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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오고 가는 우산 속의 헤아릴 수 없는 사연들이 궁금하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둘이서 말없이 기차를 기다리던 서대전역이 떠오른다.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살아가노라면 부모, 자식, 또는 부부간에도 최소한의 기본 예의를 지켜 서로가 가슴 아픈 추억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우산 속 침묵 중에서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한 김혁종 수필가가 생애 첫 수필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수필집은 ‘우산 속 침묵’(수필과비평사)이다. 군산시 태권도 1세대이자 체육인으로서 인생을 살아 온 김 수필가는 지난 2021년 수필문학지 ‘수필과비평’ 신인상을 계기로 문단에 입문하게 됐다. 이번 수필집은 김 수필가가 80여 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발자취를 담은 60여 편의 주옥같은 글이 수록돼 있다. 김 수필가는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도전했고, 주변의 많은 도움과 가르침에도 나의 글쓰기는 더는 앞으로 나가질 못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제 수필에 관심을 가지고 발간하기까지 도움을 주신 김재희 수필가 선생님과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조성돈 회장과 최성철 문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수필가는 동아원 이사로 재직했고, 현재 구불길수필문학, 군산문인협회, 전북수필과비평, 수필과비평작가회, 군산시태권도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조금씩 거짓말을 한다. 선의로 하는 거짓말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작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몰고 오기도 한다. 이처럼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었지만, 결코 작지 않은 책임의 무게를 가져오는 거짓말에 대해 다룬 동화집이 세상에 나왔다. 김자연 아동문학가가 신작 <거짓말을 팝니다>(보랏빛소 어린이)를 펴낸 것. 김 아동문학가는 이번 책에서 ‘핸드폰 요금 폭탄’이라는 뜻하지 않는 사건을 통해 요즈음 아이들이 겪는 거짓말의 실상과 고통에 집중한다. 동화 속 사건은 주인공 아인이의 집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아인이가 절친 수연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바람에 수연의 핸드폰 요금이 100만 원이나 나왔다는 거짓 소식이었다. 부모님의 꾸중이 무서웠던 수연은 아인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웠고, 아인이의 가족들 역시 아인이를 쉽게 믿어주지 않으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또 이번 책에는 거짓말을 한 아이의 초조한 심리를 잘 표현해 내고 있는 박현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도 수록돼 어린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박 일러스트레이터는 ‘내’ 속에 있는 수 많은 나의 모습,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 마음, 그러나 결국 가족과 친구의 품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까지 다채롭게 묘사해 낸다. 작가는 “최근 자녀의 반복되는 거짓말을 걱정하는 부모님과 거짓말을 했다가 들킬까 봐 불안해하는 아이를 만났다”며 “그러면서 부모님께 혼나는 게 무서워 거짓말을 했던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돼, 이 책의 주인공을 통해 거짓말의 무게와 힘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님께 야단맞지 않으려고 한 거짓말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거짓말을 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이 동화가 그런 아이들에게 숨구멍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자연 아동문학가는 김제 출신으로 지난 1985년 안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과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전북아동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을 받았으며, 주요 작품집으로는 <초코파이>, <피자의 힘>, <수상한 김치 똥>, <항아리의 노래> 등이 있다. 작가는 현재 도와 잡지 <동화마중>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삶의 애환을 시로 노래하는 허혜숙 시인(70)이 생애 첫 시집 <너울춤>(조선문학사)을 출간했다. 8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희망과 빛, 사랑과 행복, 그리움과 같은 묵시적 이미지의 시어들이 돋보인다. 특히 시인은 희망을 여러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희망의 양면성과 양극화를 포착해낸다. “아름다운 세상 잠시 허공 위에 띄우고/그땐 그랬지 지난 추억 소환하고/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니/슬픔이 기쁨으로 변하더라//가는 길 끝자락에는/가끔은 아름다운 꽃길도 걷고/가끔은 울퉁불퉁 자갈길도 걸으며/마른 땅 같은 삶이면 어떠랴/소용돌이치는 물결 같으면 어떠랴/가는 길 끝자락에는/마중 나올 희망이란 님이 있는데”(‘가는 길 끝자락에는’ 일부) 허 시인에게 있어서의 희망은 ‘마중 나올 님’처럼 긍정적 이미지로서의 선과 등가성을 갖는 대상으로 형상화한다. 문제는 이러한 희망이 시인이 실현하고, 실현되기를 열망하는 성취욕의 적극적 추구와는 달리 그 근저에는 희망에 대칭되는 ‘절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박진환 문학평론가는 시집 평설에서 “시인의 묵시적 이미지들은 반대 개념인 악마적 이미지의 선행에서 시를 출발시켜 묵시적 이미지로 승화시킨다”며 “희망에 대응했을 때는 절망이 되고, 빛에 대응시켰을 때는 어둠이, 사랑에 대응시켰을 때는 미움이나 증오 같은 것들로 대체된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계간 시학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경북 봉화문협에서 활동했으며, 마로니에 전국 여성 백일장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허 시인은 “10여 년간 응모했던 많은 습작물이 책으로 출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둔탁한 노래를 계속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열린시문학회가 펴내는 동인지 <열린시문학 34집>(이랑과 이삭)이 출간됐다. 이번 호에는 지난 3월 마이산 탑사 경내에서 진행된 ‘중산 이운룡 시비 제막식’ 현장을 특집으로 다루며 중산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되짚었다. 이번 호에는 2024 특집으로 김옥향, 김흥부, 신수미 시인의 작품을 실었다. 올해 시집 발간으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친 시인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담아 대표 시 10편씩을 수록했다. 이외에도 열린시문학회 신입회원들의 작품과 지도교수 초대시, 열린시문학회 활동 사진 등을 게재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열린시문학회는 1989년에 중산 이운룡 시인이 전북지역 최초로 전동 소재 유구회관 ‘금모래다방’에서 1년 과정 시 창작교실 개설로 설립됐다. 1991년 제1집 <개망초꽃 등허리에 상처 난 기다림>을 출간한 뒤 34년 간 <열린시집>을 발간했으며 올해 동인지 책명을 <열린시문학>으로 바꿨다. 열린시문학회는 전북 문단뿐만 아니라 세미나, 시 낭송회, 초청인 시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아, 이 마음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정확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사랑인 것이 분명하다. 난데없이 사랑 고백을 하는 대상은 콩나물이다. 나는 콩나물이 정말 좋다. 콩나물과 관련된 이야기도 좋아하고, 수없이 많은 콩나물을 이용한 레시피도 즐겨 따라 했다. 너무나 좋아해서 나와 콩나물을 다룬 이야기를 101가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상당수는 콩나물국밥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해산물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전주를 방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콩나물국밥을 선보였다. 누구 하나 실망하게 한 적 없이 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고, 콩나물국밥 가게에서라면 얼마든지 콩나물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런 이야기만 대충 세더라도 50가지는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전주 사람이라면 저마다 가슴에 품은 콩나물국밥 한 그릇은 가지고 있기 마련 아닌가. 그래서 막연하게 누군가는 콩나물을 지독하게 사랑한 이야기를 쓴 것이 있지 않을까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이보현의 『오늘 또 미가옥』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콩나물국밥을 사랑하며 쓴 기록의 모음이다. 콩나물국밥에 대한 사랑은 나도 넘치게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 반, 기세등등한 마음 반을 가지고 책을 폈다. “미가옥의 콩나물국밥을 사랑한다. 너무 사랑해서 맨날 맨날 가고 싶다. 너무 사랑해서 매일 매일 먹고 싶다. 너무 사랑해서 계속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또 미가옥』 中) 책의 서문부터 저자의 두서없는 사랑 고백이 시작된다. 가장 사랑했던 가게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것은 저자의 추억 속 공간이다. 그래서 그는 책 속에서 그곳을 미가옥 사랑점이라고 부른다. 엄청난 기세의 사랑 고백에 나는 초장부터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도 콩나물국밥을 사랑한다고 말해왔지만, 나의 사랑은 이 정도로 절절한 고백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비단 콩나물국밥을 향한 사랑 고백과 찬가로만 가득 찬 글은 아니다. 콩나물국밥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되고 확장된다. 엄마가 해주던 어릴 적 떡국 이야기, 사랑점의 사장님과 종업원 간의 미묘한 관계, 콩나물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의 일, 전주의 수많은 콩나물국밥 가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콩나물국밥을 먹어보겠다는 포부까지. 저자의 말을 따라 콩나물국밥을 떠올리며 침을 삼키다 보면 어느새 그의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보게 된다. 사랑하는 일을 이렇게나 꼼꼼하고 치열하게 기록해 본 적 있는가 하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좋다’ ‘굉장하다’ 말만 늘어놓았을 뿐, 그것을 세계의 중심에 두고 주변을 둘러본 적은 없었다. “계속 콩나물국밥을 생각하고, 먹고, 이야기할 테니 ‘오늘은 어디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을까’를 언젠가 쓰겠다고 다짐한다. 그때까지 세상의 콩나물국밥을 마음껏 사랑하겠다.” (『오늘 또 미가옥』 中) 나의 콩나물국밥 세계는 한없이 좁고 보수적이었다. 나만의 사랑점을 두고 다른 가게로 눈을 돌려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나의 세계를 넓혀볼 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서!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연구소(소장 신영우)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일본 자료 '비서류찬 조선교섭자료(祕書類纂朝鮮交涉資料)', '일청전쟁 기간의 제국 주차부대의 행동(日淸戰役間ニ於ケル帝國駐箚部隊ノ行動)', '내란실기 조선사건(內亂實記朝鮮事件)', '조선폭동실기(朝鮮暴動實記)', '동아선각지사기전(東亞先覺志士記傳)'을 번역하고 이를 입력문과 함께 엮어 '동학농민혁명 신국역총서 16'을 발간했다. 동학농민혁명연구소에 따르면 이 자료들에는 1894년 당시 일본의 조선정책과 일본군의 한반도 내에서의 활동은 물론 이에 저항한 동학농민군의 봉기와 활동상이 일본의 시각에서 기록되어 있다. 특히 이 자료들에서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군부와 민간, 재야에서도 동학농민군의 활동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서류찬 조선교섭자료'는 1894년 내각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의 조선 교섭과 관련한 비망록이며, '일청전쟁 기간의 제국 주차부대의 행동'은 조선주차군사령부가 작성한 '조선주차군역사'에 수록된 조선주차군 창설 이전 일본군이 청일전쟁 기간 조선 내에서 활동한 기록이다. '내란실기 조선 사건'과 '조선폭동실기'는 1894년 전후 시기 수많은 일본 내 상업출판사에서 간행된 청일전쟁과 동학농민혁명 관련 서적 중 동학농민군 활동 내용을 수록한 자료이다. '동아선각지사기전'은 일본 낭인 그룹인 흑룡회에서 발간한 조선 및 대륙 낭인들의 활동 내용 중 동학농민군과 관련한 부분만을 발췌한 것이다. 신영우 소장은 “동학농민혁명 및 청일전쟁 130주년을 맞이하여 추진한 동학농민혁명 관련 일본 자료의 번역 및 발간을 통해 동학농민혁명 및 청일전쟁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학농민혁명 신국역총서 16'은 ‘동학농민혁명 사료아카이브(www.e-donghak.or.kr)’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제12회 중산문학상 수상자로 송희 시인(67)이 선정됐다. 중산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숙)는 송희 시인을 올해 중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9일 오후 5시 바울센터 그레이스 홀에서 열린다. 중산문학상은 한국문학 융성을 위해 노력해 온 문인을 대상으로 작품성, 한국문학 발전 등에 기여한 문인을 찾아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 2012년 중산문학상을 제정한 고 이운룡 박사의 높은 뜻을 기리고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1년간 수상자를 꾸준히 선정해왔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남곤·소재호 시인은 “중산 문학상은 자연과 인간의 존엄성을 문학 작품으로 구현, 문학 사회적 위상, 작품성,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찾아서 장르 관계없이 모든 문인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송희 시인에 대해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깊은 지성미와 명상적 안정감, 친화력은 사람들의 문학적 욕구와 심리적 안정을 충족시키고 문학사적으로도 활발한 참여와 봉사로 큰 족적을 남긴 작가"라고 덧붙였다. 제12회 중산문학상 수상자인 송희 시인은 2004년 전북시인상, 2009년 전북문학상, 2023년 전주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탱가시로 묻다> <설레인다 나는, 썩음에 대해> <고래심을 당겨봤니>, 명상집 <사랑한다 아가야>, 명상에세이 <내 마음과 연애하> 등이 있다. 시인은 전북시인협회장, 전북문인협 부회장, 전북문관광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전북 불교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는 제11회 석정시문학상에 정호승 시인(74)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석정촛불시문학상은 김왕노 시인의 시 ‘철원이야기’가 뽑혔다. 전북일보와 부안군, 석정문학관, 석정문학회, 부안군문화재단,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가 후원하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신달자 시인이 맡았고 이숭원, 소재호, 이소애, 김영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 시인은 “부족한 제가 신석정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참으로 큰 영예다”라며 “수상을 계기로 제 삶의 강물 더 깊은 곳에 시의 그물을 던지겠다. 살아 펄떡펄떡 뛰는 시의 물고기들을 통해 우리 영혼의 배고픔을 달래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값>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선집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등을 펴냈다. 수상 경력은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고, 대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 및 상패가 수여된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시가 가슴에 밀물처럼 차올랐다가 썰물처럼 멀어졌다 다시 차오르는 일이 반복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신석정 시인의 촛불이 제 시의 구심점이었습니다”며 “시인은 시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사위원님들에게도 거듭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올해 석정촛불시문학상은 7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약 한 달 간 공모 접수가 이뤄졌다. 총 148명 740편(1인당 5편씩)이 응모 접수됐으며, 예심과 본심을 거쳐 수상자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에 대해 “철원이야기는 자신의 체험을 시로 표현한 것이기에 감정의 과잉 노출이나 표현의 작위성에서 벗어나 있다”며 “산문시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리듬과 호흡이 유장하게 이어져 출렁이는 강물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오랜 숙련의 경력을 가진 시인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사랑해요 밀키스>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등을 출간했다. 수상 경력은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디카시 작품상, 한성기문학상, 풀꽃문학상, 2018년 제11회 웹진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는 웬진시인광장 디카시, 웹진시인광장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 및 상패가 주어진다. 제11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3시 석정문학관(부안군 부안읍 선은1길 10)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상식 전날인 27일 오후 3시에는 석정시 컬로퀴엄 및 문학강연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다.
제7회 청암문학상에 이형구 시인이 선정됐다. 청암문학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전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철규 시인이 지난 2018년에 제정해 매년 1명씩 70세 미만 문인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문학 활동을 고려해 수여하는 상이다. 청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미애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김남곤·소재호·안도·김사은·전길중 작가가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이형구 시인의 시집 <생명의 먹줄을 놓다>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이형구 시인의 시 세계는 ‘사유를 통섭해 낸 듯이 시의 내면을 구조화하고 있으며, 자연 만물이 영성을 지닌 대상으로 마주 서서 감정이입의 단계를 거쳐 의인화한 사상의 형상화를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시인의 시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 부족한 저에게 심사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청암 선생님의 상을 받게 돼 꿈만 같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고개 들어 저 하늘을 다시 보았다. 정말 이제부터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라는 회초리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형구 시인은 2001년 계간 <공무원문학> 가을호에서 ‘세월’ 외 2편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곁에 두고 싶은 사랑>, <갯바람은 독공중>, <생명의 먹줄을 놓다> 등이 있다. 현재 이 시인은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생활법률전도사로도 알려진 그는 전북대 및 우석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알기쉬운 생활법률’을 강의한 법학박사이기도 하다. 한편, 시상식은 다음 달 12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제30회 열린시문학상 시상식과 열린시문학회가 29일 오전 11시 전주 인후도서관 3층 배움터에서 개최됐다. 열린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숙) 주최로 열린 시상식에는 제30회 열린시문학상을 수상한 이채영 시인(69)과 이문형 시인(69)이 참석해 각각 상패와 상금 100만원 씩 수여했다. 이번 열린시문학상 심사를 맡은 송희 시인은 "두 분 시인은 열린시문학회에서 쉼없이 오랜 기간 시문학에 전념한 시인들"이라며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며 높은 작품성과 시문학에 대한 열정에 감동해 수상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평했다. 열린시문학상 운영위원장 이재숙 시인은 인사말에서 "1989년 ‘열린시문학회’를 세우고 한결 같이 시창작교실을 이어오신 이운룡 시인님을 기리며 상금을 후원해주시는 윤석정 명예시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형구 전북시인협회 회장과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전북 문인 40여 명이 참석해 이채영·이문형 시인의 수상을 축하했다. 시상식에 이어 각 수상자의 시를 홍경숙·곽경애 문인이 낭송해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보에 연주를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수상자 이채영 시인은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열린시문학회를 만난 것은 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또다른 수상자 이문형 시인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욱 내밀한 시인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영역에서 산림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상은 문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산림 문학이 대두되면서 산림 문학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산림 문학은 기후와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산림 문학을 집필하는 저자들의 경우 산림체험을 수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산림 체험을 통해 장르로서의 산림 문학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호일 녹색 시집 <그대 발길 머문 곳에>(다솜출판사)는 산림에 대한 관조적 관점으로 쓴 시를 비롯해 체험을 통해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서사적으로 서술한다. “이토록 짧은 계절/겨울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쌀쌀하고 외롭다/서둘러야 한다/이 가을 지나면 또다시 무지막지하게 기다려야만 하는데/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추위를 이겨낼 힘/외로움을 이겨낼 힘을 길러야 한다/겨울이 오기 전에/(‘나무처럼’일부)” 총 4부로 구성된 시집 <그대 발길 머문 곳에>는 사계절을 품은 7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을 읽은 한 독자는 “그의 작품에는 숲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기후와 환경에 관심을 두는 녹색주의적 사고가 깔려있다”는 후기를 남겼다. 서울 출생인 차 시인은 그동안 <아주 오래된 기억> <공주기행>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현장 중심의 현대시론> <디지털시대 우리문학 다시읽기>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평소 "시도 멋과 맛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을 시상에 담아낸 허호석 시인이 열아홉 번째 시선집 <동행>(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서정시 선집 64편과 청소년시 선집 31편, 동시 선집 84편으로 구성된 이번 책은 시적 역량을 과시하기 보다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채워 넣었다. 특히 시인은 자연과 일상 속 소재를 간결하고 감성적 언어로 표현한 시들을 배치해 담백한 시의 맛을 선사한다. “내일이 있으므로/오늘이 있는 거지/새날의 이정표가 있을/그 어디쯤에/사랑을 저축할 둥지를 향해/동행하는 내일의 길 있으니/어디라도 외로울까/님이 있으므로/내가 있는 것을!//(‘동행’ 일부)" 안도현 시인은 “허호석 시인은 원초적인 그리움 때문에 시를 쓴다고 말하고 싶다”며 “아동문학가이면서도 서정시는 물론 청소년 시 분야까지 폭넓은 문학적 소양을 간직한, 조용히 작품으로 말하는 시인”이라고 밝혔다. 정성수 시인은 “어느 시를 읽어도 서정적 매력이 넘치는 시심을 간직한 작품으로 말하는 시인”이라며 “또 읽고 싶은 매력에 취하게 한다”고 평했다. 1937년 진안군 상전면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1978년 아동문예와 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진안예총 초대 회장,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전북문인협회 이사, 전북시인협회 고문, 한국미래문화연구원 이사, 진안예총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광원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있음과 없음 너머>(문예원)를 출간했다. 그동안 만해 한용운의 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관련 저서를 출간해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해 탐구했다. ‘김광원’이라는 인간 자체에 천착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삶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시인은 세상과 사람들을 관찰하며 어울렸고 지금의 자신이 됐다. “언제쯤이면/이/무거운 팔다리가/달아날까요//언제쯤이면/이 땅을/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빙빙 돌아도/ 어지럽지 않아/ 기쁜/ 날개//나에게도/ 과연/ 손님이 오실까요.//마당 쓸 날이 올까요.(‘풍뎅이’전문 )” 어린 시절, 풍뎅이를 잡아서 놀던 끔찍한 추억을 형상화한 작품 ‘풍뎅이’는 그 시절 즐거웠던 기억이 지독한 아이러니로 전복되면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김 시인은 “변하는 모든 것들은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불생불멸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라며 “빛나는 것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보낼 것인가. 변하는 것들을 바라보면 변하지 않는 것의 내부가 보인다”고 시인의 말을 통해 밝혔다. 그가 밝힌 것처럼 시집 <있음과 없음 너머>에서는 모든 사라지는 존재에게 묵묵하고도 결연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삶이라는 반복에서 느껴지는 허무와 무력감을 깊이 응시하는 일관된 태도는 시인이 자기 내면에 대한 인식이 더욱 깊고 견고해졌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시집 안에는 박종수 화가의 축화 한 점이 실려 있다. 우주를 품고 있는 인간 내부의 신비로움과 환상을 시각화 한 것으로, 시집 <있음과 없음 너머>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강상기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김광원 시인은 어둠이 걷히고 새날이 밝아올 날을 기다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올곧게 제시함으로써 세속적인 욕망의 충족을 위안으로 삼지 않는다. 이타적인 삶은 저 낮은 골짜기 개똥밭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고 추천사를 통해 설명했다. 1956년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전주고와 원광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했으며, 군산문학상과 소태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 <님의 침묵과 선의 세계>가 있다.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매혹된 괴짜 과학자가 있다. 지난 2011년 <UFO 신드롬>이라는 책을 출간해 이목을 끌었던 맹성렬 우석대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확인 비행물체(UFO)와 관련된 주제를 연구하고 UFO 현상에 대해 탐구하는 그가 최근 <우리가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UFO>(생능북스)를 펴냈다. 이번 책도 기상천외한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주제로 UFO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저자의 논문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UFO 현상의 복잡성을 추론한다. 또 UFO 목격과 외계인의 만남이라는 희귀한 현상까지 한데 모아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뤄낸다. 1995년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가평 UFO 사건, 미국 뉴멕시코 주 로스웰 목장에 UFO가 추락한 로스웰사건 등은 서두부터 흥미롭다. 무엇보다 저자는 언급한 사건들에 대해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 하기보다 이러한 일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관련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탐색함으로써 책을 단순한 흥밋거리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UFO에 관심 있는 독자를 비롯해 과학과 철학,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궤도의 과학 허세>를 집필한 저자 궤도는 추천사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우주로 돌리며 상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인류라는 종의 위대함 속에서 빛을 발한다”며 "우리는 지극히 과학적인 외계 행성의 탐사로 눈을 돌려 행성계 탄생의 비밀을 풀어볼 차례가 됐다"고 밝혔다. 책은 1부 UFO 신드롬, 2부 1995년 한국 상공의 UFO, 3부 로스웰 사건의 진실, 4부 1947년 미국 UFO 웨이브 등 총 10개 챕터로 구성됐다. 저자가 직접 수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UFO 현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져 있어 UFO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맹성렬 교수는 책 마무리 말에서 “UFO는 존재한다.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을 완전히 넘어선 고도의 문명과 관련된 그런 존재들이 UFO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그들이 우리에게 뭔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맹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35년간 냉철한 과학자의 시선으로 인류 문명사에서 해명되지 않은 난제들을 탐구하고 있다. 현재는 우석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과·전기자동차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UFO신드롬>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등 다수를 펴냈다.
경북 예천에는 천연기념물 제400호로 지정된 팽나무가 있다. 5월에 누런 꽃을 피운다고 해서 ‘황 씨’ 성을, 근본이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목근’이라는 이름을 받은 이 나무는 재산세까지 낼 정도로 존재감이 있다. 김중미 작가는 이 나무의 이야기를 씨앗으로 품어 청소년 소설,『느티나무 수호대』를 발간했다. 이 책은 ‘2024 전주 올해의 책, 청소년 부문’으로 선정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대포읍’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눈 존재로 묘사된다. 느티나무 안에는 '느티 샘'이라는 정령이 살고 있으며, 이 정령은 아이들을 나무 안의 세계로 초대해 그들을 돌봐준다. 이 판타지적 설정은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을 반영하며, 독자들에게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주인공 도훈이는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살 때도 언어와 문화의 벽을 느끼며 소통하지 못해 외로워하는 중학생이었다. 부모님의 이혼 후 더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고립되지만, 우연히 느티 샘을 만나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친구들과 결성한 댄스 동아리 ‘레인보우 크루’ 활동을 통해 더욱 소속감과 자존감이 생기고 느티 언덕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느티 샘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환대하며, 아침을 굶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고, 친구가 없는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너희의 권리와 행복을 지키려면 알아야 할 것이 많아. 그 앎이 너희의 힘이 되어줄 거야."라며 책 읽기를 권장하고, 때론 친구이자 엄마로서 또 선생님이 되어 앎과 지혜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지역과 연대하여 지역을 살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김중미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느티 샘이 만들어 준 공간을 찾는 아이들은 저마다 돌봄이 필요한 처지이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돌봄과 연대의 필요를 절감하게 된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는 나무가 된다. 무너지고 나약해져 포기하려는 친구를 향해 “뛰어갈 수 없으면 걸어, 걸어갈 수 없으면 기어. 너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하는 거야. 무릎 꿇지 마, 무너지지 마.”라며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친구를 격려하고 세워주며 공동체의 주역이 된다. 이처럼 느티나무와 느티 샘은 아이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요한 배경이며 자연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현장이 되어준다. “희망은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슬픔과 절망을 거름 삼아 싹을 틔운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모든 외로운 마음들이 다시 연결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가치들을 일깨우며, 깊은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소설이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
문규현 신부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전주의 작은 출판사 ‘파자마’가 <너 어디있느냐>를 펴냈다. 글쓴이는 문상붕, 이정관, 장진규, 형은수로 도내에서 30년 넘게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쳐온 교사들이다. 20여 년 전부터 문 신부와 함께 ‘청소년 뚜버기’ 활동을 하며 길을 걷고 얘기를 나누며 문 신부의 생각과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최근 은퇴한 이들은 문 신부의 삶을 기록하고, 고난의 길을 찾아 걸어왔던 그의 삶에서 인간의 품위를 찾아내고자 이 책을 썼다.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사제가 되기까지의 과정, 2부는 사제가 된 문규현의 모습, 3부는 평양에 있는 임수경과 함께 분단의 벽을 넘는 과정이 담겼다. 이어 4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하는 고난의 시간이, 5부에는 문 신부가 살아온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리했다. 특히 4부 ‘생명과 평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개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한다. 글쓴이들은 이번 책을 “통일이 멀어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시대에 통일과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또한 느끼고 함께 하기 위한 책이자,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품위 있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라고 밝혔다.
자의식과 실존에 대한 의식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시를 쓰는 작가가 신작을 발표했다. 이경아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길 위의 각을 세우다>(인간과 문학사)를 발간한 것. 이 시인은 시집 속 시인의 말을 통해 “내 사랑이 오늘로 끝일지라도, 영원을 초월하는 사랑이 아닐지라도, 잠시 천둥 번개 치듯 요란하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날들이 될지라도 내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겨자씨 같은 사랑의 씨앗이 눈을 떠 하늘로 두 팔 벌려 푸르게 나부끼는 뭇새들의 노래로 평안한 안식처가 되길”이라 소망했다. 이는 시에 대한 순수하고 원초적인 감수성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시인의 의지가 함축된 메시지다. 총 71편의 시를 담고 있는 시집은 5부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각 부는 ‘가벼운 마음으로’, ‘있음도 없음도 아닌’, ‘빙하’, ‘아쉬운 길 끝에서’, ‘하늘이 반쯤 눈을 감고’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시집 속 이 시인은 기존에 존재하는 대상에 끊임없이 말을 건다. 이때 시적 언어에 의해 드러나는 대상은 단순한 밑그림에 그치지 않고, 인간적인 관점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시의 의미를 탄생시킨다. 언뜻 보면 그의 시는 의미가 투명해 존재의 수수께끼 같은 것은 감추어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음미해 보면, 그의 시는 존재의 숨은 침묵을 호명해 새로이 의미를 밝히려는 노련한 시적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유인실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시적 대상들의 디테일을 그의 시선으로 포착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독자들은 새로운 사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 하나를 얻는 등 시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좋은 시란 구조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시를 말하는데 시상의 흐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비유에도 참신성과 독창성을 담지한 사유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며 “시의 이러한 근본적인 맥락에서 볼 때, 이경아 시인은 좋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시인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산 출생인 이 시인은 1965년 성원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청사초롱문학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전북지역위원회 회원, 기픈시 동인, 나루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문학상, 한국문학백년상, 한국현대시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시집 <물 위에 뜨는 바람> 외 8권, 시선집 <가끔은 삶이 아파하네> 등이 있다.
선명하고 순수한 언어로 세상을 노래하는 유영숙 시인이 시집 <비가 오면 나를 씻는다>(시와산문사)를 펴냈다. 시인은 일상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들끓는 마음을 77편의 시 속에 담아냈다. 삶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내밀하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명징하게 직조해 독자들에게 입체적인 시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빗물이 유리창에/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날/우울이 밀어 올리는 목젖은/축축하면서 묵직하고 쓰다/비가온다/(…중략…)/오늘 같은 날/빗물이 우울을 불러들이는 날에는/젖어 들어오는 침묵이라도/마주하여 겸상을 하고 싶다”(‘비 오는 날에’중에서) 특히 시인은 시에서 '비'라는 소재를 자주 사용한다. '비'라는 소재는 그에게 중요한 시적 기제이며 문학과 삶에 도달하는 지향점을 은유하는 수단인 셈이다. 김영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비는 눈물과 씻김, 소생이며 성장과 공생, 공진화까지 함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물을 관통하는 사유를 씨실로 하고 자연의 섭리를 통찰하는 혜안을 날실로 하여 직조해 낸 수평의 시집이다"며 “계절을 문학적 자양분 삼아 계절과 시인의 사유가 이물감 없게 잘 교직해 구도적 무늬를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유 시인의 시는 낙천성과 긍정의 심성으로 삶의 고통과 슬픔을 툭 털어내면서 고달픈 존재들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철탑과 철탑 생을 잇는 전선 위로/무심한 듯 구름은 바삐 지나고/계절은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땅 위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다(…중략…)//지글지글 삼겹살이라도 구우며/누구에게라도 소식 전하고 싶은 날이다/(…중략…)/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에게라도/안부를 전하고 싶다”(‘안부’ 중에서)며 불안과 고독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시인의 시집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안부의 손길을 건넨다. 시인은 2013년 계간지 <시와 산문> 시 부문에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고창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 고창시맥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특한 플롯의 선구자, 정영문 소설가의 <겨우 존재하는 인간>(앤드)이 복간 재출간됐다. 1997년 초판 발행 이후 오랫동안 절판되어 희귀도서로 고가에 판매됐던 소설은 정영문 작가의 데뷔작이자 첫 소설이다. 소설은 교직생활을 청산한 한 남자가 권태의 수렁에 빠져 보내는 일상을 천착했다. 주인공은 교직을 그만두고 어머니가 주는 생활비로 살아간다. 그가 하는 일은 공원의 벤치에 나와 앉거나 거리를 배회하면서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전부다. 그러던 중 삶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타인들을 만나게 되고 급기야 한 남자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만다. 그러나 그들은 주인공의 또 다른 분신일 뿐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적인 삶의 궤도를 의심하고, 해부한다. 특히 27년 전 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 범죄에 대한 사회적 문제와 심리를 관통하는 작가의 예언적 통찰은 독자와 평단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 일상의 탈출 욕구가 한순간에 파괴 충동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독자는 삶의 맹목성에 저항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집필 의도다. 책은 본질을 꿰뚫고 나아가려는 집요한 시선과 끈질긴 문체로 장르적 경지를 보여준다. 정영문 소설가는 1996년 <작가세계>에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90년대 한국문학의 독특한 플롯을 구축한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핏기 없는 독백>, <달에 홀린 광대>,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바셀린 붓다>등이 있다.
버려진 물건으로 놀이공원을 만든 재활용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동화책으로 출간됐다. 양선 그림책 작가가 <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미디어창비)을 발간한 것. 그림책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 별난 놀이공원을 만들었던 양 작가의 외할아버지인, 고(故) 김갑희 할아버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김 할아버지는 생전 농촌 마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약 3300㎡의 본인 소유의 땅을 직접 다지고 손수 놀이기구를 제작해 ‘노로공원’을 열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렇듯 특별한 할아버지의 사연은 당시 여러 방송과 도서 등에 소개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놀이공원의 색이 바래듯, 사람들의 관심 역시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우연히 오래된 사진 한 장을 통해 양 작가에게 발견됐고, 이후 오랜 시간을 공들이고 다듬은 끝에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책은 1992년 문을 연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지금의 어린이 독자들에게 ‘추억’이라는 섬세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또 그는 책을 통해 놀이공원이라는 꿈의 공간에 담긴 기쁨과 설렘, 쇠락한 공간에 대한 애틋함 등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과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 양선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저서로는 그림책 <반짝이>, <잠이 솔솔 핫초코> 등이 있다.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 ‘잠이 솔솔 핫초코’는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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