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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물 관리 혁신"

K-water(사장 이학수)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16일 본사(대전시 대덕구) 6층 대강당에서 임직원과 초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00년 K-water’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선포했다. 이학수 사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앞으로의 물 관리 환경이 지난 50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 영향과 국민들의 높은 물 의식에 따라 물 관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혁신기술 기반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물산업의 구조변화와 물관리시스템 혁신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의 5년을 ‘시장의 추격자’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로 생각한다며, K-water가 전사역량을 결집해 나아가야 할 방향 3가지를 제시했다.첫째, 구조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반을 견고히 구축하는 것. 둘째, 국민 관점의 물관리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것. 끝으로 사회적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이학수 사장은 “1967년 창사 이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며 쌓아올린 자랑스러운 K-water 반세기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백년 국민 물기업’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자”고 밝혔다.

  • 사람들
  • 강현규
  • 2017.11.17 23:02

임차건물의 소유권 변경 후 밀린 차임 청구

乙은 건물 1층에 있는 점포를 보증금 2500만원, 월세 200만원으로 하여 A로부터 임차하여 상점을 운영해왔습니다. 한편, 乙은 A에게 약 3500만원의 차임 등을 연체하였습니다. 이후 甲은 위 건물을 경매를 통하여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소유권이 A에서 甲으로 변경되었습니다. 甲은 乙에게 차임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였고, 乙은 계속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다가 1년 후 甲에게 점포를 인도하였습니다. 甲이 소유권을 취득한 때부터 乙이 甲에게 점포를 넘겨준 때까지, 乙이 甲에게 연체한 차임 등은 약 2400만원입니다. 甲은 乙에게 밀린 차임 등을 청구하여 받을 수 있을까요?乙이 A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연체 차임 3500만원은 ‘채권’이므로, 별도의 채권 양도 절차가 없는 이상 A만이 乙에게 청구할 수 있으므로, 甲과는 무관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乙로서는 임차보증금 2500만원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으니, 乙이 甲에게 주어야 할 연체 차임 채무 2400만원에 대하여는 위 임차보증금과 상계해서, 오히려 甲으로부터 100만원(=보증금 2500-연체차임 24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상 “임차건물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甲이 A의 지위를 승계하여 乙에게 보증금 2500만원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乙이 A에 대하여 연체한 3500만원은 어떻게 되는지 법률의 해석이 문제됩니다. 이에 과하여 대법원은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 전까지 발생한 연체차임이나 관리비 등이 있으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2016다218874). 따라서 위 사례에서 甲이 乙에게 반환해야 하는 2500만원에서, 甲이 경매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 전까지 발생한 3500만원을 먼저 공제하기 때문에 甲이 乙에게 반환해야 하는 임차보증금은 0원이 되고, 반면 乙은 甲이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로 차임 2400만원을 연체했으므로 甲에게 이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법무법인 緣(연)문의 (063) 278-8686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17 23:02

가을이 나를 부른다

가을이다. 황홀한 가을이다. 백두산, 설악산에서 불꽃놀이를 시작한 단풍은 남으로 남으로, 지리산과 내장산으로 내려왔다. 그 짙푸른 녹음은 어이 가고 붉고 노랗고 각양각색으로 물들인 단풍은 많은 관광객을 초빙하여 아름다운 자태로 향연을 펼치고 있다.들녘의 논과 밭에서는 황금빛 곡식과 과실들을 수확하여 저장하는 절기라, 우리 인간들의 가슴에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정감을 한 아름 안겨주는 절기이기도 하다.농촌에서는 농부들이 알알이 영근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으로 지칠 줄도 모르고, 농부 본연의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옛날에는 순 수작업이었지만 지금은 기계화 영농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때쯤이면 농심을 지닌 농민들의 일손은 더욱 바쁘고 분주하다. 농촌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항상 농촌의 환경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농부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격려심을 지니고 있다. 요즘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단풍이요, 단풍 하면 내장산 단풍을 떠올린다. 어제는 문우 5명이 내장한 단풍을 찾아 나섰다. 입구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길섶에 핀 가냘픈 코스모스가 목을 길게 빼고 손짓하며 우리 일행을 제일 먼저 반긴다.단풍 길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황홀 지경이다. 각양각색의 단풍들이 나름대로 자태를 자랑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내장산 온 전체의 산이 붉게 타며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 광경을 보려는 관광객이 어찌나 많이 모였던지 가만히 서 있어도 떠밀려 걷게 되는 이색적 현장이다.주말이라 그런지 단풍도 절정이요, 인파도 절정이다. 날씨도 아주 쾌청하여 단풍 관광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날씨다. 우리 일행 문우들은 단풍에 도취되어 각각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장산에 얽힌 이야기, 단풍에 얽힌 이야기로 즐거운 표정들이었다.내 어린 시절 보아온 가을의 정취는 또한 어떠했던가. 먼 시야에 펼쳐진 초가지붕, 그 위에 덩그렇게 매달린 하얀 박이며 누렇게 익은 호박들이 뒹굴 때면 이제 본격적으로 결실의 계절이구나 실감을 느끼게 했고, 앞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집마다 붉은 고추를 햇볕에 널어놓을 때면 마치 푸른 하늘을 동경이나 하듯, 정렬을 토해낸 것을 볼 때마다 곧 글줄이라도 쓸 것만 같은 센티한 감정에 푹 파묻힐 때도 있었다.그뿐인가. 고요한 밤이면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밤새껏 울어댈 때면 까마득하게 잊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 한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 눈물 어린 밤도 있었지만, 요즘에 와선 왠지 가을 하면 단풍이 마음 전폭을 메우니 나 또한 세월의 무게가 가을에 실린 것 같다.그 뜨겁고 화려한 불꽃처럼 타오르는 단풍도 자연이 엮어내 놓은 꿈의 세계가 아닌가. 그러한 자연의 꿈 정열에 불타는 단풍을 바라볼 때면 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위해 명상에 잠기고 싶은 그러한 욕망을 느끼게 한다.가을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가을을 사랑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공허까지도 소유할 줄 아는 가을의 인간이기 때문이다.자연의 섭리대로 이루어진 꿈, 단풍이 엮어낸 꿈을 나는 실현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본향의 꿈을 불태우고 싶다. 이번 문우들과 함께한 가을 여행은 자연자원을 탐사하며, 문학성을 고취하고, 가을 정취를 만끽한 즐거운 하루였다.△부안 출생인 고재흠 수필가는 2000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뒤 행촌수필문학회장과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전북문협, 전북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신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과 한국예총 부안 예술상을 수상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17 23:02

전북을 담은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키워야

전북은 끝없는 낙후와 추락으로 점점 황폐화해져 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물론이고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 20여 년 넘게 기업 유치를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가 요란을 떨었지만 이렇다 할 기업군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유치되었던 기업들도 하나 둘 보따리를 싸고 있다. 이미 유치 장려금으로 없는 살림에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여되고 난 뒤이다.더 한심한 것은 빈수레만 요란하게 기업 유치를 외치는 와중에 묵묵히 일하며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상식적으로 현재의 전북에 타지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큰 시장이 없고 공항이나 항만을 비롯한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새만금은 30년 가까이 면피용으로 써먹었지만 아직 매립도 요원하다. 전국적으로 노는 땅이 허다한데 누가 물 위나 맨 땅에 투자하겠는가?가끔 갈등을 유발하는 투기나 공해 자본이 입질하며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전북은 대기업은 고사하고 전통적인 소주 브랜드도 없어진 유일한 지역이다. 그 흔한 1군 건설업체도 없다. 타 지역 술대접하며 하청 달라 떼쓰는 형국이다.더 이상 오지 않는 대기업 짝사랑으로 세월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작지만 건실한 지역브랜드를 앞세워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며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벤처를 비롯한 지역 토종 기업들을 지원 육성하고 1군 건설업체가 가능한 토양도 만들며 또 한편으로는 창업을 준비하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골목 상권도 지역 브랜드로 지켜내야 한다. 타 지역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중소상인 살리기는 저들의 무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막아낼 수 없다.지금도 틈만 나면 소비자 선택권을 들먹이며 약한 고리를 통해 잠식의 정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을 장악했다.하지만 척박한 토양에서도 민관이 협력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다. 완주로컬푸드는 정서적 자극에만 호소할 뿐 산품도 별로 없고 신토불이 하나로 버티던 박제화된 직거래 운동을 획기적으로 혁신했다.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가치와 결합하여 시장과 당당히 맞서며 소비형태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완주로컬푸드를 먹거리의 상징적 브랜드로 만들었다. 빵집으로 성공한 군산 이성당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 빵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대표적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다. 한옥마을은 역사와 전통의 지역을 브랜드화한 좋은 예이다.남부시장 구석의 콩나물 국밥을 전북을 대표하는 먹거리 브랜드로 만든 현대옥 콩나물국밥도 있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현대옥 콩나물국밥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 특성과 결합된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전국적 명성과 함께 브랜드화에 성공한 것이다.이러한 예는 하찮게 보이는 작은 가게나 기업 일지라도 가치와 철학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첨가하면 전북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전북의 역사와 전통과 결합된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지역기업들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민과 호흡해야 한다. 돈 벌어 땅이나 사는 졸부 근성을 버리고 양질의 브랜드 유지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투자, 지역 환원과 더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건강한 기업인이어야 지속 가능하다. 지역의 다양한 강소기업들이 성장할 때 지역의 미래가 있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 가치와 철학을 담은 산품을 만드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더디지만 낙후 탈출의 답일 수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17 23:02

국민의당은 광주·전남당 행세 계속할 것인가

국가 예산을 결정 짓는 예산 정국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지역구 의원이 몇 명이나 포함됐느냐다. 특히 큰 틀의 예산안을 놓고 증액과 삭감 권한을 가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에 지역구 의원 포함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국회에 넘겨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되거나 삭감된 예산을 살려내고 또 증액해야 하는 지자체들에게 예산안조정소위에 포함된 지역구 의원 한 명은 그야말로 천군만마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전북과 전남·광주를 기반으로 큰 승리를 거둔 국민의당의 최근 행보는 전북 도민에게 큰 실망을 준다. 최근 구성된 국회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은 여·야 15명으로 구성됐다. 의석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명씩 배정 받았다.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은 2명이고, 바른정당은 1명이다.문제는 국민의당의 행동이다. 더불어민주당이 6명의 위원 중 진무장완주 출신 안호영 의원을, 바른정당이 단 1명 뿐인 몫을 전주 완산을이 지역구인 정운천의원을 선임한 반면, 국민의당은 자당 몫 2명 모두를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으로 채워버린 것이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전북 차별은 예결위원회 위원 선임 때도 나타난 바 있다. 국민의당 몫 7명 중 1명 만 전북에 배정했다가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반발하자 2명으로 늘렸던 것이다. 국민의당이 전북 등 호남을 기반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뤄 목소리를 내고, 안철수 대표가 걸핏하면 호남 운운하면서도 정작 광주·전남당 행세를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전북의 국가예산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과 전북 몫 챙기기 소명을 받은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이 뛰면 기대하는 예산증액을 이뤄낼 것으로 믿는다. 예결위 위원으로 참여한 김종회 등 국민의당 의원들의 관심과 지원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볼 때 예산정국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때다. 그만큼 민감하다. 이 중차대한 때에 잇따라 전북을 외면하니, 지난 총선에서 의석 70%를 밀어준 전북이 벌써 ‘간이 천리’가 됐는지 묻고 싶다. 전북은 같은 호남이면서 광주·전남에 크게 쏠리는 정책과 정치적 행위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전북 몫 찾기’ 구호가 나왔겠는가. 국민의당은 전북 민심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7.11.17 23:02

수능 연기 따른 수험생 피해 최소화 만전 기하라

포항에서 발생한 강도 5.4의 지진으로 어제 치를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됐다. 수능 12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수능 연기가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재지변이 낳은 초유의 수능 연기에 따라 향후 대입 일정 차질 등 여러 문제들이 따를 수밖에 없어 혼란을 최소화 하는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기본적으로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은 불가피했으며, 잘 한 결정이라고 본다. 수능이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수험생의 안전보다 더 우선일 수는 없다. 포항지역의 시험장 곳곳에서 천장과 벽 균열이 나타난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수험생들이 불안에 떨며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여타 지역의 학부모들도 수능 연기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다.문제는 수능 연기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 문제에다 수능 연기로 면접과 논술 등 향후 입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능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온 많은 수험생들이 향후 1주일을 어떻게 관리하고 버틸지 걱정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 대학별 고사 일정에 맞춰 서울 등 타시도에 예약했던 교통편과 숙박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 등의 일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능 후 가족여행을 예정했던 가정에서는 어렵게 계획한 여행 자체를 취소하거나 위약금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수능 연기 사태를 통해 학교 시설물들이 얼마나 내진에 취약한지 드러냈다. 비단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내진 설계가 된 학교가 평균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북의 경우도 내진보강이 필요한 도내 초·중·고교 건물이 82.4%에 이르며, 이에 필요한 예산이 27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연간 내진 보강예산은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학교뿐 아니라 전북지역 자치단체의 공공시설물 내진 투자율은 1.1%로 전국 최하위며, 일반 민간건물의 96%가 무방비 상태다. 수능 연기에 따른 수험생 및 학부모 피해의 최소화와 함께 전반적인 내진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그간 큰 지진이 없었던 전북의 경우 내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을 때 경주·포항보다 작은 강도의 지진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세워져야겠지만, 교육당국과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7.11.17 23:02

갯벌의 귀환

바다를 메우고 땅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간척이라고 한다. 간척이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연안습지, 곧 갯벌이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고(썰물) 나는(밀물) 조석현상에 의해 해안에 생성되어 발달하는 갯벌은 그렇다고 모든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들고 나는 바닷물의 차가 크고 파도가 약한 곳이어야 잘 발달한다.해안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공존한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바다로 흘러들어온 온갖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뛰어난 정화 작용을 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산소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나 된다니 갯벌을 ‘지구의 허파’로 주목하는 근거가 충분하다.그러나 갯벌은 오랫동안 제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갯벌을 없애고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기 위해 나섰으며 남아도는 땅을 가진 나라들조차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갯벌을 없앤 것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의 갯벌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행해져 온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국토의 2.5%밖에 되지 않는 갯벌만이 살아남아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갯벌을 없애고 땅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돌리는 사업, 이른바 ‘역간척’이다.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추산되는 갯벌의 가치에 눈을 돌린 덕분이겠다. 세계적인 간척의 도시들도 역간척을 활발하게 추진해 성공한 사례를 내놓고 있다. 역간척으로 10년 만에 갯벌 생태계를 살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독일의 작은 섬 ‘랑어욱’도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역간척에 나서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방조제를 트고 해수를 유통시켜 되살려내는 ‘갯벌의 귀환’은 의미 있다. 고창 갯벌을 비롯, 서천 유부도 갯벌, 신안 다도해 갯벌, 보성과 순천만 갯벌을 아우르는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으로 확정됐다. 서남해안 갯벌은 오래전부터 유럽의 북해연안, 아마존 강 유역, 미국 동부 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힐만큼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미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는 고창과 신안을 비롯,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거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서남해안 갯벌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로와 염전과 전통마을의 경관이 빼어나고 570여종의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역간척의 시대, 유네스코 등재가 살아있는 갯벌의 역사를 지키는 확실한 통로라면 무엇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17 23:02

허술한 국가 기밀관리

어느 국가든 다른 국가들로부터 감추어야 할 기밀들이 있다. 우리처럼 전쟁의 위협 속에 놓인 나라에서 당장 중요한 것은 군사 기밀이다. 다른 조건들이 비슷할 경우, 군사 기밀은 전투와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군사 기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패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독일군의 에니그마는 기계로 변환되어서 이론적으로는 다른 나라가 풀 수 없는 암호였다. 그래서 독일군은 전쟁 내내 그것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암호의 안전성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에 달렸다. 병사들은 흔히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실수를 한다. 에니그마는 상업용 암호에서 출발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폴란드 정보기관에선 초기 버전을 상당히 해독했다. 그런 자료와 독일군의 실수들과 위대한 수학자 앨런 튜링의 통찰을 바탕으로, 영국 정보기관은 에니그마를 거의 다 해독했다.일본군도 자기 암호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어는 알파벳을 쓰는 서양 언어보다 해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었고, 일본군 암호는 독일군 암호보다 훨씬 쉽게 해독되었다.반면에, 독일군과 일본군은 영국군이나 미군의 암호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거의 모든 전투들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독일과 일본은 이길 수 있었던 전투들에서 오히려 졌다.두드러진 예를 들면, 독일군 암호를 해독한 영국군은 지중해를 건너던 수송선들의 70퍼센트를 격침시켰다. 그래서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북아프리카의 독일군은 에르빈 롬멜 원수의 뛰어난 지휘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국군에 패퇴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작전의 실패는 중동의 석유를 확보하려던 독일의 기본 작전을 좌절시켰다.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은 통신 해독을 통해 일본 함대와 조우할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예측했고 미국 함대는 일본 함대를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이 해전에서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은 일본은 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에게 넘겨주었다. 일본 조종사들은 미군이 망망대해에서 일본 함대를 요격한 것은 너무 이상하다고 지적했지만, 기밀 보안을 챙겨야 할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제독은 암호를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통신 해독으로 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한 미국은 전투기들로 그가 탄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근자에 국군은 북한군에 해킹 당해서 중요한 기밀들을 모조리 탈취당했다. 국방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과연 작전 계획들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범한 치명적 잘못을 피하려면, 국군 지휘부는 북한군이 국군의 작전 계획과 약점들을 모두 알고 대비한다는 가정 아래 작전을 해야 할 것이다.북한의 해킹은 외주 업체 직원이 실수로 외부와의 연결 고리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해명했다. 그 직원의 실수가 정말로 실수였는지, 그런 실수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한 국방부의 실수가 정말로 실수였는지 시민들로선 불안할 따름이다.분명한 것은 모든 문제들을 실수로 돌리면 보안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밀 보안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패로 평가된 2013년의 국가안보국(NSA) 기밀 유출은 외부 전문가 에드워드 스노든이 저질렀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밀 안보에서 외주 업체들의 몫이 더욱 커질 터이므로, 그들을 통한 기밀 유출을 막을 방도를 강구하는 것은 긴요하다.국군의 취약한 기밀 보안은 우방이 우리와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중요한 정보들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우리로선 큰일이다. 며칠 전 미군 사이버사령관 마이클 로저스 제독이 공개적으로 송영무 국방장관을 만난 일이 미군의 걱정과 경고를 뜻한다고 보도되었다.이런 상황은 국군만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사정을 잘 인식하고 국군에 대한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어야, 비로소 국군이 제대로 북한군을 막아낼 수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17 23:02

[新팔도유람-시릴듯 반짝이는 낭만, 경북 영양] 은하수를 여행하러 오신 당신께…최고의 밤하늘 지도를 드립니다

별 헤는 밤. 시인 윤동주는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憧憬)과/별 하나에 시(詩)와/별 하나에 어머니라고 노래했다. 아마 윤동주가 본 밤하늘에는 드문드문 별들이 반짝였을 것이다. 그러니 별 하나씩 헤아리며 마음을 담아봤지 않을까.쏟아질 듯 수많은 별들이 온 하늘 가득 잔치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바라본다면 아마 그의 시는 달라졌을 것이다. 시린 밤하늘, 우수수 쏟아지는 별빛의 향연은 금빛ㆍ은빛가루를 뿌려놓은 듯 화려하기 때문이다.경북 영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두운 도시이지만,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다. 시(詩)가 있고 별이 있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누구나 로맨티스트가 될 수 있다,△별빛이 내린다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영양 수비면 일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진데다, 워낙 산이 높은 지역이다보니 해도 일찍 진다. 본격적인 쇼타임을 앞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어스름이 짙어지자 이게 뭐라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며칠 동안 일기예보를 들여다봐가며 몇 번 여행 일정을 바꾼 보람이 있을까. 오후부터 하늘에 드리우기 시작한 옅은 구름층이 못내 신경쓰였지만 하는 수 없다. 이제부터는 신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완연한 밤이 내렸다. 그리고 차 문을 열고 내려서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탄성이 올라왔다. 아아~하는 경탄 외에는 생각조차 순간정지해버렸다. 촘촘히 빛나는 무수히 많은 별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압도감이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남쪽에 별똥별 하나가 하늘을 긋는다.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잠시 후 가로등 불빛까지 완전히 꺼지자 하늘은 또 다른 빛깔을 드러냈다. 별의 숫자는 몇 배 더 많아져 반짝이는 모래사장 같은 하늘 한가운데 우유빛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은하수다, 차가운 늦가을 공기 속 별들은 더욱 초롱초롱 빛을 발했다.우리나라에서 맨눈으로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도시에서는 목이 빠져라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쳐다봐도 밝게 빛나는 별 고작 몇개를 찾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영양에서는 굳이 별을 헤일 필요가 없다. 영양 출신의 시인 조지훈이 꿈이야기라는 시에서 별빛 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고 쓴 이유를 알것 같다. 육지속의 섬이라 불리는 영양은 접근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접근 가능한 고속도로는 고사하고 4차로나 철로도 놓이지 않은 국내 유일한 지역이다, 일월산, 통고산, 백암산으로 둘러싸인 산간내륙지방으로 1천m가 넘는 태백산맥을 넘어야 영양 땅에 닿을 수 있다. 덕분에 이곳은 별을 얻었다. 빛의 공해, 즉 광해(光害)가 전혀 없는 청정 지역으로 지난 2015년 10월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차가운 공기 속 깨끗하게 빛나는 별원래 영양 반딧불이천문대의 야간 운영시간은 오후 7시 30분부터 8시까지 30분이다. 탐방객들에게 망원경을 통해 천체관측의 기회를 제공하고,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도 들려준다.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 취재진 외에는 탐방객이 아무도 없어 조금 이른 시간 개인 특강의 행운를 안았다.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 직원의 레이저 빔이 밤하늘을 가르자, 별빛 바다 화폭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곳 직원 김경호 씨는 원래 은하수는 여름철 관측하기 쉽지만, 이른 시간이다보니 은하수가 하늘 한가운데 놓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하수를 한가운데 두고 좌우로 견우 직녀성이 밝게 빛나고, 십자가 모양의 백조자리도 보인다. W 혹은 숫자 3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한가운데 북극성도 눈에 들어온다. 밤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이다보니 늦가을, 겨울철 별자리는 아직 산 뒤에 숨어있다는 설명이다. 겨울철 별자리에는 오리온자리와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토끼자리, 에리다누스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외뿔소자리, 마차부자리, 게자리 등이 속해 있다.흔히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에 별관측에 나서지만, 사진 작가들이 최고의 별사진을 건지는 것은 겨울철이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별은 유난히 빛난다. 건조한 대기가 하늘을 유리처럼 더 선명하게 표현해주는데다, 땅과 대기의 기온 차로 발생하는 산란 현상은 별을 더 반짝이게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관측할 수 있는 15개의 일등성 중 7개가 이맘 때 몰려있기도 하다. 추위를 견딜 방한복을 든든히 챙기고 밤하늘 우주쇼를 관람해야만 하는 이유다.반딧불이 천문대라는 명칭처럼 이곳에서는 반딧불이도 관찰할 수 있지만 그 시기는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 그리고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정도로 한정돼 있다.△서정적인 문학의 세계속으로영양의 밤 최고의 볼거리가 별이라면, 낮에는 낙엽을 밟으며 낭만적 문학기행을 즐길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문향(文鄕)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제법 이름난 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중 백미는 두들마을이다. 두들은 둔덕의 순 우리말로, 두들마을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의 고향이며, 음식디미방의 저자이자 여중군자라 칭송받았던 장계향이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기품 넘치는 한옥의 우아한 곡선이 파아란 늦가을 하늘로 솟아오른 풍경이 한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벽에는 한해를 힘겹게 살아낸 담쟁이들이 발갛게 마지막 힘을 불태우며 붙어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인 이곳은 1640년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을 피해서 들어와 개척한 후, 그의 후손인 재령 이씨들이 집성촌을 이뤘다. 현재도 석계고택을 비롯해 주곡고택, 석간고택, 유우당 등 30여 채의 한옥을 만날 수 있다.음식디미방 체험관과 교육관을 시작으로 돌담길 예쁜 한옥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다보면 마지막 두들책사랑이라는 예쁜 문패에, 마당 한켠에는 빨간 느린우체국 통이 놓여진 집이 눈에 들어온다. 옆에는 으리으리한 규모의 한옥 한 채가 서 있지만 누구의 집인지 알아볼 길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책의 온기와 향기가 넘치는 두들책사랑은 책과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이다. 얼핏 카페 같기도 하지만 오해다. 먼 길을 달려 두들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성화에 간단히 원두커피만 판매하고 있다.이곳 책사랑방 운영자에게 물었더니 바로 옆 큰 한옥이 바로 이문열 작가가 거처하는 광산문학연구소라고 했다. 굳이 문패를 달지 않았기 때문에 관광객은 찾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이 작가는 틈만 나면 두들마을에 머물며 글을 쓰고, 후배 소설가들에게 집필공간을 내준다. 두들마을은 그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그가 잠시 살았던 곳이자 문학의 바탕을 둔 곳이다. 2001년 그는 결국 이곳에 돌아와 광산문우(광산문학연구소 건물에 쓰인 현판)라 이름지었다.그 외에도 영양군에는 오일도 시인의 생가와 시공원, 시인쉼터, 문학테마공원이 있는 감천마을을 비롯해, 청록파 시인 조지훈 생가인 호은종택과 월록서당, 지훈문학관, 전통한옥마을로 지정된 주실마을이 있다. 또 영양과 지척에 있는 청송 진보면에는 김주영문학관이 자리잡고 있어 함께 돌아보면 더욱 좋다.● TIP-영양 김장축제몇 해 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되며 깨물어 먹으면 캬~ 영양고추를 몰라여 영양고추~라고 영양고추 CF에까지 등장했던 당시 고기환 어른을 기억하는가. 영양은 고추의 고장이기도 하다. 가로등마다 빨간 고추가 달려 있을 정도다. 고랭지 지역으로 배추 역시 품질이 좋다. 이런 지역특산물을 주제로 한 2017년 빛깔찬 영양김장축제가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영양군민회관 일원에서 개최된다. 김치와 김장재료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직접 취향대로 김치를 담가 가져갈 수도 있다./매일신문=한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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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7 23:02

[한방칼럼-한포진 한의 치료]재발 잦아 초기 적극치료 중요

한포진은 주로 손바닥발바닥손가락의 측면에 가려움을 동반하는 1~2mm 크기의 수포가 발생하는 습진성 피부 질환이다. 소수포가 커지면서 서로 합쳐지기도 하고, 물집이 터지고 피부가 갈라지면서 진물이나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기간 지속되면 손톱, 발톱의 변형이 동반되기도 한다.한포진은 전 연령층에서 발생 가능하며, 대개 40세 이전에 잘 생긴다. 발병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중요한 유발 인자로 추측되며, 대개 여름철에 악화된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 다한증 등과 같은 피부 질환, 니켈이나 크롬 등의 금속 물질에 대한 접촉, 아스피린, 경구 피임약 등의 약제 및 흡연 등과의 상관성이 보고되고 있다.한포진은 손바닥발바닥과 같은 노출된 부위에 발생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소수포와 함께 열감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매우 가려운 것이 특징이다. 소수포를 터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염증이 악화되거나 상처로 인해 2차 감염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일반적으로 한포진 치료 시 증상에 따른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국소 도포 및 경구 투여, 항생제 투여, 습포, 광선 치료(PUVA)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는 한포진에 대한 반응이 적은 편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의 경우 효과는 빠르나 재발을 막지 못하고 반복적인 투여로 인한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만성 재발성 한포진에는 부적절하다는 보고가 있다.한의학에서 한포진은 전라포(田螺泡), 마의와 등의 범주에 해당하는데, 치료에 있어서는 습열온적(濕熱縕積), 음허내열(陰虛內熱), 심비양허(心脾兩虛), 혈열(血熱) 등으로 변증한다.특히,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여름에 악화되며, 수족다한증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에서 호발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한의학적으로 비주사말(脾主四末)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에 의한 심화(心火)와 오심번열(五心煩熱) 등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열이습해독(淸熱利濕解毒), 건비제습이수(健脾除濕利水), 자음청열(滋陰淸熱), 보익심비(補益心脾), 청열량혈(淸熱凉血), 조화영위(調和營衛) 등의 치법을 사용하며,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 사황산(瀉黃散), 해독사비탕(解毒瀉脾湯), 제습환(除濕丸), 삼령백출환, 지백지황환(知柏地黃丸), 귀비탕(歸脾湯),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 등의 처방을 사용한다. 또한 침구치료를 통해 가려움증을 개선하고 피부 면역력을 강화하며, 한의외용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완화시키고 2차 감염을 예방한다.한포진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저하된 피부 면역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만성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 면역기능 정상화를 위하여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리 기전, 즉 면역 기능인 정기(正氣)를 보(補)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인자인 사기(邪氣)를 제거하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이는 질병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 몸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며,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서 질병이 스스로 치유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한포진 치료 역시 이러한 원리가 중요하게 적용된다.한포진은 만성적으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 발에 유해물질이나 자극되는 물질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손을 씻은 후 물기를 잘 말려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도록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휴식 및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이 동 효 우석대 부속 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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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7 23:02

[새단장한 전주병원 응급의료센터] "환자의 안녕·건강 최대 목표로 진료할 것"

응급이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에 위급한 상태로 인해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응급질환이나 손상 치료를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인 응급의학을 바탕으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진료 과목으로서 응급의학과가 있다.최근에는 각종 재난과 사고가 다양해지고, 환자의 생명을 위해 1분 1초를 다투는 일이 빈번 해지면서 체계화된 응급의료 서비스는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시대흐름에 맞춰 의료법인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은 지난 8월부터 병원 응급의료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 지난 10월 새롭게 단장하고 본격 진료에 들어갔다.1996년 개원이후 21년 동안 전문응급센터를 운영 중인 전주병원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한단계 더 높은 응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전주 서부권역 응급환자들을 담당할 새로운 응급의료센터는 구급차전용출입구와 열감지기로 감염병환자, 의심환자 선별, 병상 간격 확보, 최적화된 환자 진료동선, 보호자대기실 등 시설 및 환경은 최신 기준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설비 됐다.더불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에게는 필요시 주차대행, 일대일 상담, 환자동행 서비스 등의 비의료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리모델링으로 기존 응급실은 제1응급실(10병상)과 제2응급실(10병상)로 나뉘었고, 이를 통해 응급환자에 대한 집중치료가 가능해졌다.환자 내원 시 열감지 카메라를 통한 고열환자 및 감염의심환자를 선별하고, 병상 간격도 보건복지부 시설기준인 1.5m를 확보하고 최신 장비를 구축해 쾌적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응급상황에 맞는 진료와 검사가 가능하도록 검사실로 가는 환자의 이동동선도 최적화됐다.응급실 진입구간 주차문제도 개선해 구급차 주차공간을 확대, 구급차량들이 빠르게 응급실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전주병원은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전국적인 대형병원들과 진료협력체계도 갖췄다.특히 설명간호사와 서비스매니저 도입 등 비 의료서비스도 전문화됐다.시설 뿐만 아닌 응급 인력도 상주중이다. 가벼운 외상부터 중대한 처치수술까지 임상분야에 다방면으로 많은 경험을 가진 6명의 전문의가 센터에 상주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임상택 응급의료센터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질환을 비롯해 각 질환별로 전문 의료팀을 구성하고 각 질환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안녕와 건강을 최대의 목표로 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임신호 전주병원장은 새롭게 변화된 응급의료센터를 지역민에게 알리고 지역 의료서비스 등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발맞추어서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영경의료재단 최정웅 이사장은 응급의료센터의 의료진과 간호사를 확대해 제1응급의료센터와 제2응급의료센터를 더욱 활성화 시켜 365일 24시간 지역의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더불어 응급의료의 질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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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세종
  • 2017.11.17 23:02

[전북,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다] ④ 프랑스 파리 12지구 프롬나드 플랑테·베르시 빌라주 (상) '공공성+상업성' 시민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되돌려주다

프랑스 파리는 가장 중심에 위치한 1지구를 중심으로 나선형(시계 방향)으로 총 20개 지구로 나뉘어 있다. 흔히 서울이 한강을 기준으로 구도시 강북과 신도시 강남으로 나뉘듯, 파리는 센강을 중심으로 구도시 동쪽과 신도시 서쪽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12지구는 파리 동남쪽이다. 옛 고가 철도, 포도주 창고, 외곽순환도로 등이 혼재된 지역이었다. 세계 최초의 공중(空中) 정원 프롬나드 플랑테, 파리의 첫 쇼퍼테인먼트(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말) 베르시 빌라주는 모두 이 12지구에 위치한다.프롬나드 플랑테와 베르시 빌라주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궁극적으로 파리 도시재생사업은 시민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되돌려줬다. 산책하고, 커피 마시고, 쇼핑하는 일상 말이다. 오래된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시민이 의미 있는 논의와 협의를 도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뿐만 아니라 역사성과 친환경성도 담보하게 됐다.특히 눈에 띈 점은 프롬나드 플랑테와 베르시 빌라주 도무 공공성과 상업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이 공공시설뿐 아니라 상업시설, 교육시설, 주거시설 등 실생활과 연계해 다양한 양상으로 추진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결국 도시재생사업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가 철도가 공중정원으로, 프롬나드 플랑테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로 오르는 계단은 영화 <비포 선셋>이나 사진 속에서 보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이런 곳에 공원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 의문은 완벽히 불식했다. 푸른 나무와 알록달록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프롬나드 플랑테는 지난 1859년 파리 12지구 바스티유 지역과 벵센 지역을 잇기 위해 지상 10m 높이에 건립한 길이 4.5㎞의 고가 철도다. 그러나 지하철 건설로 기능을 잃으면서 1969년 운 행이 중단됐다. 일부는 다른 노선에 통합되고, 나머지는 뾰족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1980년대 중반까지 방치됐고, 흉물로 전락했다. 지상 10m 높이에 설치된 철길과 이를 지탱하기 위해 세운 아치형 구조물 64개를 철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건축가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고가 철도 폐선부지와 기존 구조물을 재활용하자는 방안이 제기됐지만, 고가 철도를 리모델링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그 사이 고가 철도 일대는 차츰 활력을 잃고, 범죄 위험이 도사리는 우범지역이 되면서 점차 슬럼화되었다.프롬나드 플랑테가 빛을 보게 된 계기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그랑 프로제(Grands Project)였다. 미테랑 대통령은 1981년 취임 직후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문화예술시설 확충 프로젝트인 그랑 프로제를 발표했다. 오늘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오르세미술관, 미테랑국립도서관,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이 과정에서 1984년 바스티유 역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을 건립하면서 인근 프롬나드 플랑테도 재주목받았다. 조경건축가 자크 베겔리와 건축가 필립 마티유는 폐선부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중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했다. 길게 선형으로 뻗은 철로의 구조적인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정원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산책로는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 연못 등이 운치를 더한다.특히 1㎞에 이르는 하단부 아치형 구조물 64개는 상점가로 개조해 르 비아딕 데자르로 탈바꿈했다. 건축가 패트릭 베르제는 붉은 벽돌 아치가 풍기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개별 상점가를 설계했다. 이 안에는 악기, 보석, 가구 등 수공예 예술가의 아틀리에와 매장,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다. 도심의 골칫거리였던 고가 철도는 공원으로, 버려졌던 아치형 구조물은 문화예술 공간이자 상업공간으로 변신했다. 물리적인 재생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재생까지 이뤄낸 셈이다.△포도주 창고가 쇼핑몰로, 베르시 빌라주파리 12지구에 있는 베르시 빌라주(Bercy Village)는 2001년에 문을 연 쇼핑몰이다. 원래는 19세기까지 부르고뉴와 보르도 등에서 생산된 포도주를 저장하고, 이를 전국으로 공급하는 창고 밀집 지역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베르시 인근에 대한 개발이 추진되면서 지가가 상승했고, 창고는 외곽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교통 발달로 소비자들도 생산지에서 직송으로 포도주를 받아보게 됐을 뿐만 아니라 포도주를 운반하던 기차 운행도 중단되면서 베르시는 포도주 물류 중심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파리는 포도주를 운반했던 철로와 철로 좌우로 길게 늘어선 포도주 창고 42개, 울퉁불퉁한 돌바닥 등을 그대로 보존했다. 포도주 창고는 1층의 문 2개, 2층의 창 1개, 삼각형 지붕 등 동일한 모양이다. 대부분 포도주 창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용도에 따라 창과 문을 유리로 개조한 게 전부다. 그 덕분에 과거 포도주를 저장하고 운반했던 마을 정취가 고스란히 남겨질 수 있었다.옛 포도주 창고에는 대형 영화관을 비롯해 유명 의류화장품액세서리 상점,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섰다. 낮에는 파라솔을 설치해 카페테리아로 활용한다. 인근에는 아름다운 호수로 꾸며진 베르시 공원과 특색있는 조각상들이 자리한다. 주민들이 가꾸는 정원과 과수원도 있다. 파리의 첫 쇼퍼테인먼트로 파리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이 찾는 인기 장소다. 식사와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쇼핑하는 사람들. 베르시 빌라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관광객보다는 파리 시민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누리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7.11.17 23:0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68. 안달이 나다-속이 타서 달아오른다

안달은 안이 달아오르다란 뜻을 가진 말이다. 안은 온갖 장기가 있는 몸속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 말은 곧 속이 타서 달아오른다는 뜻이다. 흔히 어떤 일의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속을 태우며 안타깝게 고민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말에는 마치 죽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말끝마다 죽고, 죽겠다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쓰고 있다.가령 좋아 죽고, 싫어 죽고, 예뻐서 죽고, 배고파 죽고, 배불러 죽고, 맞아 죽고 싶다 등이다. 말로만 보면 온통 죽이는 살벌한 세상이다. 한때는 우리 사회가 마치 무슨 도살장이라도 된 듯, 마누라 죽이기란 영화에 전직 대통령인 김대중 죽이기까지, 말로 따지자면 거의 한 번씩 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음이 놀랍다.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만큼 이제부터 죽겠다는 부정적인 표현보다 살겠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꾼다면 더 이상 우리의 삶이 사(死)의 찬미가 아닌, 생(生)의 찬미로 바뀔 것이다.그렇게만 된다면 지겨워 죽겠다던 가정, 학교, 직장, 사회뿐만 아니라 나아가 나라 전체가 함박웃음꽃이 필 날도 멀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누구 죽이기가 아닌, 누구 살리기로 바뀐다면 수많은 생명이 살아나는 삶의 기쁨이 가득한 세상이 올 것이다.요즘 주변을 보면 남들을 비교하고 또 비교해서 깎아내리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안달은 조급증의 일부다. 항상 바쁘고 긴장된 삶을 사는 현대인은 누구나 조급증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급증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변형돼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못 참는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7.11.17 23:02

[다음국악관현악단 정기공연] 지역 국악청년들 열정의 선율

많을 다, 소리 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고자 시작된 젊은 국악인 단체 다음 국악관현악단(단장 최유정)이 오는 19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연다.주제는 풍류도시. 전주의 화려한 역사와 풍류의 멋을 담은 천년전주와 혼돈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의 인생을 표현한 태풍의 눈, 화합과 통합을 주제로 한 아리랑 판타지아 등의 웅장한 국악관현악곡을 들려준다. 박승인 테너와의 성악 협연곡 강 건너 봄이 오듯 등과 화려한 모듬북협주곡 풍류도시도 기대를 모은다.창단한 지는 1년 남짓이지만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공연에 초청돼 10회가 넘는 무대를 선 다음국악관현악단.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40명 이상이 모인 단체가 유지되기 지는 열악한 공연 지원비,무대 환경 등의 어려움도 있다.그런데도 이어갈 수 있는 건 국악의 악기로도 서양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클래식에 못지않은 관현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참여한 단원들의 열정 덕분이다.또 악단의 예술 감독이자 작곡자, 지휘자를 맡은 강성오 씨가 중심을 잡아줬다. 연주자들과 직접 만든 곡에 대한 해석을 함께 하며 음악의 이해도를 높이고, 지휘자로서 연주자들의 올바른 곡의 방향을 잡아주는 과정을 통해 다음국악관현악단의 다양성과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강 예술 감독은 비영리 민간단체인 다음국악관현악단이라는 지붕 아래 들어온 우리들의 목표는 국악창작음악의 끝없는 발전이라며 아직은 작은 씨앗이지만 지역의 거목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보현
  • 2017.11.17 23:02

근현대 100년사 애국 인물들을 불러내다…한숙 개인전,'차라리 언더바'

콧수염을 단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운형의 얼굴이 휘어진 서까래 안에 담겨 있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와 2대 교주 최시형, 고광순 구한말 의병장과 그를 위한 추모시를 쓴 매천 황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인 박열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 대장 김창수(백범 김구)와 항일여성운동계의 대모 김마리아, 게릴라항일전투의 전설 홍범도, 전태일과 염호석 열사 등. 한숙 미술가가 근현대 100년사를 지켜온 인물들을 미술로 끄집어냈다.23일까지 전주 복합문화공간 차라리 언더바에서 열리는 한숙 작가의 개인전은 쓰러져간 들풀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작업이다.그는 지난해부터 조선 말기 의병과 동학농민, 그리고 독립운동가와 민주투사, 노동자 등 역사 속에서 당당히 맞섰던 사람들을 버려진 한옥고재에 담고 있다.지난 2015년 옛 전북도청사를 철거할 당시 도청사에서 나온 오래된 나무 기둥들을 얻게 됐다. 그것을 하릴없이 마당 구석에 놓아두길 1년, 역사성이 있는 나무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웅들의 정신을 불어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 작업은 그들을 마주하며 역사 속에 함께 서는 것이라며, 단절된 과거의 인물이 아닌 이들과 연장선에 서 있다고 느끼면서 이들의 인생을 통해 나의 방향, 위치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7시 전시장에서는 한숙 작가가 작업에 관한 강의도 한다.한편, 전시는 전북민족미술인협회가 대안미술민중미술 공유를 위해 운영는 문화거점 차라리 언더바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농민작가 박홍규 미술가 등 전북 민미협 회원들의 개인전이 연말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김보현
  • 2017.11.17 23:02

[25회 전북소극장연극제] 소극장서 연말 추억 만들어요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가 다음 달 30일까지 전주와 익산에서 제25회 전북 소극장 연극제를 연다. 이번 연극제는 소극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6개 연극 단체가 참여한다. 축하 공연으로 창작극회의 두 발은 나쁘고, 네발은 좋다, 제주도 극단 가람의 제주 이야기 등 두 작품을 마련했다.△창작극회, 두 발은 나쁘고 네발은 좋다 (11월 26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 조지 오웰이 쓴 소설 <동물농장>을 재해석했다.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비판하고, 혁명이 성공을 거둔 후 어떻게 변질되는지 보여준다. 연극은 바로 이 지점, 혁명 이후에 시선을 둔다.△문화영토 판, 콘트라베이스와 플룻 (11월 17일~12월 2일 전주 소극장 판)= 상극인 두 여자가 한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연극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둘. 끊임없는 관계 맺음을 통한 소통, 인연의 의미를 되새긴다.△극단 가람, 퓨전 마당극 제주 이야기 (12월 2일 전주 아하아트홀)= 제주 여인의 억척스럽지만 지혜로운 삶을 마당극 형태로 풀어냈다. 해녀춤과 물허벅춤 등을 통해 제주 여인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제주 결혼 풍습과 농경 문화도 보여준다.△극단 작은소리와동작, 빈방 있습니까? (12월 2일~17일 익산 소극장 아르케)= 성탄절을 앞두고 성탄 연극을 준비하는 어느 교회 고등부 연극반, 연출교사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진아 덕구에게 여관 주인역을 맡긴다. 진통을 겪지만 덕구는 눈물겨운 연습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간다.△극단 자루, 달빛 블루스 (12월 15일~24일 전주 소극장 판)= 낡고 오래된 클럽 달빛 블루스를 지키는 사장 순정이와 웨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정배는 재기를 꿈꾼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상을 그렸다.△극단 명태, 프러포즈 (12월 21일~30일 전주 아하아트홀)= 러시아 극작가 안톤체호프의 원작을 각색했다. 청혼하러 온 남자와 청혼 상대인 여자가 다투고, 화해하고, 또 다른 이유로 다투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다면성을 나타낸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17.11.17 23:02

[길따라 맛따라 ⑥ 군산 근대역사거리 맛집] 맛깔난 음식으로 오감 만족하고 시간여행 출발~

군산의 근대 역사는 곧 군산항의 역사다. 군산항에 도나드는 선박의 뱃고동 소리가 높았을 때 군산경제는 꿈틀거렸고. 반대일 때 군산은 휘청거렸다. 일제 강점기 군산항은 일본으로 쌀 반출 핵심 통로였다. 1933년 기준 국내 쌀 생산량의 53.4%가 일본으로 반출됐으며, 그중 20%가 군산항을 통해 나갔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군산은 1930년대 성장했고, 그 뒤 성장을 멈춘 후, 화석과도 같은 도시로 추락했다는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현재 군산관광의 아이콘이 된 군산 역사문화의거리는 1930년대 중반 이전에 대부분 완성됐다. 도심 주요 도로와 철도가 항구를 향해 뚫렸고, 세관과 우체국 등 관청과 은행포목점미두장 등 상가도 내항 주변에 집중됐다. 항만 인접지역 거리를 지금도 일각에서 본정통이라 부른다. 일제 강점기 군산항에는 남부여대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렸고, 길거리에 판 하나만 놓아도 장사가 됐다고 군산 향토사학자 이병훈 시인이 생전에 들려줬다. 군산내항 주변이 일제 때 가장 경기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인 대부분은 부두막노동 일꾼이었고, 거리에서 목로판을 깔고 감자 고구마떡장수 등 밑바닥 생활을 했다는 말도 곁들여서다.오늘에 이르러 일제가 남긴 잔재들이 군산의 관광산업을 떠받드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는 2000년대 이전까지 생각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 지어진 건축물의 보존과 철거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 많은 논란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건물이 헐리기도 하고, 철거 직전에 살아나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등록문화제 제도를 도입하고, 군산시가 근대문화유산벨트화지구 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역사문화 관광지로 정비하면서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군산의 주요 근대역사 콘텐츠들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도보로 20분 이내에 집적해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옛 군산세관을 비롯해 일본 제18은행을 개조해 만든 군산근대미술관, 미곡창고였던 장미공연장, 적산가옥이었던 장미갤러리, 조선은행을 개조한 군산근대건축관, 일본 건축양식의 숙박시설인 고우당, 영화촬영지 초원사진관, 일본식 사찰 동국사, 진포해양공원 등이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이런 군산 근대역사문화의거리가 전국적인 관광명소임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맛집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같이 군산 근대거리에서도 줄을 서서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 앞은 주말이면 긴 줄로 장사진을 이루며, 1951년 문을 연 근대건축관 건너편의 중화요리점 빈해원도 관광객들로 넘친다. 복성루, 쌍용반점, 용해장, 지린성, 수송반점 등도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중화요리 맛집들이다.△역사지구로 뜬 한일옥줄 서 기다리는 군산근대거리의 맛집 중에 한일옥이 있다.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블로거 등을 통해 이름난 맛집이며, 군산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음식점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과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음식점 건물은 1937년 지어졌다. 외과 병원으로 사용되다가 레스토랑, 보신탕집으로 변신을 거듭한 끝에 4년 전 현재의 한일옥으로 주인이 바뀌었다.주인 김혜주씨(50)가 이 집으로 오게 된 사연에 인간미가 물씬 묻어났다. 음식점은 40년 전 김씨의 시이모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고팠던 시절, 소고기 국물이라도 배불리 먹이고 싶어 선택한 메뉴가 무국이었다. 현 음식점 바로 옆 허름한 집에서 시작한 한일옥은 초기에는 주로 운전기사들이 이용한 기사식당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군산 시민들에게 알려졌고, 관광객 유입에 따라 음식점은 대박이 났다.김씨는 비를 맞으면서까지 30~40분씩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면서 3~4년 전에 구입한 현 장소로 이전을 결심했다. 번듯한 집으로 이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보고 그 전까지는 허름한 집을 고수했단다. 큰 곳으로 옮기면 손님들이 줄 서 기다리는 일이 없을 것으로 여겼으나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손님들에게 미안하단다. 평일 평균 700명, 주말 1300~1400명의 손님을 맞는다.한일옥의 주 메뉴는 무국이다. 특별한 밑반찬이 제공되는 것도 아닌 데,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비결이 궁금했다. 깔끔한 국물 맛이 비결이다. 콩나물 국밥을 대신할 수 있는 해장으로 엄지 척이다. 소고기와 무를 넣고 50분 정도 끓인 물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8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대신 소고기, 국물, 밥은 무한리필이다.음식점 2층을 옛 생활용품 전시장으로 꾸려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옛날 전화기, 라디오, 축음기, 주판, 놋그릇, 유기 수저, 향로, 징, 반닫이, 고리짝. 붕어빵 틀 등 과거로의 여행에 걸맞게 진열된 골동품(?)들이 근대거리와 잘 어울렸다.△옛 추억의 아복식당한일옥의 무국은 군산 음식의 상징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 군산의 대표 음식으로 회와 꽃게장, 아구(복), 물메기 등이 꼽힌다. 특히 군산의 지역명을 단 아구집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군산에서도 군산복집수풍회관 등 이름난 아구집이 즐비하다. 역사지구에서 조금 벗어나 째보선창에 인접한 아복식당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복 전문점이다.군산 내항 주변의 집들이 다 그렇듯, 이 음식점 역시 일제 때 만들어진 가옥이다. 지붕이 뚫려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이했다. 음식점은 1986년부터 30년 넘게 부두사람들과 애환을 같이 했다. 3년 전 작고한 친정어머니와 함께 15년째 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신소정씨(42)는 역사지구의 음식점과 달리 경기상황이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새만금방조제 완공 후 복이 잡히지 않은 데다, 대명동 화재사건 후 유흥가들이 문을 닫은 영향이 크단다. 인근 재래시장조차 사람이 없단다. 주인 신씨는 고기가 잘 잡혀서 IMF가 있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고 옛날을 그리워했다.그럼에도 이 집 음식점이 굳건한 것은 예전의 단골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에서 복 요리가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복을 원료로 쓸 수 있는 복 생산지가 인근이었고, 부식으로 쓸 수 있는 해산물 등 식재료들이 풍부해서다. 지금의 복 재료는 부산에서 조달한다. 팔딱팔딱 뛰는 복은 아니어도 산 채로 냉동을 시켜 선도를 좋게 하는 게 기본이다. 오래 끓여 진한 맛을 빼는 대신, 재래식 된장으로 간을 맞춰 깊은 맛을 내는 게 이 집의 비결이다. 복 양이 푸짐하고, 파 무침 등 싱싱한 밑반찬도 자랑이다. 군산의 차가운 갯바람을 맞고 나서 찾았던 얼큰하고 시원한 복탕이 다시 그립다.

  • 기획
  • 김원용
  • 2017.11.1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