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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신순철) 동학농민혁명연구소(소장 신영우)에서 ‘동학농민혁명연구’ 제2호를 지난달 31일 발간했다. 지난해부터 발간된 ‘동학농민혁명연구’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대표적인 학술지로 동학농민혁명 관련 역사학과 민속학, 지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 논문을 게재하여 동학농민혁명 연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제2호는 특집논문 3편과 일반논문 5편, 서평 1편, 자료소개 2편, 연구소 소식 등으로 구성됐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편집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외부 심사위원에게 의뢰하여 진행된 본 심사를 모두 통과한 논문을 대상으로 한다. 특집 논문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주관한 ‘만석보 위치 고증과 활용방안 모색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논문 3편이 수록됐다. 일반논문에는 고부 농민봉기, 군산지역 동학농민혁명, 군산지역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현황, 양호도순무영의 설치와 활동, 동학농민군의 대둔산 최후항쟁 등을 다룬 5편의 논문이 실렸다. 또 이영호 인하대 교수가 쓴 조재곤 저자의 ‘조선인들의 청일전쟁: 전쟁과 휴머니즘’에 대한 서평도 게재됐다. 이밖에 자료 소개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소장 고문서’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 중인‘충청남도·전라남북도 사료 채방 복명서’에 대한 해제와 번역, 그리고 원문 등이 담겼다. 특히, 홍성덕 전주대 교수는 <1894년 고부 ‘만석보’의 위치 재검토>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중요한 상징 장소 중 하나인 만석보의 정확한 위치를 치밀하게 재검토했다. 신영우 동학농민혁명연구소장은 "이번 ‘동학농민혁명연구’ 제2호 발간으로 침체한 동학농민혁명 연구가 활성화되고 많은 새로운 연구자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학농민혁명연구’는 매년 상반기(5월 31일)와 하반기(11월 30일) 2회 발간된다. 학술지에 수록된 모든 논문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사료아카이브와 학술지 자료검색 사이트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700년 백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책 한권이 나왔다. 역사 연구가 겸 칼럼리스트인 정재수 역사 작가가 <우리가 몰랐던 백제사>(신아출판사)를 발간한 것. 정 작가는 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백제사는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삼국사기>와 <백제본기> 기록의 한계를 지적한다. <삼국사기>는 고구려 계열인 시조 온조(비류 포함) 계통의 전승 기록만을 편집한 역사서다. 역사 공간은 한반도에 국한된다. 이에 반해 부여 계열인 시조 구태계통의 역사는 수면 아래 숨겨져 있는 거대한 빙산의 역사다. 역사 공간은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 대륙, 일보 열도 모두를 망라한다. 특히 시조 구태계통의 역사는 중국대륙의 서부여에서 출발해 한반도의 부여 백제를 거쳐 일본열도의 야마토로 재탄생하는 고대 동아시아의 거대한 역사벨트를 일군 주인공인, 부여 기마 족의 대장정 역사로 정의할 수 있다. 시조 구태계통의 역사를 복원한 새로운 백제사인 이 책은 백제의 시조와 건국 과정을 살펴보는 ‘챕터1. 건국의 요람과 여명’으로 시작한다. 백제 왕조의 뿌리, 백제 시조 신화에 천손 또는 난생의 개념이 없는 이유, 백제가 전라도 등 서남부지역 전체를 장악한 시기, 문주왕이 웅진을 천도지로 선택한 이유 등을 <삼국사기> 기술 내용이 낳은 한계인 백제의 10대 미해결 문제를 조명한다. 정 작가는 서문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온조계통 백제사가 아닌, 구태계통 백제사로 채워진 책에는 독자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사건들과 인물들이 적잖이 나온다”며 “그 생소함을 떨쳐내기 위해 어느 경우는 반복적으로 기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제의 건국에서 명망에 이르는 흥망성쇠의 과정을 문헌 기록 원문을 인용해 명확한 근거 제시는 물론 현재형의 문체를 사용해 현장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작가의 저서로는 역사소설 <곤지대왕>, 역사다큐소설<백제와 곤지왕>, ‘삼국사기 유리창을 깨다’ 역사 시리즈<고구려 역사의 부활>, <백제 역사의 통곡>, <신라 역사의 명암> 등이 있다. 또 그는 ‘우리가 몰랐던 고대사’ 시리즈로 고구려사, 신라사, 가야사 등도 출간할 예정이다.
박종은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생각의 파노라마>(인간과문학사)가 출간됐다. 시인의 시들은 생애의 궤적을 평범한 보통 삶을 살아내기에 맞추어온 듯한 인상을 풍긴다. 부자는 아니지만 궁색하지는 않고, 슬기롭거나 예제에 밝으나 앞서 나가서 남 앞에서 뾰족함을 드러내지 않는 가만히 웃고 빙그레 미소 띠우며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히 혼유한다. 시인은 “시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쉬 통할 수 있고, 시 읽기에 대한 지구력이 약해도 끝까지 읽을 수 있다”며 “유별나지 않은 독자와 더불어 사유하고자 한다”라며 시집 출간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넘어지거나 눕지 않고/일어설 수 있으랴//주저앉거나 기지 않고/일어설 수 있으랴//보란 듯 꼿꼿하게 서 있다면야/일어설 일도 아예 없겠지//넘어졌다고 해도 주저앉았다고 해도/웃으며 일어서라//넘어진 채 주저앉은 채 머뭇거리지 말고/탈탈 털고 일어서라//일어서야 걷는다/걸으면 사는 거다”(‘일어서라’ 전문) 과도한 테크닉을 부여하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88편의 작품은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정서를 읊고, 메시지는 초연함의 경지를 보여준다. 소재호 문학평론가는 시집 <생각의 파노라마>해설을 통해 “내면으로는 골똘하게 성찰하고 명상하며 영혼의 청아함에 이르고 영육이 함께 투명한 듯이 해맑음으로 그의 시상은 명정한 경지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박종은 시인은 살아온 생애와 시의 편편에 담겨진 이미지나 메시지 등 모든 면에서 보통사람으로서의 또 다른 영명함이 함께 빛나고 있음도 간과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고창 출생인 박종은 시인은 고창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고창군지부장과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고창예총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과 전북문인협회 자문이사, 시맥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시집 <세월 위에 띄우는 빈 배> <겨울바다> <오래된 미래> <바람처럼 구름처럼> <생각은 미래의 얼굴>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다. 전북문학상, 바다문학상, 한국공간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천 년도 넘은 느티나무에/ 둥지가 생겼다/ 줄자도 없고 못도 없는데/ 어떻게 지었을까?/ 밤이면 달빛이 찾아오고/ 파리새도 세들어 사는/ 할아버지 등짝 같은/ 고목에 손님처럼 봄이 오면/ 누구를 기다리는지/ 정류장 쪽으로/ 싹이 먼저 돋는다/ 정류장 쪽 가지가 더 길다”(시‘내소사 느티나무’ 전문) 쓸쓸함의 힘을 믿는 사랑의 시인, 배귀선 시인이 첫 번째 동시집<내소사 느티나무>(브로콜리숲)를 펴냈다. 어린이들을 주된 독자층으로 하는 동시집이지만, 배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의아스러울 만큼의 쓸쓸함을 내포하고 있다. 동시집은 폐교 직전의 ‘위도초등학교 식도 분교’ 어린이들을 통해 농어촌의 현상을 생선의 앙상한 가시처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배 시인의 동시집에는 엄마나 아빠의 부재 빈도수가 유난히 높게 나오는 등 가족 구성원의 결손이나 부재(해체)가 자주 등장한다.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유강희 시인은 “부안에서 나고 자란 시인답게 배 시인의 첫 동시집은 소지(素地) 단청처럼 장식적이지 않고 순연한 동심의 바탕을 잘 보여준다”며 ”이번 동시집에서 보여준 도저한 쓸쓸함은 인간의 봄, 영혼의 봄, 동심의 봄을 맞기 위한 자기와의 오랜 싸움의 결과인 셈이다”고 말했다. 한편 배 시인은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을 통해 등단했으며, <동시발전소>에 동시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동시축제’ 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연구집<신춘문예 당선 동시 연구>, 시집 <점멸과 침묵 사이>, 수필집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 평론집 <수필의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 등이 있다. 현재 원광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우연 작가의 초단편 소설집 <오르톨랑의 유령>(문예연구)가 출간됐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심리학과를 졸업한 이우연 작가는 2022년 '문예연구'에서 소설 <사진>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층을 확보하며 주목받고 있다. 초단편 소설집 <오르톨랑의 유령>은 혼자임을 피할 수 없는, 이름이 없어 장소로밖에 명명될 수 없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우연 작가는 "이 글은 동시에 혼자일 수만은 없는 것들이 혼자 이상을 원하는 장소들에 관한 글"이라며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거주하는 것들은 누구에게 가닿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나는 감실에서 쓰인 불가능한 언어가 오직 읽히기 위해 무한히 다시 쓰이는 광경을 보고 있다. 친구도 애인도 적도 가질 수 없었던, 오지 않는 늑대를 기다리며 집을 짓고 있는 돼지들이 그들의 검은 울음을 쓴다. 언젠가는 이 집요하고 허망한 갈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럴듯한 친구도 미래도, 심지어는 죽음마저도 가지지 못한 것들이 읽히는 날이 올까?" 책의 화자들은 혼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혼자 하는 일,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따위로 혼자 소리를 내고, 청소도구함 속에 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속할 수 없는 푸른빛으로 돌진하면서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갈망을 소리친다. 소설 속 문장들은 불가능한 희망 혹은 절망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삶을 사는, 명명조차 되지 않는 존재들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책의 제목인 오르톨랑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소단원 '주방'은 맷새의 일종인 오르톨랑의 잔인한 요리법에서 오르톨랑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닿을 수 없는 글을 쓰는 작가의 아픔과 고독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들이 겪는 아픔을 탐미적 문체로 절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악몽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언어로 번역하려 몸부림쳤다"며 "불가능한 밤을 스스로 번역하고 해석한다. 그 언어가 마침내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정읍학연구회가 전북 의병사의 새로운 역사 발굴 연구서인, <정읍 최초의 임란 의병장 민여운 선생: 그 업적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민속원)를 ‘전북대학교 농악·풍물굿연구소 총서 7권’으로 발간했다. 민여운은 1592년 임진년 5월경에 정읍 태인과 칠보에서 지역 최초로 임란 의병을 일으킨 인물이다. 책은 총 5편의 학술논문과 민여운 선생 관련 자료를 정리한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첫 번째 논문, 김덕진 광주교대 교수의 ‘임진왜란 당시 호남의병과 정읍’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정읍지역 의병의 전개 상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두 번째 논문인 잔남연구원 김만호 박사의 ‘임진왜란 시기 민여운의 의병 활동’에서는 역사 기록들에 나타난 민여운 선생의 의병 창의 내력과 그 구체적인 활동 내막들을 살핀다. 이어 세 번째 논문인 김익두 전북대 교수의 ‘정읍학의 입장에서 본 의병장 민여운 선생 관련 사료들의 의미와 가치’에서는 ‘정읍학’의 입장에서 바라본 민 선생의 가문 · 인품 · 성장 · 벼슬 · 교우관계 · 의병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네 번째 논문은 유족 대표인 민득기 전 전북교육청 사무관의 ‘유족의 입장에서 본 민여운 의병대’로, 민여운 의병 부대의 역사적 의미와 의의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논문, 박대길 전북민주주의연구소장의 ‘임진왜란 의병장 민여운 선양사업의 방향과 방안’에서는 앞으로 민여운 선생 관련 선양사업의 방향과 구체적인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문장문학회(회장 김명자)가 제1회 문장문학상 시상식을 28일 고궁담 3층 연회장에서 열었다. 제1회 문장문학상의 영광은 박순희·정남숙 수필가에게 각각 돌아갔다. 김명자 회장은 "작가의 문장은 문학이라는 지향의 공통점을 안고 이 자리에 모이게 됐다"며 "수상자들이 섬세한 문장과 창작의욕으로 문학의 품격을 높여 제1회 문장문학상을 시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정 명예시인(전북일보 사장)은 "예향의 고향인 전북에서 작가들이 초석이 되어주고 있다"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문학에서 글을 쓸 때 첫 문장, 첫 페이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회 문장문학상을 수상한 박순희 수필가는 수상자 대표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창립한 작가의문장문학회는 김영 석정문학회장을 교수로 모시고 50여명의 회원들이 문학 활동에 임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은 회원들의 합창과 수상자 수필 낭독, 판소리 공연 등 다양한 행사로 마무리 했다.
완판본의 도시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완판본문화관. 전주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눈과 귀에 익도록 보고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어렴풋이 조선시대의 전주가 서울과 비등한 거대 출판도시였노라고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얄팍한 배경지식 탓에 책을 마주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부제의 ‘각수’라는 단어의 뜻을 짐작만 할 뿐 정확한 정의를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각수’를 인터넷에 검색하고 말았다. 예상대로 ‘판목에 글자를 새기는 사람’ 뜻을 가진 단어를 들여다보다 무심코 의문이 생겼다. 목공을 생각하면 목수가 떠오른다. 업을 생각하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완판본의 도시 전주’라는 소리를 귀에 익도록 들어왔음에도 각수를 떠올리지 못했던 일은 당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이미 없어진 일과 사람이라고 무심하게 생각해 온 탓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목표는 완판본이라는 단어만큼이나 판각이나 각수와 같은 단어와 최대한 친해지는 것이었다. 『나무의 문을 열다』는 저자가 완판본문화관에서 여러 시민 각수들과 함께 ‘천자문’을 판각본으로 제작하고 인출 및 교정, 출간까지의 과정 일체를 담은 책이다. 단순히 과정을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과거의 판각 방식에 대한 소개와 각수로 참여하는 저자의 마음을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1년에 천 장 정도의 판각을 해야 한다면 개인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가 전체 윤곽을 잡고, 다음 사람이 각을 하고 그 다음 사람이 바닥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에 숙련된 이가 최종 교정을 하는 방식이 훨씬 더 속도가 났을 것이다. 그것 역시 오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였으리라. 시간과 싸워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런 공동체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 밖에도 판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품을 수 있는 궁금증들을 저자는 속 시원히 긁어준다. 완판본문화관에 동의보감이 전시되고 있는 이유, 판각에 사용하는 조각칼에 관한 이야기, 현대의 출판과 판각을 통한 과거 출판의 차이점 등 직접 각수가 되어 나무에 글씨를 새기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롭다. 자주 놓치던 삶의 지혜를 되새기기도 하고, 잊고 지내던 공동체의 협력을 멋들어지게 내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내는 각수들의 대장정이 덩달아 벅차오르기까지 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초보 각수들의 출판기를 응원하다 보면 책의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책은 그냥 오지 않는다. 책을 쓴 저자, 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사람들의 온 인생이 함께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책을 선물받으면 설레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아닐까.” 결국 나도 나무의 힘을 느끼며 판각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게 한다. 흥미가 생기더라도 막막해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가 참여한 판각 교실을 진행한 대장경문화학교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비정기적이기는 하나 10여 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판각교실을 운영하는 듯하다. 멋진 책이 내 삶에 불쑥 오기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책에 다가서 보는 것은 어떨까.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40년간 시를 써온 우미자 시인이 9년 만에 신작 시집 <얼음꽃 사랑>(시산맥)을 상재했다. 시집 <얼음꽃 사랑>에는 몇 계절이 지나서 푸르러진 사유들이 돋보인다. 화자의 심정적 변화를 대변하는 70여 편의 시에는 감정의 색감이 다층적으로 채워져 희노애락의 말초적 감성을 극대화한다. “내가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세상에는 저리도 희고 맑고 순결한/ 벚꽃 같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지요/ 벚꽃길 한없이 걸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먼저 마음이 가닿는 사랑/ 깊은 뿌리까지 내려가 꽃잎으로 피던 사랑”(‘벚꽃 그늘에 앉아’ 부분) “사랑은/ 사랑을 품고 흘러서/ 더 깊은 바다가 되고// 사람은/ 사람을 가슴에 담아야/ 비로소 한 생애의 기슭에 닿는다”(‘사랑을 품다’ 부분) “천 년, 이승을 다 살아내어/ 도솔산 장송아래 핀 한 무리의/ 꽃무릇, 그 붉은 꽃술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스치는 당신의 모습”(‘선운사 꽃무릇’ 부분) 부분부분 가져온 시상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랑과 그리움, 이별의 감정들을 유연하고 농익은 필치로 기술해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문정영 시인은 작품해설에서“우미자 시인의 시편들은 따로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에 대한 순결한 서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사유의 깊이가 긴 골목길 같아서 독자의 마음을 밀물처럼 사로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미적 관조 상태에서 경험하는 안식과 평안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선이 아닐까 한다”고 부연했다. 원광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우미자 시인은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호남중학교와 원광여자종합고등학교, 부안여자중고등학교 등에서 37년간 국어교사로 일했다. 2013년 2월 정년퇴임 후 전업 시인으로 지내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무거워라 우리들 사랑> <길 위에 또 길 하나가> <바다는 스스로 길을 내고 있었다> <첫 마을에 닿는 길> 등이 있다.
전쟁 속에서 전개된 세계 외교의 역사를 쉬운 문체로 서술한 책이 발간됐다. 안문석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전쟁 속 외교>(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을 펴냈다. ‘1장 전쟁을 불러온 외교’, ‘2장 전쟁은 키운 외교’, ‘3장 전쟁을 중단시킨 외교’, ‘4장 전쟁을 막은 외교’ 등으로 구성된 책은 20여 개의 외교 사례를 배경과 외교의 전개 과정, 전쟁과의 연결성, 이후 세계에 미친 영향 등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 속의 내용은 세계 외교의 역사를 꽤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지만, 비교적 가벼운 문체로 누구나 쉽게 외교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실제 책에는 후금의 침략을 막은 광해군의 전략적 외교와 더불어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은 미국-소련 막후 협상 등의 사례들을 교전 중 대화를 인용해 역사 속 외교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안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할 수 있는 행위는 대화·공작·전쟁 등 크게 3가지로 간주된다”며 “공작과 전쟁은 자칫 나라 자체가 망할 수도 있어, 국가들은 공작과 전쟁에 앞서 대화를 한다. 그것이 바로 외교고 외교는 인류가 생길 때부터 있었고, 여전히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외교가 전쟁과 가까이 있는 만큼, 외교는 잘 다뤄져야 하는 부분으로 외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외교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일반인들은 외교의 역사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의 애를 썼다”며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우리 외교에 대해서도 한 번쯤 깊이 반추하는 기회들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문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아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북한 민중사>, <무정 평전>, <식탁위의 외교>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2024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주혜 작가의 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에서 만난 문장이다. ‘내가 기록한 나와. 내가 기록 속에 가두어놓은 나와.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매는 나와.’(본문 중) 헤어질 수가 있다는 말은 흡인력이 강했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면 지면 위로 건져 올려 일광욕을 시켜야할 것이다. 옭아매는 어제로부터 벗어나야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나’는 쉰 살이 넘은 여인이다. 남편이 정당 당원의 한 여성을 스토킹 하면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다. 운영하던 학원은 문을 닫게 되고 단란했던 가정도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다. 딸마저도 엄마를 원망하며 독립한다. 혼자가 된 주인공은 외부와 단절한 채 내면의 동굴에 빠져 허덕인다.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를 겪으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서 동굴에 숨어드는 것과 일기 쓰기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주인공에게 글방 선생님은‘일기를 쓴다는 것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라며 숙제를 내준다.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만해집니다.” 삶에서 가치를 찾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가장 구체적인 통찰을 할 수 있는 것이 ‘일기 쓰기’임을 강조한다. ‘나’는 ‘시옷’이라는 인물을 설정해 소설 같은 일기를 쓴다. 1971년생인 시옷의 유년은 유복했지만 아빠의 부도로 불우해진다. 교동의 마당 넓은 집을 떠나서 철둑 너머보다 더 깊숙한 군경묘지 옆으로 이사를 한다. 합창단복 오천 원이 없어서 겪는 수모, 편견으로 가득 찬 지휘자 선생님을 비롯한 무서운 어른들, 계엄령으로 인해 곳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총부리, 몽둥이와 방패를 든 전경들, 그들을 피해 도망을 가다가 데모꾼들 밑에 깔려 의식을 잃은 친구 애니, 신경질적인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친구 윤수, 최선을 다해 살던 윤수의 자살 앞에서 고단했던 그의 삶을 애도하는 동생 수호, 여전히 애증의 관계인 엄마. ‘내가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없다고.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다가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겉보기와 달리 속은 무척 시끄러웠을 거라고. 여러 번 무너지고 또 무너졌을 거라고. 그래도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하면서 그렇게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갔을 거라고.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이제야 겨우 알겠다.’ (본문 중) ‘나’는 일기 쓰기를 통해서 유년의 상처들을 만나고 그 윗목의 시린 감정들을 토닥여준다. 비로소 ‘나’는 엄마의 폭폭함을 이해할 수 있고 딸과도 소통이 시작된다. 봄과 여름이 포개지는 이 계절에 ‘시옷’과 함께 읽고 쓰면서 내 안의 ‘시옷’과 화해하고 새롭게 출발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빈다. 어떠한 감정도 글로 옮기면 내 안의 ‘시옷’이 견딜만한 힘을 줄 것이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김여울 작가의 동화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아동문예)가 출간됐다. 아동의 감정과 정서를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동화집에는 표제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를 비롯해 ‘부싯돌의 꿈’, ‘보리쌀과 사장님’등 총 9편의 동화가 실렸다. 저자는 떠돌이 강아지 까망이와 유쾌한 샘골 할머니, 선한 영향력으로 고향 이발관을 지켜온 달재 아저씨, 부와 명예를 축적했지만 남에게는 인색한 부자까지 각 동화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등장시켜 교훈과 감동을 전달한다. 온 세대가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도록 한혜연 작가가 그린 삽화도 수록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여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자꾸만 자꾸만 걷고 있었다”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하면 더욱 멀리 달아나는 모양도 형체도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도 파란 바람을 감아 올리며 덧없이 이름 모를 길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여울 작가는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초록마을에서는>, <북치 말에서 하늘바라기>, <그리운 시절>, <무지렁이>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동화집에 그림을 그린 한혜현 작가는 그림동화책 <빨간 연필>(공저)과 그림책 <집오리 높이 날다>, <비탈을 구르는 게으름쟁이>등에 참여했다.
어린이들과 호흡하며 일상 속 동심을 포착한 시인들이 엉뚱하고 행복한 동시 나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소소하고 심심해도 소중한 어린이들의 하루하루를 담은 동시집<바로 너야>(책고래)가 46번째 ‘책고래아이들’ 시리즈로 출간됐다.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동시집은 여섯 시인이 모여 제작했다.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동심을 알아차리는 마법사 같은 여섯 시인이 참여해 그 마음을 동시로 풀어내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띠띠 띠띠/ 띠띠띠 띠띠띠/ 7시만 되면 나와 싸우듯/ 달려오는 소리 괴물/ 매일매일 무장하고/ 방어태세 갖추지만/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소리 괴물의 강력한 공격에/ 백기를 흔든다/ -알았다,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아!”(동시 ‘알람’ 전문) 총 6부로 나누어진 동시집은 매일 아침 늦잠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깨우는 ‘알람’ 괴물과 수학 문제를 풀다 뭉툭해진 연필의 ‘머리 깎는 날’ 등 누구나 한 번씩 겪어봤을 일상을 담은 60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참여 시인으로는 초·중학생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해력 수업 등 문화 활동을 이어가는 전북동시문학회 소속 기옥경·김혜숙·박경희·박영주 시인과 더불어 그림책으로 아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오송이 시인, 생활 속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한송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책장마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삽화 작업에는 이윤정 작가가 함께했다. 이번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이번 동시집을 '아이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는 동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섯 명의 시인의 동시는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다양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동시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여섯 시인의 아이들다운 발상으로 동심을 표현한 이번 작품은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동시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박기관 상지대 행정학부 교수가 첫 시집 <엄마 그리고 유년의 동진강>(박영사)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평소 대학에서 사회과학 연구와 강의에 치중해 온 박 교수가 그동안 틈틈이 작성해 왔던 시들을 엮어 출간한 것이다. 시집은 ‘제1부 유년의 동진강’, ‘제2부 굴비와 엄마 생각’, ‘제3부 연주암 가는 길’, ‘제4부 저문 강에서’, ‘제5부 협재 마을에서 부치는 편지’ 등 총 5부로 엮여, 박 교수에게 <한국계간문학>의 신인문학상을 안겨준 작품 ‘동진강’을 비롯한 16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교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의 시(詩)들은 내 영혼이 입은 상처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집 속 모든 작품은 내 짧은 인생 항로에서 부딪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리움’이다”라며 “오랫동안 아물지 않은 상처에 파고든 슬픔이라 때론 가슴 시리도록 아팠다. 어쩌면 꼭꼭 감춰두었던 내 내면의 거울이기도 해, 세상에 드러낸다는 게 발가벗은 것처럼 부끄럽다”고 말하며 발간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부하고 권태로운 일상에서 만난 문학은 컴컴한 터널 속, 한 줄기 탈출구 같았다”며 “어렴풋이 비춰 오는 빛이 광명(光明)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는 희망의 빛일 것이다. 이제 한동안 침묵하고 외면해 왔던 사연을 시어(詩語)로써 고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계간문학>으로 등단한 박기관 교수는 현재 상지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지방의회도 인사청문회를 한다>, <문화행정의 이해>, <한국지방정치행정론> 등이 있다.
제18회 바다문학상 영예의 대상에는 박홍재 시인의 시 ‘새우’가 선정됐다. 본상은 서운정 수필가의 수필 ‘달무리 뜨는 바다’가 뽑혔다.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경희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한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바다문학상은 청·장년기를 바다에 헌신한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이 바다의 소중함을 문학적으로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바다문학상 운영위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작품공모 접수 결과 총 435명이 1202편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시 부문에 332명이 996편, 수필 부문에 103명이 206편이 접수됐다. 제18회 바다문학상 대상의 기쁨을 안은 박홍재 시인은 “몇 줄의 언사로는 어머니의 생을 서푼 어치도 적어낼 수 없겠지만 삶의 터전인 바다를 통해 파란의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려 했다”며 “어쭙잖은 시를 선택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본상에 선정된 서운정 수필가는 “많이 부족한 저에게는 풀 한 포기, 길가에 돌멩이 하나, 들판에 바람까지도 마음의 양분이었다”며 “글을 써가면 언제나 격려해주신 모든 스승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한다”고 전했다. 김경희 수필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으로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수필의 명품을 쓰지 못한다 해도 한 글자 한 글자 감동적인 작품을 새기도록 노력하며 문학 인생의 길을 차분히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바다문학상 대상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순금 10돈,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본상은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에는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장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한편 제18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6월 1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김사인 함께 읽기> 출간을 기념해 필진 52명을 비롯해 전국의 인문학자,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자리가 열린다. <김사인 함께 읽기>는 김사인 시인의 오랜 친우인 이종민 전북대 명예 교수의 발의와 고료 기부 등으로 시작되어 3년여에 걸친 원고 수집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모악출판사에 간행됐다. 책에는 천양희, 최원식, 장석주, 이숭원, 윤지관, 임우기, 송재학, 조용호, 유용주, 김해자, 안상학, 복효근, 오창렬, 이병초, 유강희, 박연준 등 문학인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도 원고를 보태 작가 연구와 작품 연구의 모범적 사례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3일 저녁 7시부터 전주교육대학교 교사교육센터 내 마음연구홀에서 김완준 작가의 사회로 열리는 북 토크쇼 ‘김사인, 한 권의 책이 되다’ 에는 필진 53명 대부분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문학 서평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평 전문가 김미옥 작가, <불멸의 이순신>과 <황진이> 등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 <부엌>의 작가이며 중동 전문가이기도 한 오수연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 한국 미술계의 거장 유휴열 화백과 평소 ‘책 많이 읽는 희극인’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전유성 등도 자리를 함께해 독자들과 만난다. 박남준 시인이 이날 가수로 초대받아 무대를 채우는 것도 이채롭다.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전북대 이종민 명예교수는 “이번 행사는 김사인 시인을 구심점으로 선후배 문인들의 만남과 인문사회학과 예술인들의 만남,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만남이란 다층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전북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성과 창의성 그리고 문화적 포용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른 나이에 활자중독증에 걸려 책만 보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작가가 되는 것과 방 안에 가득 좋아하는 책을 꽂아두고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작게나마 이루어졌습니다.” 문화사학자이자 우리땅걷기 이사장 신정일씨가 전주 태진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조촐한 서가로 꾸며 문화사랑방을 열었다. 16일 열린 '신정일서가' 개소식에는 신 이사장의 오랜 벗인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효봉 여태명 서화가, 왕기석 명창,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신정일 서가’는 평소 책에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사장이 독서모임과 조촐한 강연회‧시낭송회 등을 하는 공간, 오랜 벗들과 함께 휴식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만든 '문화사랑방'이다. 신 이사장은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한 권 한 권 구입한 책 2만여 권이 모여 있는 서가를 거점으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문화 확산 분위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신 이사장은 “한 송이 두 송이, 수만 송이의 꽃들로 피어난 서가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넓혀가고 싶다”며 “매일 여는 공간은 아니지만 예정된 시간에 개방해 책을 보며 꾸었던 꿈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땅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는 문화사학자다. 또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와 성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한 도보여행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조선의 천재 허균> 등 100여권이 있다.
김계식 시인의 34번째 시집<담쟁이덩굴의 꿈>(인간과 문학사)가 출간됐다. 총 5장으로 구성돼 80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시집 역시, 매일 시로 하루의 일기를 작성해 온 김 시인의 일상이 담겨있다. “나감도 들어옴도/ 똑 부러지게 막아선 체념의 벽/ 너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삶의 텃밭 어디 있으랴/ 여린 더듬이 손으로 찰싹 달라붙어/ 싱그러운 생명을 구가(謳歌)하는 복된 터전/ 속 키운 불문율 하나 지켜 사나니/ 곱게 치장한 반들거리는 벽 접어두고/ 헐벗고 굶주린 깔끄러운 벽을 골라/ 감싸고 다독여주고 싶은 일념으로/ 꿈꾸는 희망을 짙푸르게 엮어나가는 일/ (중략) 끝내 그 절벽을 거뜬히 점령하고도/ 그 너머를 향해 줄달음을 이어가는/ 오직 희망을 엮어나가는 삶의 본보기를/ 온몸으로 내보이는 끈질김의 상징/ 행동거지가 분명한 담쟁이덩굴의 저 굳센 꿈”(시 ‘담쟁이덩굴의 꿈’) 시인은 “김계식 시인 <34>라는 표시를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라고 운을 떼며 “<담쟁이덩굴의 꿈>이 34번째인데, 이 숫자가 처음에서부터 세어 온 것임은 알겠는데, 목표하는 숫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얼마가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채 이렇게 열심히 이어 나갈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시인은 이번 시집의 ‘덧붙이는 글’을 통해 일기를 쓰게 된 동기와 그동안 변화해 온 일기의 형태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말(1953년 초)에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를 읽게 됐다. 그 서문에서 ‘나의 삶을 아들 인과 신에게 전하고 싶어 이 일지를 작성한다’는 내용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일기를 쓰겠다고 각오를 다져 그때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처럼 일기장이 나오지 않아 양면 궤지 묶음이나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일기장을 사용하며 현재는 컴퓨터를 이용, 쉽게 작성하고 프린트하게 됐다”며 “일기의 형식은 그간 산문과 시조를 거쳐 지금의 형태의 시에 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시인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로 쓰는 일기는 이어질 것이고 거기에 담긴 애용을 골라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다”라며 “저를 아끼는 마음과 좀 더 오래도록 일기 쓰기를 빌어주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회, 전북PEN클럽, 한국창조문학가협회, 두리문학, 표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사랑이 강물되어> 등 총 28권과 신앙시선집 <천성을 향해 가는 길>, 단시집 <꿈의 씨눈> 외 1권, 시선집 <자화상> 외 2권, 성경전서 필사본 등이 있다.
세상에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황숙 작가가 수필집 <보랏빛 예찬>(소소리사)을 통해 독자들을 사색의 세계로 안내한다. <원미동사람들>을 집필한 양귀자 소설가는 “황숙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알고 있는 황숙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며 “‘글에도 지문이 있다’는 말처럼 글 속에 담겨있는 글쓴이의 품성과 삶의 태도, 생각의 흐름 같은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품격을 포기하지 않는 황숙의 시간들이 축적되어 그만의 독특한 지문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황숙 작가는 수필집 <보랏빛 예찬>에서 인생이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의 고백적 서술은 단순히 주장이나 견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견해가 납득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 독자들을 끊임없이 사고하게 한다. 그렇게 하나의 상념이 사색으로 숙성되는 과정이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 “베 짜기에 비유하던 삶에 대해서. 내가 짠 베로 남을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해 준 일이 있는가에까지 현실 속에서 내가 찾아야 할 알맹이는 무엇인가. 그 답도 베짜기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것. ‘정성’으로 귀결되었다. 편리함, 신속함, 능률을 높이 사는 사이 이 낱말은 자꾸 사전 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중략) ‘성(誠)’자에서 보듯이 ‘말을 이루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힘든 일임을 안다. 그러나 스스로 말한 것을 묵묵히 이루는 것만이 내가 짠 베가 베다울 수 있을 것이다.”(‘앎과 삶 사이에서’) 휘발성 강한 글들에 염증이 생길 때 큰 위로를 주는 수필집 <보랏빛 예찬>은 1부 보랏빛 예찬, 2부 만남, 3부 사형수의 어머니, 4부 보파시장 등에 총 40여 편의 글이 수록됐다. 황숙 작가는 책머리에서 “글쓰기는 분망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얼룩을 지우듯 엉켜진 실타래를 풀 듯, 인식이 명료해지고 가지런해지는 과정”이라며 “생각이 글자를 통하여 고정되면서 질서를 되찾고 스스로의 판단을 거치므로 가치가 정립되어 개운해진다”고 밝혔다. 황등중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를 역임한 황숙 작가는 원광대와 전북대, 전주대, 우석대 등에서 국어국문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1996년 <시대문학> 봄호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을 수상해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저서로는 <전주신흥교회사>(공저), <자유인-나의 아버지 황순재>(공저) 등을 펴냈다. 현재 문학동인 글벗 회장과 전북작가회, 전북여류문학회, 문학시대 수필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각이 많은 수필가 석인수 작가의 6번째 수필집<살며 생각하며>(수필과비평사)가 출간됐다. 1부 ‘고향유감’, 2부 ‘낙엽을 밟으며’, 3부 ‘살며 생각하며’, 4부 ‘별’, 5부 ‘인간과 관계’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각 부마다 10편씩 실려 모두 50편의 글이 담겼다. 작가의 수필은 언뜻 수수해 보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 들어가며 신비스러운 빛깔을 발산하는 등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감성과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다. 그의 수필은 일상을 소재로 삶의 일면을 관조하지만, 그 내면에는 참된 자아와 진실한 삶의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 실제 1부에서는 인정 넘치고 정감 있는 고향의 정서를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2부에서는 가을의 서정과 낭만, 가을의 무상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 3부 ‘살며 생각하며’에서는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인생 결산을 기록했고, 4부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며 응원을 보낸다. 마지막 5부 ‘인연과 관계“에서는 작가의 지난 경험에 기반해’인생은 만남의 과정과 만남의 역사‘라고 피력하고 있다. ‘3년에 한 번 책을 내겠다’ 스스로 다짐한 그는 머리글을 통해 “살면서 생각을 참 많이도 한다. 생각은 생명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래서 생각은 곧 존재다. 그러므로 생각의 산물이 삶이자 흔적이고 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필은 진솔함이 생명으로 표현이 서툴고 문학적 미학성이 떨어지더라고 진솔함이 배어나야 맛깔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지우고 고쳐 다시 살고 싶은 대목도 있지만 이제는 고스란히 내 삶의 자취가 되었다. 그래서 살면서 체험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 심지어 치부까지도 여과 없이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인수 작가는 원광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2005년 <수필과비평>을 통해 문단에 나온 후 한국문인협회, 국제펜문학회,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행촌수필문학회, 전북문인협회,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 표현문학회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북펜(PEN)작촌문학상, 한비문학상 대상, 한국을 빛낸 인물대상(문학), 대한민국문학예술대상, 행촌수필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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