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공진단
▲ 박수정 우석대 한방병원 통합암센터 교수 피로는 매우 흔한 증상 중 하나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바쁘게 지내는 현대인들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증상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휴식을 취하더라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고 몸이 무겁고 힘이 없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피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차 진료로 내원하는 초진환자의 약 5%가 피로를 주소증으로 호소하고 있으며, 외국의 보고에 따르면 성인의 약 30%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피로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피로 증상의 개선을 목적으로 홍삼, 영양제, 알로에, 비타민 등의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의 복용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공진단이 무엇이며 어떠한 경우에 섭취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진단은 녹용, 당귀, 산수유, 사향으로 구성된 처방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공진단의 효능에 대하여 신체 허약이나 피로와 관련된 항목에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기를 든든히 하여 신수(腎水, 비뇨생식기의 기운)를 활발하게 하고 심화(心火, 자율신경계의 불균형)를 조절하는 작용이 있다고 하였다. 국내의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개선, 생식능력 증강, 면역기능 강화, 항피로 효과, 고지혈증 조절, 심장기능 강화 등이 실험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공진단의 구성약재 중 녹용은 보양약(補陽藥), 보정강장약(補精强壯藥)이다. 17종의 아미노산은 다양한 단백질 합성에 필수적인 물질이며, 칼슘 등의 풍부한 무기질은 뼈를 강하고 튼튼하게 하며, 근육수축, 신경신호 전달, 혈액 응고 등의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갱글리오사이드는 항암작용, 뇌세포 활성화 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판토크린과 프로테오리피드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작용이 있다.
당귀는 양혈보혈(養血補血), 활혈행혈(活血行血)의 효능이 있다. 혈액이나 심장 혈관 순환계와 관련된 증상을 치료하며,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여 중풍이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 및 치료 작용이 있으며, 정서적 안정, 세포의 산화 방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산수유는 보음보정(補陰補精) 효능이 있다. 풍부한 비타민, 유기산, 당류가 함유되어 있으며 부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생리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혈압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탄닌은 해독, 살균, 지혈, 항암 작용이 있으며, 사포닌은 항염증, 항암, 항스트레스 등의 효능이 있다. 공진단을 씹을 때 약간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것은 산수유 때문이다.
사향의 주성분인 무스콘은 항염증, 혈소판 응집억제, 중추신경 흥분, 항히스타민, 항암 등의 작용이 있으며, 중풍, 고혈압, 동맥경화, 심혈관계질환, 자율신경실조, 정신불안, 중추신경계 손상의 치료에 효능이 있다.
공진단은 만성 피로, 성장 촉진, 여성 질환, 자율신경계 불균형, 성인병 예방 등 많은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그러나 모든 증상은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피로의 경우에는 갑상선 질환, 당뇨, 종양 등의 기질적인 요인과 그 외에 우울증 등의 정서적인 요인, 근육이나 체지방 성분의 불균형,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한의사의 진료를 먼저 받은 후에 복용량, 기간, 방법 등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석대학교 한방병원 통합암센터 박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