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보물로 바꾸는 사람들
일본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츠초는 산림이 86%를 차지하고, 인구 1,430여명에 고령화율이 53%인 과소화 지역이다. 슈퍼마켓과 대중교통조차 없지만, 가미카츠초에는 일본 최초의‘쓰레기 정류장’이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 소각 문제로 고민하던 주민들이 2003년, 미래세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선언을 통해 2020년까지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에 뜻을 모은 것이다. 가미카츠초 주민들은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직접 쓰레기 정류장을 방문하여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플라스틱, 병, 캔, 종이 등의 쓰레기는 소재별로 세분화하여 무려 13개 분류 45종으로 나눠지며 각각의 배출함에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캔과 종이처럼 재활용 자원으로 마을에 이익이 발생하면 초록색‘入’푯말이, 플라스틱과 폐건전지처럼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면 빨간색으로‘出’푯말이 붙으며 발생 비용과 재활용을 위해 이동하는 지역, 어떤 품목으로 재활용되는지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완전 표시제이자 스토리 텔링인 셈이다. 제로웨이스트 20년간의 성과는 놀라웠다. 마을 쓰레기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처리비용은 60% 절감되었으며 재활용률은 8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위생용품, 건축 폐기물이나 마스카라와 같은 복합재질의 제품이기에 가미카츠초 주민들은 이러한 영역에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산과 기술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남원의 예비사회적기업‘협동조합 비니루없는점빵’은 가미카츠초와 같이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주민조직이다. 마을 배출장이 잘 관리되지 않아 생활 쓰레기부터 농업용 비닐까지 자체 소각하는 농촌 현실을 개선하고자 민·관 간담회를 통해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쓰레기 매립장 주민 견학, 제로웨이스트 해외연수 등을 추진하며 관련 지식과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포장재와 일회용품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대안 용품과 리필 생활재를 취급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비니루없는점빵’은 프리마켓과 남원 공설시장, 전통 오일장을 순회하는 이동 점빵으로 운영되다가 시민 활동 공유공간과 만나 상설 매장으로 발전했다. 원가 부담이 높은 친환경 생활재를 유통하는 특성상 점빵 경영은 고군분투 중이지만, 대안 소비문화를 보급하고 환경 교육과 체험, 영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의 기후 감수성을 깨우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여름에는‘쓰레기 보물찾기’캠페인으로 마을에 방문하여 환경 교육한 후, 어르신들 댁에 묵혀둔 재활용 쓰레기를 라면과 국수, 호미 등으로 교환해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저력이 쌓여 지난 9월, 남원 산내면 주민 한마당이‘쓰레기 없는 산내면민의 날’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다. 면민 2천여 명, 18개 마을 규모의 행사에서 다회용기 혹은 본인 식기 지참을 장려하고, 쓰레기를 가장 적게 배출한 마을에 화합상을 수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친환경 셀프 설거지 부스가 압권이었는데, 식기를 톱밥으로 문질러 기름기와 양념을 제거하고 EM과 밀가루 혼합액, EM 희석액, 맑은 물 헹굼으로 마무리하는 단계별 체험이었다. 이처럼 쓰레기 문제는 기후 위기 시대 주민자치의 우선 과제이지만, 몇몇 사례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 단위의 몰입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기후 재난은 한가롭게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