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담가먹는 손맛 김치 아이 건강식, 녹색 채소로
한낮의 열기는 모든 일들을 쉬게 한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께서는 "큰 일이여" 하시며 하늘을 원망하듯 푸념을 늘어 놓으셨다. 더위에 가뭄까지 겹쳤다. 밭 작물들이 타들어 가고 있다. 남실 할머니께서는 들깨밭 걱정이시고, 서울 할머니께서는 토란밭 걱정이시다. 동네에서 가장 가뭄을 심하게 타는 것은 토란밭이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토란대가 말라가고, 고추밭에 고추는 빨갛게 익기도 전에 푸르스름하게 말라버렸다.
오늘은 '하늘 땅 사람'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날이다. 1시에 들어오는 상신마을 버스에서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내린다. 상신마을에서 체험을 하기 위해 들어온 아이들이다.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께서는 "우리마을에는 아이들이 없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이 왔냐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아이들도 "할머니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체험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밥상차림을 하고, 간식으로는 감자와 강냉이를 준비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를 먹지 않기로 했다.
밥 한 끼마다 할매들 콘셉트를 붙였다. 점심은 서울 할머니표 산나물 밥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야채와 나물을 잘 먹지 않는다. 할매표 콘셉트로 밥을 잘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상신마을에 있는 동안에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점심에 산나물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이런 것도 먹어요" 한다. 나물에 고추장, 들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먹게 했더니 맛있게 먹는다. 점심밥은 성공이다.
부녀회장님은 얼갈이 배추를 가져오셨다. 저녁은 '부녀 회장님표' 얼가리 배추김치에 감자된장국 밥상이다. "통정골 밭에 얼갈이 배추를 심었더니 벌래가 다 먹고 요것 남았다"면서 아쉬워 하신다. 할매들께서는 "그래도 저녁 밥 상을 차릴만한 양은 된다"며 아쉬움을 달랜다. 마른 고추를 믹서기에 갈아서 양념을 만들었다. 대나무 숲에다 3년 전에 담가 놓은 멸치젓을 꺼냈다. "할매, 맛이 어때요" 했더니 "곰 삭아서 맛이 좋다." 하신다. 양념에 멸치액젓을 조금 넣고 버무렸다. 된장국에 얼갈이 배추김치를 척 하니 숟가락에 얹어 먹으면 좋겠다면서 입맛을 다진다. 오이 무침에 고추볶음, 얼갈이 배추김치, 감자조림, 된장국 저녁준비는 끝이다.
"와, 저녁 밥이다." 밥상을 보며 반가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집에 있었으면 과자며 아이스크림, 통닭, 피자 같은 간식을 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녁밥은 먹는 둥 마는 둥 밥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간식을 먹지 않는 탓에 아이들은 저녁밥을 보며 "밥이다." 라고 감동했다. 정성껏 준비한 '할매표 저녁밥상' 차림도 만족이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이 이렇게 밥을 맛있게 먹을 줄을 몰랐다며 맛난 밥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2박3일 동안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보았다. 농부들이 농사짓는 모습이며, 건강한 음식이야기도 강의 내용이었다. 떨어져 있으면서 가족의 소중함도 알았을 것이다. 캠프가 끝나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할매표 밥상은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 메일이 도착했다. 감사하다는 내용과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만드는 방법]
△재료 = 얼갈이 배추, 마른 고추, 마늘, 멸치액젓, 밥, 양파
① 얼갈이 배추를 다듬은 뒤 씻는다.
② 얼갈이 배추는 살짝 간을 해야 맛이 좋다.
③ 간이 곁들여진 배추는 한 번 헹궈 채반에 받쳐 놓는다.
④ 마른 고추에 마늘, 밥 등을 넣고 믹서기에 간다.
⑤ 얼갈이 배추에 양념, 양파를 썰어 넣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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