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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피아노 선율 '피아노 다 카메라' 정기연주회

음악적 교류를 나눠온 음대 동문들이 뭉쳐 만든 피아니스트 단체 피아노 다 카메라가 정기연주회 봄을 노래하다를 연다. 25일 오후 5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지난 2005년 창단한 피아노 다 카메라는 권경희, 노미례, 박재은, 양경아, 유순영, 정성문 등 미국 일리노이대 음대 동문 6명으로 구성된 피아니스트 단체다. 피아노 다 카메라는 소나타 다 카메라라는 1650년에서 1740년까지 쓰였던 솔로 혹은 앙상블 작품을 일컫는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 단체는 음악가 바흐 이전의 로코코 건반 음악부터 21세기 현대음악까지 연구연주한다. 다양한 피아노 문헌을 연구하며 학구적인 노력과 대중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연주를 동시에 힘쓰고자 한다. 2005년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서울 등지에서 매년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봄을 주제로 전북지역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 프랑스의 작곡가 에마뉘엘 샤브리에의 에스파냐 랩소디등을 들려준다. 경쾌하며 밝고 대중적인 곡들로, 클래식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까지 고려한 곡 선택이다. 유순영 교수는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체임버홀 등 큰 무대에서 연주하면서 다양한 지역과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제자 양성 등 개별 활동을 펼치면서 10년 넘게 단체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교육연주 기획 노하우 등을 나누고 서로 영감을 주는 것이 오랜 유지 비결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11 20:48

[양소현 개인전 ‘에덴동산을 꿈꾸다’] 자연과 음식을 통해 찾은 지상낙원

양소현 작가의 개인전 에덴동산을 꿈꾸다가 30일까지 완주 연석산미술관에서 열린다. 낙원,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세계 또는 이상향을 가리킨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지상 낙원은 에덴동산이다. 에덴동산은 걱정과 근심 없이 다양한 곡식과 과일이 넘쳐나는 공동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양소현 작가는 에덴동산의 이미지를 작업에 활용해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과 박탈감을 극복해 나간다. 현대사회의 인간성 상실로 인한 소외감, 불안감을 가슴에 간직한 낙원을 통해 견디고 풀어내는 셈이다. 특히 그는 자연과 음식을 통해 낙원을 찾는다. 그의 시선이 닿으면 케이크도, 샐러드도, 도넛도 작은 지상낙원을 이룬다. 그 안에는 기쁨과 행복만이 있다. 양 작가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과 서로 다른 식재료가 섞여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낙원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며 사소한 시선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삶의 존재를 인식하고 주체가 되어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소현 작가는 원광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한남대 미술대학원 석사, 전북대 미술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다섯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3.11 20:48

[전북연극협회 긴급 임시총회 '5시간 대토론'] "'미투'진상조사위 구성·2차 피해 방지를"

지난 8일 오후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엔 긴장감이 맴돌았다. 굳게 문이 닫힌 극장 안에는 전북연극협회 회원 75명이 모여 있었다.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가 최근 연이어 터진 미투 성폭력 고발과 관련해 전 회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긴급 임시총회였다. 5시간 동안 성토공분사과가 이어졌다. 그 누구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따금 감정을 주체 못한 회원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을 뜨러 나왔을 뿐이었다. △ 진상위풍문까지 조사2차 피해 방지 미투 운동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도내 연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주된 화두는 미투 운동에 대한 진상조사와 2차 피해 방지였다. 전북지회는 이를 위해 여성 연극인 8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언론을 통한 무차별적인 폭로보다는 스스로 통로를 만들어서 피해자가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전북연극협회와 연계하지만 독립된 기구로, 전북연극협회 간부 및 이사진을 제외하고 추천된 연극인들로 구성했다. 현재 극단 명태극단 황토문화영토 판 등 전북 극단 3곳에서 성폭력 가해자가 드러난 상황. 진상조사위는 우선 공개된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소문풍문 등도 조사해 또 다른 피해자나 가해자가 있는지 밝혀낼 계획이다. 가해자가 몸담았던 극단에서는 내부 단원들의 성폭력 관련 여부를 가려내 사건과 관련 없이 소속 극단을 잃은 단원에 대한 구제 방안도 논의한다. △불합리한 환경 개혁 이날 성폭력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폭행임금 미지급 등 연극 활동 중 일어나는 불합리한 관행도 잇따라 폭로됐다. 대부분 젊은 회원들이었다. 총회에서는 이번 미투는 개인의 그릇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전북연극계의 불합리한 구조관행에서 발생한 만행 중 하나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도내 연극 환경을 바꿀 안건들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그 중 통과된 의견은 공연계약서의 사전 작성 의무화, 영구 제명된 가해자들과의 협업 금지, 협회 집행부와의 원만한 소통을 위한 청년위원회 구성, 해체된 극단의 단원 구제 방안 마련, 피해 사례 수집통로 확보, 극단과 회원 간 교류 활성화 등이다. △연극인 자성 결의원로는 없어 이날 젊은 연극인들이 다수 참여해 자성하고 의견을 낸 반면, 원로급 연극인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일련의 사태가 과거부터 답습된 잘못된 관행에서 일부 비롯됐다는 점에서 선배 연극인들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극단 황토는 현재 드러난 가해자 1명이 현재까지 몸담고 있고 가해자 2명은 과거 입단해 현재의 활동 토대를 만들었던 극단인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아 총회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단원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10일 극단 해체를 선언했다. 총회에 참석했던 원로급 연극인은 30여 년 활동을 하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했나 자성했다며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태가 이만큼 치닫게 된 데에는 악습을 개선하지 못한 원로들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11 20:48

[정부 합동 '직장·문화예술계 성범죄 근절 대책' 발표] '권력형 성폭력 범죄' 최대 10년형…공소시효도 10년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법정형을 최고 10년으로 상향하고 공소시효도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최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입증보다는 피해자의 진술 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등이 우려돼 이에 대한 법률지원을 강화한다.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비 지원도 늘린다. 여성가족부는 8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12개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미투 운동이 전 분야로 확산됨에 따라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고 이들에게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우선 업무고용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진다. 이 관계에서 피해자를 자신의 권력 등으로 제압해(위계 또는 위력) 간음할 경우 형량이 최대 징역 10년으로 늘어난다. 현행법은 5년이다. 추행죄에 대해서는 본래 징역 2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상향된다. 자연히 공소시효도 각각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는 10년(현행 7년), 추행죄는 7년(현행 5년)으로 늘어난다. 이윤택, 최경성 연극연출가 등의 성폭력이 폭로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게 되면서 공소시효 연장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상황이다. 또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미투 운동이 불법 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도 위법으로 판단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극 활용한다.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나 무고죄 등이 우려돼 피해자들이 진술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성폭력 피해 고발이 집중적으로 드러난 문화예술계에서 내부 성폭력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단과 특별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한다. 피해자 상담조사부터 가해자 수사 의뢰, 민형사 소송 지원, 치유회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또한 문화예술계 가해자는 보조금 등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일반 직장에서는 성희롱을 익명으로 신고해도 행정지도가 들어간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익명 신고시스템을 만들어 성희롱을 신고하면 피해자 신분 노출 없이 소속 회사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가능하게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형법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예술인 권익보장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후속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08 21:20

묵향에 실린 '긍정의 힘', 환우들에 전해요

전주 엠마오사랑병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아 서예가 람곡 하수정 선생 초대전을 연다.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병원 내 예배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반백년 예술가로 살아온 하수정 선생의 주요 작품을 엄선해 선보이는 자리다. 개막식은 14일 오전 11시. 람곡 선생은 전주사범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갓 교편을 잡았을 무렵 서예에 입문했다. 강암 선생을 사사하며 12년간의 교직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서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람곡 선생은 작품 활동과 함께 전주에 금하(金河) 미술관을 설립해 운영했다. 미술관 개관전은 남도미술관에서도 다시 열려 화제가 됐다. 당시 여성으로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 초대전에서는 람곡의 부정을 긍정으로 환원하는 힘이 잘 묻어난다. 서예 작품에는 호학정신으로 얻은 삶의 깨달음이 깃들었고, 모시와 한지를 천연 염색해 만든 작품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이은혁 국립 한국전통문화대 강의전담 교수는 람곡의 생활이 곧 예술이 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만물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인정하고 합일을 추구하려는 람곡의 태도는 화해와 상생으로 귀결된다며 선생의 예술정신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배움이다고 말했다. 윤욱희 엠마오사랑병원장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다며 의학으로 섬겼던 환우들의 유한했던 삶을 예술작품으로 잇대 영원한 삶으로 이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08 20:04

[박용덕 첫 사진전] 오랜 풍파에도 꿋꿋한 소나무, 인간과 닮았네

무엇을 보았는가. 바람 묻은 길섶에서는 무엇이 보일까 하면서 오늘도 걷는다. 오랜 걸음 끝에 박용덕 사진가가 마주한 것은 소나무다. 박 사진가의 렌즈는 10여 년간 소나무만을 쫓았다. 그는 경주 왕릉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 기가 막힌다며 우리 민족이 삼국시대부터 좋아했던 나무라고 설명했다. 오랜 역사뿐만 아니라 소나무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감정이 계속 이를 찾게 했다. 소나무가 자라는 과정과 우뚝 서있는 모습을 보면 인간 삶과 닮은 것 같아요. 오랜 풍파에 허리가 굽을지언정 쓰러지지 않고 살아내는 모습이요. 그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어 전국의 소나무를 보러 다닌다. 마음에 드는 현장은 몇 번이고 가서 시간대별로 촬영한다. 최근에는 생활 주변에서 소나무를 보기 힘들어진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전주 평화동 일대에 소나무 무리가 굉장히 멋있었는데 약 2년 전에 죽어서 베었다며 도시 공해로 소나무가 죽어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10여 년간 촬영한 소나무 사진을 모아 첫 개인전을 연다. 10일부터 15일까지 전북 교육문화회관에서 솔숲의 빗장을 열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4시. 전시와 함께 사진집과 사진글집도 냈다. 글은 그가 사진 작업을 하면서 느낀 내면의 감정을 시로 쓴 것이다. 이흥재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지만 특정한 주제를 잡아서 사진집을 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아무리 사진이 많아도 정리하고 결과물로 만들어 두지 않으면 소용 없는데 박용덕 작가는 큰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한국사진작가협회 2기 촬영지도회 부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08 20:04

'성폭력 파문' 전북 2개 극단 활동 중단키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전북 연극계에서도 성폭력 가해자가 잇따라 밝혀진 가운데 가해자가 이끌던 극단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6일 전주지역 A 극단 B 대표의 성폭행 사건이 밝혀지자 B 대표가 이끄는 A 극단은 7일 새벽 해체를 결정했다. A 극단은 성명서를 통해 미투를 통해 용기 내주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순 없지만 이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임을 알고 함께 공연을 했던 선배, 동료, 후배들로서 그 아픔에 대해 부끄럽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극단 모든 단원들이 책임을 통감하는 뜻으로 7일 자로 극단을 해체하고 극단의 모든 지원사업과 활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최경성 전 대표가 만들었던 극단 명태 역시 전북연극협회에서 영구 제명됐다. 단원들은 명태의 이름으로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극단 내 피해자가 추가로 밝혀지는 등 심각성이 더해져 더이상 활동이 어려워졌다. 극단 해체가 단원들에게는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피해자가해자 규명 조사는 계속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극단 내부에 방조자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고 또 다른 피해자나 가해자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에서 꼬리 자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A 극단 관계자는 사건이 번질까 우려한 면피용 결정이 아니다며 전 단원의 긴 논의 끝에 해체가 도의적인 책임과 사과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8일 열리는 전북연극협회 긴급 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연극계 성폭력 피해 후속 대처 방안 및 방지 대책은 물론 묵과됐던 극단 내부 문화나 추가 피해 여부, 피해자 및 사태와 관련 없이 해체된 극단 단원들의 2차 피해 방지 방안 등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도내 연극계의 중론이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07 20:29

[미투 운동, 연대 가능성 모색 좌담회] "그건 네 잘못이 아냐…2차 피해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 속 심리학과 교수 숀이 주인공 윌에게 전한 한마디. 이 문구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되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미투(#MeToo) 운동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의식은 동지 의식으로 바뀌었다. 미투 운동이 개인의 폭로에 그치지 않고, 권위주의와 성차별주의 등을 철폐하는 사회 제도인식의 구조적 변화로 확장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는 연대의 형성과 지속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운동의 의미를 되짚고,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6일 전북일보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박정교 변호사,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 강현덕 미술가가 참석했다. - 한 달간 진행된 미투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교= 다른 범죄 사건과 성폭력 사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해자가 감춰진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으로 나만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게 밝혀졌다. 미투 운동의 출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환영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반론의 기회 없이 폭로=사실로 인식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권지현= 그동안 가해자가 돈과 권력이 있으면 책임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미투 운동으로 형사 처분보다 사회 처벌이 이뤄지면서 가해자도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돈과 권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피해자의 증언이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앞으로는 미투 운동을 통해서가 아닌, 형사 체계 안에서도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는다. △강현덕= 문화예술계에서는 성폭력이 비일비재했다. 많은 피해자의 고백에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미투 운동이 가속화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 모두 미투 운동에 대해 공감하지만, 진행 양상에 대한 우려도 있는 듯하다. △박정교= 이미 재판이 다 끝난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투 운동이 여론 재판이 될 경우에는 위험하다. 지금의 미투 운동도 전체 사건에서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격화되었다. 만약 무고한 피해자 사례가 한두 건이라도 발생하면 미투 운동 전체가 퇴색될 수 있다. 미투 운동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권지현= 나는 피해자들이 증거도 없는 예전 이야기를 왜 꺼내는 것인가에 집중하고 싶다. 사실 성폭력 사건은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지펴진 불씨를 꺼뜨리면 안 된다. 말하는 것조차 입막음 되면, 증거만을 요구하는 방식이면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현재 형사 건에서 무고가 1%밖에 안 되는데, 그 1% 때문에 다시 침묵해선 안 된다. -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나. △박정교= 미투 운동이 언론을 통해 내용이 바로 공개되기보다는 사전에 법률 상담을 통한 뒤 고소고발과 폭로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최소한 한 번은 여과 장치가 필요하다. 상시화된 법률구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법률적 판단이 뒤따른다면 미투 운동도 안정화, 장기화할 것이다. 특히 엄벌보다는 필벌이다. 그간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고 처벌받지 않으니 반복됐던 것이다. △권지현= 형량 강화보다는 폭행협박저항 등의 입증을 요구하는 성폭력 피해자 조사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대부분 수사기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협의 폭행 및 협박 기준을 삭제하지 않는 한, 2차 피해 근절이 어려운 구조다. 또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건 가해자의 사과다. 잘못과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만 해도 많은 사건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애 단계별 인성 교육과 조직 내 성인지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강현덕= 미술인으로 문화예술계를 놓고 보자면 폐쇄적이고 도제식으로 돌아가는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술성과 도덕성은 구별돼야 한다는 인식과 예술인들의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위 문화 권력에게 밉보이면 공연 배역을 받지 못하고 전시에 끼질 못하는 사례가 많다. 자신의 권위를 악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별종 예술인이 아니라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권위자도 언제든지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 - 미투 운동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권지현= 말할 수 있는 환경 자체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많은 사람에게 미투(미투 운동 방식)가 아니라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온라인상 공감 댓글로도, 오프라인상 지지 발언으로도 마음을 보탤 수 있으니 말이다. △박정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진 것 같다.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고, 처벌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동시에 권위주의, 성차별주의 등 인식도 변해야 한다. △강현덕= 경각심이라 생각한다.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성 문제에 대한 인식적, 행동적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 <문민주김보현 기자>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3.07 20:29

강유진 개인전, 콘크리트 속 정원…이 시대 정말 중요한 건 뭘까

강유진 회화작가가 세 번째 개인전을 연다. 11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내 교동미술관에서 ‘게릴라 가드닝’.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고, 개발이 이뤄지는 현장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죠. 문득 당연했던 그 모습에서 욕심과 욕망을 바라보게 됐어요. 인간성이 상실돼가는 이 시대에서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의문을 던졌습니다.” 강유진 작가는 건물 위에 심은 거대한 정원을 그린다. 자신만의 정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관리가 안 된 땅에 몰래 ‘게릴라’식, 즉 비정규적으로 예쁜 꽃을 심어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했다. 그는 “특히 콘크리트 투성이가 된 세상에 식물을 심는 모습은 자연을 갉아 먹어버린 사람들이 자연을 갈망하는 모순”이라며 “건물과 식물의 상반된, 부조화스러운 모습을 그렸다. 이를 통해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해진 콘크리트 투성이의 현실이 과연 당연한 것인지, 마땅히 가져야 할 행복과 여유를 잊은 채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전북대 서양화회, 신예작가 초대전, 모던칼라기획 4인4색전, 전북지방경찰청 초대전, 군산아트페어 등에 참여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06 21:04

김동헌 조각전, 돌에 스민 소박하지만 따뜻한 감동

돌은 자연에서 쉽게 얻어지는 재료이지만, 다루기가 쉽지 않다. 조각가는 끊임없이 돌을 깨고 깎고 밀고 새긴다. 돌을 한 겹씩 벗겨내는 인고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조각가가 자신의 마음을 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동헌 작가는 오랜 세월, 돌로 마음을 지었다. 그의 일곱 번째 조각전이 28일까지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김 작가는 30여 년간 양손에 망치와 정을 들고 돌을 깎고 다듬었다. 석재로 크고 작은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모티브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애정. 특히 그의 작품에는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 모성애는 대표적인 여성상으로 자리한다. 소박하지만 따뜻하다. 또 단순한 듯 예스러운 자연의 상징물은 어머니의 평온한 미소 안에 녹아 들어있다.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이 돋보인다. 그에게 돌은 수양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는 돌을 다루면 다룰수록 평온을 되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서학아트스페이스 김성균 관장은 돌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숙명 속에서 김동헌 작가는 세상을 품고자 하는 상징의 언어로,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며 그의 작품에는 자연과 또 다른 인간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출렁이게 하는 공감적인 힘이 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김제 출신으로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과 전주, 부산, 중국 상해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목우회공모전 조각 부문 대상과 제9회 전라미술상을 수상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3.06 21:04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영산작법'

불교 안에서만 주로 행해지던 영산작법이 축제로 거듭나 대중 곁으로 다가온다. 전북영산문화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진성 스님)가 주최하는 제1회 전북영산문화축제가 10일 새만금 신시도 광장에서 열린다. 영산작법은 사람이 죽은 지 49일 만에 지내는 영산재에서 베풀어지는 범패와 작법을 뜻한다. 범패는 절에서 재(명복을 빌기 위해 드리는 불공)를 지낼 때 부르는 노래이고, 작법은 춤을 가리킨다. 영산작법은 198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영산작법보존회는 1998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다. 전북영산문화축제는 영산작법의 대중화와 더불어 새만금 건설로 죽어간 어류의 고혼, 차가운 바다에서 억울하게 숨져간 세월호 희생자의 원혼을 천도하는 자리다. 이와 함께 새만금에서 열리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성공을 기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군산 풍물놀이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마이산탑사 탑(TOP)밴드의 난타 공연, 군산 성흥사 회주 송월 스님의 대형 붓글씨 퍼포먼스 등이 이어진다.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성공을 기원하는 발원문을 낭독하고, 소원 풍선 1만 개를 날릴 예정이다. 향후 전북영산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영산문화백일장, 학술세미나,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추가로 보완해 전북영산문화축제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진성 스님(한국불교태고종 전북종무원장)은 전북지역 내에 250개 태고종 사찰이 있지만,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전북영산문화축제는 종교에 관계없이 대중의 참여 폭을 확대해 영산작법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상들이 남겨준 소중한 전통문화인 영산작법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승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3.05 21:21

'미투'가 휩쓸고 간 연극 현장 뒤숭숭

전북 연극계에서 몇십년간 활동해온 굵직한 연출가 두 명이 성추행 논란으로 영구제명 됐다. 지난달 26일 미투 공개발언 이후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크고 작은 연극계 성폭력 피해 사례가 나왔고,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미투가 휘몰아친 지역 연극계 현장은 뒤숭숭하다. 연극인들 사이에서는 논란과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 연극계가 위축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연극계는 지난 겨울 재정비를 마치고 이달부터 기지개를 켠다. 지난 3일 전주의 문화영토 판은 새 연극을 올렸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 예년보다 관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예년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문화영토 판의 안대원 연출가는 최근의 논란들이 연극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요즘은 어디 가서 연극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홍보를 하러 가도 작품보다는 미투 논란에 대해서 묻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속된 활동을 통해 건강한 연극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창작극회 박규현 대표 역시 온라인에 연극을 안보겠다는 댓글도 많고 많은 분들이 연극계에 대한 분노, 실망을 느낀 것 같다.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어떻게 자정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조용해지길 기다리지 않고 피해 규명과 책임 통감에 힘쓰면서 묵묵히 연극을 하는 것이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대원 연출가는 고인 물은 퍼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새 물도 넣어야 메마르지 않고 정화될 것이다.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투명하고 완성도 높은 활동으로 정화해 나가는 것이 연극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영토 판은 오는 11일(평일 오후 8시주말 오후 3시)까지 전주의 소극장 판에서 연극 일상다반사(死)를 올린다. 2006년 초연 이래 약 1만 명 이상이 관람한 대표 창작극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대한민국 연극 100주년 기념공연 뿐만 아니라 영호남연극제 및 광주 평화연극제에 초청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배우 이우형, 이중오, 강세은 씨가 참여한다. 콘트라베이스와 플롯 작품도 이어서 올린다. 창작극회는 16일부터 4월 1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아빠들의 소꿉놀이를 공연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당한 암울한 현실에도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들의 처절한 몸부림과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해주는 가족의 이야기다. 가족의 사랑과 배려를 일깨우는 작품이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3.05 21:2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