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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망치 샌드페이퍼만으로 토해낸 '영혼의 조각'

현대 조각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제3세계 미술이 전주에서 펼쳐진다. ‘시원(始原)의 숨결-쇼나조각 名作컬렉션’이 10일부터 16일까지 롯데백화점 오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쇼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부족 이름. 쇼나조각(Shona Sculpture)은 1950년대 짐바브웨 조각 공동체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현대 조각으로, 세계적인 표현양식으로 환영받고 있다. 무심한 형상의 돌덩어리에서 오직 정과 망치, 샌드페이퍼만으로 자신들의 분신을 토해내는 쇼나인들은 조각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케치를 하거나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원형의 돌과 자연에 깃들어 있는 영혼을 찾아내는 것은 장인정신이 없으면 이루지 못할 고행. 과감한 생략과 과장, 적절한 비유로 신비감과 생동감을 자아내며 자연주의적 질감을 전해준다. 서혜정 오스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등 대도시를 돌며 쇼나조각 순회전을 열고있는 인투아프리카 기획으로 마련됐다”며 “검은 대륙에서 빛나는 현대조각의 독특한 양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쇼나조각 양식을 일부 가져온 미술가 김진화씨의 조각 3점도 함께 전시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09 23:02

해금, 미래를 엿보다

젊은 해금연주자 장윤미(31). 전북도립국악원 개원 이듬해인 1987년, 열 세살 어린 나이에 연수부에서 해금을 익혀 전문연주자에까지 이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올해로 해금 연주경력 19년째인 그는 탄탄한 연주경력을 자랑한다. 장윤미가 우진문화재단 연중 기획공연인 ‘2005 우리소리 우리가락’에 초대됐다. 12일 오후 8시 우진문화공간.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테마로 한 이번 해금독주회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해금 연주곡의 시대를 종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자리. 해금음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우진문화재단 위촉 창작곡인 ‘노란 자전거’(작곡 김선)을 초연하는 특별한 무대도 선사한다.전통음악 관악합주곡의 하나로 궁중정재와 민속춤 등 무용 반주음악으로 쓰이는 ‘함령지곡’, 지영희류 해금산조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범수류 해금산조’, 아름다운 산과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 ‘해금과 25현 가야금을 위한 다랑쉬’가 그가 이번 독주회에서 들려줄 곡목들이다.2년 만에 두번째 독주회를 여는 장씨는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수석단원과 전주국악실내악단 단원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우석대 국악과와 전북대 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했다. 이번 무대에는 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식구인 조용안(장구)과 백은선(가야금)이 함께한다. 관람료 1만원(학생 5천원) 문의 063) 272-7223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09 23:02

도 신청사내 갤러리 운영, 어떻게 추진되나

전북도 신청사 안에 조성되는 전시실 운영주체를 둘러싸고 미술계가 시끄럽다. 전시실 사업 추진주체인 전북도가 구체적인 대안이나 예산도 없이 의견 수렴 과정만을 반복하며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도의 애매한 입장이 미술인들 간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전북도는 신청사 이전과 관련, 신청사 1층에 85평 규모의 갤러리를 만들고 도민들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의견 수렴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했다. 3월부터 열어온 공식적인 간담회는 3회. 언론사 문화부 기자 간담회를 비롯해 비공식적인 간담회도 수차례 이어왔다. 그러나 개관이 불과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에도 운영주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갤러리 운영권을 논의하기 위해 8일 낮 가진 간담회에서도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규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전북미협, 전북민예총 미술분과, 평론가, 미술가, 큐레이터, 학계 등 미술계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는 갤러리 운영권을 두고 ‘관 대 민’의 대결구도를 보였다. 공공성을 위해 도립미술관이 운영하거나 미술인들의 자율성을 위해 민간위탁을 하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뿐이다. 그동안 도는 운영의 효율성과 예산 활용 측면에서 도립미술관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이행정부지사가 “전문성 위해 민간위탁이 낫지 않겠냐”며 “민의 대표성을 띠는 것이 미협”이라는 의견을 밝히면서 기존의 입장에 혼선이 생겼다. 한 참석자는 부지사의 발언은 전북미협을 운영주체로 추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미술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미술인들은 “민이라고 해서 전북미협이 대표성을 띨 수는 없다”며 “예산도 없는 현실에서 우선 도립미술관이 갤러리를 운영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민으로 운영권을 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신청사 내 갤러리 운영 등 미술인들을 배려한 것들이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미술인들의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북민예총은 8일 ‘전라북도 신청사 내 갤러리 운영에 대한 민예총의 입장’이란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민예총은 신청사 입주와 더불어 청사 내 문화예술공간의 조성이 즉흥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 민간이양이란 명분으로 특정단체에 운영권을 이양하여 공공적 성격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갤러리 운영권과 앞서 별도로 책정했던 미술작품 구입비 등 문화예술사업이 정치적 이해와 요구에 맞춰 선심성 수단으로 쓰여져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미 도에 8천만원 규모의 운영계획서를 제출했던 전북미협 측은 “미술인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민간단체가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신청사 갤러리는 7월 1일 개관할 계획. 개관전은 도내 작고작가전으로 전북도립미술관이 기획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09 23:02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이조(李朝)라는 말

‘이조’니 ‘이씨 왕조’니 ‘이씨조선’이란 말은 지금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 말만 하더라도 일본인들이 우리의 왕실을 자기 나라의 고을 군주를 부르듯 격하시켰던 하나의 보기가 되겠다. ‘조선’ 이라는 엄연한 독립국가를 두고도 자기들의 지방 군주를 부를 때 성(姓)을 부르던 식으로 ‘이씨 조선’이니 ‘이씨 왕조’라고 했던 것이다.일본에서는 옛날부터 고을 군주를 그들 발음으로 ‘○○한(藩)’이라고 불렀다. 이 ‘藩(번)’은 지방을 다스려서 조정을 지키던 영주인데, 영토를 가진 무사에게는 다이묘오(大名)라는 이름에 그 다이묘오의 성을 불여서 썼다.‘도꾸가와 막부(德川幕府)’의 ‘막부’라는 것은 무신(武臣)정권의 최고 권력기관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에도 실권자의 성을 곧잘 썼다.그들은 이러한 버릇으로 ‘조선 왕조’가 ‘일본 황실’과 대등해지는 것을 싫어했음인지, 격을 낮추어 ‘이씨 조선’으로 둔갑시켰던 것이다.아무튼 ‘이씨 조선’이나 ‘이씨 왕조’는 ‘도꾸가와 막부’니 ‘미나모또 막부’ 따위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말이다. 특히 ‘이왕가(李王家)’는 그 격이 떨어진 말이어서 우리로서는 쓰기조차 민망스럽다. 무력했던 왕실이었을망정 우리의 왕실이었으니 우리의 체면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그리고 엄연한 왕비임에도 불구하고 ‘왕비’라는 말 보다 ‘민비’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던 비극의 주인공은 그가 죽은 뒤에야 ‘명성황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이 ‘민비’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일본이 ‘왕비’를 격하해 불렀던 것이니 ‘민비’라는 말을 버리고 ‘명성황후’로 불러야겠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6.09 23:02

전주 경기전 별전 그림엽서 첫 공개

지금은 없어진 경기전 별전이 담긴 그림엽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형식)이 30일까지 열고있는 ‘왕의 초상-경기전과 태조 이성계’ 특별전에 1920년대 전주의 모습을 담고있는 그림엽서 희귀본 3장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주 안내 그림엽서’는 민병훈 학예연구실장이 특별전 준비를 위해 지난 4월 일본 학습원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 보관돼 있던 그림엽서를 직접 사진으로 찍어온 것.그림엽서 속 별전이 그동안 정자형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일자형으로 보이면서 박물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제기됐었지만, 시기와 위치를 감안할 때 별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민실장은 “도형을 통해서만 그 형태를 짐작할 수 있던 별전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며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인 만큼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사회교육관 전시실에 별전 그림엽서를 확대시켜 전시해 놨다”고 밝혔다. 1928년 7월 대정당서점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전주 안내 그림엽서’는 총 10장. 전라북도 도청과 전주 시가지, 풍남문, 덕진연못, 한벽당 등 80여년 전 당시 전주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신사참배 터가 있던 다가공원에 석등과 조경 등이 일본식으로 조성된 정원 그림엽서도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 객사 앞 뜰에 만들어졌던 전주 물산진열장 정원 등 일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림엽서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08 23:02

집행부 사퇴·정상화 촉구

원로 국악인들이 ‘전북국악협회의 파행 운영 바로잡기’에 나섰다.전국고수대회 보조금 유용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북국악협회의 파행운영을 둘러싸고 집행부 사퇴와 정상화를 촉구하는 국악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일주(판소리), 최선(호남살풀이춤), 민소완(판소리), 조소녀(판소리), 이성근(판소리 고법) 등 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중심이 된 가칭 ‘국악협회 개혁추진위원회 소위원회’가 최근 구성됨에 따라 전북국악협회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원로국악인들이 국악계 문제 해결에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전북국악협회의 전국고수대회 보조금 유용에 관한 본보 보도 이후, 협회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은 최근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이일주명창과 최선명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국악협회 개혁추진위원회 소위원회’를 발족시켰다.국악협회 개혁추진위는 “전북국악협회 운영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악인마저 외면하는 독선적인 운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만은 없었다”며, 전북국악협회의 집행부 사퇴를 이끌어내는데 뜻을 함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북국악협회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그동안 침묵했던 지역 국악계의 적극적인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 따라서 전북도립국악원, 전주시립국악단, 남원시립국악단 등 지역 예술단과 연계해 협회의 독단 운영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국악협회 개혁추진위 관계자는 “전북국악협회가 국악인이 중심이 아닌 지부장의 독단으로 운영되고, 개인적 친분을 앞세운 이사회도 형식적인데다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협회의 투명한 운영이 요원한 실정”이라면서 “전국고수대회에서 불거진 보조금 유용 또한 협회의 파행적 운영과 지부장의 전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악인 결집에 분주해진 국악협회 개혁추진위는 전북국악협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전북국악협회 집행부 사퇴를 촉구하는 ‘개혁추진대회’도 조만간 개최키로 의견을 모은 상태. 이밖에도 한국국악협회에 ‘사고지부’ 처리를 의뢰, 전북국악협회의 파행운영을 가져온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할 계획인 개혁추진위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등 관련기관에 민원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08 23:02

"우리 몸엔 고유의 된장 냄새"

‘우리 연변에서는 아무리 편벽한 시골에 가서라도 벽을 하얗게 회칠한 집이 많으면 그것은 조선 마을이다. 논밭이 많은 곳도 조선 마을이고 가을에 이엉이 빨간 마을 역시 익은 고추를 말리는 조선 마을이다. 우리 몸에서는 조선 사람의 고유한 체취인 된장 냄새가 난다.’한민족 정신을 가슴 속에 보듬고 시들지 않게 지켜온 이들이 만났다.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중국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2·3·4세 교포문인을 초청, 세미나 ‘경계를 넘어, 시대를 넘어’를 열었다. (6일 오후 6시 전주 코아호텔)현충일에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일본의 야마구찌 소오지 시인과 중국의 소설가 허련순씨, 한국의 문학평론가 이운룡씨는 ‘문학의 역사인식’을 주요 화두로 꺼내들었다. ‘현대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하여’를 발표한 일본의 야마구찌 소오지는 “일본은 자신들이 범한 과거의 잘못과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에 역사 인식도 애매하게 되고 진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HK가 한국의 위안부 관련 방송에 제재를 가하면서 방송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지거나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역사 인식에 항의하는 것 역시 언론이 정확한 본질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야마구찌는 “문학의 본질에 진실과 정의적 자세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 문학인들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문학평론가 이운룡씨는 ‘한국 현대시의 역사현실’을 통해 “광복 후 현대시는 갈등과 대결의 공간에서 극복과 수용의 공간으로, 한민족 화해의 열망을 담은 통일문학으로 승화되어야 할 정신적 과제를 안고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전주를 찾은 중국과 일본의 교포 3·4세 문인 10명은 지난 5일 저녁 전주에 도착, 고창 고인돌과 부안 등 전북의 문화 유적지를 방문하고 7일 출국했다. 소재호 회장은 "지난해 자매결연을 맺은 길림성문학회는 향토색 짙은 전북을 방문하고 싶어했다"며 "민족의 정체성을 높이고 미래지향적 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교포 문인들의 문학작품과 향토 문인들의 작품을 묶은 기념문집 「경계를 넘어, 시대를 넘어」도 발간됐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08 23:02

척박한 지역춤판서 꽃피운 현대무용

“20년 전에는 현대무용을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고정적 이미지가 있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관객들이 많아졌지요.”춤판이 척박했던 시절, 안무, 조명, 소품, 무대, 그들의 움직임은 곧 실험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의식이 높아진 관객들은 눈에 띄게 늘었다. 그것이 이들에게는 큰 힘이고 보람이다.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초대된 ‘판소리와 춤-지울 수 없어라’로 호평을 받았던 현대무용단 사포(예술감독 김화숙 원광대 교수, 대표 신용숙 원광대 강사)가 창단한지 20주년을 맞았다. 18회의 정기공연과 21회의 소극장 기획공연, 11회의 야외공연 등 현대무용의 불모지인 전북에 새바람을 일으켜온 사포는 지역 현대무용의 토대를 쌓고 가능성을 발견해온 주역으로 꼽힌다. 1985년 11월 창단한 이후,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지역 간의 교류공연을 통해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 해소에도 한 몫해 온 사포의 발자취는 깊다.예술이 시대의 흐름을 비켜갈 수 없듯, 사포도 시대마다의 이슈와 주제를 춤으로 풀어냈다. 동학농민항쟁을 다룬 ‘다시 핀 그대에게’(1996)와 남북 분단을 내용으로 한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1993) 등 근현대사를 재해석한 작품과 여자 단원들이 많았던 만큼 페미니즘을 외치는 무대도 만들었다. 해마다 오디션을 실시해 뽑는 사포의 현재 단원은 18명. 달마다 회비를 내고 공연에 출연하기 위해 개인이 의상을 맞추면서 공연을 치르면서도 단원들은 사포를 떠나지 못한다. 현재 사포를 이끌고 있는 신용숙 대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창단 멤버. 신대표는 “조명 부를 처지가 못 돼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전주 총화탑에서 공연했던 일, 변산 해수욕장에서 새끼줄을 쳐놓고 공연했던 일 등 고생했던 지난 날들은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경제적 여건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사포는 20주년 기념신작 ‘그대여 돌아오라’(안무 김화숙, 대본 한혜리)를 12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린다. ‘춤으로 보는 역사Ⅱ-다시 보는 동학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역사가 기억하고 있는 이름 전봉준을 오늘에 되살리는 무대다. “역사는 우리가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처럼 생각됐어요. 광주민중항쟁 3부작을 95년부터 98년까지 끝내고, 20주년에는 이 지역 역사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신대표는 “무용의 상징성을 위해 새로운 각도로 인물의 정신세계를 조명한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동학의 영령을 부르는 사포의 초혼굿은 다소 무거운 프롤로그로 시작해 ‘해 돋는 나라’를 꿈꾸는 희망적인 에필로그로 끝이 난다. ‘오래된 함성’은 남자 군무로 농민군의 기백을 보여주며, 여자 군무로 펼쳐지는 ‘남루한 숨결들’은 남성의 활약상에 가리워진 여성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아무래도 나는 가야겠다’는 당시 백성들이 처한 상황과 삶의 무게를 소품으로 나타낸다. 신대표와 사포 단원 이흥민씨가 묻고 대답하듯 춤을 추는 ‘비로소 그대 생각’은 전봉준의 강인함 뒤에 감추어진 심리상태와 내면의 갈등을 그린다. “지역에서 20년을 보낸 만큼 춤으로 보시하고 싶다”는 사포는 이번 공연의 객석을 모두 초대로 채운다. 단 한 번이라도 사포의 공연을 찾았거나 협찬을 해줬던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이다. 사포는 11월 말 쯤 20주년 화보집을 낼 예정이다. 평론과 대본, 안무스케치 등 화보집에서는 사포의 20년 성장을 만날 수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08 23:02

[키워드-300자 책읽기] '체 게바라'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1928~1967). 지난 60년대 좌익급진주의자들의 영웅으로 불렸던 그는 ‘아름다운 세상’과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청년들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 숨쉬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깃발에, 록밴드의 공연장에, 전위적인 카페의 벽화에, 담배케이스에, 티셔츠에…. ‘규범화된 일상의 전복’을 상징하는 수염이 인상적인 그는 오늘에 있어서도 여전히 문화적 우상으로 존재한다. 사람을 사랑한 혁명가,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인터내셔널리스트이면서 권력을 거부한 아나키스트였고, 시집을 끼고 다니며 여인의 입술을 그리워한 로맨티스트였던 체 게바라의 평전과 일대기가 뒤를 이어 출간되고 있다.오직 혁명만이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치열했던 삶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체 게바라평전(장 코르미에 지음/ 실천문학사)수탈과 압제, 제국주의에 맞선 체 게바라의 게릴라 투쟁은 실패와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남미의 제3세계 국가에 전파하려 했던 혁명의 이념은 이제 하나의 ‘전설’로 남았다. 프랑스 일간지 ‘파르지앵’의 전문기자인 장 코르미에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쓴 이 책은 20세기 최후의 게릴라인 체 게바라의 일대기다. 게릴라 지도자, 전투적 공산주의자로 각인된 게바라의 총체적 인간상을 밀도 있게 펼쳐냈다. 아르헨티나의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는 남미여행을 통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 세계의 모순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 판단하고 쿠바, 콩고, 볼리비아 등지의 혁명에 투신한다. 파란의 삶을 살다간 게바라의 생애와 사상을 사진과 함께 엮었다.△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체 게바라 지음/ 황매) 체 게바라가 직접 쓴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의과대학 시절인 23살 무렵, 9개월간 남미를 종단하면서 얻은 진리와 가르침을 통해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청년 체 게바라가 위대한 혁명가로 변신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며 시인을 꿈꾸던 체 게바라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이렇게 시작된 여정은 아르헨티나의 코로도바에서 칠레와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까지 이어진다.세상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여행을 떠난 그는 남미대륙의 굶주림과 추위, 민중들의 비참한 생활을 목격하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원작.△체 게바라(일다 바리오·개리스 젠킨스 공저/ 해냄)쿠바의 젊은 지식인들이 비주얼하고 엄선된 편집으로 새롭게 재구성해낸 ‘체 게바라’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의 존엄과 용기를 해치는 세상의 모든 불의에 분노할 줄 알았던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을 파헤친 책이다. 한 개인으로서 포기한 것과 선택한 것, 또 인간으로서 꿈꾸고 실천했던 삶에 대한 선망과 존중을 담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포스터, 라이터, 담배, 심지어 문신에 까지 등장하는, 자본주의 상품을 싸는 장식물로 전락했지만, 책 속에서 만나는 그의 정신은 꼿꼿하다. 쉽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 엄선된 에세이, 후대의 기억을 지배하는 250컷의 생생한 사진,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기록과 육성을 압축해 수록했다. 체 게바라를 사랑하고 그의 생을 지켜보았던 친구와 혁명동지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0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