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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동화집 '하지 아저씨와 삽살개'…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 녹여내

세상에는 무수한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처럼 다정한 말, 힘이 되는 말, 내일도 또 듣고 싶은 말이 많아지면 세상도 살 만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한국 아동문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상재 작가는 동화집 <하지 아저씨와 삽살개>(단비어린이)를 통해 말의 의미와 힘을 살핀다. 열 편의 동화에는 하나같이 완벽하지 않고, 결핍과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결핍으로 인해 좌절하고 속앓이를 한다. 그러나 결국 인물들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아픔을 딛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일어선다. 작가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되,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이야기에 녹여낸다. 그래서 인물들의 가슴 시린 사연조차도 포근하게 감싸낸다. 술술 읽히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에 서정적인 문체와 유려한 우리말이 어우러져 긴 여운을 주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1956년 장수에서 태어난 박상재 작가는 단국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된 후, 1983년 새벗문학상에 장편동화가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PEN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원숭이 마카카> <개미가 된 아이> <달려라, 아침해!> 등 다수의 동화책과 <한국 동화문학의 어제와 오늘> 등의 연구서를 펴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16 16:52

'생생한 산촌 생활의 기록'⋯김익두 교수, '민하마을 사계: 여름' 출간

"살다보면,/ 아무데도 더 이상은 갈 데 없는 날이있습니다./ 이런 날은,/ 한 번 자릴 잡은 다음엔/ 그 어디에도 가지 않기로 작정을 허고 사는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한참/ 바라보다가,/ 나무에게 어디든 좀 가고싶진 않느냐 물으니,/ 나무는/ 그저 묵묵부답./ 저도,/ 잠시 그 옆에 앉아서 묵묵부답./ 잠시,/ 묵묵부답의/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대와 나 사이,/ 한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생각하고 있어요./ 안녕." (시 '여름 5-이런 날 1' 전문) 전 전북대 국문과 김익두 교수의 자연-생태 시 연작시집인 <민하 마을의 사계:여름>(문예원)이 출간됐다. 김 교수의 9번째 시집이기도 한 이번 시집은 지난해 9월에 발간된 <민하 마을의 사계: 봄>에 이은 두 번째 연작 시집이다. 시집에는 총 154편의 신작 시가 실렸으며, 김 교수가 정읍 산외면 정량리 민하마을에 들어가 홀로 살며 직접 체험한 시적 체험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또 시집 속 모든 시의 말미에는 해당 시가 쓰인 날짜도 함께 기록돼 있어, 그 시가 탄생한 현실적 맥락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호병탁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은 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일기에는 허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하루하루의 기록은 모두 진실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진실’을 통해 끊임없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인의 말을 통해 “정읍 산외면 정량리 민하마을에서 매일 몸소 체험하고, 생생한 산촌 생활의 기록”이라며 “모든 물생이 함께 더불어 같이 살아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 함께 살아 있는 당신께, 이 작은 시집을 바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6 16:52

‘광주 밖’ 5·18의 진상을 기록한 최초의 책,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 발간

5·18은 오랫동안 ‘광주사태’로 불렸다. 이는 전두환 등 내란세력이 5·18을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관주 일원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로 축소·왜곡한 규정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는 5·18의 핵심 실체이며, 동시에 상징이다. 하지만 1980년 5월 17일 자정 직후 ‘전북’의 이세종(전북대생)이 계엄군에 의해 쫓기다 사망했고, 같은 달 30일 ‘서울’의 김의기(서강대생)가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뿌리고 투신했다. 이어 6월 14일에는 ‘성남’의 노동자 김종태가 서울에서 분신해 사망했으며, 7월 26일에는 ‘부산’의 목사 임기윤이 501보안부대 안에서 고문치사했다. 이처럼 1980년의 한반도는 전국적으로 많은 이들이 5·17내란 세력에 저항하고 피해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5·18기념재단이 최근 ‘광주 밖’ 5·18의 진상을 기록한 최초의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7명이 의기투합해 편찬해 낸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전두환이 등장한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1년 1월 24일 계엄 해제 때까지의 ‘광주 밖’ 5·18의 진상을, 전국 6개 권역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글이 실린 순서는 광주·전남에서 가까운 지역 순이다. 각 지역 편찬 담당은 전북-양윤신, 부산·경남-김종세, 대구·경북-김균식, 충청-정성일, 서울·경기-김성환·오도엽, 강원-허인규이다. 먼저 양윤신은 전북지역 5·18민중항쟁을 전체적으로 조망했으며, 피해자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얼마나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했는지,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장소 및 피해 유형 등을 기록했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 집중한 김종세는 79년 부마항쟁에서 80년 5·18민중항쟁에 이르는 ‘운명적 시기’의 진상을 구술자료와 문헌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체험과 통찰에 기초해 편찬했다. 김균식은 바란 군부의 권력 찬탈과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한 대구·경북의 대학생, 시민, 노동자들의 대중투쟁과 이들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야만적 인권침해를 기록했다. 정성일은 충청 지역 5·18민중항쟁 전체를 조망하고, 지역 언론 및 학보 등을 통해 교차 검증했다. 김성환과 오도엽은 5·17 이전까지 가장 큰 규모로 민주화운동이 전개됐던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고 기록했다. 마지막 허인규는 대학생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강원지역학원 민주화 운동과 내란 저지 투쟁을 상당 부분 복원해 편찬했다. 원순석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 책은 5.17 자정 전국확대비상계엄령 선포로 계엄군 파견관 더불어 내란을 실행하며, 전국에서 2699명을 체포해 연행 구금한 예비검속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담고 있다”며 “이번 책이 5·18 연구자들에게 기초 자료로 제공돼 5·18민주화운동의 전국적 지형을 분석해 5·18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6 16:28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 ①]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단상

요 며칠, 어디를 가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문학단체 카페나 카톡방에 들어가도 경사집 분위기입니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이제야 문인의 긍지를 느낀다’, ‘장하다 우리 딸 드디어 한국문학이 세계에 우뚝 섰구나!’ 등 온통 축하와 축복의 메시지들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가 한강의 소설을 읽으려고 줄을 섰다고 합니다. 매시간 방송과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드디어 K-문학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마디로 한류열풍에 기름을 붓고 날개를 달아준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의 영광은 물론이고 한국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마치 수억 원짜리 복권에 당선된 기분입니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등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팝의 열풍으로 이어져 K-푸드,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에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저변에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한국어 학습이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문학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라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삼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저에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큼 한국의 문화가 폭넓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오빠, 막걸리, 한글 등의 단어가 순수 한국어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외국인들이 알고자 할 만큼 한국어의 관심이 집중된 이 무대 위에 이제는 K-문학이 그 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한류열풍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펜은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만듭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제일 바빠진 곳이 국내외 출판업계라는 것이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 직장에서 10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수일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지리도 답답한 분야로만 생각했던 문학이 생산이고 국익을 창출하는 효자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현장입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나 지자체의 관점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작가 발굴과 지원, 기성작가의 재조명, 그리고 문학단체들의 창작활동과 출판업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문학 즉 글과 말은 모든 예술의 근본이 되고 바탕이 됩니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가 글과 말로 시작되고 표현됩니다. ‘조국의 아픈 역사를 강력한 문학으로 바꾸는 그녀의 능력’이 높이 평가되어 노벨상 후보에 올랐듯이 어떤 역사도 글이 없으면 계승 발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글 쓰는 작가들은 기록의 소중함을 뼈속 깊이 깨달은 선각자입니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무대에서 돌파구를 찾는 순간’으로 격상된 이 시기를 한국문학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을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한강을 꿈꾸면서 문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내심 마음껏 즐기면서도 그녀가 전쟁으로 죽어가는 지구 저편의 인류를 위해 수상잔치를 거부했듯 상처 입은 이웃들에게 문학으로써 적은 위로라도 되어주는 이 가을이길 바라봅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15 18:30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 성황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2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시상식은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회 김철규 이사장과 수석고문 김남곤 시인,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와 정동영 국회의원,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수상자는 이형구 시인으로, 그는 2001년 등단 이후 좋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것은 물론 법학박사로서 전북문단의 법률자문을 맡아 헌신해왔다. 김철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문학 창작으로 사회의 촛불이 되는 문인을 지정해 수상하는 한편, 내년부터 특별상 부문을 신설, 문학상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규모를 키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조미애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이형구 시인의 시 세계는 사유를 통섭해낸 듯이 시의 내면을 구조화하고 있으며, 자연만물이 영성을 지닌 대상으로 마주서 감정이입의 단계를 거쳐 의인화한 사상의 형상화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시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형구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에는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힘들고 지친 독자를 위한 시 창작을 이어갸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암 문학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전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철규 시인이 ‘문학의 철학과 사상이 인간에게 주는 위대함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18년에 제정했다. 선정 대상자는 70세 미만으로 문단 경력 5년 이상인 자, 최근 2년 이내 작품집 발간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자이다. 이러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문학활동을 고려해 매년 1명씩 수여하고 있으며 올해 7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3 17:34

한강의 기적…한국 첫 노벨 문학상 쾌거에 지역 문학‧여성계도 들썩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두자 전북 문학계와 여성계에서도 일제히 환호하며 수상을 축하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계의 주류에 편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13일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시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독서문화가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특히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K-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쳐냈다고 강조했다. 김영 석정문학회장도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며 “한강의 작품은 우리나라 소설을 끌어가는 손잡이이며, 기둥이다”고 운을 뗐다. 소설가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이 드디어 부력을 얻게 됐다고 설명하며 “몇 번을 축하하고,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라고 했다. 전북문단의 원로시인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역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국 현대사에 가장 큰 쾌거”라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은 “한강이 보여준 K문화가 노벨문학상을 통해 세계문단의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도내 여성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노벨문학상은 최근 10여 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였지만,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미정 전주 여성의 전화 전 대표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 자체도 기쁘지만, ‘한강’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기쁘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여성 가부장제의 아픈 이면을 잘 다뤄낸 작가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여성혐오 문화 등이 극복되진 않겠지만, 관련 문제에 긍정적인 실타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과 20~30대가 한강 작가의 책을 접하고 재평가되는 시각이 생긴다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13 15:13

한강 "거대한 파도처럼 축하의 마음 전해져…마음 깊이 감사"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출판사들을 통해 "놀랍고 감동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11일 밝혔다. 한강 작가는 이날 저녁 늦게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를 통해 언론에 전한 문자메시지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한강의 작품들을 출간한 세 출판사인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는 작가 측과 노벨상 기념 국내 합동 기자회견 개최를 조율해왔으나 작가가 극구 고사해 최종적으로 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세 출판사는 "기자회견을 대신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강 작가님이 서면으로 전한 소감을 전해드린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수상과 관련해 개별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락이 어려운 점도 모쪼록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보다 자세한 소감은 (오는 12월)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앞서 이날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을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작가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 정식으로 수상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2 07:51

소설가 한강이 쓴 시 '북향 방'..."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54)은 소설에 주로 집중하고 있지만 시도 조금씩 써서 발표해왔다. 한강의 가장 '따끈따끈한' 최신작은 지난달 발간된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수록된 시 두 편이다. 시 '북향 방'에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서 살게 된 시인이 어둠과 밝음에 대한 공간적 사유와 느낌을 차분하고 서늘한 어조에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중략)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 기억나지 않고 / 돌아갈 마음도 없다 /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 빛이 변하지 않는" 또 다른 시 '(고통에 대한 명상)'에선 새장에 갇힌 새 한 마리를 보며 느낀 고통에 관한 상념을 풀어냈다. "새를 잠들게 하려고 /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 검거나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 (중략)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 기다린다고 했다 /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 어둠 속에서 꼿꼿이 /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흔히 소설가로만 알려진 한강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작품들이다. 한강은 사실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시를 썼다. 그는 1993년 연세대 국문과 졸업 후 잡지사 '샘터' 편집부에서 기자로 일하며 습작하다가 그해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등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한 후에는 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한강은 소설을 쓰면서도 비록 소량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시를 발표하곤 했다. 2013년에는 20년간 써온 시를 모아 첫 시집이자 자신의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은 이렇다. "어느 / 늦은 저녁 나는 /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 그때 알았다 /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 지금도 영원히 /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밥을 먹어야지 /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이 가장 최근 시를 투고한 같은 지면에는 공교롭게도 대학 시절 은사인 원로시인 정현종(85)의 작품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정 시인은 시 '어린애들과 눈이 맞아', '하루의 크기는 히말라야만큼 거대합니다' 두 편을 투고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됨됨이가 아주 선량하고 조용한 성품이었어요.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아도 써온 시에서 신들린 것 같은 면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강에게 시 창작론을 가르쳤던 그는 한강의 대학 시절 모습을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강에게서 문학적 재능을 감지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그럼요. 시를 잘 썼어요"라고 답했다. 한강이 대학 2학년 때쯤(1990년 추정) 자신의 시 창작 강의에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정 시인은 당시 과제로 내준 시를 수강생들이 써오면 함께 합평과 토론을 하며 수업을 진행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전에 내가 어딘가에서 한강의 당시 글에 대해 '무당기가 있다'는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신들린 것 같은 면을 (한강의 시에서)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는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참으로 그저 놀라울 뿐"이라면서 한국 문학의 "경사"라고 기뻐했다. 정현종은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 국문과 강단에 선 뒤 퇴임했다. '사물의 꿈',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갈증이며 샘물인', '고통의 축제' 등의 시집과 시선집을 펴낸 그는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현대시의 가능성을 개척한 대시인으로 꼽힌다. 정현종은 세계인이 경탄하는 대작가로 성장한 오래전 제자 한강에게 "앞으로도 시를 계속 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2 07:49

전북 서점가에 무슨 일이?⋯노벨상 소식에 '한강'열풍

소설가 한강의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전북 서점가에 한강 바람이 불고 있다. 수상 소식이 발표된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께 전주시에 있는 A서점. A서점 영업 마감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민들이 서점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계산대 앞에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책을 손에 든 시민들이 줄지었다.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함께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달려왔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이날 서점에서 만난 김모(35) 씨도 지인들과 주변에서 저녁 자리를 가지다가 수상 소식을 듣고 서점에 찾았다. 자신을 포함해 함께 동석한 지인 3명에게 한강의 책을 선물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괜스레 울컥했다. 수상의 영예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저녁 먹다가 서점으로 왔다. 기념하면 좋을 듯해 제 것과 지인들 것까지 모두 샀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점에 따르면 발표 직후 한강이 쓴 책 전권을 예약 결제하겠다는 손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권 정도 남아 있던 책은 다음날인 11일 오전에 모두 동났다. 13일 확인 결과 계속해서 한강 책 재고 문의가 이어지면서 현재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있을 정도다. A서점 관계자는 "사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는 어느 나라 작가던 관심이 모였다. 더군다나 한국 작가가 최초로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엄청 많은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11일 오전까지 해서 모두 팔렸다. 다음주 중에 입고 된다고 해서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도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인근에 있는 B서점에도 '품절' 팻말이 붙었다. 현재 A서점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있다. 팻말에는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 품절 됐습니다. 예약을 원하시는 고객님께서는 가까운 직원에게 문의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한강으로 인해 전북 서점가가 들썩이는 모습이다. 평소 한강의 작품을 즐겨보던 시민들은 작가의 수상이 당면하면서도 독자로서 뿌듯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지윤(22) 씨는 "한강 작가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전달해 줬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고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지원(24) 씨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마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을 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다 읽어봐야겠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침체된 독서 문화가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한국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현우 기자, 문채연 수습기자

  • 문학·출판
  • 박현우외(1)
  • 2024.10.11 15:19

한국 첫 노벨 문학상 탄생…'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영예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7일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9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0 20:2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이정주 '카카오톡이 공짜가 아니라고?'

아침에 눈을 뜨며 곧장 카카오톡부터 확인한다. 자는 사이 왔을 카톡과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언제부턴가 버릇이 됐다. 일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도 습관적으로 카카오톡을 본다. 하루에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수백 개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고, 실시간 뉴스와 쇼핑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송금까지 되니 만물백화점이 따로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카카오톡은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체 카카오톡에는 어떤 영업비밀이 있기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왜 다른 플랫폼은 카카오톡만큼의 영향력이 없을까? 카카오톡이 나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다들 한 번쯤 생각했으리라. 이런 의문에 답을 주는 책 한 권을 최근 알게 됐다. 작가는 이정주. 출판사는 개암나무. 작가는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20년간 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한 경험을 녹여 어린이를 위한 경제 서적을 출간했다. 이름하여 『카카오톡이 공짜가 아니라고?』(이정주/개암나무)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흐름을 알면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훨씬 유리하리란 생각에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내가 여태 그걸 몰라서 불리한 경제 활동을 했던 걸까? 더불어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를 파악하는 눈을 지니고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기를 바라면 좋겠다는 출간의 뜻을 밝혔다. 분명 어린이의 경제 관념을 키워주기 위해 쓴 책일 텐데 마치 경제에 미숙한 어른이인 나를 위해 쓴 것 같아 마음이 쏠린다. 서둘러 목차를 보았다. 유튜브부터 무인 점포까지 어린이들이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소재로 구성되었다. 질문 형식의 제목들은 책을 읽기 전에 어린이 스스로가 이런저런 답을 생각해 보게 했다. 내용은 두말해서 무엇하리. 20년 동안 대기업에서 듣고 묻고 실천했을 경제 논리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주제의 출발은 짧은 동화다. 딱딱하고 지루한 경제 상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포문을 열어 정보글로 수월하게 진입하도록 돕는다. 동화를 읽고 나면 <생각해 봅시다>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앞선 이야기에서 토론 거리를 가져와 주제를 심도 있게 살피게 한다. 다음 장에서는 관련 정보를 세분화하여 읽는데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있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사람이나 제품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한 벌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유행템을 사달라는 아이의 요구로 부모의 등골이 휘어진다는 웃지 못할 사회 현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무분별한 묻지마식 소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올바른 경제 개념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 시작이 독서면 어떨까? 백 마디 말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제 서적을 읽으면서 대화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를 이해하고 올바른 소비 습관을 키울 것이라 믿는다. 그 작고도 큰 습관은 어른이 되었을 때 거대기업의 상술에 휘둘리는 호구가 아닌 현명하고 주체적인 소비자로 이어질 것이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09 16:28

고대 그리스 신화와 현대 브랜드에 관한 흥미로운 탐구…김원익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신화'

그리스 신화 속 신과 인물들의 이름이 어떻게 현대의 브랜드로 활용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교양서가 출간됐다. 신화연구가 김원익 박사가 펴낸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세창출판사)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그리스 신화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는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한다. 이를테면 승리의 여신 니케가 어떻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이름과 로고가 되었는지, 메두사의 이미지가 왜 베르사체의 상징이 되었는지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고대부터 최근까지 신화 이야기꾼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헤라의 질투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열거하며 헤라를 줄곧 질투의 화신으로 비난하는 데만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헤라의 질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만날 한눈만 파는 제우스에 대해 결혼과 가정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말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유명 브랜드, 상표, 로고, 심리학 개념, 영화, 음악 등에 관한 신화 120가지를 소개하면서 이들의 이름이나 상징이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 신화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대 문화와 소비사회 속에서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뿐 아니라 신화적 요소가 현대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에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이러한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신화가 어떻게 현대인의 욕망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저자는 서론에서 “신화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다른 이야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로 세상 모든 이야기의 모델이자 원형”이라며 “신화는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김원익 박사는 전주고, 연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96년 연세대학교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책 하고 놀자'에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담당했다. 지난 2022년을 끝으로 스스로 대학강사직에서 은퇴한 뒤 2023년부터는 도서관, 학교, 기업체 등의 인문학 강연과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사)세계신화연구소에서 ‘아카데미아 인문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09 16:27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다…윤철 수필집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

가족이란 무엇일까. 윤철 작가는 인생에서 수시로 떠오르는, 당연해 보이지만 쉽게 잊는 물음에 대한 답을 가족에서 찾고 있다. 윤 작가는 자신을 닮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과 가족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구했다. 가족을 들여다보면서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후회의 아픔과 깨달음의 기쁨을 공감하기 위해 쓴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쌓인 말과 글이 최근 수필집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정보출판사)에 담겼다. 작가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큰 틀에서 책은 그가 살면서 스쳐온 인연, 생각, 철학을 차분하게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부터 가족 간 갈등 속 마주한 감정 등을 담백하게 농축시켰다.. 편안한 호흡으로 술술 읽어 내려가는 독자가 작가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모습에서 자신과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해 가끔 멈칫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인생의 경험과 연륜이 묻어난 글을 음미하다 보면 마음의 깊은 곳에서 채근하는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낯설고 어색해도 가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어때. 가족들에게 한 걸음 떨어져보는 건 어때"라고 말이다. “사람들에게 부대끼고 생업에 지쳐서 물속에 넣었다가 건진 솜처럼 무거운 몸을 쉬고 싶을 때, 세상살이의 예리한 칼날에 스치고 찔린 상처가 쓰리고 아플 때는 물론이고 자랑하고 싶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이다.…(중략)…그래서 가족 사이의 문제는 미술품처럼 한걸음 떨어져서 쳐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가족일수록 남들에게 지키는 예의와 체면을 더 예민하게 갖춰야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총 6개 목차로 구성된 책은 이미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글을 포함해 42개가 실려 있다. 안도 문학평론가는 “윤철 수필가는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꾸밈없는 수필을 쓴다”며 “멋을 부리지 않은 글에서 수필의 예술적 기법에 대한 내공이 깊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수필을 읽다 보면 글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과 하나가 되는 듯 한 조화로움에 빠지게 된다. 이 감동이 곧 예술성”이라고 덧붙였다. 김제에서 태어난 윤 작가는 전북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등을 펴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09 15:21

혼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고뇌, 이광재 작가 장편소설 ‘왜란’ 펴내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이광재 작가가 장편소설 <왜란>(목선재)으로 돌아왔다. ‘왜란’은 450년 전 함평 이씨 가문의 이유(李瑜)를 중심으로 7년 동안 이어진 조선 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일본의 침략으로만 좁혀졌던 임진왜란이 조선과 일본, 명나라 등이 뒤엉킨 국제전이었다는 인식에서 소설을 전개하며,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 건국의 계기가 된 사르후 전투를 살피면서 조선이 관여된 동북아 국제대전의 본질을 따라간다. 간결하고 당당한 문체로 내공을 지닌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실제 이순신과 광해군, 선조, 고경명, 조헌, 권율 장군 등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 등장해 사실성을 더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인 이유의 노비 '거북손이'를 탄생시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숨을 고른 거북손이는 상대의 왼쪽과 오른쪽 허리를 연결 동작으로 찌르며 후일자세(後一刺勢)로 돌아갔다. 연달아 고개를 쳐든 이무기가 물을 뿜듯이 머리에서부터 몸을 쪼개기 위해 장교분수세(長蛟噴水勢)를 선보였다. 역시 적으로부터 순식간에 덮쳐 상대를 제압하는 왜검에 비해 동작이 크고 화려했으며 마지막 검을 받는 왜장은 거북손이의 누르는 힘 앞에서 온몸을 떨며 구슬땀을 흘렸다. 뒤로 물러서서 잠시 방어 자세를 취한 거북손이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비비어 찌르고 뛰어올랐다. 그런 다음에 한 걸음 나아가며 다시 찌르는데 칼끝이 상대의 갑주에 닿았다. 그러나 갑주 때문에 깊이 찌르지 못한 채 칼을 빼자 왜장이 찔린 가슴께를 잠깐 내려다보았다.”(‘왜란’ 본문 중 발췌) 이처럼 이야기 속 거북손이는 비범한 검술로 왜군에 맞서는 인물로, 조선 사회에서 노비나 평민 계층이 겪었던 어려움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전란 속에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와 동시에 무협이라는 장르가 지닌 스산함과 장엄함 등을 독자에게 전한다. 범현이 소설가는 해설을 통해 “이광재 작가는 부안 의병전쟁을 동아시아 국제전쟁 ‘사르후 전투’로 까지 의미를 확장한다”며 “동아시아 4개국이 뒤엉켰던 국제대전의 비장함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드러난다. 잊히는 우리의 지리지와 언어에 대한 꼼꼼한 복원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군산에서 출생했다. 그는 1989년 <녹두꽃2>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20년간 떠돌다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2015년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이 밖의 저서로는 장편소설 <수요일에 하자>, 단편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09 15:15

제4회 여산문화상에 송만규·조미애 씨 선정

제4회 여산문화상 수상자로 송만규 화가와 조미애 시인이 선정됐다. 1일 여산문화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여산문화상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송만규 화가와 조미애 시인에게 여산문화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소재호 심사위원장은 “그동안 전북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한 송만규 화가와 조미애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헌신적인 사회적 문화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고 심사 총평을 전했다. 송만규 화가는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1993년 ‘이 바닥에 입술을 대고’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개최했고 2002년에는 섬진강 구미마을에서 작업하며 ‘새벽 강’, ‘언 강’ 등을 발표했다. 이후 그는 20여 차례의 국내외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강의 사상>, <들꽃과 놀다> 등이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장,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의장 등을 지내오며, 물과 강, 인간과의 호흡이라는 화두로 섬진강, 만경강, 두만강, 해란강을 화폭에 담아온 송 화가는 강의 풍경을 수묵으로만 담는 것이 아니라 글로도 남겨 강의 사상가로 불리기도 한다. 조미애 시인은 교육학 박사로 1983~88년 <시문학> 추천 완료한 이후 시집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바람 불어 좋은 날>, <꽃씨를 거두며> 과 칼럼집 <군자오불 학자오불> 등을 출간했다. 조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주풍물시동인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회장, 전북예총 및 완주예총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전북문화계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 왔다. 현재 그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와 표현문학회 회장을 맡아 계간 문예지 <표현>을 발간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여산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01 16:12

제12회 정읍사문학상 대상 이숨 시 '정읍' 선정

제12회 정읍사문학상 대상에 이숨(경기·57) 작가의 시 '정읍'이 선정됐다. 30일 정읍문학회(회장 김철모)는 백제가요 정읍사의 문향을 기리며 참신한 문학인 발굴을 위해 공모한 제12회 정읍사문학상 응모작품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제12회 정읍사문학상은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문인을 대상으로 작품 공모를 진행했으며, 총 279명의 작품 813점(시 651점·수필 162점)이 접수됐다. 심사결과 대상에는 이숨 작가의 시 '정읍'이 뽑혔다. 최우수상은 김일산(서울·81) 작가의 수필 '바람개비'가 우수상에는 김정랑(서울·55) 작가의 시 '박쥐'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대상작품 이숨 시인의 시 '정읍'에 대해 "시가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그 내면에서 느껴지는 간절한 소망이 두드러진다"며 "언어의 절제력은 물론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것을 지키려는 정읍의 마음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또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일산 수필가의 '바람개비'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의 바람개비를 떠올리게 된다"며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정랑 시인의 '박쥐'는 정읍사문학상 공모 취지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며 당선을 축하했다. 이들 수상자에게는 각 300만원(대상), 최우수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등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지며 시상식은 정읍시와 협의해 별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정읍문학회는 정읍지역을 기반으로 2001년 결성되어 24년 동안 문학기행, 문화탐방 등을 추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동인지‘정읍문학’을 엮어내고 있는데 올해로 24번째 문집을 엮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30 16:59

오늘은 별들도 노래하게 하라⋯제11회 석정시문학상 시상식 성료

“올해로 신석정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되신 지 50년이 됐습니다. 생전의 석정 선생님께서 남기신 고결한 지조와 시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시 정신을 널리 선양하기 위한 제11회 석정시문학상·제10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이하 석정문학제) 시상식이 지난 28일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됐다. 올해 석정문학제는 신석정기념사업회와 석정문학회가 주최하고 부안군,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전북일보사, 석정문학관, 부안군문화재단,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등이 후원했다. 이번 행사는 신석정 시인의 ‘영춘사(迎春詞)’라는 작품의 한 구절인 ‘오늘은 별들도 노래하게 하라’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비롯해 김정기 전북자치도 의원, 최영두 부안 부군수, 이강새 부안군의회 부의장, 김영 석정문학회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소재호 시인, 신석정 시인 유가족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 신석정 시인의 작품과 문학 정신을 조명하고자 신석정기념사업회가 발걸음을 뗀 지도 어언 11년이 됐다”며 “백 년이 가도 천 년이 가도 스러지지 않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언어의 힘으로 이 땅에 문학과 한민족의 혼을 심으셨기에 석정의 고결하신 인품을 받들고자 하는 마음은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11회 석정문학시상식에서는 석정시문학상에 정호승 시인을,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김왕노 시인을 수상자로 모시게 됐다”며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오늘 행사에 참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다 같이 하나 돼 문향 가득한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영두 부안군 부군수는 환영사에서 “가을을 머금은 하늘빛과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맑고 깨끗한 계절을 맞이해 열린 2024 석정문학제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앞으로도 신석정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석정문학제가 우리 고장 문학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며 향토문학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돼, 많은 이들이 시상의 나래를 펼치는 터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11회 석정시문학상은 ‘슬픔이 기쁨에게(외 4편)’의 작가, 정호승 시인이 선정돼 상금 3000만 원과 상패를 받았다. 정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부족한 제가 신석정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누구의 인생에든 땅거미가 지는 저녁이 오기 마련이다. 이제 저의 인생에도 어둑어둑한 저녁이 찾아오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신석정 선생님께서 정성껏 차려주신 시의 밥상을 받들고 남아 있는 인생 동안 열심히 시를 쓰는 시인이 되겠다”고 전했다. 정호승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값>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선집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등을 펴냈다. 수상 경력은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고, 대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총 148명의 시인이 각각 5편의 시를 응모한 제11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김왕노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철원 이야기(외 4편)’을 통해 오랜 숙련의 경력을 가진 시인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인은 ”제11회 석정촛불시문학상은 저를 시에서 더 분발하라는 주마가책으로 여겨진다”며 “이번 수상으로 시인은 시로 다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신석정 시인의 시 정신, 촛불의 전신을 더 기리기 위해 선생님의 좋은 시를 꾸준히 소개해 갈 것이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왕노 시인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사랑해요 밀키스>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등을 출간했다. 수상 경력은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디카시 작품상, 한성기문학상, 풀꽃문학상, 2018년 제11회 웹진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는 웬진시인광장 디카시, 웹진시인광장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날 열린 제10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에서는 ‘자작나무 숲을 가던 소년(少年)을 위한 시(詩)’라는 시를 낭독한 강인숙 씨가 대상을 받았다. 강 씨에게는 상금 150만 원과 상장, 시 낭송가 자격증이 수여됐다. 더불어 ‘제10회 신석정 시 선양 낭송대회’에서는 총 9명의 참가자 중 ‘한라산에 서서’를 낭송한 형동광씨가 대상을 영예를 안았다. 형 씨에게도 상금 100만 원과 함께 상장, 시 낭송가 자격증이 수여됐다. 한편 시상식에 앞서 지난 27일에는 '2024 석정문학제'의 전주행사인 '석정시 컬로퀴엄' 강연도 거행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과 김호운 소설가, 정호승 시인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윤 이사장은 강연을 통해 "시인 신석정의 직접 제자로서 스승과 제자가 이름이 같아 독특한 사랑을 받았다"며 과거 신석정 시인과의 깊은 인연을 회상했다. 이어 "석정 선생님의 문학적 자산을 더욱 잘 알리고 후손에게 남기기 위해 석정문학관 건립시부터 석정기념사업회 및 시상을 주관하는 석정문학제를 기꺼이 주관하고 있다"며 "전북이 낳은 한국현대문학사의 거목 신석정 시인의 시혼을 기리고 그 지조와 고결한 시정신을 널리 펼치고자 하는 노고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외(1)
  • 2024.09.29 15:12

시인이 된 변호사 서태영이 빚은 정직한 시(詩) 투명하게 빛나다

인생은 대개 최선이 지배한다. 최선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하면서도 열정을 쏟는다. 한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온 일흔셋 서태영 변호사도 한 시절 시작(詩作)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정성 들여 시를 창작했고, 시집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서 변호사는 그때 글의 무게를 느꼈다고 한다. 197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3년간 법관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는 ‘시인’이라는 호칭이 쑥스럽다고 했다. 시(詩)에 대한 애정이 커 시집을 발간했지만, 시 창작에만 몰두하며 시집을 펴낸 시인들처럼 전문가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그가 펴낸 시집 <물고기가 되겠습니다>를 보면 시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았다. 꾸미지 않고 정직하게 표현된 시들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26일 전북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서 변호사는 “시집 판매를 목적으로 시집을 출간한 것은 아니었다”며 “시를 창작하고 시집을 읽으며 수련의 과정을 겪다 보니 불현듯 시집을 한 편 발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판 준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스무 편 남짓의 시로는 한 권의 시집을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아 출판을 주저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다 2년 전 우연히 서정춘 시인의 시집을 발견했다. 등단 28년 만에 낸 서 시인의 시집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자신이 살아낸 몇 줄의 이력이 고유한 시가 되는 시인의 시집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서 변호사는 곧바로 제주 서귀포의 작은 출판사 ‘글상걸상’에 전화해 출판을 문의했다. 고향을 향한 회한과 암울하던 학창 시절, 그리고 오늘의 고달픈 이웃들에 대한 깊은 연민이 담긴 글에 매료된 출판사 대표는 곧바로 시집을 출간하자고 제안했다. 거르고 또 거른 서 변호사의 시(詩)들은 대표의 눈에도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태영 시인은 “현재는 시 창작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최선을 다해 시를 습작했지만, 어느 순간 시심이 고갈되었음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시집을 발간하면서 다시금 시작(詩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다시 습작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완주에서 태어난 서태영 변호사는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현역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26 17:5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