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은 안 궁금할 줄 알았다
2022년 11월 내가 졸업한 학과의 당시 학생회장을 하고 있던 후배가 연락이 왔다. 코로나로 인해서 진행하지 못했던 졸업생 초청 강연을 다시 진행하려 하는데, 졸업생을 대표해서 강연을 부탁했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5명의 졸업생이 강연자로 참석하는데 2명은 공기업, 2명은 대기업, 남은 1명인 나는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및 창업자의 삶에 대한 주제로 요청해왔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리스크를 짊어지는 프리랜서, 사업 및 창업을 도전하는 삶과는 달리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취업 쪽으로 진로를 많이 결정한다고 익히 들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을 토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자 했다. 한 번뿐인 인생에 너무 기계적이고, 남들이 다 걷고 있는 길만 그대로 따라가기엔 아직 20대 초중반의 나이대를 형성한 후배들의 청춘이 아깝다고 느꼈다. 강연자 중 가장 고학번이기도 하면서 취업과는 다른 방향에 대한 강연 내용이기에 맨 마지막 순서에 배치가 되었다. 마지막 강연 타임이면 충분히 지루하고, 지쳤을 법도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적지 않은 Q&A 시간까지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2023년 11월 현재 올해 내가 졸업한 학과의 회장, 부회장을 맡은 후배들이 연락이 왔다. 작년과 같이 새롭게 들어온 후배들에게 졸업생으로써 강연을 요청해왔다. 취업에 혈안이 되어있는 대학생들에게 딱히 관련 없는 주제의 나의 얘기가 과연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러나, 이번 요청 사항은 작년과는 달랐다. 아직 취업에 전념하기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저학년 후배들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내가 졸업하고 난 뒤의 생활이 아니라, 졸업하기 전에 겪었던 경험들을 전해주기를 바랐다. 후배들은 나의 저학년 시절의 1학년 학과 대표부터 군대 전역 후에 수없이 많은 대외 활동과 교내 활동, 그리고 학과 학생회장, 공과대학 학생회장, 총학생회장에 임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모든 것을 다 겪은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 시절에 겪었던 모든 활동들이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되었으며, 나와 함께 활동했던 지인들은 취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설명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저 관심이 없어서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관심 있고, 궁금한 사항들이 많지만, 들을 기회가 없어서 듣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스러운 선배는 아닐지라도,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는 감정까지 피어났다. 타인의 과거에는 관심 없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타인의 삶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갈 줄 알았던 후배들이 기회가 생기니 그 사람의 과거에 궁금함을 가지는 모습을 보며, 내 안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고정관념을 깨어주었고 후배들의 궁금증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몇몇의 얘기만 듣고 일반화했던 나의 생각을 반성하게 되었고, 적어도 후배들이 “선배가 조언해 줬어”라고 말을 할 때, 그 선배가 되어줌과 동시에 훗날에 그 후배들이 다시 그 선배가 되는 선한 대물림의 촉진제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의미 있는 강연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