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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65)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1

현재의 당왕(唐王) 이치(李治)는 당태종 이세민의 아홉째 아들이다. 이세민에게는 17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왕비인 문덕왕비한테서 낳은 왕자는 장남인 승건, 넷째 아들 태(泰)와 아홉째아들 치(治), 셋뿐이었다. 그런데 장남인 왕태자 이승건(李承乾)은 남색을 밝힐 뿐만 아니라 성격이 괴상해서 이세민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남색의 상대자인 칭심(稱心)이라는 미소년을 죽여버리자 이승건은 더 미쳤다. 죽은 칭심의 초남을 만들어서 제사를 지내고 눈물을 흘리면서 배회했으니 태종 이세민의 울화가 터지지 않을 리가 없다. 또한 태종은 넷째 황자 태를 사랑했다. 이승건은 다리 병신이어서 제대로 걷지를 못했는데도 놔두었고 태가 비만해서 걷기 힘들어하자 그에게만 궁중에서도 수레를 탈 수 있도록 허락할 정도였다. 그러자 태에게 황태자를 이양할 눈치를 챈 이승건이 자객을 보내 태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했다. 다시 왕자간 내분이 일어날 분위기였다. 그래서 태종 이세민은 아홉째 아들 치(治)를 후계자로 세운 것이다. 이것이 치(治)가 당왕이 된 이유다. 그것이 정관 17년, 서기 634년이었고 태종은 6년후 정관 23년, 서기 649년에 51세로 죽는다. 28세에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형이며 태자인 이건성, 동생 원길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지 23년만에 죽었다. 그당시 이세민은 형 건성의 아들 5명, 동생 원길의 아들 5명까지 다 죽였으니 이번에는 좀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여자 문제는 여전히 지저분했다. 이세민은 죽인 동생 원길의 처 양씨를 총애하여 왕비 문덕이 죽은 후에 왕비로 세우려고 했다가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그리고 지금, 당왕 이치는 제 아비가 총애하던 미랑을 제 애첩으로 삼았다. 그 미랑이 나중에 당나라를 잠깐 무씨 왕국으로 바꾼 측천무후가 되었으니 백제 관점에서 보면 상놈의 나라다. 미랑은 소의가 되더니 이치(李治)가 왕위에 오른지 6년만인 서기 655년에 왕후에 올랐다. 이치의 왕비가 된 것이다. 백제 의자왕 15년이다. 음, 그 무소의의 나이가 지금 몇이라구? 의자가 묻자 좌평 성충이 대답했다. 예, 올해로 32세입니다. 그럼 이제 무후(武后)로 불리우겠구만? 그렇습니다. 백제 왕궁의 청 안이다. 백관이 도열한 청 안에서 다시 의자가 묻는다. 이세민이 죽은지 6년이 지났다. 당왕 이치는 제 아비의 애첩이었던 미랑을 궁으로 불러들여 소의(昭儀)를 시켰고 이제 왕후가 되었다. 그런데도 당 조정에서 간하는 신하가 없었는가? 있었지만 무소의가 다 모함해서 죽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왕 이치도 무소의를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이세민의 업보가 제 자식에게 넘어간 것일까? 형제의 미망인을 제 처첩으로 삼는 것은 오랑케의 풍습이긴 합니다. 본래 이세민의 아비 이연이 오랑케인 선비족이란 소문은 있습니다. 아무리 오랑케라도 그렇지. 어찌 이치(李治)는 제 아비 이세민의 애첩을 데려다가 이제는 왕비로 삼는단 말인가? 의자가 백관들을 둘러보았다. 이것은 당 조정이 썩었다는 증거도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든 신하들은 없느니만 못하다. 지당하진 말씀이오. 대신 서너명이 입을 맞춰 말했다. 소신들은 그런 천륜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소이다. 백제가 중원을 제패해야 제대로 된 인륜의 왕도가 세워질 것이다. 혼잣소리처럼 말한 의자가 성춘을 보았다. 어디, 계백의 이야기를 듣자, 백제방의 영토가 왜에서 얼마나 늘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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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6 20:08

[불멸의 백제] (264) 13장 동정(東征) 20

계백이 화청과 함께 토요야마성에 입성한 것은 그로부터 나흘 후다. 1만여 명의 군사가 입성할 때 성에서 미나미, 가와사키 등 우에스기의 중신(重臣)들이 마중을 나왔고 주민들은 길가에 엎드려 일행을 맞았다. 우에스기의 영지는 전투 한 번 치르지 않고 복속한 것이다. 오오다숲에서 우에스기를 죽인 것으로 55만 석 영지가 평정되었다. 국경에서 대기했던 노부사다와 동생 다까다는 자결함으로써 수하 군사들의 목숨을 구했다. 주군, 우에스기의 여섯 째 아들 아오모리가 어제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백의 부장(副將) 다께다가 보고했다. 청에 앉은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모리는 서북쪽 국경의 4개 성을 장악하고 우에스기 일족을 모아놓고 있다. 데리고 오도록. 계백이 말하자 청 안이 조용해졌다. 토요야마성의 정청은 넓고 화려했다. 55만 석 영주의 거성답게 위압적이다. 조처의 소영주가 압도당할만했다. 이윽고 아오모리가 청 안으로 들어섰는데 뒤로 가신 둘이 따른다. 아오모리는 단정한 용모에 몸매도 단단하게 보였다. 이윽고 계백의 10보 앞으로 다가선 아오모리가 무릎을 꿇고 앉더니 두 손은 청 바닥에 짚으면서 이마를 붙여 절을 했다. 우에스기의 자식 아오모리입니다.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대감의 처분을 받고자 왔습니다. 청에는 계백의 무장 50여 명에다 우에스기의 신하까지 70여 명이 정연하게 앉아있다. 고개를 든 아오모리가 계백을 보았다.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고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러나 입은 꾹 닫쳐진 채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 청 안에서는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너, 살고 싶으냐? 예, 대감. 바로 대답한 아오모리가 다시 두 손으로 청 바닥을 짚었다. 이제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지만 시선은 필사적으로 떼지 않는다. 아오모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살려주십시오. 어떻게 살겠느냐? 절에 들어가 중이 되겠습니다. 네 가족은? 영지를 떠나 농사를 짓겠습니다. 몇 명이냐? 예, 처가 식구까지 모두 37명입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부처님께 대감의 무운장구를 빌겠습니다. 엎드린 아오모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청 안이 숙연해졌을 때 계백이 말했다. 네 아비의 원혼도 달래주거라. 네 아비는 내가 죽였다. 아오모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너한테 변방의 성을 몇 개 주고 싶지만 네 자손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다. 다른 곳에 가서 새 영지를 만들어 보거라. 예, 대감. 계백의 시선이 화청의 부장 복위에서 옮겨졌다. 네가 아오모리에게 황료 1천 냥을 주고 국경까지 호위해주고 오너라. 예, 대감. 감동한 아오모리가 청 바닥에 이마를 부딪치며 사례를 하고는 물러갔다. 청에 가신들만 남았을 때 화청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주군, 이곳을 동정(東征)의 중심으로 삼으시지요. 어깨를 편 화청이 말을 이었다. 동쪽에 수천만 석의 영지가 펼쳐져 있지 않습니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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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5 19:56

[불멸의 백제] (263) 13장 동정(東征) 19

노부사다가 동생 다카다를 보냈습니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장 복위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투항 사절입니다. 장군. 데리고 와. 화청이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말했다. 전막 안에는 무장들이 모여 있었는데 밝은 분위기다. 오전 사시(10시) 무렵, 주둔한 지 나흘째가 되는 날이다. 우에스기가 죽은지 9일째. 그동안 바깥 세상은 언덕 위에서 저절로 굴러가는 바위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곧 복위의 안내로 다카다가 들어섰는데 차분한 표정이다. 화청의 다섯걸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한 다카다가 두손을 짚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노부사다는 항복합니다. 노부사다의 목숨은 맡기겠으나 군사는 충성스럽고 잘 훈련되었으니 계백 영주님의 군사로 써 주시기만 소원합니다. 항복하는 놈이 무슨 조건을 붙인단 말이냐? 화청이 버럭 소리쳤다. 눈치를 보다가 휘하 무장놈들이 야반도주를 하니까 결국 항복해오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장군. 너는 노부사다의 동생이라면서? 예, 장군. 너도 죄가 있다. 왜 둔한 네 형놈을 지금까지 눈치만 살피도록 했느냐? 일찍 항복했다면 칭찬을 받았을 텐데 지금은 늦었다. 처분에 맡기겠습니다. 몇 놈이 남았느냐? 기마군 1천2백, 보군 1천3백, 잡군, 사역병 2천4백입니다. 오합지졸이군. 외람되오나 노부사다에게 우에스기 영지 소탕의 선봉을 맡겨주시면 소임을 책임지고 끝내겠습니다. 어젯밤에도 무장들이 군사를 이끌고 도망쳤지? 예, 장군. 그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장군. 네 형한테 가서 말해라. 예, 장군. 이미 늦었다. 눈을 가늘게 뜬 화청이 흰 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노부사다한테 군사는 내가 맡아줄 테니 보내라고 해라. 예, 장군. 노부사다는 아스카의 소가 대신한테 가든지 자결하든지 마음대로 하도록. 너도 마찬가지. 알았느냐? 예, 장군. 너희 형제는 시기를 놓친 거다. 가거라. 그러자 다카다가 말없이 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카다가 진막을 나갔을 때 화청이 복위에게 지시했다. 네가 노부사다의 군사들을 데려와라. 예, 장군. 쓴웃음을 지은 복위가 말을 이었다. 눈치만 보다가 기회를 잃었습니다. 이로써 국경에 있던 우에스기의 병력도 정리가 되었다. 어젯밤 노부사다의 진을 빠져나온 세 무장은 화청의 진으로 투항해 온 것이다. 노부사다는 모르고 있었지만 화청의 마음은 그것으로 이미 결정이 된 상황이다. 노부사다까지 받아들이면 먼저 투항한 세 무장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된다. 그래서 화청이 노부사다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때 화청이 복위에게 지시했다. 주군께 보고를 해라. 이제 우에스기의 주력군은 다 해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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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4 16:22

[불멸의 백제] (262) 13장 동정(東征) 18

마침내 계백이 우에스기를 멸망시켰구나. 소가 에미시가 아들 이루카에게 말했다. 한낮, 이루카의 저택 청에는 에미시와 중신(重臣)들, 그리고 우에스기 영지에서 달려온 가신까지 10여명이 둘러앉아 있다. 에미시가 우에스기의 가신 이쯔키(五木)에게 물었다. 너는 노부사다를 만났느냐? 만나지 않고 곧장 여기로 왔습니다. 우에스기의 처남 중 하나인 이쯔키는 42세, 3천석 녹봉을 받는다. 에미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쯔키를 보았다. 우에스기의 처남이 너를 포함해서 몇 명이나 되느냐? 이쯔키가 서너 번 눈을 깜박이고 나서 대답했다. 20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처가 몇 명이지? 10명이 넘습니다. 그렇군. 거기에 아들이 37명이라니. 한숨을 쉬고 난 에미시가 이루카를 보았다. 얼굴이 잔뜩 찌푸려져 있다. 우에스기 영지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낫겠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루카가 묻자 에미시는 힐끗 이쯔키를 보았다. 이미 늦었다. 지금쯤 내분이 일어나다 망해가고 있을 게다. 이루카는 입을 다물었고 에미시의 말이 이어졌다. 자식들, 처남들끼리 전쟁 중일 테니 계백은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다. 국경에 있는 노부사다의 5천 군사는 어떻게 합니까? 아마 노부사다 휘하 무장들 사이에도 내분이 일어나 쪼개질 거다. 에미시가 머리를 저었다. 거기에다 우에스기 영지까지 파견할 병력도 없다. 그랬다가는 에미시가 입을 다물었지만 이루카는 다음 말을 알 수 있었다. 그랬다가는 되려 이쪽이 망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때 에미시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이쯔키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쉬거라. 이것으로 우에스기 가문의 존망(存亡)이 결정되었다. 말뜻을 알아차린 이쯔키는 입을 열지도 못했다. 과연 노회한 에미시의 예상이 맞았다. 그 시간에 국경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노부사다의 진막 안에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엇이? 나까모리가? 앞에 선 무장은 외면한 채 대답했다. 예, 마사키와 유시로도 함께 간 것 같습니다. 마사키? 유시로도? 노부사다의 입술에 경련이 일어났다. 모두 측근 무장이다. 무장이 말을 이었다. 끌고 간 병력이 2천 가깝게 됩니다. 밤사이에 무장들이 도망친 것이다. 군사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무장들을 모두 불러라! 노부사다의 고함이 비명처럼 울렸다. 무장이 서둘러 진막을 나갔을 때 노부사다가 옆에 선 다까다에게 말했다. 다까다는 노부사다의 동생이다. 다까다, 내가 너무 우유부단한 거냐? 어쩔 수 없었지요. 다까다는 참모형이다. 정색한 다까다가 말을 이었다. 형님, 화청의 대군이 50리 거리에 있습니다. 계백이 왜 화청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지금 드러난 것입니다. 그렇군. 쓴웃음을 지은 노부사다가 말을 이었다. 도망친 배신자들이 후회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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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3 18:38

[불멸의 백제] (261) 13장 동정(東征) 17

사냥을 나갔던 우에스기가 오오다숲에서 계백에게 사냥을 당한 후에 영지 안은 즉시로 내분에 휩싸였다. 우선 거성(居城)인 토요야마 성 안에서 세 자식 간에 전쟁이 일어났다. 셋 중 품이 배다른 형제인데다 같은 배에서 난 둘도 견원지간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동복형제 중 동생이 형을 죽였고 이틀 후에 그 형이 배다른 아우한테 죽임을 당했다. 그 전쟁으로 세 형제가 보유했던 전력이 3할 정도만 남았다. 7백여 명이다. 살아남은 동생 이름이 아끼로, 24세. 그 아끼로가 승리의 기쁨을 하룻밤도 느끼지 못하고 미나미가 이끄는 군사에게 패배, 목이 베어졌다. 이렇게 토요야마성은 우에스기가 죽은 지 나흘 만에 미나미의 수중에 떨어졌다. 대감께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린다고 말씀드려라. 미나미가 오오다숲에 머물고 있는 계백에게 전령을 보내면서 말했다. 토요야마성은 대감이 입성 하시기를 고대한다고 전해라. 그 시간에도 우에스기의 영지 안은 이합집산이 거듭되었다. 자식끼리 전쟁이 일어나 자식 넷이 살해되었고 일곱은 도망쳤으며 하나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섯째 아들 아오모리다. 23세, 북쪽 국경의 성주로 나가 있었지만 독실한 불교 신자로 평소 근면하고 검소해서 주민의 인망을 모았던 자식이다. 아오모리는 주변의 3개 성을 모아 독자 세력을 형성했는데 군사는 5천여 명, 기마군 2천, 보군 3천 정도다. 또 하나, 국경에서 계백을 기다리고 있다가 주머니가 터진 사냥꾼 꼴이 된 노부사다. 정병(精兵) 수천을 보유한 채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던 노부사다가 갑자기 벼락을 맞았다. 우에스기가 사냥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는 사흘이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우에스기가 죽은 후로 살아남은 가신, 무장들이 흩어졌지만 노부사다한테는 보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생존자 대부분이 토요야마성, 또는 우에스기의 아들들한테 달려간 것이다. 아연실색한 노부사다가 평정을 찾고 나서 한 일이 아스카의 섭정 이루카에게 전령을 보낸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런 내용의 밀서를 이루카가 받았을 때가 우에스기가 죽은 지 엿새째가 되는 날이다. 그때 노부사다는 화청의 대군이 옆쪽에 닿았다는 보고를 받고 다시 기절할 듯 놀라 좌불안석이 되어있던 상황이다. 이제 이루카가 어떤 지시를 하건 떠날 생각이 일어났다. 그런데 우에스기가 없는 영지로 돌아갈지, 아니면 후쿠토미 영지를 통과해서 이루카에게 갈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 계백은 미나미의 전령을 받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전령을 기다리게 한 후에 이틀간 사냥을 계속했으니 우에스기를 죽인지 어느덧 8일이 지났다. 그리고 그날 아침, 다시 토요야마 성에서 미나미가 전령을 보냈다. 이번 전령은 기치성주 가와사키다. 40대의 가와사키가 진막 안에 들어와 계백에게 절을 하고 말했다. 우에스기 영지의 42개 성 중에서 38개가 투항서를 제출했습니다. 가와사키가 계백을 우러러 보았다. 4개 성은 우에스기의 여섯째 아들 아오모리와 함께 서북쪽 국경에 모여 있는 바, 말씀만 내리시면 소탕군을 모아 섬멸시키겠습니다. 계백이 지그시 가와사키를 보았다. 진막 안은 조용하다. 둘러선 무장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이윽고 계백이 입을 열었다. 너도 이곳에서 이틀만 더 기다려라. 이번 전쟁은 서두르는 쪽이 무너지게 되어있다.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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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0 20:02

[불멸의 백제] (260) 13장 동정(東征) 16

화청이 이끄는 기마군 1만이 미사코성을 지나 우에스기 영지 국경에 닿았을 때는 그로부터 나흘후다. 화청은 나이가 66세, 신라의 김유신과 동년배였지만 이도 몇 개 빠지지 않았고 허리도 곧은 거구다. 수(隨)나라 양제 시절에 태원유수 이연의 막하 장수로 있다가 이연이 반역을 일으키자 반기를 들었던 화청이다. 그러다 가족이 몰사하고 단신으로 백제령 담로로 도망쳤다가 백제해(海)를 건너 본국으로 귀화한 기가 막힌 사연이 있다. 그후로 계백의 심복이 되어 고구려와 당의 전쟁때 안시성에서 이연의 손자 이치(李治)가 이끄는 당군을 물리쳤다. 그러다 이제 왜국에까지 건너와 계백 휘하의 영주가 되었으니 파란만장한 인생이다. 노부사다는 기마군 5천이라고 하지만 전투병력은 3천 남짓입니다. 정찰하고 돌아온 복위가 보고했다. 나머지는 치중병, 사역병들입니다. 복위는 중원의 백제령 담로 출신이다. 화청과 고향이 가까워서 심복 무장이 되어 있었는데 담로에서부터 기마군 생활을 해서 지금은 기마군 대장중의 하나다. 45세, 9품 고덕(固德) 벼슬로 계백을 따라 왜국으로 건너왔지만 지금은 1천 기마군을 거느린 무장, 화청의 영지에서 3천석을 받는 중신(重臣)이 되었다. 화청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놈들 기마군 체제나 전술이 우리보다 1백년은 뒤졌다. 대륙에서는 기마군간 전투가 매일 일어나지만 이곳은 산이 많고 골짜기가 깊어서 기마군 이동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화청이 주름진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골짜기에 주둔한 총사령의 진막 안이다. 안에는 화청과 복위 등 대여섯의 무장이 둘러앉아 막 저녁을 마친 참이다. 술시(오후 8시)가 넘었기 때문에 진막의 기둥에 양초를 매달아 놓았다. 그때 무장 하나가 물었다. 장군, 노부사다의 기마군이 50리(20km) 거리에 있습니다. 단숨에 짓밟지 않고 이곳에서 머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주군의 명령이다. 화청은 이제 계백을 주군이라고 부른다. 보료에 등을 기대고 앉은 화청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누가 그 이유를 말해보라. 무장들을 둘러본 화청이 말을 이었다. 주군께서 지시를 할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라고 하셨다. 그때 무장 하나가 화청을 보았다. 노부사다가 공격 해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까? 잠깐 시선을 주었던 화청이 다른 무장들을 보았다. 또 없느냐? 아군의 위용에 압도된 우에스기 가신들이 이제 우에스기까지 죽임을 당한터라 투항해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까? 무장 하나가 묻자 화청이 이번에도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에스기가 오오다숲에서 중신, 아들과 함께 사냥을 당했다는 것은 이미 화청도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계백도 오오다 숲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복위가 입을 열었다. 우에스기가 죽고 나서 37명이나 된다는 아들, 친척, 가신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것 입니다. 지금 우에스기의 거성인 토요야마성은 내분에 휩싸여있겠지요. 화청의 시선을 받은 복위가 정색했다. 우에스기 내부에서 정리가 되도록 기다리는 것 아닙니까? 그때 화청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 우리 칼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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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9 19:41

[불멸의 백제] (259) 13장 동정(東征) 15

활을 겨눈 선두의 기마군을 본 순간에 우에스기는 말고삐를 채었다. 빠른 반응이다. 사냥으로 단련된 반사신경이 저절로 작용한 것이다. 앗! 옆에 서있던 소토메가 놀란 외침을 뱉었다. 입을 쩍벌린 소토메의 시선이 그쪽에서 떼어지지 않는다. 저놈들은 누구야? 우에스기 앞이어서 큰소리는 못치고 뒤쪽 위사대에게 물었는데 위사대도 소토메와 비슷한 표정이다. 그 순간이다. 우에스기가 상반신을 젖히면서 날아온 화살을 피했다. 쌕! 화살이 파공음을 내면서 우에스기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놈! 놀랍고 분한 우에스기가 눈을 치켜뜬 순간이다. 탁! 타격음이 경쾌하게 들리더니 우에스기가 벌떡 머리를 젖혔다. 우에스기의 이마에 맨 띠에 화살이 박혀있다. 우에스기가 반쯤 몸을 돌렸을 때다. 그동안 소토메와 위사대는 움직이지 못했다. 우에스기만 몸을 돌린 상태에서 이마에 화살을 맞은 것이다. 와앗! 함성을 지른 것은 슈토다. 슈토가 말단 군사처럼 함성을 지른 것이다. 계백은 눈 깜박하는 사이에 화살 두 대를 날렸다. 첫 화살이 박히기도 전에 두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두 번째 화살이 시윗줄에 걸쳐지고 활이 만월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튕겨진 순간은 말이 네굽을 모으고 네 번 뛰었을 때다. 그야말로 눈 깜박하는 순간이었지만 말은 30보쯤을 더 달렸고 표적과의 거리는 1백20보 정도, 슈토는 우에스기가 첫 번째 화살을 상반신을 젖혀 피하고 나서 다시 머리를 세웠을 때 이마에 화살이 박히는 것을 본 것이다. 악! 소토메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이마에 화살이 박힌 우에스기의 몸이 뒤로 젖혀지고 있다. 주, 주군! 엉겁결에 그렇게 소리친 순간 소토메의 벌린 입 안으로 들어간 화살이 목을 뚫고 뒤로 나왔다. 으아앗! 우에스기를 호위하고 있던 위사대는 1백여명, 나머지는 모두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저놈들! 위사대장이며 우에스기의 12번째 아들 노무라가 소리쳤다. 노무라는 우에스기가 말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이미 7, 80보 거리고 다가온 기마대를 무시할 수가 없다. 저놈들을 잡아라! 노무라가 소리친 다음 순간 화살이 날아와 왼쪽 눈에 박혔다. 안시성에서 계백은 당 고종 이치(李治)의 눈을 화살로 맞춰 애꾸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노무라와의 거리는 70보, 화살이 왼쪽 눈을 뚫고 들어가 뒷머리를 깨고 밖으로 한 뼘쯤이나 나왔다. 뇌가 부서진 노무라는 말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저승으로 떠났다. 죽여라! 슈토가 우에스기, 소토메에 이어서 노무라까지 화살에 맞아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 소리쳤다. 손에 장검을 빼들고 있다. 와앗! 뒤를 따르는 기마군의 함성, 모두 앞쪽의 장면을 본 터라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일당백이 이렇게 된다.

  • 문학·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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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8 20:03

[불멸의 백제] (258) 13장 동정(東征) 14

오오다숲은 사방 50리(20㎞) 면적에 숲이 우거졌고 개울이 많아서 짐승들의 소굴이었다. 그래서 우에스기는 1년에 네댓 번씩 이곳에 와서 사냥을 했는데 지난번에는 곰을 3마리나 잡았다. 활로 고을 잡는 무장은 영지내(內)에서 몇 명 되지 않는다. 우에스기는 명궁인데다 힘이 세었다. 우에스기가 사용하는 대궁(大弓)은 길이가 5자(1.5m)에 화살은 4자(1.2m)여서 작은 창같다. 오늘은 짐승이 안보인다. 오전 오시(12시) 무렵, 우에스기가 마상에서 짜증을 냈다. 오전에 우에스기가 사냥한 짐승은 꿩 3마리, 노루 1마리다. 몰이꾼인 기마군 3백이 오오다숲 동쪽을 훑어서 우에스기 앞으로 짐승을 몰았지만 큰 짐승은 보이지 않은 것이다. 기마군이 남쪽으로 돌아갔으니 그쪽은 개울이 많은 곳이라 큰 짐승이 많이 도망쳐올 것입니다. 중신(重臣) 소토메가 말했다. 이곳은 숲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동단위, 사방을 굽어볼 수 있는데다 2백보쯤 트여서 최적의 목이다. 이곳으로 사방에서 쫓겨온 짐승들이 지나가는 것이다. 지금쯤 계백이 미사코성에 가 있겠지? 불쑥 우에스기가 물었기 때문에 소토메가 고개를 들었다. 바람결에 우에스기의 머리칼이 날렸다. 투구에 흰 끈을 질끈 동여매었지만 뒤쪽을 묶은 머리털이 흔들렸다. 우에스기는 비대한 체구인데도 말을 잘 탔다. 말을 좋아해서 지금 우에스기가 타고 있는 적토마는 4대째 내려오는 순종이다. 첩자를 보냈으니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소토메가 다가서면서 말했다. 만일 계백을 처치하면 미사코성도 주군께서 차지하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후쿠토미의 영지는 50만석이 넘습니다. 그러면 주군께서는 1백만석이 넘는 대영주가 되시는 것입니다. 내가 50 이전에 1백만석 영주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번에 소원이 이루어질까? 계백만 죽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소토메가 긴 얼굴을 들고 웃었다. 소토메의 여동생이 우에스기의 4번째 소실로 아들 둘을 낳았다. 그중 하나가 성주가 되었고 하나는 아직 미성년이다. 머리를 끄덕인 우에스기가 말을 잇는다. 그럼 너한테도 성주를 시켜주마. 네가 성주가 될 때도 되었다. 소토메는 44세, 우에스기의 측근에서 20년 가깝게 보냈으니 머릿속에 들어가 앉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황공합니다, 주군. 감동한 소토메가 머리를 숙였을 때 서쪽에서 말굽소리가 났다. 서쪽에서도 몰이꾼이 짐승을 몰아오는 것 같다. 앞장서 달리던 계백이 공터로 다가가면서 손에 쥔 활에 살을 먹였다. 뒤를 따르던 슈토와 하도리는 똑같이 숨을 삼켰다. 그동안 하도리는 수없이 계백의 궁술을 보았다. 그러나 슈토는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치켜뜬 눈을 깜박이지도 않는다. 계백이 이끈 기마군은 2백기, 숲속이어서 뒤쪽 일부분만 보인다. 2열 종대로 숲속을 달리고 있었지만 전속력이다. 훈련보다도 실전 경험이 뛰어난 군사들이다. 그 순간 숲을 벗어나면서 계백은 앞쪽 언덕 위에 서있는 우에스기를 보았다. 거리는 180보, 계백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시위에 먹이고 있던 화살과 함께 활을 치켜들면서 허리를 세웠다. 계백과 동체가 된 말이 달리면서 허리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계백을 위하여 반동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 순간 계백이 만월처럼 부풀려졌던 시위를 놓았다. 거리는 150보, 살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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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7 19:45

[불멸의 백제] (257) 13장 동정(東征) 13

성 안의 군사는 4천 남짓이지만 지휘관은 셋입니다. 미나미가 다케다에게 말했다. 오후 술시(8시) 무렵, 미나미와 다케다, 오진은 성 안 종각의 담장 옆에 둘러서 있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어서 미나미의 눈 화장이 더 뚜렷해졌다. 미나미는 35세, 3천석을 받는 우에스기의 중신(重臣). 녹봉지가 토요야마에서 1백여리 떨어진 바닷가다. 미나미가 말을 이었다. 시바다, 요미우리, 간센 세 놈인데 이놈들은 모두 우에스기의 자식이지요. 어둠속에서 미나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우에스기는 14명의 부인과 소실 사이에서 37명의 사내자식을 낳았는데 그중 18명이 스무살이 넘은 성인입니다. 그래서 휘하 군 지휘관, 성주, 측근 무장으로 모두 배치시켰지요. 자식으로 위사대를 만들겠구만. 위사대장도 12번째 아들입니다. 정색하고 말한 미나미가 다케다와 오진을 번갈아 보았다. 우에스기 가문은 백제계 얼굴에 똥칠을 하는 가문입니다. 이 정도에서 멸문을 시켜야지 자식들이 다시 씨를 뿌리면 왜국은 오염될 것이오. 미나미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미나미도 백제계인 것이다. 계백이 마상에서 고개를 돌려 슈토를 보았다. 슈토, 우에스기의 아들이 성주로 있는 성이 6개나 된다면 저항이 심하지 않겠느냐? 배다른 아들들이어서 연합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슈토가 계백 옆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 깊은 밤, 계백이 이끈 기마대 5백은 우에스기 영지 깊숙이 전진하고 있다. 이곳은 거친 황야여서 인적도 없고 짐승 기척도 보이지 않는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형제 간의 갈등이 많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버지에 대한 복종심도 강하지 않습니다.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아들이 37명이라니.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백제계 자손을 마구 뿌리기로 작정을 했구나. 그것이 우에스기 가문(家門)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입니다. 주군. 왜 그러느냐? 우에스기가 죽고 나면 모두 머리 잃은 뱀 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온 슈토가 말을 이었다. 아들 휘하의 가신, 무장들이 심복하고 있겠습니까? 우에스기가 죽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가만 두어도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어디, 두고 보자. 계백이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웃었다. 이제 우에스기의 사냥터는 50여리 남았다. 지금 국경에 노부사와가 이끈 5천 군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중신(重臣) 이키타가 말하자 에미시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우에스기, 그놈이 변방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까 현실감각이 무디어졌다. 나태해진 것이지요. 이키타가 말을 받았다. 에미시는 72세. 이키타도 동갑이다. 에미시를 50년이 넘도록 모신 터라 이키타는 표정만 봐도 배가 고픈지, 똥이 마려운지를 안다. 이키타가 말을 이었다. 권좌에 오래 앉아있으면 그 자리가 평생 그대로 있을 줄 압니다. 달콤한 말과 음식, 예쁜 여자에 젖어서 다른 세상을 모르게 되지요. 나한테 하는 말이냐? 주군께서는 섭정 자리를 이루카님께 넘기셨습니다. 그래도 큰 일은 내가 결정하지. 그건 그래야지요. 계백이 우에스기가 숨겨놓은 노부사와란 애송이한테 당할까?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군.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오히려 우에스기 가문이 멸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계백은 후쿠토미 영지에 이어서 우에스기의 55만석까지 차지하게 된다. 150만석의 대영주가 돼. 계백은 백제방 신하올시다. 대영주가 아니지요. 이키타가 긴 숨을 뱉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큰 영지를 소유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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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6 19:20

[불멸의 백제] (256) 13장 동정(東征) 12

토요야마 성을 나온 우에스기의 행차는 대단했다. 먼저 사냥감을 모으는 역할로 기마군 3백이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위사대 1백이 기마로 따랐는데 깃발로 뒤덮인 행차다. 뒤로 말을 탄 우에스기가 아끼는 소실 후지코와 함께 나란히 걷는다. 주위에 가신과 시녀, 시종이 1백명 가깝게 둘러쌌고 뒤는 위사대 1백이 치중대와 함께 움직인다. 멀찍이 물러서서 우에스기의 행차를 구경하는 주민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사냥 행차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저 여자가 요즘 얻은 소실이지? 길가에 서있던 상인 복색의 사내가 옆에 선 사내에게 물었다. 후지코의 뒷모습을 눈으로 가리키고 있다. 응. 다키성의 보군대장 마누라였다는군. 옆쪽 사내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자식이 둘이나 있는 년인데 우에스기가 부르자 냉큼 달려왔다는 거야. 싫다는 년이 없겠지. 싫다면 남편에다 자식까지 몰사시킬 테니까. 저 색골은 누가 잡아가지 않나? 목소리를 죽였지만 둘러선 구경꾼들 몇은 다 들었다. 듣고도 피식거리며 웃는 것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주민 대부분이 우에스기의 행태에 대해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저 놈이 없어져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겠구나. 잘 되었다. 다케다가 발을 떼면서 말했다. 다케다는 등에 나무 짐을 짊어졌는데 영락없는 나무꾼이다. 옆을 따르는 오진, 뒤쪽에서 등에 어물 짐을 지고 있는 한고, 미타 등 10여 명도 모두 다케다의 부하다. 다 들어왔습니다. 오진이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우에스기의 거성(居城)인 토요야마성 안이다. 우에스기는 사냥을 하러 성을 나가고 다케다 일행은 성에 들어온 셈이다. 한낮, 미시(오후 2시)무렵이어서 성 안은 활기에 차 있다. 거성(巨城)입니다. 성 안을 둘러본 오진이 감탄했다. 이곳을 동방(東方)의 거점으로 삼아도 되겠습니다. 오진은 다케다의 부장(副將)으로 전(前)에는 다케다와 함께 후쿠토미의 가신(家臣)이었다. 50석을 받던 다케다는 이제 1천석 무장이 되었고 20석짜리 말단 무사였던 오진은 500석을 받는 무장이 되었다. 계백이 능력을 기준으로 녹봉을 주었기 때문이다. 둘 다 검술에 뛰어났고 학문까지 갖춰서 계백의 눈에 띈 것이다. 오진, 그대가 서문 쪽을 맡게. 다케다가 말하자 오진이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다케다와 오진은 3백명을 이끌고 토요야마성에 잠입한 것이다. 모두 농부, 장사꾼, 어부로 위장하고 병장기를 숨겨서 한낮에 잠입했는데도 성문지기의 눈길 한 번 받지 않았다. 오늘이 우에스기의 사신 야쿠가 계백을 만나고 돌아간 지 나흘째가 되는 날이다. 야쿠, 네가 이번에는 미사코성에 한 번 다녀오너라. 마상에서 우에스기가 옆을 따르는 야쿠에게 말했다. 지금쯤 계백이 미사코성에 있겠지? 아마 그럴 것입니다. 미사코가 미인이라고 했는데 아깝다. 야쿠가 입을 다물었지만 우에스기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잠행을 해야겠지. 예, 주군. 계백이 당분간 그곳에 있겠지? 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가신들이 아야기했습니다. 이곳까지는 못 와. 섭정이 책임을 진다고 했어. 우에스기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후지코는 뒤로 떨어져 있다. 노부사다가 이끈 5천 기마군이 국경 쪽에 도착했을 거다. 만일 계백이 미사코성에서 다시 이쪽으로 온다면 그때는 영영 돌아가지 못해. 야쿠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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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3 19:51

[불멸의 백제] (255) 13장 동정(東廷) 11회

기치성의 계백에게도 우에스기가 보낸 사신이 왔다. 전령이 돌아온 다음 날이다. 사신은 우에스기의 가신(家臣) 야쿠, 40대쯤의 마른 체격으로 눈동자가 자주 흔들렸다. 납작 엎드려 절을 한 야쿠가 계백을 보았는데 눈동자가 왔다 갔다 했다. 계백의 눈빛이 강해지자 더 자주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위인은 상대가 약하게 보이면 대번에 눈꼬리와 어깨가 올라간다. 야쿠가 입을 떼었다. 백제방 달솔이시며 소덕이시고 대영주이신 계백 대감께 문안드리오. 계백은 쳐다만 보았고 좌우에 벌려 앉은 슈토, 하도리, 노무라, 다케다 등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가와사키와 기치성의 관리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에 야쿠의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렸다. 침을 삼키고 난 야쿠가 말을 이었다. 제 주군 우에스기께서는 대감께 안부를 물으시고. 잠깐. 야쿠의 말을 자른 것은 하도리다. 하도리가 눈을 부릅뜨고 야쿠에게 물었다. 네 주군 우에스기님의 직위가 무엇이냐?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에 야쿠가 저절로 대답했다. 예, 7품 대의(大義)올시다. 나는 대백제의 7품 장덕(將德)이니 이곳 왜국의 직위는 1등급 오르게 되는 터라 6품 소신(小信)이다. 알고 있느냐? 모, 모르고 있었습니다. 네 주군 우에스기님보다 1등급 높다는 뜻이야! 예, 나리. 그런데 7품 대의의 신분으로 왜국 직위 2품 소덕의 대감께 감히 안부를 물어? 예? 야쿠의 얼굴에서 조금 전부터 땀방울이 돋아나더니 이제는 하얗게 굳어졌다. 어깨를 부풀린 하도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너는 내가 이 자리에서 목을 베어도 네 주군은 나한테 아무 말 못하게 되어있다. 아느냐? 예, 나리. 야쿠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을 때 계백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만해라. 예, 대감. 위계질서를 모르니까 한 말이다. 예, 7품 주제에 2품 대감께 감히 안부가 어쩌고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족보도 없는 가신 놈의 주둥이로 말입니다. 하도리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이놈들이 안하무인입니다. 조정과 대백제에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허. 계백이 짧게 웃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아, 아닙니다 대감. 소신나리. 야쿠가 허둥대었을 때 계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신 야쿠의 인사말도 다 듣지 않은 것이다. 계백이 일어서자 휘하 장수들도 따라 일어섰고 청 안에는 가와사키와 서너 명의 무장만 야쿠와 함께 남았다. 가와사키가 야쿠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것 보시오, 야쿠님. 차라리 가만있으셨던 것이 나을 뻔했소. 가와사키가 낮게 말하자 아직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야쿠가 중얼거렸다. 아니, 안부를 묻는 것이 무슨 죄라고. 글쎄, 그 안부란 것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오. 아니, 왜. 대감께서 내일쯤 급히 회군을 해야 하실 것 같소. 미사코성, 그러니까 후쿠토미의 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서 말요. 반, 반란이 말이오? 그래서 지금 대감 주위의 분위기가 흉흉한 거요. 정보를 수집한 후에 대감은 군사를 이끌고 내일 회군하실 거요. 아하. 자, 나하고 같이 저녁을 먹읍시다. 아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 주춤거리던 야쿠가 발을 떼면서 말했다. 난 그냥 도성으로 돌아가겠소. 인사는 했으니 상관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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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2 16:43

[불멸의 백제] (254) 13장 동정(東廷) 10

가와사키가 보낸 전령이 돌아왔을 때는 닷새 후였다. 전령은 토요야마 성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온 것이다. 미나미 님의 밀서를 가져왔습니다. 전령이 밀서를 바치면서 말을 이었다. 닷새후에 오오다 숲에서 영주가 사냥을 나간다고 합니다. 사냥 일정이 적혀 있습니다. 밀서를 받아든 가와사키가 보더니 계백에게 두손으로 내밀었다. 미나미가 달솔께 보내는 밀서입니다. 계백이 밀서를 펴고 읽는다. 신(臣) 미나미가 계백 영주께 글월을 올립니다.영주께서 동방(東方) 시찰을 나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우에스기 영지의 가신들은 신(神)이 영지의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부디 가와사키의 진언을 받아들이시어 백성들을 구해 주시옵소서. 신(臣) 미나미는 동지들을 모아 적극 영주께 호응하겠나이다. 신(臣) 미나미 올림. 밀서를 읽고난 계백이 노무라에게 건네 주면서 가와사키에게 말했다. 이곳은 외상(外像)이 드러나지 않고 내부가 썩어 가는구나. 곧 피해가 백성에게 덮칠 것입니다. 우에스기는 2만 가까운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정면으로 부딪치면 피해가 크다. 계백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군사도 백성 아닌가?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때 밀서를 다 읽은 노무라가 계백에게 말했다. 우에스기가 닷새후에 사냥을 나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밀서에는 써있지 않았지만 그때가 호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옆쪽에 앉은 슈토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 시간에 왜국의 섭정 소가 이루카가 밀사를 맞고 있다. 밀사는 멀리 동부(東部)의 대영주 우에스기가 보낸 중신 노부사다이다. 노부사다가 직접 이곳에 온 것이다. 음, 노부사다. 네가 직접 오다니, 무슨 일이냐? 이루카가 안면이 많은 노부사다를 반겼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너를 보니 반갑다. 이루카는 아비 에미시 덕분이기는 하나 일국(一國)을 다스리는 섭정이다. 우에스기의 중신(重臣) 노부사다가 먼길을 달려온 것에 내심 짐작하는 바가 있다. 이루카의 시선을 받은 노부사다가 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대감께서 저를 이토록 반기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거기 네가 사는 곳에는 황새가 많지? 예. 왜 물으십니까? 황새는 먹이를 먹기전에 꽥꽥 우는 바람에 잡았던 먹이가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 말씀을 왜 하십니까? 네 놈이 쓸데없는 사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내 흥이 깨진거다. 황공합니다. 대감. 계백이 네 영지에 있지? 지금 나흘째 기치성에 묵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에스기 영지가 먹을만 한가 하고 이곳 저곳을 옅보고 있겠군. 대감 우리 주군은 여색이 좀 과하지만 대감께 대한 충성은 그 누구도 따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좀 과할 정도가 아니지. 여색이 말이다. 보통은 넘을 정도입니다. 네 녹봉이 얼마냐? 1만석입니다. 대감. 그만하면 소영주(小領主)군. 제가 녹봉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너하고 우에스기는 공생공사(共生共死)할 수 밖에 없지. 자, 용건을 말해라. 우리 영지에 산적 무리가 많습니다. 으음. 노부사다가 목을 움추리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내실의 청이어서 주위에는 이루카의 측신 서너명만 둘어앉아 있을 뿐이다. 노부사다가 말을 이었다. 산적의 규모가 커서 가끔 대상단을 습격합니다. 이번에 저희 영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섭정께선 아량을 베풀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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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1 00:06

[불멸의 백제] (253) 13장 동정(東征) 9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와사키를 내보낸 후에 계백이 마룻방으로 측근들을 불러 모은 후에 가와사키의 말을 전했다. 함께 들은 슈토가 거들고 나서 계백이 물은 것이다. 둘러앉은 측근은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노무라와 하도리, 슈토와 다께다까지 넷이다. 중신(重臣) 사다케는 미사코성에 남아 미사코의 정치를 돕는 바람에 빠졌다. 그때 하도리가 말했다. 주군, 가와사키가 작심을 하고 주군께 건의를 한 마당에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슈토가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우에스기를 베어 죽이고 영지를 몰수하시지요. 다케다가 말을 이었다. 주군께 이 영지를 맡기려고 했다니 받으셔야 합니다. 잠자코 듣던 계백의 시신이 노무라에게로 옮겨졌다. 시선을 받은 노무라가 말했다. 제가 하인들을 풀어 잠깐 민심을 들었더니 우에스기에 대한 백성들의 비난은 거의 없습니다. 가신들의 반란이지만 이것이 전쟁으로 발전되면 백성들이 피해를 보겠지요.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권력투쟁을 하는 자가 민생(民生)을 염두에 둘 여유는 없을 것이다. 노무라는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계백이 노무라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낫겠느냐? 우에스기 영지의 백성을 위해서 우에스기를 죽이시지요. 거침없이 말한 노무라가 계백을 보았다. 지금까지 겪은 영주 중에 가장 질이 나쁜 자입니다. 주군께서 이 영지를 접수하시지요. 그렇게 되면 내 영지가 소가 섭정보다 더 커진다. 소가 가문이 가만 있겠느냐? 소가 부자(父子)의 영지는 200백만석이었습니다. 더구나 주군께선 백제방의 대리인 자격입니다. 1천만석이면 어떻습니까? 왜국은 대백제(大百濟)의 남로입니다. 이번 기회에 주군께서 직할 영지를 더 넓히셔서 왜왕실과 백제방의 기반을 굳혀 놓으셔야 합니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노무라, 넌 아리아케의 신하로 지내면서 답답했겠다. 아니올시다. 노무라의 얼굴이 붉어졌고 둘러앉은 측근들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비쳤다. 노무라는 타카모리의 신하였던 아리아케의 중신이었던 것이다. 신하는 주군의 그릇을 따라가는 법입니다. 붉어진 얼굴로 노무라가 외면한 채 말했다. 주군을 모시게 되어서 제 잠재력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계백이 노무라와 하도리, 슈토, 다께다를 차례로 보았다. 모두 왜인(倭人)이다. 하도리는 성씨를 백제식으로 하(下)로 바꿔 하씨 일문을 이룰 것이었다. 이윽고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우에스기를 타도할 전략을 세워라. 다음날 오후에 우에스기가 거성(居城)인 토요야마(豊山)성에서 전령의 보고를 받는다. 전령은 기치성에서 가와사키가 보낸 장수다. 주군, 백제방 달솔이며 영주인 계백이 1천5백 기마군을 이끌고 기치성에 왔습니다. 무신(武神)이 왔다고?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은 우에스기는 거구에 비대한 체격이다. 아직도 말을 타고 사냥을 다니고 한끼에 꿩 두 마리를 먹는다. 예, 계백 영주는 기치성에 며칠 머문다고 합니다. 이곳까지 온다더냐? 아직 모릅니다. 기치성에서 토요야마 성까지는 4백50리, 기마군으로는 나흘 거리다. 전령이 말을 이었다. 계백 영주가 기마군과 수행원의 숙식비를 금화로 지급했습니다. 뭐? 숙식비를 지급해? 놀란 우에스기가 눈을 치켜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인심을 얻으려는 수작이로군. 그때 중신(重臣) 노부다나가 입을 열었다. 주군, 계백에게 사신을 보내 이곳에는 뭘 하러 왔는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물어보도록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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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30 15:53

[불멸의 백제] (252) 13장 동정(東征) 8

잠시 후에 슈토가 가와사키와 함께 들어섰다. 가와사키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굳히고 있다. 말할 것이 있느냐? 계백이 먼저 묻자 가와사키는 숨부터 들이켰다. 그러더니 두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우에스기가 시모다의 처를 빼앗아 소실로 데려갔습니다. 그것이 시작입니다. 그런가? 시모다는 주군과의 불화를 걱정하여 그날 밤에 자결을 했습니다. 시모다가 누구냐? 5백석 녹봉을 받는 보군대장입니다. 자식이 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섯살, 두살짜리 아들인데 다음날 집에서 유모가 돌보던 두 아들을 괴한이 침입해 죽였습니다. 가와사키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후환이 걱정된 우에스기가 자객을 보내 죽인 것입니다. 유모까지 죽였습니다. 강도일지 모르지 않느냐? 아닙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가와사키가 말을 이었다. 자객으로 들어가 시모다의 자식들을 죽인 위사가 유서를 오다와라님께 보내고 자결을 했습니다. 유서? 예. 위사 이케다는 우에스기의 명을 받고 시모다의 자식들을 죽였다는 유서입니다. 그것을 받은 오다와라가 누구냐? 예, 가리쓰성 성주인 중신(重臣)입니다. . 오다와라가 그 유서를 들고 우에스기에게 충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객을 만나 죽었습니다. . 오다와라는 그것을 예상하고 소인하고 아모성의 성주 기쿠치에게 이케다의 유서 복사본을 보내주었지요. . 우에스기는 오다와라 일가를 가리쓰성에서 내쫒고 새 성주를 넣었습니다. 그때 길게 숨을 뱉은 계백이 슈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 우에스기 영지는 평온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 겉만 보았습니다. 소장도 내막은 몰랐습니다. 슈토도 한숨을 쉬었다. 듣기에 부끄럽습니다. 다시 고개를 든 계백이 가와사키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반란을 일으킬 계획이냐? 소인과 아모성주 기쿠치, 그리고 우에스기 측근인 미나미까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만 세력이 약합니다. 반란을 일으켜서 누구를 영주로 옹립할 계획이었느냐? 우에스기의 형제가 4명, 자식은 17명이나 있지만 적임자가 없는데다 친인척으로 대를 잇기가 곤란하던 차에. 말해라. 무신(武神)께서 동방원정을 나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여쭈려고 했습니다. 무신이라니? 주군 말씀입니다. 대답은 슈토가 했다. 어깨를 편 슈토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주군, 자격이 없는 영주가 신하는 물론이고 백성을 지옥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우에스기를 쳐야 합니다. 너희들 마음에 다 맞는 영주는 없다. 나도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이 나를 쳐낼 것이냐? 주군,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오. 눈을 치켜뜬 슈토가 두 손으로 방바닥을 짚었다. 주군께서 어찌 우에스기 같은 종자와 비교를 하십니까? 그때 계백이 한숨과 함께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나만 더 묻자. 가리쓰성에서 쫒겨난 오다와라 일가는 어떻게 되었느냐? 계백의 시선을 받은 가와사키가 외면하고 말했다. 산기슭에서 일가 140여명이 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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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7 20:04

[불멸의 백제] (251) 13장 동정(東征) 7

기치성 성주는 가와사키. 40대쯤의 사내로 체구가 컸다. 한눈에 봐도 백제계다. 성문 밖까지 마중나온 가와사키가 계백을 보더니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성주 가와사키가 달솔님을 뵙습니다. 폐를 끼친다. 계백이 말에서 내리면서 대답했다. 이곳 우에스기 영지는 변방이다. 더 동쪽으로는 영주 이름도 제대로 적혀있지 않은 땅이 수천리나 뻗쳐 있지만 이 곳 우에스기 영지의 영주도 아스카 왕실로부터 7품 직위인 대의(大義) 벼슬을 받았을 뿐이다. 계백은 왜국 왕실의 본국(本國)인 백제의 2품 달솔이며 왜국에서도 2품 소덕(小德) 벼슬인 것이다. 가와사키의 주군(主君)인 우에스기보다도 5등급이나 높다. 더구나 가와사키는 왕실로부터 직급도 받지 못했다. 안내받아 들어간 기치성은 백제식 석성으로 잘 축조되었다. 자리잡고 앉은 계백에게 가와사키가 휘하 무장들을 인사시키면서 말했다. 제 조상도 백제계이고 성씨는 협(?)씨였습니다. 대감. 그러냐. 그러나 본국을 떠난 지 수백년이 되는 데다 백제방과도 교류가 끊긴 지 수십년이 넘어서 고향을 잊었습니다. 백제방과의 교류가 끊기다니? 계백이 정색하고 물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소가씨가 왕실을 끼고 권세를 부리는 것이 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말하라. 본래 저희 협(?)씨와 소가의 목(木)씨 가문은 백제 본국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소가씨가 먼저 왕실을 끼고 우리를 변방으로 몰아낸 것입니다. 그런가? 왜국에 왔을 때는 우리가 더 세력이 컸지만 1백년쯤 전부터 소가씨의 이간질로 분열되고 왜인들도 이탈했습니다. 너도 협(?)씨 일족인가? 예, 대감. 우에스기 영지는 우리 협(?)씨 일족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백제방에 협조해라. 내가 돌아가면 너한테도 직위를 줄 터이다. 황공합니다. 대감. 그 말이 기뻤는지 가와사키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날 밤, 주연을 끝내고 가와사키가 내 준 내실의 침소에 들어가기 전에 슈토와 하도리가 계백을 따라왔다. 밤 해시(10시) 무렵이다. 주군, 가와사키가 은밀히 드릴 말씀이 있다 합니다. 슈토가 주위를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주연에서 상석에 앉은 계백은 혼자 마셨지만 슈토, 하도리는 가와사키와 이야기를 오래 주고 받았다. 무슨 이야기냐? 우에스기 가문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은근히 영주에 대해서 불만도 비쳤습니다. 그때 하도리가 거들었다. 우에스기가 여색(女色)을 좋아해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하도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소인이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계백이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오라고 해라. 저는 밖에서 감시를 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적지 같아서요. 하도리가 말하더니 슈토와 함께 청을 나갔다. 계백이 한숨을 쉬었다. 우에스기 영지는 든든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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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6 17:19

[불멸의 백제] (250) 13장 동정(東征) 6

또 동진(東進)이다. 미사코에게 미사코성(城)을 맡기고 보좌역으로 사다케를 남겨놓은 계백이 그날 오전에 성을 떠났다. 당황한 것은 미사코뿐만이 아니었다. 사다케도 놀라 허둥거렸지만 곧 자신의 책무를 느끼고는 미사코와 함께 성 밖으로 나와 계백을 전송했다. 계백이 마상에서 미사코에게 말했다. 미사코, 잘 들어라. 예. 대답한 미사코가 반짝이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옆에 선 사다케는 숨을 죽이고 있다. 이제 이 땅에 도적의 무리는 소탕되었으니 백성이 마음놓고 농사를 짓고 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냐? 네. 계백이 말고삐를 채면서 물었다. 네 할 일이 무엇이냐? 그때 바로 미사코가 대답했다.알려 주십시오. 따르겠습니다. 옳지.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답이다. 주위에 둘러선 무장(武將)들이 숨을 죽였다. 말이 코를 부는 소리와 말굽으로 땅을 차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왜 그런지 대답해 주마. 네. 아는 척 나서지 말아야 한다. 미사코가 시선만 주었고 계백의 목소리가 대기에 울렸다. 이제 이곳이 안정되었으니 성주는 없는 듯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백성들이 더 기운이 나서 일하고 살 것이다. 내 말을 들어가 새겨보도록. 그리고는 계백이 말고삐를 당겨 몸을 돌렸다. 계백의 등에 대고 사다케가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그것을 본 미사코가 서둘러 따른다. 주군, 앞쪽은 우에스기 영지입니다. 미사코성을 떠난 지 이틀이 되었을 때 슈토가 앞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후쿠토미의 영역이 끝나고 우에스기 가문의 영지가 다가온 것이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백이 머리만 끄덕였다. 앞서 간 선봉대에서 아직 전령이 오지 않았다. 오후 신시(4시) 무렵, 계백의 기마군 1천5백은 속보로 전진하고 있다. 우에스기는 백제계로 3백여 년 전, 일가(一家)가 무리를 지어 왜국에 건너와 영주가 되었다. 문명(文明)과 전술(戰術)이 발달되고 철기 무기까지 소지한 백제계 유민들은 바로 왜인을 규합, 호족 세력으로 기반을 굳히는 것이다. 그 후로 우에스기는 영토를 넓혀가면서 기반을 굳혀왔는데 지금은 영지가 55만석에 군사가 2만 가깝게 되는 동방의 대영주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의 영주는 우에스기 다까노, 45세, 영주가 된 지 25년이다. 그때 앞쪽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계백 앞에서 말을 세운 전령이 소리쳐 보고했다. 앞쪽 기치성(城)에서 성주가 백제방 달솔님을 영접하겠다고 했습니다. 계백은 백제방 달솔 직임으로 동정을 하는 중이다. 그때 슈토가 물었다. 여기서 몇 리 거리인가? 60리쯤 됩니다. 고개를 돌린 슈토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군, 기치성 근처에서 야영합니까? 계백은 야영할 계획이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성주한테 성에서 묵게 해달라고 해라. 대답한 슈토가 전령에게 이르자 전령이 돌아갔다. 그때 하도리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군, 우에스기의 속을 알 수가 없는데 성 안에서 머무는 건 위험합니다.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에스기는 왕실이나 백제방의 지시를 거의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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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5 19:06

[불멸의 백제] (249) 13장 동정(東征) 5

미사코님은 쇼토쿠 태자가 세운 호류사에 보내져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온 인재입니다. 뭐라구? 호류사? 계백이 머리를 기울였다. 쇼토쿠 태자는 왜국에서 신처럼 숭상 받는 인물이다. 쇼토쿠 태자 역시 백제계이자 요메이왕(用明王)의 제2왕자로, 어머니가 백제계인 소가노 우마코의 생질녀다. 쇼토쿠 태자는 소가노 우마코와 함께 섭정이 되어 스미코 왜왕을 보좌했는데 왜국 최초로 헌법을 제정했다. 또한 불교를 장려하여 호류사, 시텐오사(四天王寺)등 41개의 절을 세웠으며 호류사는 목조건물로 고구려에서 건너간 담징이 본당의 금당벽화를 그렸다. 쇼토쿠 태자가 죽은 후에 소가 에미시가 왜국 섭정이 되었고 뒤를 이어 소가 이루카가 지금 섭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때 사다케가 말을 이었다. 미사코님이 이곳 후쿠토미 지역의 여보살로 불리웠습니다. 후쿠토미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미사코를 따르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다. 미사코님이 앞에 나서지 않고 약탈해 간 양곡을 굶주린 주민에게 다시 나눠준다던가 부모를 잃은 아이를 절에 수용하고 잔혹한 행동을 하는 장졸을 벌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후쿠토미의 체제가 유지 되었던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미사코님이 주군의 소실이 되겠다고 자청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년이 나를 이용할 작정이었군. 주군, 미사코님은 25세로 평생 남자를 맞지 않겠다고 공언하신 분입니다. 아직 남자맛을 몰라서 그렇지. 주군, 미사코님은 아스나 하고는 다릅니다. 아스나가 침상 위에서는 제일이었다. 주군, 미사코님은 쇼토쿠 태자님이 제정하신 17조 헌법뿐만 아니라 학문, 문장에도 뛰어납니다. 주군을 더욱 빛나게 만드실 분입니다. 사다케의 이마에 땀방울이 배어나있다. 그것을 본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다음날 아침, 계백이 청에 앉아서 사다케에게 지시했다. 후쿠토미의 동생 미사코를 데려오도록. 예, 주군. 사다케는 바로 대답했지만 둘러앉은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잠시후에 사다케와 함께 미사코가 들어섰을 때 청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미사코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저고리에 바지를 입은 남장 차림이었지만 미모가 더 두드러졌다. 그러나 수십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어깨를 펴고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여러 말 하지 않겠다. 네가 그동안 선정을 베풀어 주민의 칭송을 받았다니 이 성에서 내정(內政)을 맡아라. 미사코가 시선을 들어 계백을 보았다. 눈동자가 흐려져 있다. 두 볼이 조금 달아올라 있었는데 조금 열린 입술 끝을 가늘게 떤다.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지. 이곳을 미사코성으로 부르겠다. 너는 미사코성 성주다. 내 가신(家臣)이고. 그리고는 계백이 머리를 돌려 슈토를 보았다. 미사코에게 기마군 1천, 보군 2천을 떼어주고 무장을 보좌시켜라. 옛. 슈토가 납작 엎드려 명을 받았다. 계백이 이제는 미사코를 보았다. 미사코. 네. 미사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시선을 떼지 않는다. 계백이 정색하고 말했다. 쇼토쿠 태자님의 선정을 실현해보도록. 네. 넌 내 가신이야. 네. 나는 네 주군이고. 네, 주군. 계백이 이제는 사다케를 보았다. 사다케, 미사코성 성주한테 소실을 찾아줘야 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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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4 19:15

[불멸의 백제] (248) 13장 동정(東征) 4

누가 보냈느냐? 계백이 묻자 여자가 숨을 들이켜고나서 대답했다. 네, 사다케님이... 이번에는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사다케에게 다른 무장한테 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때 여자가 시선을 들고 계백을 보았다. 눈동자가 또렸했고 맑은 눈이다. 제가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네 오빠를 죽인 사람이다. 네. 압니다. 왜 나한테 보내달라고 했느냐? 소실이 될 바에는 무신(武神)의 소실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그때 여자가 잠깐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네. 살겠습니다. 누구하고? 사다케님이 골라주신 무장하고... 그럼 돌아가라. 고개를 끄덕인 계백이 덧붙였다. 너는 잘 살 것이다. 여자가 절을 하고 몸을 돌렸을 때 계백이 어금니를 물었다. 숨을 들이켜면서 외면했던 계백이 문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다음날 아침, 청에서 조회를 마친 계백이 슈토, 하도리 등 무장들과 함께 영지 시찰을 나갔다. 위사대와 기마군 500여기를 대동한 영주의 행차다. 후쿠토미가 장악했던 영지는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농지 대부분이 버려져 있는데다 농사를 지어도 후쿠토미의 무리가 약탈하듯이 소출을 빼앗아 가는 터라 수확을 하자마자 야반도주하는 농가가 많았다. 무법천지다. 후쿠토미 일당 뿐만이아니라 야적떼가 많아서 아예 괭이를 들 힘만 있으면 야적 무리에 가담하는 농군이 많았다. 한나절을 말을 달렸지만 농가 서너 채밖에 발견하지 못한 계백이 신시(4시)무렵이 되었을때 한숨을 쉬고 탄식했다. 당분간 이곳에 거성을 만들고 주민을 끌어모아야겠다. 땅은 비옥한데 농민이 보이지 않다니 이럴수가 있단 말이냐? 계백이 슈토에게 지시했다. 군사들에게 방을 붙이도록 해라. 앞으로 이곳 새 영지에서는 3년동안 농작물 세를 걷지 않고 부역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네. 주군. 슈토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이웃 영지에서도 주민이 쏟아져 올 것입니다. 법을 엄격히 시행해서 관리의 포탈이 절대로 없도록 할 것이며 야적은 보는대로 잡아 죽일테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해라. 예. 주군. 이곳 영지는 말이 25만석이지 실제 경지 면적으로 보면 40만석이 넘는 땅이다. 주민이 다 도망가서 소출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백이 한나절동안 1백여리를 달렸어도 영지의 절반밖에 보지 못했다. 그날 저녁, 내실의 청으로 다시 사다케가 찾아왔다. 주군, 미사코님을 이곳 거성의 내실 집사로 임명했습니다. 허락해 주시지요.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런데 미사코가 누구냐? 계백이 묻자 사다케가 정색했다. 예. 후쿠토미의 동생입니다. 아니, 다른 장수의 소실로 보낸다고 하지 않았느냐? 본인도 그런다고 했고. 예. 그것보다 내실 감독이 맞을 것 같아서요. 이맛살을 찌푸린 계백이 사다케를 보았다. 너는 나한테 충심(忠心)으로 대하는 줄은 안다. 그런데 잘못하다가는 네 목이 먼저 떼어지고 나서 진심이 알려질 수도 있겠다. 예. 주군의 곧은 성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제 머리통쯤이야 별것 아니올시다. 닥쳐라! 예. 주군. 속셈이 무엇이냐? 미사코님이 이곳 영지에서 주군을 훌륭하게 모실것입니다. 사다케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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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3 19:28

[불멸의 백제] (247) 13장 동정(東征) 3

백제의 해외 22개 식민지인 담로 중에 왜국이 가장 크다. 왜국(倭國)은 지리상으로 신라와 가까웠지만 백제 초기부터 유민이 몰려가 규슈 (九州)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래서 왜인(倭人)들은 백제인들로부터 문명을 받아들였고 자연스럽게 백제계 유민이 지배세력이 되었다. 백제는 백가제해(百家制海)란 말에서 국호를 만든 것처럼 일찍부터 해양으로 진출, 해외에 22개 식민지를 보유한 해상강국(海上强國)이다. 후쿠토미 일가(一家)를 토벌한 후에 계백은 여왕과 섭정의 인장이 찍힌 승인서를 받았다. 후쿠토미가 장악했던 25만석 상당의 영지를 계백에게 할양한다는 내용이다. 승인서를 받은 날 저녁, 후쿠토미의 거성(居城)인 산성에서 장수들과 함께 주연을 마친 계백이 내실로 들어왔을 때 중신(重臣) 사다케가 따라왔다. 주군, 후쿠토미의 처자는 어떻게 합니까? 내실의 청에 앉은 계백에게 사다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첩이 7명이나 있고 자식은 모두 14명입니다. 계백은 입맛만 다셨고 사다케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영지를 정복했거나 이양을 받더라도 전(前) 영주는 물론이고 처자도 영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더욱이. 말을 멈춘 사다케가 계백을 보았다. 후쿠토미 같은 경우는 처자를 무사히 내보낼 상황이 아니다. 처자식이 나중에 복수를 할 테니 화근을 없애야 한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처첩을 장수들에게 개가 시키면 안될까? 안됩니다. 사다케가 바로 대답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주군께서 이또의 측실, 아리타의 측실을 받아들이셨지만 휘하 장수들은 안됩니다. 왜 안되는 거냐? 주군의 소실이 되면 안심이 되나 장수들의 처첩이 되어서 배신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화청이나 윤진, 백용문 등 휘하 장수들에게도 처첩을 보냈지 않은가? 그분들이야 안심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소인한테 처리를 맡겨주시지요. 사다케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주군께서는 모르고 계시는 것이 낫습니다. 계백이 한동안 사다케를 응시했다. 고노의 미망인 아스나와 아들 히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을 소실과 양아들고 삼기까지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히지를 잘 키워 든든한 무장(武將)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윽고 계백이 고개를 들었다. 알았다. 맡기겠다. 주군, 후쿠토미의 형제들이 있습니다. 같이 처리하겠습니다. . 남동생이 배다른 동생까지 셋입니다. 모두 무장(武將)이니 죽이겠습니다. . 화근은 남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아스나의 경우가 되풀이되면 안되겠지. 후쿠토미의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배다른 여동생인데 죽이기는 아깝습니다. 취하시겠습니까? 다른 무장한테 보내라. 예, 주군. 전례를 따를 필요는 없다. 영지에 분란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포용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엎드려 절을 한 사다케가 내실을 나갔다. 그로부터 한식경쯤 지났을 때 계백은 방문이 열리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들어서고 있다. 이곳 산상에는 시중들 소실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백이 물었다. 누구냐? 그때 여자가 두손을 모으고 서서 계백을 보았다. 우수에 덮인 얼굴이 밤에 이슬을 받은 수선화같다. 여자가 시선을 내리고 대답했다. 예. 후쿠토미의 여동생 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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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0 19:57

[불멸의 백제] (246) 13장 동정(東征) 2

풍왕자가 계백이 보낸 전령의 보고를 들은 것은 그로부터 나흘 후다. 전령으로 달려온 장수는 9품 고덕 벼슬의 연성이다. 전하, 달솔이 후쿠토미를 사로잡아 처형하고 25만석 상당의 영지를 획득했습니다. 고덕 연성이 소리쳐 보고했다. 백제방의 청 안에는 방의 관리들이 모두 모여 있는데다 왕실의 내관(內官)까지 불러서 함께 보고를 받는다. 연성이 말을 이었다. 후쿠토미는 무쓰 골짜기에서 화공을 받아 병력 태반을 잃고 화살을 맞아 생포되었다가 처형했습니다. 오, 잘했다. 풍이 큰 소리로 치하했다. 내가 곧 여왕께 말씀드려 후쿠토미가 장악했던 영지를 계백령으로 편입시키도록 하겠다. 전하, 달솔이 전하께 올리는 서신입니다. 연성이 밀봉한 서신을 두 손으로 내밀자 관리가 가져가 풍에게 전했다. 머리를 끄덕인 풍이 서신을 펴고 읽더니 연성에게 말했다. 알았다. 달솔한테 무운을 바란다고 전해라. 예, 전하. 연성이 물러가자 풍이 왕실의 내관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관들도 모두 백제계다. 여왕전하께 달솔의 전공을 들은 대로 전하도록 하게. 예, 전하. 내관 둘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백제방의 방령이 늘어났습니다. 축하드리오. 방령(方領)이 곧 왕실의 직할령 아닌가? 직할령 소출이 많아지면 왕실의 재정이 늘어날 것이고 그대들의 녹봉이 높아지는 것이네. 정색한 풍이 말을 잇는다. 달솔 계백의 영지 확장으로 올해 안에 그대들의 녹봉은 2배가 될 것이네. 감복하옵니다. 내관들이 다시 납작 엎드려 치하했다. 이렇게 백제방은 왕실의 재정과 인사까지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에 섭정 소가 이루카는 동방에서 돌아온 첩자의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루카도 지금 계백의 동정(東征)에 대한 보고를 받는 중이다. 이윽고 첩자의 말이 끝났을 때 이루카가 물었다. 그, 계백이 지금 시나산 근처에 있느냐? 예, 그곳에서 각 지역의 주민 대표를 모으고 있습니다. 첩자가 말을 이었다. 무신(武神)이 왔다고 주민들까지 모여들어서 시나산 근처는 금방 큰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계백 그놈이 어디까지 가려는 것인가? 이루카가 투덜거리듯 말하자 중신(重臣) 마에몬이 나섰다. 주군, 계백에게 축하 사절을 보내시지요. 뭐라고? 일국(一國)의 섭정으로서 그렇게 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이루카의 시선을 받은 마에몬이 말을 이었다. 그쪽 시나산, 무쓰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땅은 기름지나 도적 무리가 횡행해서 주민들이 강한 영주를 바라고 있었지 않습니까? 우리도 여러 번 토벌대를 보냈지만 성과도 내지 못하고 회군을 했는데 계백은 단숨에 도적무리의 수괴를 잡아 죽였습니다. . 계백에게 치하 사절을 보내고 그쪽 영지를 계백에게 할양한다는 서신을 보내시지요. 마에몬이 쓴웃음을 지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미 계백이 보낸 전령이 풍왕자와 왕실에 보고를 했을 것이고 그쪽 영지는 당연히 계백의 영지가 될 것이니 주군께서 미리 그렇게 말씀하시면 빛이 날 것입니다. 네 말이 맞다. 머리를 끄덕인 이루카가 바로 지시했다. 그렇게 서신을 써라. 예, 주군. 그나저나 계백이 온 후부터 백제방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군. 이럴 때는 잠자코 계시지요. 마에몬이 달래듯이 말했다. 이루카의 제갈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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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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