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편차속 진취적 작품 돋보여
제37회 전라북도미술대전 심사위원회(위원장 곽석손)가 2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각 부문 심사를 갖고 552점의 입상입선작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응모작품은 한국화 92점, 서양화 150점(수채화 21점 포함), 조소 22점, 건축 11점, 판화 51점, 디자인 52점, 공예 80점, 서예 185점, 문인화 231점 등 9개 부문에서 총 874점. 906점이 출품됐던 지난해에 비해 각 부문별로 조금씩 줄었지만, 판화와 디자인 부문 출품은 지난해 비해 늘었다. 그러나 부문별 부침현상은 여전했다. 상을 남발한다는 공모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탈피하기 위해 입선작은 70∼80%에서 65%대로, 특선 이상은 25∼30%에서 20%대로 조정했다. 출품작 수가 50점에 미치지 못하면 대상을 선정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조소와 건축은 대상을 내지 못했으며, 판화와 디자인은 작품 수준 미달로 심사위원 합의를 거쳐 대상 선정에서 제외됐다. 조소부문은 특수성을 고려 우수상을 2점 선정했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운영위원들을 심사과정에 참관시킨 이번 미술대전은 서예와 문인화 부문과 나머지 부문으로 심사일정을 분리시켰다. 그러나 심사위원회가 종합대상 선정과정에서 참고라는 전제 아래 도전 종합대상 수상내역을 확인해 ‘돌려먹기식’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입상입선작 비율을 놓고 집행부와 심사위원회가 입씨름을 하는 등 공모전의 한계에 따른 갈등도 남겼다.조소는 작품 수는 적었지만 지난해 이어 주목받은 부문. 주제의식이 강하고 다양한 재료들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 재료비나 운반에 드는 비용으로 인해 참여도가 낮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종합대상을 낸 서양화 경우 투표가 네차례나 이뤄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기법과 표현이 다양하며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작품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 한국화는 과거에 비해 전통산수가 줄고 비구상과 채색 등 현대미술이 늘어났다. 작품 수준이 높고 완성도 면에서 충실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지만, 소재와 구도 면에서 새로운 시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판화와 디자인 경우 출품작 수가 증가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판화의 경우 작품의 내용과 기법이 숙련되지 못했으며, 디자인 역시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공예 부문에서 렌더링(rendering)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서예의 경우 해서와 예서가 약진했으며, 문인화는 소재가 다양화된 점이 특징이었다. 곽석손 심사위원장(군산대 교수)은 “전통적인 작품이 줄고 현대미술을 지향하는 진취적인 작품들이 많았다”며 “장르별로 표현이 다양하고 재료의 선택 및 활용방법 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전반적으로 안정된 분위기였지만, 입선작과 낙선작의 격차가 큰 것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전국공모로 문을 넓혔지만 전북지역의 출품이 월등히 많고, 젊은층에게 도전이 더이상 매력적인 통과의례가 아닌 만큼 대회 권위를 높이거나 상금을 확대하는 등 도미술대전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주어졌다.제37회 전라북도미술대전 심사위원회심사위원장=곽석손△한국화(위원장 곽석손)=곽석손 김종길 도병재 이남석 전호균 조기남 △서양화(위원장 이형구)=김우철 도병락 이강일 이근화 이형구 정재영 조래장 홍현철 △조소(위원장 안의종)=문경수 안의종 엄혁용 이상 전종무 △건축(위원장 유응교)=남해경 박창선 유응교 △판화(위원장 김영철)=김영철 이정재 임영재 △디자인(위원장 이현대)=이현대 임승영 조장규 △공예(위원장 김선애)=김선애 김윤환 오원석 이광진 장미영 최경옥 △서예(위원장 송명석)=박래성 박태평 손진순 송명석 신경자 임종필 최은숙 △문인화(위원장 오석재)=공길선 김옥님 류인면 오석재 이병오 최애란수상자 명단서양화△종합대상 박원기 △우수상 신세자 △특별상 이광철 △특선 최정란 김영봉 이주원 김용우 김준모 김지연 장광선 박철수 박운규 김봉선 김준우 유미나 이정귀 전점숙 임승한 김미화 김정순 정인수 김숙 최인수 박화순 한순애 한국화△대상 홍경준 △우수상 기원진 △특별상 조양현 △특선 김차남 박상규 이금선 김수옥 이수하 조주연 정철석 한진희 오병기 최한주 정이순 조각△우수상 이호철 △우수상 한정무 △특별상 박세민 △특선 김효경 이 혁 김향권 김성석 건축△특별상 박정연 △특선 유병민 판화△우수상 양혜경△특별상 임미옥 △특선 신유진 이승훈 김인정 안미선 김승진 디자인△우수상 이원균 △특별상 이상진 △특선 신명재 김소이 노정한 이동원 문형진 공예△대상 김완순 △우수상 원용근 △특별상 김선자 △특선 변중호 장영애 이종진 이화준 김수연 유경희 김 연 전난영 김혜원 서예△대상 송수영 △우수상 류영근 △특별상 김현미 △특선 김구현 김혜수 노정래 김정완 최민숙 신남주 양용묵 한영례 이복선 오순애 임귀성 이태옥 최영임 문인화△대상 이환춘 △우수상 최은하 △특별상 강현주 △특선 양병환 현옥선 유재남 이병섭 조향순 강태립 임미용 노미주 국승신 홍현숙 박순자 김영진 박상기 신나라 이경연 강진아 이미옥 김종만 임영하 홍종섭 정미숙 유기복 주현진 신춘자 조도원 대상 수상자 5人△ 종합대상 서양화 부문 박원기씨“프로라는 자존심으로 그림만 그리며 살다가 근래 들어 도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선배로서 내 그림으로 후배들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싶었거든요.”종합대상을 수상한 박원기씨(49·전주시 효자동)는 선배와 후배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평소 자신을 많이 걱정해 주던 선배 서양화가 국승선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작 ‘기억-흐름’은 혼사날의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해 청사초롱과 부채 등 관련 이미지를 반구상으로 재구성한 작품. 브라운 계열의 비슷한 색깔 톤으로 기억의 이미지를 살려내고, 아크릴에 커피와 재 등 천연재료를 섞어만든 혼합재료로 독특한 질감을 냈다. “그림은 외형보다 내재돼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재료를 쓰지만 한국화의 정신을 담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주로 반구상을 해온 그는 전통적인 소재들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남에서 11년 정도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전업작가의 길을 택한 그는 “어려서부터 이 길을 좋아했고 내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만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0년과 2002년 두차례 개인전을 치른 그는 “그림이 준비돼 있으면서도 여건이 안돼 세번째 개인전이 미뤄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원광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구상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벽골미술대전 대상과 지난해 전북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화 부문 대상 홍경준씨“4년동안 인물 작업에만 매달려왔습니다. 이전에 찾아보기 힘든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을 고집하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단아하게 앉아있는 여인을 세밀하게 묘사한 ‘지경이의 그리움’으로 한국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홍경준씨(37·익산시 창인동).홍씨가 4개월여동안 심혈을 쏟은 작품의 제목은 모델이 된 한국무용 전공 학생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순수한 먹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작가의 고집이 필요한, 가장 한국적인 맛이 배여있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원광대 한국화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홍씨는 현재 익산에서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화선지 작업이어서 특별히 신경이 쓰였다”는 그는 대학 은사인 정승섭·류창희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에 몰두해 온 그는 ‘현대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대학원 석사 논문으로 썼을 만큼 한국화의 새로운 영역 개척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전북미술대전과 춘향미술대전 등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 공예 부문 대상 김완순씨“나이라는게 뭔지 모르겠지만 작품을 대할 때 신중하게 됩니다. 근래 들어 한지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혹시 알맹이 없이 겉으로만 그런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회화성이 강한 조형작품 ‘역사와 넋의 소리-넋이 되어 바다가 되어’로 공예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완순씨(54·전주시 중화산동). 지난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늦게 시작한 만큼 상복이 있지만, 공모전에 안주할까봐 스스로 경계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찮게 생각하는 종이도 내 손으로 염색해 보면 애정이 가더군요. 직접 염색하고 꼬아서 만든 한지와 지끈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수세미 등 자연의 소재도 작품 안으로 그대로 들여왔습니다.”지난해 가을부터 스물여덟개의 스케치를 모아 준비해 온 수상작은 단순한 패턴과 비슷한 계열의 색상으로 디자인 측면에서 배합이 돋보이고 율동감과 깊이를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수채화와 섬유염색을 먼저 접했지만, 한지가 좋아서 방향을 바꾼지 6년. 직접 한지로 만든 소품을 애용할 정도인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쏟아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호원대를 졸업하고 현재 원광대 대학원에서 섬유를 전공하고 있다. 6월 6일 광주 현대갤러리에서 민화를 담은 부채전이 예정돼 있는 그는 내년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다.△ 서예 부문 대상 송수영씨“저에게 서예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삶의 고비마다 그 고비를 극복하는 힘을 서예에서 찾을 수 있었지요.”서예 부문 대상 수상자 심연(心硏) 송수영씨(34·익산시 남중동)는 “항상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해서와 예서의 수준이 특히 높았던 올해, 힘차게 필력을 구사한 해서 작품 ‘선세강 선생구’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한 송씨는 먹색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획의 구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몇년 전 한 공모전에서 떨어진 후 서예의 흐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조언도 구해봤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죠.”“그러나 방종하게 될까봐 아직 마음을 풀어놓지 못하고 있다”는 송씨는 “글씨에 있어 고전과 현대의 융합을 더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순천 출신이지만 원광대 서예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예의 맥을 잇고있는 고장’ 전북에 뿌리를 내렸다. 원광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 중어중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순천미술대전 대상, 창암추모서예대전 동상, 전북서도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원광대와 전북대에 출강하고 있다. △ 문인화 부문 이환춘씨“문인화는 창작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제 생각을 덧입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먹의 질감이 청아하고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구도가 독특하다는 평을 받은 ‘묵국’으로 문인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운정(云亭) 이환춘씨(55·전주시 평화동). 14년 전 서예를 시작, 8년 전부터 소당 김연익씨로부터 문인화를 사사하고 있는 그는 “서예로 필력을 닦아서인지 그림하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색을 쓰지않고 먹으로만 하는 정통사군자를 해왔습니다. 서예에서 사군자를 분리시켜 문인화로 범위를 넓혀가는 흐름에 맞춰 앞으로는 색을 넣은 화려한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사군자 중 난을 주로 그려왔지만 한 발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국화를 출품했다”는 이씨는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먹과 색의 조화를 시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광대 행정학과 3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지난해 원광대 서예과에 입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이론 배우기가 힘들지만 나태해지는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대한민국서도대전 우수상과 전국휘호대전 금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