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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무청김치 - 비타민·미네랄 풍부한 웰빙 음식

암·골다공증 예방에 특효 / 풍부한 섬유질, 장도 튼튼

이른 봄이면 토종 장다리무를 심는다. 겨울 내내 땅 속에 파묻어 놓은 항아리에 씨앗용 무는 특별히 따로 보관한다. 남원 상신마을에서는 집집마다 토종무 씨를 받는다. 장다리무는 3월에 심어 6월이면 하얀 씨앗 무꽃이 핀다. 꽃이 지면 퉁살퉁살한 토종무 씨앗 열매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심을 시래기용 토종무 씨앗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방아골에 심어놓은 서울 할머니네 무 농사가 잘 되었다며 일산 할머니께서는 부러워 하셨다. 이렇게 생산된 무 씨앗은 잘 말려서 헛간 처마 밑 씨앗주머니에 넣어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다. 서울 할머니네 헛간 처마 밑에는 여러 종류의 씨앗이 매달려 있다. 씨앗을 보관할 때 바람이 잘 통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 보관하는 게 비법이다.

 

이렇게 생산된 토종무 씨앗은 9월이면 밭에 뿌린다. 시래기용 무는 여름에 감자를 내놓은 뒤 심는다. 시래기용 무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심어야 한다. 시래기를 채취해서 말리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밭에 심으신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우리집 바로 앞밭에 심으셨다. 아침이면 담장 너머로 "에고, 많이 자랐네" 하고 무밭에 인사를 한다. 무는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울 할머니께서는 이른 아침이면 꼭 밭에 나오셔서 농작물 상태를 점검하신다. 벌써 엊그제 심어둔 가을무가 빼곡히 올라왔다. "할매, 무김치 담그면 맛나겠어요"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무 속아서 오늘 김치 담근다"고 하신다.

 

무청은 식도와 위, 간, 대장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무에는 피를 맑게 해주는 성분이 있고 무청에는 많은 양의 섬유소가 있어 변비를 없애 주기 때문에 간에도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변비가 생기면 숙변이 생기고 숙변이 있으면 간의 해독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

 

무청에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A·C가 포함 돼 있고 칼슘·나트륨 등 미네랄도 풍부하다. 또한,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철분 등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대장 건강에도 좋은 식재료다. 관절 류머티즘이 있는 사람도 배추(김치)를 보다는 무청이 특효가 있다.

 

오늘은 동네 김치 담그는 날이다. 불순재 할머니께서도 나오셨다. 무를 속을 때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튼실한 무를 남기고 모두 뽑아 버린다. 어떤 무를 뽑고 어떤 무를 남겨 놓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서울할머니께서 뽑아 놓으신 무청을 다듬는 일이 내 몫이다.

 

배추김치에 넣을 무를 잘라내고 이렇게 나온 시퍼런 무청을 시들기 전에 데쳐서 잘 말려 두어야 시래기로 쓸 수 있다. 원래 시래기는 김장을 끝내 놓고 한숨 돌리기 무섭게 갈무리해야 하는 재료다. 주렁주렁 엮은 시래기를 담장이나 처마 밑에 매달아 말리던 모습은 늦가을 시골 풍경 중에서도 유독 풍성하고 정겨웠다.

 

누르스름하게 마른 시래기를 한 움큼 덜어내 삶아 불리면 겨우내 구수한 국거리, 나물거리로 그만 한 게 없다. 겨우내 시래기를 먹으며 자란 세대 중에는 시래기를 질기고 거친 음식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쉽게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거친 음식이긴 해도 잘 불리고 잘 삶아야 제 맛을 볼 수 있는 식재료였다.

 

김치를 담가 나눠보니 여섯 통이 담겼다. 농사 잘 지어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눠주신 서울 할머니께 감사인사를 했다. 따끈따끈한 흰 쌀밥에 연한 열무김치를 얹어 맛난 김치 밥상이 차려졌다.

 

[만드는 방법]

 

△재료 = 무청, 마른고추, 고춧가루, 마늘, 새우젓, 멸치액젓, 밥

 

① 먼저 마른 고추, 마늘, 새우젓, 멸치액젓, 밥을 넣고 믹서에 갈아서 양념을 만든다.

 

② 어린 열무를 씻어 살짝 소금 간을 한다.

 

③ 열무를 한 번 씻어 물기를 뺀다.

 

④ 믹서에 갈아진 양념과 고춧가루, 멸치액젓을 넣고 간을 맞춘다.

 

⑤ 열무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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