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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시선과 진솔한 목소리로 삶의 다양한 모습 조명

수필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특별한 문학 장르다. 수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의 깊이와 삶을 기록해온 인간과 문학회(회장 유광종)가 <인간과문학 대표수필 2024>(인간과문학사)를 발간했다. 수필집에는 곽경옥, 권해성, 변해진, 서경숙, 박효진 등 15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섬세한 시선과 진솔한 목소리로 삶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작가들이 전하는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에는 희노애락이 밀도 있게 채워져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박효진 작가의 ‘선의라는 이름으로’는 선의가 타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은 아니라는 소신을 과거 작가의 일화로 풀어냈다. 군인 하사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던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독서지도를 맡게 됐다. 독서지도를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20만 원이라는 거액을 받게 된 그는 절실했던 돈이었지만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고 한다. 도와주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조적으로 설명하며 독자에게 '선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이외에도 나훈아테스 형을 주제로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기술한 권해성 작가의 ‘테스형’, 인간과 여성의 미모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화장하는 행위에 대한 고찰이 담긴 이재홍 작가의 ‘화장’ 등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통해 작가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유광종 회장은 발간사에서 “수필집을 통해 인간과 문학회 작가,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인간의 깊이와 삶의 멋을 담아내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26 16:40

도서출판 희망나무,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 e-북으로 발간

6.25 전쟁 발발 74주년을 맞아 도서출판 ‘희망나무’가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을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더불어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은 직접 집필한 고(故) 장세창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 만에 전자책으로 재출간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은 저자의 실화를 일기형태로 풀어낸 작품으로, 20대 후반에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만학도였던 당시의 장 작가 서울 성북동 하숙집에서 6.25 동란을 맞아 완주에서 평화의 기쁨을 맛보기까지의 90일간 생존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 나올법한 환상적인 영웅담은 없지만, 죽음의 갈림길에서 떠밀려가는 삶이 아닌, 자유에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고난을 자처하며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처절한 삶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특히 전자책에는 근현대사적 역사적 사료(史料)로서 가치를 더하기 위해 저자의 자녀와 손자들이 관련 자료와 해석을 더했을 뿐 아니라, 생동감을 위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이미지를 더 해 알기 쉽게 기록돼 있다. 저자의 손자 장학수 씨는 “집안 유훈이 ‘경찰은 하지말라’인데, 1948년 2.7 사건으로 2.26 때 순직하신 작은할아버지로 인해 ‘위험하고 힘든 직업인 경찰은 하지 말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미 경찰관이 돼 할아버지의 유훈은 지키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의 깊은 뜻은 기억하는 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책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은 교보문고, 예수 24, 알라딘 등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26 16:4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군산구암초등학교 '나는 경암동 철길 마을에 살아요'

똑 단발에 얼굴이 갸름한 소은이가 물었다. “선생님, 시가 뭐예요?” 소재 하나 달랑 주고 동시를 써보자 했을 때 날아온 질문이었다. 시의 정의를 묻는 건지, 선생님이 생각하는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소은에게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했다. 손에 든 지도서를 들고 입술만 깨물다 수업을 끝낸 기억에 나는 지금도 시가 어렵다. 군산구암초등학교 아이들은 시가 뭔지 알까? <나는 경암동 철길마을에 살아요>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본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으면 시를 읽는 바른 태도가 아닐 것 같아 양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책장을 펼쳤다. 그렇게 나온 시가 <내 귀>다. ‘내 귀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엄마가 빨래 널자 하면/안 듣고/밥 먹으라 하면/바로 일어나 먹는다./내 귀는 참 신기하다/’<내 귀 전문> 아이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선택적 귀를 가졌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자신이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가 시 쓰기를 통해 진짜 자기를 찾은 듯하다. ‘저는 고백합니다./사실 겉으론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속으론 학교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겉으론 학원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속으론 학원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고백 일부> 녹록치 않은 현실로 아이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내적 갈등을 겪는다. 불행히도 시작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걸, 어른이 정한 대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안 아이의 고백은 독백이 되어 버린다. ‘나는 나예요/누가 못생겼다/나쁘다/못 한다 해도/나는 나예요’<나 전문> 아이는 못난 ‘나’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것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과 같다. 다섯 줄의 시가 현자의 말보다 값지다. ‘맨날 아빠가/ 땀에 젖어서 온다//모기가 땀 냄새를 맡고/같이 온다/아빠가 모기를/배달하는 것처럼’ <아빠는 모기 배달 기사 전문> 만날 땀에 젖어 들어오는 아빠를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모기는 무찔러야 할 악당이다.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는 시대, 땀의 농도가 진한 직업일수록 기피 대상 1호인 시대이지만 아이에게는 그런 아빠가 우상이고 자랑이다. 다만 이 아이가 커서 살아갈 세상은 흘린 땀만큼의 대가를 인정해 주길 바라본다. 세상은 정글이다.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고 놀람의 연속이다. 그러나 미리 겁먹지 않는다. 구암시인학교 아이들이 쓴 시가 그걸 말해준다. 청정지역에서 막 길러낸 유기농 동시를 읽으니, 시가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덧씌워지지 않은 명징한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 어린 시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많은 사람이 파릇파릇 생기 돋는 시어들로 잘 차려진 밥상을 받길 바란다. 단짠단짠, 시큼털털, 매콤달콤, 쌉싸래한 시의 맛을 느끼며.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6.26 16:38

트라우마를 마주하다…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

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아시아)은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부조리한 세계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예정된 파국에 이르는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소개하면,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주변 인물의 낯선 모습이다. 그런 지점에서 소설집 <야생의 시간>은 신선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집 <야생의 시간>에는 표제작 ‘야생의 시간’을 비롯해 ‘당신’, ‘엄마의 진심’, ‘문’ 등 7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에 담겨있는 다수의 작품은 독자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야생의 시간’은 끝없이 고독에 시달리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고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샤’에게 충동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저 속으로만 들끓는 감정인 줄 알았으나,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나’의 감정은 동요한다. 예전과 같은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고 해도 삶의 의미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마주한 ‘나’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그럼으로써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 가치관의 극복을 이해하고 소설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아마 문장의 힘일 것이다. “어두운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야생에 대해 생각했다. 경련처럼 찾아오는 그 순간을, 힘들게 거역하던 그 시간을 떠올렸다. (중략) 그래서 나는, 내가 기쁜지 슬픈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것이 실은 거대한 실체를 숨기고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안다. 사납고 거센 고요가, 온 집 안에 가득하다. (‘야생의 시간’ 중에서)” 이화정 작가는 쉬운 단어를 골라 짧게 문장을 만들어냈다. 단문으로 연결한 작가의 문체는 역설로 가득한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고, 음악적 리듬을 자아낸다. 7편의 소설에 드리워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작가의 짧고 유려한 문장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대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사랑이 똬리를 틀고 밑바닥에 자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쓰일 나의 소설은 상처 입은 자들에 관한 넓고 아득한 탐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에서 활동중인 이화정 작가는 2018년 단편소설 ‘천사의 손길’이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23년 심훈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19 17:38

2024 제14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 발간

<제14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도서출판 경남)이 세상에 나왔다. 천강문학상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의병장 천강홍의장군 곽재우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충의 정신 함양 및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 문인 배출을 위해 제정된 문학상이다. 제14회 천강문학상 접수자는 1127명으로 총 587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중 천강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예심과 본심을 통해 시·시조·소설·아동문학·수필 등 5개 부문에서 15명의 수상자 작품과 제8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작품 3편을 엮어 작품집을 발간했다. 작품집에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문학인들의 작품과 각 부문의 마지막에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담겼다. 특히 이번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시조부문의 우수상에 배순금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도 실려 시선을 끌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배 시인의 작품 ‘물들다, 번지다’에 대해 “영롱한 이미지들을 정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그 이미지는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의 주제를 드러낸다. 낱낱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주체와 타자의 문제이며 조화, 공생, 상호 수용의 철학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평했다. 배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이제는 삶의 첫 장을 차지할 만큼 시조의 미학에 깊은 애착으로 한 걸음씩 더 앞으로 나아가며 저 스스로 채찍질을 거듭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의 수상작품으로는 분봉을 주제로 한 자연문제를 논하는 시와 시인 은유의 힘이 돋보이는 시조,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는 중년남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 농경 문화 시대의 정서를 담아낸 아동문학, 풍경 안에 담긴 물고기 모양의 금속인 ‘탁설’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읽어낸 수필 등도 함께 실렸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19 17:38

제32회 공초문학상, 이향아 시인 '물의 표정'

‘시의 위기’라고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시대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학과 함께 삶을 살아간다. 지금도 누군가는 시를 쓰고 있기에. 60년 넘게 현역 문인으로 활동중인 이향아 시인(86)도 "(그저)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말한다. 최근 공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와 권위를 다시 한번 증명한 그이지만, '지금부터가 시작' 이라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정진하겠다고 하니, 놀라웠다. 19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시인은 "고결한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다"며 "수상자에 대한 예우가 각별했던 만큼, 공초문학상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서구자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서울신문이 1992년에 제정한 상이다. 등단 20년 차 이상의 중견 시인들이 최근 1년 이내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고른다. 역대 수상자로 신경림, 오세영, 김지하, 정현종, 신달자, 정호승, 도종환, 나태주, 오탁번, 문정희 시인 등이 있다. 1960년대 초반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등단 이후 시적 공백기라고 할 만한 시기가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창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시인은 그동안 삶의 보편적이고 공감적인 의미를, 서정적 언어로 담아냈다. 그러면서 자연과 고요의 세계를 지향해 지속적인 치유와 긍정의 미학을 구축해왔다. 시집 <모감주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시와시학사)에 수록된 수상작 ‘물의 표정’에도 시인이 지향해온 삶의 기율이 순종이라는 어휘로 집약되어 나타난다. 마침내 시인은 봉헌과 헌신의 삶이야말로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온전한 삶의 순리를 담는다는 것을 잔잔하게 웅변한다. 제32회 공초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이향아 시인이 오래 탐구해온 서정적 세계가 특유의 울림과 질감과 무게로 전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시인은 1963~66년 <현대문학>3회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십권의 시집, 수필집, 문학이론서, 평론집 등을 발간했다. 1963~1982년까지 전주기전여고 등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윤동주 문학상, 한국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호남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19 17:37

시 전문 계간지 유심, 2024 여름호 펴내

시 전문 계간지 유심이 <유심 2024 여름호>를 펴냈다. ‘유심’은 1918년 만해 한용운이 창간하고 무산 조오현이 2001년 봄부터 2015년 겨울까지 발간했던 잡지다. 그러다 한국 시문학의 발전에 앞장서고자 지난해 9월 1일, 시 전문 계간지로 재창간됐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여름호의 초대시인으로 선정된 작가는 진은영 시인이다. 책은 진 시인의 ‘집중해’, ‘언젠가, 당신을 따라서’, ‘우울한 날의 재즈 1’, ‘우울한 날의 재즈 2’, ‘취중 진담’, ‘운명의 피아니스트’, ‘열려있는’, ‘문학의 쓸모’ 등 일곱 편의 신작 시와 한 편의 에세이로 시작된다. 책에 수록된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두려움과 불안함을 떨쳐내게 한다. 그중 유일한 에세이 ‘문학의 쓸모’를 통해 작가는 ‘시의 아름다운 빗질이 우리 모두에게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주문이 되길 바란다“며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특히 이번 여름호에는 반가운 이름도 실렸다. 한국의 시문학이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후원하고 특히 우리 고유의 문학 양식인 시 문학의 발전과 대중적 확대에 힘쓰고자 만들어진 신작 시 코너에 지역 출신의 김영 시인의 작품이 수록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작품은 ’상전, 이라는 말’, ‘아지랑이 사용법’, ‘어둠은 어디로 넘어지나’ 등 총 3편이다. 김 시인은 ”오랜 인연을 이어 온 ‘유심’에 작품을 올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저와 함께 활동하고 계신 전북 문인들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 저변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도 ‘다시 읽는 무산 시’와 ‘다시 읽는 만해 한용운’, ‘제1회 무산문화대상’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유심 편집위원들은 편집 후기를 통해 ”나도 모르게 지친 마음이 들때 조금 더 가보자고 손을 내밀 듯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며 ”이런 우연한 만남의 물방울들이 ‘나’라는 지류를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번 호에 실린 원고들을 읽으며 새삼 그 우연한 인연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부디 독자들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19 17:37

정성수 시인 30번째 시집 '욕(辱)' 출간

정성수 시인이 30번째 시집 <욕(辱)>(화암풀판)을 펴냈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은 총 70편이다. 다른 시인이 지은 시에 ‘정성수의 시(詩) 감상’이 함께 수록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정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에게 ‘욕이 시가 될 수 있는가?’와 ‘시가 욕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정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욕은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의도로 쓰이기에, 윤리적으로 부적절하고 비도덕적인 말로 간주한다”며 “그러나 욕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언어적인 창의성과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일 수 있다고 생각해 이번 시집의 소재로 삼아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품에 실린 욕은 시의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시의 전체적인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라며 “욕을 사용하는 시는 주제·형식·심상·묘사·장치·창의성·개성 등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준관 시인은 시평을 통해 “시가 되는 욕, 욕이 되는 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시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시인의 시에 깃든 시상을 따라가며 쓴 감상기는 시인들의 시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 출신인 정 시인은 1994년 서울신문 시 공모 당선과 동시에 한국교육신문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했다. 그는 전주대 사범대학 겸임교수와 전주비전대 운영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로 활동하면서 전주에서‘건지산 아래 작은 방’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19 17:3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나혜경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

무심코 리모컨을 돌리다 멈췄다.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엄마와 차를 타고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엄마의 굽은 등을 딸의 가슴으로 지그시 누르는데 딸의 표정은 웃음과 울음의 경계다. 엄마는 뒤에서 푸근히 밀어주는 딸에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딸과 엄마는 다르고 같다. “바닷가에 가자.” “바닷가에 다 왔어.” “저기 쑥 봐라.” “엄마, 내 친구네가 제주도 여행가서 바다는 안 보고 쑥만 뜯었데.” “저기 낚시한다.” 모녀의 대화는 자꾸 어긋났다. 딸은 웃었다가 빗나가는 엄마를 이해 못해 난감해 하다 이해돼 웃기를 반복했다. 엄마는 딸의 나이를, 딸은 엄마의 나이를 체험하는 여행이었다. 같이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서로의 나이테를 읽으며 이해해갔다. 공감되는 장면을 보다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가 떠올라 펼쳤다. 색연필로 그린 꽃과 사물, 독학으로 그린 그녀의 마당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잘 익은 노오란 모과의 윗부분에 눈이 쌓이면 마치 모과나무가 등불을 들고 환하게 빛나고, 모과가 눈에 쌓여 떨어지는 풍경, 콜드블루 커피 내리는 느릿느릿한 여유를 배운다. 비 오는 날 장화를 신고 우산을 받치고 깨끗해지는 마당을 거니는 마음이 싱그럽다. ‘12월과 1월, 쉼의 시간을 지나면 2월부터는 벌써 땅을 뚫고 새싹이 올라오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의 꽃눈도 발갛게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꽃을 보여줄 태세다. 마당은 이렇게 같은 자리에서 돌고 돈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다.’(본문 중에) 내 마당에 핀 꽃을 한 삽 퍼서 이웃과 꽃 한 삽을 교환해 두 가지로 늘어나 피었다. 꽃씨 나눔으로 마당을 채우니 2개월의 쉼을 지나면 새싹이 얼굴을 내민다. 해마다 새로 내미는 얼굴이 반가울 따름이다. 전원생활을 꿈꾸다 제 코 다친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나무가 이리로 넘어오니 잘라라. 분리수거 잘 해라. 쓰레기봉투 여기다 버리지 마라라.’ 사사건건 관여에 못 이겨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색소폰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 동네가 있다니 동병상련을 느껴서일까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보다 위안을 받는다. 아니, 전원생활에 적응하는 시인이 부럽기 그지없다. 사람이 뜸한 시골마을에 인기척이 반가울 만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동네를 돌아다니던 노인들은 하나 둘 사라지는 고즈넉한 마을에 사람을 배척하는 심보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크기가 작아도 하늘이 보이고 자연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땅이면 다 마당이다. 마당은 집 안에 있는 사람을 바깥으로 불러내는 곳이며, 우울할 때 기대거나 붙잡고 일어서기에도 좋은 곳이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 심호흡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완충지대이다.’ (본문 중에서) 나혜경 시인의 마당 예찬론을 읽은 후 마당을 보니 수레국화, 금국, 마가렛이 바람에 흔들리는 마당의 여유로움을 새삼 느껴본다. 낮에 우거졌던 마당의 풀을 베어냈다. 풀냄새가 가득하다. 하늘에는 별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고 고요 속에 와글와글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까지 어우러진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으며,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6.19 17:36

베니김 시인의 두 번째 감성시집, ‘세월엔 꽃배타령‘ 출간

“아침에 열리면 날씨타령에 깨지락 꼼지락/ 행여나 시간 안에서 마음이 흔들리걸랑/ 세월엔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걸지 말세라./ 뜰 안의 종달새도 지지배배 울어대니/ 커피 한잔 마시기 좋은 날엔/ 눈부신 아침햇살에 꽃보라도 나풀대니/ 꽃차 한잔 마시기 좋은 날엔/ 밥상머리엔 한 그릇 맛깔풍기는 냄새보다/ 인생의 식탁위에 한송이 꽃향기 퍼지걸랑/ 사람도 꽃처럼 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이야 얼기설기 맴도는 허울뿐이라/ 시간을 한손에 쥐고 마음껏 흔들어/ 낭만 한가락에 꽃배타령이면 그뿐일세라.”(시‘ 세월엔 꽃배타령’) 산골 마을에서 종달새와 인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베니김(본명 김형석) 시인의 2번째 시집<세월엔 꽃배타령>(MJ미디어)이 출간됐다. 작가는 이번 시집을 “‘세월에 시비를 걸지 말고 시간도 없는 것처럼, 한 살매 마음 가는 대로’라는 여여행(如如行)에 관한 인생 타령”이라고 설명했다. 시집에는 인생 소풍 길에 밥배보다 꽃배를 채우며 여여하게 산다는 것에 관한 70편의 감성 시와 함께 10편의 디카시, 2편의 에세이 등이 실려있다. 또 작품 속에는 ‘밥배보다 꽃배, 생각망치를 사랑한 이유, 세월에 시비를 걸지 마오’ 등에서 드러나듯, 일상의 세월을 내 손안에 들고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즐긴다는 인생 소풍 길에 관한 감성적인 형상화에 상징성을 읊조린 시적 상상을 담아내고 있다. 베니김 시인은 순창 출신으로 고려대 문과대학에 재학 중, 일본 와세다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귀국 후 영상산업기자로 첫 발을 내딛으며 ‘영상산업신문’ 편집국장, 영화주간지 ‘Cinebus’ 편집장을 거친 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서울예술종합학교 강사,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디지털융합사업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캐릭터비즈니스>, <영화매니지먼트>, <영화처럼 살아보기365>, 시집<낭만호미처럼>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12 16:57

'시를 향한 애정'…이근풍 <밤하늘의 별빛처럼> 출간

한평생 시(詩)를 흠모해온 이근풍 시인이 시집 <밤하늘의 별빛처럼>(오늘의 문학사)을 펴냈다. 이근풍 시인은 시와 더불어 생활해온 지난날이 참으로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삶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힘든 상황을 끝내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시’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시와 더불어 생활해온 지난날의 삶, 참으로 행복했다. 시는 나에게 새로운 인생 길을 열어 주었다. 희망, 용기 잃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내 가슴에 피어난 시의 꽃 한 송이가 세속의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었으며, 날로 메말라가는 마음밭에 아름다운 시의 꽃 피어나 향기로운 시 열매를 맺게 해 주었다”(‘시는 나에게’ 발췌) 신간 <밤하늘의 별빛처럼>에 담긴 시들은 진실하고 솔직하다. 문학적 단상들을 간결하고 담백한 시어로 표현해 의외로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운율 또한 단단한 짜임새를 갖춰 시를 읽는 독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다른 길 간다 해도 떠날 때 눈물 흘리지 말고’(‘다른 길 간다 해도’ 발췌)라며 슬픔마저 담담하고 편안하게 풀어준 덕분이다. 100편에 이르는 시편들은 질적 균질감이 뛰어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시인은 서문에서 “오직 사랑으로 가꾼 열매를 수확한 후 또다시 시의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린 시의 씨앗에서 새로운 시의 꽃이 피어날 때마다 가슴에서 푸르른 희망이 출렁거렸다”며 “끝까지 손잡고 같이 가는 길동무가 되리라 다짐하였다”라고 밝혔다. 임실에서 태어난 이근풍 시인은 전북대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임했다. 계간 <오늘의문학>16집에 ‘할미꽃’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인실문학회 회원이다. 시집 <나에게 쓴 편지> <못다한 말> <둘이서 엮는 사연>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12 16:57

곽병창 공연콘텐츠 극본집 '꿈속에서 꿈을 꾸다' 발간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공연콘텐츠극본집 <꿈속에서 꿈을 꾸다>(연극과 인간)를 펴냈다. 책에는 ‘꿈속에서 꿈을 꾸다’를 비롯한 ‘아리랑’, ‘이성계, 해를 쏘다’, ‘녹두새 훨훨’, ‘칸타타 선화공주’ 등 곽 교수가 집필한 정통희극, 창극 등 다양한 장르의 대본이 실렸다. 희곡집이 아닌 대중에게 생소한 공연콘텐츠 극본집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곽 교수는 “봄 한 계절을 가려움과 통증에 시달리며 책을 꾸몄다”며 “그러고 보니 자기 사는 시절을 못 견디게 궁금해하고 가려워하던 이들과 세상의 논리에 무참히 베어져 아파한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에는 정통희극도 있지만 창극, 뮤지컬, 총체극, 칸타타 등 희곡 밖의 이름들로 여럿 섞여 있다”며 “ 이러한 이유 때문에 희곡집이 아닌 공연콘텐츠 극본집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객들과 주고받은 느낌과 신명은 결국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공연콘텐츠 극본집에는 5편의 대본과 더불어 실제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던 사진까지 담겨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곽 교수는 “연극으로 꿈을 꾸고 연극 안에서 꿈을 이야기한 지 어언 수십 년이다”라며 “그래도 이러한 꿈은 아직 생생해 잠과 깨어있는 시간 사이를 가로지른다. 여기까지 같이 온 이들, 그리고 이 꿈의 종착역이 어디든 거기까지 마침내 같이 갈 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대학연극반에서 처음 무대에 선 뒤 줄곧 연기·연출·극작·기획 등의 연극 일로 평생을 보내온 교수는 나이 30세에 창작극회 대표가 됐다. 이후 창작소극장을 짓고 운영하며 십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저서로는 희곡집 <강 건너, 안개, 숲>, <필례, 미친 꽃>, <억울한 남자>와 논문집<연희, 극, 축제> 등이 있다. 현재 그는 우석대 문예창작과에서 극작법을 가르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12 16:57

공학자 김환기 에세이 '흘러간 물로도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다'

공학자 김환기의 <흘러간 물로도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다>(바른북스)가 출간됐다. 쓰고 버린 물을 재생하는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저자는 환경에 대한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이 고민해오던 생각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집요하면서도 자상하게 풀어냈다. 전편 ‘공학자의 소론’과 후편 ‘지역개발의 기억’으로 구성된 책은 단순히 폐수처리에 대한 사회과학적 근거만을 기술하지 않는다. 공학도로서 국내외를 돌아다니면서 틈틈이 유념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글로 엮었으며, 공학도의 날카로운 관점으로 해석한 물과 관련한 글들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서문에서“쓰고 버린 물로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논문도 발표하고 견학도 많이 했다”며 “때로는 기업체의 부탁으로 선진기술을 몰래 빼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가 다소 산만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쓰고 버리는 물의 처리와 맑은 물 공급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1943년 고창에서 태어난 저자 김환기 씨는 전북대 토목공학과에서 수처리공학 등을 강의했다. 동대학 공과대학장 환경대학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전북대 명예교수다. 그동안 <지역 개발과 환경 보존>과 <풍천장어와 갯지렁이>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생물학적 유동층에 의한 폐수처리’ 를 다룬 논문을 제출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12 16:5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사소해서 두렷하고 실제적이며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리 막을 엽니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뜻하는 게 넌지시 드러나 있어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떠올리기 쉽지 않아요. 그러나 다 읽고 난 후, 채 가시지 않은 감동을 데리고 처음으로 와보세요. 안에 있는 것을 흘러넘치지 않게 하여 휴머니즘을 안겨주는 오월의 이파리들이 느껴질 것입니다. 가야 할 길을 가는 간결한 강물을 보게 되겠지요.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여성들을 빨래처럼 비틀어 가혹하게 짜냈던 수녀원 소속 '막달레나 세탁소'는 막강한 세상을 상징해요. 미시즈 윌슨 집에서 가사 일꾼으로 일하던 중 임신을 한 펄롱의 열여섯 엄마는 너무 약하죠. 아버지는 윌슨의 부유한 친척으로 추정될 뿐이죠. 그래도 자식이 없는 윌슨이 그를 돌보며 소박하게 살아갑니다. 농장 일꾼인 네드도 같이 살았는데 집안에 다툼이 거의 없었어요. 펄롱도 윌슨의 배려 덕에 자리를 잡고 살아요. 소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아내와 딸들에게 기쁨을 느끼면서 말이죠. 실업수당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길어지고 있어요. 모든 걸 잃는 일이 쉽게 일어난다는 걸 안 펄롱은 버티고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그렁저렁 어울려 살기를 바라죠. 그리고 딸들이 유일하게 괜찮은 수녀원 여학교를 탈 없이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혀요.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석탄광에 갇힌 아이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도움을 청하는 아이를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 펄롱을 괴롭혀요. 그는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같은 선물을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을까”, 고뇌합니다. 수녀원이 갖는 힘은 사람들이 주는 만큼이라 말하다가, 그와 수녀원 여학교 사이에는 얇은 담장 하나뿐이라는 충고를 들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힘들어했던, 늘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 가고 같이 식사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를 더 나은 혈통으로 만들었던, 그의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네드. 그리고 친절과 격려,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작은 것들로 그의 삶을 이루어준 윌슨. 그 둘 덕분에 그는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을 합니다. 가늠쇠인 왼쪽 손목 아래에서 사소한 차이로 떠난 화살이 멀리 가면 크게 달라지듯 말이죠. 펄롱은 아이를 데리고 나와요.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만, 단 한 번도 이와 견줄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의 삶은 하찮고, 간소하고, 모호했지요. 그러나 안에 웅크리고 있던 것은 품격 있는 불씨였던 것이죠.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돼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6.12 15:55

'바다는 문학의 보고'…제18회 바다문학상 시상식 개최

바다의 소중함을 알리고, 해양문학 발전을 위해 제정된 ‘제18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이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8회 바다문학상은 대상(시)에 박홍재씨, 본상(수필)에 서운정씨가 선정됐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경희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서창훈 전북일보사 회장,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 소재호 바다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최창석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정동영 국회의원(전주시병), 김영 바다문학상 운영위원,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백성일 전북일보 부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올해 18회를 맞은 바다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문학적 성취와 권위가 깊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바다문학상이 크고 높은 등대가 되어 청정바다를 훤하게 밝히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전북일보 사장)는 “바다의 소중함을 문학으로 일깨워주는 바다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2007년 제정된 바다문학상이 해마다 응모자가 증가해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지역민이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동영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바다 그리고 문학, 두 단어 모두 가슴을 뛰게 하는 말 같다”며 “올해 바다문학상을 수상한 세 분께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가난한 전북문단에 중요한 선물을 주신 전북일보사에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최창석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도 “바다문학상의 공모부터 시상식까지 준비해주신 전북일보사와 바다문학상 운영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박홍재 시인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순금 1냥(10돈)이 수여됐다. 본상을 수상한 서운정 수필가는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자 김경희 수필가도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과 순금 10돈을 받았다. 바다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박홍재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어쭙잖은 시를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자리를 만들어준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에 감사드린다”며 “제 시의 첫 독자인 아내와 함께 수상의 영광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바다문학상은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문학상으로, 올해는 시 996편과 수필 206편 등 총 1202편이 접수됐다.

  • 문학·출판
  • 박은외(1)
  • 2024.06.11 19:0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