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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가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의 문학상인 '가람 이병기 청년시문학상'과 '최명희 청년소설문학상'을 31일까지 공모한다. 공모 대상과 분야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각각 시(시조 포함) 세 편 이상, 소설은 한 편 이상 제출해야 한다. 작품 접수는 전북대신문사 편집국 방문 또는 우편 접수하면 된다. 당선자에게는 상금이 수여되며, 당선작품은 '전북대신문' 개교기념 특집호(10월 25일자)에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총 상금 규모를 8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전북대학교는 한국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공로를 세운 ‘난초 시인’ 가람 이병기와 ‘혼불’의 최명희를 추모하고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1년부터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문학상의 모태는 1955년부터 운영해 오던 ‘전북대신문 학생작품 현상모집’이다. 최명희 작가는 1971년 소설 ‘정옥이’로 당선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문학상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북대신문방송사 홈페이지(www.jbpresscenter.com)에서 확인하거나 전화(063-270-3536)로 문의하면 된다.
사계절이 시인들에게는 춘궁기다. 영상매체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대형서점에 가도 시집 코너는 구석에 있어 찾기 어렵다. 시장만 탓하기엔 개운치 않은 것이 시인과 독자 간극이 크다. 치열한 자기 세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는 어려워지고 독자는 갈피를 못 잡고 소외된다. 게다가 비평가의 취향과 기호에 따른 해설은 독자 자신의 문해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누군가는 안이한 독서 태도를 비판하며 독자에게 수준 높은 이해와 몰입을 요구한다. 다행히 시에 대한 낭만적 관념과 치기라는 접점이 있어 멸절되지 않고 세계의 작동방식으로써 기인한다. 이소애 선생의 시 에세이 『몽돌이라 했다』는 시 84편에 감상과 해설을 덧붙인, 시의 근원적 가치가 무엇인지, 시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다. 지면상 몇 작품만 소개해 본다. 복효근 시인의 “몽돌해변은 돌의 수도원 통성기도가 적막으로 수렴되는 곳”(「꿈꾸는 돌」)에서 “몽돌은 처절한 고독과 아픔을 곱디고운 참회로 마음을 다듬었”다고 본다. “꽃밭에 꽃 꽃 꽃 가득 피었다 / 꽃밭에 한번 엎어져 보자던 그, 사람 오지 않고 / 꽃밭에 꽃 꽃꽃 시든다” 김용옥 시인의 「그리운 사람」. 이 짧고 담담한 시 한 편은 어째서 이리 쓸쓸하고 가슴을 아리게 하는가! 인간 보편정서 사랑과 ‘욕망’을 꽃이라는 관능적인 사물로 내면화하는 걸 두고 선생은 “그리움은 몸이 기억한다. 몸에 스며든 감정은 매일매일 꽃처럼 피어난다”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걸맞은 표현이다. 강연호 시인의 「감옥」도 반갑다. 물리적으로 갇혀있는 아내는 노상 즐겁고 열린 공간에서 자유로운 그는 오히려 출구를 찾지 못하고 세상에 갇혀 운다. 세상과의 전복과 대치 속에서 생활인 그는 한없이 외롭다. 인간이면 누구나 앓고 있는 ‘존재론적 고독’에 대해 선생의 “내부에 파도치는 격랑이 아닐까. 안식처를 잊고 바람처럼 방황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갇혀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가 있다. 마음이 묶인 감옥에서 울어 본 사람은 안다.”라는 감상은 누구라도 공감할밖에. 문신 시인의 “이발소 의자에 앉아 빗소리 들었다 일흔의 이발사도 같이 듣는지 가위질 소리가 못내 예전만 못하였다 몸 낮춘 빗방울들이 일흔 살의 느린 선율 같아 때때로 사무쳤다(중략) 이발소 거울 속에서 한 생이 우기처럼 종일 흘러가고 있었다 아, 한 마리 초식동물이어라 조만간 이 우기를 혁명처럼 건너가겠구나”(「단골」) 다 읽은 뒤 필자는 한참을 ‘몸 낮춘 빗방울’이 된다. 게다가 이소애 선생의 풀이말은 또 얼마나 곡진하고 사무치는지! 독자들이여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이 외에도 안성덕, 배귀선, 유은희, 도혜숙 시인 등의 작품들과 시 해설도 좋다. 이들 공통점은 자의식과잉에 빠진 작품이 아니어서 난공불락의 해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시는 슬픔을 더 슬픔답게, 파괴를 파괴답게 하는 장르다. 시는 견디는 작업이다.”라는 김해순 시인의 말이 유아독존, 자기 고립을 천명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내면에서 충돌하는 소리, 그 치열함에 대한 고뇌의 다른 표현인 것. 선생의 발자국을 따라 연결된 84개의 세계로 다녀왔다. 고립을 풀고 연민과 돌봄의 자세, 치유의 표상이자 연대가 가능함을 본 것이다. 선생은 우리가 취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삶의 균열을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독자가 몽돌처럼 “처절한 고독과 아픔을 곱디고운 참회로 다듬”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명숙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군산 북페어 2024에 ‘한국문학의 거목’ 황석영 작가가 참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에 따르면 황석영 작가는 행사 첫날인 오는 31일에 류보선 문학평론가와 함께 ‘작가와 떠나는 책으로의 항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 시간을 갖는다. 이번 특별대담은 거장이 이야기하는 인생과 창작의 탐구를 담아낼 예정이다. 군산 북페어 2024는 책을 판매하는 자리이자 출판과 책의 의미를 탐구하는 장인 북마켓, 주제강연, 낭독회, 워크숍,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황석영 작가의 대담에 이은 또 다른 이벤트로 김현‧유현아‧이소연‧전욱진(세월호 낭독팀) 강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문학작품에 녹아있는 군산 이야기 낭독회’가 열린다. 이어 지역 서점 운영자인 이기섭(땡스북스), 정은영(봄날의책방), 김인혜(더폴락)씨를 비롯해 정지혜(사적인서점)씨의 진행으로 ‘서점은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켰냐?’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 장이 펼쳐진다. 행사 2일 차(9월 1일)에는 일본 도쿄B&B서점의 우치누마 신타로 대표 및 해외의 서점 운영자들과 함께하는 강연이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2030세대의 책 문화를 이끄는 젊은 작가들의 솔직한 대화를 들어볼 수 있는 ‘우리 시대 책의 의미’도 주목할만 한 이벤트다. 씨네21 기자 이다혜가 사회를 맡은 북토크는 90년대생 작가 박참새, 서한나, 조예은이 참여한다. 북디자인 전시 ‘펼친 면의 대화’와 연계한 저자 전가경, 북디자이너 박소영의 토크도 꾸려진다. 이외에도 아티스트 김명수와 함께 다양한 주제를 자유로운 형식에 담는 잡지, 진(Zine)을 만드는 워크숍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책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준비됐다. 북마켓과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특별대담 및 낭독회 등 프로그램은 19일부터 군산북페어 홈페이지(gsbf.kr), 시립도서관 홈페이지(lib.gunsan.go.kr)에서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잔여석은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군산북페어 2024에 대한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일정과 자세한 사항은 군산북페어 홈페이지 및 공식 인스타그램(@gsbf.kr)을 참조하거나 북마켓·전시·워크샵은 소통협력센터 군산(063 464 1507), 주제토크·낭독회는 군산시립도서관 도서진흥계(063 454 5630)로 문의하면 된다.
‘김용택’이라는 책이 있다.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듯 예상치 못한 선택으로 주인공 김용택(76)의 삶도 완전히 바뀌었다. 학창 시절 교과서 이외에는 책을 접한 적 없던 그는 교직 생활을 시작하며 책과 친해졌다. 글을 읽다 보니 생각이 떠올랐고, 생각을 정리한 글은 시(詩)가 됐다. 특별히 ‘시를 어떻게 쓰겠다’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잔잔한 삶이 모여 이야기가 됐고, 이야기는 한 편의 시로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 김 시인은 어느덧 42년 차 원로작가가 됐다. 대중에게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아 온 그는 최근 2024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해문예대상 수상 소식에 “어리둥절했다”는 시인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자가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스스로 문학상과는 거리가 멀어진 나이라고 생각했고, 작은 시골 마을까지 큰 상이 당도할 리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13일 전북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 시인은 “(문학)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수상 소식에 정말 깜짝 놀랐다”며 “독자들이 제 시집을 읽어주는 것 자체가 큰 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기쁘기도 했지만 어리둥절함이 더욱 컸다”고 말했다. ‘만해대상’은 평화대상, 실천대상, 문예대상 등 총 3개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을 끼친 인물을 선정해 수상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김대중 전 대통령, 함세웅 신부,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 파친코 이민진 작가 등이 있다. 평소 자연을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담백한 시편을 선보여 온 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시를 쓸 수 없었다.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삶에 대한 치열한 자세가 필요했다.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 김 시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바깥세상의 이야기가 담긴 신문을 꼼꼼하게 읽었다. 하루에 한 시간씩 신문 읽기에 시간을 할애해 세상을 공부한 것이다. 그렇게 신문에서 배운 세상을 글로 옮겼다. 그는 “자연을 이야기하고 글로 쓰고 있지만, 제 이야기가 ‘삭막한 도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은 ‘자본이 극대화된 사회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 고민한다”며 “치열하게 공부한 것들이 결국 시가 된다"고 했다. 지난 6월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을 출간한 김 시인은 현재 산문집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4∼5월 중에는 시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바쁜 일정이지만, 시인은 살아온 지난날처럼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했다. 사랑하는 고향 진메마을에서 섬진강을 벗 삼아 투박하지만, 다정한 일상을 보낼 것이다.
올해로 등단 42주년을 맞은 김용택 시인(76)이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마음산책)을 펴냈다. 암재 할머니, 탐리 양반, 얌쇠 양반, 빠꾸 하나씨, 큰당숙 등 김 시인은 그가 태어나 평생을 산 진메마을 사람들을 시(詩)로 불러냈다. “이 시집은 오래전 그러니까, 그때 내가 시를 읽고 세상을 배워가며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따로 써놓고 발표하지 않은 우리 마을 이야기들이다. 소박한 이 시집은 내 모든 글의 ‘고향집’이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에는 진메마을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하다. 시집의 시들 중에는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를 쓰면서 수록했던 시 일부와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열다섯 장이 함께 수록됐다. 특히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시인의 시선이 실감나게 그려져 진메마을의 정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소를 몰고 고샅길을 간다/큰집 소도, 작은집 소도 붉은 살구씨를 밟고 집에 들어 몸을 뉘었다//(중략)/ 탕! 살구꽃이 우수수 졌다. 조금 늦게 떨어진 살구꽃잎이 죽은 빨치산 발치까지 날아가 있었다//(중략)// 생각만으로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으으으 신 살구는 일 년 된 새신랑들이 동네 사람들 몰래 제일 많이 따 갔다//"(‘살구나무가 있는 풍경’)처럼. 김 시인은 강인하지만 절제된 언어로 마을의 풍경을 그려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온 그의 시(詩) 세계처럼 이번 신간 역시 다정하다. 이처럼 40년 넘게 시를 발표하고 독자들과 호흡해온 시인은 올해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김용택'이라는 견고한 문학세계를 다시 증명해 보였다. 시인은 "상을 준다는 연락을 받고 어리둥절했다"며 "만해 대상이 매우 큰 상인데 이 작은 마을까지 어떻게 찾아왔는지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28회 만해대상 시상식은 오는 12일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 1948년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969년 순창 농림고교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008년 8월 덕치초등학교에서 30년간의 교사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맑은날>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와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등을 펴냈다.
“그럼에도 왜 쓰냐면 이 모든 순간과 그 모든 순간의 기억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25년 차 성실한 소설가 백가흠 작가가 본인이 책 속에서 밝힌 글을 쓰는 이유다. 작가이기보다, 작가이고 싶은 시절의 백가흠이라는 인물을 담아낸 산문이 세상에 나왔다. 백가흠 소설가가 신작 산문집 <왜 글을 쓴다고 해가지고>(난다)를 발간한 것. 이번 산문집에서는 소설가로서 백가흠의 근원에 자리한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백 작가를 온전히 담아낸 이번 산문집은 총 2부로 구성됐다. 먼저 소설가 백가흠의 문학론을 담고 있는 1부에서는 자신에게 ‘언제나 절실함을 요구했던’ 소설과 소설이 버거워 밤잠을 설치던 시절, 영원히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없는 작가라는 직업의 절망과 환희를 열세 편의 글로 진솔하게 써 내려간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동료 작가로서 백가흠이 읽은 소설과 시집에 대한 깊이 있는 리뷰를 담고 있다. 독서하면서 그가 느낀 순수한 설렘에 마음이 함께 동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했던 1부와는 달리 마르케쓰, 나쓰메 소세키, 시인 김민정·안현미, 소설가 백민석·조경란 등 열네 편의 글에 실린 작가와 작품이 2부의 주인공이다. 특히 요즘 독자들에게는 현대의 고전일 수 있는 이 리스트는 백가흠의 통찰과 만나 더욱 신선하게 읽힌다. 백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여름, 중학생이었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무심코 돌아본 풍경에 가던 길을 멈췄다”며 “해가 막 땅속으로 꺼지기 전 지평선에 아슬아슬 걸쳐져 있었는데 그 풍광이 참 아름다우면서 슬펐다”며 과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곳에 부려놓은 글들은 작가가 된 이후 해 지는 쪽으로 한 번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던 길로 돌아와 마주 앉은 문학의 저녁이고 일상이다”라며 “하루 있었던 일을 조잘대던 어린 동생들, 하루의 피로감을 감추고 마주 앉은 아버지, 소소한 행복의 멋쩍음을 잔소리로 대신하는 어머니 등 특별한 것 없지만, 없으면 안 됐던 순간에 대한 기억으로 가장 소중한 찰나를 담아냈다”라고 말하며, 책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백 작가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저서로는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아콰마린>,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산문집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등이 있다. 그는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상재 아동문학가와 볕든 그림 작가가 동요 과수원길을 모티브로 한 그림 동화책 <과수원길>(고래책방)을 출간했다. 동요 과수원길은 한국아동문학회 회장을 지낸 박화목이 작사하고 서울사대부속초 교장을 지낸 김공선이 작곡한 동요다. 1972년 한국동요동인회를 통해 발표됐다. 황해도 황주가 고향인 박화목은 큰아버지가 가꾸던 과수원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과수원길 시를 지었다. 이 시를 본 김공선 작곡가는 고향인 강원도 고성의 싱그러운 아카시아꽃 길을 생각하며 곡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재 아동 문학가는 “동요 과수원길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자리 잡았다”라며 “제 고향 물 맑은 시냇가에도 아카시아꽃이 싱그럽게 활짝 피어 있다. 아카시아꽃 그늘에서 해맑게 웃던 향이와의 추억을 반추하며 이 동화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1년 월간 <아동문예> 신인상, 한국일보 신춘 문예 동화로 등단한 그는 그동안 <도깨비가 된 장승> <잃어버린 도깨비> <도깨비와 메밀묵> <개미가 된 아이> 등 120여 권의 동화집을 출간했다. 방정환 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생명과문학 작가상, PEN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아동문학사조> 발행인,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도 그래.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니까.” 라고 말하곤 한다. 의기소침한 친구에게 용기를 주려고 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어제 내가 한 일을 떠올려보면 순간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 기억이 안 난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 카드 결제 명세를 보며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 전의 어떤 일은 마치 방금 일어난 일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 속에는 잊고 싶지 않은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도 있지만,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붙박이처럼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기억을 우리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최연숙 작가의 동화 『경성 기억 극장』에는 기억을 없애주는 장치가 나온다. 주인공 덕구는 자신을 돌봐주는 수현이 아저씨를 밀고했다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떨쳐버리려고 기억을 지운다. 덕구는 자신이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조선 학생에게 전쟁을 도우라고 연설한 여선생님과 필리핀에서 민간인을 폭격한 공군 비행사가 기억을 지우고 편안하게 돌아가는 걸 본다. 덕구는 고문당해 악몽을 꾸는 수현이 아저씨에게 기억을 지우라고 권하지만, 아저씨는 기억이 길잡이라며 거절한다. 나중에 자신이 했던 일을 알게 된 덕구는 다시 기억을 지우라는 말에 ‘기억을 지운다고 내가 한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며 고민한다. 기억을 지우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깨달은 덕구는 수현이 아저씨에게 사과하고 아저씨의 독립운동을 돕는다. 기억이 길잡이라는 말은 기억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그동안 내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들, 또는 그것에 대한 기억이라는 말이다. 만약 그런 기억이 사라진다면 잣대를 잃은 우리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기억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상의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처럼, 소소한 발견과 작은 기쁨으로 채워가는 순간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없을까? 힘들거나 외로울 때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팍팍한 삶을 여유로 바꿀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면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먼지 쌓인 일기장을 꺼내 몇 년 전 날짜가 적힌 종이를 넘긴 뒤 오늘 발견한 사소한 즐거움을 적어보자. 먼 훗날 오늘의 기억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도록.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열린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숙)가 주최하는 제30회 열린시문학상에 이문형(69)·이채영(69) 시인이 선정됐다. 열린시문학상은 1989년 열린시문학회 창립 이후 34년째 이어오고 있다. 전북 지역 최초로 시 창작교실을 개설하고 시상을 이어왔다. 열린시문학회 회원 중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서영숙 전 무주문인협회장, 구윤상 열린시문학회장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은 “올해 열린시문학상 수상자를 부득이하게 2명의 시인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두 작가는 열린시문학회 창작교실에서 쉼 없이 시 작업과 문학 혼을 불태운 시인이다. 두 시인의 저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예술혼과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채영 시인은 2015년 <한국문학예술>가을호로 등단했으며, 전북서예미술협회 심사위원을 역임한 서예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시집 <4월의 눈꽃>이 있다. 이문형 시인은 2016년 <한국문학예술>가을호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봄날 강가에 서다>가 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전 11시 전주시인후도서관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함께 창작 지원금 100만 원이 수여된다.
이경옥 아동문학가가 비영리 공익법인 아이코리아가 주최하는 '한국안데르센상 작품공모‘에서 창작동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안데르센상은 문학, 미술 등 어린이 문화예술콘텐츠 개발과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차세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국내외적으로 활동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제정된 공모전이다. 이 아동문학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재혼가정의 이야기를 다루는 <진짜 가족 맞아요!>로,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의 형태를 다룬 성장 동화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의 부상이 수여된다.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1961년 김제 출생으로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6일부터 7일까지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에서 ‘K-북 작가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맞아, 한국 출판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와 인지도를 제고하고 출판 한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먼저 6일에는 이기훈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프랑스 문학 작가 대담이 예정돼 있다. 이어 7일에는 이기훈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공연과 강형원 기자의 K-북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출판진흥원은 프랑스 현지 및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국 출판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앞서 지난 6월 서점·도서관·학교 등 프랑스 파리 현지 전역에서 그림책 작가 워크숍, 한-프 그림책 작가 대담 등 다양한 K-북 작가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그림책·문학·웹소설 등 다양한 한국 출판콘텐츠를 소개하는 K-북 상설 전시도 오는 30일까지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10월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2024년 프랑스 K-박람회에 참가해 한국도서와 작가를 소개할 계획이다.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은 “2024년 파리하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뛰어난 작가들과 도서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출판진흥원은 출판한류의 흐름이 전 세계에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K-북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문예지 계간 '지필문학' 신인문학상에 시 부문에 박옥희 시인, 수필 부문 김미애·황정순 수필가가 각각 선정됐다. 제99기 신인문학상 수상자 선정은 2024년 통권 제70호 가을호를 발행하며 실시했다. 이번 호에는 이광복 명예회장, 김계식 시인, 정순량 시조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김익남 시인, 채정룡 시인(전 군산대 총장), 이옥금 시인, 하병우 수필가 등 각계각층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됐다. 신성호 지필문학 회장은 “어렵고 힘든 문학계의 현실 속에서도 해를 거듭할 수록 발전해 왔다"며 "앞으로도 확장성 있고 알찬 문예지로서의 위상을 더 높여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필문학이 다양한 문학 애호가들의 창작 문학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우수한 작품 발표의 장으로서 중추적인 역할과 신인 문인의 꿈을 이뤄주는 등용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4 지필문학 통권 제70호 가을호 출판 및 신인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16일 오전 11시, 군산 나운동 소재 ‘군산 jb 문화공간 콘서트홀’에서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화인 시인이 <새들은 머문 자리를 기억하지 않는다>(우리詩 움)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5번째 시집이다. ‘봄·여름·가을·겨울·다시 봄’ 등 총 5부로 구성돼 90편의 시가 실렸다. 시집에 표현된 사계는 순화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봄’에서는 사계의 시작인 봄을 상징하는 시들이 꽃, 사랑 등으로 표현돼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피어난 꽃들의 향연은 삶의 축복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어 ‘여름’에서는 인생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며 뜨겁고 정열적인 생의 열정이 느껴지는 시들이 잘 압축된 은유에 쌓여 표현되고 있다. ‘가을’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안분지족 사상을 잔잔하게 표현한다. ‘겨울’에서는 삶은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 것이라고 노래하며, 마지막 ‘다시 봄’에서는 불교에서의 윤회사상을 상징화하고 있다. 이화인 시인은 김제 출신으로 2003년 <현대시문학> 시 부문 시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그리움은 오늘도 까치밥으로 남아>, <길 위에서 길을 잃다>, 수필집 <쉰여덟에 떠난 Nepal 인도> 등이 있다.
핸드폰 요금을 정액제로 바꾸고 나니 늘 데이터가 부족하다. 월말이면 간당간당한 데이터 때문에 마음 졸인다. 그러다가도 아내가 자신의 여유분을 보내줄 때면 횡재한 느낌이 들었다. 월말까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다 사용하지 못하는 달이면 손해 보는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예전에 무제한 요금제를 쓸 때는 데이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부담이 없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으나 어느 순간부터 무디어져서 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어차피 무제한인데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런 달이면 피곤함이 일찍 찾아왔고 한편으로는 무력감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핸드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했다. 회의 중간에도 휴식 시간에도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어김없이 들려 있었다. 편리했지만 내심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환경 문제도 이러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봄이면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어도 당연하게 여겼다. 날씨가 역대급으로 덥다는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사람들도 폭염이나 열대야, 그리고 동남아에서나 경험하는 스콜과 같은 빗줄기가 쏟아져도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환경이라는 무제한 데이터를 마음껏 쓰다가 갑자기 절약해야 한다고 하니 불편해한다. 기후 위기나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과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졌다고 세상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의문이 들던 중에 책 한 권을 만났다. 현직교사이자 환경학자이기도 한 심정은 작가의 『환경수업도 업사이클링이 필요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 현장과 사는 마을을 개선하고자 했던 교사의 현실적인 노력을 촘촘히 다루고 있다. 사례가 풍부한 만큼 글이 주는 신뢰감도 상당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단순하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출발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세상의 변화도 가능하다. 우리가 친환경이라고 착각했던 에코백 이야기를 읽다 보면 뜨끔하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무수히 많은 기념품은 ‘환경’이라는 그럴싸함으로 포장한 쓰레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10년 후 어느 날, 수업시간에 자신들이 환경을 고민하며 만든 에코백을 들고 만나는 아이들을 상상해 본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기다리는 행복은 그냥 오지 않는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전환은 “그냥 지나치던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그런 선생님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만이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가 책에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 휴가지에서 이 책을 벗 삼아 떠나는 건 어떨까? 돌아오는 길에는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최근 신작 소설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를 출간한 이광재 작가가 전북도민들을 만난다. 이 작가사인회가 26일 오후 6시 전주 전동성당 뒤 녹두꽃에서 진행된다. 이 작가는 “틈틈이 썼던 단편을 모아 소설집을 냈다”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책과 음식을 놓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고 작가사인회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출판된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는 ‘군산, 적산가옥’과 ‘검은 바다의 기억’ 등 총 7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인간의 존엄 속에 감춰진 지점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작가 이광재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한편 군산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1989년 <녹두꽃> 2호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수년간 쓰지 못하다가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장편소설로는 <수요일에 하자>가 있다.
“거실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보니/ 티브이는 꺼져 있고/ 내 몸에는 이불이 덮여 있다/ 아내는 연수받으러 가고 없는데/ 누구지?/ 유정란을 휴지에 싸서 부화시키려다/ 깨뜨리고 말던 유치원생 딸애는 그새/ 중학생이 되었다./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시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전문) 박성우의 시는 언제나 쉽고 편안하다. 시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런 박 시인이 5번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창비)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에게 백석문학상을 안겨준 <웃는 연습> 이후 7년 만에 펴낸 책으로 더욱 주목을 끈다. 7년의 세월 동안 백석의 향토성과 서정성을 계승하면서도 세심한 감수성을 동원해 다양한 공동체적 양식을 살피는 시인의 눈길은 한층 넓고 깊어졌다. 실제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되살려 도시살이와 시골살이를 오가는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덕분에 전통적 서정의 아름다움이라는 미덕을 지니면서도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살아가는 지금 시대를 날카롭게 묘파해 냄으로써 전 세대를 아울러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들로 풍성하게 채워내고 있다.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시‘매우 중요한 참견’ 전문) 이처럼 시인의 시에는 사람살이의 온기가 흐르고 언젠가 살아본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또 가족으로 국한되지 않은 이웃, 길 가다 스친 사람 등과 같은 사람 간의 관계를 박 시인 특유의 자연스러운 입말로 그려내며, 시 한 편 한편을 마치 드라마처럼 독자들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창동 영화감독은 책의 추천사를 통해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담긴 박성우의 시들은 더 쉽고 편안하고 낮아졌다”며 “그 흔한 상징도 비유도 찾기 어렵다. 애써 새로움과 낯섦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시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그의 시를 읽으면 절로 마음이 환해지고 미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그간 나는 생각지 않던 길을 걸었다. 다섯 시 이십 분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했고 지방으로 가서는 이십 분을 더 잘 수 있었다”며 “나를 중심에 두고 살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며 깊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하리만큼 시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적요한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시를 만나곤 했다”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과 기쁨이 돼 주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시인은 정읍 출생으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등이 있다. 박 시인은 백석문학상과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상준 소설집 <미완의 귀향>(나무와 숲)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질박하고 강건했던 농민 백남기, 참된 농사꾼이자 견고한 진보주의자 김일순,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산 반체제 학자 송두율, 교육 현장에 몸담았던 아홉 도반, 학교를 떠나게 된 교사 서미림, 저자의 절친한 벗 고(故) 박배엽의 이야기다. 한상준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 소설을 구현했다. 가슴에 힘껏 그리고 가득 품고 있던 실존 인물을 소환해 소설 속 화자이자, 주인공을 등장시킨 것이다. 소설집 <미완의 귀향>은 표제작 미완의 귀향을 비롯해 농민, 동맑실 조신한(曺迅翰) 이장의 운멩, ‘연향동파’ 유령의 길로 나서다, 서미림 선생, 오래된 잉태, 이장(移葬), 만행(萬行) 등 작품 8편이 수록되어 있다. 지난 2003~2004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구속, 재판과 강제 출국, 그리고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은퇴한 송 교수의 삶을 언론사 기자의 눈으로 담아낸 표제작 미완의 귀향. 소설은 ‘그 뒤…’‘그 후…’‘그렇…’ 세 파트로 나눠 전개된다. 두 번의 개작을 거친 작품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학자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당하고 삶을 구속하는지 절제된 언어로 풀어냈다.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삶의 애환을 1인칭 시점으로 쓴 소설 ‘농민’에서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샘솟게 한다. 그동안 농업‧농민 소설을 쓰며 농업과 농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온 작가의 예리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작가의 절친한 벗으로 시인이자 문화운동가였던 고 박배엽이 폐암에 걸리자, 그의 쾌유를 빌며 쓴 소설 ‘오래된 잉태’와 폭력과 폭압으로 일상화된 학교로부터 내몰려 학교를 떠난 이후 끝내 시를 쓰지 못하게 된 교사의 이야기를 풀어낸 ‘서미림 선생’ 등 여러 인물이 빚어내는 서사적 하모니가 읽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이병천 소설가는 추천의 글을 통해 “한상준의 소설을 읽으면서 부득불 우리 젊은 날의 꿈들을 떠올린다”며 “그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잊지 말자고 반추하는 인물들은 핍박 없는 세상을 견인하려는 운동가이거나 올곧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 이웃들이다. 그의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라고 밝혔다. 1955년 고창에서 태어난 작가는 김제 금구면 소재의 고등공민학교에서 소작인의 자녀를 가르친 바 있다.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장편소설 <1986, 학교>를 비롯해 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 <푸른농약사는 푸르다> 등을 펴냈다.
이용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미안해 잘못했어>(지식과감성)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10행 내외의 짧은 시편 속에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詩)가 시대를 조명하고 삶을 가꿀 수 있다고 믿는 시인의 소신이 짧은 시편 안에 켜켜이 담겼다. 표제작 ‘미안해 잘못했어’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노모의 주검앞에/미안해 잘못했어//자녀들 애통하며/엎드려 사죄한다//영전의 노모는 그저/웃고 있다 환하게”(‘미안해 잘못했어’ 전문)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 안에 담긴 시인의 메시지는 독자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시인은 이밖에도 “상처는 봉합하면/치료가 되지마는//상처가 나은자리/흉터가 남아있다//흉터를 바라볼 때마다/추스른다 마음을//”(‘흉터’ 전문)과 같이 인생살이에 대한 고달픔과 삶의 애환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시인은 시집 서문에서 “삶을 가꾸면서 감화 혹은 감동시키는 표현 속에 시가 있고 독자가 있다면 그것이 훌륭한 노동이고 아름다운 삶의 행실”이라며 “시와 더불어 쉽고 편한 언어의 운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959년 익산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2006년 <한국시>에 ‘본향’‘강태공’‘사랑이 없으면’ 등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시집 <만경강 유역에 서서> <화포리 연정> <개똥참외> 등을 펴냈다. 한국시신인상과 제19회 마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익산여성의 전화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사는 다양한 예술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게임에서도 다각적으로 활용된다. 예전에는 직접 역사적 공간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역사적 인물을 현대로 데려오는 판타지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혼재하기도 한다. 아무튼 역사적 사건과 공간은 독자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요한 소재로써 작용한다. <한성이 서울에게>라는 판타지 역사 동화는 현대를 사는 인물에게 백제 때 천연두로 죽었던 귀신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현대에 사는 ‘서울’이라는 여자아이는 백제 때 쌓아 올린 풍납토성 부근에 살고 있다. 나이 차이가 나는 대학생 오빠가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익사하는 사고를 당한 뒤 집안은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상태다. ‘서울’이는 오빠처럼 남을 위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한성’이라는 백제 귀신은 자신의 독무덤이 있는 ‘서울’이네 집 마당이 자기 집이라며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서울’이네 집 주변은 아파트 재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주변 사람들은 다 떠났지만 ‘서울’이네 집과 이웃 할머니 집만 남아 있다. 서울이네는 삼 대째 살아오던 집이기 때문에 이사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물론 경제적 여력도 되지 않는다. 백제 귀신은 서울이네 집 앞마당에 자신의 시신이 묻혀 있는 독무덤이 세상에 나와 박물관으로 가야만이 길잡이를 만나서 이승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풍납토성 인근은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가 멈추기 때문에 설령 공사 중에 유물이 발견되더라도 몰래 없애거나 신고조차 하지 않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밤이면 도굴꾼들은 풍납토성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그러다 도굴꾼 3인방은 서울이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어머니가 간호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에 배관공으로 위장하고 들어온다. 서울이네 집 앞마당에 유물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결국 도굴꾼들이 찾아낸 유물은 한성이의 독무덤이었다. 백제 양식의 ‘굴 돌방무덤’이었지만 도굴꾼들은 오직 돈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결코 남을 돕지 않겠다던 서울이와 한성이가 독무덤을 지켜내며 유적이나 유물은 돈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한다. “이천 년이 지났다고 사랑했던 마음까지 다 흙먼지가 된 줄 아세요? 저건 돈이 아니에요. 남겨진 사람이 떠난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이에요. 그러니까 아무도 훔쳐 갈 수 없다고요.” 도굴꾼에게는 유물이 단순히 돈의 가치로만 여겨졌지만 서울이는 세상을 떠난 오빠의 유품을 치우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백제 귀신인 한성이도 자신을 묻을 때 엄마의 귀걸이 한쪽을 껴묻거리로 넣어준 것을 생각하며 유물은 남은 자들의 사랑이었다고 여긴다. 우리 사회가 많은 것을 물질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자칫 소중한 가치를 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유물을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 현상이 만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아이는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며 세상을 향해 외친다. 물질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유물은 단순한 흙덩이나 돈이 아니라는 사실과 사랑의 흔적이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그것은 유물이 단순한 부장품이 아니라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일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겨진 유물은 누군가의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할 때 가치가 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는 기억이다. 시간을 견디는 기억이 역사인 것이다.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었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김미림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부채와 포도는 사랑을 했네>(제이비)를 펴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시로 노래하고 그림으로 그려내는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여느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을 법한 전시 도록과도 닮아있다. 실제 책은 ‘1부 사막에서도 꽃은’, ‘2부 공주들은 꽃잠을 자고’, ‘3부 꽃은 꽃의 마음을 갖고’, ‘4부 부채와 포도는 사랑을 했네’ 등 총 4부로 구성돼, 60여 편의 시와 함께 30여 점의 작품을 담아내고 있다. 김 시인은 “지리산 아래 전생에 신선이었던 사람들만 태어난다는 운봉에서 태어난 덕에 눈과 마음으로 다가온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할 줄 아는 운봉 사람으로 성장했다”며 “그렇게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시인으로, 화가로 표현하며 네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시집에는 팔도강산을 유람하며 만난 이들에게 보내는 그리움을 담았다”며 “나에게 있어 그리움은 사랑이고 그 사랑은 나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시가 독자들에게 다가가 아름다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1992년 월간시문학 우수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과 전주 풍물시 동인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편집위원과 국제펜 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편집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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