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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이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18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에는 도내 지역구 의원 10명을 비롯해 모두 18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안 의원은 이 개정안이 22대 국회 자신의 1호 법안이라면서 “지난 총선에서 완진무(완주·진안·무주)를 3대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에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별시’ 규정 조항이 없어,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전북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전주·완주 통합을 겨냥한 것이라면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제안 이유를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이 올해 12월 27일 시행돼, 최소한의 자치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명실상부한 전북특별자치도가 되기에는 미흡하고 전북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산업의 구체화,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조직·재정 특례 등 추가적인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자치도의 특화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농업·산업 등 핵심산업을 구체화하고 지역별 특화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강화해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정과 전북자치도 고도자치권(조직, 재정 등)을 확보하기 위한 자치조직권 보완 및 지방세 규정 등 모두 34개의 특례를 담았다. 안 의원은 이러한 각종 규제 완화 특례를 활용해 “완주를 수소산업을 기반으로 한 ‘첨단경제특별시’로, 진안을 자연환경을 활용한 ‘휴양관광특별시’로, 무주를 청정자연과 태권도원을 기반으로 한 ‘청정태권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민들은 “웬 뜬금없는 완진무 특별시인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지역구에 맞는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이나 의지를 표현한 것은 좋으나 오해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발언은 자칫 전주·완주 통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공교롭게도 19일 전북자치도는 ‘통합 시·군 상생발전 조례안’ 설명회를 가졌다. 조례안은 전주·완주 통합을 감안한 것으로 기존 세출예산 비율의 12년 유지, 세금증가 등 3대 폭탄이 사실 무근임을 담고 있다. 전북자치도와 도내 국회의원의 입장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앞두고 주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이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예산이 아닌 빚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규모 지역개발사업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예산 확보 방안이 확실치 않다. 그러는 사이 지방채 발행이 계속되면서 시민 1인당 부채는 70만원까지 늘었다. 전주시의 재정 건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지방채 발행 억제와 부채 관리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나라살림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주시의 채무액은 2144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4번째로 많았고,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7.55%로 전국에서 6번째로 높았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 지방채 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기면서 전주시의 채무비율은 지난해 12.2%, 올해 16.5%에 달했다. 또 내년에는 22%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할 경우 재정위기 ‘주의’ 단체, 40%를 넘으면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해 지방채 발행과 신규 투·융자사업을 제한한다. 이대로라면 전주시도 위태롭다. 물론 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시급한 사업이라면 지방채라도 발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채는 결국 빚을 떠안아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시민 혈세를 빚 갚는 데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 행여 선거를 겨냥한 단체장 치적쌓기용으로 급하지도 않은 사업에 무리하게 빚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도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우범기 시장이 공언한 예산폭탄은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방채 관리와 함께 세출 구조조정과 가용 재원 발굴 등 재정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의 기본은 건전한 재정이며, 재정 정상화는 지자체장의 당연한 책무다. 전주시는 뚜렷한 예산 확보 대책도 없이 각종 개발사업 청사진을 내놓기 전에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인 11개 부문을 석권했던 영화 ‘벤허’ 의 명장면은 마지막 마차경주인데 벤허가 자신의 누이와 어머니가 한센병에 걸린 것을 보고 기겁하던 장면은 너무나 생생하다. 한센병은 1871년 이를 최초로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세균성 질병인데 걸리면 피부에 염증이 발생하고 신체 조직에 변형이 일어난다. 한센인들은 흉한 외형으로 ‘문둥이’라 불리며 편견과 혐오, 극단적 차별을 받아 왔다. 전남 장흥 출신 소설가 이청준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통해 한센인의 아픔을 잘 묘사했다. 한센인들은 오랫동안 정부의 격리 정책으로 깊은 산 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든 정착촌에서 축산업 등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한센인’ 하면 소록도처럼 먼 곳이 연상되지만 실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익산 왕궁과 김제 용지다. 지난해 ‘제29회 김제시민의 장’ 공익장을 수상했던 김창수(62) 전주김제완주 축협조합장. 그는 용지의 한센인 정착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온 차별과 혐오를 신앙심으로 극복하며 결국 5선 조합장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어린 시절 문둥이라는 비아냥에 피눈물을 흘리며 성장한 그였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선교헌금이 벌써 30 여년이 지났고, 누적 선교헌금액은 15억 원도 넘는다고 한다. 지난 14일 ‘새만금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김제 용지 한센인촌 축사 매입 사업 종료시점은 오는 2028년까지 가까스로 4년 연장됐다. 문제는 향후 김제 축사 매입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추가 예산 확보 여부다. 용지 한센인 정착농원은 53개 축산농가(돼지 47, 한우 6)에서 가축 6만두를 사육하고 있다. 축산폐수로 인한 환경문제와 전북혁신도시 악취 문제, 특히 새만금 수질관리의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총 53개 축사 중 26개 매입에만 사업비 481억원을 모두 소진, 남은 곳 27개 매입과 생태복원에 37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년에도 마무리할 수 있는 액수다. 용지와 여건이 비슷한 왕궁의 경우 축사 매입이 지난해 마무리됐고 이젠 환경복원의 메카로 만드는 중이다. 최근 영국 에덴 프로젝트 팀이 익산을 방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에덴 프로젝트는 영국 콘월의 방치된 폐광지역을 세계 최대의 친환경 온실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생태복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익산시는 '왕궁정착농원'을 생태교육의 장으로 복원하기 위해 '에덴 프로젝트' 를 추진중이다. 이제 모든 관심은 김제 용지로 쏠렸다. 새만금 수질관리는 물론 한센촌 문제 핵결을 위해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큰 곳보다 급한 곳에 손이 먼저 가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CHM01! 캄보디아(Cambodia) 최초의(01) 사료용 일대잡종(Hybrid) 옥수수(Maize) 품종 이름이다. 일대잡종 품종이란 서로 다른 품종 또는 계통 간에 인공교배한 첫 후대 식물체가 선대의 양친보다 생산성의 증대가 확실하고 균일한 생산물을 얻을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옥수수 품종은 대부분이 일대잡종 품종이다. 캄보디아에서 사료용 옥수수는 벼, 카사바 다음으로 재배면적이 많은 작목으로 연평균 약 20만ha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자국내에서 개발한 일대잡종품종이 전무한 상태로 매년 인근 국가인 베트남, 태국 등의 외국 기업에 약 400억 원 이상의 종자비를 지출하면서 전량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2010년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KOrea Partnership for Innovation of Agriculture)이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것은 옥수수 품종개발사업에 대한 지원 요청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품종개발 프로젝트는 6년의 세월이 흐르는 2018년까지 육종자원을 수집하고 수많은 우수계통을 양성하여 드디어 BNT56(♂) 와 BNT66(♀)라인의 조합에서 잡종강세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2년 동안 현장재배 실증을 거쳐 2020년 드디어 캄보디아 최초로 일대잡종 옥수수 품종을 CHM01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여 국가보급품종으로 등재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우수한 품종의 개발이 첫 번째 관문이라면, 이를 신속히 현장에 확대 보급하는것 역시 중요한 대목이다. 2021년부터는 CHM01품종을 농가에 확대 보급하고 현장에서 시범화하는 작업을 2024년까지 시행하여 누적으로 580명의 농업인 참여한 가운데 770ha에서 재배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캄보디아의 대표적 재배 시즌인 건기의 경우 ha당 산물로 8∼10톤의 생산성을 보이며 수입품종과 동등한 경쟁력을 보여 주었다. 캄보디아에서 CHM01 품종의 개발 및 농가보급사업의 성공은 두가치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캄보디아의 농업과학기술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였다는 점이다. 지난 10년동안 일련의 일대잡종 개발기술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면서 품종개발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위 고기잡는 방법에 대한 공유의 효과이다. 둘째는 수입품종만을 재배하던 나라에서 자국에서 개발한 품종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농업인들의 자긍심 고취이다. 현장에서 농민들로부터 “우리도 이제 희망이 보이고 기술진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때면 해외 ODA 사업에 대한 보람도 느껴진다. 캄보디아는 세계적인 고대유적인 앙코르와트를 보유한 관광국가이면서 전체 GDP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2%에 이르는 농업국가이기도 하다. 연평균 5∼7%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급속히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 일인당 GDP가 연 2500달러 남짓 수준의 저개발 국가이다. 이런 국가에서 주요 작목의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과도한 종자비 지출 같은 외화를 줄이는 것은 국가 경제 발전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캄보디아내에서 농업 ODA 사업 중 옥수수 일대잡종 품종의 개발과 보급사업은 대표적인 성공 히스토리로 통한다. KOPIA 프로젝트가 긴 여정 동안 인내심을 갖고 재정적, 기술적으로 공여해 온 값진 결과이다. KOPIA 캄보디아 센터는 옥수수 프로젝트의 모든 성과와 산물을 2024년을 기점으로 캄보디아 정부에 이관하게 된다. 긴 세월 동안 한국의 농촌진흥청 KOPIA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길러온 역량으로 CHM02, CHM03가 계속 개발되어 캄보디아의 옥수수 산업이 더욱더 발전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송영주 KOPIA 캄보디아센터 소장
주민자치활동은 주민 스스로가 갖는 필요를 해결해나가고 동시에 불합리를 개선하여 종국에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서비스 기반이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촌지역에서 주민자치의 중요성은 더 크다. 하지만 타 시도에서는 조례로 보장하며 실시하고 있는 주민총회, 마을발전 및 활성화계획, 읍·면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사업계획 처리 등이 아직 우리 지역에서는 진행되고 있지 못한 측면을 보아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주민자치의 위상은 타 시도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신선식품에 대한 주민의 접근성이다. 마을은 고사하고 면 소재지에도 식선식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사라지는 이른바 ‘식품사막’이 농촌지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자칫 농촌에서는 자신이 먹을 신선채소를 모두 텃밭에서 재배해서 먹을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수익성이 없는 농촌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계산법으로는 맞지 않는 일이다. 한편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36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은 2만7609곳에 달한다. 무려 73.5%에 해당한다. 광역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전북자치도내 행정리 5245개 중 83.6%가 마을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점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남이 83.3%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식품사막화 현상에 대한 문제점은 단순히 식품 구입의 불편함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된 농촌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데 있다.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보관이 편리한 가공식품의 구입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고열량 식품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와 영양섭취부족,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져 농촌주민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감소, 면역력 저하 및 스트레스 증가 등을 유발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농촌의 지역사회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북연구원은 식품사막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식품사막화 지도를 제작하여 관리해야 하며, 협동조합 식료품점 개설, 식료품 바구니 정책, 식품사막화 지수 등을 제안했다. 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식품사막화와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 식료품점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동식 점포 또는 상시 매장으로 운영하는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 영광군의 ‘동락점빵’ 사례는 농촌지역에서 배우고 실천한 만하다. ‘동락점빵’은 인구 1,700명의 묘량면에서 활동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동 점빵이 매주 2회 면의 18개 행정리, 42개 자연마을을 돌면서 식료품,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는 이동 점빵은 물건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서서 고령화된 농촌사회 주민들의 종합적인 삶을 살피는 효과가 있다. 주거환경부터 식생활습관, 건강 체크까지 지역사회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동락점빵’의 예는 식품사막화라는 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풀어가는 주민자치활동의 사례이다. 이와 같이 주민자치의 목적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여건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추구함에 있다. 농촌에 산적한 문제 해결이 곧 자치이고 자치가 곧 행복한 삶의 시작과 끝이다. 농촌사회에 존재하는 불합리를 주민자치로 풀어내자.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거리에 울려 퍼진 외침. 그리고 그는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 거리에서 분신한 청년 전태일(1948~1970)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은 그를 노동운동가로 만들었다. 노동 환경을 바꾸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으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분신이었다. 죽음으로 항거한 그는 자신의 고뇌와 결단을 유서에 이렇게 썼다.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그가 떠난 지 54년. 세상은 달라졌을까. 대한민국 노동운동은 발전했으나 안타깝게도 노동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16.2%. 20% 선을 유지하던 2000년대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상위권 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중도 20022년 기준 37.5%로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그만큼 고용의 질이 나쁘다는 근거다. 장시간 노동 비중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과로사와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이다. 전태일의료센터는 노동자의 의료를 지원하는 사회연대병원 녹색병원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사회연대병원이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병원비나 생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노동자병원을 만들자는 것이 건립 목적이다. 2027년 완공이 목표인 전태일의료센터는 지금 국민 모금 운동이 한창이다. 예상되는 건립비 190억 원 중 50억 원을 국민 모금으로 마련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목표의 31.5%, 15억8천만 원이 모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눔과 연대 정신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11월 초에 열린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기금마련을 위한 이철수 판화전'을 통해서도 모금 참여의 통로는 활짝 열렸다.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을 둘러보면 노동자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병원, 나눔과 연대로 ‘아픈 사회를 치유’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이 우리 사회에 전하는 의미는 더 각별해진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우리를 다시 부르는 이유가 있을 터.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살리는 이 행렬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전북자치도가 18일 전북형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 청년들의 미래 불안은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렇다. 전북의 저출생과 인구 감소는 심각하다. 이대로 가다간 존립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그 중 핵심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으면 한다. 김관영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인구절벽 위기는 곧 전북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인식조사와 기업, 청년, 어린 자녀 양육 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저출생 대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전북청년 희망 High, 아이 Hi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용은 취업‧결혼, 출생, 양육, 가족친화문화 확산 등 4개 분야 71개 사업으로 1089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국비 133억 원, 도비 389억 원, 시군비 539억 원, 기타 28억 원 등으로 구성되며 지방비가 85% 이상이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 제공을 위해 ‘반할주택’(임대료의 절반 부담) 500호 공급과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에 대한 공직임용 우대제도 등이다.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다. 전북 인구는 1966년 252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올 10월 말 173만 명으로 주저 앉았다. 14개 시군이 모두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해마다 1만 명 가량의 청년들이 전북을 탈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와 20대는 좀더 나은 대학을 찾아, 20대와 30대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행을 택한 것이다. 전북에는 가고 싶은 대학도, 양질의 일자리도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일자리가 핵심인데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전국의 청년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들기 마련이다. 청년들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게 아닌가. 하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책은 쉽지 않다. 지름길인 기업유치를 위해 도지사나 시장·군수들이 전방위로 뛰고 있으나 실적은 시원치 않다. 지자체가 앞장서고 대학과 기업 등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
며칠전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역 균등발전 차원에서 헌법재판소 전주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법률안 발의를 앞두고 이성윤 의원(민주당 전주을)이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서명을 요청하자 뜻밖에 두명의 동료 의원들이 시큰둥하게 “그거 되겠어?” 반문하면서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의원 2명은 법조 전문가여서 어떻게 보면 헌재의 전주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요즘 지역정가의 화두는 전북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문제다. 예상했던대로 전북에서부터 “그거 되겠어?” 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 전북은 왜, 갑자기 실낱같은 희망도 없어보이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을까. 발단은 2년전 도지사 선거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상황에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등은 “무너져 가는 전북을 살리려면 뭐라도 좀 해보자”며 후보들에게 이의 공약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현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체육계 내부에서 차츰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자 지난해 봄부터 김관영 지사와 체육계 실력자들이 만나 해법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새만금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이 국제행사 유치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후 1년 가량 올림픽 유치 카드는 묻혔다. 그러다가 올 여름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폐석에 가깝던 돌이 요석으로 변했다.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맡은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고정관념 없이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유치 장소를 선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2036 하계올림픽은 아시아권이 확실시되는데 대한민국을 비롯,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서울은 이미 수도권인 인천, 경기, 강원도와 분산 개최를 준비 중이다. 전북은 광주전남은 물론, 대전, 충남 등과도 연계해 경기장 등 부족한 시설을 공유할 방침이다. 결국 내년 1월 결정 예정인 국내 후보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전북을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의 한판 대결 양상이다. 하계올림픽 지역 유치가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는 점에 비단 전북뿐 아니라 비수도권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끝까지 전북과 서울이 경합을 하게 될 경우 공동개최 여부도 쓸 수 있는 카드임엔 분명하나 현재로선 일단 단독개최로 선을 긋고 있다. 전북이냐, 서울이냐? 그 결과는 정치권에 생각지도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서울올림픽 유치가 성사된다면 오세훈 시장은 그 여세를 몰아 단번에 유력한 여권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어 소위 ‘오세훈 대망론’에 날개를 달게된다. 만일 전북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김관영 지사 또한 잼버리 징크스를 일거에 털어내면서 연임 가도에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차차기 대권가도까지 꿈꿀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조훈현 국수가 한창 성가를 날리던 시절에도 유독 전주 출신 제자 이창호를 만나면 뜻밖의 패배를 당하곤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해야 본전이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못해도 본전을 찾는 작금의 상황은 조훈현-이창호의 맞대결을 연상케 한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기에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 양상이나 손잡고 한쪽으로 함께 가면 상생의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북체육인들은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전북체육회 광장에서 전북도 등과 더불어 ‘전북올림픽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대회’를 개최, 대대적인 출정식을 갖는다.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 “그거 되겠어?” 아니면 “임자 해봤어?” 과연 무엇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 초기에 왜군의 전라도 진격을 막아 전세를 확 바꾼 일대 전기가 된 사건이다. 이순신장군이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의 어원이 되는 전투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 첫 육상 승전보로 호남방어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며, 당시 전투를 이끈 황진 장군은 1593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10만의 왜군 본군에 맞서 항전하다 장렬히 전사했다. 웅치와 이치는 단순히 전북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됐던 전투다. 뒤늦게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웅치·이치전투는 아직 뚜렷하게 각인되지 못했다. 한산대첩, 진주대첩, 행주대첩 등은 국운을 뒤바꾼 전투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웅치·이치전투는 아직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그간 지역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러한때 웅치·이치전투 기념사업회(상임대표 두세훈)가 웅치전적지에 호남 임진왜란 전쟁기념관 건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기념사업회는 문화재청과 전북도,완주군에 이의 필요성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웅치전투를 이끌며 전주성을 지킨 황진 장군은 임진왜란의 영웅임에도 황진 장군 기념관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퇴색된 무인석만이 쓸쓸히 자리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웅치전적지의 국가사적화에 머물면 안되고 그 후속조치로 반드시 호남 임진왜란 전쟁기념관과 문화재청 직속 웅치전적지 탐방거점센터 건립 등이 필요하다는 거다. 구태여 그런것까지 필요하느냐고 묻는 것은 단견의 소치다. 오늘 현재는 과거 숱한 역사가 축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피해를 보는 것조차 꺼려하는 요즘,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던졌던 선조들의 웅혼한 기개는 길이 전할 필요가 있다. 추후 웅치전적지 관련 종합정비계획에 이들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완주군, 전북자치도는 물론, 문화재청이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바다에는 이순신 장군, 육지에는 황진 장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진 장군은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이었다. 과거의 역사를 오늘에 생생하게 재현시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걱정이다. 우려했던 트럼프 리스크가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당장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보다 우리 지구가 더 걱정이다. 기후위기 시대, 국제사회가 협약을 통해 힘겹게 붙잡고 있던 생명의 끈이 위태롭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상징한다. 그런데 미국의 협약 재탈퇴가 예고됐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가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가입했다. 그리고 돌아온 트럼프 정부의 내년 파리협정 재탈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녹색 사기’라며 기후위기론을 부정해온 트럼프 2기,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잠시 시간을 돌려보자. 트럼프는 1기 취임을 앞둔 지난 2016년 12월, 환경론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만났다. 정치인이자 환경운동가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발한 책 ‘불편한 진실’의 저자인 앨 고어와 파리협정 탈퇴 등 반환경정책을 공언해온 트럼프의 회동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의 설득으로 트럼프의 환경 관련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고집불통 트럼프에게 좌고우면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더 단단해진 트럼프 앞에는 그런 견제세력도, 기대도 없다. 예상대로 트럼프 당선인의 환경정책 뒤집기는 거침이 없다. 에너지부 장관에 화석연료 예찬론자인 석유회사 최고경영자를 지명했고,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환경보호청(EPA)을 수도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건너 그 나라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환경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게다가 ‘미국’이다. 기후변화협약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지구촌의 기후위기 대응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지구촌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수만 명이 한 곳에 모인다. 각국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다. 올해도 제29차 총회(COP29)가 동유럽의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에서 지금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해 22일 폐막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보다 단호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개막 전부터 힘이 쭉 빠져버렸다. 트럼프 당선 후 주요 국가의 정상과 정치 지도자·기업인들이 잇따라 불참을 통보했다. 트럼프 재당선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재앙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악당’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걱정이다. 환경정책 뒤집기, 환경위기의 진앙이 고집불통 트럼프뿐일까?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대한민국 윤석열은? 그리고 전주시 우범기는? / 김종표 논설위원
지난 11월 11일 전주 전라감영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라감영 접빈례(接賓禮)’다. 외교관인 조지 클레이턴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가 1884년 전라감영을 방문하였을 때 전라 감찰사 김성근(金聲根, 1835~1919, 1883년 2월~1885년 1월 재임)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겼다. 전라감영 접빈례는 이를 토대로 재현한 것이다. 그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풍남문에서 가마를 타고 전라감영에 도착하였는데 이날은 취타대와 전주기접놀이 보존회가 전라감영까지 퍼레이드를 펼치며 조지 포크를 맞이하였다. 이어 감찰사격인 도지사가 전라도 방문을 허가한 호조(護照)를 수여하고 참석한 기관장들은 포크의 방문을 환영하는 축사를 진행하였다. 이에 포크의 답사가 이어졌다. 관찰사와 육방권속이 함께 촬영한 것처럼 당시 사용했던 유리건판 방식을 그대로 활용하여 참석한 기관단체장들은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어서 춘앵무·무고·살풀이의 무용과 판소리 공연으로 축하연을 펼쳤다. 이는 당시 4인의 무희들이 춘 무고(舞鼓) 춤을 사진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당시 교방청 예인들의 성대한 공연프로그램이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고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숙소에는 꽃 화병을 놓고 술잔에 국화꽃을 띄우는 등 전라감영에서의 손님 접대와 전라도 음식, 교방청 예인의 축하연을 두고 조지포크는 타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한 격조 있는 대접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파견한 보빙사의 통역장교로 조선인들과 처음 대면하였고, 거북선을 서양에 처음으로 소개하였으며 팔만대장경 등 조선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제너럴셔먼호 배상 청구의 부당성을 반박한 미국 정부 외교관으로 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처럼 조선 근대 외교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조지포크의 기록은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라감영과 전주의 사회문화, 예술에 대한 최초 사료로서 근대문물의 수용 과정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가치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그의 기록이 휴민트(humint)적 산물이라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 전라감영은 건축물의 복원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전주시는 2020년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전라감영을 복원했다. 전라도의 수도가 전주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다시금 새기고 동시에 풍패지관(灃沛之館, 조선왕조의 발원지)과 한옥마을을 연계한 관광 거점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말이다, 전북의 정체성을 제고하기 위한 야심찬 사업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도립국악원과 무형유산을 최다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전주대사습,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으로 어느 지역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전통문화적 기반이 탄탄하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토대로 접빈례 행사를 연례적으로 지속하여 전라감영의 문화상품으로써 전북 고유의 문화콘텐츠로 작동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전라감영이라는 공간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대적으로 활용하여 전북의 문화적 정체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의뢰인은 귀촌하여 시골에 집을 짓고 살고자 부동산을 알아보던 중, 마침 자신이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개업자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최근 상속등기 되어 8명이 공동소유로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은 나머지 7명의 남매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호적에 올리기만 한 사람으로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얼굴도 연락처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의뢰인은 이 토지가 마음에 드는데, 7명의 지분만 살 수 있는 상태로 사도 되는지 물어왔다. 부동산 등기부를 확인했을 때 하나의 부동산에 여러 명의 소유자가 지분을 소유해 소유권자로 되어 있는 경우, 이들을 공유자라 한다. 요즘은 결혼하면 주택을 부부간 반반 공유한다 하지만, 그리 권하고 싶진 않다. 부동산을 공유하게 되면, 공유자들 사이에 의견 일치를 보지 않는다면, 매매 등 소유권 행사가 어렵게 된다. 게다가 공유자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 그 지분을 팔거나 경매로 소유권자가 바뀌기라도 한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과 부동산을 공유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공유를 해소하는 방법을 민법 제269조에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현물로 분할하기 어려울 때 법원은 물건의 경매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뢰인의 경우 해당 토지의 7/8 지분을 매수한 후, 1명의 공유자에게 공유문 분할 청구를 할 수 있는데, 공유물 분할이 청구되면 어떠한 방법으로든 공유물이 분할이 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의사로 공유자가 의견이 일치되면 그 의견으로 조정이나 판결에 이르게 된다. 공유물 분할 방법으로는 부동산을 지분만큼 나누어 가지는 현물분할, 부동산을 경매로 매도하여 지분만큼 가져가는 경매분할이 있고, 하나의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의 지분을 매수하는 지분 매수 방법이 있다. 의뢰인의 경우 토지를 매수해 그 위에 집을 짓기 위한 것으로 땅을 원하는데, 1/8 지분 공유자에게 자신이 그 토지를 매수했던 시가 정도로 공유자의 해당 지분을 매도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유물 분할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요새 농촌들녘을 지나다보면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가로운 풍경에 빠져 문득 따다만 감나무에 영롱한 홍시 한 두개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훈아도 아니고, 울엄마도 아닌 예전 국민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이 연상되며 얼마 전 갑자기 별세한 일용엄니 김수미배우가 생각났다. 아마도 양촌리의 시골 풍경과 흡사해서인가? 군산출신으로 전북을 대표하는 여자배우, 우리농촌의 현실과 한국어머니를 대표하는 배우 김수미님. 70~80년대를 살아온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김수미님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아침 출근길에 들었을 때 나는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건강나이 120세를 향해 달리는 시대에 누가 이런 뉴스를 믿겠는가. 더구나 그녀는 드라마.영화.여러매체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전도하며 왕성하게 활동중이지 않았던가? 김수미님을 국민의 엄니로 만든 것은 전원일기다. 요즘의 MZ세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원일기와 전국노래자랑이 전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방송으로 각인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이 겪었던 산업화과정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모습과 이웃과의 관계, 농촌생활의 포근한 정을 간직하게 한 국민드라마 전원일기. 누구나 공감하기에 항상 월요일 그 시간이면 김수미님을 비롯한 전원일기 팀들이 전국가정집에 어김없이 방문하곤 했다. 김수미님이 맡았던 일용엄니역할은 일종의 감초같 은 역할이었다. 전형적인 농촌드라마이며, 우리모두의 뿌리가 농촌이라고 각인시켜준 드라마였다. 아마도 배우 김수미가 해 냈던 그런 드라마는 안 나올 것이기에 오늘따라 그녀가 그리워진다. 그녀가 열연했던 전원일기는 문화재급으로 인정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인은 소탈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다. 일용엄니는 우리가 과거에 느꼈던 따뜻하고 헌신적인 어머니 그 자체이다. 정제되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말투는 그 당시 산업화과정에 있던 우리모두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그녀의 현실감 있는 연기는 드라마를 보고있던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당시의 고향집어머니를 느끼게해 주었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모습은 전국민들을 울리고 웃게했으며 내고향집을 생각나게 해 타지에서 생활할 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한편, 김수미님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당으로 활동했던 시절도 있었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한다.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어느땐 그런 고통들이 다른 길을 유도하기도했다. 그러나 그런 역경을 다 이겨내 결국 연기자로써 성공하게된다. 그는 여러차례 인터뷰를 통해 삶에 지치거나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사람을 우리는 스타라고 부른다. 김수미님이 우리시대의 진정한 스타이다. 소탈하고 소박한 동네이웃집아줌마이며, 어느때는 쌍욕을 해도 싫지 않으며 내가하고 싶은 욕을 대신해줄 땐 희열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김수미님은 훌륭한 삶을 사신분이다. 고인이 계신 하늘나라는 욕하고 시기할 일이 없는 천국이다 보니 이제는 웃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어지는데 오늘 퇴근길은 혼자계신 어머니집에 들러 나훈아의 홍시라도 들으면서 저녁도 같이 먹으면서 시간 좀 보내야겠다. 박건후 전주농협경영지원본부장
술은 과거 ‘회식자리에서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에서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고 이 같은 술 문화 확산에 맞물려 전통주 소비 및 생산이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최근 전통주 시장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증가해 시장규모가 확대추세이며, 국제적인 K-푸드 열풍은 수출확대 기회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대로 이어온 전통의 역사가 있고 국내 쌀과 과실로 빚어지는 술을 전통주라고 한다. 또한 각 나라마다 자국의 환경에 맞게 전통성과 역사성을 더하고 나름 멋과 맛을 내면서 식생활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주로 곰팡이균을 이용하여 빚어지는 누룩술인데 주요 원료는 멥쌀, 찹쌀, 잡곡 등 다양하다. 이렇게 우리 전통주의 주 원료인 쌀이 밥에서 다양한 가공식품 특히 주류에 이용되면서 소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과거 우리에게 쌀은 주식으로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1970년 이전에는 식량부족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이 쌀이 아닌 잡곡을 섭취 하였으나 통일벼의 개발과 함께 쌀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귀하고 고마운 쌀도 우리의 생활 습관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4g으로 30년 전보다 50%이상 감소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농업의 근간이 되는 벼농사를 무조건 줄이거나 없앨 수 만은 없기에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시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쌀을 이용한 주류를 만드는 것이다. 쌀을 이용한 주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이 존재하였다. 그 중 대표적으로 우리는 막걸리를 떠올린다. 과거 우리 선조부터 마셨던 터라 전통주는 종종 나이 많은 사람의 술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쌀이 우리의 관심을 덜 받는 현재 전통주는 우리 곁에 더욱 다가와 기존에 인식을 바꾸고 있다. 전통주 온라인 플랫폼 백술닷컴의 신규 가입자 중 2030세대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MZ세대에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결과 2018년 456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2년 1,629억원으로 4년 만에 360% 성장 했다. 이처럼 전통주가 앞에서 말한 위기의 쌀시장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술 제조에 사용되는 쌀의 양은 다른 가공품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17년 안동시 조사에 따르면 안동지역 7개 양조장이 안동지역 한해 쌀 소비의 5.4%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조금씩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의 경우 시장의 10%를 우리 농산물로 만든다면 한 해 3만6천톤의 쌀이 소비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이렇게 전통주의 쌀 소비 확대로 정부도 우리 쌀을 활용한 전통주의 주세 경감 대상을 올해 세법개정안 수준보다 2배로 늘리고 원료 규제 개선과 육성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오는 12월 K-라이스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다. K-라이스페스타는 우리 농산물인 쌀과 쌀로 만든 전통주를 홍보하여 가공용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열린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전주이강주, 한영석발효연구소, 고창 배상면주가가 본선에 진출하여 우리 전북 쌀의 우수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단기적인 쌀 소비 촉진을 넘어 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농업·농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서 우리 쌀이 다시금 주목받고, 쌀 소비가 활성화되어 우리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쌀로 만드는 전통주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층의 유입, 홈술 문화의 확산, K-콘텐츠의 인기에 따른 해외 수출 증가 등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전통주는 이제 단순한 술이 아닌,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담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이자 쌀 소비의 선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우리 농협도 적극적인 지원을 통하여 전통주산업이 더 밝은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쌀 기운이 가득한 우리 전통주의 성장과 함께 쌀맛나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전주시가 고도(古都)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후백제 유물·유적에 대한 보존이 시급하다. 특히 추정 궁성지를 최대한 보존해야 가능할뿐만 아니라 고도 지정 이후에도 전주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학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잇달아 개최한 ‘후백제 고도 전주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일관되게 터져 나왔다. 하지만 후백제 궁성지로 추정되는 전주시 중노송동과 인후동 일원에 재개발이 시행되고 있어 보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주시장의 강한 역사인식과 시의회의 협조, 시민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전주시는 백년 앞을 내다보고, 아파트숲 보다 품격높은 역사문화도시를 지향했으면 한다. 1100년 전, 후백제 왕도였던 전주시는 올해 9월 광주시와 경쟁 끝에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국비 450억원을 들여 2030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도 육성법’에 따른 고도 지정이다. 고도는 경주(신라), 부여ㆍ공주ㆍ익산(백제)에 이어 올해 경북 고령(가야)이 지정되었다. 전주는 12월에, 6번째로 고도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고도로 지정되면 지정지구에 대한 행위 제한이 따르며 3500억∼5000억원의 국가예산이 지원된다. 문제는 전주시가 매장유산(비지정) 만으로 고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5개 도시의 고도 지정은 국가사적이 수반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전주시는 선례가 없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전주가 문화유산의 고도로서는 타당하나 정책적 고도에는 의문부호를 단다. 또 고도로 지정된다해도 특별보존지구와 보존육성지구를 어느 범위까지 지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인봉리(기자촌) 재개발과 종광대 재개발, 문화촌의 발굴 등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하다. 추정 궁성지 보존과 재산권 보호가 맞부딪치고 있어서다. 전주시가 의지가 있다면 대체부지 물색이나 용적율 상향, 매입 등 방법은 없지 않다. 앞으로 후백제문화권은 국토연구원에서 초광역 역사문화권 전략계획이 수립되고 있어 새로운 양상을 띨 전망이다. 기존 권역에서 빠졌던 전남과 대구·경북, 경남지역까지 포함돼 전주시의 역할이 예전같지 않을 수 있다. 후백제 고도로서 전주시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6만5119명이나 된다. 근로자가 1만705명(16.4%)으로 가장 많고, 유학생이 9502명(14.6%), 결혼 이민자가 5722명(8.8%) 등이다. 이제 지역사회에서도 외국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야만 할 공동체라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 6월 정부가 '외국인력의 합리적 관리 방안'을 발표했으나 외국 인력 수급, 불법 체류 감독 등에 대한 방안만 담겨있을 뿐 막상 일선 산업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은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한다. 결국 비자·체류, 고용 형태, 언어장벽, 잦은 이탈 등에 대해 보다 정밀한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할 상황이다. 일선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중소기업들이 언어 소통과 잦은 이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 중소제조업체 114개 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0%가 '의사소통 문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30.5%는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 를 지적했다. 결국 '불성실 근로자 제재 체계 구축'과 '체류기간 확대', '모범근로자 혜택 강화'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이유는 '내국인 구인 애로'가 87.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종사자 수가 10인 미만인 영세 업체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졌다. 기업들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불성실 근로자 제재 체계 구축'(55.4%)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체류기간 확대'(39.3%), '모범근로자 혜택 강화'(35.7%) 등도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응답 기업의 56.1%가 현행 E-9(단순기능직) 비자를 넘어 고숙련 인력인 E-7 비자 소지자 채용에 관심을 보였다.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체는 내국인력의 취업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젠 도시나 농어촌 가릴것 없이 외국인 근로자에 기댈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사소통 문제와 더불어 잦은 사업장 변경으로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고용업체에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재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거다. 차제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낸 적절한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새만금개발청이 지난 14일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면서 새만금의 새로운 청사진에 관심이 쏠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직후 새만금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수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부는 ‘잼버리 파행과는 무관하게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개발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걱정이 컸다. 정부가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나온 조치여서 새만금사업 축소와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국토연구원은 이번 중간보고회에서 새만금의 발전 전략으로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푸드, 관광·MICE 등 3대 허브와 함께 메가시티 경제권 구상안을 제시했다. 초점은 대규모 산업용지를 신속히 공급하는 데 맞춰졌다. 산업용지를 늘리고, 농업용지를 더 줄이자는 것이다.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토연구원은 새만금에 총 44㎢의 산업용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 소관 도시용지 내에서 확보 가능한 면적은 새만금국가산단을 포함해도 최대치가 15㎢에 그친다. 새만금개발청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농생명용지를 일부라도 전환해서 당장 시급한 산업용지 수요를 해소하자는 입장이다. 농생명용지를 더 줄이고 산업용지를 늘리는 방안을 놓고 지루한 논란이 우려된다. 실제 일각에서 ‘용도전환을 하기보다는 매립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농생명용지에 이미 설치된 농로와 농수로 비용이 매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생명용지 축소 방안을 놓고 농림축산식품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자칫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어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 기본계획은 용역 이후 여러 절차를 거쳐 내년 말께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지금 새만금사업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신속 개발’이다. 첫삽을 뜬지 30년이 훨씬 더 지났는데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개발 방향마저 오락가락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새로 수립하는 기본계획은 무엇보다 ‘사업 속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년 말 최종 확정까지 전문가 의견수렴과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산업용지 확대 등 쟁점사항을 원만하게 풀어내 새만금 조기 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 손가락으로 너를 세우면 내 뜻 흘러들어 곧게 네 까만 몸짓이 된다 생각하므로 글이 되는 너의 행적은 인류의 표의와 표음 검은 심으로 붉은 사랑도 그려낸다 인류가 읊는 모든 경은 우주란 백지에 달려나간 너의 행적 신화에서 달빛까지 긴 여정을 몽당의 네 처절한 몸부림으로 가라 혀 끝 서로 닿아서 더 또렷해지는 진실 또는 사랑 △ 연필은 검은 심을 품고 있습니다. 연필이 품은 검은 심은 연필의 “몸짓”입니다. 또한 “우주라는 백지에 달려 나간” “행적”도 됩니다. 몽땅한 몸이 될 때까지 연필은 “백지”에 “신화”며 “달빛”을 “처절한 몸부림”으로 갈 것입니다. 우리가 가끔 연필심에 침을 바르는 행위는 연필의 “더 또렷해지는 진실”에 힘을 보태는 일입니다. 필통에 꽂혀있는 연필은 영락없이 무기처럼 보입니다. 연필이 칼보다 강한 이유는 연필의 이런 모습 때문일 겁니다. 제 몸 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연필은 품고 있는 심을 놓치지 않습니다./ 김제 김영
우리사회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이며,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심각한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물론 병역자원도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노인 복지 등 사회서비스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 사회복무요원 인력을 잘 활용한다면 병역이행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사회서비스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무 제도는 1969년부터 시행된 방위병제가 폐지되고, 1995년에 공익근무 제도가 신설되어 운영되다가 2008년 보충역 자원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우선 활용을 위해 도입되었다. 전북지역에는 총 530여개 기관에서 1,900여명의 사회복무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사회복지 분야는 약 1,410여명으로 74.2%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사회복지 분야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보호 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고, 특수학교 장애학생 곁에서 1:1 맞춤 지원을 하는 등 숨은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지방병무청은 이렇게 어려운 곳에서 성실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노력하고 있다. 첫째, 정기적으로 복무기관을 방문하여 소통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및 복무기관장과 소통함으로써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복무경험이 사회생활의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 성실히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끔 복무기관 담당자로부터 사회복무요원이 직원 한사람 몫을 넉넉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다. 둘째,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자긍심 고취 및 사기진작이다.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하여 언론에 홍보하고, 정기적으로 ‘모범 사회복무요원’과 ‘자랑스런 HERO’를 선발・포상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무요원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 상호 간 임무 교차체험을 실시하였다. 현역병은 전・후방 곳곳에서 국토수호의 역할을, 사회복무요원은 장애학생을 돌보는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서로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셋째, 복무부실 예방 중심의 선제적 관리로 성실복무를 유도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못 막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사건・사고 상황에도 복무지도관이 복무기관을 즉시 방문하여 갈등 상황을 해결하여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에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전문 청소년상담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상담을 의뢰하여 치유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인력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질이 좋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등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직무역량이 향상되어야 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사회복무요원들의 자긍심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백제는 한국의 고대 국가 중 하나로 기원 전 18년 온조왕이 한강유역에 건국하여 660년 멸망할 때까지 약 700년 동안 31명의 왕이 재위하였다. 비류왕은 김제에 대규모의 벽골제(碧骨堤)를 축조하는 등 수리시설을 확충시켜 농업경제력의 기반을 확대하였고, 이 토대 위에서 4세기 근초고왕(재위 346~375)은 가야를 복속하고 황해도로 진출하는 등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정책으로 인해 한성(위례성)이 함락되고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도읍을 옮겼고, 무령왕(재위 501~523)은 귀족세력을 재편하여 왕권을 강화하면서 중흥의 초석을 다졌다. 성왕(재위 523~554) 시기 538년에는 사비(지금의 부여)로 천도하였고, 이후 무왕(재위 600~641)은 왕권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익산에 왕궁을 건설하고, 미륵의 용화 세계를 구현하려는 염원에서 미륵사를 창건하는 등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에 위치하였다. 하지만 660년 백제는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비록 국가는 사라졌지만 찬란했던 백제의 종교·건축·예술 문화의 가치는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학술적·예술적·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UNESCO)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백제 후기(475~660) 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으로 「웅진시기」 공주 공산성,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사비시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정림사지, 부여 왕릉원, 부여 나성, 「사비후기」 익산 왕궁리 유적과 익산 미륵사지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을 대략 살펴보면, 1994년 9월 익산 무령왕릉 잠정목록 등재를 시작으로 2011년 2월에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와 익산역사유적지구를 통합하여 우선추진대상으로 선정하였고, 동년 5월, 문화재청장·전북도지사·충남도지사·공주시장·부여군수·익산시장 등 5개 광역·기초단체장이 세계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및 준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2012년 5월, 제반 업무를 총괄할 조직으로 재단법인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출범하였다. 2014년 1월에는 등재신청서 및 부록을 유네스코에 제출하였고, 2015년 7월 드디어 백제문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되면서 2016년 1월에는 재단법인 백제세계유산센터(이하 ‘센터’)로 법인 명칭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른다. 이를 보면 오늘날 유네스코 등재 및 이를 관리하는 센터 존재의 시초는 1994년 익산 무령왕릉 잠정목록 등재가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센터의 출연금을 보면, 전북과 충남은 매년 25억씩, 익산·공주·부여는 매년 10억씩 총 80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전북과 익산의 합산 출연금 비율은 44%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업 추진 실적을 살펴보면, 세계유산 통합관리·활용은 물론 역사·문화·관광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들이 충남지역에 치중된 측면이 적지 않다. 센터 역시 대전광역시 서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예산 투자 비율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향후 진행될 백제세계유산의 확장등재 및 역사관광개발을 위해서라도 전북의 역할과 몫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백제유적은 단지 어느 한 단면만을 보여줘서는 전체의 흐름과 가치를 제대로 증명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도영 (재)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문화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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