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3 11:22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아름다운 화음에 제자 사랑을 싣고...김달진 교수ㆍ제자 음악회

스승과 제자의 정(情)이 묻어나는 공연이 소리전당을 달궜다. 지난 2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김달진 전북대 교수와 제자 11명이 가을밤을 정으로 물들이는 레퍼토리를 선사했다. 특히 김 교수의 서울, 전주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스승의 가르침을 잇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날 음악회에서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곡은 전북대 김경철군(3년)이 부른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Non T’amo Piu(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정을 나누는 무대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깊은 정은 준비된 프로그램에도 배어있었다. 단조로운 음악회가 아니라 공연 중간에 2중창, 4중창이 곁들여 있었다. 이중 4중창에서는 성가가 올라와 사제 간의 깊은 정과 예의도 느끼게 했다. 또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김철진 교수가 특별 출연해 지난 9년간의 가르침에 보답했다. 공연을 준비한 제자들의 뜻도 깊고 아름다웠지만 스승의 사랑도 무량했다.공연 말미에 답가에 나선 김 교수. 그는 무대에서 자신이 준비한 노래로 제자 사랑의 깊이를 들려줬다.이날 공연은 김 교수의 제자 11명이 세 달에 걸쳐 준비했다.당초 계획됐던 16편의 곡보다 두곡 많은 18곡이 무대에 올랐다. 스승의 답가와 모두가 함께 한 합창이 어어졌기 때문이다.김 교수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제자들이 공연을 마련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이런 무대를 통해서 제자들도 자신의 노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르치는 학생들이 막상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덕춘
  • 2007.11.05 23:02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 읽기]가슴에 묻은 '역사 아픔' 달랜다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전주AALF)의 가장 큰 의미는 두 대륙의 작가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데 있다. 특히 9일부터 11일까지 전북대 진수당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실 등에서 열리는 학술행사는 개발 독재, 비민주주의, 빈곤, 전란 등 공동의 역사적 상흔 속에서 문학의 흐름과 역할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디아스포라, 언어, 여성, 평화, 특별분과 등 5개 분과로 나눠 열리는 학술행사는 곧 평화를 향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들의 문학 연대다. 1부 ‘감춰진 노트를 열다’는 백낙청 전주AALF 조직위원장의 연설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디아스포라-모옌(중국), 언어-케즐 라하비(탄자니아), 여성-셀리나 호세인(방글라데시), 평화-황석영(한국), 특별-욜란데 무카가사나(르완다) 등 분과별 기조연설이 이어진다. 분과별로 진행되는 2부 ‘네 눈의 기슭에서 세계가 다시 태어난다’는 집단토론 형식으로, 분과별 참여작가는 10명에서 18명 사이다. 김병용 전주AALF 사무처장은 “작가들로부터 1∼2순위의 희망분과를 받아 배치했다”며 “작가들이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분과에도 관심이 많아 분과별 토론 시간을 분산시켰다”고 말했다. 각 분과는 아시아위원회(위원장 김지용 원광대 교수)와 아프리카위원회(위원장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 소장)가 각 국 자문위원들과 논의해 정했다. 분쟁지역 작가들만 따로 모아낸 특별분과는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에서 한국인들이 피랍되거나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망명생활을 하며 글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추가로 만들었다. 전주AALF에서 학술행사는 국내외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되고 있는 섹션. 각 분과별로 어떤 내용들이 주요 화두가 될 지, 토론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이력과 함께 미리 들여다 본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5 23:02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누가 토론하나...16명 작가 참여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모옌이 기조발제하는 1분과에는 총 1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아프리카 단편 케인 북 프라이즈’를 수상한 「속삭임의 무게」에서 대량학살에 맞선 르완다 피난자의 곤경을 극적으로 표현해 이슈가 됐던 케냐의 르이본느 아디히암보 오우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주체성의 상실”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그의 견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니 작가지만, 지금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애노 모내냄보 역시 르완다 대량학살에 기반을 둔 「늦게 죽은 고아」로 유명하다. 그러나 대량학살에 대해 어떻게 적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완벽하게 풀지 못했다는 평가다. 알프레드 유쏜은 필리핀에서 태어나 주로 영어로 글을 쓰며 시와 소설, 희곡,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작가다. 필리핀어로 쓴 희곡 「루토, 리니, 라바」로 ‘카를로스 팔란차 문학상’ 필리핀 지역 장편 희곡 부문상을 수상했으며, 영어로 집필했지만 필리핀 신화를 소재로 한 「위대한 필리핀 정글 카페」와 「여행객들과 야만인들」은 필리핀 전통 문화와 역사를 잘 담아낸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80년대 후반 신사실주의 소설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중국의 류전윈도 참여한다. 형이상학적인 거대담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해 내는 작가다.케냐 출신으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여성사업가이자 집념 어린 여행가로 알려진 쉐리니 지두말도 토론에 참여한다. 「식민지국가와 반동」 「사자와 토착민과 커피농장」 등을 발표하며 식민지와 신식민주의, 경기 및 사회상거래 등을 연구하고 있는 왐부이 음왕기 토론토대학 정치학 교수도 전주를 찾는다. 그 역시 케냐 출신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5 23:02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디아스포라 '흩어진 삶' 재조명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로 ‘이산’(離散)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보통 첫 글자를 대문자로 써 ‘팔레스타인’ 또는 ‘근대 이스라엘 밖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용어지만, 최근에는 디아스포라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유대인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국제 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 공동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따라서 디아스포라 문학은 민족 국가적 기원에서 벗어난 이들이 겪는 이산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이를 사유하는 문학으로 정의된다.최근 디아스포라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은 지구화 현상과 밀접하다. 신자유주의 물결은 자본을 앞세워 국경은 물론, 언어·문화적 경계까지 허물어버리면서 단일 민족국가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동과 이주, 추방과 망명, 난민 등의 문제가 문학에 적극 반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조건과 맥락에서 이뤄지는 디아스포라의 글쓰기는 뚜렷한 목적과 지향성을 갖기 보다는 오히려 디아스포라의 특수성과 개별적 상황 속에서 수많은 난제들과 복잡한 상황을 발생시킨다. 디아스포라인들의 탈영토 현실에서 민족적 이상과 보편적 이상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다양한 사회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일반인과 디아스포라인들의 위치 조정, 디아스포라인의 이중적 정체성과 문화적 혼종성, 탈북자와 인권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1.05 23:02

[순창] 제2회 순창장류축제 이모저모

△도전기네스메주만들기관광객, 지역주민를 비롯한 쿠웨이트 등 16개국 주한 외국인대사 등 100여명이 참여해 열린 100m 도전 기네스메주만들기는 장류와 장수의 고장 순창에서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제품을 많이 섭취해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완성된 메주는 한국 기록원에서 직접 길이를 재고 메주상태를 꼼꼼히 테스한 결과 최종 101.6m로 검증됐으며, 한국 기록원에서는 이를 대한민국 최고기록으로 인정하고 현장에서 한국 기록원장이 강인형 군수에게 직접 인증서를 전달했다.△순창고추장 임금님 진상행렬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유명한 순창창고추장을 임금님께 진상하는 행렬을 재현한 순창고추장 임금님 진상행렬이 장류축제기간 중 4일내내 전개됐다. 강인형 군수와 주한외국인대사가 장군복을 입고 군졸을 거느리며 임금님께 진상할 고추장, 된장, 간장을 장독에 담아 소달구지에 싣고가는 모습이 마치 실제상황처럼 실감나게 전개됐다.△콩비지먹은 아기돼지 쇼이번 장류축제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콩비지 먹은 아기돼지 쇼에는 순창관내 6개 농장에서 출전한 20여마리의 아기돼지들이 장애물 뛰어넘기를 비롯 세발자전거 타고 농장주인과 함께 달리기, 아기돼지 다이빙 쇼 등을 선보여 관광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제공했다.△제3회 장류국제포럼제2회 순창장류축제 사흘째인 지난 3일 ‘매운 맛과 과학’을 주제로 한 제3회 장류국제포럼이 순창장류연구소 세미나실에서 개최돼 관련 학계 등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 시즈오카현립대학 와타나베타츠오 교수, 영국 캠덴연구소 피터버거스 교수, 서울대 박상철·김병동 교수, 전북대 신동화 교수, 목포대 김동한 교수,생물산업진흥원 강수기 원장, 식생활연구소 건강한 식탁 이미숙 대표 등 국내외 장류관련 석학 및 학생,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 고추의 매운 맛과 고추장의 기능성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자료를 발표하고, 우리나라 장류시장의 현실과 미래 전망을 비롯 세계시장의 동향에 대해 심층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문화일반
  • 임남근
  • 2007.11.05 23:02

[진안] 진안문화축제, 청소년이 일군다

‘제3회 진안군청소년문화축제’가 진안군청소년수련관 주최로 73회 학생의 날인 지난 3일 진안군청 광장에서 개최됐다.진안의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부터 진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이날 축제에는 윤철 진안부군수, 진안 YMCA 이래일 총장, 양윤신 진안군청소년수련관장 등 지역인사 및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전주성심여고 사물동아리 ‘어우러이’의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ON & OFF의 ‘음악이 커지고 꺼져도 춤은 계속된다’, 세이버크루, 대나무춤 등이 이어져 학생들의 끼 발산의 장이 됐다.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에는 학교 혹은 연합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 동아리들의 청소년동아리박람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재미상과 노력상, 솜씨상에 선정된 동아리팀들엔 5만원의 지원금이 전달됐다.축제장 주변에선 보드게임 등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놀이터를 비롯 마술배우기, 자전거고쳐주기 행사, 또또또 경품행사, 평화실천 캠페인 등도 곁들여져, 즐거움을 선사했다.특히 주최 측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반값오뎅, 반값떡복이’와 ‘따뜻한 차 한잔’ 코너를 운영, 먹거리 편의를 제공했다.진안군청소년문화축제 기획단 이대섭(제일고 3년) 대표는 환영사에서 “청소년문화의 활성화와 청소년들의 끼와 재능을 발굴하는 데 이번 행사의 목적을 뒀다”면서 “꿈으로 전락한 문화활동의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재문
  • 2007.11.05 23:02

[익산] '천만송이 국화 축제' 관광객 50만명 가을향취 만끽

‘아름다운 만남과 사랑의 속삭임’을 국화 향기로 전해준 익산천만송이 국화축제가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11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천만송이 국화축제는 도농이 조화된 행복한 도시 익산과의 만남, 찬란한 오색 빛과 감미로운 향기 천만송이 국화와의 만남, 친환경 참살이 웰빙 익산우수 농특산물과의 만남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특히 중앙체육공원 호수와 광장주변 6.6ha와 익산역, 주요 교통섬 등 도심 곳곳을 수놓은 국화는 시민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다.이번 축제 기간에 전시된 중앙체육공원의 국화들은 관내 기관 및 관광지 진입로, 각 읍면동사무소 등에 골고루 배부되어 많은 시민들이 계속해서 국화 향기를 느끼고 보고 즐길수 있게 된다.한편 익산의 4대 축제와 함께 통합연계해 개최된 이번 국화축제기간동안 방문객은 대략 50여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0여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익산의 우수 농특산물 판매도 당초 목표 5억원을 무난히 달성했다.이한수 시장은 “시화인 국화를 소재로 한 천만송이 국화축제는 관람객들에게 작은 감동을 선사해 갈수록 호응도가 높으며 특히 서동축제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국화와 서동축제를 유기적으로 통합 개최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지역 대표축제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엄철호
  • 2007.11.05 23:02

근대신화 속 민족주의 뛰어넘기

신화가 흔한 옛날 이야기와 구별되는 지위에 오른 것은 근대민족국가 성립 이후부터다. 자민족과 타민족, 자국과 타국, 우리 땅과 남의 땅을 구별하면서부터 신화는 남과 나를 구별하는 태초의 이야기로 격상됐으며 그 속에는 구별 뿐만 아니라 민족주의적 우월의식도 자리잡았다.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은 근대화의 구심점으로 허울 뿐인 '천황의 신화'를 되살렸으며 나치 독일은 '게르만 우월주의'라는 신화를 조작했다. 한국 신화 역시 국권 침탈기 민족의 단결을 위해 재조명됐다는 점에서 우월의식은 아닐지라도 민족주의 색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교민속학회가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개최한 학술대회 '한국신화의 정체성을 밝힌다'에서는 신화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확인하면서도 한국신화에 담긴 민족주의를 털어내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는 '세계 속의 한국신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발표를 통해 신화를 원시신화, 고대신화, 근대신화로 구분해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시서사시와 같은 원시신화와 그리스 신화나 단군신화 같은 고대신화, 근대 민족국가 성립기에 재조작된 근대신화는 각자 성격이 다르다는 것. 자국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강대국의 신화는 물론 국권침탈기에 재구성된 단군신화를 비롯해 터키나 태국 등 제국주의 피해국의 근대신화에도 배타적 성격이 강하게 묻어있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원시신화와 고대신화를 함께 다루면서 신화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다면적이고 총괄적인 연구에 힘쓰는 것은 바람직한 연구지만 근대신화는 조작된 신화임을 분명하게 해서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고대신화 연구에 근대신화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배제해야 한다"며 "그릇된 신화에 대한 비판을 신화학의 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대 인하대 교수 역시 '민족정체성 확립에 이바지한 건국 신화의 기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대한제국 말기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단군의 중요성이 부각된 현상을 조명했다. 서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조선시대 이전에도 단군을 존중하기는 했으나 단군이 본격적인 민족의 시조로 부각된 것은 을사늑약을 전후한 시기다. 국권침탈의 위기가 눈 앞에 닥쳐오자 민족의 단결을 위해 한민족은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는 논리가 등장했으며 신문은 연도 표기란에 단기(檀紀)를 올리기 시작했다. 단군의 중요성이 강조되다보니 일부 친일 인사조차 '단군과 일본의 아마테라스 오마카미(天照大神.일본 신화의 최고신)는 한 형제로 둘을 합사해 모셔야 한다'는 타협안을 내놓을 정도가 됐다. 서 교수는 "민족적 역량의 결집을 위해 민족의식의 확립과 애국심 고취가 필요했다. 나아가 민족의식의 확립을 위해서는 민족정체성의 확인이 필요했으니, 이 시기에 단군의 존재가 강조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동북아신화 속에서 본 한국신화의 정체성(서대석.서울대)', '잃어버린 신화를 찾아서(정재서.이화여대)', '일본 신화 속에 뿌리내린 한국신화의 세계(노성환.울산대)' 등 신화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되짚은 학문적 성과들도 함께 발표됐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02 23:02

서울시립오페라단 공연도 '그들만의 리그'

서울시립오페라단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개막 공연 좌석도 신세계백화점에 의해 싹쓸이됐다. 1일 시립오페라단에 따르면 이날 개막공연의 전체 좌석 3천여석을 모두 신세계백화점이 구매했다. 신세계측은 상위 1%인 VIP 고객 800명 무료 초청용 등으로 입장권을 쓸 예정이다. 결국 이날 공연은 상위 계층만 보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첫 날 개막 공연을 보려고 했던 한 클래식 팬은 "일반 기획사도 아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연단체마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며 분개했다. 시립오페라단 관계자는 "4일까지 계속되는 전체 5회 공연중 4회는 일반인들이 표를 살수 있다"며 "단체용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면 그 만큼 소외계층 무료 공연 확대 등도 가능해지는 만큼 나쁘게 볼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립오페라단이 공연 한 회의 좌석을 기업의 입도선매 요구에 응해 모두 판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마스트미디어가 주최하는 호세 카레라스의 내한 공연 좌석을 카레라스의 뒷 모습만 볼수 있는 합창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협찬사인 HSBC은행과 메르세데스-벤츠가 사들여 클래식 팬의 빈축을 사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연계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문화예술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기업의 문화 접대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제도를 지난 9월부터 도입, 시행하면서 기업의 공연장 표 싹쓸이 기류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문화 마케팅이 확산된데다 문화접대비 제도이후 단체 구매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공연단체가 당장에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공연을 제작하는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한 회 공연을 특정 계층을 위해 전량 판매하는 일은 공연 관람 수요를 확대하려는 문화접대비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기업이 특정 공연의 표를 싹쓸이 하는 행태는 공연 문화를 흐리게 할것"이라고 우려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02 23:02

중간광고 도입 놓고 매체간 대립 격화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광고 도입을 둘러싸고 신문과 방송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중간광고 허용을 둘러싸고 정책결정권을 가진 방송위원회가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책방향을 정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더라도 두 업계 간 대립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중간광고 도입은 두 매체 간 수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실리와 명분 양면에서 양보할 수 없는 양상을 띠고 있다. ◇중간광고란 무엇인가1974년 폐지됐던 중간광고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오인환 당시 공보처 장관이 중간광고의 단계적 허용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고 1999년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도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중간광고 도입은 매년 한두 차례씩 관련 단체들이 건의서를 내는 등 해묵은 과제"라면서 "허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문제 제기에 대한 판단은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살펴 방송위가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간광고는 현재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는 허용돼 케이블TV 드라마의 경우 ▲45∼60분짜리는 1회 ▲60∼90분은 2회 ▲90∼120분은 3회씩 허용하는 등 규칙이 세분화돼 있다. 지상파방송에서는 스포츠 중계나 대형 이벤트 행사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 있다. ◇제로섬 게임인가지상파방송사들의 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전체 광고시장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중간광고가 다른 매체의 수입을 잠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간광고 허용시 추가 수입도 연간 4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광고 수입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2003년 총 2조6천411억 원이었던 광고수입이 2004년 2조4천997억 원으로, 2005년 2조4천166억 원으로 줄었고 월드컵이 있던 지난해에는 2조4천631억 원으로 조금 회복했지만 올해 다시 2조3천억 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전체 광고시장 규모는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2004년 6조8천400억 원에서 2005년 7조539억 원으로, 지난해는 7조6천339억 원으로 커졌고 올해는 7조9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상파방송의 비중은 2004년 36.5%에서 올해 30%대로 줄어든다는 게 방송계의 분석이다. 온라인 광고와 케이블TV의 광고 수입은 매년 20∼30%씩 늘어나는 데 비해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지상파방송사로서는 중간광고 도입이야말로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는 젖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론이 관건신문업계의 단체인 한국신문협회는 10월31일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문협회는 "지상파방송사가 요구하는 광고제도가 도입되면 타 매체의 광고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새로운 방송광고 도입은 결국 신문과 케이블TV 등 타 매체의 광고 감소로 이어져 매체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도 이미 중간광고 도입 반대 의견을 밝힌 데 이어 한발 더 나아가 중간광고 도입시 공영방송인 KBS 2TV의 광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민단체들 역시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72개 언론ㆍ시민단체의 연대 모임인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상파방송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공성 위기를 겪는다면 이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한 공적 재원 확충 방안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도 "시민사회의 논의와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중간광고 허용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각계 의견이 충분히 나왔던 사안인 만큼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면서 "중간광고 허용을 위해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온다면 입법 예고,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아 여론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02 23:02

미당 서정주의 功過를 논한다

"지금까지의 친일문학 연구는 비난과 처벌 위주로 진행돼왔다."(김춘식 동국대 교수)"해방 이후 서정주의 활동을 보면 자신의 친일이라는 자의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허윤회 성균관대 교수)"서정주의 민족적 전통지향성은 현재와 미래형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폐쇄적인 과거형에 갇혀 있었다"(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이달 2-4일 전북 고창군 미당시문학관에서 국화꽃 축제와 연계해 열리는 올해 미당문학제 프로그램 중에는 독특한 학술대회가 하나 마련된다. 3일 동국대 한국학문학연구소(한만수 소장)가 주최하는 이 대회 주제는 '미당의 친일문학-식민지 문인의 내면과 친일의 정신구조'. 즉 미당 서정주의 공과(功過)를 논하는 자리다. 한만수 소장은 "미당과 친일이라는 주제를 선정하는데 대해 스승에 대해 예의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스승의 '공'뿐만 아니라 '과'까지도 아울러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그분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방식일 것이라는 믿음이 더 우세했다"고 밝혔다. 주최측이 1일 미리 배포한 발제 자료에 따르면 김춘식(동국대) 홍용희(경희 사이버대) 박수연(충남대) 교수, 허윤회(성균관대) 강사 등이 발제하고, 유성호(한양대) 박현수(경북대) 교수 등이 질의.토론하며 서정주의 친일시편을 집중 조명한다. 김춘식 교수는 '친일문학에 대한 윤리와 서정주 연구의 문제점-식민주의와 친일 바이러스(?)'라는 글을 통해 친일문학 담론에서 '민족주의적인 관점'과 '절대악'으로서의 '친일'이라는 관념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다. 김 교수는 "'친일은 절대악' 등의 관념은 친일문학 속에 존재하는 '내면', '정신구조', '사상'의 측면을 단순화한 것"이라며 "기존 친일문학 행위자와 친일문학에 대한 비판은 '반성의 윤리'에 비추어 본다면 함량미달"이라고 지적한다. 또 "친일문학은 '복합적인 내면', '복합적인 상황' 아래서의 한 '선택'이었다"며 "친일을 절대선이라고 인식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1930년대 후반 이후 친일은 차선 혹은 적어도 최선의 선택으로 인식된 식민주의의 한 출구였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허윤회 강사는 '1940년대 전반기의 서정주-그의 친일이 의미하는 것'이라는 글에서 "(1930-40년대) 신세대들에게 일제와의 협력이란 문학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문학적 이념의 절대화를 끝까지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했다"며 "그 가운데에 서정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허 강사는 "서정주가 징병제 권유에 앞장섰다는 등 그동안 친일문학과 관련한 논의들이 있어왔지만 1940년대 전반기 서정주의 친일 논리가 그의 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허 강사는 "해방 이후 서정주의 활동을 보면 자신의 친일이라는 자의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며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림으로써 자신을 문학 속에 유폐시켜 버리게 된 것"이라고 부연한다. 이에 반해 홍용희 교수는 '민족적 전통지향성의 시적 추구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글을 통해 "서정주의 민족적 전통지향성 및 영원주의는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이상과는 변별되지만 미당은 이 둘을 '동방 전통의 계승과 보편성에의 지향'이라는 명제 속에 통합시켜 동일화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서정주의 이성적 판단력과 역사의식의 결여"라고 비판한다. 홍 교수는 "문단 일각에서는 서정주에 대해 시인 개인과 텍스트를 분별해 시적 성과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것은 친일문학의 실체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특히 서정주가 해방 이후에도 이승만 전기 집필, 전두환 찬양 등의 행보를 보인 점 등을 거론하며 "서정주의 민족적 전통지향성이 현재와 미래형으로 열리지 못하고 폐쇄적인 과거형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점이 결국 그가 친일문학을 하게 된 동인"이라고 덧붙인다. 이밖에도 이번 미당문학제에서는 학술행사 외에도 시인학교, 대학원 학술 교류 세미나, 도서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02 23:02

경복궁 창건 당시 광화문 흔적 확인

조선왕조 개창 4년 만인 1395년(태조 4년) 경복궁을 창건할 당시 광화문 위치와 흔적이 확인됐다. 그 결과 1864년(고종 원년) 흥선대원군이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경복궁을 중건할 때 정문으로 건립한 광화문과 위치는 물론이고 규모, 중심축이 거의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광화문 원위치 복원을 앞두고 옛 광화문 터 일대를 발굴 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세운 광화문 기초 밑에서 경북궁 창건기 광화문 흔적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음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문화재연구소 조사결과 광화문의 규모는 동서길이 34.8m, 남북최대잔존길이 14.5m로 밝혀졌으며, 태조 이성계 시대에 신왕조 정궁(正宮)으로서 경복궁을 창건하면서 광화문 건립에 앞서 지반이 허약한 뻘층과 모래층을 다지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꽂은 파일의 일종인 지정말뚝도 촘촘히 확인됐다. 지정말뚝(80-140㎝, 두께 10㎝ 내외)은 30-50㎝의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으며 그 위로 마치 시루떡을 쌓듯 황색점토와 잡석을 번갈아가며 6단으로 쌓아 올린 기초판축부가 조성됐다. 또 그 위로는 큰 석재와 흑색 사질토, 잡석으로 쌓아올린 고종 때 광화문의 기초가 확인됐다. 지정말뚝층은 지표로부터 1.6m 깊이에서 확인됐으며, 태조 때 기초판축부는 1.3m, 고종 때 광화문의 기초는 0.7m 깊이에 형성돼 있었다. 연구소 조사단은 "경복궁 창건기 광화문의 위치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막연히 고종 중건기의 그것과 비슷했을 것으로만 추정됐으나, 이번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중건기 광화문은 임진왜란 이전까지 경복궁 정문으로 사용된 조선전기 광화문 기초 위에다가 지어 올렸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비록 광화문이라는 구역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고종 시대에 중건된 경복궁이 그 규모나 크기가 조선전기 때와 거의 동일했음을 엿볼 수 있는 증거라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있다. 경복궁은 임란 이전까지 조선전기 약 200년 동안 왕이 거주하는 조선왕조 왕궁으로 존재했으나, 임란 때 불타 버린 뒤 고종 중건 이전까지 약 250년 동안은 폐허화한 상태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대신 조선왕궁은 창덕궁으로 바뀌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광화문 기초 밑에서 다량의 고려시대 기와와 13세기 무렵에 유행한 고려청자 파편이 확인됨으로써 지금의 경복궁 일대가 한국 역사고고학계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고려시대 남경(南京) 중심부였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 중 고려청자 파편은 돈(墩)이라고 해서 의자나 다른 물건을 올려놓는 받침대로 사용된 최고급품의 일부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02 23:02

[함께 떠나요] ⑨백합 주산지 고창 고리포 갯마을

백합이라는 조개가 있다. 백합은 크기와 겉모습이 황홀하다고 해야 할 만큼 대단한 것이다. 다 자란 것은 어른 주먹만한 크기이니 우리나라 갯가에서 나는 껍질 두 개짜리 조개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이것을 혹시 '대합'이라는 조개와 혼동할 지 모르지만 대합과는 외모가 너무나 다르다. 사람도 키 큰 사람 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이 없고, 쓸 데 없이 쑥쑥 자란 대나무를 '멀대'라고 하듯이, 해물잡탕에 나오는 대합을 보면 호박처럼 크기만 하지 겉모습은 하염없이 거칠고 속 알창은 시커먼 흙을 한아름 안고 있는 것 같아서 청결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백합은 크면서도 겉모습이 깔끔하고 또 세상의 어느 조미료가 따라갈 수 없는 쌈박하고 개운하면서도 개미있는 맛을 지녔다. 그리고 서남해안에서 나는 거의 모든 조개류가 석유냄새가 진동하는데 비해 백합은 죽으면 죽었지 바닷물에 떠 다니는 기름 한 방울 결코 입에 대는 일이 없다.우리나라의 가장 으뜸인 토종조개, 백합백합은 껍질이 연한 밤색인데 니스칠을 한 것처럼 반들반들하고 군데 군데 연분홍 점무늬를 띄고 있다. 백합 껍질만 한 쪽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 놓아도 좋은 장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조개 가운데 껍질이 가장 예쁘다고 할 수 있다. 맛도 조미료를 치면 오히려 훼손당할 정도이니 전복이 어떻고 해삼이 별 것이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백합이야말로 우리나라 토종 조개 가운데 맛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자태로 보나 으뜸이기에 충분하다.백합은 뻘이 적당히 섞인 모래밭에서 산다. 그래서 갯벌이 전혀 없는 동남해안이나 갯벌만 있는 서해안 남부 보다는 전라북도 이북, 충청남도 이남 중부 서해안 바닷가에 많다. 부안에 가면 백합죽 백합회 백합탕을 특산별미로 내놓는다. 예전에 전북 해안에서 백합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고리포였다. 고리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 먹어 단단한 모래밭 한 쪽에서 갈퀴 같은 것을 찍찍 끌고 다니는 서너명의 아낙네들, 모래밭에 허옇게 깔린 조개 껍질을 볼 수 있다.고리포에서 만나는 '백합의 영광'고리포는 웬만한 지도에는 나와있지도 않은 매우 작은 갯마을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백합 바지락 굴 맛조개 등 조개류가 풍요롭게 나서 한 번 나가면 몇 바구니씩 캐곤 했다. 또 민물 뱀장어의 새끼인 실뱀장어(갯마을에서는 이를 '히라시'라고 부른다.) 잡이로 톡톡히 수지를 맟추곤 했는데, 겨울철 두 달간 4천만원을 버는 집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영광원자력발전소가 서기 전인 80년대 이전의 일이다.그런데 영광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부터 고리포 '백합의 영광'이 좀 쇠퇴했다. 고리포는 고창의 맨 아랫 갯마을로 전남 영광과 코를 맞대고 있다. 영광과 코를 맞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광 원자력발전소와 코를 맞대고 있다. 영광에서도 고창의 고리포 만큼 원자력발전소에 가까운 갯마을은 없다. 행정구역으로만 다른 군(郡)일 뿐이다. 그런데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서 먹섬에서 육지까지 제방을 막아버렸다. 그 결과 물흐름의 세기와 방향이 바뀌면서 고리포는 모래와 갯펄사태가 났다. 뱃길이 막혀버려서 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도 없게 됐다. 발전소 물구멍에 굴껍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약품처리를 하면서부터는 백합이 떼로 죽어서 그 껍질이 모래밭을 뒤덮게 됐다.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고리포 사람들의 '백합 살리기' 노력으로 이제 고리포의 백합은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을 정도이다. 고리포 사람들은 백합 종패를 사다 뿌리고 잡는 백합캐는 양을 한정하거나 해걸이로 캐는 방식으로 백합을 보호해 왔다. 은어떼처럼 반짝이는 물빛, 구시포고리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구시포가 있다. 구시포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구시포 역시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에 있다. 구시포해수욕장은 길이 약 1.7km, 폭 2m의 백사장이다. 가슴 벅찬 수평선, 은은한 파스텔 톤의 고운 모래밭, 눈앞에 외로이 떠있는 이름 모를 섬, 은어 떼처럼 반짝이는 물빛이 구시포의 인상이다. 바닷물에 젖은 모래밭은 축구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운동장으로 변신한다. 바닷가에는 아늑한 소나무 숲이 둘러서 있다. 해수욕장 앞에는 가막도가 떠있다. 또 백사장 남쪽 기슭에는 천연동굴이 자리하고 있다.최근 왠만한 바닷가엔 사시사철 여행객들이 찾아든다. 고리포와 구시포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런 바닷가를 '철없는 바다'라고 한다. 고시포-영광 원자력발전소-구시포 코스는 한적한 바닷가와 웅장한 초현대 문명의 이기가 공존하는 파격의 미학이 지배하는 해변이다. 고리포나 구시포 해안 식당에서 개운하기 그지없는 백합죽이나 백합탕 한 그릇, 그리고 쌈박한 백합무침 한 접시를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고리포여정은 즐거움으로 채우진다. /여행전문프리랜서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11.02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