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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2일 전주를 찾았다. 조 대표는 이날 전북대에서 특강을 갖고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전국 4번째로 탄핵다방을 열었다. 특강에서 조 대표는 국민의 기본권리인 사회권 강화를 중심으로 앞으로 한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주거권과 돌봄권 강화가 그것이다. 조국혁신당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주류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도민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탄핵, 이재명대표 사법리스크 등으로 대치 중인 정국의 흐름과 함께 조국혁신당의 행보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조 대표는 강연에서 “대한민국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사회적 권리인 사회권은 여전히 국가의 시혜로 여겨지고 있다”며 “사회권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 사회권이 보장된 국가들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주거권과 돌봄권 등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권은 말할 것 없고 육아와 노후돌봄과 같은 돌봄권도 현대 복지국가가 맞딱드리고 있는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다. 오죽했으면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베트남 요양보호사를 도입하겠는가.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은 가장 먼저 탄핵소추안을 발표하는 등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국 대표는 대법원 선고가 다음 달 12일로 잡혀있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1,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고 수감될 상황이다. 또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 1인에 너무 의지한다는 약점도 극복해야 한다. 반면 지난 10월 16일 실시된 재보선에서 곡성 35.85%, 영광 26.56%를 얻어 비록 호남 교두보를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지역주의 벽을 넘을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전북의 경우도 지난 총선에서 소위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힘입어 45.53%의 득표율을 차지해 37.63%에 그친 민주당을 제쳤다. 1년 반 가량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그 열기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다. 조국혁신당이 인재 영입 등 민주당과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전북정치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줬으면 한다.
강원 삼척과 경북 포항을 잇는 동해선 고속철도가 오는 12월 개통, 동해안 철도시대 서막이 열리게 됐다. 오는 2031년 개통 예정인 동해안 철도망 구축사업(포항~강원 삼척~강릉~고성군 제진)은 바야흐로 우리나라에 동해안권에 철도 오지가 없어졌음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포항~삼척(166.3㎞) 구간, 삼척~강릉(43㎞), 강릉~고성 제진(111.7㎞) 등 총 3개 구간으로 나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완료되면 우리나라 동해안 철도망이 하나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한편에서 축포를 터뜨리는 가운데 전북 군산시와 고창군, 부안군, 전남 함평과 영광군 등 호남권 5개 지자체가 서해안 철도망 구축을 강력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한마디로 전북·전남 서해안 철도망 구축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나서라는 것이다. 핵심은 서해안 철도선(새만금-목포) 국가계획 반영이다. 사실 호남 서해안권 철도망은 충청 경기지역과 비교하면 일방적인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충남·경기지역은 서해선, 장항선, 포승평택선 등 3개 노선이 지난 2일 개통된 바 있다. 반면, 전남과 전북 서해안은 수년째 철도망 구축 사업이 아무런 진전이 없다. 사실 서해선(홍성-서화성), 장항선(신창-홍성), 포승-평택선(안중-평택) 등 3개 노선의 동시 개통은 호남 지역에서 볼때 부럽기 짝이 없다. 서해선의 경우 충남 홍성역에서 경기도 서화성역을 잇는 연장 90.0km의 복선 전철 신설 노선인데 총사업비는 4조 1217억원에 달했다. 이제 홍성역에서 서화성역까지 ITX-마음을 이용하면 1시간에 주파한다. 장항선은 천안에서 익산을 잇는 연장 154.4km의 노선으로, 1930년에 단선 비전철로 최초 건설된 이후 디젤 열차를 운행해 왔으나, 단계적으로 복선전철화되면서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철도로 탈바꿈한다. 호남 서해안은 국책사업인 새만금을 비롯해 조선업과 원자력, 해상풍력, 전기차, 드론 등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산업의 중추임에도 철도망 구축은 수십 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결론은 서해안 철도가 국가철도망 계획에 담겨야 한다. 현재 국토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검토사업으로만 포함돼 있어 신규사업 반영이 절실하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반드시 새만금∼목포 노선을 담아내야 한다.
지자체가 빠듯한 살림에서도 수백억의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지역 주민들도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어 달라는 요구와 기대였다. 하지만 정작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시장 여건이 좋아졌는데도 지역사회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재가동한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다시 논란이다. 지자체에서 지원한 거액의 기업 보조금에 비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가 지난해와 올해 군산조선소에 지원한 보조금은 무려 216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특정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군산조선소는 가동 중단 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블록공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선업 경기가 호황을 맞았는데도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는 아직도 선박 건조를 하지 못한 채 선박용 블록만 생산하고 있다. 거액의 혈세 지원에도 불구하고, 군산조선소의 선박 건조 계획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재가동은 했지만, 정상 가동에 이르지 못하면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실제 군산시의회에 따르면 가동 중단 전인 2016년과 비교해 군산조선소의 올해 고용 인원은 약 20%, 지방세 징수액은 30% 정도에 불과했다. ‘군산조선소에도 선박 건조 물량을 배정해 달라’는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의 수차례 요청에도 HD현대중공업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는 지난 2022년 군산조선소 재가동 합의 당시 재가동 이후 3년간 군산에서 제조한 선박용 블록을 울산으로 운송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선박용 블록 생산을 시작한 뒤 선박 건조를 유도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약속했던 3년간의 지자체 보조금 지원이 종료된 이후 과연 조선소의 완전한 정상화가 이뤄질 지 가늠하기 어렵다. HD현대중공업은 이제 지역사회의 성원과 기대, 그리고 빠듯한 살림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온 지자체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기업의 응답이 없다면 지자체에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하염없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만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부임한 이래 우리 박물관이 지향하는 수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해 왔다. 고민의 끝은 국립전주박물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정신 나간 소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주목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소장품도 부족하고 시설이나 부지, 인력과 예산의 규모도 크지 않은 박물관이 어떻게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전주와 전북이 가진 문화적 자산이 아주 풍부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가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반해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주를 포함하여 전북지역은 일찍부터 문화예술이 발달하고 꽃피운 고장이다. 굵직한 것만 보더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과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정읍 무성서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 등이 있고 전통한지와 전통 장담그기 문화도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기철기시대의 정교한 청동기, 출판·인쇄문화, 조선시대 후기의 서예와 그림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고 폭넓은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실의 본향인 전주는 선사시대부터 지역의 중심지로서 기능하며 오랜 시간 쌓여온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품고 있다. 전주시가 다양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역사·문화자원과 전통을 현재에 맞게 변화,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전주’를 보았을 때 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외에 크게 떠오르는 요소가 별로 없는 듯하다. 달리 말하면 수많은 문화자원을 아직 구슬로 만들지도, 그리고 이를 제대로 꿰어 보물로 만들지도 못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 지역이 가진 문화자원을 잘 가꾸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가 가진 것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가 점점 영역을 넓혀가며 세계인으로부터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우리가 가진 것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향이라 불리는 문화에술의 도시인 전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지역이 가진 문화자산을 따로따로 떼어놓기보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전통한지와 인쇄·출판문화, 인쇄·출판문화와 판소리를 별개로 보기보다 연결시켜 본다면 훨씬 이야기도 풍부해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끼리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고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완벽한 마무리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고 쉽지 않은 과정일 테지만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면 세계적인 문화도시 전주가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정읍 내장산이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찾고 싶은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시는 단풍 시즌에 국한되지 않는 내장산의 매력을 확장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다. 내장산의 새로운 매력은 ‘미식 여행’과 ‘트레킹 상품’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지역의 풍부한 식재료를 활용한 특화 먹거리를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내장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미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시는 스타셰프 이원일과 협력해 ‘버섯돈육칼’과 ‘등뼈버섯콩탕’을 선보였다. 이 두 메뉴는 정읍에서 생산된 돼지고기, 신선한 버섯, 고소한 콩을 주재료로 사용해 깊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버섯돈육칼’은 돼지등뼈 육수의 깊은 풍미와 쫄깃한 생칼국수, 신선한 버섯이 어우러져 정읍의 맛을 한껏 살렸다. ‘등뼈버섯콩탕’은 구수한 콩과 돼지등뼈, 버섯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맛으로 단풍철 정읍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현재 이 메뉴는 명인관, 전라회관, 한국관, 햇살 등 4개 업소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3개 업소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올겨울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장산의 사계절 매력을 확대하려는 또 다른 노력은 트레킹 전문 여행사와 함께 출시한 트레킹 상품 ‘내장산 히든로드’다. 이 상품은 내장산의 숨겨진 명소들을 중심으로 두 가지 트레킹 코스를 선보이며 관광객들에게 내장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자 한다. 첫 번째 코스 ‘오색단풍 히든길’은 단풍철에만 운영되지만, 내장산의 대표적인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중급 난이도의 코스다. 장군봉과 연자봉을 지나 내장사로 이어지는 약 3시간의 트레킹 코스는 우화정과 내장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가을철 최고의 힐링을 선사한다. 두 번째 코스인 ‘산천유수 히든길’은 난이도가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솔티마을에서 시작해 동석계곡, 편백숲, 내장산조각공원을 거쳐 내장호 둘레길로 이어지는 약 2시간의 코스는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적합하다. 트레킹뿐 아니라 로컬푸드 직매장과 쌍화차 거리를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산천유수길’의 경우 초기 예상의 200%를 넘어서는 인기로 시와 협의해 버스를 추가 투입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는 자연경관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풍부한 지역 자원을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내장산 프로젝트는 단순히 계절에 국한된 명소를 넘어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관광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 정읍을 방문하는 이들이 자연과 미식을 즐기고, 숨겨진 내장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정읍만의 특별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시는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내장산은 가을의 단풍 명소에서 벗어나 정읍의 사계절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정읍을 찾는 모든 이들이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정읍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2024 특별자치시·도협의회가 21∼22일 제주에서 열렸다. 이날 협의회는 김관영 전북특자도지사를 비롯해 김진태 강원특자도지사, 오영훈 제주특자도지사, 이승원 세종특자시 부시장과 지방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선도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특별’ 자가 붙은 이들 4개 지자체는 서로 협력해 새로운 지방시대 모델을 개척하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이들 4개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법정기구인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행정협의회로 새로 출범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이날 “특별자치시·도는 각기 다른 시기에 출범했지만 모두 지방분권이라는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지방시대의 선도지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 4개 지역이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한 목소리로 새로운 지방시대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역설했다. 이들 4개 특별지자체는 이틀에 걸쳐 ‘지방시대 선도 자치분권 포럼’을 가졌다. ‘지방분권, 지역의 힘으로 더 나은 내일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이들은 지방분권의 모범이 되기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이들은 포럼에서 “각종 특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치분권 수준은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비율은 7대 3 수준으로, 국가사무가 압도적으로 많고 세출 비중도 지방의 지출비용이 많은 상황이다. 자치입법 역시 지방정부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으나,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제정권이 허용되면서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개별적·창의적 조례를 만들 수가 없다. 이들 4대 특별지자체는 입장이 각각 다르다. 시기도 2006년 제주특자도, 2012년 세종특자시, 2023년 강원특자도, 2024년 전북특자도가 출범했다. 이중 정부에 의해 특별지자체가 시작된 제주도와 세종시는 상당한 재정특례가 주어졌다. 제주특자도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1.57%와 지방교부세 3% 특례를 받고 있다. 반면 전북과 강원은 재정특례가 없어 개정안에 이를 넣기 위해 안간힘이다. 4개 특별지자체는 비록 4대 광역권에는 들지 못해도 인구 430만 명에 지역구 국회의원만 23명에 이른다. 끈끈한 유대를 통해 중앙정부와 국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으면 한다.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서민이란,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지 못하는 일반 사람을 칭한다. 최근 들어 코로나와 러.우전쟁 등 국제간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인 쇼크로 서민경제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한극은행 등 정책당국은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 방지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유로 대출규제 외에는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부동산과 금융권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PF사업장의 부실 정리가 답보상태에 있으며 내수부진으로 인한 성장지체와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다행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여 방향을 전환코자 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서민금융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협동조합기구로 대표적으로 신용협동조합(신협)을 들 수 있다. 신협은 1960년 6.25 전쟁이후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개선코자 미국인 가별수녀님과 한국의 장대익 신부님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150조원의 자산을 형성하는 등 외적 성장은 물론 아시아 신협의 회장국이자 선도국으로, 세계신협의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등 내적 성장까지 이룬 세계 3위의 신협국가가 되었다. 신협운동은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경제적 운동이다. 특히, 잘살기 위한 경제운동, 사회를 밝힐 교육운동, 더불어 사는 윤리운동을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신협운동은 내년으로 설립 65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규제 속에 조합원을 위한 금융보다는 제도권 금융기관의 틀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1998년 IMF사태 이전 신협의 성장기에는 수신규제로 인하여 협동조합의 역할보다는 고리사채를 대체하는 소규모 금융기관의 역할에 불과하였고 그 이후에는 획일적인 여신규제로 인하여 은행의 모습을 답습하는데 그치고 있다. 신협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하여 점포운영비와 전산장비, 무보수 임원과 직원들의 봉사을 바탕으로 관리비를 절감함으로써 은행권에 비하여 수신금리는 높고 여신금리는 낮게 운용함으로써 서민계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시중은행 등과 동일하게 운용됨에 따라 금리운용이나 경영의 틀도 주식회사 형태의 금융기관과 유사 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협동조합의 장점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제라도 유럽의 신협처럼 중앙회가 은행기능을 가지고 일선 신협을 지원하여 한국형 그라민은행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서민과 중산층, 자영업자들의 이용 편의를 개선하고 이들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여신 공동유대를 광역화하여 10개 권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1979년 독일 미제레오재단의 지원으로 건립된 신협 연수원은 신협이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사회를 밝힐 교육운동의 실천의 일환으로 임.직원의 업무능력 향상과 협동조합 교육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경제, 금융, 건강, 협동조합 등의 성인교육을 담당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오고 있다. 또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신협사회공헌재단은 2014년 31대 필자에 의하여 설립되고 김윤식 현회장에 의하여 성장 발전시켜온 기부협동조합으로 자연재해나 대형화재 등 재난을 당한 이웃을 위한 지원 사업은 물론 소상공인 지원사업,의료사각지대의 진료봉사,장애우를 위한 차량지원, 해외 교육시설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향한 신협인들의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세 손가락으로 너를 세우면 내 뜻 흘러들어 곧게 네 까만 몸짓이 된다 생각하므로 글이 되는 너의 행적은 인류의 표의와 표음 검은 심으로 붉은 사랑도 그려낸다 인류가 읊는 모든 경은 우주란 백지에 달려나간 너의 행적 신화에서 달빛까지 긴 여정을 몽당의 네 처절한 몸부림으로 가라 혀 끝 서로 닿아서 더 또렷해지는 진실 또는 사랑 △ 연필은 검은 심을 품고 있습니다. 연필이 품은 검은 심은 연필의 “몸짓”입니다. 또한 “우주라는 백지에 달려 나간” “행적”도 됩니다. 몽땅한 몸이 될 때까지 연필은 “백지”에 “신화”며 “달빛”을 “처절한 몸부림”으로 갈 것입니다. 우리가 가끔 연필심에 침을 바르는 행위는 연필의 “더 또렷해지는 진실”에 힘을 보태는 일입니다. 필통에 꽂혀있는 연필은 영락없이 무기처럼 보입니다. 연필이 칼보다 강한 이유는 연필의 이런 모습 때문일 겁니다. 제 몸 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연필은 품고 있는 심을 놓치지 않습니다./ 김제 김영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단체장 뽑은지가 30년 되었다. 그간 도나 시군의 살림살이가 나아졌지만 일부 선출직들을 잘못 뽑아 지방자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I가 세상 발전을 주도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해 가지만 아직도 지연 혈연 학연 등 연고주의에 얽매여 선출직을 끼리끼리 문화로 뽑고 있다. 지금 도민들의 정치적 민도는 높아졌다. 매스컴을 통해 세상돌아 가는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몰라서 행동으로 옮기지 안았지만 지금은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다. 유권자 의식의 이중구조가 문제다. 선출직을 뽑을 때 지역발전을 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 공천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를 찍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민주당 정서가 강한 특성 때문에 공천 받은 그 쪽에만 찍는다. 공천도 예전과 달리 상향식이어서 유권자가 깨어 있으면 유능한 일꾼을 뽑을 수 있지만 적극 지지층인 권리당원이 50%를 차지해 이들이 사실상 국회의원의 생각을 대변하기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권리당원은 국회의원들과 맺어진 개인적 이해관계 따라 공천판을 좌지우지 한다. 이 때문에 제 아무리 똑똑해도 국회의원의 도움 없이는 단체장을 할 수 없다. 그간 전북은 1987년 DJ가 대선에 출마한 이후 지역주의에 매몰된 선거를 해왔다. 총선이나 지선때마다 민주당 일당독식구조를 만들었다. 민주당이 이 지역을 지배한 정당이 되다보니까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아예 출마를 접어야 할 형편이다. 자연히 국회의원들이 지사나 시장 군수 지방의원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어 그들이 쳐 놓은 높은 담벽을 넘지 못하고 꿈을 접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운동권들이 조직력을 앞세워 대거 정치권으로 유입되는 발판을 계속 만들어 갔다. 현직 시장 군수들이 임기중에 잘했으면 한번 더 하도록 기회를 주면 된다. 그렇지 않고 능력이 부족해 제역할을 못하면 과감하게 바꾸면 된다. 그런데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성적으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노래 가사말처럼 한번 더 하도록 해왔다. 그 이유는 같은 지역에 살면서 그간 맺어놓은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우선시 하기 때문에 바꿔야 할 사람을 바꾸지 못하고 또 하라고 기회를 주는 바람에 지역발전이 안되었다. 특히 선거가 양심에 따라 이뤄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표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선거판을 바꾸지 못한다. 임기 절반이 넘어 가면서 도나 각 시군이 선거정국으로 변했다. 감사철을 맞아 의원들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질의를 하는가 하면은 심지어 자신의 지역구에 집행부가 예산을 안줬다해서 감정적으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질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은 민심의 향배다. 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을 들먹이며 교언영색으로 치장해도 민초들은 여론의 흐름을 타고 알 것 다안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결과에 따라 권력구도가 요동칠 수 있지만 전북은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아예 선출직 진출은 접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책방 앞으로는 아이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학원 차를 기다리다 ‘지금 몇 시예요?’ 하고 물으러 들어오는 아이들, 책장의 그림책 표지에 홀려 엄마 손을 잡아끌다 저지당하곤 못내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 길 건너에 친구를 두고 홀로 책방에 들어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금세 ‘다시 올게요.’ 하고 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내가 책방을 연 이후 가장 기다리는 손님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와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아이들이다. 어릴 적 정읍 시내에는 ‘개미음악사’라는 음반 판매점이 있었다. 시내에서 집에 오려면 개미음악사 앞에서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늘 가게 쇼윈도에 붙은 포스터들을 살피거나, 새 음반의 출시 예정일이 전지에 빼곡이 쓰인 목록을 읽었다. 이름을 알고 있는 음악가의 소식은 기뻤고, 모르는 음악가의 소식이 쓰여 있으면 가게에 들어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샘플로 청음을 할 수 있는 음반은 청음도 해 보았다. 지금도 좋아하는 음악가의 새 앨범을 기다리는 마음은 비슷하지만 음악을 손쉽게 얻을 수 없던 그 시절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 출시를 앞둔 몇일은 개미음악사의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출시일을 확인했다. 문을 빼꼼 열고 아주머니께 ‘OO 앨범 언제 나와요?’ 물어보기 바빴다. 라디오나 pc통신을 통해 알게된 음악이 생기면 ‘이런 앨범을 구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나의 음악 취향은 이 시기에 개미음악사에서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친구들과 손을 잡고 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는 아이들을 만났다. 책방을 열고 기다린지 꼭 3년 만이다. 그들이 이곳에 와서 찾는 책이 없어도 좋고, 제목을 알아두었다가 인터넷으로 구매해도 좋다. 내가 개미음악사에 드나들며 알게 된 음악가들과 앨범을 떠올리면 책방에서 아이들이 만날 작가들과 책들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수줍게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참을 재잘거리며 고른 책들은 그들의 인생 어딘가에 조그마한 점처럼 남아 있기도 할 것이고, 가늘고 긴 선 혹은 굵고 깊은 고랑이 될 수도 있다. 책방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작은 도시일수록 직접 만지고 고를 수 있는 취향의 가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정읍에 다시 왔을 때, 개미음악사가 없어진 자리를 보며 들었던 헛헛한 기분이 책방의 앞날을 계획하는데 꽤 많은 동력이 되었다. 작은 도시에서 아이들이 취향을 충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훗날 어디에 가서든 내가 살던 곳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취향을 채울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정읍의 아이들이 책방을 취향의 공간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갈고 닦고 벼려서 녹슬지 않아야지 했다. 사실 욕심껏 말하자면 지금은 부모님 손을 잡고 오지만 언젠가는 혼자서 책방에 올 책방 키즈들, 타지에 있다가 본가에 오면 들르는 훌쩍 큰 아이들, 이곳을 오아시스처럼 찾는 어른들 모두를 기다린다. 모두들 정읍에서 보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도록 그치지 않고 작게 반짝이며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을테니 이곳에서 만난 작가들과 책들을 각자의 점으로, 선으로, 고랑으로 만들어 계속해서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만한 책방지기의 보람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이번시간에는 증여세 신고해야할 대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놓칠 수 있는 증여행위에 대하여 설명해볼까 합니다. 보험은 계약자와 피보험자 그리고 수익자가 지정되어야 합니다. 계약자는 보험료를 불입하는 사람이고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대상이 되는자이며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가 발행하는 경우 보험금을 수령하는 자가 됩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그리고 수익자가 본인인 경우에는 증여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계약자와 수익자가 다르면 계약자가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증여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게 됩니다. 이때의 증여가액은 계약자가 불입한 보험료가 아니라 수익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보험금이 되며, 증여시기도 불입한날이 아니고 보험금의 수령시점도 아니고 보험사고가 발생한날로 보아 증여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태어나게 되면 실손보험 및 각종 보험 등을 부모가 들어주게 됩니다. 어렸을때에는 보험금 납입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녀의 보험을 납입해주다가 성인이 되어 수입이 생기게 되면 보험을 넘겨주는게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때부터 본인이 직접 보험금을 불입했다 하더라도 보험사고가 있을 경우 보험금을 본인이 직접 수령했을 때에는 부모의 불입분이 있어 증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를 불입한 사람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보험수익자가 수령한 보험금을 각각 불입한 금액으로 안분하여 증여재산가액을 확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일상에서 전혀 증여라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인데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이 될 수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경우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부모이면서 자녀를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 계약자이면서 피보험자인 부모가 사망해 상속인인 자녀가 보험금을 수령한 경우에는 증여로 보지 않고 상속으로 보아 상속세가 과세가 됩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하늘 높은 가을, 내 가슴 속에는 오래도록 머물고 있는 작은 그리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산이 바로 뒤에 있는 우리 집은 누가 산직이 집이라 이름을 붙여주지는 안 했지만, 자연스러운 산직이 집이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땐 하루아침도 거르지 않고 산을 돌아보고 오시던 모습 이 참 정성스러워 보였는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우리 몫으로 넘겨졌다. 우리 내외는 그 정성의 반절도 안 되지만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열심히 했다. 야트막한 산 오름은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조상님들의 묘를 둘러보며 부모님 묘 앞에서는 기쁘고 슬픈 사소한 얘기들까지도 작은 소리로 말씀드릴 수 있었다. 선산 밑에 살고 있는 나름의 작은 행복을 스스로 누리는 것이라 만족하며 살았었다. 선산으로 가는 길은 우리 집을 지나지 않고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선산을 찾으려면 꼭 들러야 했다. 추석날 우리 집은 귀성객이 붐비는 대합실처럼 손님맞에 분주했다. 그 시절 식당은 지금 같지 않게 귀해서 객지에 사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우리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버님이 생전에 '손님을 잘 대접해 보내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항상 이르신 가르침에 꼭 식사를 우리 집에서 하고 가시도록 했다. 특히 추석에는 멀리 사는 조카들 그리고 자녀들 까지 삼대가 넓은 마당에 가득하여 금세 축구장도 되고 잔디밭은 씨름판도 된다. 그렇게 모이다 보면 삼십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산소를 다녀오는 동안 식사 준비가 미처 안 되었을 때는 내가 총지배인이 되어 손님들까지 합세해 안 쓰던 그릇까지 총동원되었다. 웃음꽃 까지 곁들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도깨비시장 같고 거실은 물론 방마다 식당 같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얘기 꽃을 피우고 얽히고설킨 핏줄은 하나가 되어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듯 진한 가족의 뜨거운 핏줄이 온몸을 타고 도는 듯 했다. 어떻게라도 식사를 해서 보내야 마음도 편안했던 시절이었다. 식사 후식으로는 집안 과일나무의 과일들을 대접하고 나면 여자들은 모두 주방에 들어가 설겆이를 하면서 그동안 못다 한 얘기들로 접시 가 뒤집어졌다. 피붙이 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보듬어 안는 진한 가족애로 무르 익었다. 이날이 지나면 언제 또 이렇게 동기간들이 모여 정을 나눌 수 있을까? 그듵이 떠나면 정거장 대합실처럼 붐비던 우리 집은 쓸쓸한 시골 간이역처럼 조용하다. 해마다 명절이면 온 집안에 가득하게 모여 정을 나누며 헤어짐이 아쉬워 손을 부여잡으며 작별을 서러워하던 따뜻한 손들이 그립다.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그릇을 치우며 깔깔거리던 여인들의 모습이 그 웃음소리와 함께 주방 안에서 맴돌고 있다. 언제 다시 그런 날들이 오려는지 그리움들을 가슴 한쪽에 곱게 묻어 두고 영원한 그리움인 것 같아 오늘도 나 혼자 산에 올라 신석정 당숙님의 유택 앞에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리고 시비에 새겨진 '소년을 위한 목가'를 낭송해 보고 그 붐비던 옛날을 생각하며 터벅터벅 내려온다. 당질부 김호심은 당숙인 석정 선생님 시구가 너무 좋아 부안문화원에서 시 낭송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 시 낭송 동아리 ‘풍경소리’ 시 낭송 강좌에는 ‘부안모네 발달 장애인 주간 보호활동 센터’에서 온 장애인들도 참여한다. △ 김호심 수필가는 신석정 시인의 당질부다. <한국문인>으로 등단했으며 행촌수필 이사, 석정문학관 운영위원, 부안문화원 시낭송 지도 강사이며 부안 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부안향토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 때 추억의 힘을 빌어서 거기서 벗어난다. 추억이란 우리 안에서 지속하는 현존이다. 추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래지만 그것이 아주 사라지는 법은 없다. 분명한 것은 추억의 힘이 아주 세다는 사실이다. 추억과 비밀은 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내면의 재화이다. 한 사람이 가진 인격과 취향은 과거라는 골짜기에서 양조(釀造)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삶은 과거가 머금은 빛들로 빛날 수 있다. 먼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내게 스무 살은 암울하고 칙칙했다. 글을 쓴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백수로 떠돌던 시절이다. 그 시절의 여성들은 더 환하게 웃었는데 그 웃는 얼굴이 얼마나 눈부셨던지! 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여성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때에도 봄마다 모란과 작약이 피고, 가을 내장산의 단풍은 볼만했다. 물은 낮은 지대로 흘러가고, 불꽃은 수직으로 타올랐다. 강변의 버드나무들은 푸르고, 가을엔 북국의 기러기 떼가 한반도로 날아왔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더 너그럽고, 배움이 깊지 않은 아버지들은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고 성심을 다해 일했다. 나는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 고은 시집,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단편과 시를 모은 ‘이별 없는 세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 수록된 신구문화사판 ‘전후세계문학선집’ 따위를 경전처럼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한량처럼 빈둥거리던 나는 사실은 서울의 시립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시와 철학에 정진하던 청년이었다. 가끔 프랑스 문화원에서 영화를 보거나 명동 입구 카페 데아뜨르에서 연극 관람을 했다. 그리고 굶주린 하이네가 먹잇감을 찾듯이 ‘르네상스’나 ‘필하모니’에서 고전음악을 들으며 영혼이 고양되는 찰나에 취했다. 그 무렵 문학과 예술에 목말라 하던 내게 군 입대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나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본적지인 충남의 신체검사장을 찾아갔다. 군인들은 신체검사를 받는 장정들에게 반말이니 욕설을 내뱉으며 모욕을 주었다. 나는 신체검사에서 대한민국 청년의 평균 체중에 미달한 탓에 무종 판정을 받았는데, 그건 이듬해 신체검사를 다시 와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로 돌아와 ‘르네상스’에 가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속으로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독일 작가 하일리히 뵐의 소설이던가? 한 어린 병사가 징집되어 열차에 타기 직전 한 건물 담벼락에 몸을 기댄 채 어디선가 울려 나오는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 그 음악 전곡을 들을 수 있다면 제 인생의 반을 떼어 주겠다고 말하던 어린 병사는 열차를 타고 전선으로 향한다. 그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신체검사에서 낙방을 하고 돌아오던 나는 얼마나 의기소침하고 비장했던가! 그건 내가 전쟁터로 향하는 어린 병사의 가엾은 영혼에 빙의된 상태였던 탓이리라. 추억은 늘 실제 경험에 기반 하지 않는다. 철학자 샤를 페팽은 “우리는 과거를 결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추억은 재가공되고, 뇌를 이루는 850억 개의 뉴런과 그보다 더 많은 시냅스들의 작용하는 가운데 그 정체가 바뀐다. 그것은 추억이 경험과 몽상이 상호 삼투하며 나타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추억은 [기억의] 재구성’(샤를 페팽,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163쪽)이다. 추억은 좋은 시절을 더 화사하게 윤색하고, 끼니를 거르던 가난의 누주함도 그리워하게 만든다. 추억에는 우리를 너그러운 사람이 만드는 힘이 있다. 고백컨대, 15세부터 시를 썼던 볼프강 보르헤르트를 동경하고(나도 15세부터 시를 썼다), 스무 살의 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영혼이 찢긴 채 삐적 마른 몸으로 떠도는 한심한 영혼이었다. 나를 성장으로 이끈 창조적 약동, 생의 리듬들은 그 시절의 정처 없음과 방황, 나른한 독서, 음악에의 열광 등에서 나왔다. 오늘 내 삶에 조금이라도 빛나는 게 있다면, 그건 모두 저 암울한 어제에서 온 것이다. 장석주 시인
2036년 올림픽 전북 유치를 둘러싸고 정치권 논쟁 못지않게 졸속 추진 논란이 한창이다. 뜬금없다는 도민들 반응에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고 지난해 6월부터 준비를 해왔다는 전북도의 해명이다. 하지만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야 할 정치권마저 사전에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불통 행정' 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전략 노출을 우려해 보안 유지가 불가피 했다고 전제한 뒤 잼버리 후폭풍에 휘말려 발표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향후 추진 동력을 감안하면 아쉬운 감이 크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건 올림픽 유치를 놓고 승산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김관영 지사가 20일 도의회에서 소통 부족을 사과한 뒤 밝힌 유치 배경 중 하나가 개최지 문턱을 낮춘 IOC 권고였다. 영구시설 대신 기존시설과 임시시설 활용은 물론 복수의 국가 또는 도시의 공동개최 허용이 결정적이었다. 재정 부담이 적은 올림픽 개최를 추진한 것도, 먼저 유치에 나선 서울시와 공동 개최를 제안한 것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일 사안도 아닐 뿐더러 개인의 체육계 인맥에 좌우될 만큼 단순한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값진 경험을 쌓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지구촌 최대 축제로 고도의 전략과 함께 국가 차원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산 토끼 잡으려다 집 토끼 놓친다" 며 골든 타임의 전북 현안 해결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한다. 지방 소멸 위기에서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홀대 속에서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새만금, 완주전주 통합 등 미래 동력의 가시적 성과가 더 절박하다는 것이다. 그런 기류에서 올림픽 유치는 꼭 거쳐야 하는 숙성 단계를 건너 뛰고 설익은 채로 결실을 맺으려는 인상을 받는다. 도 계획대로 광주·충남 등 경기장을 공동 사용한다고 해도 올림픽 시설 중 국제 공인 기준을 충족한 곳이 도내 몇 군데 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올림픽 경제 효과 42조원에 대해서도 주먹구구식 용역 결과라고 도의회가 문제 삼았다. 기존 개최국 13곳 중 10군데가 30조 정도 적자를 봤다며 올림픽을 '승자의 저주' 로 빗대기도 했다. 현재 유치 전망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관건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내 개최지 선정이다. 인프라, 숙박 등은 대회까지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만, 코 앞에 닥친 서울시와 유치 경쟁은 현실적으로 녹록지가 않다. 국회 예산 확보 등 일 년 중 가장 중차대한 시기와 맞물려 집중력이 분산되는 데다 객관적 비교 우위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셈법이 복잡한 정치권의 응집력 있는 뒷받침과 함께 아직도 의아해 하는 도민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낼 지가 핵심이다. 전북이 쏘아 올린 올림픽 유치의 꿈은 이 관문 통과가 첫 시험대다. 김영곤 논설위원
신종 감염병의 발생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고, 그 피해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밀집·밀폐·밀접 등 소위 3밀 환경속에서 누구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곳이 병원이며, 특히 대형병원일수록 감염병 관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유독 전북지역 대형 병원에서는 감염병 관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리의 사각지대로 등장하고 있다. 겨율철로 접어들면서 최근들어 독감이나 폐렴, 백일해 등 전염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지역 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점차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결론은 타 시도처럼 병원별 마스크 착용 지침 등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도내 병원들은 상황에 따른 마스크 착용 지침이 없는 상태다. 타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은 상황에 따른 마스크 착용 지침을 운영중인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경우 독감, 폐렴 등의 유행주의보가 내려지면 병동 중환자실이나 혈액암 환자 병동, 호흡기병동, 소아병동, 신생아실 등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지침을 운영중이다. 본보가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대자인병원 등 대형 병원을 취재한 결과 모든 병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는 사라진 상태였다. 의료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강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 방침 자체가 권고이기 때문에 자율적인 마스크 착용이 규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병원 특성상 환자들은 잠재적인 전염병 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가 많을 수 있기에 확실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병원 방문때 예외없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올들어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소한 것 같아도 결정적으로 감염병을 줄일 수 있는 마스크 쓰기부터 다시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큰 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감염병 관리를 위한 확실한 방침을 세워서 실행하길 강력 촉구한다.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 했다. 11월 착공하겠다며 실시설계 초안을 공개하고 수차례에 걸쳐 시민설명회도 거쳤다. 국비 지원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 알았다. 전주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대중교통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정부가 BRT 확산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와 대전·광주·부산·세종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BRT가 속속 구축됐다. 전주시는 우선 1단계로 내년 말까지 412억원(국비 206억원, 시비 20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린대로 10.6km 구간(호남제일문~한벽교 교차로)에 BRT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2구간(백제대로 전주역~꽃밭정이네거리)과 3구간(홍산로~송천중앙로) 사업도 일찌감치 계획됐다. 이를 우범기 시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올 들어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급제동이 걸렸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 ‘전주 기린대로 BRT’사업을 반려했다. 실시설계 후에 2단계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지난 7월 이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심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전주시는 내년 1월 행안부에 사업 심사를 재신청하겠다고 했다. 행정절차를 정상적으로 다시 밟는다면 착공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주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올 연말 착공’은 물거품이 됐다. 자연스럽게 준공 시기도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1년 늦춰지게 됐다. 이해하기 힘들다. 망신살이 뻗쳤다. 심사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채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2단계 심사를 신청해놓고, 시민설명회를 열면서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다. 행정의 공신력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 그래도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역 거점도시인데도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고, 대중교통 분담률마저 낮은 전주에서 BRT의 필요성은 크다. 대중교통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번에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까스로 2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3주 연속 10%대에 머물렀던 ‘2024년 10월’은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한 달로 남는다. 10%대 대통령 지지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임 대통령 중 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중요한 차이는 전임 대통령들의 이후 처신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책 변화와 국정기조 전환, 인적 쇄신을 통해 20%대 후반까지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추가적인 악재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최초의 탄핵 대통령으로 퇴진했다. 특히 광우병 파동으로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 바닥을 찍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민의 무보증·무담보 대출을 위한 ‘미소금융’, ‘법인세·소득세 감세안’, 소상공인 자영업자 상생을 위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 등 중도 실용의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또 야권 성향의 정운찬 총리를 임명하는 인사 개편과 여당 내 비주류 수장 박근혜 전 국회의원의 협력까지 받아냈고 그 결과 1년 뒤 지지율은 50%까지 회복하며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야 할 사안’을 묻는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가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이 37.7%로 가장 높은 응답을 얻었고 ‘여야 협치·갈등해소’가 20.6%로 뒤를 이었다. 해석은 간단하다. ‘국민은 지금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으니, 소통을 통해 이를 해결하라’는 경고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중도실용의 국정기조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여기에 대통령 주변의 인적 쇄신까지 더해진 ‘세트 메뉴’가 완성될 때 비로소 지지율 반등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양극화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며 의료·연금·노동·교육+저출생 이른바 4+1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지금부터는 사회적 불균형 완화, 서민 체감 경기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여러 정책도 준비한다는데 싫어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정국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주요 정책은 결국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대통령실의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관계 설정, 국민적 지지 회복이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 문제, 명태균 관련 의혹 등으로 얼룩진 국민 여론을 추스르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것은 누구보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22대 국회의 첫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까지 민주당은 특검과 탄핵만 쏟아내며, 이재명 대표 방탄 아니면 윤석열 정부 흔들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5일 이 대표는 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의 판결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반환점을 지난 윤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2년 6개월은 길지 않은 시간임에 반해, 22대 국회는 이제 막 문을 열어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 여야 협치의 모습, 더 나아가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결코 어느 한 쪽이 살고 어느 한 쪽이 죽는 것이 아닌, 모두가 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배숙 국회의원·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임규보 개인전: 풍격조각 2024. 11. 19 ~ 28 연석산우송미술관 송관 미술가: 임규보 명 제: 납작해진 풍경 재 료: 캔버 위에 아크릭·오일 규 격: 130.0x97.0cm 제작년도: 2024 작품설명: 풍경 이미지를 재조합해서 두터운 질감으로 마티에르를 구사했다. 자연의 형태와 색상,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상징적이고 추상적 방식으로 표현한 것. 고집스럽게 반복적 행위를 통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내면을 성찰하고 있다. 또한, 감각적 색채와 대담한 화면 분할 속에 숨겨진 상징성이 돋보인다. 미술가 약력: 임규보 작가는 대전·공주·완주에서 5회 개인전, 보이지 않지만, 아주 가까운, 회화의 발언-그룹의 의미, 회화의 발언-해빙의 시선, 시각시각 전에 출품했다. 문리 (미술학 박사·미술평론가)
몇 년 전 어떤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사물에게 말 걸기’라는 코너가 있었다. 일상에서 늘 보는 물건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액자’에게 말을 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아내와 나는 신혼 때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액자 걸기’였다. 아내는 눈높이에 걸자고 했고 나는 천장에 가깝게 걸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말하는 높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낮은 것 같았다. 벽에 붙어있는 액자라는 사물을 처음 인식한 것은 물론 어려서이다. 그때 액자란 고개를 뒤로 젖혀야 볼 수 있는 높이에 걸려 있었다. 그런 경험은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니 아내와의 견해차이는 그보다는 내가 살았던 부안의 옛집 천장이 낮아서 높게 걸렸다고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이 당시 아버지가 벽에 붙은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을 때 의자 위에 올라섰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옛집에는 시계와 함께 돌아가신 조부모 사진도 천장과 벽의 모서리를 이용해 거의 45도 각도로 걸려 있었다. 어른을 우러러보라는 뜻이 있는 것 같고, 조상님들이 방안의 우리를 지켜보니 삼가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대단히 권위적이지만, 시계나 유리 액자를 높이 다는 데는 위험한 물건이나 중요한 물건을 키 작은 어린아이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까닭도 있었으리라. 액자란 무엇일까? 사람이 보기 위해 벽에 거는 사물이다. 그렇다면 서 있는 사람의 눈높이에 거는 것으로 충분하다. 액자 또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진을 포함한 내용물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인식하는 대상일 뿐, 주체가 될 수 없다. 위험한 물건은 경우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어른 키높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세월이 흐르면 사물의 쓸모가 잊혀져 도리어 주인 행세하는 경우가 있듯이 사회의 제도도 그 본질을 잃고 인간을 옭아매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안존하려는 관성과 타성 탓도 있지만 그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는 점도 있다. 한 지붕 안에 사는 부부도 의견이 다를진대 직장, 지역, 국가, 세계 등 크고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하나로 모여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각기 다양함을 인정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견 차이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가부간 판단이 필요한 때가 있다. 정부, 국회, 법원에서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같은 호모사피엔스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좁혀지지 않는 골을 두고,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AI)에 판단을 맡기자는 의견이 나올 만도 한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축구나 야구 경기에서 불완전한 인간 심판 대신 기계의 정확한 판단으로 인간의 판단을 번복하는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숫자와 양으로 계량할 수 없는 가치 충돌의 세계에 인공지능을 내세워 그 판단에 순복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가치를 숫자로 환원하면 되지 않은가 하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단계에 오면 과연 “인공지능이 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본질과 쓸모를 보는 눈에도 주관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을 일으키거나 수습해야 할 목적을 지닌 법과 제도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 그 자체만으로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 없다. “액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처럼.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예전부터 군산항은 천형(天刑)을 받은 항만이라고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이에서 회자돼 왔다. 금강하구에 위치, 토사 매몰이 심해 매년 준설을 해도 쌓이는 토사때문에 원활한 항만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해양수산부 차원의 좁은 시야에서 바라본 평가였다. 범정부차원에서 보면 군산항은 천형이 아니라 천혜(天惠)의 항만이다. 토사 매몰이 심하지 않아 준설토가 없었다면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약 700만평의 군산국가산단과 함께 오늘날 31개 선석의 군산항 탄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군산국가산단과 군산항은 군산항의 준설토를 매립 자원으로 활용해 조성됐다. 즉 준설토를 자원으로 잘 활용한다면 군산항을 수심이 양호한 항만으로 만드는 동시에 국토를 확장, 전북 발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얼마든지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천형을 받은 항만이라는 좁은 시야속에서 군산항은 왜소해졌다. 부산항, 인천항 , 목포항에 이어 마산항과 함께 1899년 개항된 군산항은 125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국 항만물동량의 1.5% 처리, 입출항 선박수 전국의 2% , 도내 수출입 업체의 군산항 이용률 5% 미만, 국내 14개 국가관리 무역항중 12위 ..... 무엇이 군산항을 이같이 만들었나. 군산항이 허울뿐인 국가관리무역항이라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가관리무역항이란 정부가 관리하는 항만이다. 이는 군산항에서는 이름뿐이다. 정부는 항만을 건설했으면 부두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준설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왔다. 준설의무를 제대로 이행치 않는 직무 태만을 해 왔다. 매년 300여만㎥의 토사가 매몰되고 있지만 준설량은 100만㎥ 안팎이다. 토사는 매년 계속 쌓여갔고 이로인해 수심은 악화됐다. 그동안 준설토 투기장으로 활용해 온 금란도와 7부두개발 예정지마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제 2준설토 투기장이 완공돼 활용가능한 시점인 2029년까지 2026년부터 3년동안은 투기장 제로(0)상황을 맞게 됐다. 한마디로 준설토 투기 장소가 없어 유지 준설을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군산해수청장을 거쳐간 공무원이 무려 22명에 달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군산항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떠난 결과다. 선사들은 선박의 안전을 우려, 군산항에 계속 고개를 돌리고 화주들은 다른 항만을 이용해야 함으로써 군산항은 최대 운영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 도내 기업들은 물류비용 부담가중으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전북 경제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내 유일의 무역항인 군산항의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나. 도내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 중 어느 누가 진정으로 군산항의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졌던가. 어느 민선 도지사가 선사와 물동량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던가. 눈씻고 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공천만 받으면 의원 배지를 달고 지자체장의 자리를 꿰찰 수 있으니 항만에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상시 준설 체계 구축 등 근본적인 준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돼 왔지만 정치권과 지자체 등에서 전혀 메아리가 없었다. 천혜의 항만인 군산항의 미래가 암울하다. 오호통재라, 군산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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