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술사의 시대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는 늘 두렵다. 특히 운명이 걸린 상황이라면 불안이 더욱 고조된다. 내가 투자한 주식, 인사에서 승진, 선거에서 당선, 건강의 위험과 인간관계, 미래는 모든지 불안하고 알고 싶다. 불확실하기에 점술사를 찾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는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어떻게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 귀를 쫑긋 세워 점술사의 말에 집중한다. 점술사는 위로도 하지만 협박도 한다. 예측도 하지만 대가도 원한다. 점술사의 예언은 한도가 없다. 죽은 뒤에 세계를 천국과 지옥을 나누기도 하고, 살아서 천벌과 축복을 예견하기도 한다. 위기를 피하는 대가로 돈이나 복종을 제시한다. 점술사는 자기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단 외모부터 도사의 풍모를 갖춘다. 하얀 수염을 멋있게 기르거나 원색의 복장을 입어 찾아 사람의 눈을 홀린다. 주변에는 수행원을 배치하여 권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연기를 피워 후각과 시각을 혼란하게 하고, 묘한 음악과 소리로 귀를 어지럽힌다. 유명인을 잘 안다고 떠벌리기도 하고 화려한 동상이나 상징물을 등 뒤에 배치하여 머리를 숙이게 만든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도 이쯤 되면 주술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거나 손을 모아 애절한 표정을 짓게 된다. 부디 나를 축복하고, 액운을 물리치고, 건강과 행복을 주소서. 공자는 미래가 현재를 삼키고, 미신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이념이 사람을 옭아매는 세상을 탄식했다. ‘괴력난신(怪力亂神)’, 공자가 평생 금기시 했던 항목이다. 상식을 벗어난 괴상한 이야기(怪),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엄청난 능력과 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力),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고 공정과 정의를 무너트리는 사람과 집단의 이야기(亂), 보이지 않는 귀신과 미신을 찬양하는 이야기(神)는 공자가 평생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제자인 자로(子路)가 귀신과 미래의 일을 물었을 때 공자는 호되게 야단치며 훈계했다, ‘귀신이 아닌 사람을 섬겨라! 내세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라!’ 죽은 조상 제사 잘 지내는 것보다 살아생전 밥 한 끼 잘 차려드리는 것이 효도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느니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행복이다. 점술사에게 묻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묻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 공자가 평생토록 추구해 온 철학이다. 미래는 중요하다.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올 위기에 대안을 만들고, 위기가 닥쳤을 때 대항력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예측의 방법이다. 점술사의 예언도 아니고, 주관적 짐작도 아니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추론, 과거의 있었던 패턴, 과학적 수치를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 <손자병법>에서는 합리적 미래 예측의 리더를 선지자(先知者)라고 말한다. 미리(先) 알고(知) 전쟁에 임하는 장군이라는 의미다. 거북이 등껍질이나 물소 뼈를 불로 지져 갈라지는 무늬를 보고 전쟁에 임했던 시대에 손자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미래의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고 하였다. ‘귀신에게 묻지 마라! 보이는 대로 믿지 마라! 주관적 경험으로 판단하지 마라!’ 손자는 귀신에게 점을 쳐서 물어보고, 주관적 경험에 의존하여 얻던 관습을 비판하며 철저하게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불확실이 높아지던 시대에는 점술사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었다. 그들은 혹세(惑世)하여 권력을 얻었고, 무민(誣民)하여 이익을 챙겼다. 지도자들은 점술사의 허무(虛無)한 이야기에 해야 할 일을 미뤘고, 맹랑(孟浪)한 경고에 하지 말아야할 일을 했다. 충언과 간언은 길바닥에 내팽겨 쳐졌다. 그런 시대는 혼란이 극에 달했고, 지도자는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 이런 일이 다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소원한다.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