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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미술대전 출품작 감소세 '위상 흔들'

제39회 전북미술대전은 이례적으로 조각부문 특선작이 종합대상을 차지했다. ‘그 시절, 그 곳에,’를 출품한 소인정(26·울산시)씨가 종합대상을 받았다. 박계성(군산대 서양화과 교수)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각 부문 대상작만 종합대상 후보로 놓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운영위원회에서 대상작을 내지 못한 부문에서도 작품이 우수할 경우 대상후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술대전 운영규정에는 부문 출품작이 50점을 넘지 못할 경우 대상작과 우수상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됐으며, 그동안 종합대상은 관례상 부문별 대상작만을 후보로 해왔다. 전북미술대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출품작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출품작은 8개부문에 691점. 전년대비 10%가량 줄었다. 특히 건축부문에는 단 한작품도 출품되지 않았다. 따라서 9개 공모부문중 50점 이상 출품돼 대상작을 낸 부문이 서양화(수채화 포함) 한국화 문인화 서예 4개 부문에 그쳤다. 부문별로는 동호인이 늘고 있는 문인화와 서예 출품작이 늘어난 반면 서양화 한국화 공예 판화 등은 감소하고 있다. 전공자들이 줄고 있는데다 홍보부족도 요인이 됐다. 김두해 전북미술협회장은 “집행부가 바뀌는 과정에서 미술대전 시기가 한달여가량 빨라졌고, 이에따라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북미술대전의 상금도 상의 권위를 저해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술대전 대상 상금은 200만원. 한 미술인은 “조각 작품의 경우 운반비만 해도 40∼50만원을 웃돌며, 재료비가 수백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미술대전의 메리트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출품작은 감소한 반면 작품수준은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김한창 심사위원장은 “서양화 조각 한국화 디자인 서예 등 각 분야 모두 개성있고 다양한 표현이 도드라졌다”며 “작품수준은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심사는 이용휘 문종권 김문철 송관엽 권태석 최종건(이상 한국화) 이승백 임동주 김한창 이경욱 박만용 이장우 이병국(이상 서양화) 강희진(수채화) 신철 정재식(이상 판화) 정진환 박천희 김대길 권오수(이상 조각) 양훈 김중기 유경희 김연 안덕춘(이상 공예) 유정열 선주선 유필상 김기봉 정의주(이상 문인화) 소병순 유석영 김진호 김인숙 이병기 (이상 서예) 노방환 윤중화(이상 디자인)씨가 맡았다. 일부 부문에서 지도교수가 제자의 작품을 심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 공정성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각 부문별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한국화-‘가을바람’ 홍명진(48·전주대 조형예술학부3)정읍 출생. 갑오동학미술대전 추천작가로 ‘한·중 미술 스타전’에 출품했다. 한국화의 질적 향상이 돋보인 올해, 특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서예-‘가야산 독서당’ 최효식(52·충남 천안시)군산 출생. 전북미술대전에서 특선 등을 했으며, 추사기념사업회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품에 기운과 품격이 서려있다는 평이다. △ 문인화-‘포도’ 현옥선(43·옥구중 교사)충남 서천 출생.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하고 현재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북미술대전 특선 등.자유로운 필치와 묵색의 표현이 우수했다는 평가. △ 서양화-‘Mirage’ 장광선(38·김제시 금구면)전주 출생.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학과 졸업하고, 2006년에 개인전을 가졌다. 전북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룹 ‘QUARTER’와 ‘SALE’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구상 보다 구상 작품이 주목받은 올해, 비구상 작품으로서 뛰어났다는 평.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5.07 23:02

"변형보다는 단오의 원형 찾아야"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오축제다. 북쪽지역 어촌의 풍어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무속적인 프로그램이 많다. 별도의 단오공연장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행사로 전 세대가 동참하고 있으며, 이미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반면, 전주단오는 남쪽의 농촌형 풍년기원제 성격이며 생활민속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자연공원에서 이뤄지는 지역단위의 소규모행사로, 노령층이 주로 참여한다. 비교적 종합축제의 역사를 지니며, 도시 속의 농경사회축제로 볼 수 있다.’현재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단오행사는 강릉단오제, 서울단오축제, 의왕단오제, 평해남대천단오제, 법성포단오제, 달구벌단오축제 등. 강릉과 전주의 단오제를 비교한 이흥재 문화정책연구평가원 대표는 “전통문화를 기치로 내세운 전주는 변형보다는 최대한 단오의 원형을 찾아 전승시켜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남제가 단오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올해, ‘2007 전주단오예술제’ 주최를 맡은 전주예총과 전주풍남제전위원회, KBS전주방송총국이 ‘전주단오축제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4일 오후 2시 전주관광호텔.‘전주단오와 문화정책의 연계’를 발표한 이대표는 “전주단오제가 다른 문화예술행사,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예술장르와 전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농경체험축제에 놀이의 개념을 더해야 한다”며 “올해 시도하는 단오예술제는 긍정적 의미로 볼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축제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전문기획가적 관점에서 집객 위주의 요란한 프로그램보다는 ‘전주다운 느낌이 있는 축제’로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05.07 23:02

'한국시조대상' 첫 수상자에 최승범 시인

최승범(77·고하문예관 관장)시인이 ‘한국시조대상’ 첫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시조대상’은 사)세계시조사랑협회(이사장 조오현)가 올해 제정한 상으로, 시조발전과 시조창작에 탁월한 성취를 보이는 문인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수상작은 ‘대나무에게’ ‘맨주먹운동’ ‘쓰나미’ ‘춘초화개도’ ‘아침북소리’ 등 5편이다. 시조대상 운영위원회는 “최승범 시인은 한민족 최장수 문학인 시조의 뿌리와 맥을 잇는 마지막 선비시인이자 평생 대학과 현대시조 창작에만 매달려온 학자시인”이라며 “시조의 생명이기도 한 언어절제와 사물에 대한 관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시상의 전개가 빼어나다”고 평했다.최 시인은 “가람스승께서 가신지 40주기에 받는 이 상은 ‘네 남은 생애에도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와 당부같다”며 “시조창작이나 이론에 출람(出藍)은 커녕 생전 스승의 발뒤꿈치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겸양했다. 최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소낙비’ 등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가람의 뒤를 이어 전북대학에서 40여년동안 ‘시조론’을 강의했으며, 지금까지 출간한 시조집이 10여권을 웃돈다. 시상은 10월 세계시조사랑축제에서 있을 예정이다. 상금 1000만원.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5.07 23:02

[전주국제영화제 결산]객석점유율 80% '흥행'성공

전주국제영화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6회때부터 안정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관객동원면에서 ‘흥행’했다. 평균 객석점유율 80%.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주영화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운영면에서는 정비가 필요하다. 행사기간 자원봉사자 포함 3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지만 인력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10회를 앞두고 조직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되는 이유다. △프로그램 안정화전주영화제를 찾은 영화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들을 내놓았다. 독립·단편·저예산영화를 지지하는 영화제 성격도 이어지고 있으며, 섹션 정비가 잘 이뤄졌고, 상영되는 영화의 수준도 높다고 했다. 곽영진 평론가는 “‘인디비전’과 ‘디지털스펙트럼’을 통합한 것이나, 한국영화섹션을 하나로 묶은 것 등은 잘한 점”이라고 말했다. 양용모평론가는 “상영작 수준이 영화제 위상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올해 상영작들의 수준이 높았다”며 “전주영화제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창작지원을 확대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3인3색’에 이어 ‘디지털3인3색 숏!숏!숏!’을 신설해 젊은 영화인 발굴에 나선 점과, 또 지역 영화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로컬시네마 전주’ ‘HD특별전’ 등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지역에 바탕을 둔 영화제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로 꼽혔다. 특별전과 회고전 등 작가주의 영화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점도 전주영화제만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화배우 정찬은 “전주영화제는 제3세계 영화인들의 교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작가주의 영화인들이 소통하는 영화제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니아층도 형성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지나 영화평론가는 “전주영화제는 이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나 영화전공자, 또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조직·운용 진단 필요운영면에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무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제측에서는 “기대 이상의 관객들이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밝혔지만 영화제를 찾은 이들은 “10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영화제 조직 전반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화제 스탭 300여명중 자원봉사자 비율이 높은 점이나, 상근 스탭이 6명에 불과한 점 등이 인력운용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지적받는다. 영화제를 8회째 치르면서도 티켓팅의 효율이 떨어지는 점도 관객들의 불만요인이다. 홍보나 이벤트의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스타감독이나 배우 평론가들의 상대적 부재도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유지나 평론가는 “대안영화제를 지향하는 전주영화제에서 상업적 스타를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하지만 곽영진 평론가는 “스타급 영화인들의 참석이 곧 영화제의 파워”라며 “전주영화제도 스타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공간의 문제도 전주영화제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올해까지 야외행사장으로 사용한 동진주차장에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이와함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귀백 영화평론가는 “전통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전주에 세계 영화인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문화일반
  • 은수정·도휘정
  • 2007.05.07 23:02

[에듀 인사이드] 도내 주요 대안학교는

△세인고(www.seine.hs.kr·완주군 화산면·261-0077)= 기독교계로 160명의 재학생을 두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재학생 가운데 30%가량이 도외지역출신. 이성교제·흡연 등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푸른꿈고(www.purunkum.hs.kr·무주군 안성면·323-2058)= 학생수는 90여명으로, 신입생의 30%는 도내출신에 우선배정하고 있다. 당초의 설립취지대로 제도권교육에 염증을 느끼는 학생들을 보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학교운영·구조면에서 이상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생태정신·생태교육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지평선중(www.jipyeongseon.ms.kr·김제시 성덕면·544-3131)= 학생수는 100명 안팎. 2003년 개교했다. 다양한 재능을 개발하려는 학생들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외지 학생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방과후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통해 관악·도자기·목공예 등 ‘1인1기’를 정착시켰다.△실상사작은학교(www.jakeun.org·남원시 산내면·636-3369)= 올해로 7번째로 16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지리산생명연대 등 실상사주변 공동체 식구들과 합심해 생명나눔에 적극 나서고 있다.△굼나제학교(www.goomnaje.com·전주시 우아동1가·211-1318)= 세인고의 초대교목인 이재문 목사가 교장이다. 공교육에서 상처를 안고 고민하며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한 도시형대안학교. 중·고통합 3년과정으로, 수시모집을 통해 20명의 학생을 두고 있다. 도내출신은 20%수준.△진솔대안학교(php.chol.com/~jeansol·진안군 주천면·432-6890)= 입학경쟁률이 30대1로, 우수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학생수가 66명으로 중학교과정 21명에 고교과정 45명이 다니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 형제 남매들이 많은 것이 특징. 교내 규율 엄격해 염색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달들어 3주간의 진통제(진리와 통하는 예배)를 열고 있다.△전북산돌학교(군산시 월명동·446-4460∼1)=지난 3월 개교한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평화의 선교회가 군산 YMCA 3층 70여평을 임대해 운영중이다. 중고교통합 및 방과후과정을 두고 있다. 학생수는 22명. 6살부터 19살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체험학습에 주력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05.07 23:02

[에듀 인사이드] 우리아이 대안학교 보낼까 말까

대안교육(Alternative Education)이 제도권안으로 들어온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정부가 영산성지고 등 6개 학교에 대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특성화학교(자연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특성화 중·고교)로 처음 인정한 해가 지난 97년말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99년 무주의 푸른꿈고와 완주의 세인고가 처음으로 인가를 받았다. 대안학교란 산업화시대 이래 국가가 주도해 온 공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종래의 학교교육과 다른 방식의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를 말한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사이, 도내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도내지역 대안학교의 현주소를 가늠해본다.△대안학교, 이래서 추천학력이 인정되는 대안학교는 전국적으로 약 30곳에 달한다. 도내에선 푸른꿈고와 세인고, 2003년 문을 연 김제지평선중 등 3곳이 정식인가를 받았다. 이밖에 도내에서는 약 10곳의 비인가대안학교가 있다.대안학교는 처음에는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소위 ‘부적응학생’을 끌어안겠다는 설립취지를 숨기지않았다. 여전히 이같은 취지를 고수하고 있는 학교들도 적지않지만, 상당수는 더이상 부적응학생을 위한 학교에 머물지않고 있다. 소위 ‘붕어빵교육’으로 불리는 획일적인 제도권교육을 거부하겠다는 ‘보통’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에도 성적이 우수하고, 중산층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둔 대안학교 학생들이 적지않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세인고와 푸른꿈고의 올해 입학경쟁률은 각각 5대 1을 넘었다.대안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의식주의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고의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개성을 억누르지않으려고 노력한다. 가르치려하기 보다는 보듬는데 주력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학생들이 직접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민주성을 길러간다. 학력보다는 인성교육이 우선이다.△대안학교, 그늘은 없을까대부분의 대안학교 재학생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교통합과정인 진안 진솔대안학교의 경우 최근 6년을 한 학교에 다니며 창의력과 폭넓은 시야를 키우고 있다. 실상사작은학교도 주변에 산재한 공동체와 합심해 대안다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도 대학진학의 장벽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학진학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일반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고민은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미인가학교 학생들이 더 심각하다.학교내부에서의 잡음도 끊이지않고 있다. 일부 학교가 불법찬조금을 거두거나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도내 A학교는 최근 몇년동안 입학보증금 명목으로 신입생 한명에 평균 300만원씩 수억원을 받아왔다 도교육청에 적발됐고, B대안학교는 학교부지로 사용하던 폐교를 재임대한 의혹이 제기돼 올해 신입생을 받지 못한채 문을 닫았다.자녀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학부모는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이 싫어 대안학교를 찾은 학생들이 정작 대학진학이 다가오면 대안교육을 외면한다”면서 “비정규·비주류라는 대안교육의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05.07 23:02

[에듀 프런티어] 임영근 교사의 영어교육 열정

임영근 교사는 자신의 전공 못지 않게 영어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했지만 부전공으로 영어교육을 공부하고 영어과 임용시험에 세 차례나 지원했을 정도다.임용시험에 두 차례 낙방한 뒤 학원강사를 하며 모은 돈으로 1년간 캐나다에서 연수하며 4개월간 청강생으로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외국어로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인 ‘테솔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귀국후 치른 토익시험에서 845점을 얻는 등 자신감에 충만해 세 번째 영어과 임용시험을 치렀지만 또다시 고배를 들었다.지난 99년 군산제일고 지리교사 모집시험에 합격한 임 교사는 영어교사의 꿈을 접었다. 그러나 영어교육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미국 메릴랜드대학 조교수(철학)로 한국내 미군기지에 설치된 분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손위 처남 박승배 교수(39)를 만나면서 열정이 되살아났다. 판소리를 영역(英譯)하는 작업을 하던 박 교수를 보면서 “지리교육을 영어로 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박 교수의 격려속에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교과교육연구지원사업에 응모해 채택됐고 지난해 9월 ‘영어로 하는 지리교육’ 연구가 시작됐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영어교재를 만들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려면 사교육이 할 수 없는 공교육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영어 이외의 과목을 영어로 지도하는 학교 교육을 꿈꾸고 있다.임 교사는 오는 8월 연구논문 작성이 끝나면 전북지역의 축제를 영어로 정리해 볼 계획이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지역축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에게는 향토애 고취와 영어실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다시 살아난 영어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문화일반
  • 강인석
  • 2007.05.07 23:02

[에듀 프런티어] 지리수업 영어로 진행 임영근 군산제일고 교사

군산제일고 임영근 교사(36)는 영어를 연구하는 지리교사다. “영어 이외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면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은 물론 해당 과목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이에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임 교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지리과 교수·학습자료를 통한 영어 표현력, 독해력 증진 및 지리학적 안목 신장’이란 연구과제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교과교육공동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7월께 학회에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임 교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진정시키려면 공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은 표정이다. 임 교사는 대학에서 지리교육을 전공했지만 영어교육을 부전공으로 선택했고 졸업후 3년여 동안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갖고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 현장을 모두 경험하며 나름대로 교육의 문제점을 고민해왔다.임 교사는 지난 겨울 군산제일고 기숙사에서 1·2학년 학생 50여명과 함께 지리과목을 영어로 공부하며 영어교육의 대안을 모색해 왔다. 3개 반을 편성해 자신이 2개 반을,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능력을 갖춘 미국 메릴랜드대 박승배 교수(39·철학전공)가 1개 반을 맡아 기후·지형·인구·도시 등 지리교과와 FTA·스크린쿼터 등 시사성있는 주제를 10시간 동안 영어로 수업했다. 녹음된 영어 일기예보를 직접 들려주고, 시사성있는 주제를 놓고 학생들과 영어로 토론하기도 했다.수업을 모두 끝낸 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수업내용의 70∼80%를 이해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업방식이 ‘지리실력과 영어실력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영어 말하기·읽기·듣기능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임 교사는 “기숙사생들이 비교적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고 한 번 배웠던 교과를 영어로 다시 접해 영어 지리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같은 수업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학생들의 영어능력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영어교사와 다른 교과 교사가 팀을 이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것. 그러나 아직은 현실적 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진 않는다. 영어교사가 다른 교과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갖춰야 하고, 다른 교과 교사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구사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이같은 한계를 인정하는 임 교사는 현실적 대안으로 방과후학교에서의 팀티칭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방과후학교 무학년 수준별 교과프로그램(영어-지리교육) Immersion Program을 위한 수업자료’를 만들었다. 원하는 학생에 한해 방과후학교에서 영어로 지리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수업자료를 만든 것. 자료 제작에는 임 교사와 군산제일고 전경수(지리), 이희준·홍창의 교사(영어), 남성중 고영현 교사(지리), 김제여고 최미라 교사(지리) 등이 함께 참여했다.임 교사는 “지리교과를 영어로 공부하면 영어의 표현능력은 물론 지리적 지식 신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수업방식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원서로 공부하고 영어권 서적과 논문을 접할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임 교사는 “입시가 중요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당장은 영어로 지리교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교과서 진도를 끝낸 뒤 남는 시간에 영어로 지리수업을 다시 한 번 반복 지도하는 방법을 도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강인석
  • 2007.05.07 23:02

"춘향이 보러 남원으로 오세요" 4일 춘향제 개막

국내 최고의 사랑 축제인 남원 춘향제가 4일 화려한 막을 올리고 5일간의 일정에 들어간다.'사랑은 단 하루도 천년입니다'를 주제로 광한루원과 요천둔치 일대에서 열리는 올 춘향제는 체험축제와 전통국악축제, 사랑예술축제, 전통문화축제 등 4개 분야 25개 행사로 마련된다.체험축제에서는 춘향고을 대동길놀이와 전통문화 체험마당.퓨전국악한마당 등이, 전통국악축제에서는 방자놀이마당.전통혼례식.춘향국악대전.전국궁도대회 등이 각각 열린다. 또 사랑예술축제 분야에서는 사랑의 맹세 타임캡슐.외국인 여성 전통혼례식 등이, 전통문화축제에서는 춘향제향.춘향선발대회 등이 마련된다.시는 올해 특히 축제의 소득화를 위해 지역 특산품인 미꾸라지와 추어음식을 널리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시는 먼저 황토물에 들어가 미꾸라지를 잡는 '황금 미꾸라지를 잡으세요' 행사를 요천둔치에서 열고 추어탕세트와 문구세트, 선풍기, 자전거 등 푸짐한 경품을 주기로 했다. 행사장 인근에는 시가 자체 개발한 추어탕과 추어전골, 추어강정, 추어가스 등 미꾸라지를 이용한 음식 10여가지가 전시되며 국내외의 다양한 미꾸라지와 남원 추어탕의 유래, 성분 등을 설명해주는 '미꾸라지 이야기코너'도 설치된다.태국과 베트남, 중국, 몽골 등 아시아 각국에서 남원으로 시집 온 40여명의 주부들이 자국의 다양한 전통음식을 선보이는 '세계음식문화체험'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전통놀이 체험장에서는 목공예, 도예, 천연염색과 짚풀공예, 부채만들기, 종합공예 등 우리의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박환덕 춘향제전위원장은 "올 춘향제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됐다"며 "행사의 품격을 높여 춘향제가 세계적 축제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신기철
  • 2007.05.04 23:02

[이 영화 한편!] '스파이더맨3' 더 화려해진 CG...줄거리는 식상

피할수 없는 강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국영화들이 비참히 무너지고 있다. 이번주 개봉관은 ‘스파이더맨3’가 점령했다. 개봉 첫날 전국 관객도 기록이다. 올 개봉작 중 가장 많은 스크린(617개)을 점유한 ‘스파이더맨3’는 지난 1일, 무려 50만2000명이 영화를 봤다. 기대 만큼 정말 잘 만들어졌을까. 3년 만에 돌아온 ‘스파이더맨3’는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약 2800억원)를 투입했다고 ‘홍보’했다. 돈을 들인 만큼 영상은 더욱 화려해졌다. 그러나 기본적인 줄거리는 전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스파이더맨으로 자리잡은 주인공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애인인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과 거미줄 위에 누워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면서 스파이더맨 역할도 병행하지만 악당들의 등장으로 그들의 연애관계는 위기를 맞게 된다.'스파이더맨3'에는 악당이 3명이나 등장한다. 피터의 절친한 친구이자 스파이더맨을 아버지의 살인자로 여기는 해리(제임스 프랑코)는 아버지가 남긴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악당 뉴 고블린이 된다. 피터의 삼촌을 죽인 탈옥수 플린트(토머스 헤이든 처치)는 경찰에 쫓겨 도주하던 중 과학실험에 잘못 휘말려 몸이 모래처럼 부서지고 뭉쳐지는 샌드맨이 돼 스파이더맨과 대결한다. 스파이더맨 특종사진을 놓고 피터와 경쟁하던 프리랜서 사진기자 에디(토퍼 그레이스)는 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검은 찐득이(심비오트)에 감염된 뒤 스파이더맨과 비슷한 모습의 악당 베놈이 돼 샌드맨과 합세한다.뉴욕의 고층빌딩 숲을 날아다니며 3명의 악당들과 벌이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신은 여전히 박진감 넘치고 현란하지만 1, 2편에서 보아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식상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답게 특수효과의 정교함이 다소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1,2편을 만든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해 개봉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가장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12세 이상 관람가.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5.04 23:02

[작가가 만난 작가] 이준호 소설가가 만난 소설가 윤홍길

선생은 언제나 조용조용 말씀하신다. 노여운 일이 있어도 어지간해서는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다. 선생의 작품도 그 목소리를 닮았다. 이야기를 들려주되, 주장하고 설득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이해에 이르도록 배려한다. 행여 독자들이 오해하고 곡해할까 봐 조바심내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작품을 통해서만 당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 방식은 작품 활동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결같다. 그래서 선생의 작품은 화학조미료를 듬뿍 넣은 음식점 갈비탕이 아니라, 오래 고아 우려낸 곰국 같다. 첫술에 미각을 확 사로잡아버리는 맛이 아니라 오래오래 음미해야 비로소 제 맛이 느껴지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작가가 배우나 가수처럼 단명 하는 요즘에도 선생이 건재한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선생이 재직하는 대학에 작년까지 강사로 나갔다. 선생의 연구실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 가장 적절한 단어와 문장을 찾아내기 위해 삭제와 되살리기의 고달프고 힘든 노동을 거듭하는 선생을 그려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단 이력이 일천한 필자로서는 선생의 치열하고 준엄한 문학정신을 가늠할 수 없다. 선생은 한창때 내리 일주일을 자지 않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 같지 않아 밤을 새우면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며 웃을 때, 그 수줍은 미소에서나 어렴풋하게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선생은 정년을 1년 남겨둔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올해 65세가 되셨다는 뜻이다. 선생이 좋아하는 외국작가는 예순을 넘겨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써낸 ‘니코스 카잔차키스’다. 선생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지금은 창작을 잠시 중단하고 있지만 강의, 강연, 심사에 전념하면서 구상중인 작품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정년을 하면 칩거하며 오직 창작에만 전념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선생은 이런 각오를 회갑기념으로 출간한 중편집에서도 밝히고 있다. 간절히 소망하건대, 이번 작품집 출간을 계기로 해서 회갑 이후의 내 삶의 내용이 과거에 비해 실팍하게 달라졌으면 한다. 더욱이 간절히 소망하건대, 회갑 이후에 쓰여질 내 작품들이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한결 완숙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한다.(「낙원? 천사?」작가후기)정읍에서 태어난 선생은 여섯 살이 되던 1947년, 이리(현재의 익산)로 이주한다. 하지만 이리에서의 어린 시절은 잦은 이사, 무허가 판잣집, 아버지의 실직 등 극심한 가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보호와 안주의 의미를 상실한 집은 부재와 결핍의 공간이다. 그래서 선생의 초기 작품에 나타나는 집은 대체로 불안정하고 위태롭다. 지방 명문인 강경상업을 졸업한 아버지 덕분에 정읍에서는 행복한 유년을 경험했기에 선생이 이리에서 체감한 불행은 수은주가 가리키는 온도를 훨씬 밑도는 것이었다. 「집」이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서 그려지고 있듯, 안식과 휴식을 제공하는 집의 상실은 어린 선생이 방황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다. 가난의 원인제공자인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현실 일탈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가출을 택한 그는 무허가 판잣집이 철거를 당한 무렵을 전후해 총 다섯 번의 가출을 감행한다. 이를 평론가 황종연의 표현을 빌면 그의 가출은 “친근한 삶의 경계를 넘어서 보다 넓고 낯선 세계와 접촉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가 처음이었다니 꽤나 어린 나이부터 가출을 경험한 셈이다. 그렇지만 선생의 가출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느 출판사에서 기획한 한국명작소설총서의 열 번째 작가로 선정된 선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가출 욕구가 꿈틀거릴 적마다 부지런히 소설에 매달렸고, 작품을 통해 낯선 땅에서 낯선 인물들을 만나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들을 대신 이룰 수가 있었다. 선생의 가출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그 가출은 막연한 도피나 방황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성과 의미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이 추구해온 문학과 행적으로 미루어 볼 때, 현실과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모색인 가출을 ‘유토피아 찾기’라고 명명해도 무방할 듯하다. 선생은 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올해로 39년째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한 선생은 전쟁의 상처와 분단과 이산의 아픔, 사회의 구조적 폭력, 후기산업사회에서 소시민들이 겪는 애환 등과 같은 문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유년시절과 젊은 날의 대부분을 가난과 씨름해온 선생은 타자화된 주변부적 주체로서, 현실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러므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깊은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선생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녹록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군대생활? 군대생활이 좋겠다. 공군 기술병으로 복무한 도시는 필자의 고향이다. 선생은 필자의 고향을 알고 나서도 한참 뒤에 이 사실을 밝혔다. 그때까지도 선뜻 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심한 차별과 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한 번은 전투기가 격납고에 충돌하면서 폭발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61년 전주사범을 졸업한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다. 교사를 하면서도 가출병이 도져 방학이면 무전여행을 다니다가 과로와 영양실조 때문에 급성간염에 걸려 고생하기도 한다. 유경순 여사와 결혼한 다음해인 73년, 선생의 표현을 빌면 “좀더 사회적으로 나은 대접을 받아볼까” 해서 초등학교 교사를 사직하고 원광대학교 국문과에 편입한다. 하지만 졸업하고 부임한 성남의 모 여중학교를 금새 사직한다. 선생은 그 이유를 “사립학교의 경영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밝혔지만, 그 말의 행간을 더듬어보건대 사립학교의 독선적인 운영에 적응하지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거기에는 글 쓰는 사람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도 한몫 거들었으리라. 좀더 나은 사회적 대접은커녕 실직자가 된 것이다. 가난은 선생 주위를 끈질기게 맴돌았다. 당시의 가난에 대해 선생은 “극심하고 고생스러웠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선생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빈약한 필자의 상상력을 동원해보자면 신혼인데다 장남이 태어나 물리적 빈곤에, 정신적 압박까지 겹쳐 선생을 짓눌렀으리라는 것이다. 얼마나 가난했는지에 대해 선생이 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정말 콧날이 시큰해지는 그 이야기를 밝히는 것은 선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더군다나 무능력한 아버지에 대해 반발하고 반항했던 선생이 아니었던가. 자전소설 「궁상반생」에는 동생 경묵이를 죽인 사람은 바로 아버지라는 진술이 나온다. 홍역을 앓던 경묵은 약 한 첩 못 쓰고 죽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양」에서 주인공 ‘나’의 동생 윤봉이의 죽음으로 고스란히 되풀이된다. 그런데 선생이 가장으로서 그 가난을 가족이 겪게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 당혹감과 참혹감이란! 하지만 불에 데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그 뜨거움을 알겠는가. 그저 짐작할 뿐이다. 얻은 것도 있다. 그해에 윤흥길 선생의 대표적 중 하나인 「장마」를 발표한 것이다. 선생의 출세작이기도 한 「장마」는 정양 선생이 들려준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었다. 같은 해 ‘대한일보’신춘문예에 시로 당선한 정양 선생과는 고향의 문단 선배들이 베풀어준 당선 축하연에서 처음 만난 뒤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75년부터는 생계가 차츰 안정되기 시작한다. 선배인 최창학 소설가의 주선으로 출판사 일조각 편집부에 취직이 된 것이다. 낮에는 편집 일을 보고, 밤에는 작품에 몰두한다. 집이 있는 성남까지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출판사 근처에 여관방을 잡았다. 며칠에 한 번씩 유경순 여사가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왔다. 선생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부끄러워지며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른다. 선생이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소설가는 독종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나에게 자문해본다. “너는 글쟁이로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77년, 선생은 직장생활을 접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선생에게 문명을 떨치게 해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발표한 것도 이 해이다. 그 뒤로 선생은 왕성한 창작으로 한국문단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생들에게 문학을 통한 가출을 부추기는 교수이기도 한 선생 역시 종착지는 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집으로 돌아가 안주할 날은 요원해 보인다. 유토피아 찾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전식 풀이로 ‘이상향’인 유토피아는 ‘없다’는 뜻의 라틴어 'u'와 장소 ‘topos’의 합성어로, 원래 의미는 ‘없는 땅’이다. 이는 곧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므로. 2000년 서울 국제문학포럼의 토론자로 참석한 선생은 자신의 유토피아 찾기가 계속될 것임을 아래와 같이 시사하고 있다. 시대의 단순한 삶을 작품에 투영하는 단순한 증언자, 기록자로서가 아니라 특별하고 내밀한 삶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가다운 작가를 지향…… 선생은 정년 후에 「밟아도 아리랑」을 완간할 계획이다. 그리고 본격 역사장편소설과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장편도 구상중이다. 어떤 내용이냐고 묻자 선생은 웃는다. 하긴 예고편이 너무 자세하면 재미없는 법이 아닌가. 최근의 작품들로 미루어볼 때, 이것만은 분명하다. 현대가 배경인 작품은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로 환원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위악을 고발하게 되리라는 것. 또는 소비와 욕망을 특징으로 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게 되리라는 것. 선생의 정년은 끝이 아니라 유토피아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모색이 될 전망이다. 늘 길 위에 서 있는 선생의 건강을 빌며, 다음 작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소설가 윤흥길은 1942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출생, 전주사범학교와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소설집으로 「황혼의 집」「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 「장마」 「꿈꾸는 자의 나성」 「낙원? 천사?」 「소라단 가는 길」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묵시의 바다」「에미」「완장」「낫」 「밟아도 아리랑」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창작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요산문학상, 21세기 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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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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