숙였던 것. 윤 대통령과 김지사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를 갖고 사과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너무도 상이했다. 사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납득 가도록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된다. 그렇지 않고 형식만 머리를 숙여서는 안된다. 어쨌든 김 지사도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정치인 출신이라 사람을 쓰고 자를 때 냉정하게 대할 줄 모르는 그의 인사스타일이 이같은 결과를 빚었다. 임기후반에 들어선 김 지사가 도민들에게 대기업 유치등 성과를 보여주려고 밤낮으로 뛰지만 일부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어 도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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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11.10 17:47

완주의 과거와 미래 - 철기문화에서 수소도시까지

2003년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중 완주 상운리 고분군이 발견되었다. 완주군 동상면 밤샘에서 발원하여 호남평야의 중앙을 힘차게 가르며 완주와 익산, 김제를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만경강은 그 길이가 81.75㎞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 긴 강이다. 예부터 만경강은 관개와 해상운송로로 이용되어 왔으며 대규모 마한 고분군으로 밝혀진 상운리 고분군 역시 만경강을 내려다보는 구릉에 위치하고 있다. 상운리 고분군은 완주군 용진읍 원상운마을 인근의 해발 40m 내외 구릉지 정상부와 사면부를 따라 축조된 전북 지역 최대 규모의 분묘군과 주거지가 확인되어 주목을 받았다. 유적에서는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구와 유물이 발견돼 마한과 백제의 사회정치적 관계뿐만 아니라 당대 사회를 분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같은 시기 다른 지역과 비슷한 마한계 주거지부터 상운리만의 특징이 담긴 주거지와 다수의 철기 유물이 함께 발견돼 고고학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다. 학계에서는 전북 동부지역 곳곳에서 생산된 철이 이곳 상운리에서 가공되어 만경강 내륙수로를 통해 널리 유통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북 동부지역에서 발견된 200여개소의 제철 유적과 90여 개의 봉수가 그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첨단문화인 금속문화의 유입과 확산이라는 역동적인 역사의 중심에 완주군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1월에 완주군청에서 개최된 ‘완주군 가야유적 학술세미나’에서 한수영 고고문화유산연구원장은 전북 혁신도시 일원인 2003년 완주 이서면 갈동유적 발굴조사를 통해 한강 이남에서 가장 빠른 철기 유물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완주군이 한반도 초기 철기문화의 중심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현재는 바야흐로 미래 경제지도를 바꿀 ‘新철기시대’ 수소산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토교통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7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전국 12개 도시를 수소도시로 조성하는 ‘수소도시 2.0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수소는 주요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받는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각종 정책들을 신속히 추진하여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50만평의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를 포함한 370만평의 집적화된 산업단지가 있는 완주군이 그 첨병 역할로 제격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수소용품검사 인증센터를 지난 4일 테크노밸리 2산단에서 준공하고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모든 수소용품의 법정검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신재생 연계 ESS 안정성 평가센터, 수소차 폐연료전지 자원순환을 위한 시험·인증특화센터 구축, 대용량 무정전 전원장치 안전기술 개발, 수소상용차 신뢰·내구성 검증 기반 구축 등 수소 생산과 저장, 유통과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수소산업 생태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만경강을 중심으로 2100년 전 한반도 금속문명의 태동지였던 완주군에서 미래 핵심산업인 수소산업을 신성장엔진으로 재현해 전북특자도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준비해나가자. 유희태 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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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0 16:53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는 시기상조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및 축소에 대한 내용이 있어 저에겐 관심이 가는 주제이기에 특별히 알리고자 합니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세금신고시 전자로 신고를 하면 1인당 1~2만원을 공제해주는 것으로 이번 정부 개정안에는 양도세를 제외한 나머지 세목에 대해서는 공제혜택을 없애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국세청은 2002년부터 홈택스 서비스를 통해 전자로 세금을 신고할 수 있게 되었고 납세자가 전자신고로 제출해서 행정업무가 많이 줄게 되었으니 그 비용을 보전해주는 취지에서 생긴 것이 전자신고세액공제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20년 넘게 세액공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전자신고율을 97% 이상 달성했으니 세액공제 지원이 없어도 전자신고가 가능해졌다고 판단하여 폐지안을 꾸준히 제시하였습니다. 결국 정부는 본인의 전자신고를 통한 행정업무의 효율성이란 목표를 달성하였으니 이제 그동안 협력했던 세무대리인 및 납세자의 세정지원을 끊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자신고세액공제의 성격은 전자신고제도를 정착화하기 위한 촉진제처럼 보이긴 하지만 전자신고의 도입으로 국세청의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납세협력비용을 일부 보전해준다는 취지가 맞습니다. 또한 세무대리인들만의 혜택이 아닌 직접 신고하는 납세자들도 적용받는 혜택이라 이를 없앤다면 사실상의 서민 증세에 다름이 없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과 부자가 받는 감면은 대폭 늘리면서 영세한 서민들의 납세협력에 따른 실비보전 차원에서 지원받는 작은 세제혜택조차 축소하려고 하니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개정안에 잘 반영이 되었는가에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된다면 세무대리인 및 납세자의 자발적인 조세협력에 대한 기대가 어려울 수도 있는 분위기라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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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7 18:51

마을은 염려 없다

아침 달이 서산에 걸렸다. 예쁘다. 아직 노란빛이 남았다. 아침 바람 부는 날이다. 양식이가 산책 못 간다고 문자가 왔다. 홀로 걷는 들판이 텅 비었다. 들이 멀리 한가롭다. 아내가 나들이 가면서 빨래 다 되면 널라고 한다. 바람이 거칠어져서 거실에 빨래를 널었다. 책을 보다가 잠이 쏟아져서, 낮잠을 길게 잤다. 어제 주워다 삶은 알밤을 다람쥐처럼 앉아 까먹었다. 배불렀다. 자전거 타고 알밤 주우러 갔다. 회관 마당에 점순 어머니가 콩 타작하고 있다. 점순 어머니가 삶은 감자를 비닐 주머니 속에서 꺼내 준다. 따뜻하다. 감자가 든 비닐 주머니 속에 김이 서려 있다. 하나 남은 것도 가져가라고 했다. 두고 갔다. 가을바람과 가을 햇살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그대로 한다. 널어놓고 깨 위를 돌아다니며 두발로 고랑과 이랑을 만든다. 추상화 같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삶이 예술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밤나무 가지가 흔들려 알밤이 많이 빠진다. 생각대로 알밤이 빠져 있다. 밤나무의 생산은 아름답고 나의 수확은 신난다. 저만큼 밤송이가 알밤을 물고 떨어져 있다. 두 발로 밤송이를 열고 알밤을 꺼낸다. 서너 개 주우면 행복한 한주먹이 된다. 밤을 다 줍고 밤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오지 않아도 되겠다. 점순 어머니가 아직도 콩 타작하고 있다. 나무막대기를 양손에 들고 콩대를 투 닥 투 닥 때린다. 콩들이 콩콩 뛰어나와 톡톡 뛰다가 또르르 또르르 글러 간다. 콩을 쫓아다녔다. 금방 한주먹이 된다. 일하는 중간에 올 수 없어 콩 타작 다 할 때까지 콩을 따라다니며 주웠다. 콩 한 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이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 앞산에는 팽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다. 뒷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올 때 아내가 왔다. 뒤 안에서 호박잎과 새순을 땄다. 호박잎은 단 한 번의 서리로 잎들이 시들어 버린다. 서리 오기 전에 호박잎과 호박 줄기 끝 새순을 따서 쌈을 싸 먹어야 한다. 무성한 넝쿨 속에 숨은 호박도 찾아 딴다. 여기도 있다! 저기도 있네! 이 무슨 일인가! 늦복 터졌네! 호박 두 포기를 심었는데, 많이도 열린다. 부침개 부쳐 먹기 좋은 애호박을 골라 회관에 가져다드렸다. “아니, 김 선생네는 왜 그렇게 호박이 잘 열린 데야” “내년에 우리 집 호박도 좀 심어주지.” 좋아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한 가족이 잔디 마당에서 뛰어논다. 아이들에게 크게 허리 숙여 인사 하고 나이를 물었다 여섯 살, 네 살이다. 어머니 되시는 분이 나더러 후손이세요, 한다. 김용택 후손이냐는 말이다. 내가 본인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일군이세요? 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 왔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어제 새로 나온 그림책을 한 권 줬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인터넷에 들어가 시집 리뷰를 찾아 읽었다. 월트 휘트먼의 이런 시 구절을 보았다. “당신의 영혼을 모독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날이 어두워진다. 창밖을 보았다. 밥 짓는 아내의 딸그락 소리가 나의 하루를 고른다. 사람 사는 일에 이일 저일 없을 리 없다. 사람이 살면서 겪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견디며 이겨내고 무슨 수를 찾아 하루하루 살아간다. 사람들의 하루가 다 장하다. 나는 마을의 일상을 잘 따른다. 열다섯 가구가 사는 마을이라고 나라의 일과 무관할 리 없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나라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평일을 평상시처럼 산다. 여든아홉 점순 어머니는 이웃 마을에서 우리 마을로 시집와서 70여 년을 사신다. 나는 ‘그 일’이 그렇게 좋다. 오늘은 2024년 10월 26일이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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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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