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경기도 부천문화재단은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 UCC(이용자 제작 콘텐츠)대회'를 열기로 하고 참가 희망자 신청을 오는 24일∼9월17일 받는다고 23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부천무형문화엑스포(9월18일∼10월7일) 개최 기간인 9월18∼27일 엑스포 행사장인 부천영상문화단지에서 문화엑스포와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부천판타스틱스튜디오, 문화도시 부천의 이미지 등을 동영상에 담아 제출하면 된다. 참가자는 개인이나 단체로 참가할 수 있고 참가비는 1만원이다. 재단측은 심사를 통해 1∼3등에게 상금을 주고 참가자들에게 엑스포 기념품과 엑스포 행사장 관람 기회 등을 제공한다.(☎032-236-2583)
"무용평론 분야는 특히 무용 전공자보다는 미학이나 국문학, 철학 전공자가 많아요. 평론에 도전한 것은 무용인들의 몫을 빼앗겼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직접 춤을 추고 안무를 해봐야만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고 싶어요."지난달 한국해외문화교류회가 주최한 '제2회 해외문단 신인문학상 공모'에서 평론부문에 당선, 무용평론가로 활동하게 된 강명선씨(40·강명선현대무용단 대표)는 "무용평론을 통해 무용계를 서서히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도내에서 무용평론으로 등단한 경우는 강씨가 처음. 당선작은 '현대무용 안무가와 무용가의 심리상태가 즉흥표현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스물다섯살에 안무상을 받고 많은 작품을 창작해 왔지만, 즉흥표현을 통해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작품을 짤 때에도 컨셉과 음악을 먼저 정하고 즉흥적으로 창작해 가는 경우가 많다. 강씨는 "즉흥적으로 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순히 동작을 연결시켜 짜맞추기식으로 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예술이 유행이나 흐름을 타는 것은 죽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안무자나 무용수의 흔들림 없는 뿌리가 있어야 하죠. 현대무용은 안무자의 정신과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거든요."그는 "개인적으로는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작품보다는 일반인과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며 "평론을 할 때에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뭔가 남는 것이 있는 작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다른 무용수들에 비해 체력이 약해 스스로 춤꾼보다는 안무가로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는 강씨. 12년 전 민간단체인 강명선현대무용단을 창단, 해마다 작품을 발표해 왔다. 평론은 10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일. 3~4년 후에는 무용평론집도 내고 싶다.전주 출생으로 조선대와 조선대 교육대학원을 졸업,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강씨는 프랑스 아흐모닉에서 리딩안무법과 베아안무법을 이수했다.
故 김대중 전(前)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진도씻김굿이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생가에서 열린다. 진도군은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주관으로 '진도 씻김굿'을 김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인 하의도 생가에서 오는 22일 저녁 8시부터 3시간동안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진도 씻김굿은 안당(소리), 씻김(초가망상), 손님굿, 제석거리(제석소리, 앉은조달, 지전춤, 흥타령), 고풀이, 씻김굿, 길닦음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하룻밤 내내 걸리는 진도 씻김굿은 길닦는 대목에서 그 절정을 이루는데 끊어질듯 애절하게 이어지는 삼장개비 곡조는 모인 사람들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한다. 군 관계자는 "생전 고인이 전통 예술을 사랑하고 민주주의의 열정을 기리는 의미 있는 추모행사로 진도 씻김굿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망자의 영혼을 달래는 제례의식'인 진도 씻김굿은 1980년 11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72호로 지정, 전승 보존되고 있다.
새콤달콤한 여름 선물, 블루베리. 포도와 비슷하면서도 어쩐지 다른 이국적인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생블루베리 스무디, 블루베리 와플 등 블루베리로 만든 메뉴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블루베리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알토란' 같은 식품이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장수식품 중 하나.포도의 경우 씨와 껍질에 풍부한 영양분이 있지만, 씨가 단단해 통째로 먹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반면 블루베리는 대부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데다 껍질이 얇고 씨 역시 깨와 같이 연해 통째로 먹을 수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도 잘 자라기 때문에 무농약·유기농 재배가 가능해서다.주성분인 안토시아닌은 당뇨병 합병증이나 노안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시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구건조증에 효과가 높다.블루베리 껍질과 씨 속에는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안토시아닌은 동맥에 침전물이 생기는 것을 막기 때문에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고 신경세포 재생을 도와 치매를 억제시켜주는 효능도 있다. 특히 눈의 피로, 시력 저하에 탁월하다.여러 지자체에서 블루베리를 특용작물로 선정한 탓에 재배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다. 건강을 위해 블루베리를 챙겨 먹는다는 사람도 참 많아졌다.당도 높은 과일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블루베리는 신맛도 단맛도 강하지 않은 심심한 과일로 여겨질 법도 하다. 블루베리 잘 고르는 법을 살펴보자.우선, 블루베리는 수입 통관 금지 품목 중 하나다. 익었을 때 수확해야 당도가 높지만, 껍질이 얇고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물러지고 저장성이 떨어진다. 수입산 블루베리는 냉동이나 통조림, 건조된 상태로 들어오는 것이 대다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있는 생블루베리는 모두 국내산이다.생블루베리는 진청색을 띄되 크기가 작더라도 향이 진한 것이 좋다. 용기를 흔들어 봤을 때 제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택해야 으깨지지 않는다.블루베리를 구입해 팩 상태로 냉장고에 두면 일주일 정도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지만, 이후엔 물러져 맛이 없어진다. 껍질과 씨에 안토시안과 비타민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씻지 않고 껍질 째 그냥 먹는 것이 좋다. 6~8월 사이에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냉동하거나 건조해 먹어도 상관 없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시키면 2년까지 보관 가능하다.블루베리의 1일 권장량은 50~100g으로 매일 그냥 먹거나 요구르트 혹은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잼은 대형 마트나 사이트를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반면 와인은 아직 상품 개발 단계에 있는 상태.블루베리 농장은 경기도 평택과 천안, 청양, 대전 등 충청도에 밀집돼 있다. 농장마다 수확시기와 판매가격이 다르다.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문의 대둔산블루베리농장(www.unjuberry.com), 밝은세상블루베리(www.0105.co.kr).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북폴리오 펴냄)는 책장을 펼치기에 앞서 먼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책 주인공은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라는 사실이다. 딱히 뭘 훔친 것도 아닌데 도둑으로 몰아세우는 표현은 마땅하지 않으며,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는 길에서 살 권리가 없다고 보는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전제를 깔고 살아 움직이는 작은 동물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면 인간과 동물의 멋진 만남과 따뜻한 우정을 만날 수 있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은 시인 이용한 씨는 이 책에 동네 길고양이들과 함께한 1년 반의 기록을 담았다. 어미 고양이 랑이와 생김새도, 성격도 저마다 다른 새끼들 희봉이, 깜냥이, 그들의 친구 동냥이, 집에서 버림받은 외출이, 연립주택을 영역으로 삼은 연립댁, 붕어빵 포장마차에서 밥을 얻어먹는 붕어빵 고양이 등 수많은 고양이가 등장한다. 저자는 동네에 터를 잡은 고양이들에게 하나씩 이름을 붙여 주고 먹이를 주며 친구가 된다. 끈질기게 다가간 저자는 고양이 하나하나의 성격과 습관이 무엇인지 파악해 나가고, 웬만해서는 사람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고양이들도 서서히 자신의 공간 일부를 저자에게 내주고 카메라 앞에서 제법 포즈도 취해준다. 고양이들은 산수유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가만히 향기를 맡거나 눈밭에서 장난을 치고 형제나 친구의 털을 핥아주는 등 삶을 여유롭게 누리며 살아간다. 물론 고양이들의 삶이 기쁨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핍박과 천대, 죽음의 위협 앞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다 뜯어놓으니까 다 죽여야 한다"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는 저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 통에 넣지 않고 일반쓰레기에 넣어 내놓는 인간이 문제"라며 "고양이는 엄연한 길거리 이웃"이라고 꼬집는다. 동물이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밟아버려도 되는 미물이 아니라 인간과 다름 없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어엿한 생명체라는 점을 진지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352쪽. 1만3천원.
달변(達辯)·달필(達筆)이었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생전에 삶과 정치에 대한 철학을 담은 다양한 책을 내놓았다.김 전 대통령은 정치와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역사와 현안을 날카롭게 파악했으며, 자신만의 철학을 치밀한 논리와 화려한 글솜씨로 엮어 책에 담았다.김 전 대통령이 단독 저자로 나선 책은 물론이고 생전 연설문이나 잠언, 기고문 등을 엮어 공저자로 오른 책까지 합하면 수십 권에 이른다.그 가운데 「대중경제론」은 김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초 미국 망명 기간에 쓴 경제서로 한국 경제가 안은 문제점을 진단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명쾌한 논리로 제시한 책이다.경제의 실질적 주체인 대중이 참여하는 경제야말로 참다운 시장경제라는 시각을 담은 이 책은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출판부에서 영문판으로 출간됐고 1986년에는 우리말로도 출간됐다. 집권 후 국내에서 「대중참여경제론」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또 다른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책은 「김대중 옥중서신」이다.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전 지시했다는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고를 치를 당시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담은 이 책은 1984년 출간돼 학생과 재야 운동가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그 밖에 통일 전략을 담은 「김대중의 3단계 통일방안」(1995), 새로운 세계 질서와 민족 통일에 관한 「나의 길 나의 사상」(1997) 등의 저서도 있다.한편으로 김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자연인으로서 삶과 죽음에 관한 사색, 종교적 믿음 등 철학을 담은 글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서전 성격의 책도 여러 권이다.14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고 정계에서 은퇴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생활을 하면서 쓴 자서전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1993)는 자연인으로서의 진솔한 고백을 담은 자전 에세이다. 갖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선배로서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뜻을 담았다.「나의 삶 나의 길」(2000)도 어린 시절부터 험난했던 인생역정을 담은 글 23편을 실은 자전 에세이이며, 「내가 사랑한 여성」(1997)은 어머니와 부인,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김 전 대통령은 최성 전 국회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철학에 대해 쓴 「김대중 잠언집 배움」(2007)과 이희호 여사가 투옥 중인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김대중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1998)의 공저자로도 올라 있다.또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김 전 대통령의 주요 연설이나 대담 내용을 모은 「21세기와 한민족」(2004)에는 달변가였던 김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대담문이 담겼다.그 밖에 김 전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1995)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서점가에서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업적을 담은 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등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다.오프라인 서점은 서거 소식이 전해진 뒤 김 전 대통령 관련 책에 대한 독자들의문의가 크게 늘자 추모 기획전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교보문고는 18일부터 광화문점에 '배움-김대중 잠언집', '해태 타이거스와 김대중', '김대중 집권 비사' 등 책을 모은 추모 코너를 마련했으며, 광화문점 출입구에걸려 있는 노벨상 수상자들 동판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동판에 서거 날짜를 새겨넣고 국화꽃을 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교보문고 관계자는 "그동안 판매량이나 재고가 거의 없던 김 전 대통령 관련 책들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인터넷서점들은 초기화면의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꾸고 국화 그림을 붙였으며 독자들이 추모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었다.인터넷서점 예스24는 김 전 대통령 관련 책들을 모은 기획전 '책으로 읽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마련하고 기획전 소개의 글에서 "한국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어른을 잃게 된 우리들의 마음은 참으로 슬프기 이를 데 없다"고 애도했다.예스24에서는 그동안 일 평균 판매량이 0∼0.3권에 불과했던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 '배움-김대중 잠언집', '21세기와 한민족-김대중 전 대통령 주요 연설·대담 1998~2004' 등이 서거 소식이 전해진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 9시 현재까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100권 이상 판매됐다.인터파크도서는 추모 페이지를 만들고 김 전 대통령의 저서에서 "제 앞에는 또 다른 위기와 도전이 놓여 있으며 그것은 저와 국민 여러분이 함께 넘어야 할 산입니다"라는 일부 구절을 발췌해 싣는 한편 독자들의 추모 글을 받는 한편 소개하고 있다.또 출판 전문 인터넷방송 온북TV는 추모 영상 '잃어버린 50년, 되찾은 10년'을 홈페이지에 실었다.7분 분량의 이 영상은 2007년 11월 열린 '창작인 포럼'에서 문화예술인들이 김 전 대통령에게 "표현의 자유를 되찾은 지난 10년"에 대해 감사하기 위해 제작, 공개한 영상으로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한옥마을은 8월의 땡볕에도 불구하고 휴가철을 맞은 외지인들로 넘쳐났다. 선글라스를 쓰거나 모자로 응달을 만드는 사람은 많아도 중국산 부채라도 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싸구려는 싫고 좀 제대로 만든 부채는 비싸니, 딜레마일 것이다. 한옥마을 실개천이 흐르는 공방에서 합죽선을 만드느라 팥죽 땀을 흘리는 장인 엄재수(46)씨를 찾았다.선자(扇子)장 무형문화재였던 고 엄주원 선생의 아들로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엄씨의 합죽선은 송하진 전주시장의 손을 통해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전달되었고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 이소연이 한지 합죽선에 글씨를 쓰는 실험 퍼포먼스에 사용된 부채도 역시 그가 만든 것.문화재를 취재하다 보면 따르는 레퍼토리가 있다. 문화재에 필적할 만한 공예품을 만들기까지 도제생활의 힘듦 그리고 왕궁에 진상했다는 것. 전주 합죽선도 예외는 아니어서 왕실에 진상하고 100공정이 넘는 부채만들기는 애통 터지는 작업이었다."부채 만드는 것은 손재주도 손재주지만 공부처럼 '엉덩이'가 한다는 것을 20년 만에 깨닫습니다."엄씨가 만든 합죽선을 쥐니 손에 안기는 맛이 있다. 하나 같이 빛깔이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데다 직선인 갓대를 배흘림 형식으로 부드럽게 휘는 느낌이 절정이다. 그리고 펼칠 때의 시원스런 소리가 초절정인 것.쥐는 맛이 으뜸이라는 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합죽 대모 칠선이나 나전 혹은 황칠이나 옻칠 등이 사용된 우리가 잃어버린 문화원형 복원에 땀을 쏟고 있는 그는, "합죽선을 완성하는 데는 108가지 공정에다 내구성을 좌우하는 칠과 장식으로서의 조각 등을 알아야 대륜, 백접, 칠선 등의 조상들이 만든 명품의 재현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상업적 성공은 그 다음이다."고 말한다.단도직입적으로 가격을 물었다. 특산품이나 기념품 수준을 뛰어넘는 예술품들로 모두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태극선이 단순 소박의 미학이라면 합죽선은 복잡함과 호화롭고 사치스러움에 그 미학이 있습니다. 감성을 충족시키고 멋을 내는 악세사리로 사실 너무 비싸죠. 이건 명품입니다. 비싼 만큼 종이만 새로 바르는 리필이 가능하니 대물림이 됩니다."과연 이 합죽선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과 대중화에 대해 물었다."인사동에 전시된 합죽선 중에서 진짜 한스타일의 메이드인 전주가 몇 점이나 되겠습니까? 저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싸구려 중국산이 판치는 마당에 경쟁력을 모색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합죽선의 적은 선풍기나 에어컨이 아니라…."그는 우리 것을 사랑하는 문화지수가 높아진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합죽선의 실용성보다는 전통성과 예술성에 집착하는 엄씨는 전주영상위 관계자가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말을 한다."사극이든 현대물이든 영화소품 담당자들이 원하면 무상으로 빌려드리지요."엔딩크레딧에 넣어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대한민국의 부채살, 전주가 펼쳐지고 있다. 전주는 이제 차를 타고 슥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걷고 만지고 먹고 만들어보는, 즉 경험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빠르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 되는 도시. 푸짐하다는 느낌, 우리가 어딘가 두고 온 것을 찾은 듯함 느낌이 도시 전주다. 전주는 맛으로 입이 호사스럽고 영화 속 촬영장소로 보는 눈이 즐거우며 소리로 귀가 시원하다. 이제 이 오감만족 브랜드는 콘텐츠를 양산하여 한옥마을 투어를 필두로 김장축제체험에다 '전주학교'가 문화상품으로 팔리고 있다.그렇다. 설명을 넘어서는 강한 상징성이 전주다. 외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호남제일문을 들어서기 전 이미 전주의 상징을 본다. 바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하얀 지붕 말이다. 반쯤 접힌 합죽선의 이미지를 본뜬 이 지붕은 한옥마을 기와집 처마선에서 부챗살을 활짝 꽃피운다. 거기다 전주시가 캐릭터로 정한 맛돌이와 멋순이(귀엽기 보다는 촌스런) 역시 합죽선과 태극선을 머리모양을 하고 있으니, 이렇듯 전주의 부채는 비밀스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선풍기와 에어컨에 밀려 이미 버린 것들을 오래 붙들고 있는 전주 사람들이 만드는 부채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왜 부채인가?사진을 찍을 때, 혹은 남 앞에 설 때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뻘쭘할 때가 많다. 이 때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다면, 무어라도 좋을 텐데. 부채다. 부채 없이 소리하는 명창 혹은 무굿을 벌이는 신녀를 생각할 수 없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줄타기를 하는 감우성의 손에 들린 부채는 관객의 시선을 끄는 도구이자 좌우 조화를 맞추는 균형추이고 <스캔들 조선남여상열지사>의 섹시남 배용준의 손에 든 합죽선은 바람을 일으키는 기능성만이 아니라 펼쳤다 접는 맛이 일품인 남성들 의상의 액세서리로서 화룡점정이었다.그러면 부채는 우리나라의 전유물일까? 날이 더우면 손부채를 부치는 것은 동서고금 세상 사람들의 당연한 몸짓. 꼭 필요한 생활소품 중 하나이니, 그렇지는 않을 터. 영화 <마리 앙트와네트>에서는 그녀의 사치를 대변하는 소품으로 수많은 구두와 함께 보석함에 든 화려한 부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렇지만 영화 속 서양부채는 배우의 고혹적 얼굴을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 부채 자체가 너무 화려하기 때문에. 부채는 그 자체가 예술품이자 예술작품의 소재로 이 땅의 최북과 김홍도 정선의 부채그림 말고도 서양화가 중 클림트, 고갱, 르누아르, 벨라스케스, 마네 등 '부채를 든 여인' 그림은 셀 수 없이 많고 18세기 서양 상류층 여인들에게는 그들만의 은밀한 부채언어가 있었다는 것도 알 만한 상식이 되었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크고 작은 문화행사에서 부채를 만들고 거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프로그램 운영이 인기인데 요즘은 미술치료 분야에까지 '전통부채 만들기 체험교실'이 벌어질 정도다. 서울국제 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의 부채 안에 캐릭터 그리기, 서울시 남산골한옥마을이나 괴산 한지축제의 부채 만들기에 나아가 진도운림산방에서는 토요미술 경매시 부채에 그림을 넣어 5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각종 문화관련 상품개발에 부채 만들기가 인기인만큼 옥션 혹은 G마켓에서는 아예 미술체험학습용 글씨쓰기와 그림 그려 넣기에 활용되는 합죽선마저도 이천 원 미만에 신나게 팔리고 있다. 과연 장인의 손을 거친 합죽선이 이 가격에 팔릴 수 있겠는가? 당연히 '노'다. 모두 중국산인 것. 물론 바람을 만드는 것이야 큰 차이가 없겠지만 부채를 펼칠 때 좍 펴지는 맛이나 손에 쥐는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니 교양 있는 외국인에게 함부로 선물하면 안 되는 물건이 바로 부채다. 그래서? '전주 부채'인 것이다.▲ 전주 부채와 부채문화관부채는 전주의 대명사다. 부채는 크게 부챗살에 비단이나 종이를 덧댄 '둥글부채'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쥘부채(합죽선)' 두 종류로 나뉜다. 태극문양을 넣은 태극선과 합죽선은 전주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한국을 상징하는 소품인 부채가 전주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당연히 전주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한지와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아 광택이 좋은 남원이나 지리산 쪽 대나무의 결합에서 온 것. 그리고 옛부터 전라감영에 선자청(扇子聽)을 두어 진상용 부채를 생산 관리한 시스템, 장인들의 솜씨 이 네 박자가 만든 것이다. 고(故) 이기동 명인의 합죽선은 고졸한 맛이 있고 조충익 장인이 만든 연꽃잎과 오동나무 잎을 닮은 부채는 화려함을 뛰어넘는 단아한 맛이 있다. 김동식, 노덕원 방화선 명인 등 창의력과 비상한 손재주를 가진 장인들의 배가 고파도 한번 손에 잡은 업을 쉽게 버리지 않는 의식이 오늘날의 전주부채를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부채그림 선면화(扇面畵)는 콜렉터의 수집목록에 들어간 지 오래인 것처럼 스페인과 영국에는 부채문화관이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광주의 운림제 부채전시관, 경남의 일준부채박물관이 있는데 늦게나마 전주시에도 부채문화관이 들어선다. 전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들어서는 이 부채문화관에는 유물관, 체험관, 판매관, 디지털 기록실 등이 마련된다. 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 옆 부지에 20억여원을 들여 전통한옥(392㎡)으로 건립되며 내년 상반기에 개관 할 예정이라고. 전시되는 품목에는 지난 1996년에 고 이기동 명인이 만들어 기증한 옥조각황칠선, 황칠낙죽선, 한지조각선 등 문화재급 합죽선과 국내외의 많은 부채들이 전시될 예정인데 전주의 명인들 역시 기증채비를 갖추고 있다고.전통술박물관, 한지원, 공예품전시관, 전통문화센터 그리고 최명희문학관 등 전주의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판소리 그리고 오늘날의 영화까지 모두 전주를 이루는 부채살이다. 어느 하나 따로 뚝 떼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 전주라는 바람은 이미 불었다. 혼과 정성이 담긴 도시로 태어나는 데는, 다시 부채의 정성이다. 하나하나의 살이 둥근 원을 만드는 …▲ 콘텐츠 활용방안최승범 교수는 '전주부채의 날'제정을 주장한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구체적으로 이어령 교수는 전주의 식당에서 메뉴판을 부채로 하는 것이나 선물로 주는 것도 아이디어로 말하고 있으나 문제는 역시 질이다. 공으로 줄 수 있는 부채는 싸구려 중국산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니 전주 부채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전주 부채라는 브랜드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합죽선으로 바람을 만드는 즉 트렌드인데, 유명인을 적극 활용하고 방송과 언론을 타는 등 활용방안이 있을 법 하다. 전주국제영화제나 전주에서 벌어지는 많은 행사에 시상품으로 합죽선을 선물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한 일 아닐까? 전북현대 축구경기에서 합죽선을 든 응원단이 부채 응원을 펼친다면 학의 날개짓을 보여주는 전주의 주요한 상징이 되리라 박태건 시인은 이야기 한다.최근 US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이 들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보다 선생님들이 매 대신 들고 가는 학습용 지시봉으로 사용하는 것만큼 안정적 판로는 없을 것이다. 단오선이라 하여 임금이 신하에게 선물한 기록을 구태여 찾지 않아도 교수임용 혹은 1급 정교사가 되는 날 교육수장이나 대통령이 부채를 선사한다면 좋지 않을까? 비싼 합죽선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교사는 없을 테니까.여행이 피로가 아닌 위로가 되는 전주의 성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전주가 오감을 펼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에는 역시 광대다. 명창의 손에서 제비의 흰배바닥 같은 전주한지와 결합된 합죽선이 펴지는 소리와 함께 춘향과 이도령이 울고 웃으며 적벽강의 병사들이 소리를 지를 때,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제비처럼 소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손님 손에 부채 하나쯤은 쥐어 있어야 하고…./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예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제에는 여성상이 많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본 행복을 그린 프랑스 화가 르누아르(Renoir, 1841-1919)는 '욕녀들' '누드' '바느질하는 소녀' 등에서와 같이 여성상을 그린 그림이 많았다. 그의 화폭엔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여성은 르누아르 예술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테마였다.때문에 그의 그림 속 여인은 세상의 모든 시선을 흡입하기에 충분했다. 여인의 시선과 자태, 미소는 보는 이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마력을 지녔으며, 불그스레한 볼에 입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르느와르 그림을 떠올리니 엊그제 소설가 한 사람을 만난 게 생각난다. 그는 늙고 병든 아내를 위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절절하게 묻어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여 나의 몸을 바칠 것입니다."마치 혼인서약 때의 맹세처럼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하였다."집에 돌아가면 병든 아내의 발톱을 깎아 줄 것이며 목욕을 시킬 겁니다."행여 오늘의 결심이 무너질까봐 앉아 있는 부부들 가슴에 높은음자리표로 깊게 새겨 주었다. 애써 힘주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차라리 '아내를 위한 슬픈 연가'였다. 소설 한 권 쓰는 일보다 더 값진 생이 아니겠느냐며 그는 말을 멈추기도 하였다. 눈물은 뜨거웠는지 눈시울이 빨갛게 젖어 있었다. 그는 면사포를 쓴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서로를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겠다고 한다."병든 아내를 사랑 할 것이며……"지그시 깨무는 그의 입술이 떨고 있었다. 나도 배우자에게 그렇게 하여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설을 포기해야 한다고 할 때 우울증과 싸웠다고 한다.배우자를 보물단지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게 된다. 노년의 혼인생활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고 서로의 존재에 찬사를 보내고 용기를 북돋우며 살아가는데 그 행복이 있지 않나 한다. 배우자에게 지속적으로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상대방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혼인생활을 재건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를 믿고 보살피는 행동이 성숙한 만족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그는 배우자를 위해 소설 쓰는 일은 중단했지만 르누아르처럼 아내의 모습을 통하여 독자에게 행복을 느끼게 할 소설은 쓰게 될 것이다.미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E.B.화이트는 '인류나 인간에 대해 쓰지 말고 한 사람에 대해 쓰는 것, 즉 개인의 삶에서 겪는 드라마나 애환에 대해 쓸 때만 독자의 동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아내의 모습을 원고지에 옮겨 독자에게 감동을 줄 소설을 틀림없이 쓰게 될 것이다./이소애(시인·샘장학재단 이사장)
철저히 분업화한 직원들과 기계가 똑같은 비스킷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장. 사방팔방 사각의 콘테이너 박스가 쌓인 항구. 인생의 방향을 잃은 구직자들이 줄 잇는 직업 상담소. 알랭 드 보통이 일상과 인생을 새롭게 발견하고 해석하는 철학적 글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이기는 하지만, 스트레스 덩어리인 일의 세계에서 철학이나 미학을 찾아내겠다니 얼핏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일의 기쁨과 슬픔'(이레 펴냄)을 펼쳐 몇 장만 읽어도 금세 녹아 버린다. 이 책은 오히려 사랑이나 여행, 건축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전작들보다 더 쉽고 유익하며 열정적이다. 무엇보다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현대인들의 아픈 곳을 제대로 짚어주고 다독이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은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가끔 느껴지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을 쓰고 싶었다"며 "일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그 엄청난 주장을 한번 파헤쳐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의도 그대로 이 책은 일에서 기쁨과 슬픔, 즉 '감정'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담는다. 일의 의미란 거창한 담론에 근거해 증명하는 게 아니라 일터에서 느끼는 사람다운 감정을 통해 소박하고도 현실적으로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저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 과학보다 비스킷 공장에서 반죽과 포장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소박한 동기를 자극하는 직업상담사와 같은 '어린이 책에 흔히 등장하지 않는' 직업인들이다. 아침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공복감을 달래주는 간식거리를 만드는 비스킷 공장 일을 보자. 5천명이 6개 작업장에 나뉘어 매달리는 이 일이 '존재의 짐을 덜어주는 숭고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한 과자 공장의 공정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공항 관제탑에서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엄숙한 분위기'와 '병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헌신과 자기 규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저자는 문명의 본질을 되새기며 비스킷 제조의 의미를 찾아낸다. 문명은 소비주의를 매도하고 예술과 영적 가치를 찬양하지만, 사소한 것들을 팔아 부(富)를 늘리면서 유지되고 발전한다. "나는 우리 노동의 진부함을 생각하며 희미한 절망감을 느끼다가도, 거기에서 나오는 물질적 풍요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는 유치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한 투쟁과 절대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전문 직업상담사가 구직자에게 상담을 해주거나 직장인들을 독려하는 일을 보자. 저자는 한 상담사가 직업인들에게 "의지만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외치도록 하는 동기부여 훈련에 곤혹스러워한다. 지적인 시각으로 보면 지나치게 솔직한 처세술을 담은 이런 말들은 저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저자는 곧 "우리에게는 소박한 요구가 몇 가지 남아 있으며, 그 가운데 지원과 사랑에 대한 꾸준하고 강렬한 갈망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통은 일이란 사람들에게 거품에 불과한 희망일지라도 온 정신을 쏟도록 하며 특별한 감정과 품위를 안겨주는 존재라고 결론 내린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줄 것이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등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을 번역한 정영목 씨가 번역했다. 376쪽. 1만5천원.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 수가 작년 말을 기준으로 11만 명을 돌파해 출신국 기준으로 3년째 1위를 차지했다. 2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유학생비자(F비자 혹은 M비자)를 받아 미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은 11만83명. 이는 미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72만2272명의 15.2%에 해당한다. 인도와 중국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이어 일본 캐나다 대만 순이었다.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07년에 10만 명 선을 넘어선 데 이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2009년 2월 4일자 신문 기사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혀를 끌끌 차야 할까? 미국 역사가 다니엘 J.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의 「미국사의 숨은 이야기」(이보형 외 옮김, 범양사출판부, 1991)를 읽다가 다음 대목에 눈길이 갔다."1880년대에 미국의 야심 찬 젊은 역사가들과 정치학자들은 독일에 공부하려고 몰려갔다. 돌아올 때 그들은 박사학위를 가지고 왔다. 박사학위야말로 그들의 신분을 확인해주는 증명서가 되었고 또한 미국 대학원 교육의 기본적인 기준이 되었다."우리도 100여년전의 미국처럼 유학이 한때의 바람으로 그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유학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오래 전에 나온 이 책을 소개하려는 건 아니다. 유학 문제 이상으로 우리 현실에 딱 들어맞는, 우리가 꼭 주목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자선과 기부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미국의 자선·기부문화만큼은 인정하며 그걸 부러워 한다. 우리가 배울 점은 없을까? 줄리어스 로전월드(Julius Rosenwald, 1862-1932)라는 사람의 '공공 기부의 원리'를 눈여겨 보자.로전월드는 통신판매로 유명한 시어즈 로벅 백화점의 사장으로 흑인의 교육과 유태인 구호에 크게 기여했으며, 자선사업에서 지역사회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이다. 그는 유럽의 자선 철학을 확 바꿔놓았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우선 '자선'이란 말을 들으면 메스꺼움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한 푼 없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종류의 일에는 관심이 거의 없다. 나는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식의 자선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되어 보이는 것을 바로잡는 일이다. 나는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그것은 인과관계의 작용인 것이다. 나는 개인보다는 집단이나 대중을 도울 일을 하려는 것이다."이런 정신의 원조는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자선은 빈곤의 불행을 즉각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자극을 주고 창피하게 느끼게 함으로써 정부의 몫을 해내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 정부와 개인 모두 똑같이 지역사회의 대행자이며, 결국 문제의 핵심은 지역사회에 있다는 것이다.로전월드는 1932년 사망시까지 남부 15개 주의 883군에서 5,357개의 공립학교와 공장 및 교사용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총 2,84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흥미로운 건 그 가운데 그가 개인적으로 기부한 액수는 436만 달러였다는 사실이다. 로전월드의 기부액수는 전체의 15%지만 흑인 자신들이 기부한 액수는 그보다 많은 17%였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도우려는 노력이 없는 한, 로전월드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즉, 자신의 기부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더 많이 기부하게 만드는 '펌프의 마중물'로 이용했다는 데에 그의 기부 방식의 묘미가 있다. 1916년에서 1917년에 이르는 겨울에 앨라배마 주 볼리지(Boligee)의 흑인 지역사회에서 벌어진 교육기금 모금 집회의 한 장면을 보자. 한 참가자의 증언이다."연설이 끝나자 우리는 돈을 내기 위해 줄을 섰다. 사실 나는 이날 참석자들의 주머니에서 10달러 정도만 나오면 많이 모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를 맡았던 월리스 목사가 기부금을 내도록 청중에게 호소하자, 추위와 비를 무릅쓰고 작은 노새를 타고 먼 곳에서 온 청중들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연단 위로 올라가 주머니를 털어 건립 기금을 내는 장면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감격적인 것이었다. 노예 생활의 경험이 있는 어떤 흑인 노인이 일생동안 번 돈을 기름때가 묻은 주머니로부터 천천히 꺼내 단상에 몽땅 쏟아놓는 장면은 감격적이었다. 5센트짜리 동전, 1센트짜리 동전, 10센트짜리 동전, 그리고 1달러짜리 지폐가 뒤섞여서 단상에 수북히 쌓였다. 그러한 장면을 나는 평생 본 적이 없었다. 그 흑인 노인은 자기의 전 재산인 38달러를 내놓았다."바로 이런 이치 때문에 로전월드는 남 모르게 하는 은밀한 자선에 반대했다. 그는 건물에 자기 이름을 붙이거나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은 단호히 거절했지만, 기부를 할 때에 자신의 이름은 꼭 밝혔으며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자선활동의 목적 가운데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기부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사실 익명의 자선은 아름답거니와 신비롭기까지 하지만, 그건 그 개인의 자선으로 끝나고 만다. 익명의 자선은 워낙 영웅적이기 때문에 찬탄은 불러 일으킬망정 다른 평범한 보통사람들에게 선뜻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자극을 주진 못한다. 자선·기부행위에 반드시 지역사회를 광범위하게 개입시켜야 한다는 로전월드의 자선 철학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다. 로전월드 방식은 미국 자선·기부행위의 표준이 되었다. 미 전역에 수천개의 도서관을 지어 준 '철강 왕' 앤드루 카네기도 지역사회가 상당한 액수를 내놓는다는 보장이 있을 때에만 기부금을 냈다.이런 풍토에 대해 부어스틴은 미국에선 지역사회가 정부보다 먼저 생겨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럽인들이 미국에 와서 자주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미국인들의 성실한 세금 납부라고 한다. 부어스틴은 "이것은 미국인들이 정부를 자기들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인으로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미국에선 지역사회 우선주의가 투철하다는 것이다. 미국사를 다룬 웬만한 책에선 이런 이야기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부어스틴이 책의 제목을 '숨은 이야기(Hidden History)'라고 붙일 만 하다.로전월드 방식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쉽지 않다.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곤, 인구의 절대 다수가 사는 도시 지역의 지역사회는 서울의 인질 또는 졸(卒)로 포획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선·기부 문화의 전망과 관련,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지역사회가 침체된 가운데 '중앙 1극 구조'를 가진 사회에선 자선·기부문화가 발달할 수 없다. 우리가 '서울 1극 구조'를 깨자는 건 그로 인해 지방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1극 구조' 체제하에선 상부상조(相扶相助)가 어려우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장려되기 때문이다. 로전월드 방식을 참고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자선·기부문화 발전 방안을 고민해보자./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노벨평화상의 본고장인 노르웨이는 2000년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시하는 등 '추모 물결'에 휩싸였다. 노벨위원회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고 주 노르웨이 한국대사관에 조화를 전달했다. 오슬로 평화인권센터, 노벨평화센터 등 노벨평화상 관련 단체들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김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글을 머리글로 게시했다. 주요 언론도 김 대통령의 서거를 신속히 보도하면서 민주화와 평화, 인권, 남북화해를 위한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게 보낸 조전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면서 "그의 서거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국, 아시아, 더 나아가 전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한 화해를 위한 그의 위대한 기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택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오슬로 평화인권센터는 "커다란 슬픔으로 서거 소식을 들었다"면서 "그는 위대한 지도자이자 평화 수호자였다"고 밝혔다. 이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쉘 마그네 분데빅 전 노르웨이 총리는 "김대중 전대통령은 열정적이고 현명한 지도자였다"면서 "90년대 중반 그를 한국에서 처음 만났는데 온화하고 현명하고 어려운 질문에도 사려 깊게 답변하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분데빅 전 총리는 이어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햇볕정책은 나에게깊은 인상을 줬다"면서 당시 서울에서 있었던 사상 최초의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볼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 차 중국 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와 함께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남북한이 핵문제 뿐 아니라 경제개발, 문화협력, 민간 인적 교류에서 북한 인권 문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를 가져야 하고 6자회담도 계속돼야 한다"면서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충고했다.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업적 자료와 알프레드 노벨에 관한 기록을 보관하고있는 노벨평화센터도 메인 화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과 그의 인생 역정,노벨상 수상 연설 등을 소개한 뒤 군나르 베르게 전 노벨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인용,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노벨평화센터는 베르게 전 위원장이 2000년 노벨상 수상식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을 포함해 대부분의 것들을 용서했다"고 언급하면서 용서와 화해를 중심에 놓은 그의 정치적 태도를 만델라 전 대통령에 비교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또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적극적 지지자였던 김전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나는 민주주의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절대적가치이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 정의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말했었다고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에릭 솔하임 노르웨이 환경부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이 아주 유쾌하고 겸손한 인물이었다고 회고했다.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VG에 따르면 솔하임 장관은 노르웨이 NTB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 같은 폭력적 체제와도 대화해야 한다는 소위 '햇볕정책'의 상징이자 군사독재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한 한국 민주화의 상징"이라면서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그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한 사람은없다"고 평가했다. VG는 솔하임 장관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었다고 전했다. 솔하임 장관은 이어 "그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고 전세계의 지지를 얻었다"면서 자신은 "지난 수년 사이 그를 몇 차례 만났었다"고 말했다.그는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는 전세계를 돌며 강연을 했다"면서 "그는 매우 유쾌한 인물로 항상 겸손했고 자신을 자랑하는 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화산에서 솟아오른 불길이 소용돌이친다. 발톱을 세운 용과 흰색 호랑이가 엉겨붙어 싸운다. 북을 치고 노래하는 백성은 흥에 겨운 몸짓을 한다. 그림책 작가 류재수(55)씨의 '백두산 이야기'(보림 펴냄)에서는 사람도, 자연도, 신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놀림, 심지어 덧칠 자국까지 종이 위에 선명히 드러난다. 1989년 출간됐던 류 작가의 '백두산 이야기'가 20년 만에 다듬어져 재출간됐다. 이 책은 전집류가 주를 이루던 당시 그림책 시장에서 독립적이고 완성도 높은 내용으로 호평받았다. 그림보다 더 강렬한 것은 이야기 자체다. 백두산과 한민족의 탄생 과정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조선 땅에 백성이 났는데 해와 달이 두 개씩이라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웠다. 백성의 원성이 높아지자 천지신명은 백두거인에게 해와 달을 하나씩 없애라고 명하고, 백두거인은 활을 쏘아 임무를 마친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흑두거인이 조선을 침략하고 백두거인과 대결한다. 백두거인은 승리를 거두지만 지쳐 쓰러지고 그대로 산이 된다. 가뭄이 들자 사람들은 백두산을 향해 기우제를 지냈고, 산은 꼭대기로 엄청난 기운을 뿜어 비를 내린다. 이 책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동화와는 거리가 먼 진지한 그림책이다. 예쁜 공주와 왕자는 나오지 않지만 진정한 생명과 힘, 희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이야기와 뜨거운 그림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64쪽. 1만8천원.
평소보다 긴 쉼표를 찍던 소설가 은희경씨가 새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로 돌아온다.오는 9월부터 문학동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작가로서의 좀 더 가벼워지고 싶은 고민이 반영된 결정. 이 작품에서 남자다움을 강요하고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반대되는 개념으로 그는 '소년성'을 꺼내들었다.새로운 도전을 하고픈 그간의 뒤척임은 일련의 단편작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창작과비평사)와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들은 세상의 비애를 덤덤하게, 비교적 둥글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많았다. 또 한차례 신열을 앓은 그의 문학이 기대되고 있는 이유다.고창 출신인 그는 1995년 동아일보에 중편소설 「이중주」로 등단,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신경숙, 공지영과 함께 '여성 작가 트로이카'로 불리며 1990년대를 대표한 작가다.
째보 선창. 째보는 언청이를 얕잡은 말이다. 째보라는 힘센 장사가 있었는데 외지인에게 자리세나 텃세 등을 상납하길 요구했기 때문에 불리워졌다는 설이 있다. 강 물줄기가 옆으로 째져서 그렇다고도 하고, 진포가 찐포, 째보로 이어져 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양키시장은 군산 평화동 감도가 윗쪽에 자리잡은 옷가게, 학생복을 주문 판매하던 곳이다. 6·25로 미군물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실향민들이 미군용품과 국군용품을 좌판에 벌려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술집으로 바뀌었다.둔뱀이는 오늘날 군산의 둔율동을 말한다. 둔뱀이는 '배미', 즉 논을 일컫는 말. 옛지도를 보면 둔율동에서 운율리까지 이 일대가 모두 논이었다. 군산진둔소 주변의 낮은 산에 여러가지 과실나무가 있었는데, 유독 밤나무가 많아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군산문화원(원장 이복웅)이 군산시 지명의 기나긴 역사를 한눈에 아우르는 「군산의 지명 유래」 개정 3판을 출간했다.이복웅 원장은 "옥구의 지명과 관련된 내용이 훨씬 더 많은데, 그것은 옥구의 역사가 군산에 비해 길었기 때문"이라며 "지명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조상들의 생활상과 소박한 신앙까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책은 군산의 옛 지도, 군산시의 연혁, 지명의 여러 갈래, 마을의 유사성과 관련된 명칭, 뿌리 깊은 마을, 군산시내의 지명, 옥구지방의 지명으로 구성돼 있다. 「옥구문화」 제7집의 내용을 기반으로 군산의 마을 단위 별 유래와 전설, 설화, 명소, 옛 지도와 읍면동 지도를 보완하는 형식이다.이 원장은 "지명은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원천이며 역사이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해야할 유산"이라며 "사라져가는 우리 옛 지명을 지켜나가고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문학인들은 18일 입을 모아 깊은 애도를 전했다. 특히 문인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대통령 재임 시절 남북 관계 진전에 미친 김 전 대통령의 큰 업적을 기리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소설가 현기영 씨는 "군사독재 시절 때 그분은 우리가 억압당하는 자유를 표상하는 이름이었고, 우리가 곧 달성해야 할 민주의 얼굴이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현씨는 "대통령 시절 냉전 상태였던 남북 관계를 화해 국면으로 이끈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해방 이후 우리 대통령 가운데 김 전 대통령만큼 경륜 있고 글로벌한 지도자가 있었는지 싶다"며 "아시아 전체에서도 그분만큼 어려운 조건속에서 정치활동을 해온 지도자는 드물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몇 달 전에도 측근을 통해 전화를 하셔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전하실 정도로 최근 남북관계 정체로 인해 마음고생을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신을 '김대중주의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을 평생 존경하고 우러러봤다"는 소설가 한 승원 씨는 "김 전 대통령께서는 우리 민족과 이 나라의 장래를진실로 걱정하시던 분"이라며 "우리 민주주의의 큰 보루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김 전 대통령께서 최근 우리 민주주의의 후퇴를 많이 걱정하시면서 가신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용택 시인은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까지 돌아가시면서 민주화 운동 세대의 구심점이 사라진 것 같아 비극적"이라는 심정을 표출했다. 김 시인은 이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님이 눈 감기 전까지 오랫동안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지켜보는 것을 소원으로 갖고 계셨을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은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받는 분들에게 큰 힘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전남 출신 유명 예술가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찾아볼 수 있는 문화전문 사이트가 개설됐다. 17일 문화전문 인터넷 신문 '문화통(通)'에 따르면 이 신문은 최근 문화 포털 사이트(www.mtong.kr)에서 유명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현재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등 각 장르에 걸쳐 근.현대작가 280여명이 등재됐으며 연말까지 500명과 예술단체 100여개가 등재된다. 문화전문 기자 출신 지형원 전 광주일보 편집국장이 발행하는 문화통은 광주.전남의 전시.공연 등 문화계 소식과 일간 문화행사 등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시·군별 맛집도 소개하고 있다. 지형원 대표는 "문화통은 문화로 통하고, 문화가 통하는 문화예술인들의 통로"라며 "유명 예술가의 생애와 예술세계, 주요 연보, 대표작들을 한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풍부한 콘텐츠를 DB화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자연유산지구인 제주도 거문오름의 진수를 만끽하는 국제트래킹대회의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제주도는 지난달 18일부터 한달간 열린 제2회 거문오름 국제트래킹 대회에 국내외 관광객과 도민들이 하루평균 477명씩 모두 1만4천3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2개월간 진행됐던 지난해 제1회 대회 때의 하루평균 참가 인원 286명보다 66.8%(191명)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대회 마지막날인 지난 16일에는 하루에 2천400여명이 몰려 거문오름 트래킹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고상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은 "이번 대회에는 8㎞의 태극길을 새로 선보이고 평소에는 탐방이 금지된 5㎞의 용암길을 열어놓아 호응이 더 컸다"며 "탐방객들도 동식물 채취 금지 등의 탐방수칙을 잘 지키는 등 의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거문오름 국제트래킹대회가 끝남에 따라 17일부터는 종전처럼 탐방객에 대한 사전예약제를 실시하는 한편 용암길은 유산지구의 보전관리를 위해 탐방을 금지했다.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섬진강을 보셨는지요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사랑도 그렇게 와서그렇게 지는지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울어는 보았는지요/섬진강 시인 김용택힘들고 애환 어린 역사를 간직한 섬진강이기에 많은 시인들이 '저문 섬진강'을 노래한 모양이다.고은 시인은 시 '섬진강'에서 '뼈저리거든 뼈저리게 서럽거든, 섬진강을 저문 섬진강을, 아주 오랫동안 보라'했고, 이시영 시인도 시 '형님네 부부의 초상(肖像)'에서 '보랏빛 물결의 저녁 섬진강'을 노래했다. 이 서럽도록 아름다운 섬진강은 성급히 휘돌지도, 바삐 여울져 흐르지도 않고 한 굽이 돌 때마다 정갈한 모래톱을 속살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원규 시인은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 겸허하게 오시라'('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고, 복효근 시인은 '땅 낮은 섬진강'과 '하늘 높은 지리산'은 몽룡과 춘향이 되고 출렁이는 사랑이 돼 '너나들이 우리 /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춘향의 노래' 중)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이 가도 섬진강….그러나 누가 뭐래도 '섬진강 시인'은 김용택이다. 바람이고, 산이고, 물이고 싶은 시인은 작은 굽이로 돌아가는 섬진강을 닮았다. 섬진강의 물과 바람과 바위는 빼어난 시(詩)정신과 산문정신을 키워냈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일깨웠다. 시인의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를 살피면 '서럽도록 아름답다'고 했던 서정(抒情)의 강변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김용택 시인의 두꺼운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에서 배어 나오는 섬진강의 '시'들은 날카로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웃음처럼 사람을 울린다. 이것이 바로 섬진강이다./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최명희문학관 연구기획실장)
군산 선유도 해역서 조선시대 유물 220점 추가 발굴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사라지는 것의 쓸쓸함과 공허함…박찬웅 사진전 제35보병사단
아트컴퍼니 두루 '런어비스', 뮤지컬 불모지 전북에서 전 회차 전석 매진
그림에 정신을 담아내다... 미술관 솔, '해강 김규진․보정 김정회 사제 전'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전하는 '조화와 공존'⋯관현맹인전통예술단, 아리랑 세상에 울리다
군산 영광선교합창단, 스승‧제자가 함께하는 정기음악회 '호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