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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농촌은 지금…

올 가뭄은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남한지역은 1백년만에 최악이요 북한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해 1천년만의 왕가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조선중앙TV에 출연한 북한 기상수문국의 한관계자가“이번 가뭄은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1천년만에 한번이나 있을법한 왕가뭄”이라고 했다고 하니 가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요즘 농촌 들녘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철 모내기를 못한 논에 물대기를 하기 위해 9∼10㎞나 떨어진 곳에서 10단계 양수작업을 하고 포도 한그루, 고추 한포기 살리기 위해 물동이를 지고 들판을 누비고 있다. 물론 공무원·군인·정치인 할것없이 모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방차와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 물대기를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업용수를 농업용수로 제공하는가 하면 심지어 숙박업소 수도 꼭지를 틀어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적셔주고 있다. 정말이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그러니 단비가 내려 해갈만 되면 농촌은 다시 버림을 받는다. 중장기 급수 대책으로 중소형 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도 환경파괴 운운하며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돌려버리고 기왕에 파놓은 관정조차 제대로 관리를 못해 쓸모없이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디 그뿐인가. 농민들은 풍년이 들면 풍년이 든대로, 흉년에는 흉년대로 걱정이고, 수매가에 울고, 수입농산물에 울고, 각종 불균형 정책에 비애를 느껴야 한다. 농가빚 또한 계속 늘어 지난 62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구당 2천만원을 넘어섰다.농촌 실정이 이렇게 참담하다보니 탈농(脫農)현상이 계속 이어져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전 대비, 무려 1천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마침내 우리나라도 농업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 그친지 오래고 초상이 나도 상여를 맬 젊은 인부가 없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농촌의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된다면 나중에는 국방의 의무를 치르듯‘농민의 의무’를 하나 더 추가해야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16 23:02

[오목대] 인공 降雨

인간은 거주하는 지역의 주어진 기후에 잘 적응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20세기초까지만 해도 인간의 힘으로 날씨를 조절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기후위성을 비롯 첨단과학이 발전하면서 날씨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게 되고, 기상조절을 위한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1932년 러시아가 세계 최초의 인공강우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현재 중국·미국등 세계 27개국이 기상조절의 한 방법인 인공강우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가 가장 활발하게 실용화하고 있다.인공강우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름층은 형성돼 있으나 비를 뿌릴 정도의 기상여건이 되지 못했을때 그 여건을 만들어줘 강우효과를 얻는 것으로 ‘인공증우(人工增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즉 비가 오기 위해서는 구름속에 아주 작은 물방울을 모으는 얼음결정(結晶)같은 ‘구름씨’가 있어야 하는데 이 ‘구름씨’가 적어 빗방울을 만들지 못할때 항공기등을 이용해 드라이아이스나 얼음결정과 비슥한 요오드화은(銀)등 ‘인공 구름씨’를 구름속에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그 원리이다.기상청은 지난 94∼95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뒤 95년 특정과제로 4년에 걸쳐 항공실험 8회와 지상실험 10회등 실험연구를 시도했으나 가능성만 확인한채 연구를 중단했었다.90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전 국토가 메말라가자 과학기술부와 기상청이 어제(14일) 오전 경남 서부내륙과 경북 북부내륙등 두곳에서 인공강우 항공실험을 가졌다. 기상청은 이번 실험이 당장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화 단계에 한발짝 더 접근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이젠 우리도 가뭄이 들었을때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만 없다. 기상조절 기술발전을 위한 전문연구 인력 확보와 항공기등의 장비 도입등 중장기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야할 때이다. 이번 가뭄이 제시해준 교훈이기도 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15 23:02

[오목대] ‘영화의 도시’ 全州

50년대‘한국의 헐리우드’로까지 불렸던 전주가 다시‘영화의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디지털과 대안영화’를 주제로 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전주를 비롯한 전북 지역 일대가 새로운 영화 촬영장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달부터 촬영에 들어가는‘백만 송이 장미’를 포함, 3편의 영화가 전주역 등을 그 주된 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며, 월드컵 한일공동주최 기념작인 한일합작영화가 군산 일대를 중심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또한 퓨전 맬로물인‘렛잇비’등 10여 편의 영화도 조만간 전북지역 일대에서 촬영될 예정이라 한다.전주 일대가 이처럼 많은 영화의 촬영장소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이 지역이 안고 있는 풍성한 문화유적과 덜 손상된 자연경관 덕이라 할 수 있다. 경제개발에서 소외당했던 것이 아이러니칼하게도 더 풍요로운 문화의 텃밭으로 자랄 수 있게 된 것이다.또 하나,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영화의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시킨 점이나 장소 섭외와 기자재 조달 등 영화 제작과 촬영에 필요한 일들을 대행해주기 위해 설립된‘영상위원회’의 활발한 유치노력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그러나 자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산을 비롯한 타 지역의 노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두 번째 영화제를 마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여러가지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제조직위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서 빨리 털고 일어나 내년 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말이다.시설투자에 인색한 이 지역 극장가의 복지부동의 행태도‘영화의 도시’로의 거듭남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라 할 수 있다. 투자는 하지 않고 그 결실만 따먹겠다는 얌체속성으로는 제대로 된 결실을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영화의 도시’로의 부활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결집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14 23:02

[오목대] 모짜르트의 죽음

역사적으로 위인(偉人)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에게는 그가 쌓아 올린 업적 못지않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많다. 인간은 신(神)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결점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런 점까지도 일종의 카리스마로 삼아 존경의 염(念)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그런데 현대과학이 이런 위인들의 기존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수 있고‘감춰진 사실’들을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안암(眼癌)으로 사망했고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2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흑인 하녀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뒀다는 사실등이 그것이다. 원래 DNA검사는 지난 85년 이집트의 미라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내면서부터 응용되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인류학이나 고고학 분야 연구에 그 목적을 뒀으나 과학자들이 이 검사 기법을 이용하여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의 사생활 내용을 들춰내기 시작한 것이다. 악성(樂聖))베토벤이 매독으로 사망했고 미국의 링컨대통령 부부가 매독증세를 보였다는 사실도 바로 그들의 머리카락 DNA검사 결과였다. 이렇게 된데에는 호사가들과 황색언론의 상업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사람들은 이처럼 위인들의 개인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지는것을 보면서‘과학의 개가’에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위인들에 대한 존경심과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것을 더 안타까워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품어왔던 위인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 비애나 분노가 더 큰 좌절감을 안겨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경우는 다르지만 이번에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죽음이‘덜익은 돈가스’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또한번 화제다. 미국의 한 의사가 의학문헌과 모짜르트가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 내용들을 토대로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에게 환상의 선율이 담긴 수많은 명곡을 선사한 그가 하필이면 선모충(旋선毛蟲)이라는 구질구질한 기생충에 감염돼 죽었다? 아무래도 등골이 스멀거리는 기분나쁜 소식이 아닐수 없다.‘요절한 천재’의 신비스러운 삶에 끝없는 동경심을 품었던 음악 매니아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13 23:02

[오목대] 가뭄 극복

예나 지금이나 날씨만큼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물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그때 그때 자연이 주는 일기변화에 적응하며 삶의 방식을 좀 더 낫게 발전시켜 온게 인류의 역사다.그런만큼 인간은 하늘이 어떤 조화를 부릴지를 미리 알고 이에 대비하는 지혜를 터득하는데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가령 개구리가 울거나 개미가 떼를 지어 이동하면 비가 온다거나, 종달새가 시끄럽게 지저귀면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고 예측하는 것이 그것들이다. 밤에 달무리가 붉게 물들면 비가 올것으로 내다보고 농부들이 논의 물꼬를 손질하는 것도 다 이런 경험칙에서다. 그러나 첨단과학 시대라는 지금도 기상이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생물계의 미물들도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도 이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엘니뇨 현장이 사라졌다고 기상학계가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기상이변이 극성이다. 인도와 미국 남부에서는 때아닌 홍수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가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특히 우리의 경우 벌써 넉달째 비 다운 비 한번 내리지 않아 밭작물이 타 들어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등 심각한 재난을 겪고 있다. 섬지방이나 도시 고지대에서는 먹는 물과 생활용수마저 부족해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96년이래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들면서 큰 손실을 입히고 있음에도 근본적 재난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를 원망하는 소리도 높다.하지만 지금의 가뭄도 따지고 보면 천재(天災)다.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는데 인간의 힘으로 어쩌랴. 정부가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가뭄 극복작전에 나섰고 농민돕기운동도 불이 붙었다. 작은 정성이라도 모두가 나서면 큰 힘이 된다. 속담에 ‘3년 대한(大旱)에 장마없을때 없다’고 했다. 장마전선이 다음주 쯤이면 북상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잘 참고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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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1.06.12 23:02

[오목대] 朴正熙와 金載圭

어느 시대에서나 이데올로기의 통합은 불가능하고 가치관의 혼재 또한 막을 도리가 없겠으나 요즘처럼 수많은 사상과 주장들이 난무한때도 일찌기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 고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의 TV 논어강의가 지식인 사회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다 결국 방송중단 사태를 맞게 된 것이나 작고한 스승 미당 서정주를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례한 자아군림주의의 시인 ’‘세상에 대한 수치가 결여된 체질’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한 시인 고은의 경우에서 보듯이 작금의 우리사회는 그간의 권위와 관행에 대한 패러다임의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79년 박정희 전대통령을 시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민주화 유공자’인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김 전부장에 대한 명예회복 추진 움직임은 간간이 있었으나 민주화 유공자로까지 인정하려는 시도는 처음이어서 박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과 함께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김 전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변호사는 “해직기자들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을 받는데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여 사실상 최고의 민주화 우동 주역이 된 김 전부장을 유공자에서 제외 시켜서는 안된다”며 “김장군은 재판과정에서 ‘나는 내란목적 살인죄로 사형을 당하지만 역사의 재판에선 반드시 정의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사실상 권력 내부에 있던 김재규가 왜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하느냐”면서 “법원의 판결로 사형이 집행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번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아직 박 전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미완의 상태다. 일반 국민들의 평가도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심하게 맞서 있다. 박 전대통령이 과연 이땅에서 절대 빈곤을 몰아내고 조국근대화를 앞당긴 위대한 통치자인가, 아니면 김전부장이 독재를 종식시킨 최고의 민주화 유공자인가 참으로 혼란스럽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11 23:02

[오목대] 전주 월드컵

스포츠 단일 종목으로 이 지구상의 열기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서슴없이 월드컵 축구라고 대답할 것이다. 온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하는 월드컵 축구가 우리 나라에서, 그것도 이 고장 전주에서 치러질 날도 머지 않았다.우리 나라는 축구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먼 옛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축구와 비슷한 ‘축국(蹴鞠)’이란 형태의 공차기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82년 인천항에 상륙한 영국군함의 승무원들에 의해 현대 축구가 우리 나라에 전파되었고, 1921년 제1회 전조선 축구대회가 개최되었다. 1928년에는 조선 축구협회의 전신인 조선심판협회가 창립되어 한국에 정식으로 축구가 보급되고 발전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시기에는 축구를 통해 가슴에 쌓인 민족의 울분을 씻고 풀기도 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이름으로 세계에 도전한 것이 우리나라가 월드컵과 인연을 맺게 된 시발점이었으며, 1954년에는 월드컵 본선에 최초로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1986년부터 4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여 아시아 최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부각되면서 이제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 수준의 한국 축구를 지향하게 되었다.월드컵 축구는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특히, 우리 고장 전주에서 벌어질 월드컵 경기가 전북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겠다. 우리 전주시민과 전북도민들은 전주 월드컵이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월드컵 대회가 되도록 모든 힘과 노력을 경주하여 이번 대회를 문화 월드컵대회로 승화시켜 전주가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전주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전북인의 자긍심을 높여 그 면모를 새롭게 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09 23:02

[오목대] ‘커닝’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만 높은 점수를 받기위한 시험 부정행위를 가리키는 커닝(Cunning)은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제도와 함께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과거는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었다. 응시자수가 많았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기에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꾀를 냈던 것이다.조선조 후기학자 이긍익(李肯翊·1736∼1806)이 쓴 조선시대 여야총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는 각종 커닝수법과 사례가 자세히 적혀 있다.붓통이나 도포자락, 버선등에 커닝페이퍼를 숨겨오는 수법은 물론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고 한다. 시험관이 응시생에게 미리 문제를 알려주거나 특정인이 답안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방법등이 대표적이다.지난 5월 한국사회 최고 엘리트집단인 서울대의 올 신입생 20여명이 시험도중 속칭 ‘족보’를 베끼는 커닝을 저지르다가 타과생의 신고로 들통나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을 빚었다.또 최근 미국에서도 ‘1백60년 무감독시험’이라는 전통에 빛나는 버지니아 국립대학에서 학생들이 보고서를 베껴내고 있다는 사실이 한 교수에 의해 밝혀져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커닝에 대한 유혹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심지어 요즘에는 PDA(개인휴대 단말기)까지 이용된다니 커닝도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역사를 함께 하는 모양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사이버공간에서 커닝비법을 공모하여 물의를 빚었다. 한 PC통신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 결과 기상천외한 방법이 게시판에 쏟아졌다고 한다.학문과 진리탐구에 몰두해야 할 상아탑안에서 단지 취업에 절대적인 학점관리만을 목적으로 한 커닝의 만연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저 캠퍼스내의 관행으로만 치부하기엔 주변에 미치는 파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정직하게 실력껏 치른 학생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이같은 모순이 어디 또 있겠는가. 현 우리사회 기성세대의 ‘도덕적 해이’만을 탓하기 앞서 자신들의 행위도 뒤돌아 보는 자세가 아쉽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08 23:02

[오목대] 人文學의 위기자초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가 세를 더해가고 있다. 실용학문에 밀려 푸대접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구조조정의 대상으로까지 내몰리게 되자 참다못한 인문학자들이 점잖음의 태를 버리고 항변을 하고 나선 것이다.인문학의 냉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상황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럽고 그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특히 인색하다는 점일 것이다.허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문학자들 스스로 인문정신을 저버림으로써 사회로부터 뿐만 아니라 학생들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자기 전공의 중요성만 강조했지 함께 키워가야 할 주변학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구체적인 삶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고고한 냉소를 일삼았다. 자기 전공부뿐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되리라는 비인문학적 기능주의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문학이 철학을 동한시하고 철학이 역사를 경시하는데 누가 그들을 챙겨주겠는가? 문학이론의 이름으로 문학을 ‘낯설게 하고’ 언어학의 이름으로 언어를 소외시키는 마당에, 구체적인 삶을 도외시하는 철학이나 현실역사에 아랑곳하지 않는 역사학을 무엇이 좋아 거들고 나서겠는가?이번 동학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이 지역 인문학자들의 무관심은 이런 상아탑주의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공과 연계성이 없는 많은 학자들이 일본과 중극 등지에서 참가를 했는데, 정작 이 지역에서는 역사학자들마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전공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면서 자기 전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모순이 아닌가? 스스로 주변 인문학을 냉대하면서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인문학 위기의 시대에 참다운 인문정신의 회복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07 23:02

[오목대] 金炳魯 생가터

‘萬人 가운데 하나를 만나기도 어려운 것인데/그같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으로/모든 겨레의 흠앙속에 살다가 가신 이/한 분 계셨으니/街人 金炳魯선생 그 이시다…’ 서울북한산 및 수유리에 안장된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선생의 묘비명(墓碑銘)중 한 구절이다.흔히 근대 사법 1백년 역사상 ‘법의 정의’와 ‘사법의 양식’을 확고하게 다진 법조계 큰 별로 꼽히는 가인 김병로(1887∼1964)는 ‘확류와 더불어 마주 싸우며 끝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풍운이 감돌던 구한말 순창군 복흥면 하리 사창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대학과 명치대 법과에서 수학했으며 일제하 변호사로 개업한후 식민지배에 고통받는 동포와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또 당시 지식인들의 결성체인 신간회(新幹會)에도 참여하여 민중 계몽운동과 독립투쟁에 직접 나서기도 했었다.해방후 초대 대법원장으로 선출돼 사법의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사법부의 권위를 지켰으며 ‘법관을 독립하여 재판하는 것인만큼 이는 대법원장으로서도 간섭하거나 지시할수 없는 것’이라며 이박사의 압력을 당당히 뿌리친 일화는 지금도 법조계에 회자된다.흰 고무신에 두루마기, 지팡이 차림의 말년 그의 모습은 청빈과 근엄의 상징이었으며 ‘법관은 굶어 죽더라도 재물을 탐하지 말고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끝까지 실천한 사회의 스승이기도 했다.그런 가인선생의 순창 생가(生家)터가 고향에서조차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딱한 소식이다. (5일자 16면)생가터 입구에 안내표지판 하나가 달랑 서 있을뿐 어디에도 가인의 숨결을 읽을수 있는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4월15일 군민종합복지회관내 한켠에서 개관된 기념관조차 자료가 부실하고 일반 관람객마저 출입이 어렵게 돼있다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전주시 덕진동의 호반공원에 ‘법조3성’의 한 분으로 가인의 흉상이 세워져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수는 없다. 전북 출신 선각자를 기리고 흠모하는 일은 후학(後學)이나 도민 모두의 도리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06.06 23:02

[오목대] 最惡의 정치인?

정치인을 평가하는 경구(警句)에 이런 말이 있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정치가’는 당리당략보다 국가 장래를 내다보는 큰 틀의 정치를 하는대신 ‘정치꾼’은 국가보다는 자신의 명리(名利)나 파당의 이익에 더 집착하는 소아병적 행태를 두고 한 말이다.정치인의 속성을 꼬집은 말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후르시스쵸의 익살은 유명하다. 미국을 방문한 그에게 한 기자가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묻자 그는 ‘정친인이란 공산주의국가나 민주주의국가나 똑같다’고 전제하면서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겠다고 허풍을 떠는게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호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프랑스의 정치가 클레망소 얘기도 있다. 후배 정치인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나쁜 정치가는 누구인가?”이에 대해 만년의 그는 “최악의 정치가를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친구야말로 최악’이라고 점찍는 그 순간 그 보다 더 나쁜 친구가 반드시 나타나니까…”라고 대답했다. 물론 말쟁이의 우스개 소리에 불과 하겠지만 이 말속에는 촌철상인(寸鐵殺人)과도 같은 해학이 번뜩인다.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정풍(整風)요구로 촉발된 민주당 내분사태가 어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최고위원회의를 고비로 수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보강하는등 국정쇄신을 위한 복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고 했으므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소장파 성명 발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과 정동영(鄭東泳)의원간의 ‘거짓말 공방’은 정특보단장이 ‘정치인의 신의’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섬으로써 논쟁의 불씨가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여기에 김민석(金民錫)의원까지 가세하여 윤리위소집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긴 지어야 할 모양이다.논쟁의 중심에 있는 의원 두 명이 하필 우리도 출신이란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차제에 타깃이 되고 있는 ‘당내 최악의 정치인’과 ‘그 보다 나쁜 정치꾼’은 과연 누구인지 지하의 클레망소에게라도 물러봐야 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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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6.05 23:02

[오목대] 말뿐인 地方化

‘서울은 만원(滿員)이다’. 육군소장 박정희(朴正熙)가 군사혁명을 일으켜 국가권력을 장악한 뒤 모든 경제 정책을 고도성장 기조에 맞춰 추진함으로써 각종 산업과 인구가 서울로 서울로 집중하면서 60년대 말 인구에 널리 회자되던 말이다. 40여년전 당시에도 서울 인구가 결코 적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풍자적인 한담이었던 것 같은데 작금의 서울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전통적인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와 그에 기초한 개발독재, 그리고 각종 SOC(사회간접자본)의 지원으로 인한 산업입지의 우위가 사회·경제적 기능과 인구의 집중을 가속화시켜 서울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산업의 중심이 농업에서 공업과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서 농어촌 인구 대부분이 도시를 향해 떠났고 특히 서울은 이농인구를 빨아들이는‘블랙홀’현상을 일으켜 팽창일로로 치달았다.지난 60년 서울 인구는 2백44만5천4백2명으로 총 인구 비율이 9.7%였다. 이후 70년에는 5백44만3천2백98명으로 17.6%, 80년에 8백36만4천3백79명으로 21.9%, 90년 들어서는 1천61만2천5백77명으로 24.4%를 차지하면서‘서울공화국’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이처럼 거대 공룡의 모습으로 변한 서울은 어떤 정책을 써도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고 마침내 넘치는 인구가 경기도로 흘러들어 작년말 수도권인구가 무려 1천9백66만명에 달한다는 놀랄만한 기록을 세우기에 이르렀다.이는 총인구 비율의 4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도쿄의 수도권 32.2%와 런던 수도권 31.2%, 파리 수도권 18.9%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교통과 환경·공해·주택문제는 물론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범죄등으로 사람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지방은 지방대로“경제적으로 낙후돼 먹고살기 어렵다. 정치·경제·문화등 모든 정책이 수도권 위주로 추진된다”며 폭발 일보 직전이다.이쯤해서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것 같다. 말로만‘지방화다, 국토균형발전이다’하며 떠들것이 아니라 전국이 고루 잘살게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과감히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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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6.04 23:02

[오목대] 企業의 국제경쟁력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에서는 해마다 각국의 국제경쟁력을 발표하고 있다. 1997년에 발표된 세계각국의 경쟁력과 우리나라의 경우를 비교하여 살펴보면 자못 흥미로운 점이 많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46개국 중 31위를 기록하고 있다.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국제경쟁력이 뛰어난 국가로 나타나 있고 과거 우리나라와 함께 네마리의 용으로 불려졌던 싱가포르의 국제경쟁력이 2위로 나타나 있는 것은 많은 교훈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 뒤를 이어 홍콩과 핀란드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아시아의 네마리 용 중의 하나였던 대만도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중국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또한 각 부문별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살펴보면 국내경제는 11위로서 자본형성과 경제의 호황측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생활비용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화의 측면에서는 40위로서 대상국 중 거의 바닥수준으로 최하위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문화적인 개방성 역시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부문도 정부의 지나친 통제, 그리고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금융측면 역시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없는 점, 그리고 금융서비스의 낙후성 등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 간접자본 부문도 에너지와 수송 인프라스트럭처, 그리고 기술과 환경의 인프라스트럭처 면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정부와 금융부문 그리고 사회간접자본 면에서의 낙후성은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잠식하는 세가지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IMF 구제금융의 사태 이후, 수많은 기업들, 특히 내노라하는 재벌기업이 부도를 내고 도산하거나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지난날 값싼 저임금을 배경으로 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서 탈피하여 다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세계 속에서 글러벌경쟁력을 다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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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6.02 23:02

[오목대] 나노기술(NT)

세균 크기의 초미니 로봇이 혈관을 타고 뇌속으로 들어가 뇌장애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치료하는 내용을 다룬 ‘마이크로 결사대’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공상과학 영화다.이같은 초소형 로봇을 비롯 손톱에 붙이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 머리핀 끝보다 작은 크기에 백과사전을 저장하는 초미니 반도체등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실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머리카락 지름의 5만분의 1 크기의 물질을 만들거나 조작하는 초미세(超微細)첨단기술인 나노기술(NT, Nano-Technology)만 정복된다면 21세기에는 과학과 산업은 물론 인류생활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나노(n)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의 난쟁이를 의미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기본단위 1나노미터(nm)는 1m쯤 되는 유치원생 키의 10억분의 1 정도로 그 길이를 짐작할 수 있다.나노기술은 비록 지금은 진입단계에 있지만 분명 미래첨단기술의 강력한 후보이며, 이같은 이유 때문에 선진 각국이나 대기업등에서 많은 투자와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나노기술에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는 미국은 97년 1억5천만달러였던 연구예산을 매년 증액하여 올해는 5억달러대로 늘렸다.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앞으로 나노기술을 정보통신(IT), 생명과학(BT)과 함께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때맞춰 과학기술부는 최근 2010년까지 총 1조3천7백여억원을 투자, ‘NT10대 선진국’진입을 목표로 하는 ‘나노기술 종합발전 10개년 계획안’을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다.이 계획안에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소와 기업을 집적시킨 ‘나노타운’을 조성하고, 대학에 나노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한편 전문인력 1만3천명을 양성하는등 나노기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이 포함돼 있다.인류에게 제2의 르네상스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나노기술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효율적인 투자등 국가차원의 지원대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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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6.01 23:02

[오목대] 참된 知識人

지식인은 속성상 기회주의적이기 쉽다. 나름의 전문지식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 지식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변신의 폭도 넓으며 그 변신에 대한 변명의 설득력도 높게 마련이다. 때로는 전문성을 내세우며 기능주의에 함몰되어 긴박한 사회적 상황에 모르쇠하며 유유자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단한 선각자를 자처하며 아무 일에나 팔을 걷고 나서기도 한다.변혁의 시기에 재빠르게 반성문을 제출하는가 하면 새로운 권력의 구미에 맞는 거창한 이론들을 쉽게 개발해 주기도 한다. 상황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신중하여 변혁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그 전리품을 취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처럼 탁월한 역량에 의한 기회를 애써 외면하면 올곧게 양심을 지켜내려는 지식인들이 엄존한다는 점이다. 굴종을 강요하는 각종 위협이나 유혹에 혼들림 없이 ‘할 만은 할’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편협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나 민족주의 이념도 이들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정의와 진리에 대한 믿음만이 이들의 험난한 항해를 이끌어주는 변이다.이번에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들이 바로 그런 전형적 예라 할 수 있다. 자국의 주변국에 대한 인권유립을 남들에 앞서 규탄하는 사람들, 일본의 역사왜곡이 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강조하며 피해지역에 가면 사죄의 몸가짐을 분명하게 갖추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군국주의의 거센 물결이 뒤덮고 있는 일본 열도의 미래가 그나마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들 중 한 분이 밝힌대로 “일본군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최초의 민중학살”인 동학농민군 진압의 터를 답사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죄와 참회의 의미가 이 답사기행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 간판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지식인들의 용기 있는 언행일치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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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5.31 23:02

[오목대] ‘소음’公害

근래들어 대표적인 공해가운데 하나가 소음(騷音)이다. 소음은 한마디로 사람이 일상적인 상태에서 귀로 들어서 시끄럽다고 느껴지는 소리를 말한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하루종일 내쏟는 엔진·경적소리, 공사장이나 공장같은데서 들리는 기계소리, 철도변에서 열차가 통과할때 내는 소리등이 이에 해당한다.그 뿐이 아니다. 판촉행사를 한답시고 대형 스피커를 요란하게 틀어대는 업소, 리어카나 트럭에 확성기를 달고 아파트단지를 누비는 잡상인,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소리도 모두 이 공해에 속한다. 여기에다 게릴라식으로 출몰하면서 대로변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종교단체의 확성기 공해는 짜증스럽다못해 울화통이 치밀게까지 한다.소음이 사람의 생리현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가령 90데시빌(dB)정도의 소음은 모세혈관에 이상을 가져와 심장의 혈액 박출량(博出量)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형버스의 경적소리(1백데시빌)는 청력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힌다고 한다. 1백30데시빌 이상에 이르면 귀뿐만 아니라 뇌나 순환기등 여러 신체장기에 독소가 되어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대화할때 큰음성이 65데시빌이고 타자기나 전화벨소리가 70데시빌임으로 비교해보면 소음의 정도를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최근 전주지방환경관리청이 전주지역 환경소음을 측정한 결과 일반 주거지역(55dB)은 물론 상업지역의 소음도가 기준치를 모두 초과한것으로 나타났다한다. 전북대병원과 송천초등학교의 경우 환자치료와 학생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이고 대부분 아파트와 주거지역등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 소음공해로 주민들이 스트레스성 소화불량, 수면장애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에서는 소음에 대한 규제가 엄중하다. 기준을 초과하면 가차없이 벌금을 물리고 심지어 개짓는 소리까지 단속대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기나 수질오염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소음은 ‘짜증(?)을 내는 정도’에서 용케도 참아 낸다. 이제 우리도 그냥 참고 넘길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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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5.30 23:02

[오목대] 돌아온 食人상어

해마다 5월부터 6월사이 서해안에 출몰하는 불청객이 식인(食人)상어다. 해수 온도가 16도이상을 유지하면서 난류성 해류가 형성될때 쯤 이 놈들은 어김없이 찾아 온다. 올해도 지난 3일 충남 보령시 외연도 앞바다에서 잠수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래 군산시 어청도 앞바다(17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근해(23일)에서 각각 한 마리씩 어부들에게 잡혀 본격적인 출몰을 예고하고 있다.특히 격렬비열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놈은 몸길이가 4.5m나 되고 톱니처럼 날카로운 이빨에는 잡히기 직전 사냥했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고래의 살점마저 물려 있어 섬뜩함 마저 느끼게 한다.상어는 전세계 바다에 2백여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내 연안에도 백상아리·홍살귀상어등 40여종이 분포돼 있다. 이 중 서해안에 출몰하는 식인상어는 길이 2∼4m의 백상아리 종류로 주로 전북과 충남근해 바다밑에서 키조개나 전복류를 따는 잠수부·해녀들을 공격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뚜렷한 방어책이 없어 어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속을 드나들고 있는 형편이다.상어는 동물의 피냄새를 알아차리는 뛰어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어 한번 사람의 피맛을 보면 잊지 않고 그 자리에 찾아오는 습성이 있다. 해마다 비슷한 해안에서 사고가 잇따르는것도 그 때문이다. 상어는 대개 동이 틀때나 해가 진 뒤에 먹이사냥에 나서는데 잠수부나 해녀들이 키조개나 해삼 전복따위를 따러 들어가는 늦은 오후에 공격당하는 것과 일치한다.지난 59년 대천해수욕장에서 제법 깊은 물속에 들어갔던 대학생 한 명이 희생된 이래 지난해까지 서해안에서만 식인상어에 물려 모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는 아직 희생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엊그제 그물에 걸린 상어를 보면 이미 이 놈들이 몰려 들고 있다는 징조다.당국이 이 시기에 맞춰 잠수어업을 일시 금지시킨다니 어민들에게는 생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닷속 어디에서 언제 이 놈들이 공격해올지 모르는 마당에 불평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식인상어에게까지 목숨 맡길 일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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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5.29 23:02

[오목대] ‘夫婦의 날’

산업혁명과 과학문명에 힘입어 자본주의가 만개(滿開)함으로써 인류의 생활이 풍요로워지기는 했으나 그로인해 파생된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성 파괴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를 불러와 사람살이가 되레 각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담과 이브’나 ‘단군신앙’에서 보듯이 인간세상이 열린것은 부부라는 존재의 확인에서 출발하건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부부의 도(道)는 정비례하여 땅에 떨어지고 걸핏하면 이혼으로 현실도피를 감행(?)하고 있으니 장차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과 이혼에 관한 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한해동안 결혼건수는 33만4천쌍, 이혼건수는 12만상으로 하루 평균 9백15쌍이 결혼하고 3백29쌍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단순 백분율로 환산하면 무려 36%선에 육박하는 것으로 미국의 이혼율 50%와 영국의 이혼율 40%에 크게 뒤지지 않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인구 1천명당 이혼한 부부의 비율인 ‘조이혼율’은 우리나라가 2.5건으로 대만의 2.2건과 일본의 2.0건을 앞질러 불명예스러운 아시아 1위를 기록하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이혼으로 인한 사회적 폐단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특히 연간 10만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낯선 환경으로 내몰리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립아동상담소가 지난해 보호아동의 문제요인을 분석한 결과 부모의 사망으로 인해 입소한 의미의 고아는 불과 2.5%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부모의 이혼과 별거·재혼등으로 맡겨진 아이들이었다고 한다.경남 창원에서 시작돼 일부 시·도민들이 참여, 올해로 7년째를 맞는 가칭 ‘부부의 날’(5월 21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빈민층 청소년을 상대로 선도활동을 벌이던 권재도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부부의 날 제정운동은 공동대표를 맡은 권영상변호사가 국회에 청원서를 낸데 이어 민주당 김중권대표와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를 만나면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가정해체 현상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부부의 날’까지 제정하자고 나섰겠는가를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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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5.28 23:02

[오목대] 기여 입학제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공부하는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벌이 중시되는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학벌중심사회가 타파되기보다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면서 교육은 점점 그 모습이 변질되어가고 있다.그래서인지 사교육비 망국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불타오르는 향학열만 가지고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배우는 데에도 돈이 필요하게 되었고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이미 진부한 고사성어가 되어버렸다.요즈음 고려대와 연세대를 비롯한 사립대학에서 기여입학제도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기여입학제도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말문을 막았지만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곳보다 교육과 학문에 대한 투자가 새롭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지금 우리 대학의 현실을 볼 때, 이대로는 더 이상 새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육여건과 환경, 그리고 교육시설이 대폭 확충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사립대학은 설립자가 다르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국가의 재정지원이 거의 바닥에 가깝고 그렇다고 재단의 전입금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사학이 안고 있는 어려움이며 문제점이라는 것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이제는 기여입학제도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을 검토해 볼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학재단을 염두에 두는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 아닌가하여 염려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제도적 보완으로 누수현상을 막으면 될 것이다.이제 국가의 경쟁력을 교육에서 찾고, 교육의 경쟁력은 대학에서 찾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결국 대학의 질적 경쟁력이 국가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지식기반 시대에 더 이상 대학 발전을 위해 머뭇거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기여입학제의 도입에 대해서 그 동안 이루어진 그 숱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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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5.26 23:02

[오목대] `팁'에도 세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등 외국여행을 할 때 신경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호텔이나 레스토랑등지에서 팁을 얼마나 줄 것이며 어떻게 줘야 할 것인가등 팁에 관한 일일 것이다. 서구에서 생활화된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팁이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학자는 그보다 더 빨라 화폐를 사용하면서 팁도 동시에 생겨났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팁의 어원은 ‘선물’을 뜻하는 라틴어 ‘Stips’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소수의 얘기로는 ‘신속한 서비스 보장(To Insure Promptness)’의 머릿글자를 따 팁(Tip)이라고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오늘날 세계에서 팁문화를 가장 발달시킨 미국에 팁문화를 전수해 준 나라는 미국을 식민지배하던 영국이었다. 독립전쟁이후 미국인들은 팁이 영국귀족제도의 버려야 할 유산이라고 경멸하면서 한동안 일상생활에서 추방했다. 하지만 얼마인가 그같은 자존심은 사라지고 지금은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팁문화가 발달된 나라가 돼 버렸다.시중든 사람에게 손님이 감사의 뜻으로 요금외에 따로 주는 돈인 팁의 사전적 의미를 왜곡시킨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가 한다. 언제부터인가 팁이라면 유흥접객업소에서 접대하는 여성들의 서비스 대가로 지불하는 돈으로 성격이 변해버린 것이다.현재 전국의 고급 유흥주점은 2만여개가 넘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접대부 수만도 3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받는 팁 수입만도 한해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향락산업은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소득이 있는 곳에는 누구에게나 과세한다는 세정의 공평성과 투명성에 충실(?)한 국세청이 이번달에 유흥주점 여성 접대부들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지난해 처음 실시되면서 직업이 주변에 드러나 적지 않은 소동이 있었는데 올해도 국세청과 유흥업소 여성들간에 숨바꼭직을 벌였다는 소식이다.세수증대와 향락산업 억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교육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관심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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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5.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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