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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전북 중·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에서 최예준·장지현 학생이 장원을 차지했다. (재)목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전북문인협회가 주관한 ‘제28회 전북 중·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는 앞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도내에 소재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 총 1300여 편의 작품을 접수 받았다. 이후 지난 11일 운문 10명, 산문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진행된 심사결과, 산문부에는 장지현(완주고 1년), 운문부에는 최예준(장수중 1년) 학생이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장원자들에게는 목정문화재단 이사장상과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상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상금 각 100만 원이 지급된다. 최우수상(4명), 우수상(10명), 장려상(30명) 수상자들에게는 총 7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이번 백일장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학교로 선정된 신일중학교와 전라고등학교에는 (주)미래엔에서 제공한 100만 원 상당의 도서교환권도 수여된다. 심사를 총괄한 윤철 작가는 심사평을 통해 "생각보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생태 위기나 가족 간의 사랑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소재도 다양했지만, 꿈꾸는 새싹들과 글로써 소통하는 시간이어서 심사하는 내내 흐뭇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문인협회는 지난 2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 1층 중회의실에서 제10회차 인문학 강좌 ‘문학광장’를 진행했었다. 이날 강좌는 ‘<님의 침묵>과 화엄사상’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강사로는 김광원 시인이 나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활동의 국제적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유럽연합이 ESG 공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며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기업들이 당장의 이익과 무관해 보이는 ESG 투자는 수익과 반비례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ESG 경영 및 활동도 ‘사회 공헌’ 정도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ESG가 투자 대세로 부상하며 자본시장도 급속히 개편됐다. 우석대학교 지용승 교수는 ESG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며 <ESG의 시대가 온다> (페스트북)를 펴냈다. 책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부작용, 물질만능주의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ESG의 당위성을 제안한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직 경영의 필수 지침을 비롯해 정책적 제언과 성장 전략 등도 소개한다. 특히 지 교수는 2024년은 ESG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해야 할 5가지 트렌드’로 △주요 나라들의 기후공개 원칙은 ESG 보고를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아서 보고 및 공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막는 ESG 공시 강화 △기후 관련 재무 공시가 의무화됨에 따라 재무 부문과 지속가능성의 긴밀한 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 △소비자들은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수명 주기에 대해 더 나은 투명성을 요구 △2024년 이후 지속가능성 보고는 민간 및 공공의 영역을 넘어 모든 산업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의 기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수는 “ESG는 민간과 공공조직의 지속가능성, 윤리, 투명성과 같은 비경제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영전략”이라며 “전통적인 경제적 성과 외에도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 윤리적 경영 등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ESG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겸 우석학원 이사장은 지 교수 책에 대해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지구온난화로 이어져 인간의 환경을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바로 ESG 경영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미국 버클리대학(UC Berkeley)에서 정치학을, 고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지 교수는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CSU) 도시정책대학원에서 지역경제개발(Economic Development)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중앙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우석대에서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의 ESG 경영과 사회적경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生)은 나만의 악보를 연주하는 것/ 합창으로 달려온 시간도/ 저마다의 독창으로 완성하는 것”(디카시 ‘독창’ 전문) 열 명의 프로 작가가 모여 올 가을을 더없이 풍요롭게 수놓을 특별한 디카시선 <독창>(커뮤니케이션볼륨)이 출간됐다. 디카시는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써서 영문과 문자가 한 덩어리로 된 멀티 언어 예술이다. 표제로 언급된 디카시 ‘독창’ 등 총 70편이 실린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과 사람, 그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과정을 열 가지 색으로 표현한 다채로운 작품으로 채워졌다. 열 명의 프로 작가가 자리한 만큼 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들이 내놓는 사유의 끝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 몇 줄만의 글만으로는 알 수 없던 것이 사진의 속성과 어우러졌을 때 발산되는 시너지로 이번 디카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낸다. 오봉옥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책장을 채운 짧고 군살이 없는 시와 사진의 절묘한 연결에서 나오는 재미가 곁들여지니 흥미가 배가된다”며 “이번 디카시집을 읽으며 먹먹해질 때가 많았다. 촌철살인의 시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몇몇 작품들 앞에 한참을 머물러야만 했다”고 말했다. 참여 작가로는 강미옥·강영식·장옥·김영빈·김휼·신혜진·양해남·정지원·조영래·최형만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형만 작가는 202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이번 디카시집 제작에 참여한 열 명의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같은 날, 같은 길을 걸어도 시적인 형상의 모티브를 발견하는 것은 각각 다르다”며 "철학자 칸트는 쾨니히스베르크를 걸으며 고요하게 철학적 사유를 했겠지만, 시를 쓰는 사람들은 사뭇 다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어떤 대상과 만남, 느낌의 조우가 필요한 디카시는 책상에만 앉아서 쓸 수는 없다“며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결정적 순간이 만나 탄생한 이미지들과 문장을 같이 묶어 펼쳐 놓는다“고 덧붙였다.
제2회 군산초단편문학상에서 양서토 작가의 <낯선 사건에 바치는 뻔한 제물>(소설)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군산지역 서점 협의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가 주최하고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공모전에서 참가 자격과 공모 주제에 제한을 없앴다. 원고지 1~50매 내외의 시,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 불문 다양한 형식의 작품 등을 접수 받았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올해 공모전에는 총 2123편 (소설 583편, 시 1209편, 수필 181편, 시나리오 95편, 희곡 27편, 기타 28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예심 심사위원(김세나 문학평론가, 양재훈 문학평론가, 임주아 시인)과 본심 심사위원(강형철 시인, 류보선 문학평론가, 신유진 작가, 조예은 소설가)의 논의 끝에 대상 1편, 가작 3편, 응모우수상 5편까지 총 9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치열한 심사 끝에 소설 부문 양서토 작가의 <낯선 사건에 바치는 뻔한 제물>이 대상을 받았다. 가작에는 김도란 작가의 소설 <일로에 베라>와 김영란 작가의 수필 <옥서면 캘리포니아>, 류지희 작가 시 <돌의 계보>외 2편이 이름을 올렸다. 응모우수상은 김람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수의>, 김희웅 작가의 시 <방생>외 2편, 서윤 작가의 소설 <코카콜라 맛있다>, 신이령 작가의 수필 <나의 우울은 어디에서 왔을까>, 양휘호 작가의 소설 <실명>이 차지했다. 신유진 심사위원은 “응모작들을 읽으며 초단편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순히 짧은 길이라기보다는 단편을 초월한 단편이라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을 찾고 싶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2회 군산초단편문학상 당선작은 오는 12월 중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군산에서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군산초단편문학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이선 소설가의 여섯 번째 소설 <그날 밤 합동수사본부>(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이번 소설은 중앙정보부 비서실장 박흥주 대령을 중심으로 10·26 사태를 다룬 전작 <궁정동 사람들>의 후속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시해된 이후부터 12·12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결말을 담아 현대사를 정통으로 겨냥한다. 주인공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더듬어 가는 형식으로 극의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덧대지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들이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돼 독자들에게 더욱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가령 소설 속 인물 정승화가 연행된 후 소도 경비사령부에 모인 육군본부 측과 30경비단에 모인 합동수사본부 측의 첨예한 입장 대립 묘사는 마치 두 대의 폭주 기관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것처럼 극한의 긴장감이 감돈다. 소설 <그날 밤 합동수사본부>의 정밀하게 짜여진 스토리는 작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12·12사태와 자료 수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날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박 작가는 “작가는 독자에게 프리즘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며 “보통 백색으로 알고 있는 햇빛이 사실은 백색이 아니라 프리즘을 통해서 무지개 색깔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데 있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사고와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원 출생인 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이네기>로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 나눔 도서에 두 차례 선정된 바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춘포>와 <이네기> <여립아 여립아> <궁정동 사람들> <염부> 등이 있다.
팔십 평생 매일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 서른다섯 번째 시집을 펴내 눈길을 끈다. 김계식 시인의 신작 <라일락의 향기>(신아출판사)가 바로 그것이다. 시집은 ‘1. 계절의 풍광’, ‘2. 따뜻한 여운’, ‘3. 세월의 강’, ‘4. 불굴의 기상’, ‘5. 밝음의 뿌리’ 등 총 5부로 구성돼 130여 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시심(詩心)’이라 할 만한 짧은 형태의 시를 앞에 내놓고, 그 아래 해당 시상을 떠올린 시인의 경험과 배경을 엮어내 작품 속 시인이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수많은 시를 써오면서 나의 시는 ‘순간에 떠오른 시상이 먼저냐?’ 아니면 ‘어떤 줄거리를 그리다 보니 거기에 시상이 담긴 것이냐?’ 자문하게 됐다”며 “이 세상에 태어나 맨 처음 받았던 수수께끼인지 물음인지 모를 문제인,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미해결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시집 속 짧은 시와 함께 시 풀이를 담았지만, 역시 그 순서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며 “늘 그래왔듯이 이번 서른다섯 번째 시집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읍 출생인 김 시인은 2002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회, 전북PEN클럽, 한국창조문학가협회, 두리문학, 표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사랑이 강물되어> 등 일반시집 총 28권과 신앙시선집 <천성을 향해 가는 길>, 단시집 <꿈의 씨눈> 외 2권, 시선집 <자화상> 외 2권, 성경전서 필사본 등이 있다.
섬세한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창조하는 정순량 시인이 열네 번째 시조집 <길을 걸으며>(북매니저)를 출간했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것들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였다. 일상에 대한 관심은 삶의 본질과 진리 탐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 시인은 사랑과 자연, 삶과 죽음, 신앙 등 다양한 주제를 정형성 갖춘 시조 형태로 표현한다. 일정한 형식을 파괴하지 않고, 오롯이 시적 언어의 음률을 그대로 살려내 시조의 묘미를 보여준다. “아는 체, 잘난 체 하다/꼰대라며 따돌리고//세월의 무게만큼/나이 값 못하는지//행여나 잘못 살고 있나/잠시 멈춰 성찰하고//취침 전 하루 일상/잠잠히 성찰하면//남의 탓, 핑계거리/모두 다 내 탓이요//모든 걸 통찰하시는/하나님의 은혜로다//”(‘성찰’ 전문) 특히 시인은 종교적인 믿음과 영적인 체험을 담은 시조를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인간애와 철학적 성찰을 유도한다. 정 시인은 책 서문에서 “인생은 걷기로부터 시작해서 걷기를 멈추면 죽게 된다. 걷는다는 것 자체가 삶의 과정”이라며 “독자가 공감하는 작품을 쓰기 위해서 되도록 쉬운 말로 표현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시인은 전라시조문학상, 전북문학상, 한남문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조집 <차 한 잔과 더불어> <햇살만한 바램으로> <일어나 빛을 발하라 큰 빛살로 퍼져라> 산문집 <과학과 문학의 어울림> 등이 있다. 현재는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전라시조문학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을 끝내고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데, 우체통에 봉투 하나가 꽂아 있다. 반갑게 받아든 김자연 작가의 신작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신작을 받아든 속마음은 늘 같다. ‘와우, 대단하다. 글을 쉬지 않고 쓰고 있었구나.’ 감탄을 한 후 테이핑 한 부분을 서둘러 떼고, 앉은 자리에서 몇 페이지를 읽는다. 그러다 쌓이는 책이 있는가하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곤 한다. 『거짓말을 팝니다』라는 제목을 읽는 순간 한달음에 읽었다. 아니, 뭘 팔 게 없어 거짓말을 파나 싶은 생각에서부터였다. 다 읽고 난 후 뒤표지를 보니 이리 쓰여 있었다. 이런 spoiler가 또 있을까 ‘아이쿠’ 싶었다. 김자연 작가는 늘 자신감 넘치는 보스같다. 열 일하는 여장부 같은 이미지가 확 들어온다. 하지만 그녀의 긴 속눈썹을 보면 천생여자다. ‘핸드폰 요금 100만 원! 다 너 때문이잖아? 절친이라고 믿었던 수연이가 핸드폰 요금 폭탄을 내게 뒤집어쓰웠다. 뻥수연,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자꾸만 자라나는 거짓말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연이는 반에서 ‘뻥수연’으로 통하는 거짓말쟁이다. 이인이는 수연이 자기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느닷없는 수연이 엄마의 전화에 모두 한꺼번에 무너졌다. ‘100만원’ 이란 큰돈이 아인이 때문에 수연이가 핸드폰 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하면서다. 아인이가 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거짓말을 한 수연이가 운동장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서만큼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 “느티나무 할머니, 제 거짓말 좀 다 사 주세요.” 아인이는 원망스러운 수연이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아인이가 하게 된다. 운동장 외진 곳에 있는 느티나무, 그 안에 거짓말을 사주는 할머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의 비밀을 대나무 숲에 말하는 이발사와 역발상처럼 재미를 더 한다. 누구나 거짓말 한 번씩은 해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거짓말은 그렇다. 동화 속 수연이는 엄마를 실망 시키거나 기대에 못 미칠까봐 점점 거짓말이 쌓여만 갔다. 느티나무가 없었더라면 수연이는 엉망이 되었을 텐데 좋은 방어기제가 되어주었다. 교육적으로 좋은 소재이며 내용이다. 거짓말을 한 수연이 마음에 공감하는 아이들이 많을 테니까……. 핸드폰 때문에, 친구들 간에 문제, 성적, 무시 받기 싫어서 등등 이유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도 읽어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 아직도 후회되는 기억이 있다. 큰애가 영어점수를 속여 혼을 낸 적이 있었다.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어지간히 혼냈었다. 지금도 후회된다.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속인 것은 점수를 알면 뻔히 나올 엄마의 화가 무서웠던 거다.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 나는 어릴 적 기억이 많은데, 그때 겪은 오류는 천연덕스럽게 잊고 부모행세를 했다. 『거짓말을 팝니다』는 전개에서 감도는 긴장감이 돋보인다. 이인이의 행동이 자연스러우면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는 역할이 주는 의미가 크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으며,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등이 있다.
“때가 되면 떠나고 남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 했다. 어미와 어린 새들의 한별(恨別)을 보지는 못했어도 이별은 서러운 일이다.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볼 수 없다고 하나 어찌 없겠는가.(중략) 부모와 자식 사이의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이별이라면 옷소매는 눈물로 젖어내려 빗방울이 되었으리니 떠나고 남는 자의 정한의 서러움은 만고의 해를 거듭하여도 그대로이려니 싶다.”(수필 ‘작은둥지’ 중 발췌) 수필가이면서 서예가로도 활동하는 만취 윤재석 수필가가 수필집 <작은둥지>(도사출판 시우)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에는 아내와 함께한 산책길 속 나누었던 담화 등 시시콜콜한 그의 일상과 더불어, 고향인 전북을 예찬하는 글 등이 실려있다. 그간의 세상살이 중 자연으로부터 배운 순리를 과거와 현재, 미래 순서로 표현했다. 책은 ‘1부 아침을 여는 사람들’, ‘2부 가을이 오는 소리’, ‘3부 우리글이 좋은 글이여’, ‘4부 어느 조각상’, ‘5부 나에게 묻는다면’, ‘6부 그대 가고부터’, ‘7부 여가의 공간’ 등 총 7부로 구성, 60여 편의 수필로 채워졌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여가의 공간’이라는 제목과 함께 서예와 문인화 작품이 실려있다. 윤 수필가는 머리말을 통해 “어느 날 사무실 창가에서 노인을 보고 서예를 선택했고, 수필은 우연히 읽은 한 권이 나를 글쓰기로 안내했다”며 “인생은 유한하기에 언제인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삶의 길을 걸어야 한다. 어쩌면 길동무로 잘한 선택이기도 행운이라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성이 우매해 느림으로 부지했다”며 “먼지 끼고 빛바랜 원고지를 언제쯤 정리해 세상 구경 한번 시킬 것이냐고 나에게 실행을 재촉해 수필집을 내게 됐다. 이번 수필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옆에서 돌봐준 가족과 믿음으로 일깨워준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진안 백운 출생인 윤 수필가는 계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빛수필문학회 회장과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전북수필문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수필집‘삶은 기다림인가’와 저서 ‘진안 미술사’가 있으며 대한문학상,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 은빛수필문학상, 진안예술상, 대한민국 지역사회공헌대상, 대한민국 국가미술 특별초대전 최우수작가상 등을 받았다.
김동곤의 장편소설 <활천(活泉)-활천(活川)>(신아출판사)은 작가가 오래전에 쓴 중편소설 ‘구두를 닦는 사람’을 개작해 새롭게 펴낸 것이다. 김해시 활천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40여 년 전 작가가 실제 겪었던 경험담을 소설에 녹여내 사실성을 극대화했다. 이와 동시에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두 부자(父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가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 독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신선한 충격을 안기지만, 작가는 개의치 않는다. 이 때문에 소설에서는 일인칭 서술자가 삼인칭 인물들을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등 서술자와 시점이 다소 모호하게 읽히기도 한다. “차갑고 수상한 바람이 불었던 활천고개를 넘고 넘은 한동안의 세월이었다. 그 세월의 끝에 활천(活泉)의 활천(活川)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이야길 끝맺으면서 그 고개 이름과 교회 이름을 들먹인 것은 여유가 생긴 탓이었다. 활천(活泉)이나 활천(活川), 살아있는 물(The Living Water)이었다. 관심을 두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길 찾아보기도 했다. 가앙과 마주앉으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었다. 형문을 만나면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다. (중략) 뒷산 신어산도 바로 그 물고기에 관계되었다. 이야기 거리, 간단히 적바림해두자(p.238~239)”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소설은 ‘활천(活川)’, ‘실로암’, ‘사시’, ‘가위표’, ‘천원에 놓는 돌’ ‘아픈 식탁’ ‘1-1=1’ ‘담구멍’ ‘그 어머니의 신령’ 등 21개 부제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플롯으로 삼고 전개한다. 가족이 겪었던 김해 활천에서의 이야기와 인생의 고비를 넘으며 깨닫게 된 서술자의 감정과 신앙의 가르침 등을 서술하고 있다. 김동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오래전에 쓴 중편소설을 개작한 작품”이라며 “활천-활천 속에 이음줄 표를 쓴 것은 이런저런 바람이 섞인 물결 속에 신어(神魚)나 가야(伽倻)를 넣은 진실성이 충만한 작의”라고 밝혔다. 1948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한 작가는 1988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2019년 시인정신 신인상과 2021년 밀양아리랑 공모전 포토에세이 우수상, 2022년 한국문학예술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흔들리는 갈대를 보았느냐> <고무신을 신은 남자> 장편소설 <티> 산문집 <아버지 이야기>등이 있다.
밀도 높은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쌓아온 김여울 작가가 시조 시집 <나르시스의 봄>(도서출판 마음)을 출간했다. 아동문학에서 출발해 동시와 동화를 생산하던 작가는 소설과 시조 작품까지 영역을 확장해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시조시집에서는 시어와 행간의 간극을 촘촘히 메우고, 특유의 호흡과 개성 넘치는 시어를 배치해 언어적 리듬감을 선사한다. “경칩이 지났다지만 아직은 빙점의 땅/ 냉혹하게 굳은 땅 거죽을 갈라치고/ 뾰족이 고개를 쳐든 시퍼런 수선화 새싹// 볼수록 신비롭다 으슬으슬 차운 계절/ 겨우내 땅속에서 밀어 올릴 차빌 했나 봐/ 이제 곧 나르시스의 노란 웃음 보겠네”(‘나르시스의 봄’ 전문) 표제작 ‘나르시스의 봄’에서의 봄은 기존에 형성된 상징과 비유의 의미가 아니다. 작가가 생산해낸 개성적 상징과 비유의 세계를 펼쳐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추구하는 봄은 자연에서 얻은 생명력을 삶의 지표로 삼아 나가겠다는 자기 선언이기도 하다. 이동희 시인은 시집 평설에서 “김여울의 시에는 미학적 형용화법이 매우 다양하고 다채롭게 쓰여 있다”며 “특히 그의 시조 작품들은 자연에 동화되려는 순수지향성의 반응이 보인다. 그의 순결한 작업은 전천후 문학인으로서 무명을 깨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조시집에는 자연과 일상의 풍경,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등을 표현한 8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김 작가는 1979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당선 이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으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초록마을에서는>, <북치 말에서 하늘바라기>, <그리운 시절>, <무지렁이>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전북학연구센터가 고대 전북의 역사를 관통하는 국가, 백제의 ‘부흥전쟁’에 관련한 책을 펴냈다. 열여섯 번째 전북학총서 <부흥백제국과 주류성>이 그것이다. 책 집필에는 김병남 전북대 사학과 교수가 나섰다. 이번 전북학총서를 통해 김 교수는 ‘부흥운동’이라는 용어를 넘어 ‘부흥국 수립’이라는 시각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특히 부흥국 수립에 중요한 활동지인 주류성을 <삼국사기>,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등 문헌 사료를 통해 부안으로 정하며 부흥백제국 수립을 위한 활동 지역이 전북임을 보여준다. 또 백제의 부흥전쟁과 부흥국 수립을 위한 움직임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는 만큼 부흥백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를 전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번 전북학총서를 통해 단순히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부흥백제국과 주류성이 전북지역 역사와 문화의 태동, 나아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사·문화에 끼친 영향을 탐구하는 계기로 삼아 지역사의 자부심을 느낄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또 교과서에 담지 못한 주류성과 전북 지역의 관련성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고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읍 출신인 김병남 교수는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백제 영토변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종이박물관 국가기록원의 학예연구사를 거쳐 전북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 <마한의 시작과 꽃을 피운 땅, 전북>(공저), <사비백제사>(공저), <백제의 마한 세력 복속과 만경강 중상류 지역 진출> 등 다수가 있다.
전북 문단 중진작가의 문학적 생애를 조명하는 계간 <문예연구>가을호가 발간됐다. 매호 참신한 기획특집과 계간평이 실려 있는 문예연구는 이번 가을호 기획특집으로 '문학과 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수필가 김승종은 20세기 이후 전개되던 한국현대소설에 담겨 있는 다양한 한의 양상과 그 한이 지닌 의미와 기능을 살펴보았다. 주요 구성으로 해방 이전의 한국소설과 한, 해방 이후의 정국과 민족 최대의 비극, 해방 이후 한국소설과 한, 결론을 대신하여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나타난 눈물과 웃음을 한바탕 걸판지게 버무린 한의 서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평론가 호병탁은 이청준의 '서편제'에 나온 기구한 운명의 판소리꾼 남매의 한을 통해 판소리 예술을 중심으로 한을 풀어냈다. 시인 문신은 신경림의 '농무'와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 코쿠' 두 권의 시집을 통해 이십세기 시에 담긴 한-서사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밖에도 최인수의 전주를 그리다에는‘동고사와 김부대왕절’이 그림과 함께 실렸고, 우리시대 우리작가 코너에는 이준연 아동문학가의 사진과 연보 문학세계를 다룬다. 새롭게 선보인 황태묵 선생이 집필하는 ‘전북잡지 100년’은 구국계몽을 주도한 호남학보를 중심으로 100년 전 전북의 잡지를 소개하고 있다. 문예연구 가을호 신인문학상에 추영 씨와 최경숙 씨가 당선돼 두 신인 작가의 작품과 심사평 등이 실렸다. 심사위원들은 시 부문 당선자 추영 씨 작품에 대해 "산문시를 기본 골격으로 시의 형상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작품은 호흡이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어 시상 전개가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또 수필부문 당선자 최경숙 씨 작품의 경우 "주제 면에서 자연생태학적으로 유의미한 관점을 지닌 작품"이라며 "미사여구 없이 쓴 글에서 참신성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지고 나면 잊힐 당신이지만/ 흔들릴 때는/ 얼마나 긴 세월 돌고 돌아/ 왔는지 모르지만/ 누구나가 흔들릴 때/ 한 잎 후드득 떨어지는/ 울음 딛고서/ 평범한 사람처럼/ 지는 때를 알고 가는 당시/ 그렇게/ 꽃잎 흔들릴 때”(시 ‘꽃잎이 흔들릴 때’ 전문) 자연 친화적 상상력으로 시를 짓는 김봄 시인이 신간 <꽃잎이 흔들릴 때>(인간과 문학사)를 펴냈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돼 8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김 시인을 대표하는 ‘자연 친화의 감성’을 비롯해 ‘고향’, ‘가족’ 등에 대한 시인만의 정서가 녹아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6편으로 구성된 연작시로 시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한 편의 시로써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글감이 있거나 혹은 긴 시간 동안 하나의 테마나 모티브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연작시를 통해 시인은 ‘고향은’과 더불어 ‘길’, ‘갈대는’ 등 그 키워드에 대한 탐색과 함께 새로운 정서와 그 인식을 표현하기 위한 창작 의도를 전한다. 김 시인은<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국제펜클럽 회원, 글빛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손안에 드리운 햇살> 등이 있다.
시를 쓰고 아동문학가,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몇 해 전 인문학 강의에서 만난 그는 굉장히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공감백배를 누르고픈 강의와 많은 것을 안겨주는 사랑의 마음이 무던하게 묻어난다. 웃음소리가 넘치게 흐르고 편안하고 익숙하게 강의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가 시 에세이집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를 발간했다. 그는 시를 경영, 경제, 보험, 치유, 행복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연구하고 강의한다. 그는 “전 국민의 시인화 즉 초등학생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시를 쓰고 시와 함께 치유와 행복을 누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이 책을 출간했다”고 말한다. 이어 “많은 사람이 시를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해 시에 흥미를 잃거나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시 쓰기가 만만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시작 노트와 함께 시작법을 곁들인 시를 통해 창의력을 증진하거나 시를 써보고 싶은 분들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시를 감상하며 혹은 시작노트를 엿보며 자연스럽게 시를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는 게 괴롭고 힘들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창의성이 간절하게 필요하다면,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당신에게 시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딱딱하고 어려운 전공과목을 더 쉽고 재미있게 강의 하고 싶은 마음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기발하고 통찰력 넘치는 시를 동원해 강의를 하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시를 읽고 쓰며 시인이 되었다. 51편의 다양한 시편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도 있고 때론 뭉클함을 전해준다. ‘400만 원짜리 시조’ ‘항복하면 행복해요’ ‘땡땡이 넝쿨장미’ ‘넘어져도 괜찮아’ ‘찰밥 한입’ 등. ‘휴대전화’라는 시에는 내가 너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네가 나를 쥐고 있구나 처럼 무릎을 탁 치게 만들거나 머리를 한 방 얻어맞게 해주는 시들이 많다. ‘항복하면 행복해요’라는 작품은 미소를 짓게 한다. 친구 단체 대화방에 새해 인사를 남겼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아뿔싸 보내놓고 보니 오타가 있었다. 얼른 항복 말고 행복이요. ㅎ라며 다시 카톡을 보냈다. 시는 새해 인사를 나누는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인생에 시가 들어오면서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을 만난다. 시를 쓰면서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나를 성찰하며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훈련도 하게 된다. 자신의 품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짐을 그는 말한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뒤 삶은 그것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영화 ‘인생 후르츠’를 보는 내내 부드러움 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맴돌았다는 그. 부드러운 삶을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고 각을 세우지 않으려면 빨리 져 줄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 천천히 차근차근 부드럽게 인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시를 쓰면서 내 인생이 맛있게 영글어 가는 것처럼, 시가 그의 인생에 창조적인 일상을 보듬는 열매로 오래 머물기를 바래본다. 김헌수 작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작가는 전북작가회의 작품상을 받았으며 글과 그림을 짓고 그리며 활동하고 있다.
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북으로는 백두대간부터 땅끝 해남까지, 동서로는 울릉도와 안면도까지 그리고 바다 건너 제주도의 한라산 백록담까지. 도보여행가 신정일 작가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얽힌 지리와 사람들의 이야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 국토를 두발로 걸어온 도보 답사가 신정일 작가는 크고 작은 400여 개의 산을 오르고 남한의 8대강과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그리고 동해 해파랑길을 따라가며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과 땅에 뿌리내린 삶을 만났다. 그렇게 수십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그는 자신의 경험과 방대한 독서량을 무기로 2019년부터 <신정일의 신 택리지>(쌤앤파커) 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했다. 책은 서울, 경기, 전라, 북한, 제주, 강원, 경상, 충청, ‘명당과 길지’ 편까지 우리 땅의 역사와 인문 지리학적 통찰을 녹여낸 종합 교양서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 답사기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완결편 ‘산과 강의 풍수’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산과 강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이루는 근원적 개념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산(山)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는 정신적·물질적 의미와 생명의 근간을 이루고 지역과 물산의 경계를 나누는 강(江) 줄기의 생명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멋진 서사로 꿰어낸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는 추천사에서 “신정일 선생의 주특기는 ‘맨땅의 헤딩’이다. 이마에 피가 흘러도 이를 인생수업으로 생각하는 끈기와 집념의 소유자”라며 “택리지의 현장 정신을 계승해 산천 곳곳의 생생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책은 ‘산수만민이 우러러보는 우리 산하’,‘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여덟 개 명산 백두산이 오지랖을 벌리고’, ‘속리산에서 지리산으로 백두대간은 이어지고 높다란 사면 푸른 연꽃 같은 봉우리’ 등 세부적인 테마를 정해 산과 강의 특색, 풍토, 물산, 역사와 전설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살 곳을 찾을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꾸었던 이중환의 삶에 매료돼 운명처럼 시작된 방랑”이었다며 “홀로 떠돌았던 시절을 접고 ‘황토현문화연구소’와 ‘우리땅 걷기’라는 이름을 걸고 20여 년간에 걸친 국토 편력을 정리해 책을 썼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스승 이중환의 택리지를 신정일의 신택리지로 다시 쓰게 된 것은 다시없는 행운이자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신정일 선생은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 10대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 한강‧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5대강과 압록강‧두만강‧ 대동강 기슭을 걸었다. 그동안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섬진강 따라 걷기> 등 6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우리 옛 문인의 그림은 문인화이다. 때문에 문인화에는 우리 옛 문인들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삶이 담겨있다. 문인화가 가지고 있는 그 함의와 가치는 무한히 넓다. 이에 대한 감상은 사실상 자신과의 대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감상은 정해진 답이 없다. 곧 그림 감상의 세계는 상상력의 지극을 통해서 더욱 깊고 넓게 나아갈 수 있다. 이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원칙을 보여준다.”(책 ‘너와 나의 그림 Feeling, Telling’ 중 발췌) 권윤희 철학 박사가 문인화에 대한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삶 속 행복을 발굴하는 책<너와 나의 그림 Feeling, Telling>(Uni-lab)을 펴냈다. 문인화의 개념과 가치, 심미를 연구 주제로 삼아 조선 문인의 예술을 연구하는 등 문인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가진 권 박사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 옛 그림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감성을 전한다. 특이한 점은 책장을 채우고 있는 글이 우리의 대표적인 옛 그림, 문인화에 대한 권 박사 본인의 견해가 아닌, 젊은 MZ 세대들의 감상이라는 점이다. 책은 과거 권 박사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강의 속 마주했던 젊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담긴 감성의 세계를 수정 보완을 거쳐, 엮어낸 것이다. 책에는 단원 김홍도의 ‘무이귀도도’를 비롯해 안견의 ‘몽유도원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공민왕의 ‘이양도’, 사임당 신 씨의 ‘초충도’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명 작품을 통해, 꿈속의 이상향, 조선 선비의 정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수 등에 대한 젊은 대학생들의 감상으로 가득하다. 권 박사는 “젊은 학생들의 그림을 보는 눈은 뛰어나다”며 “이는 곧 그들의 감성이 뛰어난 결과이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결국 그림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그림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예술가는 자기 삶이 곧 예술이다”라며 “그가 누리는 삶은 이상의 추구이면서 가치 경계의 체현이다. 감성 지능적 감상은 곧 더욱 깊은 행복의 세계에 나아가는 길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 젊은 학생들의 감상이 현대인에게 조금이라도 공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동양미학)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또 동양의 미학과 예술정신에 대해 중앙대와 한국외대의 접경 인문학 연구단에서도 활동했다. 저자는 문인화의 개념과 가치, 심미를 연구의 주제로 삼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조선 문인의 예술을 연구했으며 풍죽 문인 화가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에서 동양미술을 강의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철학 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 서예협회 문인화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움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리움은 시들지 않고 더욱 절절히 다가온다. 이대순 시인이 등단 후 22년 만에 출간한 시와 산문집 <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북매니저)에는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시인은 사랑하는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남편과 주고받았던 사랑을 회상하며 글로 기록했다. “당신은 내 손을 놓고/ 야속하게 떠나셨지만/ 내 마음은 당신을/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홀로 남은 외로움에/ 긴 밤 지새우며 그림을 그립니다//(…중략…)//그리움이 아픔일지라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는 것은/살아있는 의미라고 위로하면서…(‘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 중에서)” 책에는 ‘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를 비롯해 ‘삶이란’, ‘내 마음의 별’‘저녁노을’, ‘풀꽃’ 등 시인의 대표시와 생활시 90편이 수록돼 있다. 또한 고향의 정서를 담은 수필 17편과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여정이 소설처럼 쓰여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고희가 넘은 나이에 부족한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망설임이 컸다”며 “어두운 책상 서랍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글이 가여워 세상 밖으로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고창 태생인 시인은 2002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해 한국신문학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안 출신 양정숙 작가가 신간 <와! 알을 낳았어요>(가문비 어린이)를 발간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현수의 엄마가 선물 받은 유정란에서 까만 병아리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이후 현수는 병아리에게 ‘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정성을 다해 어른 닭으로 키워낸다. 양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생명’을 천방지축 까망이가 어른 닭으로 성장하며 발생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플어냈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생명’이라고 답할 정도로 저에게 생명은 너무나도 특별한 존재다”라며 “그러나 생명 존중의 범위가 사람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자연에 포함된 한 포기의 풀과 한 그루의 나무, 작은 짐승까지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 이야기는 소중한 ‘생명’에 관한 것”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는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광주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1995년에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동화 창작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게 되었다. 저서로는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감나무 위 꿀단지>, <충노, 먹쇠와 점돌이>, <알롱이>, <까망이> 등이 있으며, 수필로 대한문학상, 단편소설로 여수 해양문학상, 동화로 천강문학상과 광주전남아동문학상, 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비가 옵니다. 멧비둘기 한 마리가 은행나무에 앉아 사색에 빠졌습니다. 생명은 힘.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것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죠. 생명과 평화와 통일을 온몸으로 실천했던 문규현 신부님. “사람들은 그를 몸이 먼저 움직이는 행동파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쓴 저서들과 감옥에서 쓴 항소이유서 등을 보면 그는 학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가 행동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면 그것은 치열한 고민과 사제로서 순명에 따른 결과입니다”(275쪽). 〈너 어디 있느냐〉가 하늘에서 비둘기를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문 신부는 삼보일배를 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는 모든 생명의 것이라는 사실을”(203쪽)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약자들의 눈물에 즉각 반응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활동하고 실천합니다”(237쪽). 생명의 팔을 걸고 푸른 들을 가는 영성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평화란 전쟁이 없는 것, 서로 따지며 다투지 않는 것, 안팎의 갈등이 없는 것이죠.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137쪽) 데려오면 평화도 따라오겠죠.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7·7선언은 남북 동포의 상호 교류 및 해외 동포의 남북 자유 왕래 개방, 이산가족 생사 확인 적극 추진, 남북 교역 문호 개방, 비군사 물자에 대한 우방국의 북한 무역 용인, 남북 간의 대결 외교 종결, 북한의 대미·일 관계 개선 협조 등을 포함하고”(90쪽) 있으니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통일에는 “다양한 부분을 제시하면서 하나로도 파악되는 관계”라는 의미도 있죠. 비둘기는 308종이라고 합니다. 널리 볼 수 있는 것은 집비둘기와 멧비둘기죠. 분홍 가슴 비둘기도 있어요. 그러나 비둘기는 비둘기. 한민족은 한민족. 문 신부와 임수경은 하나를 하나라 말하고 싶었겠죠. 1989년 8월 15일 14시 20분, 5cm 분단의 벽을 넘은 이유입니다. “그 뒤 소 떼가 넘어갔어요. 이산가족들과 개성 공단 사람들과 금강산 관광객들이 오고 갔고요”(140쪽). “‘지배계급이 인민을 억압 착취하는 도구로 혁명 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이라고 규정되어 있었던 북한의 종교는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 신이나 하느님과 같은 거룩한 존재를 믿고 따르며 내세의 영원한 행복을 믿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143쪽). “기도는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고 미래를 향한 것입니다. 기도는 나를 변화시켜 길을 찾게 하고 갈등을 줄이며 불화와 집착을 버리게 합니다”(233쪽). “낮은 데로 눈이 향하면 소외된 것들이 보입니다. 보이면 중요하지 않은 게 없고 차별이 사라집니다. 거기에서 연대가 싹트고 사랑이 생깁니다”(251쪽). ‘그래도 희망입니다’에 제 시에서 꺾은 ‘코끝이 빨간 희망’ 한 송이를 드립니다. 비둘기가 약속이 있다는 듯 날아갑니다. 가지를 박차고 힘 있게 갑니다. 그에게 분단된 하늘이 있을까요? 커피를 홀짝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부리 위로 온전한 하늘이 내리겠지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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