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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의 뿌리 된 근현대 과학자 조명…'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출간

전북대학교 김근배 자연대 과학학과 교수와 연구진들이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세로북스)을 펴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를 만든 근현대 과학자들을 본격 조명한 책으로 김근배 교수팀 연구진이 15년에 걸쳐 완성했다. 총 6권으로 기획된 <한국 과학기술 인물열전> 시리즈의 첫 성과물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그들의 삶과 자취를 추적한다. 그동안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더욱이 이 시기 인물의 삶은 친일과 독립운동, 좌파와 우파라는 정치사적 관점에서만 주로 논의되어왔다. 책을 통해 발굴된 근현대 과학기술인은 모두 30명. 한국의 첫 화학자로 조선물산장려운동의 일환으로 만년필용 모란잉크를 개발한 리용규(1881~미상), 세계 최초로 비타민 E 결정체 추출에 성공해 한국인 처음으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김량하(1901~미상), 식민지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을 극복하고 한국 여성 최초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아 느타리버섯 인공재배에 성공한 김삼순(1909~2001)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과학인들의 탁월한 업적이 감동적인 서사로 적혀 있다. 이 밖에도 두만강 유역의 모래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해 동아시아에는 다이아몬드가 없다는 통념을 뒤집은 지질학자 박동길, 일본에 양자화학을 처음 도입한 세계적인 화학자 이태규, 한국인 집단 유전학 연구로 일찍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강영선 등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 활동한 한국의 선구적인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책에서 언급되는 30인의 과학자 중 지역과 인연을 두고 있는 과학자 3명도 조명되고 있는 눈길을 끈다. 전주사범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뛰어난 생물학자로 양성한 입지전적인 어류생태학자 최기철(서울대)과 군산 태생으로 군산고를 졸업하고 46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논문왕 수학자 박세희(서울대), 전주 북중과 전주고를 나와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노벨과학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화학자 심상철(카이스트) 등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집필에는 전북대 김근배 교수와 공동 편저자인 이은경, 선유정 교수를 비롯해서 근현대 시기를 연구하는 10여명의 과학사학자가 참여했다. 미생물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 학부 전공이 각기 다른 저자들은 논문, 저서, 기고와 기사, 회고록, 정부 문건 등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다채로운 자료와 사진 덕분에 인물의 활동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다가오며,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15 16:30

반역 사건으로 보는 조선의 이면… '왕의 수명을 줄여라' 발간

반역 사건으로 조선의 이면을 보여주는 책, <왕의 수명을 줄여라>(흐름)이 세상에 나왔다. 책은 ‘추안급국안’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상상력과 통찰을 더 해 재구성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저자로는 편용우 전주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와 문경득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 연구교수, 서울대에서 조선 후기 종교사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승훈 박사가 참여했다. 추안급국안이란 ‘추안(推案) 및 국안(鞫案)’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중범죄인 재판인 추국에 대한 법정 속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속기의 특성상 한문 어법에 충실하기보다 이두가 적극적으로 사용됐으며, 세세한 기록 속에 현장감이 살아있다. ‘주인공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역모를 꿈꿨을까’에서부터 시작되는 책 속에는 ‘1676년 요승 처경 사건’, ‘1687년 양우철 사건’, ‘1688년 박업귀 사건’, ‘1872년 김응룡·오윤근 사건’ 등 국가의 기강과 사회 질서를 뒤흔들만한 사건으로 가득하지만, 대중들에겐 낯설다. 책은 이러한 이유를 주인공의 자리에서조차 제 이름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할 만큼 권력에서 한없이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의 말미, 부록에는 국역 ‘추안급국안’의 권별 사건 목록이 실려, 양지 중의 양지의 기록인 ‘승정원일기’에 반하는 양지를 양지로 지켜낸 가장 짙은 어둠의 기록을 보여준다. 출판사 관계자는 서평을 통해 “어둠 속의 어둠에는 시작도 못 해본 채 끝난 사건, 잃어버린 이름과 삶이 무수하다”며 “겪어내지 못한 사건은 돌아온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접힌 페이지를 열고 사건을 펼쳐 경험하는 것이다. 관심 있는 독자의 많은 성원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15 16:3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작가-김유석 ‘왕만두’

“어른도 전에는 어린이였다.” 기능 중심의 세계에서 동심을 잃지 않은 김유석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 짱 재밌다. 작품 속에서와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 표제작인 <왕만두>를 읽다 한참을 웃었다. 또 ‘작가가 창조주라 하더라도 동식물 혹은 무생물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심은 61편에서 완벽하게 해소되었다. 초록이 무성해지는 이때 수많은 식물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거미, 지렁이, 토끼, 개미, 후크선장 개구리 등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 관측되는 식물들은 그저 묵수의 시간을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유석 시인은 관점의 사각지대, 땅속 ‘은밀한 통로’를 알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오래도록 농사를 짓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왔다. 그런 사람만이 가능한 돌올한 세포와 지독한 감응능력으로 그들의 언어를 번역하고 프린트한다. 깊은 의미를 쉽게, 기발하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건 덤이다. 소위 참신한 발상에 의한 동심이 구현된 ‘시적 동시’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김유석 시인에게 나무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후 그 흔적을 나이테에 잘 보관해오는 존재다. 알다시피 시간이란 유한성 때문에 추억은 너무나 간절한 것. “파란 잎이 노랗게 물드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다녀온 다른 나라의 지도를 제 몸속에 그려놓았기 때문”<나이테> 이처럼 동시집을 관통하는 주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 가능함을 읽는다. 이와 반대로 인간과 자연의 부조화에 기인한 심각성을 거미를 등장시켜 유머러스하게 터치 한다.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지구의 무게를 재는 중” “저 뾰족한 빌딩들을 헐어내면 지구가 덜 무거울 텐데”<거미> 어린이는 급속도로 성장 판이 열리는 시기다. 몸도 마음도 감나무처럼 커지고 싶은 질주본능. 그런데 감이 맛있으려면 숙성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온몸이 부르튼” 것도 “가려움도 참아야” 단맛이 고인 “홍시 한 알이 장독대에 툭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감은 어떻게 익나>. 이 같은 상황변속은 어린이의 성장과정과 병치되어 있다. 감이 익기 위해서는 온몸이 부르트고 가렵기도 하듯 감이라는 원재료에 무형의 시간을 대응시킴으로써 점진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성장 통 이후 쑥쑥 자라는 어린이처럼. 무엇보다 시인은 과거 농촌의 삶을 회고하며 그때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의 순환논리를 생활에서 길어 올린 감각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할 뿐이다.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아빠의 공책>에서 ‘아빠의 공책’은 들판이다. “벼 포기들이 넘실거리고 맞춤법이 틀린 벌레소리”도 들리는 신기한 공책. 이어 땀이 논물처럼 들고나야 수확이 가능한 ‘들판을 학교’로 ‘땀을 말줄임표’로 치환, 농촌의 서정과 녹록치 않은 농촌의 현실을 암유하는 데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또 시인이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몽상가가 되기도 한다. “석탄도 기름도 때지 않는 기차가 촉촉한 흙 위에 레일을 깔며 소리 없이 갑니다” “저 기차를 타면 시간표가 필요 없는 마을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지렁이 기차> 필자 또한 개미들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지렁이 기차를 타고 개발 전 라다크와 같은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린이는 조건 없이 송두리째 받아들여져야 한다.”를 구현한 작품도 참 재밌다. <닮은 감자>에서 감자라는 자연물에 나를 투사, 이질적 두 대상 간 정서적 소통을 가능케 한다. 울퉁불퉁 감자와 감자라고 놀림 받는, 아마도? 외모 컴플렉스가 있는 나. 그런 나한테 감자꽃 리본을 머리에 꽂아주는 우리 엄마가 있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시적대상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감자꽃이란 막강한 아름다움의 존재로 전이되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번번이 시적형상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좋은 동시란? 어린이의 삶을 관념이 아닌 실감나는 언어로 어린이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김유석 선생님이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 “생각하지 말고 그냥 느껴 봐 생각을 많이 하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거든”라고 한 것처럼 염소와 토끼와 고라니가 슬금슬금 걸어 나오는 숲과 들판을 걸어볼 일이다. 그곳에서 셈 따위는 하지 말고 그들과 같이 호흡 한다면 이렇게나 아름답고 재밌는 동시가 쏟아질지도 모르겠다. 시인에게 자연은 관념의 대상이 아닌 일터이자 놀이터이며 시를 줍는 창작소일 것이다. 즉물적 표현의 대가 김유석 시인의 응축된 시어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확장력이 김제 너른 들판에서 경작된 것이니 나는 그 낟알이라도 주워 볼 양으로 무작정 놀러가야겠다 생각한다. 기명숙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5.15 15:52

"한·중 문학교류 협력"…중국서 연 '한국 신석정 시인의 시세계 학술대회' 성료

‘2024 한·중문학교류-중국 이백과 두보 시와 한국 신석정 시인의 시세계 학술대회’가 지난 6일 중국 연태시 루동대학에서 열렸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양국 작가와 시인 등은 함께 교류하며 앞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입을 모았다. 윤석정 한국신석정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대회사에서 “매년 ‘석정문학’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더 많은 시인, 작가들과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문학을 양국에 홍보하고 싶다”며 “앞으로 석정시 정신과 이백, 두보 시가 문학에서 분명 많은 작품이 파생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은 이 분야에서 많은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루점성(盧扂盛) 주석은 환영사에서 “중국의 이백, 두보 선생의 시 세계와 한국의 신석정 선생의 시(詩)는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 내년부터 양국의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공동출판하고 중·한문학 교류를 촉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식적인 행사 후 바닷길 무역의 해신으로 알려진 장보고 유적지인 적산법화원을 답사했다. 유적지를 둘러본 소재호 신석정 기념사업회 부회장은 “문학교류대회도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지만 당시 황해를 중심으로 무역 네크워크를 구축하여 한·중·일 삼각 무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보고의 도전정신을 눈으로 확인하니 한·중 교류의 진정한 의미를 체감하고 자긍심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양국 작가들은 문화탐방과 작품, 학술‧작가 교류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12 16:12

"대하역사소설 <문신>은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

“문학 공부할 때 선생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새 작품이 나오면 설렜습니다. 문학 앞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걷게 해준 분, 오래오래 많은 영감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용택 시인) “문학앓이를 할 때 '황혼의 집'을 읽고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장마'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 '꿈꾸는 자의 나성' '완장' 등등 한국문학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선생님의 작품이 없었으면 문학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거나 많이 늦었을 것입니다.” (류보선 문학평론가) “책 읽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문신>을 통해 어려움 뚫고 나가는 지혜를 얻을 것입니다. 탈고까지 쏟아 부었을 노력과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 “어린 시절 TV문학관으로 방영된 '완장'을 인상 깊게 봤는데 늦게서야 대작가님의 작품인 줄 알게 됐습니다. 최명희 <혼불>, 박경리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의 계보를 이어갈, 전북문학의 꽃을 활짝 피울 것입니다.” (최병관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작가가 완주군 소양면에 살고 계시다는 것에 완주군민과 함께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유희태 완주군수) 안도현 시인의 진행으로 지난 10일 완주군 소양면 오스갤러리에서 열린 '윤흥길 대하소설 <문신> 5권 완간 출판기념회'는 이렇게 윤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후배 작가로 가까이서 바라본 소재호 시인(전 전북예총 회장)은 “아름답고 훌륭하게 살아온 선배가 경의를 넘어 경외스럽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않고 눈부신 깃발을 세웠다"고 했다. 소 시인은 한 걸음 나아가 ”대작가가 완주에 살면서 완주가 비로소 완전한 고을이 됐다. 윤흥길문학관이 완주에 세워지길 소망한다"고 좌석의 유희태 완주군수에게 답을 구했다. 김용택 시인도 윤 작가의 작품이 한반도의 중심에 있는 만큼, 윤흥길문학관도 한반도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보탰다. 유 군수는 ”깊이 연구하겠다“는 화답으로 축하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출판기념회 주인공인 작품 <문신>을 평론가는 어떻게 보았을까. 문학평론가 류보선 교수(군산대)는 '한국문단 전체가 주목하는 역사적 현장'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말로 문을 열었다. ”식민지 말기부터 해방직후까지 일어난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주인공(최명배)을 중심으로 꿰어낸 <문신>은 '나 빼고 다 망해라'는 자본주의의 악마적 질서와 폭력적인 사회 속에서도 고향으로부터 쫓겨난 이들이 죽어서라도 고향에 돌아오기 위해 문신을 새기고, 그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적인 삶을 강요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류 교수 ”비극적인 그런 상황에서도 소수 소외된 존재들이 고통을 나누고 보살피는 공유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상업적인 강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과거를 그린 성찰이지만 오늘 삶에 더욱 절실하다는 걸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적이고 개성적인 인물들의 다양한 묘사, 전라도 사투리, 풍자와 해학 등을 통해 같이 울고 웃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흔히 대하소설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흔히 힘이 떨어지지만, <문신>은 끝까지 역사 주변부 인물들의 작은 이야기를 모아 오늘의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작가 스스로 '중하소설'이라고 하지만, <문신>은 내용적으로도 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후배들이 마련해준 이날 출판기념회 끝자락에 나선 윤흥길 작가는 ”<문신>은 남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내 스스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필생의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품 완간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고 건강상 위기도 많이 겪었는데 최대한 기다려주고 배려해준 출판사(문학동네)와 자리를 마련해준 후배 문인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24.05.12 16:01

대하소설 <문신> 완간한 윤흥길 작가를 만나다

완주군 소양면 원대흥마을. 종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 주변에는 송광사와 위봉사가 있다. 가까운 곳에 BTS 화보 촬영지인 아원고택과 오성 한옥마을 등이 있어 최근에는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 마을에 한국문단의 대작가인 윤흥길 선생이 살고 있다. 정년퇴직 후 고향 근처로 귀향처를 물색하다가 만난 곳이다. 11년 전이다. `완장` `장마` `아홉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소라단 가는 길` 등 주옥 같은 작품으로 한국문단을 빛낸 그가 지난 3월 대하소설 <문신>을 펴냈다. 작품이 태어난 그의 서재에서 작가를 만났다. 난산 끝에 옥동자를 낳은 엄마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 고향이 정읍인데, 어떻게 완주군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까. “정읍이 출생지이지만, 내가 성장한 익산을 처음 생각했어요. 13대조부터 400년간 뿌리를 둔 곳이 익산 삼기면이고, 그곳에 선영도 있습니다. 배산과 미륵산 근처를 둘러봤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이곳을 만나게 됐어요. 전주가 가깝고, 집사람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교회가 바로 옆에 있는 곳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동네 분들과도 잘 어울리며 아주 만족하게 여깁니다.” - 이번 완간한 <문신>도 그렇지만, 선생님 작품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시절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 작품의 출발점은 6∙25전쟁입니다. 사회적 자아가 눈뜬 시기인 초등학교 2학년 때 겪은 충격은 엄청났어요. 학급 물 당번으로 우물로 가다가 본 폭격기가 북으로 가는 걸 보고 좋아서 손을 흔들었는데, 이 폭격기가 다시 돌아와 이리역에 융단 폭격을 한 거예요. 인민군이 차지한 수원역을 잘못 알고 오폭을 한 것이죠. 난생처음 시체를 본 충격적인 경험도 그때 했어요. 이리역 오폭과 같이 한국전쟁 자체가 세계 역사의 오폭이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지금도 분단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한반도가 목표가 된 것 아닙니까. 씻겨지지 않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어른이 돼서 문학으로 풀게 된 것이죠.” - 선생님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 작가와 작품을 꼽는다면. “한 두 작품과 작가를 말하기 어렵지만, 외국 작가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있습니다. `내 시간이 다 되어간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데 네거리에 나가서 5분씩만 달라고 시간을 구걸하고 싶다. 그 시간으로 작품을 쓰고 싶다`고 죽기 전 자서전에 남긴 글을 요즘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최고 존경하고 많은 영향을 준 분이 박경리 선생님입니다. 무명시절 썼던 `황혼의 집`이 <현대문학>에 실렸을 때 이를 높이 평가하고 현대문학상 작품으로 추천했는데, 당시 다른 심사위원들이 무명의 작가에 상을 줄 수 없다고 우겨 결국 상을 받지 못했으며, 박 선생님은 그때부터 문학상 심사를 하지 않았답니다. 이 작품을 책으로 묶은 후 서울 정릉에 살던 그를 찾아봤더니 6~7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려줬어요. 이후 자주 찾아뵈면서 정신 자세부터 생활 습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 작품마다 토속어와 사투리가 많아 `언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고교 시절부터 한글대사전을 옆에 두고 낱말 공부를 했어요. 아무 페이지나 열어 틈나는 대로 외웠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생각하는 단어 중 사실은 90% 이상이 표준말입니다. 고어에서 살아남은 단어를 사투리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맛을 뜻하는 고어 `게미`가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얼마 전 국문학자 출신도 <문신> 1권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다고 전화 왔어요. 어느 가톨릭신부는 국어대사전 놓고 국어공부를 한다고 해요.” - 중∙고교 교과서에 선생님 작품이 많이 실리고, 수능 문제에도 자주 출제될 만큼 문학적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중∙고교 국어 교과서뿐 아니라 문법 작문 논술 한문 등 38종 교과서에 작품이 실렸습니다. 과거 대학생들이 독자였는데, 지금은 중∙고생들이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어요. 감사한 일이죠.” -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문인들을 기리기 위해 작가 이름을 딴 문학관이 전국에 많이 있고, 지역의 문화관광 자산으로 활용되는데요. “제 작품 중 익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 국토교통부에서 만경강변에 `춘포문학마당`을 조성했어요. 서울에서 오래 살아 문학관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완주 귀향 후 자치단체장 중에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10일 <문신> 5권 완간 출판기념회가 예정됐는데, 선생님 성격에 마뜩잖았을 것 같은데요. “작가로 데뷔한 지 56년간 40종 47권의 책을 냈으나 지금까지 출간기념회를 한 적이 없어요. 이번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후배들이 찾아와 <문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문단에서 주목하는 작품인지 아느냐며 장소까지 예약했다고 해서 억지 춘향이로 응하게 됐어요.” - <문신> 출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가난한 소설가가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큰맘 먹고 시작한 작품입니다. 1989년 문예지에 ‘밟아도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후 문예지 폐간으로 중단됐고, 다른 문예지에 이름을 바꿔 연재했지만 전철을 밟았어요. 나와 안 맞는 작품이 아닌가 절망도 했죠. 대학교수가 된 후 시간이 없어 정년 퇴임을 기다렸습니다. 칩거하고 오로지 이 작품에만 매달렸는데, 3권 낼 무렵에 건강이 나빠졌어요. 5권을 마무리하면서는 불면증에 공황장애까지 겪으며 소설 쓰다가 끝내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생각하다가 밤새 몇 줄 쓰기로 끝낸 적도 많았어요.” - 작품 주무대로 `산서면`이 나오는데, 혹시 장수 산서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요. “한국 소설가들에게 소설 속 가상공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문학에 대한 이해 부족한 상태에서 소설과 현실을 많이 혼동해요. 특정 성씨, 직업, 장소를 비하하는 내용이 있으면 들고 일어납니다. 창작에 대한 간섭이 심한 편이죠. 마피아가 그런 면에서 오히려 관대한 것 같습니다. `완장` 에 등장하는 저수지가 백산면에 있는데 명칭은 다르게 붙였어요. `산서`도 전국에 여러 곳 있는데, 실제 모델은 구례군 산동입니다. 작은 마을인데, 맘에 들었어요. 5만분의 1 지도를 놓고 산이름 마을이름을 짜깁기 했습니다.” - <문신>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요. “민족 정체성을 이루는 귀소본능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예부터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이 있었는데, 몸에 바늘로 글자를 새겨 전쟁터에서 죽더라도 시신을 식별하기 위한 것이었죠. 문신으로 아내의 피묻은 치마를 묻어 만든 치마무덤이 모티브가 됐어요.” - 향후 집필 계획이 있다면. “완주로 와서 여러 가지로 지역에 고마움과 함께 빚을 진 느낌입니다. 그 보답으로 완주에 뭔가를 남겨야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위봉산성을 주목했어요. 동학농민혁명 당시 태조 어진을 봉안한 곳이죠. 도대체 지금의 한국의 현실을 만든 것이 무엇인지 역사소설로 쓸 계획입니다. 현재 구상은 거의 끝났으며, 자료를 보완하는 중입니다. 나로서는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흥길 작가는 1942년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사범과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한 윤흥길 작가는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회색면류관의 계절’로 등단했다. 초∙중등 교사와 대학교수(한서대학교)를 지냈다. 박경리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대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창작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등 굵직한 수상 경력이 한국문단에서 그의 빛나는 발자취를 말해준다. 그의 서재는 대작가에 어울리지 않게 소박했다. 이사를 하면서 소장했던 책들을 거의 버리면서 단출해졌단다. 그런데도 서재 한쪽의 외국어로 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 영국, 스페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한 그의 저서였다. “내 작품에 토속어와 사투리, 판소리 조가 많아 번역으로 그 맛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는 번역자가 오역해서 당혹스러운 적도 많았단다. 한때 전주와 완주지역 도서관 등에서 문학강연도 했으나 건강과 집필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칩거를 했다. 예술원 회원으로서 품위 유지 의무가 있어 제한도 따랐다. 대신 마을 이웃들과 친하게 지낸다. 텃밭을 만들어 틈틈이 채소를 짓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24.05.09 17:0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곽재식'한국 괴물 백과'

역사 동화를 즐겨 써온 내가 언젠가 꼭 써보고 싶은 것은 환타지 동화이다. 지금껏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를, 흡입력 넘치는 구성으로 엮어, 어린 독자들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작품을 쓰는 게 내 오랜 꿈이다. 하지만 언제나 내 상상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구상했던 이야기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곤 했다. 갈 곳을 몰라 방황하던 그때 선물처럼 다가온 책이 바로 <한국 괴물 백과>이다. 이 책에는 곽재식 작가가 16년간 채집한 한국의 괴물 320종이 수록되어 있다. 18세기 이전 기록에서 찾아낸 것으로, 원전을 밝히고 있어 자료를 찾느라 고생했을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다양한 괴물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신기하고 괴상한 괴물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선조들의 혜안이 감탄스러웠다. 작가는 괴물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괴물이 등장한 배경을 추측해보고 괴물을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는지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괴물 ‘강철’은 커다란 소, 말이나 용을 닮았는데 늪 속에 산다. 뜨거운 기운이 있어 늪이 달아오르는데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바닷물조차 끓어오른다.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어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사람을 헤치기도 하고, 논과 밭을 헤집고 다녀 가뭄이 들게 한다. 실제로 산 능선에 앉아있는 ‘강철’을 꽹과리와 징을 쳐서 쫓아내는 풍속이 있었고, 1957년에는 강철을 보았다는 내용이 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었다. 작가는 농사일을 괴롭히는 사람이나 상황을 상징하는 강철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거나, 전쟁의 무기나 쇠붙이를 상징하는 강철이라는 말에서 괴물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만약 괴물 ‘강철’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번개나 우박을 마음대로 날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괴물로 설정하면 어떨까 싶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즘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괴물은 백성의 말을 먹고 자란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괴물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며 괴물을 이해하는 것도 흥미로운 방법이다. 『한국 괴물 백과』에 등장하는 괴물 속에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시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세상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조상들의 삶의 방식이나 세계관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우리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드는데 이 책이 소중한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 속의 괴물과 함께, 어울려 놀고, 씨름하다가, 어르고 달래며, 소망하는 멋진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5.08 17:44

어린이의 투박하고 섬세한 감정으로 담아낸 ‘토끼가 날아다니는 동시숲'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어린이의 감성으로 채워진 동시집이 나왔다. 전주 송천나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쓰고 그린 동시집 <토끼가 날아다니는 동시 숲>(신아출판사)이 출간된 것. ”꼬르륵 꼬르륵/ 한밤중에 배가 고파온다/ 가족 몰래 먹는 라면!/ 한 번 몰래 끓여보자!/ 바스락 바스락 소리도 무섭다/ 부글부글 물이 끓는다/ 꼬불꼬불 면/ 짭쪼롬한 스프를 물에 넣자!/ 맛있는 냄새에/ 방에서 가족들이 다 나와버렸다/ 안 돼. 내 라면/ 하하 호호 후루룩 짭짭/ 한 숟갈씩 나눠먹는/ 밤의 행복!“(동시 ‘라면’ 전문) 동시집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마음, 심부름 길에 발견한 포도 구름, 반려동물을 처음 만난 날, 가족 몰래 끓여 먹은 라면 등 송천나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의 일상으로 가득 차 있다. 이번 동시집을 엮어낸 이창순 아동문학가는 “처음엔 공부에 지친 아이들과 숨쉬기하는 마음으로 시 창작 교실을 열어, 어린이들과 동시를 읽고 마음을 나눴다”며 “그러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하나둘 동시를 짓기 시작해 이번 동시집을 엮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시 쓰기 교실을 진행하다 보니 생채기가 있는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방법을 배우며 아이들 스스로 동심을 지키는 법을 습득해 갔다”며 “올 봄 어린이 작가들과 함께 동시 숲에서 놀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01 17:37

천년 고목에 숨결을 불어넣다 '전주현판서각' 출간

양청문 현판서각 명인이 날카로운 조각칼과 망치로 한땀 한땀 나무를 파낸다. 숨을 죽인 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도 아랑곳이 없다. 이내 경쾌한 망치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지면서 칼이 나뭇결을 파고들 때마다 평평했던 나무판에 글자들이 새겨진다. 국내 유일의 현판서각 명인 양청문씨가 이종근 기자와 <전주현판서각>(정보출판사)를 펴냈다. 전주 최초의 서각 전문 책자로 양청문 명인이 그동안 목판에 새긴 서각 작품과 제작과정, 서각의 역사와 작품해설 등이 담겨 있다. 서각은 나무나 돌 금속 등의 재료에 도구를 통해 새기는 것을 말한다. 현판을 서각하는 방법은 양각과 음각으로 나뉜다. 양각은 글자 주변을 파내어 글자가 도드라지도록 새기는 방식을 말한다. 음각은 반대로 글자를 파내는 방식이다. 서각하는 방법에 따라 칼날의 길이와 자세 등이 결정되고, 인쇄 목적에 맞춰 반서각(글자 좌우를 바꿔 새기는 방법)과 정서각(목판 그대로 붙여 새기는 방법) 등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책에서는 현판서각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양청문 명인이 쏟은 정성과 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김제 부용정, 김제 진백재, 남원 호성사, 무주 향교 명륜정, 전주전통술박물관, 임실 덕수암 범종각, 무주 향교 동재 등 명인이 땀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주 현판서각 작품 30점이 수록됐다. 이와 함께 현판서각의 역사와 명인의 제작 과정 등을 이종근 기자가 정리해 게재했다. 이번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이종근 저자는 “문자의 새김 행위가 인쇄를 위한 행위는 아니었으나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 주나라의 각종 금문과 석각 등 무수히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흐름 뒤에 등장한 목판에 글씨를 새기는 행위는 인쇄술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저자 양청문 명인은 대한민국명인회가 인정하는 국내 유일의 현판서각 명인이다. 명인은 한국미술협회 회원, 대한민국 전통공예대전 초대작가, 전주미술협회 회원, 대한명인회 전북지회 부회장, 향교길 이야기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주향교 앞에서 백산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저자 이종근 기자는 <한국의 옛집과 꽃담> <한국의 다리 풍경> <한국의 꽃살문>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 등 57권의 책을 펴냈다. 현재 전주문화원 연구위원, 전주시 윤슬 연구 및 집필위원, 한국서예교류협회 홍보 및 기획이사, 새전북신문 편집부국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01 17:30

섬진강 화가 송만규 작가, ‘들꽃과 놀다‘ 발간

‘섬진강 화가’ 송만규 작가가 시집<들꽃과 놀다>(비움과 채움)를 펴냈다. “유난히 노란빛 꽃이 훤한 얼굴로 쳐다본다. 논두렁 끝 산 아래 잡초들과 뒤섞여 피어 있을지라도 깨끗한 노란빛이 확 눈에 띄어 바라보게 하는 정겹고 사랑스러운 꽃이다. ‘똥풀’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테지만 ‘애기똥풀’이라서 오히려 예쁜 아기의 구수한 똥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등황색의 진액이 아기의 똥처럼 노랗게 나온다. 요즘은 노란 애기똥풀 대신 노란 버스가 학교에 간다”(시 ‘애기똥풀’) 십수 년 전 송 작가가 그렸던 들꽃 그림들과 짧은 시편으로 채워진 시집은 봄·여름·가을 등 크게 3구간으로 나눠 60여 종의 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에게 영감을 준 들꽃은 노랑제비꽃·복수초·애기똥풀·할미꽃·고들빼기·엉겅퀴·패랭이꽃·구절초 등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로 채워져 더욱 정겹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흔하디 흔한 들풀로 여겨질 수도 있는 존재를 송 작가는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송 작가는 “30여 년 강둑을 걸으며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바람을 맞으며, 매일매일 강과 함께 사유와 관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그러다 어릴 때부터 쭉 봐왔을 손톱만 한 꽃들, 엎드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들꽃 등을 찾아다니고, 그렇게 마주한 들꽃들을 그리고 쓴 것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송만규 작가는 이번 시집 출판과 더불어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문화공간 길담에서 한국화전 ‘들꽃과 놀다’를 연다. 전시 개막 당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오는 18일 오후 3시에는 ‘책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01 17:30

유인촌 장관 "출판 관련 모든 것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심으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9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방문해 "앞으로 출판에 관련된 모든 것은 출판진흥원을 통해서 하겠다"며 출판진흥원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유 장관은 이날 출판진흥원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며 "문체부가 여러분께 힘을 실을 것"이라며 "괜히 누구의 힘을 빌려서 하고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민간단체에 대한 사업 위탁을 지양하고, 출판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 중심으로 예산 집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실제로 문체부는 올해 각종 도서·출판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출판진흥원 예산은 지난해 528억 9400만 원에서 올해 412억 6300만 원으로 116억 3100만 원 축소됐다. 유 장관은 출판진흥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직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그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인문, 문화, 예술 분야는 서로 스킨십을 하지 않는 한 소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디지털 시대라도 이 분야는 항상 사람을 만나 이야기해야만 이해도 되고 갈등이 생겼다가도 해소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각 분야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현장에 전달해야 한다"며 "출판사, 작가, 독자 누구든 만나 여러분이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보여달라.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행처럼 습관처럼 일하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겉으로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출판진흥원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직원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출판진흥원 이사회의 다양성·투명성 강화와 관련한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태헌 출판진흥원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60명 넘는 이사들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40% 이상은 출판계 출신이었다. 2018년 이후에는 10명 중 7명이 출판계 대표로 구성된 적도 있다"며 이사회의 특정 분야 쏠림을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출판 관련 분야는 출판사만 있는 게 아니다. 서점, 도서관, 유통, 인쇄, 언론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며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이사회의 다양성·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이사와 그들이 추천한 외부 인사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현 구조에서는 이사회의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체부도 출판진흥원 이사회의 인적 구성 다양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출판진흥원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25일 출판진흥원 비상임이사로 김시열 도서출판 운주사 대표, 한주리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이로써 이사회 공석 8석 중 2석이 채워졌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4.04.30 01:04

평생의 외우(畏友)…이종민 교수가 엮은 '김사인 함께 읽기'

평생의 외우(畏友)를 만나는 일은 분명 큰 사건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들 하지만, 대부분의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해 우연으로 끝난다. 우연이 필연의 인연이 되기 위해서는 우연을 가장한 숨은 노력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엮은 <김사인 함께 읽기>(모악) 속에는 그가 아끼고 존경하는 벗 김사인 시인과의 인연이 담겨 있다. 대학 동기였지만 재학 중 접촉이 없었던 두 사람은 졸업 후 뜻밖의 만남을 통해 인연이 시작됐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인연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이종민 교수는 김사인 시인에게 초청 강의를 의뢰하거나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자문을 구했다. 시작은 희미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김사인과 이종민은 서로를 믿고 따르는 친구가 됐다. 신간 <김사인 함께 읽기>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김 시인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이종민 교수가 기획한 책이다. 3년에 걸쳐 완성한 책에는 복효근, 이대흠, 천양희 등 동료 문인과 학자 53명이 시인의 시를 한 편씩 읽고 내밀한 감상과 깊은 해석을 풀어냈다. 또 시인의 시 세계 전반에 대한 이숭원 평론가의 총론과 시집에 실렸던 '시인의 말', 문학상 수상소감 등을 연대순으로 수록했다. 이종민 교수는 책머리를 통해 “귀한 원고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첫 원고를 보내고 3년여를 묵묵히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송구하고 고맙다는 말씀 전한다”며 “철없는 친구의 응석에 응해준 김사인 시인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김사인 시인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느린 속사임에 마음을 달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눈뜰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상력을 키워 언어의 진수를 느끼며 시의 세계를 영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책을 기획하고 엮은 이종민 교수는 완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2월, 40년 동안 근무했던 전북대 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전주와 완주의 인문학 및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4.24 18:15

우리 모두 사랑하는 동화잡지 ‘동화마중’ 2024 상반기 통권 4호 출간

동화전문잡지 <동화마중> 2024년 상반기 통권 4호가 발간됐다. 선안나 동화마중 자문위원의 여는 글로 시작되는 이번 잡지에는 김성봉·송창우 편집위원이 전하는 ‘2023 전주 올해의 책 톺아보기’와 11명의 아동문학가의 동심이 담긴 동화 등이 실려 있다. 특히 이번 책에는 문신·장창영 문학박사의 동화 평론과 서평도 담겨있다. 김성봉 편집위원은 올해의 책으로 황인찬 시인의 <내가 예쁘다고?>를 주목했다. 김 씨는 “동화에서 특히 단어의 선택은 읽는 독자를 생각하면 일반문학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제한된다”며 “그와 더불어 글자 수에 대한 제한까지 있어 작가는 시를 쓰듯 글을 썼으며 ‘예쁘다’는 일상적인 표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도록 독자를 이끌고 있어, 이 책에 눈길이 간다”고 평했다. 이어 송창우 편집위원은 이경옥 아동문학가의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을 추천했다. 송 씨는 “우리 어린이에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이 의인화한 주인공’꼭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 동화 마중 초대작가로는 소중애·송재찬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또 11명의 아동문학가의 동심으로 가득한 동화마당 코너에는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동화 부문에 당선된 정종균 작가의 작품<어느 봄날의 약속>도 실려 눈길을 끈다. 김자연 동화마중 편집자는 “’동화마중‘은 동화를 쓰고 발표의 장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며 “또한 기후 변화, 다문화 등 다양한 소재에도 관심을 둬 우리가 자연과 타인 등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동화가 풍성해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4.24 18:14

전주 신흥고 여섯 학생이 펴낸 '고등학생이 만난 전주문화콘텐츠'

‘내가 만난 전주 문화콘텐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학생들의 엮은 책이 나왔다. 6명의 전주 신흥고등학교 학생의 글이 담긴 <고등학생이 만난 전주문화콘텐츠>(북컬쳐)가 발간된 것. 책은 전주에 살면서도 잘 모르고 있던 전주를 알아가는 ‘내가 기록하는 전주 이야기 서사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 책에는 고등학생으로서의 소소한 고민,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주문화콘텐츠 등 전주에 대한 신흥고 학생들의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집필진에는 강인·박태정·김현민·이동욱·신태현·최민호 학생이 이름을 올렸다. 책은 2부로 나뉘었다. 1부에는 신흥고 학생들의 글이, 2부에는 전문가의 글이 실려있다. 먼저 책의 1부는 강인 학생의 ‘벽화로 전주의 아름다움을 말하다’로 시작해, 박태정 학생의 ‘동물원도 문화콘텐츠가 될까요?’, 김현민 학생의 ‘도시는 왜 하천을 중심으로 발전했나?’, 이동욱 학생의 ‘전주를 알아간다는 의미’, 신태현 학생의 ‘문화콘텐츠 시대에 신흥인으로 살아가기’, 최민호 학생의 ‘문화콘텐츠로 거듭나는 건지산’ 등으로 채워졌다. 이어 2부에는 윤철규 화가, 이우경 도예가, 조미진 향교길 68 미술관 관장 등 전주문화콘텐츠 장인의 글이 수록됐다. 김병호 신흥고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전주에 살면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벽화마을, 동물원, 전주천, 풍남문, 전동성당, 한옥마을 등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며 “또 이러한 천혜의 자연과 오랜 연원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6명의 학생은 제각각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고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한 모습이 글 속에 충분히 나타나 있어 매우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4.24 18:14

맑고 투명한 시편들, 안영 시집 '내 속눈썹 속 제비집'

올해로 등단 13년을 맞은 안영 시인의 신작 시집 <내 속눈썹 속 제비집>(리토피아)이 출간됐다. 시인은 산업화 이후 열외자와 소시민으로 삶을 연명해왔던 비극을 깊이 있는 사색의 세계로 펼쳐낸다.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선한 마음과 애틋한 눈길, 뭇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이 서린 맑고 투명한 시편들이 아름다운 잔상을 남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시인이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해 깊숙한 자신만의 내면을 단단히 다져왔음을 증명하듯 개성적 화법으로 독자들을 무심히 위로한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건너 광속으로 변하는 세상을 부유하며 고뇌하는 시인의 세계가 날카롭고 예리한 언어로 전개돼 깊은 인상을 전달한다. “친구 떠나간 날/ 온종일 진눈깨비 내렸습니다// 사라진 그림자를 밟는 일은/ 외길 산길이었다가/ 망망한 바다였다가//발자국은 금세 지워지고/ 길 위에 서성이는 내 눈가도/ 종일 질퍽거렸습니다.”(시 ‘진눈깨비’ 전문) 신간에 수록된 57편의 시는 독자를 뜻밖의 장면으로 인도하고 삶의 구체적 면면과 연결한다. 하나의 광경 위로 다른 광경이 드리울 때까지, 지금 이곳에서 다른 저곳으로 나아갈 때까지 눈앞의 현실을 진득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수많은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같아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안영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오래전에 쓴 시들을 모아 두 번쨰 시집을 준비하게 됐다”며 “시를 쓰는 일은 때때로 얼굴 붉어지고 고개 숙여지는 부끄러움 속에서 다시금 꽃피우고 싶은 열망으로 점철된다”고 밝혔다. 2011년 한국문학예술로 등단한 안영 시인은 시집 <시간을 줍다>를 출간했으며, 수필집 <내 안에 숨겨진 바다>와 <누구도 모른다>를 세상에 내놨다. 시인은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전주문맥상과 전북수필문학상, 향토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주에서 지내며 시낭송‧환경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4.24 18:14

양순옥 시인, 2번째 시집 '봄을 기다려도 겨울은 끝나지 않고' 펴내

“그치지 않는 비와 마르지 않는 강이 있습니다./ 인생에는 너무 많은 한이 있어 그렇습니다./ 헐도록 닦아내도 멎지 않는 것을 어찌합니까?”(시 ‘비와 강’ 전문) 양순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봄을 기다려도 겨울은 끝나지 않고>(퍼플)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어린 시인이 겪었던 시련과 고통, 내면의 상처를 차가운 겨울의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한 시집이다. 시집은 앞서 2022년 전자책으로 발행됐던, 겨울시집 제1권 <강원도>를 증보한 책으로, 이후 양 시인이 새롭게 써 내려간 40편의 시도 함께 실렸다. 청소년기에 집필한 9편의 시로 시작하는 1부에서는 연약하게 흔들리는 외로운 영혼이 드러났다면, 2부에서는 시인에게 새롭게 닥쳐온 위기로 인해 시의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지고 깊어진다. 실제 시집의 2부를 여는 시 ‘백색왜성’은 마치 다가올 불운한 운세를 예감하는 시인의 담담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이처럼 시집은 날카롭고 예민한 감각으로 형상화한 이미지들 속에서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삶의 의지를 그려내며, 섬세하게 다듬어진 운율로 음악처럼 부드러운 감동을 전한다. 양 시인은 “반복되는 고난에 신음하면서도 ‘성지를 지키는 신자처럼 맞서’겠다”며 “이번 시집으로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춘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1996년 겨울 충남에서 태어난 양 시인은 책을 탐닉하는 어린 시절을 보내,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20대에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성찰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며 첫 겨울시집 <강원도>를 펴냈으며. 그 후 계절을 걸으며 겨울시집 2부<수목한계선>을 집필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4.24 18: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최동현 '순창의 판소리 명창'

판소리 역사에서 전북은 독보적이다. 명창의 반열에 처음 이름을 올린 권삼득과 모흥갑을 시작으로 상당수 명창의 고향이 전북이며, 소리의 바탕인 사설도 ‘가락과 장단의 언어’인 전라도 말이다. 남원은 <춘향가>·<흥부가>·<변강쇠가>의 배경지며, 전주대사습은 명창들의 기량을 겨루는 최고의 무대다. 고창의 신재효(1812∼1884)는 판소리 여섯 바탕을 집대성하며 판소리의 중흥을 꾀했다. 순창도 판소리사에서 뺄 수 없는 고장이다. 김세종·박유전·장재백·장판개 명창을 세상에 낸 곳이기 때문이다. 김세종(1825~1898)은 신재효 집에서 판소리 선생을 했기에 명창을 배출하고 판소리를 널리 알리는 일에 큰 역할을 맡았다. 장재백·김찬업·이동백·이선유 등이 그의 문하이며,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의 소리 선생도 그일 가능성이 크다. ‘판소리는 창을 주체로 그 짜임새와 말씨, 창의 억양반복, 고저장단이 분명하고 규율이 맞아야 한다.’라는 원칙을 지킨 <김세종바디 춘향가>는 김찬업을 통해 정응민으로 이어지며 보성소리로 정착돼 소리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동계면 가작리 쑥대미 출신이라고도 하고, 팔덕면에서 나고 인계면에서 살았다고도 한다. 박유전(1834~1904)은 ‘서편제의 아버지’로 불린다. 대원군은 그의 소리에 ‘제일강산’(천하에서 제일)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무과 선달의 명예직 벼슬을 내렸다. 복흥면 서마리 마재마을 출신이다. 장재백(1849~1907)은 순창과 남원 일대의 동편제 법통을 전승했다. 일제강점기 최고의 여성 명창인 이화중선·이중선·박록주는 그에게 적성면에서 소리를 배웠다. 따라서 그는 남원의 판소리사에서도 중요하다. 남원을 떠나 구례로 뻗어간 송흥록 가계의 동편제 소리 대신 남원의 소리 맥을 지키고 번성시킨 소리꾼이 그의 후손과 제자들이다. 적성면 운림리 매미터 출신이다. 장판개(1886~1938)는 송만갑의 제자 중 첫손에 꼽힌다. 김채만의 고수로 들어가 소리를 배웠으며 다시 송만갑의 고수로 들어가 소리를 익혀 명창이 되었다. 1904년 7월 참봉 벼슬을 하사받았다. 금과면 연화리 삿갓데마을 출신이다. 유등면이 고향인 최동현(군산대 명예교수)의 『순창의 판소리 명창』(민속원·2023)은 박복남, 배설향, 성점옥, 이화중선, 장득주, 장득진, 장영찬, 주덕기, 한애순 등 스무 명에 가까운 명창을 소개하며 판소리사에서 순창의 공적을 풀어놓았다. 판소리의 해학과 저항, 시대정신은 오랜 세월 순창의 땅이 일궈온 맵고 야무진 기운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혹독한 독공으로 득음에 이르고 독창적인 바디로 일가를 이룬 김세종·박유전·장재백·장판개 명창의 삶은 책 이쪽저쪽에서 생생하다. 판소리는 스승에게 전승받은 소리를 그 시대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변화하며 성장해 온 예술이고, 전통은 후대인에 의해 창조적으로 계승될 때 의미가 있다. 수많은 판을 거듭하며 여럿이 어우러져 이뤄내는 판소리의 굴곡처럼 순창에서 판소리 부흥을 위한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저자의 깊은 애정이 행간 곳곳에서 판을 벌인다. 더질더질.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4.24 17:26

한국 문단의 얼굴 윤흥길 작가 '완장' 출간 40주년 특별판

권력의 허구성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한 윤흥길(82)의 대표작 <완장>(현대문학)이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으로 선보인다. 세대를 거듭한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윤흥길 작가는 초판 출간 후 40년 만에 다시 책을 펼쳐 손수 퇴고했다. 저자는 "출간한 지 40여 성상이 흐르도록 마치 늙은 호박을 밭에서 갓 거둔 맏물 수박처럼 줄곧 시원칠칠한 눈빛으로 대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호의에 감사의 염을 표하기 위함”이라며 특별판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완장>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억울한 삶을 조명하며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암울한 역사와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짚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완장’이라는 상징물에 담아내고 그와 얽혀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한국인의 권력 욕망과 애환이라는 심각하고 묵직한 문제의식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남도방언의 구수한 입말을 입혀 우리 문학의 저력을 보여준다. 황종연 문학평론가는 소설 ‘완장’에 대해“한편으로 미친 듯이 권세를 쫓는 남자들의 어리석음과 우스꽝스러움을 폭로하고, 다른 한편으로 폭력 없는 세상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메시아적 힘을 상기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 한국의 속어 혁명을 통해 성장한 장편소설 중 가장 희극적인 동시에 가장 진지한 인간 사회의 우화”라고 극찬했다. 1942년 정읍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한 작가는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색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대표작으로 <장마> <완장> <황혼의 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문신>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박경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4.17 17:37

"작가의 봄날이 왔다"…윤흥길 대하소설 '문신' 출판기념회 열린다

집필부터 탈고까지 무려 25년이 소요된 대하소설 <문신>출판기념회가 다음 달 10일 완주 소양면 오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대하소설 <문신>을 조명하고, 거대담론 속에서도 오직 글쓰기에만 전념해 온 윤흥길 작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전북지역 문인들이 마련한 자리다. 기념회에는 소재호 시인, 김용택 시인, 안도현 시인, 김영춘 시인, 이병초 시인, 양귀자 소설가, 이병천 소설가, 신귀백 평론가, 류보선 평론가 등 작가와 출판인 1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이날 소설 <장마> <완장>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으로 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80대 현역 소설가 윤흥길의 문학사적 위상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또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완성한 소설 <문신>을 직접 읽고 음미할 수 있는 낭독회 등이 진행된다. 소설 <문신>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병초 시인은 “소설 ‘문신’ 출간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문학사의 경사스러운 일이기에 축하의 자리를 갖게 됐다”며 “수십 년간 우리 이야기를 활기차고 맛깔나게 써 내려간 한국 문단계의 어른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1942년 정읍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한 윤흥길 작가는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색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대표작으로는 <장마> <완장> <황혼의 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박경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4.17 17:37

김인환 전주 중앙안과 원장, '동서양의 달력' 상·하 펴내

거실 벽 중앙에 걸린 벽걸이 달력, 사무실 책상 위 놓여진 탁상 달력 등 일상 속 흔하디 흔한 달력에 흥미를 불어넣는 책이 발간됐다. 김인환 전주 중앙안과 원장이 <동서양의 달력 상(上): 그레고리우스력과 부활절>(신아출판사)과 <동서양의 달력 하(下): 동지와 입춘의 쟁투>를 펴냈다. 두 책은 안과 의사인 김 씨의 작은 호기심에서부터 발아된 10여 년의 연구 결과로 채워졌다. 먼저 상편인 <그레고리우스력과 부활절>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달력 ‘그레고리우스력’과 개력의 원인이 된 부활절과 관련된 탐구 내용 등이 담겼다. 또 달력이 단순한 날짜 표시의 도구가 아닌 인류의 모든 역사·문화·철학·신앙·과학적 유산이 하나로 어우러진 거대한 세계라고 이야기한다. 하편인 <동지와 입춘의 쟁투>에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달의 주기를 기반으로 한 전통 달력에 대해 다룬다. 실제 책에는 ‘달력과 천문’, ‘24절기’, ‘윤달과 무중치윤법’, ‘명절과 잡절’, ‘우리나라의 역법’ 등과 같은 내용으로 그동안 구축돼 온 우리 민족의 문화·관습·전통이 녹아든 달력에 대해 소개한다. 김 원장은 “단순한 호기심이 끊임없는 탐구와 집념으로 이어져 두 권의 책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출간의 길은 미지의 세계였고 막연하게 여겨졌지만, 많은 분의 도움과 지원 덕분에 용기를 내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이뤄내 크나큰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단순한 달력의 역사를 넘어 시간과 관련된 인류의 문화와 지혜를 탐구하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씨는 전북대 의대를 졸업해 현재 38년째 개인 안과를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4.17 17:3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