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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호모비보이쿠스 '라스트 포 원'

세계 어디를 가도 이들이 춤만 추면 모두가 손을 번쩍 치켜들고 '넘버원'을 외친다.지난 4월 29일부터 5월 9일까지 이어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원드림 월드투어 공연' 그곳에서도 그들은 누구보다 원초적이고 강한 비트를 가진 아프리카인들에게 비트 그 이상의 비트를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관객들의 반응은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감동하고 또 놀라워했다.또 오는 8월 6일에는 뉴욕 링컨센터 내 댐로시밴드셀극장에서 그 감동을 이어가게 된다. 미국 내 가장 큰 여름축제 중 하나인 뉴욕 '힙합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공식초청을 받게 된 것. 이들은 바로 전주출신의 한국 최고의 비보이그룹 '라스트 포 원(Last for One)'이다.춤 밖에 모르던 지방 도시의 청소년들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비보이 월드컵이라 불리는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the year)'에서 우승하면서 부터다. 전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마련해 준 2평 남짓한 연습실에서 춤 한 번 춰보자고 의기투합해 뭉친 젊은이들. 안무선생님을 따로 둘 형편도 되지 못했기에 여러 비디오를 보면서 동작을 익히고 응용해갔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홍대 클럽이나 대학로의 비보이 팀들의 실력보다 결코 뒤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1997년 5월부터 전주 쇼핑몰과 전북의 각 이벤트를 통해 공연 활동을 시작한 그들은 1998년 문화부장관배 청소년 댄스경연대회 준우승,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배틀대회 우승을 하게 된다. 2002년 지금의 리더 조성국씨와 함께 멤버가 충원되고 2003년에는 서울 '리바이스 배틀마스터대회'에서 우승을 한다.서울로 상경해서는 4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에서 10명이 숙식을 해결하면서 10여 년간 춤에만 매진, 2번의 실패 끝에 세계 19개국의 비보이 대표를 제치고 이뤄낸 '배틀 오브 더 이어' 우승에 이른다. 그리고 2006년 연이어 같은 대회 준우승을 하고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들의 여정은 단숨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특히 '라스트포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국정홍보처의 대한민국 브랜드 광고를 통해서였다. 가야금으로 연주되는 캐논 변주곡에 맞춰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슬로건을, 말 그대로 온 몸으로 뜨겁게 보여주던 이들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던 '한류의 세계화'라는 목표를 역동적으로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된다.서양 댄서들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의 브레이크 댄스를 구사하면서, 가야금의 선율에도 사물놀이의 움직임에도 전혀 위화감 없이 섞이는 '라스트포원'의 몸짓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한국문화의 가능성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자신감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라스트포원'을 제외하고도 세계적인 비보이 크루가 이미 국내에 다수 포진되어 있었지만, 이 광고 한편으로 '라스트포원'은 한국 비보이 문화를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연유에서였는지 2008년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에서는 각국의 외교사절들 앞에서 한국 비보이 문화의 수준을 선보이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무엇보다도 '라스트포원'의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스토리로 가득한 팀의 성장사와, 국악이라는 전통문화 그리고 비보잉이라는 현대문화를 절묘하게 접목할 줄 아는 감수성에서 발견된다. 또한 이들은 이러한 매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 재생산하면서 전주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2007년 8월 에딘버러페스티벌에서 '라스트포원'은 '스핀 오디세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세계 200여 국가가 참여한 에딘버러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나서 30여 회 공연을 하는 동안, 매진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면서 세계인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비보이 영웅들이 스핀을 찾아가는 여정을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동작으로 표현해 낸 이 작품은 지방출신의 청소년들이 온갖 역경을 딛고 세계적 비보이로 성장한, '라스트포원' 그들 자신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비친다.'라스트포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소개된 '스핀 오디세이'의 국내 초연장소로 전주를 선택하면서 이들의 금의환향은 더욱 빛났고, 시민들은 '라스트포원'을 화려한 춤꾼이기보다 고향을 잊지 않는 예의바른 청년들로,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으로 인식하게 되었다.이들의 감동 스토리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벤슨 리 감독이 제작한 <플래닛 비보이(Planet B-Boy)>는 '2005 배틀 오브 더 이어'를 소재로 전주가 키워낸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이 세계 최고의 댄스그룹으로 성장하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2008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이들의 공연에 반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올 4월 17일 오후 대사관저에서 '라스트포원'과 전주시장을 비롯한 각국 대사 100명을 초대해 시사회를 열기도 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힐러리 국무장관 방한 기념으로 '라스트포원' 공연을 열 만큼 '라스트포원'에 대한 관심이 매우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자의든 타의든, 우연이든 필연이든 '라스트포원'의 행보는 그들 자신과 고향 전주의 문화적 색채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전주시도 얼핏 고루해 보이는 전통문화도시라는 이름에 '라스트포원'과 비보이라는 새로움을 덧칠하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전주시는 '비보이 그랑프리 대회'를 열고, '라스트포원'을 대회의 홍보대사로 위촉했으며 매년 5월이면 전주시민들은 '라스트포원광장'이라고 명명된 오거리 광장에서 제 2의 '라스트포원'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뜨거운 몸짓을 볼 수 있게 되었다.「프로마니아」의 저자 김종래씨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에 황금어장이 생긴다'라는 말로 '라스트포원'의 독창성을 칭찬한다. 미국 중심의 비보이문화에 한국적 정서라는 색다른 문화를 첨가하면서 세계의 열광적인 찬사를 얻어내는 황금어장을 만들어냈다는 것.그러나 '라스트포원'은 황금어장을 발견한 어부이기 보다는 그 망망대해를 누비는 활어에 가깝다. 이들의 몸짓은 태양에 빛나는 생선의 비늘처럼 눈부시고 활기차다. '라스트포원'은 그 한계와 범위가 정해진 박제화된 문화콘텐츠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을 따르는 거대한 무리를 이끌고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다니는 빛나는 물고기다. 전주를 대표하는 이 젊디젊은 문화 사절단이 앞으로 창조해 낼 수많은 가능성과 새로운 문화를 키워내고 지켜주는 것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우리들의 응원이리라. /양승수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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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9.07.31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⑫비보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이 있다. 그 책 이름과 비슷하게 고색창연한 전주객사(全州客舍) 기둥에 기대어 서서… 비보이들의 격렬한 춤동작이 뒤엉키는 배틀을 본다면 어떨까.전북 전주라면 이상할 것이 없다. 전주객사는 전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한쪽에는 입구에 비보이를 입체 형상화한 조형물로 시작되는 '청소년의 거리(옛 전주백화점~기린오피스텔)'가 조성되어 있다. 한쪽에는 라스트포원광장(오거리문화광장)으로 이어지는 '걷고 싶은 거리'가 뻗어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전북 전주의 모습이다.전주가 비보이 메카임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2007년 10월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배틀 대회' 첫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뒤이어 2008년 3월 '라스트포원광장'이 준공되었다. 광장 전면에 '라스트포원'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무대 바닥에 '라스트포원' 멤버 12명의 핸드프린팅과 무대 양측에 이들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있다. 전주시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비보이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상시 개최, 전주시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또한 매년 열리고 있는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배틀 대회'는 성장을 거듭, 그동안 행사 규모도 커지고 인지도도 높아졌으며 국내 및 해외 참가자도 크게 늘었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회의 격도 한층 높아진 셈이다. 전국 팝핀대회, 락킹대회, 체험부스, 사진전시 등 부대행사도 다채로워져 국제대회로서 손색없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비보이는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기에 한국 문화라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비보이들은 어느새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들의 공연 비디오는 해외에서 교과서같이 간주된다. 근년에 가장 히트한 문화 브랜드는 단연 비보이(B-boy)다.비보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초청 받는 등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필두로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고 CF에서도 가장 '때깔 좋은' 모델이었다. 케이블 TV에선 경연대회를 연일 중계했고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영화. 게임. 서적 등 각 분야에서 카멜레온처럼 자기 변신도 거듭, 길거리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성큼 성장했다. 그 중심에 전주 출신의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이 있었으며, 전주가 비보이의 메카가 된 것 역시 '라스트포원'의 활동이 큰 계기가 됐다.전통 예술에서 정중동(靜中動)을 본다면 '라스트포원'을 비롯한 한국의 비보이들의 비보잉에서 동중정(動中靜)을 보게 된다. 빠르고 현란한 움직임 속에서 높은 집중력이 느껴지고 가쁜 숨 사이로 평온이 전해진다. 동작에서도 순간 순간 멈추는 동작을 빠르게 만들어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는다.또 몸을 거꾸로 세워 '프리즈(춤을 추다가 역동적인 자세로 일시정지를 하는 무브)'를 하고 있는 비보이의 모습에서 한글의 비스듬한 'ㄹ'자와 같은 자모 낱자가 느껴지기도 한다.이런 착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도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한국 비보이들의 뿌리가 우리 전통에 닿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비보이가 만들어진 태생에는 평화와 안식을 갈구하며, 폭력과 가난의 질곡인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유의지, 저항의식이 담겨있다고 한다. 우리네 민중정신과 맥이 통하는 정서다.멋스런 동작 동작이 한지 위에 날 듯 멈춰있는 서예를 닮았고, 힙합의 비트는 전통 타악의 비트와 멀지 않다면 어떨까. 우리 비보이들이 이 땅의 아이들이라면 희미할지언정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확연히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을 찾아 우리 것으로 만들고 그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미래의 것으로 가꾸어 갈만한 것이 된다. 옛 것을 가지고 뒤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먼 앞을 내다볼 수 있을 때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전북의 아이들이 제 심장의 박동으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양승수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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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31 23:02

[전주 재발견 현장답사] ⑧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

◆ 경기전, 전주답사 일번지조선왕조의 발상지 답사는 경기전을 중심으로 전주사고, 조경묘, 오목대, 이목대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태조어진이 전주의 상징과 같은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전주답사 일번지'라고도 할 수 있다.전주는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 목조 이안사가 동북면으로 이주할 때까지 그 선대들이 살았던 조선왕조의 발상지요 풍패지향이다. 그리하여 전주에는 이와 관련해 많은 문화유산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태조어진을 모신 경기전은 그 중심이 되는 유적이다. 조선은 건국 후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 왕실에 대한 충성심을 고양하기 위해 한양을 비롯해 전주, 영흥, 평양, 경주, 개성 등 모두 6곳에 건국자인 태조 어진(초상화, 보물 931호)을 모셨다.전주에 태조 어진(초상화, 보물 931호)이 봉안된 것은 1410년(태종 10)의 일로 내년 2010년이면 태조어진 전주봉안 600주년이 된다. 경기전(사적 339호)이라는 진전 이름은 1442년(세종 24) 때에 붙여졌다. 현재 경기전이 전주사고, 조경묘와 한 영역 안에 있지만 이들은 각각 별도의 공간이다.경기전에 모신 태조어진이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현존하는 유일한 태조 어진이라는 점이다. 철종대까지 25대 임금을 다놓고 보아도 어진이 남아있는 경우는 태조와 함께 영조와 철종 어진 3점 뿐이다. 세종, 정조 어진 등은 모두 추론해서 그린 상상화이다. 당대에는 어진들이 다 있었지만 오랜 역사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으며, 남은 어진들도 6.25 때 부산 피난처에서 소실되었다.◆ 현존하는 유일의 태조 어진태조어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인들의 노고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태조어진을 내장산에 이안하여 전란의 화를 피하였으며, 1767년 전주성에 큰불이 났을 때는 전주향교 명륜당으로 급히 이안하여 화마를 피했다. 조선초의 태조어진은 너무 낡아서 1872년(고종 9) 세초하여 백자항아리에 넣어 경기전 뒤뜰에 묻고 새로 모사하여 봉안하였다. 이후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위봉산성으로 이안되었다. 위봉산성은 유사시 태조어진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숙종 때 수축된 성이다.경기전 건물은 정유재란 때 훼손되어 1614년(광해군 6)에 다시 축조되었다. 1919년 일제에 의해 서쪽 부속채들이 철거되었으며, 2004년 복원되었다. 2008년 정전 건물은 내삼문을 포함해 보물 1578호로 승격되었다. 태조어진은 현존하는 유일본이며, 경기전 또한 지방에 남아 있는 유일한 어진 봉안처이다. 어진 관련 유물들도 그렇다. 어진에 관한한 전주 경기전은 독보적이다. 그런 점에서 내년에 개관할 경기전 유물전시관을 '어진박물관'으로 명명하여 특성화하였으면 한다. 또한 내년 어진 봉안 600주년을 기념해 어진의 국보 승격과, 관련 유물들의 국가문화재 지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전주사고, 조선전기 4대 사고전주사고는 경기전 동편 담 너머에 있다.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국가 중요서적을 보관했던 곳으로 조선전기 4대 사고의 하나이다. 1445년(세종 27) 처음으로 전주에 실록이 봉안되었으며, 사고가 건립된 것은 1473년(성종 4)이다. 조선은 실록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하여 4대 사고에 분장하였으나 임난 때 전주사고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타버렸다. 전주사고본은 어진과 함께 정읍 내장산으로 옮겨져 1년여간 태인 선비 손홍록 안의 등이 지켜냈고, 이후 묘향산으로 이관하여 보존되었다. 전주사고본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1991년 전주사고터에 적상산사고를 본 떠 실록각이 복원되었다.◆ 전주이씨 시조 모신 조경묘경기전 뒤편에 전주이씨의 시조인 이한과 시조비 경주김씨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도유형문화재 16호)가 있다. 조경묘는 1771년(영조 47) 건립되었는데, 왕실의 뿌리를 확고히 해 왕실을 권위를 높이려는 영조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영조는 원래 삼국의 시조묘와 같은 크기로 크게 만들고자 하였다. 영조는 조경묘 건립을 기념해 문과 정시를 베풀어 20여명을 뽑았는데 이 과거시험에 전주이씨와 경주김씨가 한명도 급제하지 못하자 다음날 이들을 대상으로 완경과를 베풀어 지역인들을 발탁하였다. 조경묘 재실은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문용 여사가 말년을 의탁한 곳이기도 하다. 황녀는 글씨를 잘 썼으며, 그 일대기를 담은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이 있다.◆ 이성계가 잔치 벌인 오목대경기전에서 동남쪽으로 500m 정도 거리에 있는 오목대(지방기념물 16호)는 태조 이성계가 황산대첩을 거두고 귀경길에 전주에 들러 일가친지를 불러 모아놓고 잔치를 벌였던 곳이다. 이곳에 1900년(광무 4) 고종이 친필로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遺址)'라고 써서 이를 기념하는 비를 세웠다. 주필이란 임금이 머문 곳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남고산성 만경대 바위에 새겨져 있는 정몽주의 시가 유명하다. 당시 정몽주는 이성계의 종사관이었다.이목대(지방기념물 16호)는 목조 이안사가 전주를 떠나 동북면으로 이주하기 전에 살았다는 곳이다. 1900년(광무 4) 고종이 '목조대왕구거유지(穆祖大王舊居遺址)'라고 친히 써서 비를 세웠다. 현재 오목대 육교 건너 남원쪽으로 누각이 있다. 그런데 이 위치는 원래의 자리가 아니다. 일제 때 철길을 내면서 옮겼고, 남원 가는 도로를 확장하면서 또 한번 옮겼다. 이목대를 흔히들 오목대 옆자락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오목대 앞자락에 위치한 봉우리이다. 그러니까 향교 뒷자락이 이목대이고, 그 뒤가 오목대이다.조선왕조의 발상지와 관련한 문화유산이 이외에도 전주이씨 시조묘역인 조경단이 있다. 또 객사를 풍패지관이라 한 것도, 남문을 풍남문이라고 한 것도 건국자의 고향을 뜻하는 풍패에서 붙여진 이름들로 이들 유산 또한 조선왕조의 발상지와 관련한 것들이다. /전주역사박물관 관장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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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30 23:02

[씨줄날줄] 性 인지적 정책으로 성평등 사회를 - 김성숙

"성인지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전북여성단체연합에서 시작하는 예산분석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두 번, 세 번의 모임에서 성주류화, 성인지라는 단어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정 살림에는 10원, 100원을 따지면서 지역의 살림에는 너무 무심했구나 라는 반성과 함께 지금은 지역 여성정책에 대한 예산 분석 뿐 만 아니라 자치단체의 주민참여 예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간 있을 때마다 의회에 나가 의회 모니터링을 하는 지역사회의 참여 주체가 되었습니다." (예산 분석에 참여하는 한 회원)정부의 정책은 법령과 예산, 사업계획을 그 실현 수단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업은 예산이 있어야 실현되기 때문에 '예산은 정책 실현의 도구'라고 한다. 예산은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에서부터 오폐수 처리까지, 우리가 걷거나 차를 타는 도로, 보육시설, 의무교육과 급식에 대한 지원, 공연장과 주변의 공원, 도서관 여성회관, 마을회관 운영 등 우리가 낸 세금은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세금은 오용되거나 과용될 수 있고, 성에 대한 이해 없이 편성돼 양성이 평등하게 수혜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전북여성단체연합은 2002년부터 전북도의 정책과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여성정책의 민주성, 투명성, 책임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정책의 수립·시행·평가과정, 예산의 편성·집행·결산 등 재정운용 전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독특한 욕구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경험과 관점을 고르게 반영해 특정 성에 대한 편파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 한다.이러한 과정의 출발점은 정책은 '중립적'이라는 통념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공무원들은 정책이나 예산에 무슨 성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정책과 예산을 수립·시행함에 있어서 성별 분리통계를 활용해 정책과 예산이 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노인 일자리사업의 경우 65세 이상 여성인구(60.9%)가 많으며, 그 중 독거노인인 여성이 많다. 그러나 남성 참여율(50.8%)이 높게 나타나고, 참여자를 선발하는 심사기준에서 독거노인 10점, 부부 15점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여성 독거노인이 많아 불리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05, 전북발전연구원 성별영향평가) 그 결과 여성노인이 선호하는 일자리 정책으로 예산이 확대되었다.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은 여성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문이다.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국가재정법 제15조 5항에 근거하여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편성에 반영가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여성은 여성 안에 숨쉬고 있는 가부장성을 덜어내고,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람들, 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성차별적 요소들을 발견해내고, 일과 생활에서 발견한 성차별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힘을 발휘해 성 평등한,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지역사회로의 변화를 가져오는 운동을 함께 시작해야 한다./김성숙(전북여연 정책위원장)▲ 김성숙 전북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전북여성농민회연합 부회장, 정읍여성농민회장 등을 역임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7.30 23:02

공부하는 문화예술계

"무릎을 펴고 하면 훌라가 아닙니다. 힘을 모았다가, 치마가 '확' 소리 날 정도로, 세게 다리를 벌리세요. 치마가 올라가서 다리가 보여야 됩니다. 이게 바로 '레레우레헤'라는 스텝입니다."스텝 이름부터가 낯선 춤, 훌라. 상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주로 하체를 움직이는 훌라는 지역에서는 아직 낯선 춤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보다 운동량이 커 훌라를 가르치던 김숙희 우석대 실용무용지도학과 겸임교수의 몸은 강의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땀범벅이 됐다.29일 오후 우석대 실용무용지도학과 실기실에서 진행된 한국무용협회 전북지회(회장 김숙)의 '2009 무용 강습 및 체험 활동'. 이날 오전에 재즈와 힙합댄스를 가르쳤던 이화석 전북대 교수는 훌라를 체험해 보고 싶다며 오후에는 수강생으로 참여했다.27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무용 강습 및 체험 활동'은 전북무용협회가 5년째 이어가고 있는 하계강습회다. 무용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재교육하기 위한 것으로, 무용을 전공한 전문무용수와 교육 현장에서 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및 강사들을 연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올해 참가자는 68명. 한국전통무용과 한국창작무용, 현대무용 등 3개 장르에 4개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가자가 필요에 따라 택할 수 있도록 했다.김숙 전북무용협회 회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스스로 실력이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강습회를 통해 한 작품이라도 완벽하게 익히고 나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춤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와 지도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연극계에도 공부 바람이 불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전북지회(회장 이부열)는 12월까지 진행되는 '배우들의 재충전을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22일부터 25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풍물 강습을 진행했다.'배우들의 재충전을 위한 프로젝트'는 무용과 국악, 뮤지컬댄스, 헬스 등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데 있어 필요한 몇가지 항목을 정해놓고 학원비 등을 일부 지원해 주는 형식. 다른 단체 공연은 좀처럼 보지 않는 공연판의 낡은 분위기를 깨뜨리기 위해 공연 관람료도 지원해 준다. 협회에 소속돼 있는 50명의 회원 중 40여명에게 혜택을 줄 계획이다.양문섭 전북배우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라틴댄스 강좌를 진행하면서 연극배우들로부터 신체훈련을 하는 데 있어 유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문화예술인들이 자기 개발을 하고 싶어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재충전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7.30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17)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창비, 2009)은 법조인을 포함한 관련 분야의 사람 23명에 대한 심층면접의 결과를 토대로 씌어졌다. 그래서 실감이 난다. 나는 이 책을 '커뮤니케이션 교재'로 추천하고 싶다. 한국인들의 인간·조직·집단 커뮤니케이션의 적나라한 실상이 잘 묘사·분석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런 실상이 '사법 패밀리'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대한민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연수원 몇기냐?'는 질문은 이미 상대방을 대화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포나 다름없습니다. 변호사들이 불공정한 재판보다 주로 이런 의사소통 문제를 지적한 것은 흥미롭습니다."(45쪽)이 대목을 읽다가 슬그머니 웃음이 삐져 나왔다. 오늘 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몇기냐?" "몇회냐?"고 묻는 호구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인들은 그런 식으로 상호 서열을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는 고강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참 착한 사람들이다. 꼭 위 아래를 따져서 선배를 모시거나 후배를 보살피겠다는 그 지극정성에 산천초목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겠다.그러나 그 바람에 골병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법조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그 물에서 노는 사람의 이름 하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이 국민의 절대다수(85.8%)임에도 이들은 법에 대해 주눅이 들다 못해 공포감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증인으로 불려가면서도 아는 사람을 통해 판사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71~72쪽)이는 한국사회가 '청탁의 천국'임을 시사해준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한국에선 '촌지'를 받는 것보다는 받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촌지를 거부했다간 왕따되기 십상이다. 판사 시절 변호사가 놓고 간 촌지를 거절했다가 오히려 어려움을 겪었다는 권용준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그런 건 아주 관계가 더러워지는 거예요. '이 자식이 이거 참 선배가 준 돈을, 내가 뭐 봐달라고 했어? 새끼 이거 웃기는 새끼네 이거 진짜? 상종 못할 놈이네?' 그런 눈빛으로 사람을 봐요. 지방에서도 한번은 놓고 간 걸 전화해가지고 돌려드리고 그랬더니 아주 분위기 싸늘하고, 아주 분위기 더럽고, 그런 경우가 좀 있었어요. 돈을 거절했다가 평판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죠. 자기를 모욕줬잖아요. 우리나라 사회는 그런 거거든요. 같이 안 먹으면 나랑 같은 편이 아니란 뜻이거든요."(100쪽)우리는 부정부패가 나쁘다고 말하지만, 옥석(玉石) 구분은 해야 한다. 아무나 촌지나 뇌물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촌지나 뇌물도 연고·정실관계라는 파이프라인이 있어야만 줄 수 있다. 그래서 잘 발각되지도 않는다. 서양의 일부 학자들이 펴는 '부정부패 긍정론'의 논거 중 하나는 뇌물이 낙후된 사회의 연고·정실관계를 뛰어넘어 '시장 논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런 뇌물은 드물다. 반드시 연고·정실관계를 끼고 들어가야 한다. 어떤 유형의 부정부패가 옥(玉)이고 석(石)인지 각자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분석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면담을 진행할수록 문제는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돈도, 골프도, 술도 모두 '거절할 수 없는 관계'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판검사들이 그냥 돈이 좋아, 골프가 좋아, 술이 좋아 아무한테나 접대를 받는 게 문제라면 그것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부 썩은 사과는 그때그때 골라내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우리 법조계는 학벌사회의 정점에 있는 몇몇 대학과 고등학교 출신들로 이루어진 소위 엘리뜨 집단입니다. (…) 이 네트워크 안에서는 일정한 평판이 떠돌고, 그 평판은 판검사, 변호사들의 법조생활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125쪽)나는 법조인이 되면 정말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양심적으로 일할 거야. 그런 꿈을 안고 공부를 했던 이들도 바로 그런 '평판 문화'에 발목이 잡힌다. 그런데 이 '평판 문화'는 법조계 밖에서도 작동한다. 가족·친척·친구들의 '청탁'이 바로 그것이다. 이걸 거절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기 십상이다."청탁문화는 법원·검찰에 한정된 것은 아니며, 특별히 더 심각하다고 볼 이유도 없습니다. 법원·검찰도 우리사회가 작동하는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청탁' 사회입니다. 법원·검찰과 맺어지는 모든 관계는 이런 청탁의 통로가 됩니다. 그게 바로 우리사회입니다. (중략) 우리사회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문제에 부딪힙니다. 워낙 좁은 바닥이라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청탁을 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청탁자 위치에 서 있습니다."(157, 173쪽)이 책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조계의 부정부패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나 비난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밝힘으로써 일반 시민들에게도 할 일이 있다는 걸 역설한 데에 이 책의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도 똑같이 하고 있는 일을 법조계가 한다고 해서 비난해봐야 설득력이 있을 리 없고 바로 잡힐 리도 없다. 달리 말해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존재하는 패밀리들의 사는 법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혹자는 "그런 식으로 '우리 모두가 죄인이로소이다'라고 해버리면 탈출구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반문을 하기 전에 그간 이런 시각이 얼마나 제시돼 왔는가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자신의 결론에 '억지로 찾아본 희망'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그런 반문을 의식했기 때문이리라.매년 법원과 검찰의 인사가 있기 직전이면 변호사 사무실에 사건이 줄어든다. 모든 의뢰인들이 변호사가 담당 판검사와 가까우냐를 우선 고려하기 때문이다. 브로커의 문제는 어떤가. 길 가다가 간판 보고 변호사를 찾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의뢰인의 무지와 욕심도 현 시스템을 고착시키는 주요 이유라는 것이다.(142, 194, 208쪽) 저자가 책의 마지막 결론으로 "시민이 희망이다"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자기 권리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의 용기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법조인들이 절대로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알아서' 나서주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도입한 근대 사법씨스템은 점잖은 사람이 무조건 손해보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판검사와 변호사들을 두려워해서는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 시민들이 두려움의 장막을 걷고 법조계를 향해 말붙이기를 시작하는 순간, 신성가족은 눈 녹듯 해체될지도 모릅니다. 우습지만, 별다른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게 저의 가장 강력한 희망사항입니다."(326쪽)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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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30 23:02

그림자를 남겨놓고 떠난 이청준

"이승에 / 그림자를 남겨 놓고, 자네 /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진 지 / 1년이 지났다. / (중략) / 시간 바깥으로 나가 / 시간의 한 귀퉁이를 또렷하게 하는 / 그림자 나그네여 / 평소 좋아하던 소주 한 잔 권하며 / 삼세(三世) 관통 / 공안(公案)을 염송하네 / 평안 평안 평안"(정현종 '그림자를 남겨 놓고' 중)소설가 고(故) 이청준의 1주기 기일을 사흘 앞둔 28일 저녁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고인의 삶과 문학을 그리는 추모 모임이 마련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승옥, 김종길, 김윤식, 박완서, 최일남, 홍정선, 오생근, 이인성, 은희경 등 동료 선후배 문인들을 비롯해 영화감독 임권택, 화가 김선두, '당신들의 천국' 모델인 조창원 씨 등 150여 명의 지인들이 자리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함께 나눴다. 이청준추모사업회장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의 인사와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의 약력 보고에 이어 임권택 감독이 "이 선생이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내 마음은 여태도 허허롭기 그지 없다"는 말로 추모사를 이어갔다. "이 선생 당신은 내 마음 속의 고향이었습니다. 수난과 질곡의 삶을 살면서 세상도, 고향도 다 망가져 없어진 것으로 치부하고 살았던 내가 당신의 소설을 만난 것은 영화인생의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이어 문학평론가 김치수 씨는 "말을 잃어버린 자들에게 말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작가의 사명으로 삼았던" 고인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며 문학평론가 김화영 씨는 1년 전 고인의 장지에서 돌아온 후 썼던 일기를 읽으며 고인을 추억하기도 했다. 후배 소설가인 오정희 씨는 "제게 선생님은 언제까지나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분이셨다"며 "선생님과 동시대를 살고, 문단 한 귀퉁이에서나마 선생님을 뵐 수 있는 인연에 허리굽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현종 시인의 추모시에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유족과 몇몇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소리꾼 장사익 씨의 추모공연을 끝으로 1시간 30분 가량의 추모식이 끝이 났다. 고인의 문우와 지인들은 기일인 31일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고인의 묘소를 찾아 다시 한번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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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9 23:02

[문학] 한국형 추리ㆍ공포소설로 무더위 싹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토종 추리ㆍ공포소설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도서출판 '황금가지'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두 번째 권인 '두 명의 목격자'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4'를 나란히 출간했다. '두 명의 목격자'는 최혁곤, 이대환, 김유철, 정명섭, 한이, 강지영, 박지혁, 김주동, 박하익, 전건우 등 계간 '미스터리' 등을 통해 등단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추리 작가 10명의 단편을 묶었다. 이중 영화로도 제작된 장편소설 'B컷'의 작가 최혁곤 씨의 '순결한 순례자'는 깊은 산 속의 한 절을 찾아간 40대 사건기자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화자는 15년 전 2년차 기자 시절 요양을 위해 찾아갔던 그 절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회상하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당시 화자는 어느 날 밤 비명을 듣고 달려갔다가 미모의 공양주 보살이 가슴에 송곳을 꽂은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화자는 또 다른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이밖에 할인마트의 직원이 고객 구매물품을 보고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살인자의 쇼핑목록', 안면인식장애를 지닌 남자가 자신의 아이를 납치살해한 범인들을 찾아 보복하는 '노멀 맨' 등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408쪽. 1만1천원.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는 '귀신전', '분신사바' 등으로 잘 알려진 이종호 씨를 비롯해 김종일, 장은호, 전건우, 우명희, 황태환, 김유라, 최민호, 권정은, 유선형 등 촉망받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SF와 판타지, 추리 등 여러 장르와 접목된 오싹한 이야기 10편이 수록됐다. 이종호 씨가 쓴 '플루토의 후예'는 어린 시절 부모와 형을 모두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가족들은 쥐약이 섞인 음식을 잘못 먹고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주인공은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에게 가족들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털어놓는다. 440쪽. 1만1천원. 이와 함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로 알려진 장용민 씨가 종말론을 소재로 쓴 신작 추리 역사소설 '신의 달력'(전2권. 시공사 펴냄)도 출간됐다. 구상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신의 달력'은 미국에 사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전 세계를 무대로 쓴 작품이다. 납치사건으로 딸을 잃고 나서 탐정이 된 하워드 레이크에게 에밀리라는 여인이 찾아와 자신의 가족을 불행에 빠트린 남자 '새뮤얼 베케트'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열두 명의 새뮤얼을 탐문하던 하워드에게 다섯 번째 새뮤얼이 편지를 보내오는데, 그는 서류상 나이가 134세에 달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다. 364ㆍ308쪽. 각권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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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7.29 23:02

친일파 윤치호 불망비 철거

진안군 부귀초등학교 정원에 있던 윤치호(1865~1945) 불망비 2기가 철거됐다.민족문제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지난 6일 친일파의 거두 윤치호의 불망비를 철거해 연구소의 일제강점기 역사관 자료실로 옮겼다"고 밝혔다.부귀초 정문 옆 왼쪽 담장 앞에 1m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있던 윤치호 불망비 2기중 하나는 부귀면 소작인들이 1929년 윤치호의 은혜와 덕을 칭송하기 위해 세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귀초 설립 당시 윤치호가 2000원을 내놓은 업적을 기려 부귀면 초대면장이 1931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지난 4월 제보를 받고 현장을 답사, 부귀초에 철거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학교측과 부귀면의 협조로 일제잔재물인 윤치호 불망비를 철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윤치호는 초창기에는 독립협회 회장과 독립신문 주필, 만민공동회 최고 지도자로 민권운동과 자주적인 독립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한말에는 계몽운동에 의한 실력양성운동 등으로 근대민족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개화기 시절부터 민족패배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기울면서 타협적 개량주의를 지향했다. 1915년 친일의 길로 전향, '독립불능론' 또는 '독립무용론'을 주장했으며 1920년대 예속적 타협운동인 문화운동에 주력하며 일제의 통치정책에 적극 나섰다. 1930년대 중반 이후에는 황국신민화 정책과 전시동원체제 확립에 협력했으며, 1938년 황국신민화 실천운동의 조직체 창립식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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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7.28 23:02

"지역신문 철저하게 로컬화돼야"

"'지방이 식민지다'라고 핏대 높여 이야기하는 게 신바람 날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역의 우수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걸 지역발전 전략으로 삼는 '내부 식민지' 근성 만큼은 꼭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4일 오후 7시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강준만 교수는 전북일보 객원기자들과 만나 "교육은 '내부 식민지(한 국가 내에서도 이뤄지는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짚으며 "지역 엘리트들이 서울에도 집을 갖고 있고 자녀를 서울로 유학보내기 때문에 기존 서울공화국 체제에 강력하게 도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각개약진 체제 때문에 지역이 지방주의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강 교수는 이어 "'내부 식민지' 책임을 중앙에 물을 것이 아니라 지역 언론이 나서야 한다"며 지역신문 혁명론을 꺼내들었다.그는" 중앙지와 지역신문의 역할 분담을 인정하고 지역신문이 철저하게 로컬화돼야 한다"며 "관공서만을 상대로 하는'공무원 신문'이 되기보다는 지역의 작은 뉴스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전문가급 시민기자 제도의 도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일보 객원기자단 활용은 그에 상응하는 바람직한 예라고 덧붙였다.결국 그는 전북이 희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서울이 수도권과 지역 전체를 고민하는 발상을 포기한 만큼 지역 언론이 좀더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강연은 전북일보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2009 뉴스콘텐츠 지원사업'에 선정, 운영하고 있는 객원기자단 워크숍 일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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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9.07.27 23:02

'요코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요코 이야기'를 교재에서 퇴출시켰지만 다른 주까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왓킨슨 씨의 자전적 소설인 '요코 이야기'의 퇴출에 앞장섰던 최미영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장은 2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재외동포들은 요코 이야기가 교재에서 퇴출된 것이 왜 중요한지 잘 모른다. 아예 관심이 없거나, 있어도 다 해결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요코 이야기는 일본의 2차대전 패전 직후 일본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로부터 성폭행,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인은 악한처럼 묘사돼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전쟁 난민인 양 표현돼 어린 학생들이 읽을 때 한국인이 가해자이고 일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인식하기 십상이다. 다솜 한글학교 교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역사가 왜곡된 책들이 다시는 교재로 채택되지 않도록 아예 현지실정에 맞는 재미있는 한국사 교재를 내년 초에 출간할 계획"이라며 "이 교재가 나오면 북가주는 물론 전미주와 세계에 보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전문가들이 이미 원고를 완료했지만 출판비가 없어서 빨리 내놓지 못하는 처지"라면서 "독지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가 23-25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로젠 센트리 호텔에서 주최한 제27차 한국학 교육학술대회에 참가했다. 북가주협의회는 24일 이 호텔에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와 '요코 이야기를 넘어서 한국바로 알리기 세계화 사업'을 전개하는 데 서로 돕기로 업무협정(MOU)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새롭게 쓴 한국사 교재를 캘리포니아를 넘어 범 미주와 세계로 확산하자는 내용이다. 그는 "이 교재는 배경 지식이 없는 동포들이나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영어를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영어를 배우는 '토익'과 같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재외 한국학교 교육이 한국어에 집중돼 있고, 역사나 문화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아 아쉽다"면서 "거주지의 실정에 맞는 교재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만들어 해외에 배포하는 교재는 너무 어렵고, 거주지 정서에 맞지 않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없을 정도"라며 "교재를 편찬하기 전에 한국어학교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뒤 개발해야 제대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동포들이 한국사와 문화를 잘 모르면 '제2의 요코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미국 정규학교 교육과정에 한국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도 한인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한국의 교과 과정 개편과 마찬가지로 주요 교과목(K-12) 별로 6-8년마다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2010년부터 적용될 교과 과정에 대한 심의 및 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이 교과서에는 한국사와 관련해 지정학적 중요도와 한국의 지리, 문화, 경제와 IT 강국의 면모, 한국과 캘리포니아 관계, 경제 리더로서의 한국의 중요성 등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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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7.27 23:02

불황 여파…국내여행책 인기 높아졌다

올여름 경기침체와 고환율의 여파로 해외보다 국내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국내여행을 다룬 책들의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6월 한달간 전국 지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팔린 국내여행 서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5% 늘어났다. 반면, 해외여행을 다룬 책은 지난해보다 10.8% 덜 팔렸다. 또한, 이번 달 1일부터 23일까지 국내여행 책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77.1% 늘어났지만, 해외여행 서적은 7.6% 감소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도 6월1일부터 이번 달 23일까지 가장 많이 팔린 여행 분야 책 20종 가운데 국내여행을 다룬 책은 9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종보다 3배나 더 많았다. 특히, 국내여행 책 가운데 '제주 걷기 여행'과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전국편',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서울,수도권' 등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이 4권이나 됐다. 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여행 서적에서도 종합 가이드북 형태의 실용서보다는 '윈터홀릭', '까페 도쿄', '희망을 여행하라', '잇츠 캠핑(It's Camping)!' 등 특정 테마가 있는 여행이나 개인 경험담을 들려주는 여행 에세이가 인기를 끌었다. 이런 현상은 경기침체와 고환율, 신종플루 유행 등 해외여행에 부담을 느껴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졌고, 소박한 여행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저자의 느낌이 충분히 담긴 다양한 경험담을 통해 해외여행을 간접 경험하거나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독자도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예스24 관계자는 "국내 여행을 다룬 책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유명 관광지보다는 구석구석 숨겨진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자동차보다는 걷기여행, 럭셔리한 여행보다는 캠핑을 선택한 독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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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7 23:02

[문학] 대표 현대시인 70인의 사랑 노래

"바다가 푸른 하늘의 높이를 비추는 거울인 것처럼, 마음의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아득히 떨어져 있는 누군가의 다른 사람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이 되는 일을 사람들은 때로 사랑이라 부른다."(허만하 '사랑의 별빛' 중)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인 70명이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주제로 70편의 시를 썼다. 현대문학이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시, 사랑에 빠지다'에는 김종길, 고은, 허만하 등 원로 시인부터 김경주, 황성희, 강성은 등 2000년 이후 등장한 젊은 시인들까지 70명의 대표 시인들이 쓴 사랑시들이 담겨 있다. 세대가 다양한 만큼 스타일도, 사랑에 대한 시인들의 인식도 제각각이다. 시작노트를 통해 "나 아직도 사랑을 잘 몰라요"라고 고백하기도 한 고은 시인은 "사랑은 사랑의 부족(不足)"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 세상의 부족입니다 / 사랑은 자못 / 사랑의 부족입니다 // 나 어쩌지요 // 수십 년 전 그날로 / 오늘도 나는 감히 사랑의 떨려오는 처음입니다 / 다리미질 못한 옷 입고 / 벌써 이만큼이나 섣불리 나선 / S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사랑은 사랑의 부족입니다' 중)젊은 시인들의 시 속에서는 사랑과 이별이 새로운 감각으로 표현된다. "사랑할 때 우리의 입은 늘 한목소리였다. 사랑할 때 우리의 손은 늘 한 손깍지였다. 그로부터 벙어리장갑 한 짝이 내 것이라 배달되었을 때 나의 두 심장은 박수 치는 심벌즈처럼 골 때리는 콤비였다. 이는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아나 개야, 개나 물어뜯을 놀잇감 준비하느라 오래도록 당신 참 수고하셨겠다, 죽어라 그니까 개 줄라고."(김민정 '벙어리…장갑' 중)시인들이 노래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만은 아니다. "해안선을 올리자 어머님을 위하여 / 허공을 깎아 만든 절벽의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 바다의 밑바닥으로도 이제 갈 수 없는 / 검은 해안선에 몸이 감긴 어머님 // 최대한 목을 길게 빼고 / 가마우지, 가마우지 공중에서 울자"(안도현 '가마우지' 중)문학평론가 유종호 씨는 "사랑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가 되어왔고 그러면서도 탕진됨을 모르고 콸콸 솟아오르는 불가사의한 샘물이기도 하다"며 "70명의 쟁쟁한 시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기리고 노래하며 알뜰한 잔치마당을 마련했다"고 시집을 소개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출간에 앞서 포털사이트 다음에 6개월간 연재돼 네티즌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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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7 23:02

우진문화재단 '우리춤 작가전' 발레 무대

우진문화재단이 '2009 우리춤 작가전'의 두번째 춤판을 펼친다.  8월2일 오후 7시30분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에는 처음으로 도내에서 활동하는 역량있는 신인 발레 전공자들을 초청했다.김보라씨는 갈라 콘서트와 콩쿠르의 주요 레퍼토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해적'과 'Drag King(남장여자)'을 선보인다. 'Drag King(남장여자)'는 김씨의 이야기로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세계를 몸짓으로 연출했다.김씨는 전북대 무용학과를 졸업, 원광대 교육대학원 재학중에 있으며,'2005 발레협회 동상'을 수상했다.최선주씨는 널마루무용단 단원으로 '끌림'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열망을 작은 몸짓으로 표현한다. 최씨는 전북대 무용학과를 졸업, 전주대 교육대학원 체육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며, '김제 전국국악대제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허진숙씨는 '중독, 탈출과 감금 사이'를 통해 탈출에서 시작해 감금으로 끝나는 중독에 관한 한나절의 악몽을 선물한다. 허씨는 원광대 무용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조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 한국현대무용협회 공로상', '2008 전국신인안무가전'에서 '불편한 환영'으로 우수상과 연기상을 수상했다.우진문화공간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젊은 춤꾼들의 무대를 마련해왔다. 2005년부터 '우리춤작가전'을 부활, 90년대 춤 공간으로서 우진문화공간의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7.27 23:02

[문학] 전북문인협, 첫 도민 문예창작캠프 개최

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가 전북문협 역사상 처음으로 도민과 함께 하는 문예창작캠프를 개최했다.전북문인협회는 지난 25일과 26일 부안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2009 도민문예창작캠프'를 열고 문인과 문학 지망생들이 마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양규태 전 부안예총 회장과 김종 국제펜클럽 광주위원회장의 초청강연과 이운룡 전 중부대 교수와 김학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의 문학특강 등 총 17개의 강의가 진행된 이번 캠프에는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150여명이 참가해 열띤 강의와 토론이 벌어졌다. 가람 이병기, 석정 신석정, 백릉 채만식, 미당 서정주 등 전북 출신 작고 작가의 아호를 따 4개의 반으로 나눈 뒤 문인들이 소개하는 '나의 대표작'과 '내가 좋아하는 문학작품' '나의 습작품' 등 반별 학습도 이뤄졌다.참가자에게는 수료증이 수여됐으며, 캠프 중 열린 백일장 입상자에게는 「전북문단」에 작품을 발표하고 전북문협 정회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이동희 전북문협 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면서 과연 문예창작캠프가 문협과 문학 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며 "다행히 이번 캠프가 창작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문인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문학 지망생들에게는 책이나 소문으로만 수집하던 문학과 문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의 창작 열망을 점검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7.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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