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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만난 작가] 시인 경종호가 만난 시인 박형진

봄 햇살이 제법 영글었다. 햇살도 바닷바람이 들면 짠맛이 나는 것일까? 모항의 햇살에서는 짠내가 난다. 그 햇살에 박형진 시인이 박혀 있다. 시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시커먼 빛을 돋아내던 간장이다. 시꺼먼 간장? 까만 것보다도 더 까매서 시커먼, 바로 묵은 간장이다. 묵은 간장에서는 짠맛보다는 단맛이 났다. 시인에게도 그런 오래된 간장 같은 단맛이 있다.10여년 전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받았던 선물도 바로 그 묵은 간장이다. 20여년 유기농을 하는 시인이 직접 담근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을 생각하매 묵은 간장이 떠오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토요일 오후, 내변산 아래에 있는 시인의 집을 찾았다. 시인의 집엔 먼저 온 손님이 있었고 마루엔 빈 소주병 두개가 나란히 있었다. 더덕 넝쿨과 고추장, 지총나물이 있었다. 두 안주의 어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산속의 더덕 넝쿨과 해변의 바위에 붙어 자라는 수초, 지총인 것이다. 아마도 시인이 살고 있는 이곳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안주인 것만 같았다. 시인의 주소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141-1 모항큰골이다. 부안읍에서 곰소까지 20여분을 넉넉히 버리고 나서도 다시 바다를 옆자리에 앉혀 20여분을 해풍에 맡겨야 닿는 곳이다. 죽염이 나는 개암사, 소금과 젓갈에 이름값이 더해졌던 곰소, 1500여년 고찰 내소사가 징검다리처럼 그 길에 놓여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기행서인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도 우리나라 최고의 고장으로 말해지던 그 부안의 한쪽이기도 하다. 시인의 집은 그런 산 밑에 밭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농부는 밭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흙벽돌을 찍어 5년 동안 직접 지은 밭 언저리 집이다. 시인에게 뒤의 산과 앞의 바다와 지금 서있는 흙 중에서 가장 닮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시인은 공자의 말을 꺼냈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라 물과 산 모두 좋지만 그래도 흙을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 가족이 함께 흘릴 수 있는 땀을 준 흙을 닮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우문현답이다. 삶을 시에 옮겨놓을 뿐이다시인의 삶은 바로 시가 된다. 농부의 삶이, 아버지의 삶이, 남편의 삶이 모두 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시를 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시에 옮겨놓을 뿐이다고 말한다.그래서 시인의 시는 모항에 대한, 모항 사람들의 삶에 대한, 아니 우리 농촌의 이야기가 앉을 자리만 바뀌었을 뿐이다. 또한 그 방법이 절묘하다. 첫 번째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 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헤던」을 고쳐 다듬고 새 글을 보탠 「변산 바다 쭈꾸미 통신」을 보면 시인이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 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감나면서도 날카로운 면까지 있는 그의 글은 변산공동체학교 농사꾼 철학자 윤구병의 뽑아 올리는 글을 보면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박형진이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석죽은 대목이 있으니 바로 이 자의 글솜씨다. 글솜씨가 익혀서 얻을 수 있는 장시간 제도교육의 산물이라면 내 가방끈이 지 가방끈보다 몇 곱절은 더 기니 이것도 내가 윗길이어야겠지. 하지만 내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박형진의 그 능청스러운 말맛을 도무지 흉내낼 수가 없다. 오죽하면 내가 ‘글솜씨는 제도교육에 반비례한다.’라는 ‘윤규병의 잔머리법칙’을 발견해 냈겠는가. 전에도 한창 농번기에 책 한 권 디밀어서 내 하루 일품을 꼬박 날려 보내게 한 전과가 있는 박형진이 이번에도 ‘발문’을 써 달라고 왔다. 내가 물었다.너 먹 갈아왔냐? 먹은 웬 먹이요. 붓글씨로 쓸라요? 아니 발바닥에 먹 듬뿍 묻혀서 한지에 꾹 누르면 그게 발문(발무늬) 아니것냐? 농사일도 바뻐 죽겠는데, 나 못쓰겠다. 아따 놓고 갈틴게 알아서 허쑈. 두 사람의 그 장면을 상상하자니 웃음부터 털털거리기 시작한다. 해학적이기도 하다. 발문은 뽑아 올린 글이고 본문과 닮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의 글은 그런 맛이 담겨 있다. 더하여 누구나의 고향 맛이 담겨 있다. 각기 다른 고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통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들이 ‘고향’은 달라도 ‘고향’이라는 말에 눈물을 글썽이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지금 네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다. 농촌이다. 농촌을 바꾸어야 한다’이미 잘 알려져 있듯 시인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한 학기정도 밖에 다니지 않았다. 이 즈음에서 그의 이력이 궁금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호기심이라는 쾌락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 이력을 간추리면 이렇다.시인은 변산중학교를 1학기 마치고 가출한다.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낸 학비가 못마땅했다. 그리고 형님이 있는 서울에서 한 달 정도(따지고 보면 며칠이다. 거의 한달 내내 학교를 빠지고 서울의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으므로) 중학교에 다닌다. 그것이 학력의 끝이다. 학교 공부가 무의미하게 느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었다. 다시 형님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일을 돕는다. 그러다 다시 공부에 관심을 가진 것은 18살 즈음이었다.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시인은 상경을 하여 공부를 하고자 했으나 어느 새 고물상이 되어있고, 박정희 정권 말기 시국 강연장이나 데모대의 중간쯤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누님으로부터 ‘지금 네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다. 농촌이다. 농촌을 바꾸어야 한다.’ 라는 말을 듣는다. 그때 시인은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그 후 시인은 수원의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농민교육, 농촌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채 1년이 되지 못한 서울 생활이었고, 이것이 고향을 떠나 살던 이력의 전부가 된다. 그 후 시인은 고향에서 유치원 교사인 아내와 결혼을 하여 푸짐(큰딸), 꽃님(둘째딸), 아루(셋째딸), 막내 보리를 얻는다. 그리고 지금 푸짐이와 꽃님이는 막내의 이름이 같은 보리 출판사에 몸을 담고 있다.시인은 고향으로 돌아와 카톨릭농민회와 함께 농민운동을 시작한다. 그 후 전국농민총연맹(이하 전농)이 결성되자 전농에서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문학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서당을 들였던 집은 야학이 들어섰고 그곳에서 접했던 문학전집, 그리고 서울에서의 채 1년이 못되는 동안 신동엽의 ‘금강’을 열 번 이상 필사를 하기도 했던 것도 바로 그 문학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 열정에 불이 붙은 것은 1992년 전농 부안지부의 사무국장을 그만두던 그 해부터였다. 그는 투쟁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농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를 쓰는 것보다 농촌의 삶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글로 옮겨놓기 시작한다.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의 몫까지 챙기며 고향을 지키고, 때로는 사람이 없으면 없는 사람의 이야기로 지키기도 한다. 그것을 시라는 울퉁불퉁한 그릇에 담는다. 그러면 울퉁불퉁한 삶들이 제자리를 찾듯 담긴다. 그의 시는 그런 시이다. 영환이형,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가/올 가을도 이렇게 나락이 잘 여물었는디/…/닷 마지기 뒷논에 모 심거 놓고/잘 있어라 한마디로 떠나가더니/그 나락 익어서 두 번을 비어도/술 한 잔 먹고 해라 말할 사람 없네. (‘다시 나락을 베면서’ 부분)시인은 언제나 시를 쓴다고 말하지 않는다. 삶을 글이라는 형태로 빌려 옮겨 놓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랬다. 산문집 「변산 바다 쭈꾸미 통신」이, 시집 「바구니 속 감자 싹은 시들어가고」가 그랬다. 다음 시를 보면 또한 시인의 삶이 어떠한지 더 이상은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바람 잔 날/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한 방울/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추녀 물을 새어본다 한 방울/또 한 방울/천 원짜리 한 장 없이/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봄이 잦아들었다. (‘입춘단장’)가난을 노래하려 한 것 같지는 않다. 엄살을 부리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가난도 추위도 봄 눈 녹듯 녹았고 겨울이 그리 시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보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이,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특히 산문집 「변산 바다 쭈꾸미 통신」은 음식 맛으로 치자면 별미중의 별미가 아닐까 한다. 시인 박형진을 알고자 하면 시집은 당연하겠거니와 이 산문집이야말로 제격이 아닐까 한다.「변산 바다 쭈꾸미 통신」(소나무, 2005)에서 편집자는 그의 글맛을 이렇게 표현한다.“찰지기로는 인절미 같고, 허물없기로는 쑥개떡 같고, 맛나기로는 짭쪼롬한 보래새우 젓갈 같은 박형진의 글맛이 어디서 온 것인가는 그 살아 온 품새를 보면 알아 볼만하다”고향이 있는 사람은 다시 그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하여,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은 고향을 찾기 위하여, 그리고 어린 시절을 도시에서 보내버린, 그래서 고향이라는 말이 너무나 낯선 언어가 되어 버린 사람은 고향이라는 말이 주는 그 정감을 대신하여 볼 수도 있을 것이다.요즘 시인은 천둥소리와 함께 지낸다. 부안 변산의 풍물패다. 핵 폐기 처리장 때도, 새만금 문제 때도 그 안에 상쇠로 있었다. 웃음 지으며 ‘혹 부안에 가거든, 그곳에서 풍물소리가 들리거든 그것이 바로 천둥소리다.’ 라고 쓴다고 하자, 시인이 웃음 짓는 말을 한다. ‘어디서든 천둥소리가 나거든 그것이 부안의 풍물소리인줄 알아라.’ 하고 쓰라는 것이다. 그렇다. 부안은 그 소리로 핵 폐기장을 돌려세운 곳이기도 한 것이다. 천둥소리보다 더 무서운 천둥소리였던 것이다.시인은 사랑을 위해서 풀잎이 된다.그런 시인이 이런 사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사랑을 소개한다. 사랑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나는/모든 살아 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바람 속/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오늘 알았다.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창작과 비평사) 中에서박형진시인은 시인 박형진은 1994년 「창작과 비평」에 시 ‘봄편지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해 첫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창작과 비평), 그 후 7년의 시차를 두고 두 번 째 시집 「다시 들판에 서서」(2001 당그레)를 내 놓는다. 산문집으로는 「호박국에 밥 말아 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헤던」(1996 내일을 여는 책), 「모항 사람 술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2003 디새집), 「변산 바다 쭈꾸미 통신」(2005 소나무)가 있다. 지금은 전북 부안의 모항에서 농사 짓고, 시 짓고, 글 짓는 것으로 하루 몫의 해와 달에 감사하며 산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05.11 23:02

[이 영화 한편!] 중년배우 농익은 코미디

코믹연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견연기자 김수미와 임채무, 그리고 SES출신의 유진. 여기에 특별출연하는 윤다훈과 안연홍의 콤비. ‘못말리는 결혼’은 출연진의 면모만으로도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풍수지리가 지만(임채무)의 외동딸 은호(유진)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만난 말년(김수미)의 외아들 기백(하석진)과 연인이 된다. 두 사람에겐 너무나 다른 두 집안이 넘지 못할 산이다. 가진 건 없으면서도 전통과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지만과 되지도 않는 영어와 불어를 섞어 대화하는 걸 즐기는 강남 졸부 말년은 물과 기름과 같다. 은호와 기백은 부모의 허락을 받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두 사람은 마지막 수단으로 양가 부모의 만남을 주선한다. 둘의 신경전은 갈수록 격해지고, 기백이 소유한 땅을 둘러싼 두 사람 사이의 또다른 악연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지만과 말년은 기백과 은호를 떼놓기 위해 방해공작에 들어가고, 여기에 은호 삼촌 지루(윤다훈)와 기백 누나 애숙(안연홍)까지 가세하면서 사태는 더욱 꼬여간다. 영화는 제목이나 배우들을 보고 예상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전개된다. 중요한 것은 관객을 웃기기 위한 장치들. 교양과는 거리가 먼 김수미는 말끝마다 비속어를 남발한다. 임채무의 개그는 비꼬는 말 속에 가시가 들어 있는 정도다. 윤다훈-안연홍 콤비는 '세 친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여선생 vs 여제자' '선생 김봉두' 등에서 조감독을 한 김성욱감독의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5.11 23:02

우수학술도서 '지역출판' 부문 신설

문화관광부가 올해부터 우수학술도서 선정시 인문학 등 기초학문분야와 국내 저술도서의 선정비율을 확대하는 우대 정책을 편다.문화부는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출판산업 지원대책으로 올해부터 우수학술도서 선정시 기초학문분야 선정비중을 매년 약 5%씩 높여 2011년에 80%까지 확대하고, 국내 저술도서의 선정비율도 작년 90%에서 올해부터 95%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는 한미 FTA 체결 후 저작권보호기간 연장 등으로 국내 출판산업이 위축될 수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또 2008년부터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서울과 파주출판단지를 제외한 지역에서출판된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출판' 부문을 신설하기로 했다.나아가 하반기에 실시하는 우수교양도서 선정시에는 '아동ㆍ청소년' '번역' 부문을 신설해 국내 도서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우수학술도서 선정대상은 작년 5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국내에서 초판 발행된 도서를 대상으로 하며 총류ㆍ철학ㆍ종교ㆍ사회과학ㆍ순수과학ㆍ기술과학ㆍ예술ㆍ언어ㆍ문학ㆍ역사 등 10개 분야 500종 내외를 선정한다.접수기간은 이달 10-31일이며 자세한 내용은 문화부(www.mct.go.kr)와 출판유통진흥원(www.booktrade.or.kr) 홈페이지 참조.

  • 문화일반
  • 연합
  • 2007.05.11 23:02

이철경 클라리넷 독주회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악기를 연주한다고 하면 깜짝 놀라요. 활달한 성격 탓이겠죠?”무대 위에 서면 기분은 더욱 상승한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열정적일 수 밖에 없다. 클라리네티스트 이철경. 2005년 독일에서 귀국하고 해마다 연주회를 열고있는 그가 세번째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12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못해도 하루 2∼3시간씩 꾸준히 연습해 와서 독주회를 앞두고도 특별히 힘든 점은 없어요. 하지만,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제 연주를 집중해 듣는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흥분되죠.”포스터를 붙이고 팜플렛을 발송하는 부수적인 작업이 더 머리 아프다는 이씨. 이번 독주회는 ‘B플랫 클라리넷’을 중심으로 클라리넷의 편안하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전하는 곡들로 택했다. 클라리넷 중에서 가장 작지만 음역이 높은 ‘E플랫 클라리넷’으로 누가 들어도 부담 없는 ‘Carnevale di Venezia Klarinette in Es’도 연주한다.지난해 듀오 음악회를 열었던 남편 김길주씨는 가을에 있을 독주회 준비로 바쁘지만, 앵콜곡에 깜짝 출연할 예정이다. 돌이 갓 지난 딸을 위한 곡으로 준비할 생각. 독일 라이프찌히 음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노은실씨와 전북대 동문 피아니스트 이윤희씨도 함께 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무대 위에서의 순발력은 늘어가는 것 같다”는 이씨. 그는 나라별, 시대별로 테마를 정한 연주회도 열고싶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05.11 23:02

"미술관에 놀러 가자" 도립미술관 어린이기획전

“우리는 미술관에 놀러간다”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어린이들에 놀이터를 내어준다. 가정의 달을 맞아 기획한 ‘미술관은 놀이터’와 ‘열 두 상자와 떠나는 화폐여행’. 생활속에서 즐기는 미술놀이마당으로 준비했다. ‘미술관은 놀이터’는 미술과 놀이가 접목된 전시다. 미술관 앞마당 놀이터부터 전시장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작품이 마치 놀이기구마냥 이어진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고 그리고 맞추며 미술품과 함께한다. 미술을 관찰 또는 감상의 대상으로 마주하는 자리가 아니라 몸으로 소통하는 기회다.계나리 김미라 고보연 곽철종 김경아 김계현 김성석 김호경 노준 노지연 박광현 박정흠 서영식 서희화 손원영 안광준 송주현 윤길현 이병희 이지연 이유정 임수진 장시형 김세리 채수만 최운형 한정무씨가 전시에 참여했다.‘열 두 상자와 떠나는 화폐여행’은 어린이들의 경제 및 역사교육의 장이다. 12개의 체험형 상자에 돈의 기능과 종류 가치 디자인 등 화폐속에 담긴 여러나라의 문화를 소개한다. 돈을 통한 경제개념도 얻을수 있는 전시로 기획됐다. 삼성어린이박물관과 함께 주최한다. 전시기간동안 별도의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12일부터 6월 3일까지 토·일요일 오후 1시와 3시에 판토마임 공연이 열린다. 홍창종 최경식 이경식 송경성 현대철 류지애씨가 다양한 주제로 공연한다. 오감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청각 시각 촉각 후각 미각을 주제로 한 체험프로그램이 12일부터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미술관 실기실에서 진행된다. 또한 13일부터 7월1일까지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는 점토와 와이어를 이용한 만들기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전시는 11일 개막해 7월1일까지 계속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5.11 23:02

[전시속으로]그림, 자전 등

그림.자전 16일까지 전주우진문화공간강현덕 고보연 양순실 이일순 임유선 임현채씨가 참여하고 있는 ‘그림.자전’. 젊은 여성작가들이 느끼고 있는 삶의 단면단면들이 화폭안에 담겼다. 섬세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가운데서도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전북미술대전 수상작·초대작가전 18일까지 소리전당·예술회관제39회 전북미술대전 수상작 전시와 초대작가전이 소리전당 전시장과 전북예술회관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미술대전에서는 조각부문으 소인정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8개 부문의 대상 우수상 특선 입선작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대전 초대작가들도 함께하며 전북미술대전의 맥을 보여준다.김춘옥 초대전 30일까지 소양 오스갤러리한국화 여성작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춘옥씨 초대전. 김씨는 화면을 뜯어내는 ‘데콜라주’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면의 뜯김이 만들어낸 먹물의 흔적이 또 다른 느낌의 질감을 만들어냈다.김혜미자 작품전 31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한지공예의 지평을 넓힌 김혜미자씨의 첫 개인전. 전통의 오색전지공예로부터 이를 생활용품에 접목시켜낸 현대공예품까지 한지공예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 문화일반
  • 미디어팀
  • 2007.05.11 23:02

[행사]제40회 황토현동학축제 등

제40회 황토현동학축제 = ‘가자! 황토현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40회 황토현동학축제가 열린다.10일 오후 7시 황토현전적지 특설무대에서 개막, 13일까지 계속된다. (사)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이사장 조광환)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관광부와 전라북도, 전북도교육청, 정읍시청, 정읍교육청이 후원하는 황토현 동학축제가 이번으로 제40회를 맞이한 것. 제 2회 군산꽁당보리축제 = 제 2회 군산꽁당보리축제가 열린다. '추억의 보릿고개'를 주제로 '타는 저녁 노을 익은 꽁당 보리!'를 맛볼 수 있게 하는 축제. 기간은 11일부터 12일까지 군산시 미성동 문창초등학교와 일대 보리밭에서 열린다. 보리 그을려 먹기, 보리밭 사잇길 건강 걷기, 보리개떡 만들기, 보리밭 닭서리, 고무신 멀리차기,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등 토속적인 체험 행사와 사진 작가 작품 공모, 어린이 창작 그림 및 글짓기 대회 등 기록으로 남기는 참여 행사 등 신명나는 놀이마당으로 진행된다. 문의는 450-3081(군산꽁당보리축제조직위원회), 450-3010, 3081.(군산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도립국악원 -민속국악원 가정의 달 공연 =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이재형)이 오는 12일부터 3주간 매주 토요일 어린이 음악극과 창작창극을 선보인다. 어린이 음악극 마고할미(12일 오후3시)와 어린이를 위한 창작창극 깨비 깨비 도깨비(19일·26일 오후3시·민속국악원 예원당). 입장료는 무료.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임종환)은 10일 목요국악상설무대를 특집공연을 갖는다.공연 후 공연장 야외광장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닥종이인형 마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참가비 1000원) 자세한 사항은 620-2330로 문의하면 된다. 홈페이지는 www.ntmc.go.kr.예인음악예술고 '뮤직 페스티벌' = 익산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교장 이봉기)가 음악축제를 마련한다. 기간은 10일부터 12일까지. 매일 오후7시30분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음악에 관심있는 학생이나 시민 누구나 자리를 함께해 즐길 수 있는 자리다. 공연 입장료는 무료. 예인음악예술고 834-9991로 문의하면 된다. (www.yemusic.hs.kr)

  • 문화일반
  • 미디어팀
  • 2007.05.11 23:02

여성의 섬세함과 따스함 물~씬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의 ‘2007청년작가초대전’ 문을 열고 있는 ‘그림.자展’. ‘여자 여섯의 면벽(面壁)과 수다’를 부제로 단 전시는 여성들의 섬세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전시다. 여섯 작가는 자신의 화폭에 각기 다른 목소리를 담았지만 전시장은 일정한 흐름이 있다. 이정훈 평론가는 “작가들 앞의 기억과 욕망, 고통과 고립이 웅웅거리며 미지의 생명력으로 대지위에 자연의 일부로 서 있는 모습들이 작품속으로 들어앉았다”고 표현했다. 반복되는 일상, 또는 일상에 생포당한 작가, 존재에 대한 불안, 세상과의 단절,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등 젊은 여성작가들이 느끼고 있는 삶의 단면단면들이 작품으로 풀어졌다. 태고적부터 우울했던 여성들의 뒷모습, 그러나 유토피아를 향해 질주하는 염원들이 담담하면서도 여운 깊은 메세지를 던진다. 여성작가들은 또 자연과의 조화 일상의 예술화도 보여준다. 이 평론가는 이들의 전시를 두고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표현했다. 전시를 함께하고 있는 강현덕 고보연 양순실 이일순 임유선 임현채씨는 전북대학 동문이다. 16일까지 전주우진문화공간.우진문화재단 ‘2007청년작가초대전’에는 지용출 유기종 윤여일 김중수 김경아씨가 초대됐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5.10 23:02

풍물로 즐거운 세상 만드는 선생님들

서양음악이 주도권을 잡은 학교. 피아노는 좋아도 꽹과리라면 고개를 가로젓는 학교 안에서 풍물로 흥을 불어넣는 선생님들이 있다. 12일 오후 5시 서울 인사동 남인사마당으로 풍물 나들이에 나서는 풍물패 ‘사풍’(회장 김삼례). 전북지역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전국 교사 풍물패다. ‘사풍’의 원류는 전북대 사범대학 풍물패 ‘들불’. 졸업과 동시에 각지로 흩어질 수 밖에 없는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다 2002년 풍물패를 만들었다. 네가지 악기로 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생각에 이름도 ‘사풍’이다. “우리 소리가 얼마나 좋은데요. 아직은 우리 음악을 낯설어 하는 아이들이지만, 한국의 멋을 알려주다 보면 우리 문화가 지닌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서양음악이 중심이 된 학교 음악수업. “우리 전통음악을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사풍’ 회원들은 학교 안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기도 한다. 김삼례 회장은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의 흥미나 관심도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원굿이 볼거리가 많아요. 상모춤이나 발림 등이 화려해 듣는 맛 뿐만 아니라 보는 멋도 있죠.”남원농악을 하는 ‘사풍’ 회원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3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남원시립농악단에서 설장구를 치고있는 염창수씨 역시 ‘사풍’ 회원. 30여명의 회원들 모두 아마추어 치고는 꽤 실력이 좋다. “요즘 사람들은 아무래도 풍물에 대한 관심이 적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우리 것에 대한 열정이 있는 친구들은 다들 찾아오더라고요.”이번 공연은 ‘사풍’의 세번째 정기공연. 2005년에는 인사동에서, 2006년에는 전주 객사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한동안 붙잡아 놓기도 했다. 그동안 그 때 그 때 가락을 짜서 해왔다면 올해는 가락보를 체계적으로 완성시킬 정도로 회원들 실력이 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염창수씨의 태평소 가락에, 경기 지역의 가락을 모아 엮은 ‘웃다리 사물놀이’와 전국의 여러 가락들을 모아 엮은 ‘삼도 사물놀이’, 최고의 판제를 자랑하는 ‘남원좌도굿’을 신명나게 풀어낸다. 내년부터는 전주를 중심으로 공연을 이어갈 생각이다.풍물을 치는 선생님들. 풍물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을 확인해 가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도 풍물로 즐거운 세상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05.10 23:02

[윤덕향 교수의 재밌는 문화재] 부안 소산리산성

부안 주산면은 산꼭대기에 배를 매었다고 전하는 해발 231m 높이의 배메산에서 이름하였다. 이 배메산이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 끝자락에 있는 산봉우리를 감싸고 소산리 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소산리 산성은 산봉우리의 7부 능선정도를 감싸고 있는 테머리식 산성으로 백제시대에 쌓은 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산성을 비롯하여 부안지역에 있는 산성들에 대한 조사가 전영래 선생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1975년에 지난번에 말한 바 있는 ‘전북유적조사보고’ 4집에 보고되었다. 이 보고에는 소산리 산성을 비롯하여 7곳의 유적이 ‘부안지방 고대위곽유적과 그 유물’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다. 이들 유적들중 특히 소산리 유적과 반곡리 유적에서는 볍씨자국이 있는 토기편이 확인된 점이 특기할 일이다. 소산리 유적에서는 삼각형 돌칼, 망치돌, 화살촉, 돌도끼 등의 석기와 적갈색 무문토기편, 김해식 타날문토기, 홍도, 흑도편, 백제계 도질 토기편, 회색 와질토기편 등이 수습되었다. 이 유물들중 석기와 무문토기, 김해식 타날토기, 홍도 그리고 흑도는 백제시대 이전 단계인 마한단계의 유물 또는 그보다도 앞서는 시기의 유물이다. 따라서 산성을 쌓은 시기가 백제시대라고 하더라도 그 이전부터 이 유적에는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산성이 축조되기 이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문화, 즉 기층문화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에 따라서는 백제문화로의 이행과정 따위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유적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볍씨자국이 있는 토기조각이 확인된 것인데 이 토기조각이 발견되기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기원전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김해조개무지에서 확인된 탄화미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소산리에서 확인된 볍씨자국 토기는 명홍색의 모래가 많이 있는 무문토기로 토기의 밑바닥에 벼잎과 볍씨 자국이 찍혀있다. 이 토기의 형식과 그 주변에서 출토된 석기들에 의하여 이 토기는 기원전 2-3세기로 추정되었고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벼농사가 당시까지 생각하던 것보다 100여년 이상 오래전에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각지에서 볍씨자체, 또는 벼를 경작한 논까지 확인되고 소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벼농사가 이루어졌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소산리 유적은 벼농사의 기원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한 유적이며 토기편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하여 볍씨의 존재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유물 연구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05.10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