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국내외 문턱 없어졌다
국내 미술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좁은 국내 시장에 갇혀있던 한국 화랑들이 중국과 미국 등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해외 화랑들도 한국시장으로 직접 진출하고 있다. 한국작가들의 해외전시와 경매출품 소식도 많이 들려오고 있고 동시에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해외로 = 아라리오 갤러리가 천안, 서울, 베이징에 이어 다음달 10일 뉴욕 첼시에 문을 여는 아라리오 뉴욕이 현대미술의 본토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술계의 관심사다. 내년에는 또다른 국내 대형 화랑인 가나아트갤러리도 뉴욕 진출을 구상 중이다. 아라리오 뉴욕의 개관전은 그동안 아라리오 측이 공을 들여온 중국 현대미술작가들을 소개하는 단체전이며 다음으로 한국 조각가 이형구, 인도작가 탈루의 전시가 이어진다. 뉴욕에서는 다음달 8-12일에 뉴욕 첼시에서 2×13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크리스털김이 조직한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페어(ACAF)뉴욕 2007'이 열린다. 여기에는 한국 화랑 20여곳이 참여해 뉴욕에 한국 작품을 대규모로 소개한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의 딸인 티나 김이 뉴욕 첼시에 운영하고 있는 티나 김 갤러리도 다음달 2일부터 12월8일까지 한국 젊은 사진작가 정연두의 '로케이션' 연작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 계획이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연 갤러리현대 계열 두아트 베이징은 중국 미디어아트작가들을 주로 소개한 개관전을 끝낸 뒤 27일부터 백남준전을 시작한다.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만한 몇 안되는 작가인 백남준이 생전에 주로 거래했던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중국 시장에 선보이는 백남준전이라서 주목된다. 갤러리측은 "비디오 영상 조각 '뉴튼(Newton)'(1991년), '다윈(Darwin)'(1991년), 백남준의 초기와 후기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영상 조각과 판화 등이 공개된다"고 밝혔다. 다음달 25일 열리는 홍콩 크리스티의 아시아컨텀퍼러리 경매에는 역대 최고 판매액을 기록한 지난 5월 경매 때의 42점보다 더 많은 53점 안팎의 한국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또 21일 싱가포르에 있는 라라사티 싱가포르 옥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 작품들을 위탁받아 정종미, 정인완, 이환권, 이지현, 김기수, 전경선, 송영규, 송은영의 작품을 경매에서 판매한다. 갤러리 고도의 김순협 대표는 "라라사티는 동아시아 컬렉터들을 주로 상대하는 경매회사로 한국 미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앞으로 이 지역에서 한국작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 독일 베를린에 본점을 두고 있는 마이클 슐츠 갤러리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상업화랑 가운데서는 제1호로 기록된다. 지난해 12월말 청담동 네이처포엠 빌딩 2층에 개관한 이후 서수경, 김유섭, 김혜련 등 독일과 인연이 있었던 한국작가들의 전시를 열고 해외전시도 마련해주는 동시에 독일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한국 작가들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독특한 작품세계가 있으며 재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슐츠 대표의 설명이다. 같은 네이처포엠 빌딩 1층에서 이달 31일 개관을 앞두고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인 오페라갤러리는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체인형 화랑이다. 프랑스인 질 디앙이 싱가포르에 처음 문을 연 뒤 파리, 뉴욕, 마이애미, 홍콩, 런던, 베니스에 차례로 체인을 개관했고 서울점이 8번째 체인이다. 르누아르, 고갱, 샤갈, 뒤피, 레제, 피카소 등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작가들과 아르망, 보테로, 로베르 콩바스, 키스 해링 등 서양 현대미술, 천원보, 왕광이 등의 중국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몇 개 박스 형태로 공간을 나눈 전시장과 전세계 매장의 작품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특징. 오페라갤러리 서울 설립에는 대형 명품 수입업체이자 미술품 애호가인 ㈜웨어펀인터내셔널의 권기찬 회장이 관여했다. ◇해외그림 수요 높아져 = 올해 5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는 독일의 폰데어방크 아트갤러리가 들고 온 20억원짜리 리히터 작품이 판매됐고, 또다른 독일 화랑의 부스에서는 한 쪽 벽면에 걸린 작품을 모조리 사는 이른바 '벽떼기'를 하는 고객도 있었다는 후문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들이 지난달 실시한 경매에서는 컬렉터들의 수요가 국내 그림에서 해외그림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는 더욱 뚜렷하게 감지됐다. 서울옥션이 지난달 15,16일 옥션쇼 경매에서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K옥션의 9월18, 19일 경매에서 데미안 허스트나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이 소화된 반면 일부 국내 인기작가들의 작품은 지나치게 많은 매물이 쏟아져나온 분위기였다. 해외작품 수요가 많은 것을 겨냥해 해외 경매에서 낙찰받은 물건을 다시 국내 경매에 마진을 더 얹어 경매시장에서 파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350억원 상당인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 '오디너리'를 갤러리 앞에 전시한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는 "요즘 컬렉터들은 국제시장의 작품 가격을 꿰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 방식의 판매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며 "컬렉터들의 수준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