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완주·전주 통합' 발전의 기회인가, 자치권 상실인가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논의가 11년 만에 재점화되면서, 전북 최대의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통합 시도는 1997년, 2009년, 2013년에 이은 4번째로,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관 주도가 아닌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두 지역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완주·전주 통합'은 전북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복잡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전북일보는 이번 '추석 밥상'의 뜨거운 화제로 오를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 문제에 대해, 찬반 양측을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완주·전주 상생발전네트워크 “완주군을 특례시로” “완주와 전주 통합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현재 주민들은 생활권이 겹침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 분리로 불편을 겪고 있다. 택시 요금이 더 비싸지거나 가까운 행정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통합으로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완주가 전주를 둘러싼 지리적 구조로 인해 두 지역 모두 발전에 한계를 겪고 있으며,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과 교통망 부족이 문제다. 다른 지역들은 성장하는 반면, 전북은 뒤처지고 있다. 통합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두 지역의 공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통합이 이뤄진다면 첫째, 중복된 행정 조직을 통합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절약된 재원을 주민 복지에 투자할 수 있다. 둘째, 인구 75만 명 규모의 도시가 탄생해 지역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다. 셋째, 특례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져 재정 자율권을 확대하고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넷째, 중앙정부로부터 약 6000억 원의 통합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다. 다섯째, 이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기업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 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주민들의 행복도가 높아질 것이다. 완주군민들의 통합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완주와 전주는 100여 년간 분리돼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고, 특히 최근 완주는 기업 유치와 인구 증가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인구가 더 많은 전주와의 통합에 대해 흡수나 소외에 대한 걱정이 크며, 주민센터 폐지, 민원 처리 지연, 농업 소외 등의 구체적인 우려도 많이 듣고 있다. 이러한 걱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세심하게 대응해야 한다. 통합은 두 지역 주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완주군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이다. 두 지역 통합 시, 완주 학생들이 농어촌 특례 전형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있지만, 도농복합 시가 되기 때문에 읍, 면 지역(완주 전 지역) 학생들은 여전히 해당 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완주군이 자체적으로 시로 전환되면 필수적으로 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의 혜택은 없어지게 된다. 또한, 통합 후 시 명칭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지만, 새로운 지명을 얻게 될 것이므로 큰 손실은 없다고 생각한다. 복지 혜택은 상호 유리한 조건으로 통합법에 명시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지금이냐, 나중이냐의 문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중에 하자는 의미는 필요성이나 신뢰가 어느 정도 구축됐다는 의미고, 지금 하지는 의미는 전북의 낙후와 소멸 위기 극복, 규모의 경제 실현에 방점이 있을 것이다. 만약 나중에 하자는 것의 이유인 신뢰 부족, 흡수 통합 등의 우려가 해결되고, 담보되면 지금이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신뢰 구축 방안이 무엇인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를 완주군민들이 동의하는 안으로 만들면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서로의 목적인 완주·전주의 발전, 전북의 발전이 가능한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중요하다. 지역소멸 위기, 지역경제 위기라는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 완주와 전주, 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민 모두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찬란하고 희망찬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완주·전주 통합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 “완주는 독자적으로, 꾸준한 성장 도시”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완주군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지역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사실상 전주시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흡수 통합이다. 전주 중심의 집중투자로 완주군의 주요현안사업 추진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완주군은 독자적으로 꾸준히 성장 중인 도시로, 2023년 도내 인구증가율 1위를 기록하며 전북 4대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삼봉지구 2단계(7000세대)와 복합타운(3000세대) 등 주거단지 조성으로 인구 15만 명 달성을 추진 중이며,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전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소특화국가산단 조성으로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지역 소득증대, 인구 유입 등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은 완주군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통합이 이뤄진다면 첫째, 1인당 예산 지원액이 대폭 감소할 것이다. 2024년 본예산 기준으로 완주군 1인당 예산 규모는 840만 원인 반면, 전주시는 400만 원에 불과하다. 통합 시 완주군 1인당 예산지원액은 458만 원으로 382만 원이나 감소하게 된다. 둘째, 전주 중심의 집중투자로 완주군의 주요 현안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셋째, 각종 혐오시설(소각시설, 폐수처리장 등)이 완주군에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완주군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소통 창구가 축소된다. 통합의회 구성 시 인구 비례로 의석수가 결정되면 완주군 출신 의원 수가 크게 줄어들어 지역 의견 반영이 어려워지고, 비대칭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회복지 분야의 경우, 현재 완주군은 1인당 244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통합 시 171만 원으로 73만 원이나 감소하게 된다. 농업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완주군 농업인 1인당 691만 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통합 시 538만 원으로 153만 원이나 줄어들게 된다. 교육 분야 역시 현재 완주군 학생 1인당 97만 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통합 시 17만 원으로 80만 원이나 감소하게 된다. 이는 완주군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완주군의 자치권 상실도 중요한 문제다. 통합 후 완주군은 행정구로 전락해 독자적인 정책 결정권을 잃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완주군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정체성이 흡수 통합으로 인해 사라질 위험이 있다. 100년 넘게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완주군의 역사가 무시되는 것이다. 통합 찬성 측에서 주장하는 행정비용 절감이나 특례시 지정 가능성 등은 불확실한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통합으로 인한 혼란과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또한, 통합 인센티브도 한시적인 것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완주군의 손실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 유치나 공공기관 이전 역시 반드시 통합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완주군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완주군은 이미 충분한 발전 잠재력과 성장 동력을 갖추고 있다. 통합이 아닌 완주시 승격을 통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완주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통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의 자율성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완주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통합에 반대해야 한다. 완주군의 미래는 완주군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