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몸값
전주를 찾는 식도락가들이 반드시 짚어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비빔밥으로 유명한 성미당이다. 고 이판례 여사가 전주시 중앙동 현재 성미당 자리에서 비빔밥과 깨죽, 잣죽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1965년이니까 벌써 6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주비빔밥 상업화의 효시인 셈이다. 성미당은 이후 딸인 정영자 사장(71)을 거쳐 지금은 손자들이 경영을 맡고있다. 중앙동점은 손녀가, 서신동점은 이판례 여사의 손자가 경영하고 있는데 서신동점은 소석 이철승 전총재의 생가터다. 지금도 성미당 바로 옆엔 소석의 기와집 생가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한때 소석 기념관이나 도서관 건립 움직임이 일기도 했으나 찬반양론이 제기되면서 요즘엔 주춤한 상태다. 소석은 야당 선명성이 문제되면서 김대중, 김영삼 등 양김씨와의 정치투쟁에서 패했으나, 어쨋든 전북출신인 그가 한국 현대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역사를 아는 이들은 비운의 거물 소석 생가를 볼때마다 전북의 초라한 모습을 떠올리며 웅비의 날을 기원하곤 한다. 한국 야당사에서 물줄기를 바꾼 대표적 사건은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신민당 전당대회였다.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3인은 소위 40대 기수론를 들고 나섰다. 유진산 총재는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라며 코웃음을 쳤으나 결국 대선 후보는 김대중으로 결정됐고 훗날 김영삼, 김대중은 차례로 대통령을 지냈고, 소석 이철승은 야당 총재를 역임했다. 정계원로들은 구상유취란 표현까지 썼으나 결국 도전하는 이들에겐 기회가 돌아갔음을 역사는 웅변한다.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들의 후보진영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큰 민주당의 경우 송하진 지사후보를 비롯, 남원 이환주, 완주 박성일, 진안 이항로 후보는 관료로서 생활하다 선거에 뛰어들어 몸값을 올리는데 성공한 대표 케이스다. 익산 김영배 시장후보를 비롯,군산 강임준, 정읍 이학수, 부안 권익현, 무주 백경태 후보 역시 도의원에서 점프해 기초단체장 공천을 따냈다. 김승수 전주시장 후보나 임실 전상두, 고창 박우정 후보 역시 정당이나 관료, 사업 등의 독특한 경력을 거치며 계속 성장해온 경우다. 민주당 도의원 전주지역 공천자는 마치 5~10년전 전주시의원 명단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기초의원에서 점프한 이들이 대다수다. 상대적으로 정당 지지세가 약해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민주평화당도 비슷하다. 임정엽 지사 후보는 도의원에서 시작해, 완주군수, 지역위원장을 지내며 몸을 불렸고, 익산 정헌율, 남원 강동원, 김제 정성주, 완주 박재완, 고창 유기상 후보 등도 새로운 도전이 눈에 띤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몸값이 부쩍 오를 정치인은 누구일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