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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토란대 - 햇볕에 잘 말려 나물로 먹으면 제맛!

삶은 나물 물에 하루 담가야 탕에 넣어 끓여 먹어도 좋아

가을 햇살이 고운 날 낙엽 뒹구는 소리에 밖에 누가 왔나 싶어 방문을 열어본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다. 바람이 살랑거릴 때마다 감 나뭇잎이 바람길 따라 움직인다. 하늘은 맑고, 무성했던 앞산 계곡에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산길이 보인다. 멀리 고삿길에서 발걸음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아마도 서울할머니 발걸음 소리인 것 같다. 명절 끝엔 항상 쓸쓸함이 더하다. 북적거렸던 집안에는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고 일상적인 날로 돌아온 것이다. "영산댁 오늘 남원시내 안 나가"하신다. "오늘은 시내에 갈 일 없어요" 했더니 "그럼 우리 토란대 껍질 벗기자"고 하신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남원 상신마을 추수 준비가 시작되었다. 서울 할머니집 토란대 껍질 벗기는 날인 줄 알았나 보다. 산동·불순재 할매랑 부녀회장님께서는 작은 과도와 장갑을 끼고 서울 할매집에 모이셨다. 토란대 껍질을 벗기려면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명절 때가 되면 집집마다 꼭 해야 '꺼리'가 있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는 자식들이랑 꼭 함께 해야 할 작업 중 한 가지는 토란대 베는 작업이다. 토란대는 키가 커서 부피도 많고, 무게도 무겁다. 그러다 보니 홀로 작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꼭 이 작업부터 하신다. 명절 때 작업해서 비닐포대에 3일간 쌓아 둬야 껍질 벗기기가 쉽다.

 

서울 할매 껍질 벗기는 소리는 '직'하며 잘도 벗겨진다. 영산댁은 토란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고 연장 탓을 하고, 불순재 할매는 토란대 길이를 짧게 해서 벗겨보라고 가르쳐주신다. 산동 할매는 자식들 모두 떠나고 나니, 등짝에 파스 한 장 붙여줄 사람이 없다며 "에고, 어찌 살까" 하셨다. 서울 할매는 옆에서 한소리 하신다.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줄 알아, 파스 못 붙이면 서로 붙여 주면 되지" 하시며 "이웃 사람들이 있어 얼매나 좋아" 하신다. 이 모든 것들이 상신마을 자연의 선율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할매들 어깨에 내려 앉았다. 들깨·참깨·팥·콩 등 아직 수확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어떤 종류의 열매가 많이 열렸더라면서 정보 교환을 하신다. 가을추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올해 성동마을에서 가져온 토란대 종자를 심었다고 하신다. 올해 토란대 수확이 좋지 않으시단다. 가뭄이 심해서 물 부족으로 토란대 농사가 형편없지만, 토란 알 맛은 좋다고 하신다. 어느새 토란대 껍질 벗기는 작업이 끝나간다. 햇볕이 잘 드는 앞마당 가득 토란대가 널려 있다. 산동 할매께서 "여러 사람 손이 거치니 이렇게 좋아" 하신다. "그려, 나 혼자 했으면 사흘은 걸려" 하시며 새참 준비를 하신다. 명절에 남은 음식들을 모두 가지고 나오신다. 불순재 할머니는 토란물이 들어 손끝이 까맣게 변했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춰진 앞마당에는 몇 시간 전 널어놓은 토란대가 벌써부터 말라간다. 이틀 동안 말리면 건조는 끝이다. 이렇게 말려 놓은 토란대는 나물이나 탕에 넣어 끓여 먹을 것이다. 긴긴 겨울동안 산골마을에 훌륭한 반찬꺼리로, 오리탕이랑 돼지 뼈다귀탕에도 넣어 끓여 먹으면 맛날 것이다.

 

[만드는 방법]

 

△재료 = 토란대, 집간장, 들기름, 마늘, 들깨가루

 

① 냄비에 토란대에 물을 충분하게 넣고 삶는다. 삶아진 물을 벌리지 말고 반나절 정도 담가 놓는다.

 

② 삶아진 나물을 찬물에 헹궈 하루 정도 담가 놓는다.

 

③ 물이 잘 빠지도록 채반에 나물을 건져 놓는다.

 

④ 토란대에 집간장, 들기름, 마늘을 넣고 밑간을 해놓는다.

 

⑤ 밑간이 된 나물을 짜박하게 볶는다. (여름철에는 깔끔하게 볶는다. 찬바람이 불면 들깨가루를 넣고 볶으면 맛이 더욱 좋다.)

 

⑥ 대파·통깨를 넣고 집간장으로 간을 맞춰 마무리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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