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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 인정 동화에서부터"

‘다문화시대의 아동문학은 작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계몽자의 위치에서 접근하지 말고 외국인 노동자나 이주 여성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8일 오후 2시 30분,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는 AALF가 주최한 ‘다문화시대의 어린이문학’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가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세 명의 동화작가 김지광, 원유순, 안미란씨가 발제로, 아동문학 평론가 조은숙, 김현숙, 유영진가 토론으로 참여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외로운 지미’의 작가 김지광씨는 “우리 문학, 특히 동화문학 속에서 국가와 민족, 인종, 피부색, 종교 등에 의한 차별을 떨쳐내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며 “그 길이 우리 어린이들로 하여금 소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참다운 민주 사회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고 밝혔다.인권운동에 참여하는 베트남 이주 여성 ‘리엔’의 삶을 그린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의 작가 원유순씨는 “다문화 문제를 그려내면서 그 사람들을 동정하거나 우리에게 편입시키려 하지 말고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안미란씨는 대부분의 동화들이 다문화 문제나 이주 여성, 노동자의 문제로만 접근, 평범한 사람의 문제로 접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 문화일반
  • 김은자
  • 2007.11.09 23:02

2007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개막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이 20여년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댔다.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전주AALF)가 8일 개막, 역사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아시아 아프리카가 서구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순간. 낯선 얼굴들이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들은 서로를 뜨겁게 껴안았다. 과거 동서내전 구도 속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연대운동을 벌였던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에 참여했던 작가들도 전주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8일 오후 5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초청작가들을 비롯해 1200여명이 참석했다. 백낙청 전주AALF 조직위원장은 “인류의 모든 슬픔이 문학으로 인해 작은 위안이나마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훌륭한 문학을 할 수 있도록 이 축제의 날들을 길이 간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남긴 작가들은 “아시아 아프리카가 식민지로서 고통과 불행을 겪었지만, 우리에게는 펜이 있었다”며 “아시아 아프리카는 문화적 특수성과 다양성으로 서구 중심이 가져온 한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개막식 사회를 본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민족의 수난의 삶을 그린 고은 시인의 ‘성묘’를 낭송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14일까지 전북대 진수당과 한옥마을 내 AALF문학관 등에서 계속되는 전주AALF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38개국 27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디아스포라, 언어, 여성, 평화, 분쟁지역 작가들 등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와 함께 여기서 나온 작가들의 시대적 소명이 ‘전주선언’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10일 전주KBS 공개홀에서 열리는 고은-마흐무드 다르위시, 황석영-모옌, 황지우-루이스 응코시의 대담은 거장들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9 23:02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분쟁지역에서 온 작가들

세계는 지금 분쟁 중이다. 그리고, 분쟁지역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 참여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분쟁지역 작가들은 늘 자신을 괴롭힐 수밖에 없다. 분쟁 앞에서 작가는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현실을 반영한 글쓰기로 분쟁을 잠재울 수도 있다. 란데 무카가사나는 1994년 르완다 대량학살의 생존자다. 그는 대량학살 현장에서 남편과 형제, 자매 그리고 세아이를 잃었다. 대량학살의 회고와 조국의 재건을 원조하기 위해 그는 「죽음은 나를 원하지 않는다」 「앎을 두려워하지 마라」 「침묵의 상처」란 책을 썼다. 르완다 사회기구 갱생을 보조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진, 국가 재건 원조 및 대량학살 추모 기금 'Nyamirambo Point d'Appui'의 창건자다. 역시 대량학살 때 고아가 된 세 명의 조카딸들을 입양해 새 가족을 꾸린 란데 무카가사나는 르완다에 다시 새 집을 짓고 20명의 고아들을 돌보고 있다. 코트니부아르의 시인이자 삽화가인 베로니크 타주는 수많은 아프리카 젊은이들을 위해 문학연구소를 운영하며, 젊은이들을 위한 여러 책들을 집필했다. 그는 르완다 대량학살을 목격하고 소설을 썼다. 단순한 보도문학이 아닌, 대량학살을 당한 유족들과 고아, 강간피해자, 그리고 죄수들을 그렸다.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파트로 나데리. 그의 시가 명성을 얻기 시작할 무렵, 소련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범했다. 1984년 파트로 나데리는 수만명의 지식인들과 함께 카불 외곽의 악명 높은 감옥에 투옥됐다. 경찰들의 끊임없는 위협과 감시에도 그를 포함한 수많은 수감자들은 담배상자의 은박지나 신문의 빈 틈 등에 글을 썼고, 서로의 글을 나누고 비평하며 끊임없이 공부했다. 파트로 나데리는 담배 상자에 몰래 쓴 시들을 면회 온 아내에게 은밀히 건네줘 저항시들이 감옥 밖으로 빠져나가게 했다. 페르시아어로 쓰여진 그의 시 대부분은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탈레반은 그가 속해있던 작가 협회를 해체시켰지만, 그는 글쓰기를 계속했다. 아프가니스탄 문학계를 이끄는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문학적 자유를 지향하는 국제기구 '아프간 펜 협회' 협회장을 맡았으며, 현재는'아프간 시민사회 포럼' 미디어 부문을 주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렌드라의 시는 그 세계가 다양하다. 네덜란드 식민 지배를 체험한 철저한 카톨릭 신자인 아버지와의 불화를 바탕으로 쓴 시, 자바의 전통 민요와 서사시 형식을 사용해 전통문화를 중요시한 시, 인도네시아의 부패한 사회와 인간의 고독에 대한 시 등. 시집 「낡은 구두를 노래한 시」에는 소련과 중국, 북한 등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고독감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1978년 대통령 재선 반대 운동 등이 문제가 돼 '국가에 대한 증오심 유포 혐의'로 체포돼 투옥생활을 하고 창작활동이 일체 금지되는 수난도 겪었다. 창작 금지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은 1985년이 되어서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즈웰레딩가 팔로 조던은 국회의원이자 우편·통신·방송 장관, 환경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가족들은 정치와 관련, 많은 활동들을 했다. 그는 '반유러피언 연합운동'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7살 때부터 이 단체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팔기도 했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음바리 비라카지는 25세 젊은 시인이자 가수며, 작곡가다. 케이프타운 힙합 커뮤니티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취미로 연극도 하고 있다. 현재 요하네버그대학교 정치학 학생인 그는 전주AALF에서 분쟁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9 23:02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작가는 운명과 대항해야

흔히, 분쟁은 '대립하는 집단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자기 집단의 의지와 요구를 관철시킬 수 없을 때 발생'하며, '타협하거나 상대방을 굴복시킬 때까지 지속되는 행위'로 개념화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가치와 이익'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대립'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직접적 철권통치를 행하지 않음으로써, 아시아 아프리카 각국은 독립을 쟁취했다. '신제국주의의 시대'에 이르러서 아시아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어느 지역에서는 인종갈등(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 등)의 양상을 띠는가 하면, 종교갈등(레바논·인도네시아 등)의 색채가 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갈등(필리핀 등)과 민주화 요구(버마 등)로 분쟁이 촉발되기도 한다. 현대 분쟁의 특징은 단일 요인보다는 인종과 종교, 그리고 지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난맥상을 이루고 있다. 지금 아시아 아프리카 분쟁에서 문제의 핵심은 분쟁이 발생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분쟁이 극한으로 치닫을 때까지 그 누구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인류 공동체의 윤리적 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며, 현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화와 지역 분쟁의 심화당대의 전지구적 질서의 핵심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적 분쟁은 경제적 이권과 권력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도 하다. 게다가 세계화가 부추기는 양극화로 인해 서구 중심적 독점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분쟁과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착취로 인해 약소국가의 빈곤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환경 위기'에 따른 분쟁의 고조이다. 전지구적 환경 변화를 직접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곳은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지역이다. 실제로 소말리아 분쟁과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 지역의 분쟁은 환경난민의 대규모 이동을 촉발시켰다. 선진 강대국의 무분별한 소비주의가 조장한 환경변화가 경제적 취약지역인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재앙으로 민중들의 생존권을 압박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 희망 불씨 되살리기테러, 학살, 인종청소, 환경위기 앞에서 작가는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인간의 권리 옹호'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글쓰기를 통해 지속할 수밖에 없다. 언어를 다루는 작가는 '운명과 대항'해야 하리라. 지금 아시아 아프리카 각지에서는 미래에 대한 절망적 인식 속에서 극단적 선택이 횡횡하고 있다. 기존 질서에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타격을 가하려는 극단적 선택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운명'을 사유할 수 있는 '타자의 윤리'가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상생을 위한 '공동체의 윤리'를 구현하기 위해 작가들은 '인권에 대한 옹호'에 근거한 문화적 투쟁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오창은씨 글 일부 발췌>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11.09 23:02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국경 넘어 문학으로 꽃피운 우정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아시아 아프리카의 작가들을 만난다. '2007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전주(전주 AALF)' 행사의 일환인 외국인 작가와의 문학교실.AALF에 초대된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은 축제가 열리는 동안 도내 각 시군의 63개교를 방문해 문학을 이야기한다. 그 첫날인 8일에는 도내 33개 학교 학생들이 국내외 작가와 만남을 가졌다.8일 오전 군산의 전북외고에서 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붉은 수수밭'원작자인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 남아공의 시인이자 가수인 음발리(Mbali Ayanda Vilakazi), 남아공의 작가인 재키 톰슨(Jacqui Thompson)이 참가한 문학교실이 열렸다. 전북외고 121명의 학생이 참여한 문학교실에서 작가들은 중국어와 영어로 자신의 문학세계 와 모국의 문학환경을 소개했으며 학생들의 길문 공세도 이어졌다. 중국어과 학생 41명과 함께 한 모옌은 "처음에는 너무 배가 고파 돈을 벌 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만의 문학작품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해, 학생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학생들은 '맞은편 아가씨 여길봐'라는 제목의 중국 노래와 '냉정과 열정사이'의 주제곡 연주(현악)를 외국인 작가들에게 선사했다. 한 학생은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며 CD를 선물하기도 했다. 작가들은 운율에 따라 시를 읊고 사인을 해주며 이국의 어린 독자들에게 문학의 꿈을 심어주었다. 전북외고 김경민(29)·임정진 교사(31)는 "학생들이 외국인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문학 세계 뿐만아니라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면서 "학생과 작가들이 모두 만족하는 굉장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재키 톰슨은 1962년생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 남아공 국방위군의 모병제를 통찰한'인기없는 전쟁'첫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국 '선데이타임즈'의 논픽션 부문에서 49주간 톱10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같은날 김제여고에서는 우간다 출신 여성작가 린다 기찬다 스팬서(39)교수가 500여명 학생들과 문학에 대한 교감을 가졌다.린다 스팬서 교수는 "한국에는 처음왔지만 너무나 좋고, 특히 한국음식이 맘에 들어 체류기간 동안 한국음식만 먹고 가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보였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네 학생들로 부터 박수갈채를 받은 린다 스팬서 교수는 자신이 살아온 길과 우간다의 현실, 문학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는 "우간다는 오랜 내전을 겪었으며 전쟁이 끝난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처음에는 여성작가 3명만이 활동했을 정도로 글 쓰는 사람들이 없었으나 지금은 꽤나 늘었다"고 소개했다.즉석에서 우간다 노래한곡 불러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 린다 교수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게 노래라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한국전통 노래 한곡 불러달라고 부탁해 학생들의'아리랑' 합창을 선물받기도 했다.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린다 교수는 "아마도 무국적자, 떠돌이, 유랑민 정도로 알고 있을텐데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로 영국을 비롯 미국·캐나다 등지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나, 지금은 통상 외국으로 나가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면서 "우간다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금도 솔직히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 문화일반
  • 최대우·홍성오
  • 2007.11.09 23:02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전주AALF 개막연설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났다.” 8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2007 아시사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 개막식장에서 만난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각각의 상황 속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 한국을 찾은 270여명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들을 대표해 한국의 고은과 중국의 모옌, 이집트의 나왈 엘 사다위가 개막연설에 나섰다. △ 고은 '나는 제 3세계라는 이름을 폐기한다'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던 지난 20세기 후반 내내 제3세계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이 지칭은 명백하게 제1세계인 서구 및 미국 그리고 제2세계인 소련과 그 위성국가를 전제한다. 우리는 우리를 규정해 온 이름을 단호하게 폐기함으로써 두 대륙의 문학은 어떤 타율적 장애 없이 자생하는 생명체로, 그리고 그것의 유연한 소통이 있는 것으로 나아간다. 아시아의 힘이 팽창하고 있고 이제 곧 현재화를 통해 세계문학의 또 다른 기원을 열 것이다. 아프리카의 고통은 인류양심의 척도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 줬다. 인류의 출발점인 신성한 땅은 모독당할 수 없는 선사적인 축복으로 역사의 고난을 치유할 내일을 발굴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났다. 아프리카, 아시아 두 대륙이 가진 아직은 보여지 지 않은 미지의 상상력이 이제 가동될 것이 틀림없다.제3세계가 끝난 진정한 세계는 어떤 타자의 이름도 받아들일 이유 없는 세계이다. 우리의 문학이 그곳에 있길 바란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11.09 23:02

[주목!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관심갖고 적극참여를

△미리보는 모의재판= 오는 12일 오전 10시 전주지법 2호법정에서는 국민참여형사재판 모의재판이 열린다.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제2형사부 강을환 부장판사의 심리로 서애련·최행관 검사와 홍요셉·김학수 변호사 등이 공방에 나설 예정이다. 재판은 배심원으로 출석한 30명 가운데 10명을 고르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제비뽑기로 1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씩 나와 검찰과 변호사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대답을 들으며 ‘기피인물’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배심원을 고른다. 배심원 선정작업이 전체 재판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법원측의 설명. 배심원 선정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사건 심리가 시작된다. 대본을 읽는 형식이 아닌, 검사와 변호인은 배심원들을 상대로 헐리우드영화에서 봤음직한 ‘즉흥공방’을 펼친다. 배심원단은 양측의 최후변론까지 청취한 뒤 평의에 들어가고,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게 된다. 다만 배심원 평결이 구속력을 갖는 미국과 달리 국민참여재판제의 평결은 권고의 효력만 갖게된다.△연착륙 과제= 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관심부족. 실제로 전주지법이 지난달 모의재판을 앞두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참여 모의재판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는 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했다. 전주지법은 관할 7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주민 500명에게 서면으로 모의재판 참여의사를 물은 결과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한 사람은 46명에 불과했다. 이는 500명 가운데 서류를 송달받은 427명의 10.8%에 그친 셈이다.또 재판지연에 따른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가뜩이나 법관의 업무량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국민참여재판 도입에 따른 배심원 선정작업 등 업무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체 형사사건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검사와 변호인의 언변에 따라 배심원들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말 잘하는 법조인’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법원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은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사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의 민주화를 위한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전반적으로 20∼30대 등 젊은 층에 대한 관련 제도 홍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7.11.09 23:02

[전북문화의 발견] 내장산 단풍부부축제를 만든 사람들

'내장산단풍부부사랑축제'가 지난 11월 4일 막을 내렸다. 백제가요 정읍사와 천혜의 자연 내장산 단풍을 축제로 부활시켜 전국에 자랑할 만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정읍시와 민간단체가 힘을 합해 야심차게 기획한 작품이다. 이 새로운 방향성을 타진한 축제 역시 지역 홍보와 지역 경제 이바지라는 관광적 차원의 접근일터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축제가 지역민에게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문화의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려면 당연히 지역 문화 일꾼의 참여는 필수적일 것이다. 이번 축제에서 민간부문 일을 도맡아 처리한 김용련, 박상주씨, '태산선비문화사료관'의 안성렬관장, 정읍의 문화지도를 특유의 글 솜씨로 인터넷 신문 '정읍통문'에 소개하는 이진우씨, 가야금연주가 이현씨를 만났다. 이번 축제에서 제일 의미 있는 장면을 물었더니 김용련 팀장은 "국화축제 수준이 높다는 말들 들었다”고 말했다. 정읍의 23개 읍면동이 민속경연대회를 개최해서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던 것, 지난 봄 황토현 동학축제는 위에서 내려온 팀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 축제는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즐긴, 그래서 마치 주권을 찾은 듯한 느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그렇다면 아쉬움은 없을까. 조각이 전공인 그는 "애써 설치한 구조물이나 축제의 흔적을 깨끗이 원상복구 해놓아야 하는 일이 속상하다”며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협조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개최된 전국민속예술인축제의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올봄 황토현 동학축제에서도 실무를 맡았었다."용역 프로젝트에는 우리 같은 정읍사람을 참여시켜 주지 않으니 저도 박사학위를 꼭 따야겠다”는 그의 말에 "박사 따서 도시로 도망가려고 하느냐”고 이 현씨가 화답,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 현씨는 가야금병창단에서 연주를 하면서 '산호수 음악회'를 개최, 문화일꾼들에게 장소와 음식을 지원하는 문화일꾼들의 '누님'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제는 민예총에서 용역을 맡았고, 정읍사 부부사랑축제 전국화 방안은 배재대에서 했는데 용역팀들은 가끔 전화로 묻거나 이 동네 사람들이 제시한 인터넷 자료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인용하고는 이쪽 사람들의 수고는 쏙 빼고 맙니다.”이 씨의 말에 이어 '정읍 문화바닥에서 18년째 바닥 일을 맡고 있다'는 박상주 씨가 입을 열었다. "준비과정에서 높으신 분부터 민간인과 잡상인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여기까지 왔지요.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면 조금씩 문화계의 인적네트워크가 늘어나서 내년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중요한 거죠.” 그는 전통풍물보존회, 수제천 연주단, 가야금 병창단 고수, 문사정, 집강소 또 국악협회 일에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는 사람이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정읍은 빠르게 노쇠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또 내가 살다가 죽을 이 고장을 생기발랄한 곳 문화예술의 중심지를 만드는 것이죠.” 안성렬 관장은 3년째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정읍의 명필인 동초 김석곤 선생의 발자취를 찾는 책을 펴냈다. "저 혼자 한 것이 아닙니다. 탁본하느라 고생을 하기는 했죠.” 이날 만난 정읍의 문화일꾼들은 한결같이 '사람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결국 지역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임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 문화일반
  • 신귀백
  • 2007.11.09 23:02

[전북문화의 발견] ③정읍의 문화 일꾼

각 지자체마다 문화 콘텐츠 찾기가 한창이다. 그 콘텐츠는 축제로 이어지는데 뭔가 매력적 메뉴가 없으면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 정읍은 내장산과 단풍, 갑오동학혁명, 정읍사, 최치원 정극인의 상춘곡에 이어지는 태산선비문화권 등 너무 폭이 넓어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콘텐르가 너무 많다. 행복한 고민일 수 밖에 없다. 몇일 전에 끝난 '내장산단풍부부사랑축제'의 이름만가지고도 그 행복한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다. 축제를 둘러싼 정읍 문화일꾼들의 문화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 가을 전북 문화계를 놀라게 한 책이 한 권 나왔다. 인구 2000여명의 정읍시 소성면에서 면지(面志)가 나왔는데 책의 내용과 디자인이 일찍이 없던 스타일을 과시한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모인 문화일꾼들 중 다섯명이 소성면지에 참여한 터였다. 누가 제일 고생했느냐고 물었더니 이 고장 지리 연구에 가장 활발한 글을 발표하는 박래철 교사(정읍중)를 비롯해 한결같은 답이 나왔다. "다 고생했지만 곽상주 선생이 발로 뛰고 백운경 작가의 손의 힘이 제일 컸지요." 면지 발간을 위한 조사과정에서 곽위원은 영원(永元)면지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백제의 돌방무덤 등 고대 유적과 마을사를 밝혀내는 활약을 했다. 곽상주씨는 농민이다. 동학축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농민들이 가장 바쁜 때라서 시기적 문제점이 있지요. 사실 세계화로 갈 수 있는 기가 막힌 소재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동학축제는 결국 농민대회로 가야 합니다.” 이상섭 교사(배영고)는 종교적 성격이 있어서 타종교가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면을 지적, 행사가 지나치게 공연쪽에 집중되어 있어 문화적 접목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성면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사진과 디자인. 이 작업을 맡았던 사람은 소성면 중광리에 살고 있는 아트디렉터 백운경씨다. 제일기획에서 일했던 그는 지역의 문화가꾸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적지 않은 문화행사중에서 '정토사 산사음악회'를 의미있는 작업으로 꼽았다. "마음이 움직이면 작은 예산으로도 사람들이 쉬고 기대는 음악회가 가능하죠. 소 돼지 키우는 분들이 십시일반해서 음악회를 주최합니다.” 박교사는 작은 축제 이야기가 나오자 '야생화 축제'를 좋은 축제로 소개했다. 정읍에는 문화정책과 문화기획에 관한 모임이 있다. '샘터문화집강소(상임대표 정창환)' 다. '집강소'란 이름은 물론 동학혁명의 본향임에 착안한 이름이다."정읍의 지역 문화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 문화공간의 확충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정읍문화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명칭으로 문화적 중앙집권주의에 대한 저항과 대안의 의미를 내포하지요.” 유종국 교수(전북과학대)는 11차례의 정기 포럼을 통해 정읍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아젠다를 제시하려는 노력해왔다고 소개했다. 최근 논란을 몰고온 국립공원 명칭변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백양사토론회에 정읍시민대표로 참여한 사진작가 최영진씨는 30년 넘게 간직해온 이름을 바꾸는 일은 온당치않다고 말했다."정읍시민은 환경이 오염되는 공장을 멀리하고 내장산의 브랜드 가치를 살리기 위해 30년 넘게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 이름을 바꾸라니요.” 밤이 깊어지자 자연스럽게 예산 문제가 거론됐다. '굴러가는 돈은 많은데 이 지역 문화 인력은 들러리가 된다'는 뼈아픈 지적이 쏟아졌다. 시골서 문화일 하는 사람들의 기획력이 떨어진다고 용역 자체도 중앙에서 진공청소기로 쫙 빨아가는 행태를 두고 이들은 분노했다.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깊은 사람들이 당연히 가질 수 밖에 없는 '분노'란 생각이 들었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 문화일반
  • 신귀백
  • 2007.11.09 23:02

[함께 떠나요] ⑩진안 운교마을 '매사냥터'

입동(8일)이 지났으니 이제 겨울이 시작된 셈이다. 11월 중순 이후에는 찬 바람이 드세어지면서 모든 생명체들이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간다. 우리네 조상들의 겨우살이는 굶지않고 따뜻하게 지내는 일이 일차적인 과제였겠지만,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활력넘치게 한 겨울을 나는 재치가 있었으니 한민족 최고의 겨울 스포츠 '매사냥'이 그것이다. 자랑스럽게도 매사냥은 산세가 아름다운 전라북도 지역에서 성행했고 아직도 진안에 그 맥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조상들의 슬기로운 겨울맞이를 되돌아보는 뜻에서 매사냥을 몇 회에 나누어 싣는다.편집자주. 겨울철에 접어들면 사람이나 모든 동식물은 움츠러든다. 생명체에겐 추위라는 게 더위보다 훨씬 혹독한 자연현상이어서 추위를 몰고오는 겨울은 동식물들에게 있어서 살아 넘느냐 죽느냐, 목숨을 건 사투의 기간이다. 사람들은 요즘 따뜻한 옷과 기름진 음식, 그리고 난방장치가 잘 된 건물에서 살게 되었기에 겨울의 혹독함을 잘 모른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나 시골에서 재래식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 추위의 삭막함을 잘 안다.이 춥고 황당한 겨울을 즐겁게 나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 조상들은 '살맛나는 겨울나기'에 유감없이 지혜를 발휘했으니, 전라북도 진안 지방에서 유행했던 매사냥은 그 가운에서도 압권이다. "애기야!---” "매 나간다--!”해마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 마을 산자락, 마이산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눈세상에서 사람과 매, 그리고 꿩이 뒤엉켜 죽자살자 한 판을 벌인다. 이곳이 바로 서구화 산업화에 밀려 하마터면 사라질 뻔 했던 우리의 귀중한 민속-매사냥이 살아 있는 현장이다.매사냥은 야생 매를 받아 길들여서 꿩을 잡아 오도록 하는 겨울철 전통 사냥의 일종이다. 들짐승을 길들여서 들짐승을 잡아 오도록 하는 일이니 얼마나 사람의 공력이 들어가는 일이겠는가. 그래서 매사냥이야 말로 사람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람이 자연으로 자연을 제압하는 '신토불이 자연 스츠'라고 할 만 하다. 이 매사냥이 옛날에는 겨울철 청소년의 주색잡기를 막기 위한 건전 오락으로 권장되었다고 하니 그가치를 알 만 하다.또 성인들 사이에서는 '1응, 2마, 3첩'(한량들의 즐거움 거리로 매사냥이 으뜸, 말타기가 그 다음, 첩을 두는 일이 세 번째라는 뜻)라고 해서 매사냥을 호걸 한량들의 겨울철 레포츠로서 최고로 쳤다. 그래서 좋은 사냥매 한 마리가 좋은 말 한 필과 맞먹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요즘 시세로 치면 사냥매 한 마리가 승용차 에쿠우스나 렉서스 한 대와 맞먹었다고나 하겠다. '시치미 떼다' 매사냥서 유래된 말이밖에 "시치미를 떼다” '끈떨어진 매' '꿩잡는 게 매' '3뜯기'(매사냥꾼은 매털을 뜯고, 매사냥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니 땔감이 없이 울타리를 뜯고, 방사를 게을리하여 마누라에게 꼬집히고...) 등 매사냥에서 유래한 말이 지금까지도 속담처럼 흔적으로 남아있는 현상에서 예전에 얼마나 매사냥이 비중높은 놀이였던가를 알 수 있다.여기서 우선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뜻을 풀어보자. 시치미는 매방울과 함께 매의 꼬리에 다는 매주인의 이름표이다. 매가 꿩을 좇아 시야에서 멀리 갔을 때 꿩을 잡은 매의 위치를 곧 알아볼 수 있도록 소뿔을 깎아 주인의 이름을 새기고 하얀 거위털과 매방울을 달아 매꼬리에 부착한다. 그러면 꿩을 잡은 매가 꿩의 몸부림에 흔들릴 때마다 방울소리가 나고 하얀 거위털이 펄럭거려 먼 데서도 곧 눈에 띈다. 매로부터 꿩을 재빨리 떼어내지 않으면 굶주린 매가 꿩을 많이 뜯어먹어 더 이상 사냥할 생각을 하지 않고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매가 달아났을 경우에 대비해 시치미에는 매주인의 이름을 새겨놓는 것이다. 멀리갔던 매가 다시 배가 허기가 지면 인가에 드는데 이때 남의 집에 들어간 매는 시치미떼이는 신세가 된다. 사냥매가 워낙 대접을 받던 시절이라 남의 매를 갖게 된 사람은 매주인 이름이 새겨진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자기 것인 양 태연해 한다. 그런 모습을 두고 '시치미를 뗀다'고 했는데 요즘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모습을 일컫는 뜻으로 쓰인다. 매사냥은 고조선 시대에 북방 수렵 민족인 숙신족으로부터 들어왔다. 백제때는 이를 일본에 전해 주었고 일본은 또 미국 등 서구에 전파 시켰다. 고려때는 '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고 매사냥을 국가적으로 관리했으며 원나라에 '해동청 보라매'라는 사냥매를 조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또 조선 시대에는 '내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고 군역 대신 매를 잡게 했으며, 그 후 일제때는 허가제 아래에서 매사냥의 맥이 이어졌다. 그러던 것이 60-70년대 이후 산업화에 따른 이농 현상과 자연 훼손으로 매사냥은 어느날 우리 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래서 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사진이 아닌 그림밖에 나오지 않는다.조선시대 관청 두고 국가적으로 관리진안의 매사냥이 발견된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겨울에 이곳을 지나 가다가 우연히 찾아내서 기사화 했던 것이다. 지금 진안 매사냥의 주인공은 백운면 운교리 박찬유씨다. 전에는 이웃마을 전영태 옹이 진안 매사냥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는데 2년 전 타계했다. 전 옹은 매사냥으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일명 인간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었다. 그 분은 20대부터 작고하기까지 50 여년 동안 매사냥을 해왔다. 10여년 전 문화관광부의 조사 결과 '전영태 패' 매사냥이 전국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매사냥꾼 들이라고 밝혀 지기도 했다.매사냥 50년 전영태옹 인간문화재에매사냥은 찬 바람을 타고 매가 날아드는 11월 중순 이후 야생매를 받는 일(매를 귀하게 여겨 '잡는다'고 하지 않고 '받는다'고 한다.)로부터 시작된다. 산등성이 시야가 넓은 곳에 살아있는 멧비둘기를 미끼로 하여 매장(매그물)을 친다. 그리고 매장으로부터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장 움막을 치고 미끼에 연결된 줄을 가끔 흔들어주며(비둘기가 꿈틀거리도록) 매가 날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매가 비둘기를 채러 급강하하다가 그물에 휘말리게 되는데 매가 퍼덕거려서 날개가 상하기 전에 재빨리 그물에서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위장막에서 숨을 죽이고 밤낮 며칠이고 기다리는 것이다.이렇게 하여 잡힌 매는 집안으로 조심스레 모셔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매 훈련이란 우선 사람과 낯을 익히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식사량을 줄이고(허기져야 꿩을 보면 사정없이 달려든다. 또 살을 줄여야 민첩해 진다), 사람이 먹이를 주면서 부르면 날아와 받아먹는데 익숙하게 길들이는 것이다.다음회에서는 사냥매의 종류와 사냥 중 매가 부리는 기상천외한 재주 등을 소개한다./여행전문프리랜서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11.09 23:02

전주, 문학의 수도 꿈꾼다

‘경이로운 충돌’. 제3세계의 도도한 행진이 시작된다.아시아 아프리카 38개국 270여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전주AALF)가 8일 개막한다. 역사적으로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두 대륙의 상처를 문학으로 치유하는 자리. 그간의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의 연대가 정치적 진영 만들기로 흐른 경향이 있었다면, 전주AALF는 대립보다는 연결에 힘을 쏟는다. 백낙청 조직위원장은 “인류문명의 존속과 진전에 필요불가결한 글쓰기와 글읽기의 소중함을 중심으로 폭넓은 연대를 이루고자 한다”며 “이런 역사적 과업에 한국의 문인들이 앞장서고 한국이 그 첫 만남의 장소가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학적으로는 구미문학 중심의 기존 틀을 깨고 세계문학 안에서 다양한 문학이 공존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며, 문학적 자산이 풍부한 전주가 한국 문학의 수도가 되는 첫 걸음이다. 8일 오후 5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백낙청 조직위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고은 시인의 기조연설 ‘나는 제3세계라는 이름을 폐기한다’가 이어진다. 중국 작가 모옌과 이집트 작가 나왈 엘 사다위는 개막연설을 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고은 시인의 ‘성묘’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일제치하부터 분단 상황까지 민족수난기 민중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 붓과 유리잔을 이용해 ‘2007 AALF’를 쓰는 개회선언도 특별한 퍼포먼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민요, 환경과 노동 등 전주AALF와 밀접하게 연관된 공연도 펼쳐진다. 공식 프로그램인 학술행사는 디아스포라, 언어, 여성, 평화, 분쟁지역 작가 등으로 나눠 9일부터 11일까지 전북대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진안 전통문화전수관에서 진행된다. 11일에는 학술행사 성과들을 모아 ‘전주선언’을 발표한다. 문학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특별행사는 전주 한옥마을 내 ‘AALF문학관’에서 펼쳐진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8 23:02

[아시아ㆍ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읽기]문학축제 "맘껏 즐기자"

“한국 작가들도 모르는데, 외국 작가들을 어떻게 알아요?”“저는 책만 보면 나른하니, 졸음이 쏟아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전주AALF)에서는 즐겁다. 전주AALF가 문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했다. 작품으로만 흠모했던 작가들과 직접 눈 맞출 수 있는 기회. 세계가 주목하는 문학 축제에 꼭꼭 숨어있던 작가들도 오랜만에 외출했다. △ 문학카페 ‘글빨, 술빨, 얼굴 빨강!’누군가 그랬다. ‘술빨’이 곧 ‘글빨’이라고. 주당으로 소문난 작가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황홀한 기분은 전주AALF에서만 맛볼 수 있다. 작가들을 마담으로 부리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김용택의 맥주 문학카페’는 한옥마을 경기전 옆 이오스에 차려진다. 김용택 시인을 대표마담으로, 수석마담은 복효근 신귀백, 진짜마담은 정종화, 새끼마담은 윤석정 경종호가 맡는다. 평소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였던 동문사거리 새벽강은 ‘박남준의 새벽강 문학카페’가 된다. 대표마담은 당연히 박남준 시인. 안상학 한창훈이 수석마담에, 은자누나가 진짜마담에, 유강희 문신이 새끼마담에 임명(?)됐다.‘안도현 시인의 막걸리 문학카페’는 효자동 홍도주막에 차려진다. 대표마담은 안도현 시인, 수석마담은 이정록 김병용, 진짜마담은 한정화, 새끼마담은 박성우 최명진이다. 전북작가회의 문학카페는 삼천동 초원막걸리에 차려진다. 명예마담 정양, 대표마담 이병천, 수석마담 문병학 이병초, 진짜마담 김저운, 새끼마담 서철원 최기우가 기다리고 있다.코아호텔 13층 스카이라운지에 마련되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의 문학카페’는 ‘통역 상시 대기’란 말에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다. 자기 이름 걸고 카페를 차린 대표마담들의 한마디. “술값 팍팍 깎아놨으니 와서 실컷 드세요!”다.문학에 자신 없다면, 주량으로 문인들 기를 꺾어놓는 건 어떨까.△ 작가와의 만남“쇼를 하라! 쇼!”10일 한옥마을 옛 코아아울렛 자리에 차려진 AALF문학관. 이름만 들어도 눈길이 ‘확’ 가는 특별토크쇼가 펼쳐진다. 낮 1시 진행되는 ‘문태준-김연수 토크쇼’는 현재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시인과 소설가의 만남이다. 경북 김천 출신인 두 작가는 중·고교 시절부터 동기동창으로 25년 묵은 친구 사이다. 먼저 시인으로 등단한 김연수에게 문태준이 습작시를 봐달라고 찾아와 “자네, 이대로만 쓰면 곧 등단할 거네”라고 말한 다음달, 문태준이 등단한 일화는 유명하다. 전주AALF에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입담 대결이 펼쳐진다.‘도종환-박남준 토크쇼’는 오후 7시에 진행된다. 두 시인 모두 복잡한 도시생활을 등지고 산골에 묻혀 아름다운 시편들을 한 올 한 올 엮어내고 있는 작가들. 은둔생활을 하다시피하는 두 시인이 만나 서로의 삶과 문학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도시생활에 찌든 독자들에게는 산소 같은 이야기들.11일 오후 6시 AALF문학관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맞장 토론’이 벌어진다.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어 젊은 작가군이 문학적 우정을 나누는 토론의 장. 문학적 고민을 나누며 옥신각신 충돌하다 뜨거운 가슴을 껴안는 자리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은 모두 만날 수 있다. 원로 소설가 송언을 필두로 이경자 함정임 전상국 김인숙 윤후명 서영은 윤대녕 성석제 조경란 등이 8일부터 12일까지 독자들과 만난다. △ 전주AALF의 특별한 전시 및 판매AALF문학관 속 특별부스 ‘두 대륙의 문학관’. 한국문학관, 아시아문학관, 아프리카문학관 전시 부스가 마련된다. 한국 문단의 흐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두 대륙 초청작가와 주요작가의 사진과 프로필, 대표작품이 전시되며, 각 나라의 대표적인 문학 잡지와 문학정보도 소개된다. 아시아관은 마흐무드 다르위시(팔레스타인) 셀리나 호세인(방글라데시)을 비롯해 30여명, 아프리카관은 루이스 응코시(남아공) 제임스 메튜(남아공) 등 50여명의 작가들이 채운다. 초청작가가 본인 프로필 앞에서 사인회를 하는 등 즉석 행사도 펼쳐진다. 고은 김지하 황석영 등 근현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300여명의 작가가 소개되는 한국관에서 남·북한 문학을 비교한 특별전도 꼭 챙기자. 창비와 학고재, 웅진, 문학동네 등 국내 유명 출판사 30여개가 전주AALF에서 책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각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들이 부스에 대기해서 작가 사인회를 열고, 좋은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할인판매 행사도 진행한다. ‘우리시대 판화가 3인전’에서는 이철수 남궁산 지용출의 AALF 공식 목판화가 전시판매된다. △ 외국인작가 ‘한국역사문화체험’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 중에는 어렵게 비자를 받아 한국을 찾게된 이들이 많다. 또 언제 한국을 방문하게 될 지 모를 작가들을 위해 ‘한국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제1차 백제문화체험(8일)은 왕궁탑-가람 이병기 생가-공연 관람-원광대 박물관으로 이어지며, 제2차 한국불교문화체험(10일)은 금산사를 찾아간다. 제3차 한옥마을체험(11일)은 전주맛잔치 관람과 한옥마을 투어, AALF문학관 관람으로 채워진다. △ 놓치면 아까운 프로그램작지만, 놓치면 아까운 프로그램들도 많다.‘다문화 시대의 어린이 문학’을 주제로 한 아동청소년문학토론회가 8일 오후 2시30분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다. 김일광의 「외로운 지미」와 원유순의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안미란의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 등 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들의 문제를 다룬 책들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 시노래모임 ‘나팔꽃’ 공연도 8일부터 13일까지 매일 오후 3시부터 AALF문학관에서 열린다. 김용택-김현, 정호승-김현성, 정희성-김현성, 안도현-김원중, 정일근-김원중, 도종환-김원중 등 시인과 가수가 짝을 지어 출연한다. 노래 같은 시, 시 같은 노래에 행복한 세상이 밀려온다. 페스티벌 기간, 시낭송회도 이어진다. 9일부터 14일까지 AALF문학관에서는 정호승 이가림 이시영 신경림 문인수 김사인 장석남 강은교 오세영 정양 문정희 이하석 진동규 등 유명 시인들이 직접 낭송하는 자작시가 울려 퍼진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8 23:02

[아시아ㆍ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평화를 노래하는 작가들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전주AALF)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바라는 평화는 시대 흐름과 같이 한다. 지배와 피지배, 분단과 갈등의 역사 앞에서 서로 다른 개체들이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은 곧 문학으로 표출된다. 간접적이거나 혹은 직접적이거나, 표현의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의 바람은 오늘도 고통과 슬픔에 시달리고 있는 인류의 평화다. 1969년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가 시상하는 ‘로터스상’(Lotus Prize)을 수상한 마흐무드 다르위시. 그는 평화를 노래하는 대표적인 작가들 중 한 명이다. ‘팔레스타인 민족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정치적 활동으로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으면서도 아랍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당당하게 외쳐왔다. 지배와 억압을 받아야 하는 비참한 현실을 절규와도 같은 생생한 육성으로 표출했으며, 이는 곧 문학으로 승화됐다. 1988년 팔레스타인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그는 전주AALF에서 평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본의 다테마츠 와헤이는 1985년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에서 주는 ‘젊은 작가를 위한 로터스상’을 수상했다.따뜻한 온기가 도는 소설을 써온 그는 최근 자연 환경 보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5년에는 ‘단카이(일본 전후 베이비 붐 세대) 세대들이여, 고향으로 돌아가자’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기도 했는데, 이 행사는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단카이 세대 100만명을 농촌에 정착시켜 일본 농업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문예평론가로 활동한 다카하시 토시오도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다. 동시대를 날카롭게 인식하는 명석한 비평가로 알려진 그는 일본 사회와 마음의 붕괴를 파악하는 등 문화비평과 사회비평에도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2000편이 넘는 서평과 시평을 쓰고 영화와 만화, 음악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며 갖춘 균형있는 시각으로 전주AALF에서는 평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사회문학회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문화청 무대예술국제페스티벌 실행위원, 무대예술창작장려상 선정위원, 창조활동중점지원사업 심사위원, 예술선장 추천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일본 문화예술계를 이끌고 있다. 바바패미 아데예미 오소피산은 사회문제 비평으로 잘 알려진 나이지리아 작가다. 평화와 맞닿아있는 선과 악의 분열을 주요 주제로 아프리카 전통 여흥과 초현실주의를 그리고 있다. 그는 지도자의 부패경향을 폭로하고 권위를 비판한 ‘신독립 나이지리아’ 작가 중 한 명이다. 1970년대 비오던 제이포, 니이 오산다르 등과 함께 사회발전을 위해 근본적 정치 주도의 스타일로 활동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인 제임스 메튜는 주로 저항적인 책들을 저술, 출판물 대부분이 금서로 지정됐다. 국가의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사상가이자 작가, 문화적 근로자의 길을 택한 그는 정치적인 글로 인종차별정책을 쓰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케이프타운 노동자계급과 흑인거주지역의 실상 등을 글로써 세상에 알리며 인종간 평화를 기다리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8 23:02

[아시아ㆍ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평화-인류의 고통과 슬픔

21세기의 평화를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동서 냉전체제의 종말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의 성공으로 막을 올린 좌우의 이념대결이 1989년 대단원에 이르렀다면, 그 이후의 세계사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그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하는가.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에서 진행할 평화에 관한 논의는 바로 이러한 21세기의 청사진 위에서 펼쳐지게 된다. 작가는,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고통과 슬픔을 뛰어넘은 세계를 상상하면서 그 실현을 위해 언제나 한발자국 앞서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에도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자아내는 정치사회적 모순은 존재해 왔다. 다만 매 시대에 따라 특정 모순이 표면 아래로 가라앉고 대신 다른 모순이 도드라지게 불거졌을 따름이다. 9·11사태로 시작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치적 상상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우리 인류가 감당해야만 할 문제는 무엇인가. 특수성 배제 공존 가능성 마련1. 우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는 디아스포라에 주목할 수 있다. 그들 나름의 장구한 역사가 있고, 거기서 배태된 독특한 삶의 방식(문화)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위계짓지 않고 상호 존중의 태도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공존의 태도는 생태 문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미 지구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심각한 환경 재앙에 직면한 상태이다. 그러니 여기에 대한 지구적 차원에서의 공동대응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환경 문제는 언제나 국경의 변별을 넘어선다. 자원의 배분에도 무관심할 수가 없다. 지하자원의 고갈을 우려하는 제국의 자원 보유국 침략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가지 문제-디아스포라, 환경 문제, 자원의 배분-는 인류가 당면한 공동의 운명이라고 파악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세계사의 보편적인 관심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해 볼 만하다. 그렇지만 보편성으로 쉽게 수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놓쳐서도 곤란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인 맥락과 현실 조건의 차이로 빚어지는 서로의 특수성을 확인하고, 그 위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마련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세계 질서를 화이부동 가치로2. 평화를 논의하는 첫번째 목표는 당면한 현실 문제에 닿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상상력의 측면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두번째 목표는 근대 이후 인류의 미래 질서를 구상해 보고, 그 가운데서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데 둔다. 일찍이 서구의 근대문명이 세계적으로 확산할 즈음 비서구권 국가들은 구망도존(救亡圖存)의 위기감에 노출되었던 바 있다. 서구의 근대화 방식에 따르지 않는다면 존립 근거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협 속에서 서구적 근대의 재빠른 수용이 절대적인 선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에 반비례하여 재래의 전통요소가 폄하되었던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본디 정체성이란 존재의 개별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되 외부 세계의 영향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편성과 특수성의 긴장을 끌어안으며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나의 딱딱한 근대’가 아닌 ‘여러 개의 유연한 근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근대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질서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로 재편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홍기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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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11.08 23:02

전주서 펼쳐진 황병기 가야금 세계 전북대 예술문화연 주최 초청특강시리즈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70)의 예술세계가 전주에서 펼쳐졌다.전북대 예술문화연구소(소장 임미선)가 ‘국내외 유명연주자 초청특강시리즈’의 일환으로 주최한 이날 강연 주제는 ‘황병기 가야금의 세계’. 7일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아트홀에서 열린 강연은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했다.“6·25 피난 시절 들은 가야금 소리에 반해 가야금을 시작했다”며 운을 뗀 황감독은 “꽃이 그냥 아름다워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가야금 소리가 좋아 배웠을 뿐”이라고 말했다.젊은 시절 그의 꿈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야망도 없고 색다른 것도 없었지만 그저 좋아 배운 가야금으로 현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야금 연주자로 꼽히고 있다.황감독은 자신이 발표했던 ‘침향무’등 전통적 가야금과 전혀 다른 곡들을 들려주며 중간 중간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는 오락적인 음악보다는 인간의 정신을 정화시키는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전통적인 것도 좋지만 식상하고 사람들에게 감흥이 떨어진 음악은 안된다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했던 이왕수(전북대 2년) 씨는 “판소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며 “황 감독님의 강연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황병기 감독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올해 6월 ‘달아 노피곰’ 앨범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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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연
  • 2007.11.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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