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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춤은 조갑녀의 춤이 제일이여" - 조상진

감동적인 무대였다. 그리고 조마조마한 무대였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가 박수를 넣기 시작했다. 악사의 시나위 가락에 맞춘 추임새 장단이었다. 순간, 6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열아홉살 춤'이 부활했다.슬쩍 슬쩍 몸을 흔드는 것 같았다. 한 손은 뒷짐을 지고, 한 손은 쭉 뻗으며 허공을 갈랐다. 손바닥이 안팎으로 꺾이면서 하늘이 내려왔다 저만치 물러갔다. 치마를 추어잡고 한 발 내딛으며 주춤, 또 주춤. 그럴 때마다 땅도 숨을 죽였다….고작 5분 남짓, 연희자(演戱者)는 무대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직전에 승무와 한춤(허튼춤)을 추었던 딸들이 붙잡아 세웠다. 이번에는 세 모녀의 춤사위가 이어졌다.이날(7일) 무대의 주인공은 87살 조갑녀 명무(名舞). 열아홉 꽃같던 처녀는 망(望)구십에 다시 예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평상시 지팡이가 없으면 걷지 못하던 조씨였지만 이날만은 예외였다. 이날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은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650여 객석이 꽉 채워졌다. '살아있는 전설'을 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일찌기 조씨는 남원의 스타였다. 남원권번 선생이었던 부친과 고모의 영향을 받아 6살부터 예능을 익혔다. 소리에서 악기와 춤, 활쏘기까지 배웠다. 소리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뗐다. 춤은 이장선(1866-1939)에게서 배웠다. 전남 옥과 태생인 이 선생은 대원군으로 부터 춤과 취악으로 종9품 참봉 벼슬을 제수받은 당대 최고의 예인이었다. 스승은 조씨를 보고 "몸에 춤이 들어있다"면서 별도로 가르쳤다.그 덕분인지 조씨는 이른 나이에 이름을 떨쳤다. 1931년 광한루 누정앞에서 펼쳐진 제1회 춘향제에서 화무를 추었다. 이후 11회까지 궁중무 승무 살풀이춤 등으로 인기를 독차지했다.13살에는 승사교 준공식에서 춤을 추며 제일 먼저 다리를 밟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용북중 3학년이던 소설가 윤영근(예총 남원지부장)은 그때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을 생생히 기억했다. "춤이라면 조갑녀를 따라올 사람이 없제. 아, 조갑녀가 승사교 개통식날 승무를 추면서 맨 처음 다리를 건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더라니까."하지만 훨훨 날아오르던 조씨의 춤은 19살에 그만 마음속에 묻어야 했다. 아버지가 작고하고, 남원 갑부 정종식씨와의 결혼으로 가정에 들어앉았기 때문이다. 이후 12남매를 알뜰히 키우며, 혹여 남편과 자녀에게 춤을 추었다는 것이 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해 춤을 잊고 살았다.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냥 놔둘리 없었다. 1971년 광한루 완월정 낙성식과 2007년 서울세계무용축제 등 몇차례 춤을 선보였다.조씨의 춤은 흔히 알려진 전통춤과 다르다. 세상과 단절했기에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 초기의 춤사위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남원 국악의 대부 이상호(남원국악예고 이사장)는 조씨의 춤을 일러 "남원에 광한루가 또 하나 생겨난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살풀이는 신문지 한장 위에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최고의 춤이라고 덧붙였다.지금 전통 민살풀이춤은 조씨 외에 군산 출신 장금도(81) 명무가 유일하다. 장씨 역시 아들 하나를 위해 춤을 숨겼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분이다.이제 이분들의 삶은 얼마남지 않았다. 우리 춤의 원형이 발견되자 마자 부스러지는 보물이 되어선 안되겠다./조상진(본지 논설위원)

  • 문화일반
  • 조상진
  • 2009.07.13 23:02

[오목대] 소식(小食) - 장세균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을 소식(小食)이라 하는데 소식을 하면 건강에 좋고 장수(長壽)한다는 속설(俗說)은 예부터 있어왔다. 또 가끔 쥐를 놓고 실험을 해본결과 많이 먹는 쥐보다는 적게 먹는 쥐가 활동양도 많고 더 오래 산다는 것도 증명이 되었다.그러나 쥐와 사람은 생체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식이 반드시 장수(長壽)에 좋다는 결론까지는 유보되어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세계적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식사에서 칼로리를 줄이는 것, 즉 소식(小食)이 장수(長壽)하는데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미국의 위스콘대학의 리처드 교수팀이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 76마리를 놓고 20년간 관찰해본 결과 적게 먹는 원숭이가 많이 먹는 원숭이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다. 특히 칼로리를 줄인 원숭이는 심장병, 암, 당뇨병, 뇌 수축과 같은 노인성 질병에도 강했다고 한다. 이처럼 소식(小食)이 좋으나 우리 식탁문화는 대식(大食)이 대부분이다.우리 한국인은 대식(大食)으로 예로부터 외국에 잘 알려져 있다. 송(宋)나라 사신의 견문을 적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고려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쓰여져 있다고 하고 18세기의 한국 견문을 쓴 달레의 [조선교회사 서설(朝鮮敎會史 序說)]에도 조선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를 막론하고 많이 먹는 것을 명예롭게 알고 어릴적부터 숟가락 자루로 배를 두둘겨 가며 많이 먹음으로써 배를 늘려 놓는다고 까지 쓰여 있다고 한다.심지어 한국 사람들이 밥먹을 때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보다 많이 먹기 위해 입을 딴 일에 쓰지 않을려고 한다고까지 쓰여져 있다. 신라 때 김춘추(金春秋)는 하루에 쌀 서말, 뀡 9마리, 술 6말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그 역시 대단한 대식가였다. 먹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인은 맛으로 먹고 일본인은 눈으로 먹고 한국인은 배로 먹는다는 말도 있는데 이도 역시 한국인의 대식(大食)을 빗댄것이다.우리 가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지수라고 하는데 식비 비율이 20%대가 미국, 영국, 서독 일본인데 우리의 경우는 무려 40%선이다. 소식은 선진국형 엥겔 지수이기도 한다./장세균 논설위원

  • 문화일반
  • 장세균
  • 2009.07.13 23:02

[문학] 시의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상 최연소 수상자가 된 이후 은거하면서 집필에만 전념한 일본 중견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오랫동안 시소설(詩小說)을 추구했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모두 갖는 아름다운 작품을 희망했던 마루야마 겐지의 뜻은 1986년 소설집 '달에 울다'(이룸 펴냄)에서 본격적으로 지면 위로 떠올랐고 빛을 발했다. '달에 울다'는 사과나무밭을 일구며 자라고 늙어 가는 한 남자에 관한 표제작과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을 찾아가는 남자에 관한 '조롱을 높이 매달고' 등 중편 두 편으로 구성됐다. '달에 울다'에서는 시에서 여러 행이 한 연을 구성하듯 대여섯 문장이 한 문단을 구성해 하나의 심상(心像)을 만든다. 문단을 거듭할수록 켜켜이 쌓여 가는 이미지는 물 흐르듯이 흐르는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사과나무 농가의 아들로,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딸 야에코를 사랑한다. 10대와 20대를 함께 하지만 야에코는 결국 마을을 떠난다. 야에코 뿐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사과나무나 가꾸며 사는 고향에서의 삶에 흥미를 잃고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주인공은 애늙은이처럼 묵묵히 고향을 지킨다. 소설 속 마을은 보통 적막하다. 큰따옴표가 붙은 대화는 몇 장을 넘겨야 한 번 나올까 말까다. 그러나 침묵을 깨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야에코 아버지의 비명과 법사의 절규, 촌장의 고함이 번갈아 이어지며, 마을의 소문도 웅성거리며 퍼져 나간다. 소리는 마을 환경과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이미지를 빚어내고 여백 많은 지면을 꽉 채운다. 소설 속의 시간은 뭉텅뭉텅 앞으로 건너뛰어 가는데도 수십 년의 세월을 그리는 작가의 끈질긴 시선은 끈끈한 서사를 완성한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문단과 문단 사이에 여백을 둬 명확히 끊어 두는 '달에 울다'에 비해 형식적인 시적 특성은 약하다. 그 대신 환상과 현실의 시공간을 혼합하는 시도가 독특하다. 말을 탄 무사들, 빨간 하이힐의 여자 등 환상 속 현상이나 인물은 현실 속 현상과 인물과 겹쳤다가 흩어진다. 예문. 356쪽. 9천500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13 23:02

[문학] 정조 때 문인 이가환의 시전집 첫 번역

"공은 구경(九經)ㆍ사서(四書)에서부터 (중략) 문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한 번 물으면 조금도 막힘없이 쏟아놓는데 모두 연구가 깊고 사실을 고증해 마치 전공한 사람 같으니 물은 자가 매우 놀라 귀신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노긍, 심익운과 함께 조선 후기의 3대 천재로 불렸으며 18세기 대표적 문인인 혜환 이용휴(李用休)의 아들이기도 한 금대 이가환(李家煥.1742-1801)을 다산 정약용은 이같이 평했다. 이가환은 시, 산문 등 문장 뿐만 아니라 천문학, 지리, 수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조의 총애를 받고 형조판서까지 올랐으며 채제공의 뒤를 이어 남인 중 청남 계열의 지도자로 부상했으나 벽파가 시파를 숙청하고 천주교를 탄압할 때 체포돼 옥사했다. 이가환은 조선후기 문단에서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줬지만 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이제까지 별로 없었다. '금대시문초'에 실린 그의 시 230여수를 모두 모아 번역하고 각주를 단 '이가환 시전집'(소명출판 펴냄)이 최근 출간됐다. 조남권(81) 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장과 제자인 박동욱(39) 한양대 교수가 3년간 공동 작업 끝에 내놓은 성과물이다. 이가환의 산문과 시 일부가 번역된 적은 있지만, 그의 시를 온전히 한자리에 모아 번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승과 제자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 명동에 있는 동양고전연구소에서 함께 토론하면서 '혜환 이용휴 시전집'(2002), '혜환 이용휴 산문전집'(2007)을 낸 데 이어 이번엔 이용휴의 아들인 이가환의 시전집을 번역출간했다. 이가환은 비극으로 삶을 마무리했지만 문학적 성취는 특별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조남권 소장은 "아버지인 이용휴의 시는 발랄하고 자유로웠던 반면에 이가환의 시는 우수와 비감의 정조가 강하다"고 말했다. "네가 중순에 온다고 듣고는/ 초순부터 곧 문에 기대 기다렸네./ 다만 산이 쓸쓸한 것이 근심이었는데,/ 게다가 비가 자욱한 것 마주했네./오랜 이별은 얼굴빛에서 징험이 되고,/ 곤란한 생활은 웃는 말에도 있었네./ 어떻게 견디리오! 맑은 밤 달이/ 이미 스스로 빈 술통 비치는 것을"이가환이 조카인 허질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기쁜 심정을 표현한 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유배지에서의 지루하고 쓸쓸한 생활이 이가환의 시에 투영됐을 거라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이가환이 45세 이전에 지은 시는 한 편도 찾을 수 없어 청ㆍ장년기에 지었던 발랄한 감각의 시를 볼 수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조 소장과 박 교수는 이가환의 산문을 번역해 내년께 책을 낼 계획이다. 그보다 앞서 이용휴의 제자로 27세에 요절한 천재시인 이언진(李彦珍)의 시를 번역해 올해 안에 출간할 예정이다. 274쪽. 1만8천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9.07.13 23:02

한국무용단 애미아트 대상

한국무용이 강세를 보인 '제18회 전북무용제'에서 한국무용단 애미아트(안무 김애미·사진)가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죽은 자를 떠나보내고 난 후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기억, 지울 수 없는…'.애미아트는 오는 9월 경남 김해에서 개최되는 '2009 전국무용제' 전북 대표로 출전하게 되며, 본선진출지원금 1500만원을 받게 됐다.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 전북도지회(지회장 김숙) 주관으로 9일 고창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전북무용제에는 한국무용 3팀, 현대무용 1팀, 컨템포러리 댄스 1팀 등 총 5팀이 출전했다.최우수상은 한국무용 '외눈박이의 환생'을 올린 류무용단(안무 류영수)과 컨템포러리 댄스 '선각을 바라다'를 선보인 더 포스 댄스 컴퍼니(안무 김숙희)가 수상했다. 우수상에는 현대무용 '침향목'의 강명선현대무용단(안무 강명선)과 한국무용 '나무, 새가 되어 날다'의 박명숙하늘무용단(안무 박명숙)이 선정됐다. 연기상은 류무용단의 전도현씨. 각 팀에게는 출전지원금 200만원이, 연기상을 수상한 전씨에게는 해외연수지원금 200만원이 수여됐다.국수호 심사위원장은 "올해 기량과 수준 면에서 많은 발전이 보였다"며 "대상작은 도입부가 약했으나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좋고 전반적으로 기량도 고른 편이었다"고 말했다. 최우수상 수상작 중 류무용단은 무용수들의 기량도 훌륭하고 주제도 흥미로웠지만 후반부에서 연결성이 부족했으며, 더 포스 댄스 컴퍼니는 대중성이 돋보였다는 평이다.올해 처음 전주를 벗어나 고창에서 개최된 전북무용제는 그러나 컨템포러리 댄스 출전과 관련, 장르를 확장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무용제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7.13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소금 한알 한알은 염부의 땀과 정성

곰소염전의 천일염은 대형저수지→일반저수지→제1증발지→제2증발지→결정지로 염수를 통과시켜 소금을 추출한다. 저수지는 해수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대형저수지와 일반저수지로 구분된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시점에 맞춰 대형저수지에 가두었던 염수를 양수기를 이용해 일반저수지로 보낸다. 이때의 염도는 일반 바닷물의 염도와 거의 동일한 2도 정도.제1증발지는 난치라고도 부르는데, 이 단계에서는 이끼와 협잡물이 생긴다. 이는 염수의 증발을 방해하는 주요인이기 때문에 곰배라는 도구를 사용해 제거한다. 이곳에서 염도가 6도까지 오르면 다음 단계인 제2증발지로 염수를 넘긴다.누테라 불리는 제2증발지는 염수를 계속해서 증발시켜 염도가 14~15도 정도까지 되면 마지막 단계인 결정지로 넘어간다. 이곳에서는 원활한 해수 증발을 위해 철대패로 침전물인 깍데기를 긁어낸다.최종 단계인 결정지에서는 간약솔을 이용해 염수를 밀어줌으로써 소금결정체를 고르게 한다. 염도가 25도를 가리키면 소금을 추출해 내어 소금창고에 보관하는데, 이렇게 추출된 소금은 '백곰표'라는 상표로 비로소 일반인에게 얼굴을 내비치게 되는 것이다.현재 남아있는 곰소염전의 건물로는 소금창고, 염부사택, 관리사무소 등이다. 소금창고는 오랜 기간 보수하지 않아 엉성한 겉모습이지만 외·내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4면의 벽체가 안쪽으로 모이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생각보다 튼튼하다. 또한 건축 당시 변산 일대의 질 좋은 소나무만을 엄선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내구성도 높고 소금의 부식에 강하다. 결정지에서 만들어진 소금을 임시보관해 두었던 소금창고는 한 때 창고별로 용도를 구분하여 소금을 비롯한 각종 기자재를 분류보관 하기도 했었다.소금창고 사이에는 염부와 가족들이 사용했던 염부사택들도 여러 채 있다. 염부사택은 방 2개, 부엌과 창고가 각 1개로 이뤄졌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천일염 생산지에는 염부들이 생활했던 대단위 집단주거지가 형성됐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소금생산만을 전업으로 삼는 염부들이 거의 없어 이들의 생활공간은 훼손되었거나 남아있더라도 비어있는 상태다.9개의 소금창고가 한줄로 늘어서 있는 중앙에는 염전 전체를 통제하는 2층짜리 관리사무소가 있는데, 약 60평 정도이다. 이곳에서는 소금의 생산·판매, 염부의 월급지급, 기타 사무 업무가 이뤄졌다. 공간상으로 1층에서는 사무실, 출하 직전의 소금 계량, 포대 관리 등의 공간으로 활용되었고, 2층은 전체 소금생산을 통제하는 일종의 전망대 역할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이밖에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인 합숙소, 공동 목욕탕 등이 있었다고 한다.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7.13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⑦부안 곰소염전과 젓갈

타는 태양에 바닷물이 줄어간다. 바람보다 일찍 깨어난 염부의 땀과 오랜 기다림 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곰소염전의 천일염. 부안군 진서면에 위치한 곰소염전에서 나는 때깔 좋고, 짭조름한 소금은 자연스레 맛 좋은 젓갈을 만들었고, 이를 사고 파는 시장을 형성했다. 김장철이면 곰소젓갈을 사기 위해 전국에서 밀려드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게 곰소젓갈이다.▲ 일본인에 의해 조성된 곰소염전최근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발논리에 밀려 소중한 그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지역의 현실도 매한가지다. 전라북도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비운의 땅이다. 김제의 비옥한 평야가 그렇고, 군산의 철로와 항구가 그렇다.곰소염전도 이 무렵 조성된 것. 일본은 군항의 요충지로 삼기 위해 곰소항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연동마을에서 곰소와 작도를 연결하는 제방을 쌓아 도로를 내고, 제방 안쪽의 간척지에는 염전을 만들었다.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을 치르면서 대규모의 군사비용과 재정지출이 커지자 식민지 조선에서 전매제도를 강화시키는 계획을 구상했다. 천일염전은 염전을 축조하고 자연력에 의존해 소금을 결정시키는 제염법으로 특별한 기계설비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따라서 조선 내에 천일염전을 구축해 값싼 천일염을 관염(官鹽)으로 만들어 전매체제 통제를 통한 수입을 올리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남선염전주식회사와 천일염다 아는 상식이지만, 소금은 식품의 조리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이다. 그 중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것이 천일염이다. 전라북도에는 8곳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지만 곰소염전의 소금은 가히 최고의 하얀 빛깔 소금 꽃이다.곰소염전은 1940년대 초반까지 전통적인 생산방법으로 자염(煮鹽)을 생산하던 곳. 자염은 해수(海水)를 끓여서 만든 소금으로 화염(火鹽), 전오염(煎熬鹽, 육염(陸鹽)이라고도 한다. 곰소만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넓은 간석지가 형성돼 있어 자염 생산의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바다와 인접한 갯벌에서 갯벌 흙과 짠물을 이용해 농도가 짙은 소금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연료비나 인건비가 과다하게 지출되었다.곰소염전에서 천일염이 대량으로 만들어 진 것은 해방 후인 1946년 남선염업주식회사(南鮮鹽業株式會社)가 발족되고부터다. 천일염 생산은 자염 생산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전혀 들지 않아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다.그러나 자염과는 달리 염전부지 시설조성에 대한 초기비용과 소금 자체의 중량 때문에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높아 곰소염전 천일염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당시 회사 내 생산면적은 85정보(84만2975m²), 직원 수 130여명, 연간 소금의 생산량은 무려 5000톤에 달했다.하지만 지리적 접근성을 극복하지 못해서 쇠락했고, 지금은 단지 몇명의 일꾼만이 고된 소금생산을 하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염전은 반으로 줄고, 수차는 멈춘지 오래다. 당시 왁자지껄 하던 사람의 냄새는 사라지고, 허물어져 가는 낡은 염부들의 생활공간만이 남아 씁쓸할 뿐이다.▲ 최고의 젓갈엔 곰소만 천일염곰소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바닷물 10말을 한낮 태양 볕에 잠재워야 새하얀 결정체인 천일염 1되를 얻는다. 생산량을 떠나 품질은 전국 최고. 이유는 자연지리적 조건, 즉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강수량, 그리고 철분이 많은 갯벌과 큰 조석간만의 차 등 기후조건이 타 지역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곰소 천일염은 낮은 염도와 쓴맛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여 젓갈재료에 곰소 천일염을 넣고 버무렸을 때 발효가 잘 되기 때문에 젓갈 생산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금이다.이렇듯 곰소에서는 자연스레 천일염을 이용해 젓갈을 제조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이 지역의 대표적 포구였던 후포와 사포는 토사가 쌓이면서 폭이 좁아지고 수심도 얕아져 포구의 기능이 점차 약화되었다. 줄포 역시 1960년대 초 어선의 대형화와 갯벌 퇴적으로 어항의 기능을 곰소항으로 넘겨주게 된다. 줄포항의 반사이익으로 곰소항에 입항하는 어선의 수가 증가하고, 항구기능이 급속히 발달됨에 따라 젓갈업도 점차 성장한 것. 곰소젓갈이라 불리는 다양한 젓갈류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밥 도둑 젓갈정식이 이 지역 대표적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여기에 변산반도 일주도로와 최근의 서해안 고속도로 등 이 지역에 이르는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수려한 자연환경과 곰소젓갈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가고 있다.▲ 이제 '젓갈의 명소'로 발돋움 할 때입지적인 요건을 볼 때, 곰소는 광천이나 강경에 비해 젓갈과 연계시킬 수 있는 갯벌, 소금, 도요지 등 생태체험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곰소젓갈의 맛과 전통을 살리고, 다양한 문화생태적인 관광자원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서해안 최대 젓갈 생산지로 이름을 날릴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반가운 소식은, 7월 초 곰소젓갈 발효식품센터가 착공에 들어갔다고 한다. 웰빙 수산발효식품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웰빙시대에 맞게 곰소젓갈과 곰소염전 천일염이 세계의 명소 및 자원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7.13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우정조차 뒤튼 물신숭배, 타락 조짐 보여주는 자본주의의 거울

# 1. 등장인물은 멀쩡하게 생긴 두 남자, 그리고 자동차 한 대."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얼마 전에 본 어떤 자동차 광고이다. 오랜만에 만난 모양인데 친구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리모콘을 누른다. 그러자 그랜저 안개등이 깜박인다. 친구가 안부를 묻자 그랜저로 대답한다(?).보통 친구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면, 별로 친하지 않는 사이에는 '그럭저럭' 이라고 한다. 또는, '요즘 다들 어렵지, 뭐!' 라거나, '그냥저냥 살만 해.' 라고 하기도 하며, 사는 데 바빠 연락은 못했지만 많이 보고 싶었던 사이라면, '이 사람, 왜 그리 연락이 없었어! 한 잔 하지!', 라고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그랜저라고 답하면 못쓴다.광고의 목적이 그 상품을 사들이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자동차 광고라면, '작은 차, 큰 기쁨'이라든가, '드라이빙 이모션'이라든가,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라든가 하는 카피를 써왔다. 그런 식으로 자동차의 특징을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관심과 욕구를 끌어왔다. 물론 고가 자동차일 경우 권위나 위신 같은 자동차 외적 요소가 광고에 개입하더라도, 은유적이거나 간접적인 어법을 사용하였고 자동차라는 상품과 광고카피는 내적 연계성을 놓지 않았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보면 위의 그랜저 광고는 이례적이고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무능의 폭로그런데 그 도발이라는 게 무능 또는 파탄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 광고는 광고제작팀이 더 이상 그랜저라는 상품 자체를 통해 소비 욕구를 자극할 능력이 없음을, 즉 소비자들이 그런 비용을 들여 그 물건을 사야 할 이유를 댈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여지없는 악수(惡手)였다.그러니까 이 광고는, 친구에게 자랑할 거리, 친구와 나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여 그 위화감, 친구의 자괴감 내지 불안감을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 그랜저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광고가 개입하는 지점은 상품 간의 차이여야 하지, 사람들 사이의 위계가 아니다. 그랜저 광고에서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계셨다면 그건 우선 이 광고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다.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면 죽듯, 광고가 상품을 벗어나 위화감에 기댔으니 그 광고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국제상공회의소(ICC) 광고활동 기준에 따르면, '상품의 소유가 다른 아이에 비해 우월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이익을 줄 거라고 아이들에게 암시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고 한다. 이 규정에서 '어른'에 대한 언급이 빠진 이유는 물론 어른들은 알아서 판단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 때문일 것이다.이러한 광고를 만드는 회사의 자동차를 사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의 개발, 생산, 판매에 노심초사하는 노동자와 경영진의 수고를 고려하지 않는 '불매운동'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광고를 만드는 홍보팀의 실수라 하더라도 경영진의 눈에 그 실수가 걸러져야 하고, 직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이 온전하다면 항의가 쏟아져 광고가 중단되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불길한 조짐사람이란 성찰이 짧다 보면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을 휘둘리기도 하고, 남보다 높은 지위, 많은 재물이 마치 자신의 존재의 척도인 양 알아서 본말이 전도되는 일도 있다. 그래서 공자도 '부자인데도 교만하지 않은(富而無驕)것만으로도 훌륭하다(可也)'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공자의 말에서 그 오랜 인간 욕망의 일단을 본다.그런데 공자는 나아가, '부자이면서 문화를 좋아하는 태도(富而好禮)'가 최선이라고 말하였다. 공자는 이러한 적극적, 낙관적 대안을 통해,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괜찮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교만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태도조차도 이제 보편적인 어리석음에 대한 훈계가 아니라, 더 괜찮은 인생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하여, 필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허영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 허영이 통제의 범위를 넘어,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감사하게 만드는 우정, 평화, 연대 등의 가치까지 왜곡하고, 나아가 그 가치를 소외시키는 양상까지 발견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고약한 광고에서 보듯이, 우리들 사이를 흘러 다니는 뭔가가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것이다.그러면 우리를 우정으로부터까지 소외시키는 상품의 힘, 아니 뒤틀린 방식으로 우정을 처박아 버리는 상품의 오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현상에 대한 통찰의 일단을 우리는 150년 전의 현자(賢者), 마르크스(1818-1883)에게서 들어볼 수 있다. 그는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시작하는 시대, 돈에 대한 열망이 사회를 뒤덮었던 시대에 살았다. 마치 우리들처럼.▲ 흘러넘치는 물신(物神)그는 말한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만들어서 쓸 때는 그건 어디까지나 물건일 뿐이다. 책상을 만들어 쓰거나, 뜰에 고추 같은 푸성귀를 심어 먹으면, 책상은 그저 나무조각의 적절한 조합이고 고추는 내 입을 즐겁게 해줄 먹을거리이다. 생산단위와 소비단위의 일치이다. 조선시대 경제도 이와 같았다. 화폐는 주로 쌀(米)이나 포(布)가 대신하였는데, 일반 경제활동이 아닌 재정영역, 즉 세금을 내는 데 이용되었다.그런데 우리가 생산한 재화가 팔 물건, 즉 상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처럼 거의 다 사서 써야 하는 세상에서는 그 재화는 상품이 되고, 반드시 화폐로 환산된다. 생산-교환-소비라는 단계별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 상품은 이른바 교환가치를 갖는다. 화폐로 환산된 상품은 다른 상품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한다. 그래서 인간의 손으로 생산된 상품이 자립적인 '상품 세계'를 구성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바로 자본주의 시대이다. 화폐가 있어야만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는, 그러면서 차츰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태를 우리는 물신주의(Fetischismus·물신숭배)라고 부른다. 상품과 화폐가 인간을 집어 삼키는 셈이다. 최근 금융위기란 이런 물신주의가 밑도 끝도 없는 양상으로 일상화됐음을 보여준다.그랜저를 세워놓고 자랑하는 친구는 더 비싼 차를 가진 친구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낼 것이다. 이 악순환은 제일 비싼 차를 가진 친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에게 추월당할 테니까. 결국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셈이다. 물신성이 친구사이마저 농락하고 뒤트는 모습을 보여준 그랜저 광고는 기업 스스로 우리 사회의 타락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반자본주의적 선동이며, 타락의 조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거울이다.▲ 어디나 있는 희망배회하는 물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잘 따져보고 구매하려 노력하며 가끔은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소비한다. 배추밭을 갈아엎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저건 농부의 마음이 아니라고 사리를 분별한다. 곳곳에서 물신주의에 균열을 내는 삶을, 물신주의를 넘어서는 삶을 우리는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균열을 통해 차츰 새로운 세상을 열든지, 아니면 적어도 더 이상의 타락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동네. 다른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것을 부러운 듯 쳐다보는 두 형제. 그리고 얼마 후, 경매가 열린다. 소년은 주머니에서 그동안 애써 모은 동전을 꺼낸다. 경매 시작! 너도, 나도 경매가격을 부른다. 그때 큰소리로 '5달러'를 외치는 소년! 중년의 아저씨도 손을 내렸고, 눈치 없는 할아버지의 손은 옆에 섰던 할머니가 끌어내렸다. 결국 자전거는 소년에게 낙찰! 기뻐하는 소년! "하나하나 양보하는 마음이 모여 소년의 꿈을 이루어주었습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포스코."그러고 보니 이 광고의 소재는 그랜저 광고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자동차와 자전거라는 상이한 문명 코드가 벌이는 대조다. 필자는 '양보하는 마음'에서 차라리 유쾌한 해체이자 전복을 읽었다. 경매라는 물신 시스템의 총아를 보기 좋게 전복시킨 쾌거!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광고이다. 광고가 곧 기업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전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이 광고는 보여주었다. 위의 광고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삶 중에서 여전히 많은 영역이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이다./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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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0 23:02

[오목대] 죄악세 -조상진

술과 담배는 보는 이에 따라 견해가 확연히 갈린다.우선 술부터 보자. 철학자 I.칸트는 "술은 마음을 털어놓게 하는 하나의 도덕적 성질, 즉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다"고 칭송했다. G.허버트는 "술이 들어가면 지혜가 나온다"고 했고, M.T.키케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인간에게 사려분별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또 이백(李白)은 '대주(對酒)'에서 "삼배(三杯)를 드니 대도(大道)를 통하고/ 한 말을 마시니 대자연에 맞는다"고 술과 하나됨을 노래했다.반면 B.A.W.러셀은 "음주는 일시적 자살"이라고 혐오했다. R.G.잉거솔은 "술은 범죄의 아비요, 더러운 것들의 어미다"고 했고, W.E.글래드스턴은 "전쟁 흉년 전염병, 이 세가지를 합쳐도 술이 끼치는 손해와 비교할 수 없다 고 했다." "술은 악마의 피"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한편 공자는 술을 사양하지 않고 마셨다. 하지만 난(亂)의 정도에 미치지 않게 해 중용의 덕을 실천했다.다음 담배를 보자. 소설가 김동인은 "생각이 막혔을 때 한 모금의 연초가 막힌 생각을 트게 하고, 근심이 있을 때 근심을 반감시키며, 권태를 느낄 때 일의 능률을 올리게 한다. 식후의 제일미(第一味), 용변시의 제일미, 기침(起寢)의 제일미 쯤은 상식이다"고 상찬했다.또 임어당은 "담배는 인간의 창조력을 북돋아 준다"고 했고 J.B.P.몰리에르는 "담배없이 살고 있는 사람은, 살아있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까지 말했다.반면 이익(李瀷)은 "담배는 재계(齋戒)를 하지 못하게 하여 신명(神明)을 통할 수 없게 하고, 공연히 재물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폐해를 지적했다.한국조세연구원이 8일'외부 불경제(사회 전체에 주는 불이익) 품목 소비억제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담배·술에 대해 죄악세(sin tax)를 부가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주세와 담배세를 인상하자는 얘기다.그러면서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간접흡연비용 등 5조6396억 원, 음주 18조9839억 원에 달한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밝혔다.그러나 이들 세금은 간접세여서 고소득자보다 서민에게 부담이 클수 밖에 없다. 자칫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감세로 빈 곳간을 서민들 주머니에서 채우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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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0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K.마르크스 '자본'

본문에 공자의 어록인 「논어(論語)」와, K. 마르크스의 「자본」이 등장하였다. 논의의 중심에 「자본」의 분석방법과 문제의식이 있었으니만큼 「자본」만 간단히 소개한다.인류 역사상 최상급 고전(古典)에 들어간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 아니더라도, OECD에 가입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면 「자본」 의 내용 정도는 국민의 상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함께 「자본」을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하곤 하는데, 학생들조차도 아직 「자본」에 거리감을 느끼는 듯하다. 오랜 반공주의가 남긴 정신적 외상이 아닌가 한다. 사상의 자유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와 모색의 자유라고 한다면, 이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고, 따라서 헌법에 보장되어 있든 말든 상관없이 인간의 타고난 권리이다. 이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영원히 현재에 만족하며 살라는 폭압에 불과하다. 백 번 양보하여 현재에 만족하며 살기 위해서라도 「자본」은 읽어야 한다. 그래서 「자본」은 고전이다.무엇보다도 보통 생각과는 달리 「자본」은 재미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국부론」보다 재미있다. 재미있고 금쪽같은 구절이 줄줄이 이어진다. 밑줄 그을 데가 너무 많아서 색연필을 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좀 어렵다(?). 「자본」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자본」을 풀어 쓴 강신준 교수의 「자본론의 세계」를 권한다. 「자본」 원전에 도전하실 분은, 같은 저자의 번역본 「자본」(1-1, 1-2)를 읽으면 된다. 조금 두껍지만, 그 두께만큼 우리 인생도, 우리 사회도 깊어질 것이다./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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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0 23:02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 15편 선정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10월13일부터 40일간 열리는 올해 축제에 참가할 해외 초청작 15편을 선정했다. '아날로그 & 디지로그(Analog & Digilog)'를 주제로 내건 올해 행사에는 12개국의 40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이 중 해외 작품은 11개국 15편이다. 연극은 일본 도가 스즈키 극단의 '시라노 드 벨쥬락', 2003년 '서울노트'로 각색돼 국내에 소개됐던 일본의 '도쿄노트', 중국 상해연극예술센터의 '선비와 망나니' 등 제16회 베세토연극제 참가작 세 편 등 9작품이 초청됐다. 또 2009 제11회 유럽연극상 뉴리얼리티상을 수상한 프랑수아 탕기 연출이 '리체르카레'를, 러시아 연출가 유리 코르돈스키가 체호프의 '플라토노프'를 선보인다. 폴란드 연극 '옛날 옛적에, 폴란드사람, 폴란드사람, 폴란드사람 그리고 악마가 있었네'도 소개된다. 우크라이나 출신 안드레이 졸닥 연출의 '모스코, 사이코'는 그리스 신화에서 남편의 새 아내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악녀 메데이아를 오늘날의 러시아 모스크바로 옮겨온 작품이다. 프랑스 연극 '세르쥬의 효과'는 핀란드 탬페레 국제연극제, 미국 TBA 페스티벌 등을 통해 인정받은 작품이며, 이탈리아 연극 '햄릿-육신의 고요'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무용은 80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최신 시청각 기술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함께 그린 호주의 '디 에이지', 영국 자스민 바르디몽 컴퍼니의 창단 10주년 기념작 '예스터데이', 축구경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무용으로 만든 노르웨이 요 스트롬그렌 컴퍼니의 '축구 예찬' 등이 공연된다. 복합장르 공연으로는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김세정이 연출과 음악을 맡은 프랑스의 '에코스'가 국내 관객과 만난다. 중국의 '불타는 산'은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서역으로 향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1940-1960년대 활동한 캐나다의 전방위 예술가 노만 맥라렌의 작품과 무용수 피터 트로츠머의 움직임이 결합한 '노만-노만 맥라렌에 대한 찬사'는 아날로그적인 순수예술을 디지털로 표현한 디지로그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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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0 23:02

[특별기고] 추사 김정희 글씨의 발견

신속 정확은 언론의 사명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일 저녁 방송 뉴스와 8일 조간신문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추사 김정희 친필비석 완주서 발견' '추사와 창암글씨 합작비문 발견' 등을 제목으로 한 기사가 대서특필된 것이다.논란이 되고 있는 '부인 광산김씨묘비(貞夫人光山金氏墓碑)'는 완주군 용진면 녹동 도로변 야산에 있으며 이미 10여 년 전 원광대 조수현 교수가 처음 발견하여 「월간 서예」에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비문에 대한 글들도 많이 발표됐다. 필자도 '추사 김정희의 전북지역 금석문 연구'란 논문을 2004년에 발표한바 있으며, 2007년도에는 전북역사문화학회가 「전라북도 금석대계(전주, 완주편)」에서 탁본과 석문을 곁들여 소개한 바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완당평전」에도 이 비문이 도판과 함께 실려있어 전국에서 많은 답사객들과 이 부분의 연구자들이 수없이 찾고 있는 비석이다.그런데 도내 일간지 중 한 두 신문을 제외하고는 공영방송, 지역방송, 지역신문 할 것 없이 10여 년 전에 보도되고 그와 관련해 많은 논문이 발표된 비문이 마치 처음 발견된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10년 전에 발견돼 많은 사람들이 논문을 써서 전국의 명소가 된 비석을 새로 찾았다고 발표하는 일은 그야말로 황당했다.비문은 전주 최씨 최창익의 부인 정부인 광산 김씨 묘비로, 그의 장손 한중이 비문을 찬한 것이다. 1833년 추사 김정희가 47세에 전면을 예서의 글씨로 썼으며 후면은 이 지역의 명필 창암 이삼만이 해서로 썼기에 서예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사료된다. 특히 전북지역에 있는 추사의 글씨는 주로 고창의 선운사 백파선사비를 비롯하여 몇 기의 글씨를 제주도 귀양에서 돌아왔을 때 썼으나 이 비는 귀양살이 이전에 썼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이처럼 중요한 우리 지역 문화유산이 늦게라도 재조명하는 뜻에서 다뤄졌다면 더없니 좋은 일이라 하겠으나 도내에 있지도 않은 유령단체인 '전북금석문연구회'를 빙자하여 현지 답사를 통해 역사적 가치에 대해 사학과 학생들이 추사체를 탁본해 연구하고 있다하여 엉뚱하게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전라금석문연구회(회장 김진돈)에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외부에서는 옛날에 발표된 자료를 전라금석문연구회에서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까지 했다. 내용에 대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좀더 신중을 기하여 정론(正論) 직필(直筆)의 보도에 임해 주길 바란다.그리고 차제에 도내에는 이 비문 외에도 추사의 비문이 봉동 상암에 이와 비슷한 김양성 묘비가 있으며 고창 선운사의 백파선사비(도 문화재 지정), 임실 정월리의 김복규, 김기종 부자효자비(도 문화재지정)를 찬서 하였고 구이면 백여리에도 김기종의 배 전주유씨 묘비가 있어 문화 관광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이용엽(전라금석문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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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9 23:02

[오목대] 비축 문화 - 장세균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이 경제 협력 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을것으로 전망됐다. 저축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 그리고 프랑스였다. 이처럼 저축률의 저하는 경제 불황 그리고 시중은행의 낮은 예금 이자률과도 맞물려 있을것이다.그리고 한국인들의 비축을 기피하는 일반적 성향도 작용한다. 비축을 기피하는 심리는 낭비 습성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이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학교에서 연간 60시간 이상을 에너지 교육을 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학교들은 아직 그런 소식이 없다.흔히들 사무실에서 에어컨 켜고 긴팔 소매를 입고 근무하는 곳이 많다는것도 우리 생활속의 엄청난 낭비 습성이다. 비축 심리와 낭비심리는 정반대의 심리 현상이다. 이와달리 서양 사람들이 비축을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가옥구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전통가옥에는 지하실이라는 것이 없다.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면 그들 주택에는 반드시 지하실이 있어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을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예부터 중북구(中北區)에는 지하실이란 쇠고기나 야채등을 저장하는 저장고였다. 고대 로마의 사학자요 지리학자였던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란 책에는 게르만 민족의 생활양식의 특징으로써 그들은 땅굴을 파고 식량을 그곳에 많이 비축해 둠으로써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했다고 한다.그들이 식품을 저장하는 풍습은 기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북(中北) 유럽의 기후는 풍요로운 여름과 결핍의 겨울로 양분된다. 겨울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6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그 지루한 겨울을 위해서는 비축을 하지않으면 죽게 되어있다. 중북구(中北區)의 비축문화는 미국 사회에도 번졌다.미국 개척시대에는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땅속 깊이 감자를 묻어두는데 관리를 잘못하여 썩어버려 수 백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라든가 겨울날 사슴 한 마리를 잡아 그 고기를 땅속에 묻어 보존함으로써 한가족이 아사(餓死)를 면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는 게르만 민족의 비축문화를 본받은것이다. 비축문화는 물건을 아끼고 절약하는 정신을 낳는다. 낭비구조로 되어있는 우리 생활을 비축 문화쪽으로 바꿔야 한다./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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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세균
  • 2009.07.09 23:02

[문학] 盧 전 대통령 향한 시인 262명의 노래

"당신 떠난 그 자리에 / 사람들이 모여 듭니다 / 당신 떠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서성이며 울고 있습니다 / 아아 천둥번개 비바람 지난 뒤에도 / 당신 떠난 빈 자리에 / 사람들은 숲이 되어 서 있습니다"(정희성 '봉화산')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앞두고 시인 262명의 추모 시를 모은 추모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화남 펴냄)가 출간됐다.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김영현) 소속 시인들을 주축으로 원로부터 신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인들이 참여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들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일깨운 가치를 기렸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그런 서민적인 대통령을 갖지 못할 것이다. /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강남역 6번 출구 시민 분향소에서, 서울 신림동 고시촌 분향소에서 그 앞에 경건하게 한 자루의 향을 피워올리며 기원한다. / 남은 일은 우리에게 맡기시고 편히 쉬시라!"(이시영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중)"당신의 비보를 듣고 낮은 문턱도 절벽이었다 / 이 땅의 민주주의도 천길 절벽이었다 / 사람들 마음에도 절벽이 패였었다 / 그러나 그러나 / 사람들 가슴으로 흐르는 눈물의 강은 뜨거워 / 떨쳐 일어나며 대오를 형성하고 걷는 사람들 맘에 용기 터져 솟아올라 / 우리가 우리 세상 찾으려 맘 뭉쳤던 4ㆍ19, 5ㆍ18, 6ㆍ10, 민주 사다리 올곧아 / 한 줌 어두움의 편인 절벽은 제풀로 낮아졌다"(함민복 '당신이 지지 않았다' 중) 문학평론가 임우기 씨는 "이 시집에는 노무현 선생의 서거를 계기로 생겨난 시인과 서민적 삶의 정서 간 시적 연대감이 충만하고, 아울러 그분이 다시 살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과 기도를 통해 시인 저마다의 초월적 영성이 익어가는, 전례 없는 시적 풍경들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문학평화포럼과 '노무현 전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는 이번 시집 발간에 맞춰 49재를 하루 앞둔 9일 봉하마을에서 '부활하는 푸른 님이여!'라는 제목의 추모예술제를 개최한다. 이 예술제는 정희성, 홍일선, 강은교, 이원규 시인 등의 추모 시 낭송과 함께 진혼무, 진혼굿 등으로 구성된다. 54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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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7.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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