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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像 모나리자처럼 미소 띤다

"국민 누구나 품어주고 모든 국민이 위안받을 수 있는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 들어서는 세종대왕 동상이 수만 번에 걸친 수정 작업 끝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원 홍익대 교수는 8일 "세종대왕 동상 본체에 대한 점토 작업이 90% 이상 마무리돼 다음주 문화체육관광부 동상ㆍ영정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동상은 당초 공모전 당선작보다 더욱 온화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70~80대 얼굴에 근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동상은 40대 후반의 미남형 얼굴에 모나리자 상과 같이 은은하고 넉넉한 미소가 흐른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세종대왕이 실제로 54세에 생을 마감한 점을 고려해 그의 정력적인 모습을 담았고 젊은 세대도 호감을 느낄 수 있게끔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용안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4월 중순부터 경기 광주시 초월읍 학동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현직 조각가와 교수, 대학원생 등 25명 내외의 제자들과 함께 밤샘 작업을 하는 등의 열정을 쏟았다. 다소 평범한 세종대왕의 표준 영정과 달리 국민이 세종대왕에 대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연구ㆍ분석해 이와 비슷한 모델을 세워놓고 하루에 수십~수백 차례의 점토 수정 작업을 거쳐 용안을 형상화했다. 세종대왕 동상의 의상도 단국대 복식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속옷, 저고리, 액주름, 철익, 답호, 곤룡포 등 6개의 옷을 입은 상태의 두께를 갖췄고 밖으로 드러나는 철익, 답호, 곤룡포에는 그 형태와 길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김 교수는 "온 국민이 찾을 광화문광장에 세워질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며 "세종대왕을 연구할수록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인생을 '올 인'한 모습을 발견해 감히 동상을 만들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동상은 이달 중 동상·영정심의위의 심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석고 작업에 착수하게 되고 석고 작업이 마무리되면 석고 틀을 주물공장으로 옮겨 주물 작업이 진행된다. 세종대왕이 앉을 용좌는 모형 제작이 마무리된 상태이고 동상 전면부의 과학 발명품과 동상 후면부의 기둥 형태 열주에 설치될 조각에 대한 점토 작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전체적으로는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동상은 기단(基壇) 위의 좌상 형태로, 두 팔을 벌리도록 표현했고 한 손엔 책을 든 모습이다. 책의 종류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동상 바닥은 가로 5.0m×세로 5.0m, 높이 6.2m이고 기단 바닥은 가로 11.5m×세로 9.2m, 높이 4.2m다. 동상과 기단을 합친 총 높이는 10.4m다. 이 동상은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뒤편 약 211m 지점인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되고 남쪽(시청 방향)을 향한다. 사업비는 총 25억원이 투입돼 10월9일 한글날 제막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09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⑭한국의 간이역

일제 강점기의 건축 유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아니 매우 뜨겁다. 이 논란의 한복판에 전북이 있다. 일제가 세운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해방 후 한때 나이트클럽이 들어서기도 했으나 오랫동안 방치돼오다 지난해 등록문화재 제374호로 지정됐는데, 이를 두고도 말이 많다. 올해 초 장세환 민주당 의원(전주 완산을)은 일제 수탈 시설물을 문화재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함으로써 논란을 본격화하는 데에 기여했다.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출간된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의 「한국의 간이역」(인물과사상사, 2009)은 이 문제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건축기행, 새롭게보는 문화재 간이역-수탈과 낭만의 변주곡 사이에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간이역이야말로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건축 유산이기에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간이역은 원래 일제의 수탈을 위해 지어졌지만, 해방 이후엔 낭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어느 쪽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이 책은 양시론(兩是論)을 취하고 있다."아픈 역사를 배우고 그 아픔에 동의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의외로 즐김이 유용할 수 있다. 간이역을 돌면서 묵념하고 통곡하고 분개할 수만은 없는 일이며 전부 헐어버리고 화풀이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픈 고통을 겪었던 쓰라린 역사의 현장에서 사춘기 소녀마냥 시나 쓰고 안개 자욱한 사진이나 찍어대고 있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즐기고 놀되 그 역사를 반추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느끼는 서정성은 한층 단단하고 성숙한 것이 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목적이다."(10쪽)지금까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기차역은 모두 23개인데, 이 책은 이 가운데 16개의 역을 일본형, 한국형, 산간형, 도심형, 바닷가형 등으로 분류해 다루고 있다. 임 교수가 직접 전국을 돌면서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나 증언을 청취하는 등 그야말로 온몸으로 쓴 기록이다. 이 책은 익산의 춘포역과 군산의 임피역에서부터 출발한다. 1910년대 중후반 익산·군산 일대가 간이역의 탄생지였기 때문이다. 간이역의 표준설계는 이 두 곳에서 완성되었는데, "두 역 모두 한반도 남부의 대표적인 곡창지대 김제평야와 만경평야에서 추수한 곡식을 군산항까지 옮겨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한 전진기지였다."(27~30쪽)공식기록상 춘포역의 건립 연대는 1914년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데, 이에 대해 임피역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임피나 군산에서는 임피역이 가장 오래된 역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1912년이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대중적으로 임피역이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임피역을 가장 오래된 간이역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두 역을 대하는 현지의 입장을 봐도 임피역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데, 춘포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61쪽)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에서 '일본화의 강압 속에 숨은 저항'을 찾아내는 게 흥미롭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일본식 주택은 비례와 형상 모두 수직 느낌이 주도하는 반면, 한국식 주택은 수평 분위기가 주도한다. "이런 특징은 일제강점기 때 대도시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식 주택과 대비되는 도심형 한옥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후암동-청파동-원효로 일대의 일본인 동네에 맞서 돈암동-정릉-혜화동 일대가 대표적인 예다. 전주 한옥마을도 성 안의 일본인 동네가 싫어 성 밖으로 뛰쳐나와 한옥으로 새로 지은 동네이다."(138쪽)그렇다면 간이역들엔 그런 '저항'이 없었을까? "한반도 전국 각지에 많은 역들이 지어질 당시 100 퍼센트 일본인들이 설계하고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들도 일정 부분 참여하고 의견을 내면서 한국의 정서가 조형 처리로 전환되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한국 땅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정서가 스며들었을 수밖에 없다. '장소의 혼' 혹은 '장소의 힘'이라는 것인데 '인삼을 일본에 심으면 무가 된다'라는 속담을 뒤집어 생각하면 된다."(215쪽)일본식과 한국식이 결합된 건축물을 보면서 어느 쪽에 더 주목하는 게 좋을까?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점이다.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모든 분야에 걸쳐 일제 강점기를 대하는 우리의 기본 자세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상대주의의 미덕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와 관련, 임 교수가 간이역들의 건축 스타일 비교를 통해 한일(韓日) 국민성의 차이를 읽어낸 대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일본 사람들은 단순하다. 복잡한 것도 단순화시킨다. (…) 한국 사람의 눈에는 기인열전으로 보일 만큼 일본에는 각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이런 절대주의 문화의 사람들은 줄도 잘 서고 두목-부하의 계급적 순종이 몸에 배어 있다. 춘포 역과 임피역에 나타나는 분위기가 그렇다."(134쪽)반면 한국인들은 상대주의를 신봉하며 변화무쌍하고 복잡하다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이런 국민성을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입시키면 한국다운 인(仁), 혹은 인정의 문화가 된다. 정(情)이라는 게 별 게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복잡하고 다양하게 만들다 보면 생기는 게 정이다. 어느 선 이상으로 단순화시키면 개체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게 가슴 아파서 못하는 것이다. 가급적 각 개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는 것이 한국다운 상대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도저히 못 참을 상황이 아니라면 개체의 편안함이 우선이다."(135쪽)이런 차이가 건축물에까지 반영돼 있다는 게 재미있다. '건축 미학'보다는 '건축 사회학'에 더 관심이 많은 내 입장에선 춘포·임피역에 이어 일산·신촌역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일산의 아파트숲에 포위된 일산역이 동네 어르신이나 중고생들 놀이터를 겸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지 않은가. 임 교수는 "전체 계획 없이 오래된 것들과 새 것들이 뒤섞이다 보니 역 주변 풍경이 한국 현대사를 닮아 있다"며 "급격하게 진행된 압축 근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191쪽)지금은 거대하고 화려한 쇼핑몰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신촌역은 어떤가. 분단되기 이전의 신촌역은 경의선의 출발점으로 한반도의 서북쪽, 더 나아가 만주까지 나가는 제법 큰 관문이었지만, 오늘날엔 같은 이름의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신촌 기차역'으로 불린다는 게 신촌역의 서러운 처지를 말해준다. 그렇지만 남북관계가 풀리면 신촌역은 "남북화해의 준비 공간이자 통일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전망이다.(293쪽)화해는 남북은 물론 여야(與野), 보수·진보 사이에도 필요하지만,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간이역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그게 필요하리라. '수탈'만 강조하는 쪽과 '낭만'만 강조하는 쪽이 양시론의 중간지대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괜한 말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앎을 제공하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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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9.07.09 23:02

헌책방 메카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 '책 문화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헌책방들이 몰려 있는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 '책 문화관'이 들어선다. 7일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보수동 책방골목 내 112.7㎡를 확보, 21억여 원을 들여 내년 6월께 7층짜리 책 문화관을 완공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처음 지어지는 책 문화관에는 책 박물관과 북카페, 창작공간 등이 들어선다. 책 박물관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유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책방골목 역사를 담은 사진과 50∼70년대 유행했던 책, 당시 인쇄방법을 볼 수 있는 인쇄시설, 희귀도서, 책.걸상 등이 전시된다. 북 카페는 말 그대로 차나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찾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아늑하게 꾸민다는 것이 구청의 구상이다. 이밖에 창작실은 독서토론과 간단한 문학행사 등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책 문화관은 누구나 쉽게 찾아가 책을 읽으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소박한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5년 책방골목번영회가 설립되면서부터 유명세를 탔으며 현재 50여 개의 책방이 남아 있으며 매년 9월 보수동 책방골목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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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7.08 23:02

한국문학번역원 "非문학으로 사업 확대"

김주연(68) 한국문학번역원장은 6일 "문학 뿐 아니라 모든 출판물을 대상으로 번역, 출판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낮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시대, 문화산업 시대를 맞아 번역과 번역원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점차 커지는 추세"라며 "현재 시, 소설, 희곡에 한정돼 있는 번역원 사업을 모든 출판물로 확대하고 연말께 이에 따라 기구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명칭이 이미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데다 광의의 '문학'이 문자문화 전반을 가리키는 점을 고려해 사업 확대에 따른 명칭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번역원은 우선 아동문학 분야 사업을 강화해 이달 9일 개막하는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해 '가족'을 주제로 한 한국 아동도서 125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현재 문학 작가와 번역가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해외 파견 및 초청 사업에도 출판사 편집인들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13일 도쿄를 시작으로 뉴욕, 파리, 베를린, 베이징 등 해외 현지에서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KLTI(한국문학번역원) 문학포럼'도 정례적으로 개최한다. 김 원장은 "그동안 번역원의 해외 현지 상설기구가 없었는데, 'KLTI 문학포럼'을 통해 현지 코디네이터의 자문으로 한국 도서의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번역원은 선택적 집중 지원을 통한 번역의 질 제고를 위해 'KLTI 트랜슬레이터'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선정위원회를 통해 영어권의 브루스 풀턴과 유영난, 불어권의 최미경, 독일어권의 김선희, 스페인어권의 고혜선 등 다섯 명의 번역가를 우선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러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해 각종 번역상을 수상한 이들은 앞으로 번역원과의 협의를 통해 선정된 작품을 좀더 개선된 대우 속에 번역하게 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07 23:02

론리 플래닛 서울편 부정적 한(恨) 묘사 수정

전세계 관광객들이 애용하는 여행안내서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서울편의 왜곡된 정보가 크게 수정됐다. 서울시는 6일 론리 플래닛에서 '서울의 대표적인 종교는 샤머니즘이다'라는 등의 인상을 받도록 잘못 기록된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을 출판사 측에 요청해 지난달 나온 여섯 번째 개정판에는 상당 부문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2006년 판은 서울의 종교를 샤머니즘, 불교, 유교 순으로 소개해 이들 종교가 가장 보편적인 종교인 것처럼 외국인들이 오해하게 돼 있었다. 특히 샤머니즘에 대해 "경전이 따로 없어 체계화된 종교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 문화의 근본을 이룬다"고 기술하고 무당과 굿을 자세히 소개해 독자들이 한국과 서울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품기 쉬웠다. 이번 개정판은 실제 종교 인구 분포를 배려해 불교와 기독교를 소개했으며 샤머니즘과 천도교 등은 그 밖의 종교로 짧게 언급했다.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인 '한(恨)'에 대해 2006년 판은 부정적인 표현을 위주로 묘사했다면, 2009년 판은 표현을 유화하고 보편성을 강조했다. 이전에는 "한은 원한과 무력감, 비탄이 뒤섞여 승화되거나 때로는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복합체다. 조직의 화합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억누르는 데서 기원한다"고 기록했다. 개정판은 "한은 묘사하기 어렵지만 우리 모두 느끼는 감정이다. 좌절과 무력감, 분노와 슬픔의 독특한 조합이 아닐까? 한은 엄격한 유교 질서와 외세의 영향 아래 있던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그 기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서술했다. 또 "한은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또 무엇을 인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모두 각자의 한을 가진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개정판은 서울을 '지속 가능한 서울', '녹색 서울'로 정의하며 서울에서는 여행객들이 환경에 영향을 덜 주면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서울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훌륭하고 수천대의 버스가 천연가스로 운영되며 재활용이 활발해 공공건물에 분리수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알렸다. 개정판은 이밖에 서울시가 제공한 정보를 반영해 먹을거리와 쇼핑, 축제,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강화했다. 론리 플래닛 출판사(Lonely Planet Publications)는 영어로 된 여행서 시장의 25%에 해당하는 연간 600만권의 책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시는 예산 2천900만원을 들여 사진 등 최신 자료들을 출판사에 직접 넘겨주고 집필자들을 초청해 서울을 홍보했다. 한영희 관광진흥담당관은 "외국여행을 하기 전 가장 먼저 접하는 여행안내서는 한 나라나 도시에 대한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다른 여행 서적도 검토해 추가로 수정 작업을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07 23:02

"예절, 습관되면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해"

"우리 아버님(석전 황욱 선생)을 모셨던 후광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사람 노릇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을 남기고 가셨단 생각 많이 했지요."3일 오후 5시30분 우석대 한방문화센터 옆 삼락헌(三樂軒)을 신축 개원한 전인주 전라북도 예절원 원장(69·사진). 손님 맞이에 분주해 하면서도 더위나 식히라며 손수 오미자차를 건넬 만큼 모든 이들에게 깍듯했다. 공손함과 겸손함이 몸에 배인듯 했다. 32년간 시아버지 진지상을 손수 올렸을 만큼 사람 된 도리를 평생 실천한 그였다."예절이 '고리타분하다','어렵다' 하는데,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습관만 되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편안해요."그는 시아버지와의 일화를 예로 들며 상대방이 편안하도록 배려하는 게 모든 예절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가을 운동회 때였던가요. 진지상을 들고 아버님 방에 들어섰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문안인사 올리는 걸 깜빡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진수성찬보다 편안한 제 민낯이 중하다며 저를 다독이셨지요. 송구스러웠습니다."결국 예절은 사람 노릇 제대로 하는 일인 만큼 예절을 제대로 배우면 가정과 사회생활 속에서 대인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다며 부정부패로 얼룩진 현대 사회의 모습은 예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교육 탓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제 강점기 이후 경제 살리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신 바로 세우는 일엔 관심을 두지 않아 언어예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것. 상대와 상황에 맞는 호칭, 말씨, 어휘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다만 모든 예절의 근간이 차예절인 것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며 생활예절과 가정의례(관혼상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120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것도 체계를 바로 서게 하기 위한 그만의 고집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전 원장은 "예절은 사양(辭讓)이 모든 예절의 시작"이라며 "사양을 하려면 이기심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먼저 배려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7.06 23:02

[문학]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작가들

얼마 전 세상을 뜬 '순교자'의 소설가 김은국에서부터 '딕테'의 차학경, '네이티브 스피커'의 이창래까지……. 모두 영어로 작품을 써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한국계 작가들이다. 최근 이들의 계보를 잇는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의 활약상이 외신을 타고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들은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세계 독자에게 그 작품성을 인정받는다. 인천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격월간 문화비평지 '플랫폼' 최근호는 '영어권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뜬다'라는 기획특집을 마련해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을 집중 조명했다. 올 들어 그 활약상이 전해지기 시작한 대표 작가로 제니스 리(37)와 문나미(41)씨를 꼽을 수 있다. 홍콩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제니스 리는 올해 초 출간한 데뷔작 '피아노 티처'가 출간되자마자 미국과 홍콩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전 세계 23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또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 간 문씨는 지난해 말 출간한 첫 소설 '마일즈 프롬 노웨어'로 영어로 쓰인 전 세계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영국 오렌지상의 신인상 후보로도 올랐다. 문씨는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화장품 판매원과 웨이트리스, 형사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소설가가 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으로 또 한 번 해외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07년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가 이민진(38)씨도 한인 1.5세대 재미교포다. 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이씨는 작품 속에서 자신과 같은 한인 1.5세대가 겪는 정체성 갈등을 내밀하게 그렸는데, 출간 당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앞서 한국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잔 최(40)와 한국계 아버지, 스코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지(42)도 비교적 일찌감치 미국 문단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1998년 펴낸 첫 소설 '외국인 학생'으로 이름을 알린 수잔 최는 미국 언론재벌 허스트의 딸인 패티 허스트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2004년작 '미국 여자'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는 테러범 시오도르 존 카진스키의 실화를 모티브로 소수인종에 대한 미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편견을 그려낸 '요주의 인물'로 다시 한 번 호평을 받았다. 알렉산더 지 또한 2002년 펴낸 첫 장편 '에딘버러'가 '퍼플리셔즈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첫 소설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과 동일한 가족적 배경을 가진 동성애자 애피어스 지를 등장시켜 성적 트라우마를 지닌 소수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들 작가는 이전 세대의 회고담이나 자서전적 글쓰기에서 머물지 않고 다문화사회에서 누구든 맞닥뜨릴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로 폭넓은 독자층에 어필한다. 정은귀 인하대 교수는 "한국계 미국문학이라고 묶을 수 있는 이들 작가는 온몸으로 '탈경계'를 살면서 성과 국가, 민족 등 여러 가지 다른 층위에서 이산의 안과 밖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체화된 글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06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⑥군산 근대문화유산

1908년 10월 전주와 군산을 연결하는 노폭 7m 길이 46.4km 규모의 자갈로 포장된 우리나라 최초의 도로가 개통하였다. 일명 '전군도로' 또는 '번영로'라고 불리는 이 도로는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 현재 전주와 군산을 연결해주는 산업도로가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주와 익산 그리고 군산을 연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도로가 전군도로였고, 4월이 되면 도로 양편에 펼쳐 있는 벚꽃들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게 했던 추억의 도로이다.하지만 이 도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일본은 당시 이 도로 공사를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여 강압적으로 토지를 매입하였고,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숨겨진 채 3년에 걸쳐 도로가 완공되었다. 전군도로 공사 사업은 당시 일본 상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군사적 목적으로 도로를 개통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당시 전국 3대 시장 중인 강경 시장의 조선인들 상권을 괴멸하려는 의도가 강했으며, 전라북도의 쌀을 군산으로 쉽게 운송하여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일본의 7개년 사업 중 제 1기 사업을 위해 군산과 전주를 연결해주는 도로였다.1896년 강화도조약 이후 군산은 부산, 인천, 마산에 이어 1899년 5월 1일에 강제로 개항하였다. 당시 조선의 법에선 일본인들의 거주가 불가능했지만, 이미 일본상인이 77명이나 군산에서 거주하고 있음을 볼 때 군산이 당시 일본인들의 중요 무역 거점임을 알 수 있다. 군산에 처음 정착한 일본인은 사도도미지로라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군산 인근의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미곡상인으로, 전북의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무역항으로 군산이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일찍부터 일본 상인들이 군산을 호남지역의 무역을 위한 거점으로 강압적으로 활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전군도로는 중요한 무역 교통의 통로로 이용되어졌던 것이다.이처럼 군산은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 상인들의 거점으로 이와 관련된 많은 건물들이 현재도 남아 있다. 그 중 조선은행과 나가사끼 18은행은 일본 상인들의 대표적인 활동 거점이었다.▲ 일본 자본주의와 수탈의 상징… 구 나가사키 은행군산 월명동과 장미동 근처에는 많은 근대 문화유산과 당시 일본인들이 살았던 건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취재를 하던 중에도 근대역사의 건물과 역사적 현장을 찾아다니는 젊은 청년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일본식 건물들이 군산 원도심 지역에 바둑판처럼 펼쳐져 있다.그 중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큰 대로에 위치해 있는 나가사키(장기) 18은행이었다. 군산 해망로 내항에 위치하고 있는 이 건물은 군산시가 꾸준한 보존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올해 문화재청이 전액 국비로 매입했다. 지난 2월 28일 국가등록문화재 제 372호로 지정, 근대문화유산 보존사업의 중요한 건물이 된 것이다.은행건물(400.09㎡)과 창고 2층(38.1㎡), 사무실 2층(81.0㎡)으로 1907년 건립된 이 건물은 무역과 상업을 통한 일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은행 역할로 출발했다. 당시 일본은 전국에 걸쳐 이 나가사키 은행을 건립하였는데, 군산은 7번째 지점이었다.현재 건물 외관을 보면 지붕과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마치 근래에 지어진 건물같다. 하지만 본래 모습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감옥과 같이 폐쇄된 건물 형태였음을 알 수 있다. 군산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경애씨는 "당시 일본인들이 군산을 기점으로 행하였던 많은 수탈 사건들과 관련된 문서 및 재산을 보관하기 위해 철장으로 창문을 막고 현관입구 또한 좁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당시 조선의 농민들에게 토지의 의미는 생계의 수단이자 삶의 현장으로 그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일본인들은 이런 조선인들의 토지를 고리대금업의 방법으로 갈취하였다. 은행에서 싼 이자로 대출을 받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는 조선인들에게 토지를 담보로 고리대금업을 하였으며, 원금상환 날짜를 맞추지 못한 농민의 농토를 갈취하는 수법이었다. 그 결과 전북의 많은 농지들이 일본 상인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이렇게 수탈된 토지 문서와 당시 나가사키 은행의 자본을 보관했던 금고 역시 지금도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금고 형태가 아닌, 본관 뒷쪽에 붙어 있는 '구'라는 금고형 건물이 바로 금고였다. 이곳엔 지금도 당시 일본인들이 사용했던 금고가 보관돼 있는데, 금고문을 열면 나무로 된 서랍들이 나온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당시 일본인들에게 빼앗긴 토지를 되찾지 못한 농민들은 조선을 떠나 또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 만주 등지로 떠났다고 한다.▲ 은행에서 나이트클럽으로… 구 조선은행나가사키 은행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구 조선은행이 있다. 이 건물은 1900년 초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며 상징적이다.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은 옛 일본 무사가 쓰던 투구를 연상시키는데,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인질로 잡혀온 독일인이 설계하고 중국인 석공들이 완성했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한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이다.군산시청 학예연구사 김중규씨가 쓴 「군산역사이야기」에 따르면, '조선은행의 설립 배경은 1903년 11월 군산 최초로 세워진 일본 다이찌 은행의 업무를 1909년 대한제국의 중앙은행으로 만들어진 한국은행이 설립되면서 인수받았다가 1910년 한일합방 후에는 한국은행이 조선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설립'됐다. 한 때 이 건물은 군산의 대표 나이트클럽으로 사용되었다가 화재로 겉모습만 남았으며, 현재는 건물 여러 곳이 붕괴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다행스럽게도 군산시가 근대문화유산 복원사업을 통해 구 조선은행의 원형을 되살린다고 한다.▲ 역사적 상처 희망으로 바꾸는 근대문화유선 복원사업현재 군산에서는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인프라 구축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근대문화유산 복원사업이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근대문화유산을 이용한 예술창작벨트 공모사업' 1위에 선정되면서 1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 예술창작벨트 조성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군산은 전체 사업비 1700억원을 들여 원도심 일대 일제 강점기 시대의 건물을 복원,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시설물로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예술창작벨트 사업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 구 조선은행과 구 나가사키 18은행이다. 구 조선은행 건물은 2010년 말까지 건물을 복원하고 기초과학 체험관으로 운영될 예정. 군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나가사키 18은행은 군산 및 인근지역의 미술창작 스튜디오 및 관련 전시장으로 복원돼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가까운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 1928년 지어진 관공서를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활용하는 '자임(ZAIM) 프로젝트'와 1929년에 지어진 후지은행과 다이니찌은행 건물을 예술대학과 전시장 등으로 활용하는 '뱅크아트(Bank Art)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 육성은 물론, 도시 재생과 경제효과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 분명 역사적으로는 아픈 상처이지만, 군산 역시 일본의 근대문화유산을 새로운 문화 체험 및 창작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이를 지역의 새로운 문화 벨트로 형성,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개발 바람에 밀려 사라지던 근대문화유산이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상훈 문화전문객원기자(미디어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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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9.07.06 23:02

[미디어법 강행, 지역신문은] ③백척간두에 선 지역신문

지난 3월 미디어법 관련 여론수렴을 위해 여야 합의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가 구성됐다. 하지만 미발위는 끝내 여론조사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각기 보고서를 발표했다.한나라당·자유선진당 미발위는 보고서를 통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법에 대해 손을 들어주면서도 지역 및 특수방송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이 강행될 경우 중소·지역언론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보고서는 지역 및 특수방송에 대한 지원을 위해 '지역방송 발전지원법' 제정과 지역방송발전위원회 구성, 방송발전기금 징수 제외, 광고 관련제도의 획기적 개선, 각종 특색있는 지역행사 전국중계, 외주 편성비율 규제개선 등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그러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신문에 대한 보호 대책은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방송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법을 제정하라고 하면서도 이미 많은 성과 속에 일반법 또는 연장이 요구되는 지역신문법에 대해서는 사실상 폐지를 의미하는 민간기구로의 전환을 검토하도록 했다.한나라당은 신문법 개정을 통해 신문·방송 겸영을 뛰어넘는 복수의 신문과 방송, 뉴스통신까지 무제한의 매체소유를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한나라당 미디어법이 그대로 강행될 경우 특정 거대신문들과 대기업 및 외국자본이 결합해 거대신문+지역신문체인+방송+뉴스통신 등 모든 조합, 즉 자본력을 앞세운 복합미디어재벌이 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최대 피해자는 자본력이 가장 취약한 지역신문이 될 수 밖에 없다.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996년 매체소유제한이 완화된 이후 미국의 지역신문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거대 전국신문체인에 흡수돼 체인점으로 전락하거나 독립언론으로 근근히 생명을 유지 또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것을 강요받아 왔다. 지역신문의 피해는 지역소식 및 지역여론 축소와 양질의 지역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OECD 국가들의 경우 'OECD 커뮤니케이션'(2007년판)에 따르면 전체 30개 회원국 중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무제한의 소유겸영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신방 겸영이나 동종매체 복수소유를 허용하더라도 지역 또는 시장점유율 등에 따른 규제조항을 두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이나 동종매체 복수소유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영국 20%, 네덜란드 25% 등 전국시장점유율이 일정 이상인 거대매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반대로 중소언론이나 지역신문들은 겸영이나 동종매체 복수소유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의미다.중소언론이나 지역신문을 보호·육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고 지역문화와 지역여론 및 지역주민들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전국 신문 및 방송에 대해 겸영이나 복수소유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지역언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한 선에서 엄격히 규정하거나 지역언론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특정신문을 위해 신문지원 및 국가공고 등을 몰아주는 것도 모자라 무제한의 매체소유 허용으로 지역신문을 내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신문을 사실상 사지로 몰아넣는 신문정책 및 미디어법을 지금이라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신문사 사장들의 연이은 결의나 지역신문 공동기획 등은 지역여론과 지역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으로 더 큰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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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7.03 23:02

[음식의 비밀] (38)옥수수

동시작가 윤석중씨의 시에 홍난파씨가 작곡한 곡 '옥수수 하모니카'가 있다. 월북한 동시작가 윤복진씨가 노랫말을 쓴 '하모니카'를 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진씨가 월북한 뒤 금지곡이 되면서 이를 안타까워한 석중씨가 새로 노랫말을 붙인 것. 남과 북이 나뉘어지는 바람에 노래 하나를 잃고 다른 노래 하나를 얻게 됐다.옥수수가 인류의 손에 넘겨진 역사는 참 길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고 하니, 5000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보면 된다. 조선시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따르면 옥수수 재배법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16세기경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찌거나 구워서 먹고 다른 잡곡과 섞어 먹으면 잡곡밥으로 먹고, 녹말로 만들면 빵·과자·알코올 등으로 만들고, 씨눈은 기름을 짜기도 한다.「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옥수수는 삶거나 볶아서 먹을 수 있으며, 불에 볶으면 마치 흰 꽃처럼 찰벼를 튀긴 모양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옥수수는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태음인에게 몸을 가볍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옥수수를 차로 끓여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며 찌뿌드드한 몸이 가뿐해진다. 몸이 냉한 소음인이나 몸이 무겁고 위장기능이 많이 약한 태음인에게는 옥수수차가 제 격이다. 반면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겐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보리차가 더 좋다.옥수수 주성분은 녹말이 대부분이다. 신경조직에 필요한 레시틴, 비타민 E(토코페롤)도 들어있다. 비타민 E는 피부의 건조와 노화를 막으며 피부의 저항력을 높인다. 토코페롤이 함유된 값비싼 화장품 대신 옥수수기름을 많이 먹는 것도 좋다.옥수수에 있는 트립파톤은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을 편안하게 하며 편하게 잠들게 한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이들은 저녁식사할 때나 잠자리에 들기 전 옥수수죽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다만 옥수수엔 단백질의 질이 좀 떨어진다. 필수 아미노산 종류인 트립토판, 라이신이 거의 없기 때문. 그래서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선 얼굴과 손 등에 나타나는 피부염 발생률이 높다. 달걀, 우유, 고기 등과 함께 먹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잘 쪄야 한다. 우선, 옥수수가 적당히 잠길 정도로만 물을 붓고 설탕이나 우유를 넣으면 단 맛이 생긴다. 물을 넣지 않고도 냄비 대신 밑이 아주 두꺼운 팬을 준비해 찌는 법도 있다. 옥수수 껍질을 겹겹이 깔고 옥수수를 얹은 다음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서 20분 정도 찌듯이 익히면 맛있다. 껍질은 그대로 둔 채 익히면 옥수수 수분이 유지돼서다.옥수수는 상하기 쉽기 때문에 0℃ 저온에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삶은 뒤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쪄 먹는 것도 좋다.최근 '참살이 열풍'으로 옥수수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옥수수의 재발견은 먹지 않고 버려왔던 옥수수수염에 있었다. 옥수수수염이 부기를 제거하고 혈액을 원활하게 순환시킨다는 효과를 한방차와 접목시킨 것. 옥수수수염차 인기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7.03 23:02

[오목대] 고전 번역 - 조상진

조선왕조실록(국보 151호)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방대한 책이다. 총 1893권 888책으로 6400만 자에 이른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이 책은 조선시대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산업 교통 통신 풍속 미술 공예 종교 등을 망라,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청역조실록(大淸歷朝實錄)은 296년에 불과하고, 일본의 3대실록(三代實錄)은 민망할 정도로 빈약하다.이 책은 1968년부터 국역작업이 시작돼 1993년에 413책으로 간행되었다. 완역까지 무려 25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또 1995년 CD-ROM으로 제작되었고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해 언제라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실록은 역사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국학관련 글을 쓸 때 기초자료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승정원일기(국보 303호·세계기록유산) 또한 대단히 가치있는 자료로 조선왕조실록의 4배에 이르는 3243책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일기는 아직 15% 정도만 번역되었고 지금도 번역작업이 진행중이다.이러한 고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보물창고와 같다.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려주는 뿌리요, 길잡이기 때문이다.이번에 전주대에서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는 노작(勞作)을 내놓았다. 변주승 책임교수 등이 8년에 걸쳐 '여지도서(輿地圖書)’를 완역해 낸 것이다. 200자 원고지 6만 매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을 50권으로 묶어냈다.여지도서는 1757-1765년 사이에 편찬한 조선 팔도지리지로, 채색지도가 포함된 필사본이다. 여기에는 군현(郡縣)읍지, 영지(營誌) 등과 누락된 40개 고을을 덧붙여 353개 고을의 지리지가 실렸다. 내용은 강역(彊域)에서 군병(軍兵)에 이르기까지 18세기 조선, 특히 지방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이 책을 번역한 변 교수는 3가지 번역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빈틈없고 정확한 한문독해, 구조적 역사이해, 아름다운 한글사용이 그것이다.그러면서 그는 "하루 15시간씩 손과 발이 부어 오르는지도 모른채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20여 명의 번역팀이 매월 1-2차례 3박4일씩 합숙하며 번역의 통일성을 기했다는 것이다.제대로 된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케 한다./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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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09.07.03 23:02

[독자 백가쟁명] 축제 평가시스템 개발 서둘러야 - 최기우

축제들이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1995년 이후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하다 보니, 여러 문제도 노출된다. 축제의 주제와 프로그램의 차별성·독창성이 미흡해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축제가 드물며, 축제의 문화적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상품화 논리가 팽배함에 따라 축제와 지역문화와의 연계도 떨어진다. 지자체가 기대하며 투자한 예산과 인력에 비해 경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축제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축제 조직체계 개선안’ 등을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지역의 특색과 축제의 주제를 명확하게 연결시키는 것이 지역축제를 활성화시키는 길이며, 여러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전문적인 평가 작업과 평가 자료의 활용이다.그러나 축제 집행자들은 평가의 필요성과 중요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가를 진행하는 축제들은 평가의 결과가 다음해 축제에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死藏)되는 예가 허다해 실효성이 제기되어 왔다. 평가 자체가 요식 행위에 그치거나 통과의례 정도로 취급돼 인력과 예산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축제의 평가 작업은 각각의 항목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문제점과 대비책을 제시해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축제의 실무자들이 축제를 준비할 때 기준이 되는 평가보고서가 되어야 한다. 외부 홍보나 내부 보상을 위한 평가는 그 시점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축제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축제를 평가하는 이유는 이번 축제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의 의미와 기록 및 홍보의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평가를 통한 개선이다. 전년도의 문제들이 올해 개선되지 않았다면 평가의 의미를 상실한다.축제에 대한 평가는 축제 전반에 걸쳐 바람직한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며, 축제가 지속적인 지역 문화 발전과 지역 환경 개선,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 요소다. 그러므로 축제와 지역과의 상호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축제 평가의 바탕을 이룰 때 축제 평가의 가치와 효용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축제의 목적과 내용의 조화, 무분별한 공적자금 지원, 축제의 낮은 재정 자립도 등을 개선하기 위한 축제평가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지역축제를 왜 개최하는가?’의 개최목적과 '지역축제 평가를 왜 하는가?’의 평가목적에 부합하는 축제 평가시스템 개발에 서둘러야 할 때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7.03 23:02

[문학] 조선 최초 바리스타의 유쾌한 사기극

1890년 무렵 처음 국내에 들어와 '가배차', '가비차', '양탕국' 등으로 불린 기호식품. 바로 커피다. 당시 고종은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처형인 독일계 러시아인 손탁의 권유로 처음 커피를 접한 후 수시로 이를 즐겼다고 하는데, 바로 이 커피 때문에 독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탁환(41)씨의 새 장편소설 '노서아 가비'(살림 펴냄)는 커피와 고종독살 음모를 모티브로 탄생한 유쾌한 역사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 노서아 가비, 즉 러시아 커피를 매일 고종 황제에게 올렸던 '조선 최초 바리스타' 따냐. 역관의 딸로 태어난 따냐는 아버지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후 열아홉 나이에 홀로 러시아로 간다. 그곳에서 따냐는 그림 위조 사기꾼과 손잡고 가짜 그림을 팔아치우기도 하고 사기단에 속해 러시아 숲을 유럽 귀족에게 팔기도 한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사기조직 일원인 조선인 이반과 손을 잡고 민영환을 필두로 한 조선 사신들의 귀국 행렬을 습격하기로 했다가 얼떨결에 고종의 역관이 된 이반을 따라 조선으로 들어오게 된다. 따냐는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전략적인 권유로 인해 고종의 커피 시중을 맡게 되면서 외로운 황제 고종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데, 그러는 중에도 이반을 중심으로 조선의 운명을 건 거대한 음모가 진행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숨가쁘게 진행되는 '노서아 가비'는 작가가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을 집필할 무렵 황현의 역사책 '매천야록'에서 고종의 커피에 아편을 넣어 독살하려 했던 역관 김홍륙의 이야기를 접하고 처음 구상했다. 작가는 김홍륙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여기에 매력적이고 담대한 여주인공 따냐를 만들어내 이야기를 더욱 살찌웠다. 작가는 "'리심'을 쓰면서 시대 상황에 눌려 자살하고 마는 리심의 비극적인 운명에 마음이 아팠다"며 "반대로 따냐는 시대의 한계를 비웃으며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인물로 만들려고 했고, 쓰면서도 유쾌했다"고 전한다. 그는 이어 "러시아 표트르 대제도 커피 중독자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최고위층에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상징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왔다"며 "근대를 이야기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인 커피를 김홍륙의 이야기와 엮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멸의 이순신', '방각본 살인사건' 등 주목할 만한 팩션을 선보이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작가는 "분량만 긴 단편 같은 장편 대신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이나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처럼 강력한 이야기와 독특한 캐릭터, 인생에 대한 처절한 가르침 등이 담긴 '진짜배기 장편'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노서아 커피'는 출간 전에 이미 영화 제작도 결정돼 현재 '접속', '황진이'의 장윤현 감독에 의해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로 제작 중이다. 254쪽. 1만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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