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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JIFF]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쉽고도 알찬 관람 가이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격년제로 다시 찾아 온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를 통해 풍성한 잔칫상을 차렸다. 눈이 어지러울 만큼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일반관객에게는 어떤 작품을 봐야할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극영화들은 그래도 알 만한 배우나 감독을 좇으면 된다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감독 또한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어디서부터, 또 어떻게 시작할까? 1. 주제별로 관람하기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주제나 소재별로 묶어 주요 작품들을 보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작품에서 주제나 소재가 차지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쟁: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증언을 실험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침묵의 외침(안해룡)',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생명력과 전쟁의 비극적 현실을 동시에 조망한 '아프간의 봄'(츠치모토 노리야키), 2차대전 중 만들어진 가장 뛰어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웨스턴의 거장 존 휴스턴이 만든 희귀 필름 '산 피에트로 전투'를 보며 최근의 이라크전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 이념: 33년만의 귀향을 시도하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여정을 담아낸 '경계도시(홍형숙)', 테러의 시대에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묻는 '마이 테러리스트(율리 코헨 거스텔)', 러시아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새로운 애국주의에 대한 조롱 '노블 버진(저지 슬라드코브스키)'을 보며 좌우로 고갯짓을 해볼지도 모른다. * 미국: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나와 부엉이(박경태)', 미국의 의도적인 미디어 왜곡에 대한 고발 '내 딸 없이는(알렉시스 쿠로스, 카리 테르보), 햄버거 먹는 앤디 워홀로 유명한 '66개의 미국 풍경(외르겐 레스)'을 보며 미국분, 미국놈, 미국인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 인권: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단순한 요구를 위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해야만 하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보고서-버스를 타자!(박종필)',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강요되고 있는 할례의식에 대한 정직한 고발 '잊지 못할 그날(킴 롱기노토)', 대학사회의 모순에 맞선 한 지식인의 외로운 투쟁기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황철민)'를 보며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 가족: 어릴 적 자신의 가족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유머스럽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가족(사미 마틴 사이프, 파이 앰보 닐센)'. 스티비라는 소년의 지난 10년을 통해 가정으로부터 방치되어 성장한 사람들의 고통을 그린 '스티비(스티브 제임스)'를 보며 오히려 가족의 해체를 환영할지도 모른다. * 죽음: 사랑, 출생, 운명... 인생에 관한 한 노감독의 감동적인 이야기 '플래시백(헤르츠 프랑크)', 죽음을 앞둔 이의 마지막 날들을 기록한 '노란 체리꽃 편지(가와세 나오미)',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저만치 있는 남자(베티나 페루트, 이반 모스노비코프)'를 보며 생뚱맞게 유서를 준비할지도 모른다. * 일상: 임신으로 인해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 한 십대 커플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묻고 있는 작품 '첫사랑'(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작은 섬 해안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두 사람의 일상을 고독하면서도 더없이 매혹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는 '손님이 오기 전에(욘 벵 칼센)'를 보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소리 높여 노래할지도 모른다. 2. 스타일로 관람하기 작품을 만드는 감독의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똑같은 주제도 얼마든지 다르게 변주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 전통적인 관찰자적 다큐멘터리: 트릭을 거부하고 오직 정면으로만 승부를 거는 응시의 달인 킴 롱기노토의 '잊지 못할 그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은 일본감독 하니 스스무의 '교실의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다소 거친 영화의 편집과 표현법으로 오히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저항의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를 보며 다큐멘터리의 근본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다. * 사실과 허구의 경계 넘나들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주인공이 찾아 나선 대상이 사실은 가상의 인물이었음을 알게 되는 로드무비 '카르마 카우보이((바네사 반 후텐, 소냐 헤이스)', 픽션과 실제의 뫼비우스띠 같은 작품 '옷 한벌, 혹은 알베르토 찾기(이네스 데 메데이로스)', 극영화의 웨스턴 장르 기법들을 총동원한 '원티드(킴 홉킨스)'를 보며 오늘날의 다큐멘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그 족보를 따져볼 수도 있다.* 영상시: 이 작품을 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히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명상시 '긴 여정의 엘레지', 르네 마그리트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의 장 클로드 루소의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나 '로베르토에게 쓴 편지'를보며 왜 영화가 드라마보다는 시에 가까운지 그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 실험적인 작품들: 76분 동안 빈 화면의 블루 위에 나레이션만이 들리는 데릭 저먼의 마지막 극장 개봉작 '블루', '카메라는 눈이다'라는 지가 베르토프의 선언을 이어받아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의 시점으로만 전개되는 '헬고랜드(카린 웨스터룬드)', 이미지와 소리, 증언, 텍스트 등의 결합과 분리를 통해 전쟁의 아우라를 표현한 '침묵의 외침',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사적인 사랑 이야기와 원주민 대량학살의 역사를 교묘하게 엮은 '웨스턴 4.33(아리안 카가노프)'을 보며 다큐멘터리가 광의의 실험영화라는 데 선뜻 동의할 수도 있다. * 단편 다큐멘터리: 오히려 '블루'나 '레드'보다도 낫다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초기 다큐멘터리 '첫사랑', '7인의 발레리나', '야간 경비원의 시선', 그리고 일상의 권력관계를 예리하게 보여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단편 다큐멘터리의 거장 파우엘 로진스키의 '우크라이나 아줌마', 시골 마을의 작은 이발소에 관한 흑백사진 '이발사(메르비 욘코넨)'를 보며 영화는 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야, 라고 소리 높여 주장할지도 모른다.3.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와 함께 관람하기 앞의 방법들이 여전히 어렵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의 어드바이스를 받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 '긴 여정의 엘레지' (알렉산더 소쿠로프) * 장 클르드 루소 특별전 * '첫사랑'과 '7명의 발레리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가족' (사미 마틴 사이프) * '손님이 오기 전에'와 '지금 아니면 아니 되오!' (욘 뱅 칼센) * '66개의 미국 풍경'과 '66, 그 후' (외르겐 레스) *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 (황철민)/송교섭(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4.26 23:02

[2003JIFF] 전주 불면의 밤

밤 12시가 넘어 상영하는 영화, 긴 밤을 꼬박 새우며 새벽이 다가올 때가지 영화와 대화하는 체험은 낮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밤새 뒤척였다'거나 '한 숨도 못 잤다' 혹은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불면증을 고백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눈을 비비고 쏟아지는 잠을 털어내며 스크린 앞에 모여든 영화키드의 불면은 영화에 대한 진지한 탐색인 셈이다.깊은 밤 가끔 졸아가며 영화보는 재미, 그 색다른 체험이 2003전주국제영화제의 밤을 꽉 채운다.'섹션 2003'에 마련된 '전주 불면의 밤'. 지난해까지 사흘에 불과(?)했던 일정을 닷새로 늘려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새우잠을 청하는 관객들의 진풍경을 연출한다.올해에는 우리에겐 그리 알려지지 않은, 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흑인들의 영화 '블랙 필름의 밤'을 시작으로 미하엘 하네케, 루카스 벨보, 하니 스스무, 래리 페센덴의 밤으로 이어진다.블랙필름을 제외하면 감독 개개인의 작품세계를 하루밤 사이에 통찰하는 자리가 된다는 것이 올해 '불면의 밤'의 특징. 미하엘 하네케는 현대인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섬뜩한 장면으로 고발하고, 루카스 벨보는 모호함과 긴장감이 독특하게 뒤섞인 리듬을 창조한 몽타주 기법의 영화세계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장르를 넘나들며 여성, 소외, 정체성 등 일본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표명해온 하니 스스무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카메라가 포착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영상을 보여준다. 래리 페센덴은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규칙을 답습하지 않은, 조금은 엉뚱하지만 공포에 빠져드는 호러물을 선보인다.폭발, 블랙스플로이테이션블랙필름은 흑인들의 문화를 흑인들의 시선으로 담은 흑인들의 영화. 70년대 형성됐던 독특한 장르로 미국영화사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던 흑인들의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영화 형식의 탄생을 알린 신호탄으로 '반 할리우드'성향이 강하다. 블랙필름은 상업적으로도 성공, 저예산 B급 영화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기도 했다.블랙 필름의 밤은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사회비평가, 아티스트인 아이작 줄리언의 다큐멘터리 '배다스 시네마'가 서막을 연다. 배다스 시네마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라는 장르가 미국의 극단적인 인종적 긴장의 시기인 70년대 정치적 상업적 관심에서 탄생되었음을 상기시킨다. 이 장르의 원조격인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부터 '재키 브라운'까지 다양한 영화와 프레드 윌슨·래리 코헨·팸 그리어·쿠엔틴 타란티노 등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흑인 영화의 거장 잭 힐 감독이 제작한 '코피'와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B급 액션영화의 세계를 연 고든 파크스 감독의 '셰프트', 멜빈 반 피블즈 감독의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이 상영된다.폭력의 삼부작-미하엘 하네케까뮈의 '이방인'처럼 무기력한 일상 속에 잠복되어 있다 돌발적으로 튕겨져 나오는 폭력의 행태는 사회와 환경의 압력 속에 생성된 종기의 터짐, 즉 고름처럼 보인다. 무기력한 현대인의 일상에 퍼져있는 독소를 숨막힐 정도로 차갑게 직시한 영화가 있다면?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 3편, '베니의 비디오' '일곱번째 대륙' '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들'에서 현대인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읽을 수 있다.'베니의 비디오'는 미하엘 하네케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인 작품. 부들부들 떨며 죽어가는 돼지의 마지막 몸부림을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보고 또 돌려보는 아이. 어디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되는 살인. 시체를 잘게 썰고 빻아 화장실을 통해 내보내면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버지. 남편의 작업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아내. 남의 일 얘기하듯 경찰에 가서 담담하게 사실을 고백한 뒤 "이제 집에 가도 되죠?"라고 묻는 아이…. 감정은 없고 행위의 시뮬레이션만 있는 우리의 풍요하고 평온한 일상을 '폭력'이라는 메시지로 일침을 가한다.'일곱 번째 대륙'은 건전한 중산층 가정의 집단자살을 통해 삶을 조금씩 침식해 들어간 기계적인 일상의 냉혹함과 무심함, 원자화된 개인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이야기한다. 미하엘 하네케의 장편 데뷔작. '71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어떤 우연의 연대기'는 은행총기난사 사건이 뉴스화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이웃의 죽음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폭력의 한 에피소드가 되고 만다는 '폭력의 일상성'을 고발한다.엇갈린 시선-루카스 밸보의 '트릴로지'루카스 밸보는 벨기에 출신으로 20년 동안 영화와 TV, 그리고 연극판에서 활동해온 배우출신.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영화 '마담 보봐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직접 출연한 '트릴로지'는 남녀관계의 작은 오해와 억측이 빚어내는 로맨틱 코미디. 도망과 추적의 긴장감 속에서 이어지는 필름 느와르적인 요소가 강도를 달리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시네마의 단순한 재미를 잃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삶의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제작했다"는 것이 루카스 밸보의 설명이다. 프랑스의 그르노블 지역에서 동시 촬영된 삼부작으로 동일한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인물의 관점에 따라 달리 구성되는 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1편 '어메이징 커플'과 2편 '도망자' 3편 '애프터 라이프'는 20년 동안 이상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쎄실과 알랭, 쎄실이 고용한 경찰 파스칼, 파스칼의 아내이자 모르핀에 중독된 아네스, 모르핀 딜러 자키야와 그의 배신으로 15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무정부주의 운동가 브루노가 얽히고 혀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불량소년, 하니 스스무하니 스스무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영화의 천재다. 50년대 일본 상업영화 전성기 속에서 다큐멘터리가 극장상영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한 덕분이다. 극도의 사실적 터치와 환상이라는 양극의 표현 방식을 혼합,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만들어낸 하니 스스무는 60년대 아마추어 배우들을 기용한 새로운 형식의 극영화를 통해 일본영화의 흐름을 선도했다. 불면의 밤에 소개되는 그의 대표작 '불량소년'과 '첫사랑-지옥편', '그녀와 그'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형식과의 만남임과 동시에 60년대 일본 사회를 재발견하는 통로가 된다. 잔잔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나가지만 하룻밤이 결코 길지 않음을 보여줄 만한 영화들이다.'불량소년'은 하니 스스무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 소년원 입소자들의 글 모음집 '날 수 없는 날개'를 바탕으로 찍은 청소년 비행에 관한 다큐드라마다. 과거 금기시된 주제를 다룬 점과 저예산 제작 등 프랑스 뉴웨이브와 유사성이 많다는 평을 받았다.'첫사랑-지옥편'은 강렬하고 에로틱한 뉴웨이브 드라마. 일본의 전위영화 예술가인 테라야마 슈지의 컬트적인 에로티시즘과 하니 스스무의 사실적인 시선이 정교하게 융합된 작품이다. '그녀와 그'는 하니 스스무가 즐겨 다루는 주제인 '현대사회의 여성'을 다뤘다.공포의 삼부작-래리 페센덴일상적인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공포는 어떨까. '불면의 밤' 마지막을 장식할 래리 페센덴의 작품을 보면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전혀 잔혹하지 않게, 심각하지 않게, 조금은 엉뚱하지만 공포의 심리에 휩싸여가는 인물의 미세한 행동을 쫓아가는 '노 텔링'과 '해빗' '웬디고' 등 그의 3부작은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장치들이 기묘하게 배합된, 색다른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안겨준다.91년 보스턴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노 텔링'은 공포와 아이러니가 뒤섞인 래리 페센덴의 장편 데뷔작이고, '웬디고'는 미국 인디안들의 신화적 상징인 웬디고를 영화한 작품으로 우스스탁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4.26 23:02

[2003JIFF] 영화가 외친다 '반미'

약간의 흠집은 생겼지만, 이라크 안방 '바그다드'에 입성한 미국.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사실상 후세인 정권을 무력화시킨 부시와 미국은 개선장군처럼 보무도 당당하다. 세계를 다스리는데(?) 있어 걸림돌이 있으면 전쟁을 해서라도 물리치고 나가는 미국의 행태는 거리낌이 없다. 미국은 언제나 '선(善)'이고 앞길을 막는 국가나 인물은 '악(惡)'이라는 논리 덕분이다.그러나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워 '세계의 경찰'이라고 뽐내는 것, 전 세계의 석유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탐탁하지 않은 나라와 국민들이 많다. 맥도널드 햄버거, 마이크로소프트, 줄리아 로버츠를 앞세운 미국이 다른 나라의 경제와 문화를 무장해체 시킨다는 비판도 그 수위가 높다. 그들의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는 신선한 충격의 형식으로 미국을 해석하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30여개국 1백70편의 영화를 차려놓은 2003전주국제영화제에도 최근의 국제 정세를 반영한 덕분인지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지닌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김은희 프로그래머는 "굳이 전쟁이나 미국을 의식하고 프로그램을 짜진 않았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감독들의 영화를 중심으로 뽑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작품들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덴마크의 외르겐 레스 감독이 만든 '66개의 미국 풍경'은(66 Scenes From America).광활한 미국의 풍경을 비추는 사이로 팝아트의 대가인 앤디워홀부터 도로공사장의 흑인노동자까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을 등장시켜 자신의 직업과 삶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스 감독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이미지에 가려졌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담담하면서 신랄하게 미국을 비판한다.폐막작으로 선정된 미국 토드 헤인즈 감독의 '파 프롬 헤븐'도 헐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영화지만 50년대 미국의 중산층 백인가족을 배경으로 도덕적 혼란 속에 붕괴하는 한 여성을 통해 9.11테러 이후 황폐화 한 미국인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그리고 있는 수작이다.핀란드의 알렉시스 쿠로스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내 딸 없이는'(Without My Daughter)은 주목할만한 '반미'영화다. 미국인 여성 베티 마흐무디는 이란에서 회교혁명이 일어난 후 어린 딸과 함께 강압적인 이란인 남편으로부터 탈출한 후 가까스로 미국으로 귀환했다. 그녀는 자신의 탈출기를 책으로 출판했고 그 내용은 90년 '솔로몬의 딸'이라는 제목으로 극장에 내 걸렸다.그러나 이 작품은 16년간 딸을 아내에게 '납치'당한 아버지 마흐무디 박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미국의 시각이 아닌 이란의 관점에서 미국의 우월주의와 이미지 조작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심야상영 섹션에 선정된 '블랙무비'(흑인주연의 B급 영화)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이 낳은 기형적 하위 장르인 '블랙스플로테이션'(Blaxploitation)의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이 장르의 영화들은 과도한 폭력과 선정성, 상투적인 이야기구조까지 할리우드의 B급 오락영화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영화 속에 주인공이 흑인이고 악당이 백인이라는 뒤바뀐 위치를 통해 우리가 흔히 보던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가 얼마나 백인남성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는지를 알게 해 준다.이번 영화제에는 이들 작품 외에도 혁명적인 이념으로 반(反)할리우드 적인 영화세계를 창조한 브라질의 전설적인 영화운동 시네마노보(CINEMA NOVO)의 기수 글라우버 로샤(1931~1981)에 대한 오마쥬(헌정상영)도 눈길을 끈다.이번에 상영될 예정인 그의 대표작 '죽음의 안토니오'는 서부극이라는 대중 장르를 차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지주·자본가 계급에 고용된 살인청부업자 총잡이 '죽음의 안토니오'가 의식화를 거친 후 자신의 진짜 적인 성직자와 유산계급을 향해 총을 든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올해 영화제 초청대상에 올랐다가 취소됐던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보울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도 미국인 감독이 만든 '반미'영화. 미국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데다 올해 아카데미상까지 받아 파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지금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의 추세가 반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영화전문가들의 분석이다.김 프로그래머는 "관객들도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평소에 볼 수 없던 영화를 보는 기회 인 만큼 지금껏 봐 왔던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호기심을 갖고 보면 더욱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4.26 23:02

[2003JIFF] 전주음식에는 감동이 있다

찹쌀고추장에 쓱쓱 비벼 한 입, 고소함이 혀에 감긴다 , 전주비빔밥봄비는 수줍음도 많다. 누가 볼새라 새벽녘에 몰래 깨어나 후두둑 후두둑 젖은 옷깃을 털어낸다.봄비가 흔적만 남기고 조용히 물러간 아침, 창문을 열자 하늘거리는 흰 목련이며 연분홍 벚꽃이 괜스레 마음을 달뜨게 한다. 저렇듯 자연이 손짓하는데, 방안에서 풀풀 먼지만 날리고 있을 것이냐. 이런 날 약속 하나 잡지 못할 바에야 그것은 세상을 잘 못 살아 온 것이다.그러나 일요일의 평화를 깨뜨리면서까지 세월 좋은 상춘 놀음에 선뜻 동행해 줄 사람이 어디 쉬 얻어진단 말인가. 세상을 잘 못 살아온 것이라니, 그래서 옛말에 장담하며 사는 게 아니라 했다. 아버지의 전화가 풀 죽은 마음을 달랜다. 틀니를 하고 부터는 당신의 늙으심을 부쩍 더 한탄해 마음이 아리던 차였다. 봄날은 도장을 꾹꾹 눌러 찍듯 도심에도 푸릇푸릇 선명하게 돋아있다. 한옥마을을 한바퀴 돌아 한벽루와 천변을 끼고 우뚝 솟아있는 전통문화센터를 찾는다. 뒷짐 진 아버지가 가만히 벚꽃 아래 멈춰 서 꽃 모양을 살피는데, 그 모습이 아름답고도 눈물겹다. 모처럼 아버지께 윤기 나는 점심 한끼를 대접해 드리리라. 전통문화센터에 있는 한벽식당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비빔밥이나 한 그릇 하자시며 무심히 뜰 앞에 시선을 놓으신다. 입맛 돋우는 정겨운 놋그릇에 신선한 콩나물이며 고사리, 표고버섯, 황포묵, 숙주나물, 잣, 은행 등이 맛깔스레 담겨져 나온다. 순창 찹쌀고추장이며 달콤 고소한 참기름으로 쓱쓱 비벼 한 입 넣으시고 아버지는 "시원찮은 이라도 씹는 맛이며 혀에 감기는 게 제법 그럴 듯하다"며 웃음을 비치신다. 비 온 뒤라, 천변의 물소리가 높고도 청아하다. 이곳에 가면 조선 궁중음식의 수라에는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 등 4종류가 있는데, 비빔은 점심때나 혹은 종친이 입궐했을 때 가벼운 식사로 이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옛부터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던 전주는 질 좋은 농산물과 깊은 장맛, 그리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자랑해 왔다.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꼽힌 전주비빔밥은 콩나물 미나리 숙주 은행 잣 호도, 거기에 매콤달콤한 고추장 등 30여가지의 반찬이 들어가 영양 만점의 음식. 주로 놋그릇이나 돌솥에 담겨져 나오는데, 놋그릇비빔밥이 야채의 싱싱함이나 각각의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돌솥비빔밥은 뜨거운 돌솥에서 재료들이 갖는 고유의 맛이 서로 스며들어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 어딜 가더라도 비빔밥 못하는 식당이 없지만, 전주 사람들이나 외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비빔밥 맛집을 몇 군데 꼽자면 △한벽식당(063-280-7007, 향교 부근 전통문화센터 내) △가족회관(063-284-0982, 전주우체국 맞은편) △고궁(전북도립국악원 앞) △한국관(063-272-9229, 8611. 종합경기장 사거리 전북일보 빌딩 맞은편) △갑기회관(063-211-5999, 전주대교 앞) △성미당(063-287-8800~1, 전주안과 맞은편) △호남각(063-278-8150, 송천동 농수산물시장 방향에서 동아아파트 방향)등이다. 한 그릇에 7천원~1만원 사이. 넉넉하고 후덕한 손맛, 화려하고 정갈한 성찬, 전주 한정식 발목을 덮던 보랏빛 자운영 무리가 선연한 멍울로 다가서던 날, 죄스런 마음에 울음조차 마음껏 토해내지 못했던 그런 날이 있었다. 조건반사처럼 자운영 꽃 무리는 허망하게 떠나보낸 은사님을 어김없이 떠올려 놓곤 했다. 걸음걸이가 곱고 단아한 사모님을 모시고 성묘를 하면서, 동창들은 살아 생전 호랑이 은사님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조롱조롱 풀어낸다. 슬픔은 그렇게도 쉽게 가실 줄 몰랐다. 날은 화창해서 더 서러웠고, 추억은 꼬리를 물어 더 그립고 애잔했다. 은사님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땅 위의 마른풀들이 유난히도 서걱서걱 발에 밟혔다. 누군가 때맞춰 점심 타령을 늘어놓는다. "사모님 모시고 모처럼 거하게 한번 먹어보자!" 괜한 너스레가 아니었다. 은사님께는 못해 드렸지만, 정성을 다해 사모님께 후한 밥상 한번 제대로 차려드리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었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사모님을 모시고 들어선 한정식집. 두 장정이 밥상을 들고 들어서는데 그 화려함과 정갈함에 입이 벌어진다. 새콤쌉싸름한 김치와 물김치는 기본이고, 생선전과 조림, 생채, 젓갈, 구이 찜, 편육, 튀김 등등 병풍처럼 펼쳐진 맛의 향연, 거기에 달래무침이며 돋나물 냉이 쑥 등 봄 나물이 마치 봄 들판을 그대로 옮겨온 듯 싱그럽다. 정갈하고 후덕한 밥상 앞에 우리는 은사님께 진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기분으로 슬픔을 접고 웃음을 날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모님 앞으로 부지런히 반찬을 옮겨다 놓고 있었다. --- 이곳에 가면 서해의 풍부한 해산물과 기름진 평야의 오곡, 각종 산나물을 재료로 한 전주 한정식은 반찬 가짓수만 30여가지에 이른다. 전주 한정식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 한정식을 구성하는 찬은 계절과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찬만 27가지에 이른다. 생합과 죽순, 생선적반, 더덕, 버섯, 물고기조림, 낙지, 불고기, 민물새우, 찌개, 육회, 나물류, 사시미, 된장, 청국장, 김, 미나리, 고사리, 동치미, 녹두묵, 녹두전, 게장, 석화젓, 토하젓, 파전, 홍어찜, 갈비찜 등이다.여기에 사계절에 따라 나오는 찬이 추가된다. 봄의 경우 두릅나물과 냉이국, 취나물이 올라온다. 여름에는 삼계탕과 머우탕이, 가을에는 송이버섯구이와 싸리버섯, 꽃버섯이 미각을 돋운다. 겨울에는 참게장과 생굴, 토란탕, 달래나물 등 30여가지가 상에 올려진다.제대로 격식을 갖춰 나오는 음식인 만큼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 그리고 특별한 손님을 맞아야 할 경우, 한국 식탁의 격조와 품격을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전주에서 유명한 한정식 집은 △백번집(063-286-0100, 다가동우체국 부근) △전라회관(063-228-3033, 안행지구 불교대학 옆) △백만회관(063-272-0100, 고사동 피카디리극장 사거리 건너)등이며, 4인 기준으로 한 상에 8만원~14만원 사이. 정식 풀 코스의 음식이 모두 나오지는 않지만, 계절 음식과 기본적인 찌개, 나물, 전 등의 음식이 맛깔스레 나오는 전통찻집 다문(063-288-8607, 성심여고 뒷길)과 교동한식(063-288-4004, 한옥마을 태조로)에 가면 1인당 1만원으로 푸짐한 백반을 즐길 수 있다. 펄펄 끓는 뚝배기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 전주콩나물국밥그 날, 어찌나 눈발이 거세든지 온 도시가 점령당한 기분이었어. 그때 얼마나 신이 났는지 기억 나? 애들처럼 강아지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도로를 뒹굴고 미끄럼을 탔잖아. 우린 그때 이 도시의 점령군이었어. 술도 한잔 거나하게 걸쳤는지라 뺨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기막히게 시원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다보니까 금새 배가 고파졌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콩나물국밥을 떠올렸지. 무슨 행군하듯 줄줄이 늘어서 도로 한 복판을 보무도 당당하게, 아니, 길이 미끄러워 다들 엉거주춤한 폼이 볼만했었지? 보무가 당당하지는 못했을거야, 아마. 콩나물국밥집까지 가는 길이 꽤 멀었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어. 불평은커녕 통통한 콩나물, 시원한 국물 생각에 더 신이 올랐지. 머리에 하얗게 쌓인 눈을 탈탈 털고, 뚝배기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리는 콩나물국밥을 보며 다들 얼마나 행복해했어. 마음과 미각이 한껏 고양된 우리, 전주에 산다는 건 더없는 행운이라고 떠들어댔잖아. 난 그때 우리가 얼마나 거침없는 순백의 청춘들이었는지 새삼 떠올리고는 한다. 자, 얼른 먹자. 툽툽한 뚝배기에 물오른 콩나물, 다시마 멸치 북어를 넣고 몇날이고 우려낸 시원한 국물. 아스파라긴산으로 어제 먹은 술 속 풀이도 하고 그때의 추억도 훌훌 함께 먹어보자.---이곳에 가면 전주의 콩나물은 전주지역의 토질과 수질이 다른 지방의 그것과 달라 콩나물의 줄기가 통통한 데다 곧게 뻗었으며 적당량의 잔뿌리가 특징인데, 그 때문인지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값도 3,000~4,000원 정도로 저렴한 데다 술꾼들의 속풀이용으로, 샐러리맨들의 점심 식사로 각광받고 있다. 콩나물국밥집은 전주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특히 남문시장과 중앙시장 등 재래시장과 고사동과 중앙동, 경원동 등에 콩나물국밥집이 몰려 있다.고사동의 삼백집이나 한일관, 삼일관 등은 전주콩나물국밥집 중에서도 유서 깊은 곳으로 국밥은 보글보글 끓는 국에 양념류와 계란, 매콤한 고추를 넣어 얼큰한 맛이 속풀이로 제격이다. 깨소금, 고춧가루, 마늘, 파, 후춧가루, 새우젓(육젓), 쇠고기 자장, 잘게 썬 신김치 등을 적당히 넣어 간을 맞춘다. 한일관(063-284-1921)은 당초 남부시장 통에서 해방 전부터 시작한 콩나물국밥의 원조인데, 한일관의 콩나물국밥 국물은 북어와 멸치 등으로 고아낸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고사동 한성여관 뒷골목에 위치해 있다. 한일관과 쌍벽을 이룬 집은 전주관광호텔 뒤쪽 고사동 먹거리 골목에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던 삼백집(063-284-2227). 주인은 바뀌었지만 상호는 그대로다. 이 골목에는 콩나물국밥 집이 4~5개소 들어서 있다.남부시장내에도 현대옥()이나 그때 그집(063-231-6387) 등 6~7개소가 산재해 있고, 동문 사거리 근처에는 풍전 콩나물(063-231-0730), 왱이집(063-287-6980), 다래집(063-283-0773), 두레박 콩나물(063-288-4853) 등 4~5개소가 있다. 삼백집이나 한일관 등은 펄펄끓는 뚝배기에 계란이 풀어져 나와 얼큰한 맛이 특징이라면, 최근에 들어선 왱이집이나 다래집 등은 매콤한 다진 고추와 다시마 멸치 등으로 우려낸 국물이 뜨겁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원한 맛을 전한다. /김회경(전북 문화저널 기자)-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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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4.26 23:02

[2003JIFF]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독립영화, 그 자유로움

타 예술장르와는 달리 유독 영화에만 '독립'이란 수식어가 붙는데, 아마도 그것은 자본과 연계된 영화의 매체적 특성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립영화란 자본에서 벗어난 독립을 의미하는 것일까? 실제로 1980년대 초부터 태동한 우리 독립영화는 다양한 이름으로, 즉 단편영화, 열린영화, 작은영화, 민중영화, 민족영화, 비제도권 영화 등등, 오늘날에는 인디영화로 불리운다. 이처럼 단순히 자본의 예속성에서 벗어난 영화를 독립영화로 규정짓기에는 약간씩 상이한 색채를 띠고 있다. 왜냐하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독립영화의 성격이 변화했기 때문이다.1980년대 군부독재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 현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제도권 상업영화의 행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운동, 즉 사회적 진실과 삶의 반성을 촉발한다. 따라서 그 시기의 운동권 학생이나 '문화원'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정치적 투쟁의 무기로써 독립영화는 태동하게 된다. '제도'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독립영화는 점차 사회·정치적 영역에 대해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게 되며, 또한 80년대 후반엔 비디오 매체의 대중화 덕분에 투쟁의 현장엔 언제나 비디오 카메라가 달려간다. 게다가 당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광주민주화 항쟁과 미국의 역할을 언급한 <오 ! 꿈의 나라>와 노동문제를 다룬 <파업전야>는 독립영화의 결정판처럼 대중에게 독립영화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며, 장편 독립영화의 대중화 가능성을 보인다.하지만 1990년대 초에, 군부독재의 종말과 함께 독립영화 진영은 일정한 침체기를 거치면서, 독립이라는 정체성에 자문하게 된다. 따라서 독립영화는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거대 자본에 대한 독립의 의미로써 변화되기 시작한다. 제도나 권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독립영화가 등장하며, '노동자' 중심에서 '여성, 노약자, 환경' 등등 다양한 주제로의 변화가 보여진다. 또한 다큐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 좀 더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기 시작하며, 충무로와 상호교류의 수로를 열어 놓는다.독립영화를 지향하는 이들은 충무로 진입의 통로로, 개인적 창작수단으로 혹은 여전히 사회변화를 모색하는 창구로, 등등 서로 다른 꿈을 꾸었지만, 독립영화라는 깃발아래 '인디포럼'을 형성하며, 한국독립영화협회를 창립한다. 하지만 여전히 다뤄지는 주제가 무겁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르는 어두운 자기 고백식 이야기 또는 80년대식 정치적 잔해들 등 암울한 분위기는 문제점으로 남는다. 오늘날 디지털 비디오의 확산으로 실질적인 저예산 장편영화가 가능함에 따라, 상업영화의 자본과 배급에서 벗어난 독립영화는 각종 지역 영화제에서 또는 일반 상영관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상영이 되며, 예전의 변방의 영화가 아니라 중심에 다가선 영화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이처럼 '독립'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제도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의미를(다큐, 실험, 애니, 등등) 포괄한 즉 기존 지배적인 영화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는 영화로 규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사회 제도나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영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올해에도 어김없이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의 의미를 충실히 반영한다. 아시아 각국이 처한 사회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섹션의 18편뿐만 아니라, 한국 독립영화 8편이 속해있는 '한국단편의 선택 : 비평가주간' 섹션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고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삶과 죽음, 여성, 가족 등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우리네 삶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독립영화를 이번 기회에 만나보도록 하자. 또한 독립이란 날개와 함께 전주가 언젠가 비상하기를 바라며, 수도권의 거대 자본과 인력에 독립된 전주독립영화를 꿈꾸어 본다./김건1994년 전북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취득1997년 파리 10대학에서 불문학 기초박사(D.E.A.) 취득1997년 파리 3대학에서 영화학 기초박사 취득 1999년 파리 8대학에서 연극학 석사 취득1999년 파리 12대학에서 철학 석사 취득2002년 파리 1대학에서 영화학 박사 취득현재 전북대학교 디지털 영상 아카데미 전임 교수-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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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4.26 23:02

[2003JIFF] 이란 영화의 물결

내가 이란 영화를 처음 본 것은 1996년이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란 긴 제목의 영화는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조용히 개봉했고, 당시 난 순전히 영화프로그램 작가라는 의무감에 그 영화를 보게되었다. 친구의 숙제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영화 내내 뛰어다니는 아마드. 내 생애 최초의 이란 영화는 그렇게 순진하고 맑은 소년의 눈망울처럼 다가왔다. 흙바람이는 황토빛 사막, 지그재그 모양으로 난 언덕길, 그 위를 달리던 순박하고 착한 아이들. 영화는 그렇게 내게 이란이라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2년 뒤 나는 같은 극장에서 또 한편의 이란 영화를 만났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가베>. 이름조차 외우기조차 힘든 낯선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이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들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한 유목민들, 푸른 초원과 졸졸 흐르는 개울물. 사막과 지진의 나라 이란의 이미지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보여주는 이란 북부의 풍경과 마흐말바프 감독이 보여준 남부의 풍경이 확연하게 다른 것처럼 이란 영화 역시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 초 나는 이란 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테헤란을 찾았다. 그곳에서 마흐말바프 감독을 비롯해 <천국의 아이들>을 만든 마지드 마지디, <하얀 풍선><써클>을 만든 자파르 파나히 등 이란의 대표적인 감독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때 감독들은 하나같이 이란 영화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보름간의 취재 일정동안 나는 그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천국의 아이들> 같은 영화 때문에 이란 영화하면 으레 가난한 아이가 나오는 영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밋밋한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해외 영화제용 영화들이다. 자국안에서 인기를 끄는 상업영화들은 훨씬 액티브하고 빠른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이란 영화는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정부에서 이란 영화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모든 영화인들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 시나리오 검열을 받는다. 검열을 피해가려면 마흐말바프 가족처럼 집을 팔고 차를 팔아가며 독립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엄격한 검열제도는 감독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많은 제약을 준다. 일례로 이란 영화에서는 여배우가 머리에 루싸리(이란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의 총칭)를 쓰지 않고 등장할 수 없다. 남편과 가족이 아닌 외간 남성에게 머리카락을 보이면 안 된다는 코란의 규율 때문이다. 호메이니가 이끄는 혁명 정부를 비판해서도 안되고,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나와서도 안 된다. 이런 규율을 어겼을 때 영화는 상영 금지 조치를 받게 된다. 상영 금지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자파르 파나히의 <써클>은 아직까지 이란 내에서 상영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감독들은 검열을 피해나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더 많이 고민하게 되고, 그 결과 철학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영화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낙천적이고 여유있는 이란 사람들의 성품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란 영화에 대한 또 하나의 선입견은 여성감독에 대한 부분이다. 여성에 대해 많은 제약이 가해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여성 감독이 전무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여성 감독들이 훨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연령대도 다양하다. 올해 49살로 이란 영화의 어머니라 불리며 존경받는 락샨 바니 에테마드, 혁명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타흐미네 밀라니, 18세의 나이로 깐느 영화제 최연소 수상자가 된 사미라 마흐말바프 등은 모두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성 감독들이다. 또, 이란은 애니메이션의 강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세계 유일의 석판화 애니메이션도 이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또 단편 영화 감독들의 활동도 왕성해서 일년에 무려 400편 이상의 단편 영화가 만들어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이란 영화는 소수민족, 여성의 문제 등 소재면에서도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로 넓어지고 있다. 이번에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도 다섯 편의 이란 영화가 소개된다. 아시아 독립 영화 포럼에출품된 <입학시험>은 나세르 르파이라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해 테헤란 대학 신입생의 65%가 여성이었다고 하는데, 여성들의 활약이 커지고 있는 이란의 현실과 그 속에서 겪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작품은 시네마 스케이프에서 소개되는 <황폐한 정거장>이다. 이 영화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각본을 쓴 영화 <여행>으로 데뷔한 알리레자 라이잔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 영화 <황폐한 정거장> 역시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했다고 하는데, 내용면에서 전작인 <여행>과도 연결성을 가진 작품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도 볼 수 있다. 이혼한 여성의 삶을 다룬 <텐>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이혼 문제와 여성들이 겪는 현실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네 번째 영화는 아미르 나데리 감독의 <마라톤>이다.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7,8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며 14편이상의 영화를 만든 중견 감독으로,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로 국제무대에 잘 알려진 감독이다.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면서 뉴욕 3부작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 <마라톤> 역시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란 감독이 만든 미국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진다. 마지막 작품은 디지털 삼인삼색에 출품되는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다프>다. 다프는 이란의 전통악기의 이름인데 우리나라의 북과 비슷한 악기다. 하지만 북채가 아니라 손가락의 힘으로 연주를 하는데 상당히 남성적이고 힘있다. 사실 나는 그 매력적인 다프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가장 기다리고 있다. 올해 전주에서 나는 이란 취재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 영화들을 보려고 한다. 영화를 통해 이란이라는 낯선 나라를 탐험하는 즐거운 경험을 보다 많은 관객들이 함께 누리길 기대해본다. /석은정(1991년부터 KBS, SBS 등에서 교양프로그램 작가로 활동 /EBS <시네마 천국>으로 영화 프로그램 시작 /케이블 TV 무비 플러스 <영화 노트> 작가 /현재 EBS <시네마 천국> 작가)-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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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4.26 23:02

[2003JIFF] 필름 시장 열린다

영화제가 난장을 튼다. 지지고 볶아 푸짐한 먹을 거리를 내놓은 노점 사이로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몰려드는 난장이 아니다.다름 아닌 영화시장이다. 축제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북적거림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난장이 아니라, 영화를 사고 파는 마케팅인 셈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올해 처음 여는 영화 시장은 '미팅 포 세일(Meeting For Sale)'. 국내외 배급업자들이 만나 완성된 영화를 매매하는 '필름 마켓' 형태로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을 도모하고 질좋은 외국영화의 국내 판로를 열어주기 위한 자리가 된다.조직위는 영화제 후반부인 5월 1일부터 3∼4일간 '미팅 포 세일'을 연다. 올해는 첫 시도인 만큼 대형부스를 설치해 분양하는 형식이 아니라 국내 배급업체와 해외 배급업자들간의 만남을 주선, 교류와 정보를 나누어 영화 매매로 이어지게 하는 소규모 형식의 마켓으로 운영한다. '미팅 포 세일'에 참여할 배급업체는 모두 10여곳. 국내를 비롯해 유럽 등 해외 배급업체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배급업체들이다. 특히 이란 등 아시아계 영화 제작은 물론 배급까지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프랑스 배급업자들이 주요 초청대상. 비록 소규모지만 전주에서 영화시장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현재 세계 각국의 국제영화제들도 필름마켓을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그 형태는 영화배급업자들이 완성된 필름을 매매하거나, 감독들의 프로젝트를 배급업자가 지원하는 제도 등 다양하다. 필름 마켓이 영화 제작자는 물론 영화인들의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는 매력과 함께 영화제를 전세계 알리고, 영화 초청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시도하는 부산프로모션플랜(PPP)가 대표적인 영화시장이다. PPP는 제작 및 투자자를 잡기 힘든 감독들에게 신작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아시아 영화를 세계시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 프루트 첸, 자장커, 김기덕, 왕 샤오솨이 등 젊은 감독의 PPP 참가작품이 세계적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아시아 작가주의 영화의 인큐베이터로 자리잡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에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가 올해 필름마켓 개설을 추진한 것도 영화제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어려운 영화제' 라는 인식 때문에 국내 영화들이 출품을 꺼려왔던 게 사실. 제작사는 물론 감독, 영화배우들 마저 전주와 인연 맺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매력을 지닌 '미팅 포 세일'을 앞세워 국내 영화 초청은 물론, 영화인들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영화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필름마켓은 '대안'과 '독립'을 표방해온 전주국제영화제가 지금까지 작품성 높은 영화를 프로그래밍해 승부해왔다면, 올해부터는 예술성에 시장성을 겸비해 영화제의 퀄리티는 물론 외연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갖는 셈이다.김은희 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면서 "작은 규모지만 이번 시도가 전주국제영화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외 영화 배급업체들이 전주를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4.26 23:02

[2003JIFF] 텍스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학술행사'

단순히 영화만 볼 것인가. 아니면 양파 껍질 벗기듯 스크린 뒤에 숨겨진 영화의 매력을 알아가는 재미까지 덤으로 누릴 것인가.영화제는 영화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에 대한 폭넓은 성찰이 이뤄지는 담론의 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독립영화와 디지털 영화인들이 어깨동무하는 자리를 만들고, 아시아 신예 작가군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기회를 제공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도 영화인들이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는 무대를 단단하게 쌓는다. '스크린'이 아닌 '텍스트'로서의 영화를 지성과 통찰력으로 대하고, 이를 통해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정체성을 다지는 학술포럼 프로그램.올해 영화제를 채우는 학술포럼은 모두 5개다. 독립영화 제작 현장에서 느끼는 독립영화의 현실과 그 이상을 살피는 '독립영화, 그 이상과 현존'을 비롯해 필름메이커스포럼 부문에 초대된 프랑스의 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와 중국의 닝잉 감독이 말하는 영화관을 듣는 '필름메이커스포럼-유머와 욕망 위를 걷기',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큐멘터리 세계를 더듬는 '다큐비엔날레 포럼-기록의 변종'이 열린다. '거장에 대한 경배' 오마주에 초대된 브라질 감독 글라우버 로샤가 이끌었던 시네마 노보 운동을 되짚는 미국 UCLA대 랜달 존슨 교수의 특별강연 '글라우버 로샤와 시네마 노보' 과 HD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스페셜 세미나 'HD기술과 영화의 현 단계'도 알차다.△독립영화 그 이상과 현존독립영화의 대안적 미학을 내놓으며 꾸준히 작업해온 독립영화 작가들과 감각적 스타일과 역동적 디지털을 수혈 받아 독립영화의 현재에 발 빠르게 가담하고 있는 젊은 감독들이 독립영화의 현존과 문제의식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맹수진 문학산 유운성 이명인 이상용 등 독립영화 감독들과 비평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한다.(4월 29일 오후 5시/전북대 건지 아트홀)△필름 메이커스 포럼-유머와 욕망위를 걷기올해 처음 마련된 '필름 메이커스 포럼' 부문에 초청된 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와 닝잉 등 여성감독 2명에게서 '감독과 영화작업과의 관계'를 듣는다. 김은희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진행한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읽는 동시대의 문제들이 무엇이며 그들 내면의 개인적인 고뇌가 어떻게 영화의 내용과 관련을 맺게 되는 지, 그들이 선택한 영화적 형식과 장치들 뒷편에 자리잡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만의 사고를 엿보는 시간이다.(5월 2일 오후 5시/전북대 건지아트홀)△다큐비엔날레 포럼-기록의 변종극영화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들을 오래 전부터 끌어들여 지평을 넓혀왔던 것처럼, 다큐멘터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극영화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 논픽션과 픽션이라는 장르적 규정이 무색할 정도다. 다큐비엔날레 부분을 조감한 송교섭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가 진행하고 허츠 프랭크, 제이콥 호겔, 토벤 얀센, 장 클로드 루소 등 유럽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참여해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 선 다큐멘터리의 초상을 그린다. (5월 1일 오후 5시/전북대 건지아트홀)△특별강연-글라우버 로샤와 시네마 노보오마주에 초대된 글라우버 로샤 감독을 연구한 랜달 존슨 교수가 브라질의 문화·역사적 맥락 속에서 시네마 노보의 의미를 짚어보고, 오늘날의 제3세계 영화에 미친 시네마 노보의 강력한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랜달 존슨 교수는 '시네마 노보×5 : 현대 브라질 영화의 거장들'을 쓴 브라질 영화 전문학자다.(5월 3일 오후 2시/전북대 건지아트홀)△스페셜 세미나-HD기술과 영화의 현 단계최근 한국영화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HD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 한국영화학회가 주최한다. 동국대 정재형 교수가 진행하고 김경철(MBC 촬영감독), 김영철(영화촬영감독), 김창유(용인대 교수), 김종완(공주영상대 교수), 민경원(순천향대 교수), 민인기(경희대 교수)씨가 발제·토론자로 나온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HD영화의 효율성과 비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모색하는 자리다.(4월26일 오후 2시/전북대 건지아트홀)-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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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묵
  • 2003.04.26 23:02

[2003JIFF] 영화열정으로 의기투합한 정예부대 '스탭'

▣ 프로그램팀투톱 시스템인 김은희-정수완 프로그래머를 도와 영화제의 골격을 만드는 곳이 프로그램팀이다. 영화 선정부터 각각의 영화에 대한 정보수집, 필름 수급을 담당하고, 각종 자료집과 카탈로그 제작까지가 프로그램팀 몫이다. 조지훈 팀장(30)은 2회부터 프로그램팀에서 일해온 '영화제 토박이'. 경력은 짧지만 성실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2년 연속 참여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친화력을 인정받아 올해 팀장을 맡았다. 조 팀장과 함께 일하는 팀원은 모두 8명. '프로그래머급 어시스던트'로 통하는 백승희씨(38·한국영화)를 비롯해 전성권(35) 조한상(33) 안현신(32) 박경남(31) 유정화(30) 김선경(27) 김태연(23)씨. 자료와 출판일을 하고 있는 김선경 김태연씨를 제외하면 모두 30대. 그래서 나이 어린 조 팀장에게는 '형' '누나'로 불린다.한국영화를 선별한 백승희씨는 영화 제작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연출은 물론 프로듀서로 활동한 그는 "한국영화는 '프리미어 상영'을 원칙으로 세웠지만 요즘 한국영화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라서 예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영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전성권씨는 시네마 스케이프와 필름 메이커스 포럼, 소니마주를 맡았다. 소니마주에서 상영될 '잔다르크의 수난'과 '뱀파이어'의 필름 원본을 이탈리아에서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오마주와 불면의 밤, 어린이 영화궁전,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을 담당한 안현신씨는 미국에서 살다가 영화제를 위해 잠깐 귀국해 합류했다. 데이빗 보드웰의 '영화 스타일의 역사'를 번역한 장본인이다.SENEF(서울 디지털 영화제)에서 활동했던 유정화씨는 다큐멘터리 섹션을 맡아 가장 많은 일을 소화해냈다. 다큐멘터리가 극영화에 밀려 소외될까 걱정된다는 유씨는 "일상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작품도 있다"며 '노란 체리꽃 향기'와 '저만치 있는 남자'를 꼭 봐야할 작품으로 추천했다.뉴욕에서 무역회사를 다닌 박경남씨는 프린트 코디네이트 역할. 미국 인디아나주에서 영화공부를 한 조한상씨는 지프마인드와 학술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조 팀장은 "지난 11월부터 준비해온 프로그래밍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영화제 기간동안 감독과의 대화나 세미나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막바지 팀워크를 다졌다"고 소개했다. ▣ 홍보팀홍보팀 스탭은 모두 7명. 그 중 6명이 영화제 경험자다. 넘버1은 2001년 1월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오선진 팀장(33). 전주와 서울에서 매체 담당스탭으로 활동하다 올해 홍보팀 '짱'이 됐다. 케이블TV 아나운서 출신이기에 전화 목소리가 맺음이 정확해 약간 차갑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수더분한 성격으로 홍보팀 큰언니로 불린다. 매체 홍보는 여성 3인방, 신미경(28)·이한아(26)·박현정씨(25). 서울매체 담당인 미경씨는 한해 건너뛴 3년차다. 영화제 첫 해 상영관 자봉으로 활동했고 다음 해에는 지역매체 담당스탭으로 활동했다. 이후 전주전통문화센터 홍보팀에서 근무하다 영화제로 복귀했다. 지역매체를 담당하는 한아씨는 2년차다. 지난해 전북대 불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화제에 투입, 온라인 소식지 지프지기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어냈던 장본인이다. 해외홍보를 담당하는 현정씨는 고려대 영문과를 나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외신을 담당하는 스탭이었다. 영화제 홈페이지를 만들던 인터넷 업체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아예 사무국으로 들어온 이선희씨(27)와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호종씨(25)가 영화제 홈페이지를 책임진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부터 함께 일해온 2년차 스탭. 사진·비디오·인쇄물 등 자료를 담당하는 신동환씨(24)가 홍보팀 막내다. 전주대 영상학부에 재학중인 아직은 학생이지만 미래 영화감독을 꿈꾸는 자신에게 "수업보다 영화제에서 쌓는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감독을 꿈꾸는 재기 발랄한 청년이다. 오팀장은 "모두들 경험이 있으니까 바쁘더라도 서두르기보다 차분하게 호흡을 유지하며 체계적으로 여유 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영화제”라고 귀띔한다. ▣ 사업팀상영장, 메인무대·영화의 거리·카페 이벤트, 사랑방, 안내부스, 티켓팅, 옥외홍보, 지프패밀리카드 등 영화제 행사 전반을 책임지는 팀이다. 스탭은 8명. 공력도 쎄다. 하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대부분 지역내 크고 작은 축제에서 경험을 쌓은 데다 따지고 보면 영화제 현장 곳곳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포함된 거대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벤트를 담당하는 성기석씨(33)는 영화제 3년차 스탭. 인터넷 매체담당과 이벤트 담당으로 활동했다. 작은 축제지만 강한 울림을 줬던 제1회 전주동문거리축제의 일등공신이며, 홍지문화공간의 공간지기로도 활동했다. 김순자씨(28)와 정학영씨(26)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전반과 상영장 운영을 책임진다. 순자씨(28)는 자봉담당 3년차 스탭. 1회대회 상영장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끼'를 인정받고 곧 자봉담당 스탭으로 일했다. 학영씨는 영화제·소리축제에서 자봉과 스탭을 모두 경험했던 전문 축제지기다. "배차담당 스탭으로 활동했던 지난해보다 모든 파트의 일을 다 알아야 하는 현재 담당업무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황두성씨(28)와 김윤경씨(26)는 티켓팅과 지프패밀리카드를 담당한다. 2회 영화제에서 두성씨는 티켓팅 스탭으로, 윤경씨는 상영장 자봉으로 활동하며 맹위를 떨쳤다. 거리곳곳에서 펄럭이는 영화제 배너기와 포스터 등 옥외 홍보물은 김봉민씨(26)의 몫이다. 백제대 방송연예학과 조교출신이지만 외부홍보물의 제작·배포·부착·설치·시공·관리를 도맡은 역할이기에 별칭은 '노가다 김'. 메인무대 담당스탭은 정성환씨(28). 성환씨는 지역에서 꽤 유명한 '다방'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뮤지션이다. 매일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메인무대 담당스탭이 제격이라고. 사업팀장은 영화제 4년차인 양지홍씨(33)다. 지난해 도내 사업체와 사무국에서 '양부장'으로 통했던 마당발. 현역 연극인이다. "다음에 꼭 술 한잔하자”는 양팀장의 감언이설이 사업팀을 찰지게 했다는 후문이다. ▣ 총무회계팀영화제 살림을 도맡아 꾸려내고 있는 총무회계팀은 1회때부터 줄곧 같은 자리를 지켜온 4년지기 오미옥씨(33)가 팀장을 맡아 더욱 든든하다. 예산을 제때 집행해야 하고 퇴근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무국 직원들의 가려운 곳까지 긁어줘야 하는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사무국 운영의 기반부서이기 때문에 영화제가 열리는 상반기뿐 아니라 일년 내내 할 일이 쌓여있다. 2·3회 행사때는 기획조정팀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오팀장은 아직 미혼이다. 딱 영화만큼 좋아할 수 있는 짝을 만나지 못해서일까, 아직은 결혼 계획이 없다고 한다.남부럽지 않은 번듯한 직장에 근무하다 지난해 주위의 권유로 사무국에 합류, 이벤트 분야를 담당했던 박현수씨(28)는 올해 상근 직원으로 일하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팀의 막내 조호령씨(23)는 올해 처음 일을 맡았다. 전북대 영문학과 4학년 재학중 휴학한 호령씨는 스탭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여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으로 꼼꼼한 일 처리가 돋보인다는 게 주위의 평.지난 3월 주위의 추천을 받아 팀에 합류한 박한호씨(26)는 올초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병이다. 정보통신 분야를 전공, 컴퓨터 프로그램과 정보처리업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게 팀원들의 설명이다.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총무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서와 조직관리·물품지원까지 사무국의 모든 일은 이들 4인방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총무팀을 통해서 처리된다.▣ 초청팀영화제 개막전 국내·외 게스트들을 초청하는 업무에서 폐막후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감사편지를 보내는 일까지. 사무국 초청팀의 역할이다.올초 운영계획을 세운 후 초청자 명단을 확보, 메일과 팩스·우편등의 통신수단을 총동원, 연락을 취했고 초청에 응한 게스트들을 영접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자원봉사자 5명이 축제기간 내내 인천공항에 배치돼 해외게스트 영접과 전주까지의 이동 지원 업무를 맡는다.게스트들이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게 팀원들의 설명. 또 해외 게스트들에게 전화 연락을 취해야 할 때는 시차 때문에 새벽 2∼3시까지 기다려야 했다.팀장인 이지우씨(29)는 1회행사에 이어 두번째로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홍콩에서 현지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이팀장은 e메일을 통해 전달된 스탭채용 공고를 보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 물론 영화를 좋아하고 그만큼 하고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메일주소는 1회때 참가한 인연으로 사무국에 저장된 것.충남 서천이 고향이지만 고교는 군산에서 다녔다. 지난 1997년 전주·무주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때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가했을 만큼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다.올해 처음으로 참가한 양문희씨는 국내초청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때'온고을 영화터'멤버로 활동한 영화매니아다.개·폐막 초청담당인 김수련씨(23)는 올해 백제예술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때 영화제와 소리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잇따라 참여,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ID카드를 담당하고 있는 안영수씨(27)와 셔틀버스·의전차량등을 관리하는 조훈씨(27)도 지난해 초청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자막·기술팀자막·기술팀은 영사 기술 분야를 전담하는 부서. 세계 각국에서 모셔온(?) 영화를 번역하고, 자막을 집어넣고, 극장에서 상영하기 까지 모든 과정을 소화한다. 극장에서 상영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스파팅', 상영하는 일은 '오퍼레이팅'으로 통한다. 이 과정에서 영사사고 '0(제로)'의 순도 100%를 목표로 땀을 흘리는 곳이 이들이다.자막·기술팀장을 맡은 오창환씨(31)는 3회 영화제 당시 기술팀장을 맡아 '대형 영사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한 젊은 일꾼. 1회 영화제때 사랑방운영을 담당한 스탭으로 출발한 그는 2001년 대종상영화제를 거쳐 본격적으로 전공(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살린 경우다. 지난해 스크리닝 매니저로 활동했던 백명기씨(26)가 올해 기술팀 스탭으로 가세, 양희찬씨(28)와 함께 오 팀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백명기 양희찬씨는 부천과 부산에서도 기술팀으로 활동하는 등 영화제 기술분야 노하우가 풍부하다. 지난해 자막일을 도맡았던 김수현씨(27)는 올해 번역 감수를 하며 오탈자 없는 자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01년 SENEF(서울 디지털 영화제)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국제영화제에서 영사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필름이 낡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술·자막팀은 "스크리닝 매니저를 각 상영관마다 두는 등 최선을 다해 사고를 줄이겠다"는 각오다.스크리닝 매니저는 전북지역 출신이 대부분. 나종혁(31·삼성문화관) 윤강로(28·건지아트홀) 김지연(27·프리머스2) 전철원(20) 김효은(20) 문상미(20·덕진예술회관) 임학수(20·야외/심야) 고대석(20·프리머스3) 김미영(23·코리아1) 이철민(25·아카데미3)씨 등 10명이 활동한다. 여기에 박치헌 고세진씨가 영사지원 스탭으로 가세한다.▣ 행정팀프로그램, 초청, 기술자막, 사업, 홍보 등 영화제 사무국 스탭들이 영화제의 얼굴을 만들어가는 일꾼들이라면, 전주시청에서 파견된 행정팀은 스탭이 최적의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지원부서다.김정주 팀장(45)을 비롯해 신용남(44) 전병철(43)씨 등 3명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소속은 전주시 정보영상과 영상지원팀. 영화제를 전방위에서 지원하기 위해 아예 시청사를 떠나 영화제 사무국에 둥지를 튼 행정공무원들이다. "최대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는 김팀장은 월드컵추진단 홍보팀에서 일하다 올해 초 영화제로 자리를 옮겼다. 신용남씨는 1회 영화제 이후, 사무국으로 파견된 3년차. 평소 전주영상위원회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면서 영화제가 찾아오면 팔소매를 걷어 부치고 지원업무에 나선다. 전병철씨는 올해 초 교통과에서 자리를 옮긴 경우. 영화제에 대한 전문지식은 부족하지만 영화제 성공을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열혈남아'다.'삼총사'처럼 똘똘 뭉친 이들은 게스트들이 묶을 호텔과 여관을 지원하는 것부터 교통통제까지 영화제 성공개최를 위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잘 이끌어냈다. /김종표, 임용묵, 최기우기자-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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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4.26 23:02

[2003JIFF] 전주에서 열리는 축제들

영상과 전통·한지, 그리고 소리라는 독특한 문화상품을 쏟아놓은 온고을의 봄은 온통 축제물결이다. 4월25일 화려하게 막을 여는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45회 전주풍남제·2003전주종이문화축제·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등 '전주 4대문화축제'가 5월11일까지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잔인한 계절 4월의 끝자락에 막을 올린 잔치는 계절의 여왕 5월에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시관계자는 "전통과 문화의 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4대축제를 동시에 개최한다”며 "전주만의 맛과 멋, 그리고 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의 고장 전주가 축제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전주풍남제 (5월1일∼8일)맛과 멋, 그리고 넉넉한 인심과 신명이 우러나오는 역사·문화의 도시 전주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보고 느끼고 또 즐길 수 있는 잔치가 풍남제다.5월1일부터 8일까지 경기전 일대에서 열리는 제45회 전주풍남제는'온고을의 맛과 멋을 아우르며'를 주제로 푸짐하고 알찬 잔칫상을 차려낸다.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한옥마을(교동·풍남동)과 남밖장(남부시장) 일대를 아우르는 경기전 및 태조로에 잔칫상을 마련,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는 계획.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도 포함됐다.올 행사의 기본방향은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꾸려내는 참여형 축제, 그리고 흥미와 교육적 체험 및 시연으로 이뤄진 가족지향형 축제로 설정했다.첫날 시청∼팔달로∼태조로로 이어지는 대동 길놀이에 일반시민과 학교·기업체의 자율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또 교동 및 풍남동 일대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꾸미는 마을축제도 관심을 모은다.이와함께'새싹한마당'과 '가족동요제'·'풍남가요제' 등 자유참여 프로그램을 확대, 무대에 설 시민 주인공들을 모집하기도 했다.안상철 총감독은 "풍남제의 정체성인 전통과 민속을 소재로 설정하고, 무엇보다 시민참여형 축제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풍남동·교동 마을축제의 경우처럼 시민들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관심을 모은 난장은 남부시장 옆 전주천변 주차장에서 장외 특별행사로 펼쳐진다.맛의 고장 음식행사중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비빔밥 큰 잔치'. 5월3일 경기전 정문 앞에서 벌어지는 이 행사는 초대형 그릇에 1천명분의 비빔밥을 만들어 시식하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다. 그릇의 크기만도 높이 1m, 지름 3m. 여기에 쌀 2백20kg과 계란 3천개, 콩나물 60kg, 시금치·호박·고사리·표고버섯 등 각종 나물과 과일 80kg을 넣고 고추장과 간장·참기름을 섞어 버무린다.전주시는 이 비빔밥을 기네스북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개성탕반·평양냉면과 함께 조선의 3대음식으로 꼽혔던 비빔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도다. 또 5월2일에는 태조로에서 전주음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향토음식 개발을 위해 '전주 10味식품조리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음식의 고장 전주를 대표하는 10미 가운데 요리가 가능한 8미(황포묵·열무·호박·모래무지·게·무·미나리·콩나물)중 한가지 이상을 주재료로 활용, 음식을 만들어 풍미와 외관·창의성을 겨루는 독특한 행사다.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성행했던 전주천변의 '남밖장'을 재현하는 프로그램도 이채롭다. 향토시장인 남밖장은 당시 옹기전과 대장간·싸전·어육전등 서민들이 일용품을 사고 풍성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었던 곳이다. 또한 주민 축제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이 남밖장이 풍남제 '풍물장터'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40여개의 초막과 차일을 채색하여 1940년대의 장터풍경을 재현한 것.태조로에 펼쳐지는 이 풍물장터에서는 엿장수의 흥겨운 가위소리를 들으며 주막이나 추억의 옛 다방에 들러 향수에 젖을 수 있고 인력거를 탈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개막행사와 폐막식등을 포함, 전주풍남제전위원회(이사장 김수곤)가 올해 마련한 잔칫상은 모두 6개 섹션 1백50여개 프로그램에 이른다.◇ 공식행사 : 개막행사(대동 길놀이·개막식·축하공연) 폐막식◇ 공연행사 (경기전 주변)▲풍류무대 - 풍남가요제, 새싹한마당등 20여개 공연 프로그램▲풍남 가설극장 - 신파극, 무성영화등 5개 상설 프로그램▲마당무대 - 인간조각퍼포먼스, 마당극 등 4개 상설 프로그램◇ 음식행사 (태조로, 경기전 정문등)▲전주맛거리 - 비빔밥 큰잔치, 전주10미조리경진대회등 7개 프로그램▲전시 - 조리경진대회 작품, 전주10미, 비빔밥자료◇ 풍물장터 (태조로)▲직영점 - 주막, 추억다방, 인력거, 엿가게▲위탁점 - 옛날과자점, 한약방, 떡집, 짚풀공예, 대장간등 18개업체◇ 이벤트 (경기전 동북부)▲민속마당 - 풍남장사씨름대회, 얼쑤 탈춤교실, 전주역사보물찾기대회등 10여개 프로그램▲어울마당 - 전주 1백년 풍물사진전, 나무곤충만들기, 거리초상화, 얼굴그림 그리기◇ 특별행사▲전통지원행사 - 전국남녀시조경창대회, 전국서화백일대상전▲주민자율행사 - 풍남동·교동 마을축제▲장외 난장(홈페이지 www.jjnj.co.kr)제29회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산과 들에 꽃잔치가 본격화 되면서 계절의 여왕이 우아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을 무렵, 전국의 내로라하는 소리꾼과 귀명창들의 눈과 귀는 온통 전주로 쏠린다. 국악 재목들을 판소리의 땅 전주로 불러모으는 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5월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판소리명창과 농악·기악·무용·경서도 민요·시조·가야금 병창·판소리일반·궁도등 9개 종목에 걸쳐 열띤 경연이 펼쳐진다.예선은 전주실내체육관과 도립국악원 공연장·덕진예술회관·전주 천양정·전통문화센터등에서, 그리고 본선은 전주실내체육관서 진행된다.전국 곳곳에서 국악과 민속경연대회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상이 남발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때마다 관계자들은 전주대사습놀이를 걱정한다. 그 명성에 행여 조금이라도 금이 가거나 하향평준화를 우려해서다.옛부터 소리꾼들이 한양에서 이름을 얻는 것보다 전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을 더 큰 명예로 여겼을 만큼 대사습놀이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국악인 등용문이다.대사습놀이가 펼쳐지는 5월 전주를 찾는 방문객들은 아주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고의 판소리 명창을 배출해 온 대회답게 소리꾼이 무대에 오르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덩달아 추임새로 흥을 돋운다. 추임새도 어지간한 공력이 아니면 장단을 맞추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전주에서만큼은'얼씨구'·'잘한다'등 흐트러짐 없는 관객의 추임새를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분별해 낼 수 있는 귀명창들이 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증거. 전주가 예향(藝鄕)으로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신록의 계절, 소리의 땅 전주가 풀어내는 신명의 무대에서 전통음악의 생명력과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홈페이지 www.daesasub.co.kr)전주종이문화축제21세기는 디지털시대. 그렇다고 해서 종이의 효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전주는 일찍이 우수한 한지(韓紙)를 만들어 출판문화의 꽃을 피워냈던 종이의 본고장. 우리 민족의 우수한 문화유산이기도 한 전주종이가 색과 향기를 보태 축제의 땅을 수놓는다. 그리고 축제를 통해 한지의 실용성과 우수성을 재확인하고 문화관광 상품으로서의 공예품과 생활용품 개발등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전주종이 생활속으로'를 주제로 한 올 축제는 5월3일 오후 경기전서 개최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예품전시관 일대 태조로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11일까지 열린다. 특히 올해는 중국과 일본에 시장을 뺏겨 설 자리를 잃고 단절의 위기를 맞고 있는 전주 한지산업의 부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산업형 축제'를 내세웠다.그리고 그 중심에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는 전국한지공예대전과 종이장터가 있다.국내 유일의 한지공예작가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한지공예대전은 전통과 현대부문에 올부터 문화상품 부문을 보탰다. 한지의 아름다움과 함께 실용성을 강조하여 예술과 문화산업의 한부분으로 한지공예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나아가 한지 문화상품을 적극 개발, 브랜드화하겠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태조로에서 열리는 종이장터는 추진위원회가 축제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종이박람회'의 첫 단추. 전국의 한지관련 업체와 공방·공예가 및 각 단체가 참여, 한지공예품들을 전시·판매하게된다. 예원대 코미디연기학과와 백제예술대학 방송연예과 학생들이 꾸미는 종이장터 공연도 볼거리다.한지의상의 실용화를 내세운 '한지 의상쇼'는 5월3일과 4일 경기전에서 열린다. 또 왕실족보등을 통해 역사를 담아내는 도구로 사용돼 온 종이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기는 '종이로 찾아가는 나의 뿌리- 족보 특별전'도 기획됐다.'종이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주제로 전주공예품전시관 솟대마당에서 열리는 한지체험 프로그램도 지난해보다 다채롭게 꾸며진다. 전년까지 한지를 뜨고 목판을 찍는 과정을 체험했다면 올해는 닥나무를 삶아 한지를 만들고 활용하는 과정까지 접할 수 있다. 종이가면등 한지를 이용한 다양한 전통놀이 도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또 완성품을 가지고 즐기는 '종이야 놀자'프로그램도 관심을 끈다.(홈페이지 www.jeonjuculture.net)-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3.04.26 23:02

[2003JIFF] 민성욱 사무국장 인터뷰

"영화 도시에 다시 성찬이 차려졌습니다. 이제 숟가락만 들어주시면 됩니다”.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전주 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리기까지 40여명의 스탭들을 진두지휘 해온 안방마님 민성욱 사무국장(40·백제예술대학 교수). 지난해 10월부터 일찌감치 축제 개막을 준비해 온 민국장은 누구보다 전주영화제를 잘 알고 또 그만큼 애착을 갖고 있는 영화 일꾼이다. "좋은 영화가 좋은 조건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1회 행사에서 영화제 산파역을 담당한 이후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로 사무국장을 맡은 그는 자신의 역할을 이처럼 명료하게 표현해냈다. 민국장이 개막과 함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는 원활한 영화상영. 관객들이 좋은 영화를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영사사고를 방지하는 데 치중하겠다는 것. 4월초부터 모든 스탭들이 퇴근시간도 없이 밤낮으로 매달려 온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관객 환불사례는 단 1건. 50년 역사를 이어온 런던영화제에서 수십건의 영사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에 미루어보면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필름의 포맷이 각각 다르고 제작년도에도 차이가 많아 영사팀에서 미리 점검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더욱이 각 영화제를 돌아 상영 하루전에 필름이 도착하는 경우도 있어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그는 하루하루 쉴 새 없이 치르는 전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지금의 심정을 토로했다. "홈페이지에 시민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일반 극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형식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영화제의 의미를 밝힌 그는 축제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 시민참여가 관건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영화매니아가 아닌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만큼 사전에 충분히 정보를 검색해서 시간표를 만들어 놓는 것이 축제를 두배로 즐길 수 있는 방법. 그는 또 덕진공원 야외 스크린에서 개막식 다음날부터 8일동안 무료로 상영되는 한국영화도 적극 추천했다.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라는 국내 굴지의 문화시설을 두고도 입지적 조건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어느 영화제보다 내실 있게 올 축제를 꾸리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극영화를 제작해 온 감독들이 만든 다큐중에는 아주 독특하고 흥미있는 작품들도 많습니다”.1백70편에 이르는 올 상영작중 민국장이 특별히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전주영화제가 격년제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다.그는 특히 올 영화제가 선택한 덴마크의 다큐를 지목했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영국 BBC 다큐에 맞대응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게 그 이유다.중앙대 예술대학서 영화를 전공한 민국장은 단편영화 7편을 직접 제작한 영화인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1985년 제작한 16mm 단편'Dream or Not Dream'은 영화배우 박중훈씨의 단편영화 데뷔작. 대학 후배인 박씨는 당시 이 필름을 들고 자신을 홍보, 장편영화 '깜보'에 캐스팅되는 계기가 됐다는 게 민씨가 밝힌 일화다.-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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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03.04.26 23:02

[2003JIFF] 김완주 조직위원장 인터뷰

전주국제영화제가 4회째를 맞는다.맛과 멋, 전통의 고장 전주가 문화영상산업의 특성화 도시로 급부상한데는 짧은 기간에 뿌리를 내린 국제영화제가 있었기 때문이다.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완주 전주시장이 이번 영화제에 거는 기대와 소망은 각별하다. 참여정부가 지방도시에 대한 산업별 수도화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전주가 문화수도 또는 문화영상산업의 수도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전주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생각이다.전주만이 갖고 있는 문화의 저력을 발휘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연계시킬 것이라는 각오도 내비쳤다. 영화제를 비롯한 전주의 4대 문화축제가 휴일이 가장 많은 기간에 열리는 만큼 '휴가는 전주에서 보내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앞두고 김완주시장을 만나 영화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영화제는 영상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좀더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전주시가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면.▲문화영상산업의 도시 전주의 위상과 전주의 문화저력을 전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참여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전주가 문화영상산업 수도의 최적지라는 사실도 선언하겠다. 전주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자산, 문화인프라는 확실히 비교 우위에 서있다. 이 점을 과시하겠다. 이번 영화제는 또 '젊은 영화'와 '열린 영화'를 지향하기 위해 자유·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는 자유와 독립을 갈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참여정부가 내세우는 지방도시 산업별 수도화 정책에 대해 광주도 비슷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문화영상산업 수도화에 대한 전주시의 비전과 전략은 어떤 것인가.▲전주시는 이미 2000년에 발표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문화영상산업 육성의 거점도시로 설정돼 있다. 전주는 미래 영상산업의 비전을 제시할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고 문화적 역량이 풍부한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영상산업 지원시설도 척척 구축하고 있다.여기에 '디지털영상' '소리문화콘텐츠'를 특화분야로 하는 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유치해 250억원의 국비지원 기반도 확보했다. 올해는 문화영상산업도시 육성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전주시의 비전과 전략을 담아낼 생각이다.-문화영상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전주시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주요 사업과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최근 5년 동안 전주시는 문화영상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영상산업기반 구축과 붐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98년부터 IT 및 문화영상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한 소프트웨어지원센터, 멀티미디어기술지원센터, 문화산업지원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1년에는 전문적인 문화영상산업 육성을 위해 정보영상진흥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이 결과과 제4차 국토종합계획상 문화영상산업 거점도시 지정으로 나타났다.아울러 전주영상위원회를 설립, 영화촬영 유치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이로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부산 광주 대전 부천 등 국내 자치단체들이 영상산업 육성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전주만이 갖고 있는 영상산업의 축적된 자산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예술을 간직한 도시다. 전주는 대안·독립·디지털이라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성과 함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게임, 애니메이션, 시네마테크, 문화산업단지, 전주영상위원회 등의 물적기반과 지역대학의 영상인력 , 문화영재교육 등을 통한 영상 인재양성이라는 인적기반도 갖추고 있다.여기에 전주한옥마을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차별화된 관광산업과 연계한다면 상업영화제인 부산, 출판만화를 특화한 부천 등을 아우르고 명실상부한 문화영상산업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전주시는 최근 수년전부터 영화촬영을 유치하는데 각별한 관심과 투자를 해 오고 있다. 영상물 촬영지로서 전주의 매력은 무엇이고, 그동안의 영화유치 실적은.▲전주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영상물 촬영을지원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도 전주영상위원회를 벤치마킹하고 있기 위해 찾아. 전주영상위원회는 영화촬영을 위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전주영상위원회의 최대 매력은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와 감독들에게 전통 그대로의 그림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촬영장소를 제공한다는데 있다. 여기에 시민의 훈훈한 인정과 경찰, 소방 등 여러 기관·단체의 관심과 협조도 전주를 다시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이러한 지원과 협조로 2001년 4월 전주영상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2002년 한해만 22편을 촬영하는 등 총 26편이 제작됐다. 전주지역에서만 직접 먹고, 자고 쓰고 간 소비액이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가가치 환산액은 100억원으로 분석되고 있다.-영화제 개최 후발도시로서 전주시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흥행과 상업적인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 이어 전주는 `제3의 영화제' 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실험적 단계로 시행착오도 있었고 다소 아쉬웠던 점도 있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전주국제영화제는 앞으로도 기본컨셉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시민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한 시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확대 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다.4회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 부천국제영화제는 따돌리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따라 잡는 특색 있는 영화제가 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전주영화제가 정작 전주시민과는 유리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전주영화제는 전주시민을 위한 영화제이어야 하는가, 매니아를 위한 영화제이어야 하는가.▲독특한 색깔을 드러낸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영화라는 큰 틀 안에서 "디지털, 그리고 또 하나의 선택 아시아 독립영화"라는 색깔이 있는 특별히 다른 영화제다. 기술적인 대안으로 찾은 디지털영화와 더불어 최근 세계영화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시아영화에 주목했다는 점은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의 기본컨셉이 적절했고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따라서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확실한 색깔, 내용이 있기에 전주국제영화제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다만 시민의 호응도 면에선 다소 어려운 영화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가 풀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인은 전주시민이고, 전주시민이 세계에 선보이는 영화제이다. 따라서 전주국제영화제의 기본컨셉은 유지하되 대중성 있는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확대 구성하여 시민과 함께 하는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는데 느꼈던 어려움은 어떤 것이었나.▲예산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43억원, 부천영화제의 경우 25억원을 투자해 행사를 치르고 있다. 우리 전주국제영화제는 21억원을 가지고 행사를 치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예산확보와 지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영화제 기간 전주를 찾게될 영화팬들과 시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제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이제 본격 시작됐다. 영화제를 시민과 영화 매니아들에게 선보일 날이 다가오면서 벌써 마음이 설렌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독립·디지털영화라는 기본컨셉을 지키면서 '젊은 영화, 열린 영화'를 지향한 '자유· 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했다.이제 남은 것은 시민여러분들과 전주를 찾아 주실 영화팬 여러분의 차례이다. 시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을 때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특히 전주를 찾아주실 영화팬들이 멋과 맛의 고장 전주에서 양질의 영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평소에 신세를 졌거나 못만났던 분들을 시민들이 전주로 많이 초대해 전주의 풍성한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김현기
  • 2003.04.26 23:02

[2003JIFF] 더이상 경계는 없다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지난 2월 개최된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아주 이색적인 영화를 지목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을 떠나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두 아프가니스탄 청년의 힘겨운 여정을 그린 영국영화 '이 세상에서'(감독 마이클 윈터버텀)를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특히 이 작품은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4월의 전주는 다시 다큐멘터리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번갈아 가며 격년제로 여는 섹션2003 '다큐멘터리 비엔날레'.기록영화(documentary film)는 '사실을 기록하는 논픽션 영화'. 뉴스영화와 과학·교육·PR·미술·스포츠영화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인간과 자연의 투쟁을 주제로 하고, 그 주제를 통해 서정적이고 유미적(唯美的)인 메시지를 전하는데서 출발했다.그러나 최근의 기록영화는 그 형식이 전혀 다른 극영화와 접근, 미묘하게 융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미다큐멘터리, 또는 예술 기록영화라고 불리는 장르다. 2003 전주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허구와 사실, 그리고 그 축이 되는 작가의 시선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극영화 거장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도 소개된다.전주가 올해 꾸며내는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오늘'과 '7인의 다큐기행'·'츠치모토 노리아키 회고전'·'장 클로드 루소 특별전'·'덴마크 다큐멘터리 스페셜'로 요약된다.'다큐멘터리, 오늘'에서는 첨예한 정치·사회적 문제, 한 개인의 비밀스런 기억등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됐다.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와 안해룡 감독의'침묵의 외침'·알렉시스 쿠로스 감독의'내딸 없이는'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특히 '경계도시'는 과거 정권들의 이적성 시비에 휘말린 끝에 33년동안이나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살아온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담아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시선을 모은 작품.'7인의 다큐기행'에서는 칠레의 라울 루이즈 감독과 미국의 존 휴스톤·영국의 데릭 저먼등 극영화 감독들이 만든 다큐 작품이 소개된다.또 1970년대 당시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나마타병 시리즈를 제작, 특정 사회적 주제에 대해 집요한 다큐멘터리 운동을 펼쳐낸 일본의 거장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 회고전과 프랑스의 장클로드 루소 감독 특별전, 그리고 덴마크 다큐 스페셜도 전주가 차린 잔칫상이다.◆ 덴마크의 다큐멘터리덴마크의 다큐는 독특하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 필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단연 덴마크 다큐를 꼽았다.전주가 덴마크 다큐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널리즘적인 시각의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내용과 형식간의 미학적 관계를 고찰하는 사적인 창작 영역을 발전시켜왔다는 데 있다.영국 다큐멘터리와 쌍벽을 이루는 덴마크의 성과는 다큐방영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TV채널에 힘입었다. TV가 다큐멘터리 영화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는 측면에서 작업 방향에 도움을 주었다는 분석이다.전주에서는 전형적인 미국인들과 미국의 상징적 풍경들로 구성된 외르겐 레스 감독의 '66개의 미국풍경', 시적 다큐멘터리의 수작으로 꼽히는 욘 뱅 칼센 감독의 '손님이 오기 전에'등 8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읽는 전쟁의 상흔다큐멘터리 영화가 인간의 삶에 접근하는 통로중 전쟁만큼 관심을 끄는 소재가 있을까. 특히 올해는 이라크전쟁이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전쟁의 상흔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올 축제의 도시 전주를 찾아온 다큐멘터리중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로는 안해룡 감독의 '침묵의 외침'과 츠치모토 노리아키의 '아프간의 봄', 그리고 존 휴스턴 감독의'산 피에트로의 전투'를 꼽을 수 있다.안해룡 감독(42)이 만든 '침묵의 외침'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리 없는 외침 그 자체다. 영상과 사진등 매체를 넘나드는 발상이 신선하다는 평.지난해 여성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영상자료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의 지휘를 맡아 나눔의 집을 비롯,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할머니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영상물로 남긴 것. 현재 위안부 피해여성 대부분이 80대 고령으로 갈수록 증언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안감독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홍보팀장을 맡아 전주와는 아주 특별한 인연.일본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이 지난 1989년 제작한 '아프간의 봄'은 당시 10년간의 전쟁 끝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고향으로 돌아가는 구 소비에트 군인들의 표정을 담아냈다. 일본과 아프가니스탄이 공동 제작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10년이상 외부 세계와 단절돼 온 아프간 사람들의 생명력과 전쟁의 참상을 동시에 조명했다.미국 존 휴스톤 감독의 1945년작 '산 피에트로 전투'는 세계 2차대전중에 제작된 영화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미군이 상영을 지연시켰던 영화로 매우 귀한 필름이다. 전쟁당시 통신병으로 입대했던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독일군을 패배로 이끈 산 피에트로 전쟁을 보여 주고는 있으나 승리의 대가는 결국 군인들의 엄청난 희생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그려냈다. 승리에 대한 찬양이나 영웅주의식 전개를 탈피, 선전용 영화의 한계를 넘어 전쟁의 상흔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3.04.26 23:02

[2003JIFF] 영화 지형도를 다시쓰는 "디지털 삼인삼색"

'디지털로 꿈꾸고 디지털로 이야기한다'.세 명의 감독들이 영화제에 맞춰 디지털 영화를 제작, 관객들에게 선보이는'디지털 삼인삼색'은 '대안과 디지털'을 지향하는 전주영화제의 간판. 전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의 미래를 조망하고 있는 세 명의 아시아 감독들과 함께 그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를 선보인다.2000년 3시간37분짜리'유레카'로 칸느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전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은 일본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 '술 취한 말들의 시간'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 그리고 '낙타들'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한국의 박기용 감독.자신만의 독창적 영역을 구축, 늘 새로운 영화를 탐구하고 최근 디지털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또 세 명 모두 데뷔와 동시에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도 닮아있다.이들 감독은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정해진 주제없이 디지털에 대한 사유와 자전적 이야기, 그리고 가족애 등을 자유스럽게 표현한다. '전쟁 그 이후'를 주제로 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방식이다. 디지털이 가져다 준 편리함과 효율성이 영화제작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탐색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기획의 특색이다.일본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39)은 '처마밑의 부랑아'를 통해 20대중반 방황하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에'로지예'를 출품, 이미 전주와 인연을 맺어놓았다.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34)은 한·중·일 세나라 감독이 중심이됐던 디지털 삼인삼색에 처음 선정된 아랍권 감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작가주의'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그가 전주에 내놓은 작품은 '다프(Daf)'. 양피로 만드는 이란의 대표적 민속악기 '다프'를 통해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한 가족의 독특한 삶을 그려냈다. 영화 '술취한 말들의 시간들'로 칸느 국제영화제 국제 영화평론가협회상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 주목을 받은 그는 지난해 '고향의 노래'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디지털 장편영화 '낙타(들)'로 2002 프리보그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박기용 감독(42)은'디지털 탐색(探索)'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택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선입견 없이 세상과 사람들을 탐색하고 다시 디지털 편집기를 통해 그 동안의 자신의 탐색을 재탐색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작업의 특성을 발견한다는 내용. 단순히 디지털이 필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작의 수단이 바뀔 경우 작품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과정을 탐색하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의도다.현재 한국 영화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감독은 1997년 첫 장편영화 '모텔선인장'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과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세계평론가협회 특별상을 받았다.디지털 영화의 실험성을 탐구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그동안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지형'(New Territories)을 비롯해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 40여개 국제영화제에 초대되면서 전주영화제의 전령사로 자리잡고 있다.특히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선보인'전쟁, 그 이후'는 제55회 로카르노 영화제 '비디오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4월 브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또 4월 16일부터 5월 3일까지 개최되는 제16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인 '아시안 시네마'부분에서도 상영된다.-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3.04.26 23:02

[2003JIFF] 전주만의 특별함 "소니마주와 지프 마인드2003"

전주만의 특별함이 있다. 숨은 그림 찾기 같지만 어느 영화제에서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디지털 삼인삼색? 오마주? 디지털 필름 워크숍? 물론 맞는 답이긴 하지만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을 조목 조목 살피다 보면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영화와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는 '소니마주'와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지점을 스크린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찾는 실험성을 담보한 '지프 마인드 2003'.소니마주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까지 열어온 소니마주는 음악을 표현한 영화를 되짚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그 형식이 180도 바뀐 것이 특징이다. 음악과 관계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음악과의 어우러짐'을 시도한다.프리뮤직과 무성영화의 만남. '소리 이미지'의 항해에 나서는 돛배는 무성영화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과 '뱀파이어'.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음악)을 불어넣어 이제까지 가보지 못한 신천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준다.예측 불가능한 프리뮤직이 스크린에 맞부딪치는 순간, 영화의 음악성에 반사된 음악의 감흥을 느껴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소리가 배제된 것이 아니라 소리가 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무성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영화에 내재한 음악성을 온전히 맛볼 필요가 있기 때문김은희 프로그래머는 "소니마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악과 영화의 만남을 시도한 만큼 들리지 않는 음악과 들리는 음악이 부딪칠 때의 경험은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칼 테오도르 드레이어는 20세기 최고의 영화작가. 그는 '잔다르크의 수난'(1928)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콘으로 추앙되는 '클로즈업의 미학'을 창조했다. 순교자 잔다르크의 고통을 정지된 카메라의 클로즈업으로 표현, 신을 향한 인간의 신념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강박적이면서 지속적인 공간미는 '드레이어적 공간'으로도 불리우고 있다.'뱀파이어'는 셰리단 르 파누의 소설 '인 어 글래스 다클리(In a Glass Darkly)'를 바탕으로 한 영화. 뱀파이어에 관한 미신과 악령 숭배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는 젊은이, 알랭 그레이의 몽환적인 모험을 그렸다. 뱀파이어는 1932년 5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상영 되었지만 원본 네가티브 필름과 완성 편집본인 독일 버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는 1998년 독일과 이탈리아의 필름 복원 프로젝트로 프랑스의 ARTE에 의해 복원된 필름이다. 지프 마인드 2003특별 프로그램 '지프 마인드 2003'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실험성'을 100% 충족하는 자리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지프마인드는 영화가 스크린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 매체 자체가 지닌 다양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영화를 만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주지시키는 지프마인드는 라이브 액션(실사)과 애니메이션, 인터렉티브 프로젝트, 뮤직비디오 등 4개 부문에 걸쳐 마련된다. 또 단순히 '脫스크린'뿐 아니라 개인의 퍼스날러티를 표출하는 공간이 된다. 올해의 표출 방식은 '비디오 아트'. 초대전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펼친 공모작이 함께 상영된다.국내외에서 그 독특함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작가들을 초대하는 '초대전'은 사람들과 세상,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작가들의 살아있는 시각과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특별전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미학은 단순히 매체 환경의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집중된 거대 메이저 제작·배급사의 획일화된 주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퍼스날러티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영상 문화에 가져온 변화는 영상문화의 향유가 수동적 자세에서 능동적 참여문화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 동영상 공모전을 통한 '일반 참여전'은 이같은 경향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100편이 넘는 응모작 중 참신함과 실험성, 메시지의 명확성, 흥미로움 등을 평가해 선정된 작품 27편을 상영한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4.26 23:02

[2003JIFF] 알짜배기 정보 "최근 개봉작을 공짜로!”

최근 촬영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 26일부터 3일까지(늦은 8시) 전주덕진공원 야외상영장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축제'. 영화에 대한 소곤거린다고, 챙겨간 간단한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뭐라 말할 사람은 없다. 휴대폰 벨소리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 상식적인 선에서 사람의 도리만 지키면 되는 것. 이것이 야외상영이 주는 특별한 재미기 때문이다. 상영작품은 전주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굳세어라 금순아'(4.27) '품행제로'(4.28) 'YMCA 야구단'(5.3)을 비롯해 가슴 시린 멜러 '국화꽃 향기'(4.29)와 '하늘정원'(5.2), 공상만화 같은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인 '지구를 지켜라'(4.26) 등이다. 또 지난해 단 하루만에 극장에서 모습을 감춰 가장 노골적으로 홀대받았던 '남자 태어나다'(4.30)의 순박한 소년들의 '꿈 찬 아기주먹'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야외이기에 바짓가랑이를 적실 정도의 비가 오면 상영이 취소되지만 소매를 적실 정도면 상영을 강행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관객과의 대화는 없다. 또 5월 1일 예정이었던 '이중간첩'은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으로 섹션이 변경돼 1일은 상영작품이 없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4.26 23:02

[2003JIFF] 영화속 축제, "Are You Ready? Enjoy!"

2003전주국제영화제 그 속의 축제, 그 재미가 시민과 영화팬을 유혹한다. '영화만 즐길 것인가, 축제를 즐길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영화제가 마련한 이벤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보자. 영화제의 매력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영화제를 '두 배 즐감(즐겁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표처럼 빼곡하게 짜여진 영화상영 일정 틈틈이 끼어있는 이벤트를 챙기는 것이 필수. 영화제 기간인 25일부터 5월 4일까지 열흘동안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마련되는 메인무대(고사동 프리머스 앞 주차장)와 주상영장인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이어지는 영화제 이벤트를 주목하라.다양하면서도 흥겨움 넘치는 올해의 이벤트는 단지 영화제 부대행사로서의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스크린 여행과는 차별화 된 재미로 시민들과 함께 교감하며 영화제를 진정한 축제의 현장으로 승화시키는 놀이마당이자, 한편으로는 지역문화의 토양을 넓히는 도화선이 된다.올해 이벤트의 중심축은 '거리예술난장'과 '메인무대 공연' '상설행사'등 3가지. 여기에 록밴드의 잔치라 할 수 있는 '클럽축제'와 한옥생활체험관의 '산조야'가 특별프로그램으로 얹혀진다.전주는 물론 서울과 대구 광주 등 전국 아마추어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 프렌지 축제(자유참가공연)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올해 이벤트의 특징. 이벤트의 다양함을 추구하면서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대중예술과 시민이 직접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끌어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거리예술난장거리를 하나의 예술무대로 만드는 자리. 전북대 문화관 앞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자 다양한 예술행위를 표현하는 무대로 승화시킨다.거리미술동호회는 영화 간판 그리기와 발자취 남기기 등 미술활동과 함께 미술소품을 전시하는 '거리미술'(4월 26~27일)을 보여주고 서울의 희망시장팀과 광주의 모난돌수제품동호회, 그리고 지역작가 20여명 및 자유참가자 등 모두 70여명이 '지프 아트벼룩시장'(4월27~29일)을 튼다. 일상과 예술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생적인 풀뿌리 예술운동으로 시민작가들이 수제품 등을 판매한다.대구의 도란도우퍼포먼스네트워크는 인간 몸짓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거리마임공연'(4월 28일~5월1일)을 펼친다. 오랫동안 거리를 누비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마임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백제예술대학 학생들은 지난해 풍남제 때 선보였던 '인간조각'(4월 26일~27일, 5월2일~3일)을 연출한다. 특수분장을 한 학생들이 다양하면서도 다양한 움직임을 조각처럼 정지시켜 가며 관람객들에게 신비함과 흥미로움을 던져주는 퍼포먼스다.JIFF 마당 메인무대 공연'JIFF 마당'으로 명명된 영화의 거리 메인무대에서 펼쳐진다. 락과 퓨전국악, 포크,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이 주는 흥겨움에 빠지는 자리다. 프로젝트 그룹 '오감도'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무대 '한걸음'(4월 26일 오후 6시)을 선보인다. 젊은 국악인과 록커들이 만난다.젊음과 열정 그리고 인디정신이 살아 숨쉬는 록음악의 향연 'Ya InDi 네멋대로 해라'(4월 27~30일 오후 6시)도 볼거리. 코코어, 다방, 슈가도넛, 게토밤즈, 언체인드, 타부, 헤디마마, 서니데이즈, 스타피쉬, 유턴 등 한국영화 OST에 참여한 인디밴드와 파워풀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디밴드들이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선사한다. '포크로 여는 세상' 작은음악회(5월 1일 오후6시)는 김대훈씨 등 젊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며 '재즈 앤 시네마'(5월2~3일 오후6시)는 재즈피아와 백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가 추억의 영화음악을 연주한다. 재즈와 국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다.페이스 프린팅/관객과의 대화/상설행사영화제 기간 내내 JIFF 마당을 북적이게 만드는 행사들이다. 영화제를 빛내는 영화인들과 가까운 곳에서 만나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또 페이스프린팅을 비롯해 경품이벤트, 아트풍선, 헤어브릿지, 네일아트 등 풍성한 잔치상이 마련된다. 전주 메시지와 라포레, 스타일리스트, 애경파트너 등이 자유 참가한다.특별행사상영관과 영화의 거리 뿐 아니라 전주시내 곳곳에서 영화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JIFF '턴 온 스피커'클럽 축제와 산조야가 마련된다.JIFF '턴 온 스피커'클럽 축제(4월 26~3일 오후 8시30분)는 전주의 두 클럽, 투비원과 레드제플린에서 펼쳐지는 인디록 페스티벌. 운디드 플라이, 가이즈, 스타피쉬, 낙장, 슈가도넛, 게토밤즈, 클라인 블루, 타카피, 타부, 헤디마마, 내림굿, 써니데이즈, 다방, 허키클럽, 프레디하우스, 언체인드 등이 참여한다. 클럽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온몸을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다.우리 전통음악인 산조를 중심으로 춤과 판소리 등 공연과 뒷풀이가 함께 하는 '산조야(散調夜)'(26일 오후 6시 30분)는 전주산조예술제 조직위원회가 한옥생활체험관에서 마련한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4.26 23:02

[2003JIFF] 전주 찾는 해외영화인들, 그들이 있어 빛난다

쉽게 볼 수 없는 세계 각국의 감독과 배우를 만나는 것은 국제영화제만의 톡톡한 재미다. 하, 수상한 세월에 바다를 건너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터. 반드시 온다고 손가락 꼭꼭 걸고서도 '통화중'으로 일관한 게스트도 있을 것이고 지난해처럼 생각지도 않았던 영화인들이 방문하거나, 절대 못 간다고 통보했던 영화인들이 탄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제의 매력은 뜬금없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일본·대만·홍콩·태국 등 익숙한 국가에서 뿐 아니라 화마(火魔)의 위험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라트비아·키르키즈스탄·남아프리카·스리랑카·폴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영화인들이 찾을 예정이다. 전주IC를 통과해야 도착했음이 명확하겠지만 소개하는 이들은 영화제 개막이전에 조직위에 참가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영화인들이다. 감정을 이입시켜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배우. 관객은 배우를 만남으로써 영화의 이미지를 좀더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영화제는 영화매니아에겐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포식하는 더할 수 없는 기회지만 일반관객들은 스크린으로만 보았던 배우들을 직접 볼 수 있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올해도 경쟁부문인 아시아독립영화 포럼과 디지털 스펙트럼에 참가하는 감독들의 참여가 많다. '런어웨이 피스톨'의 람 와춘 감독(홍콩)은 배우 왕천춘(홍콩)과 함께 26일부터 5일간, '웰컴 투 데스티네이션 상하이'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앤드류 청(중국)은 27일부터 4일간 머물 계획이다. 이란 감독 레자 소바니와 나새르 라파예도 자신의 첫 장편 '지스탄'과 '입학시험'을 들고 전주를 찾는다. 2001년 전주에서 '오프밸런스'를 선보였던 토가시 신(일본)은 올해 '미안해'를 가지고 참여한다. 이외에도 싱가폴·벤쿠버·켈커타·샌프란시스코·로테르담·싱가포르·세바스찬 영화제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밍몽콜 소나쿨(태국)·아소카 한다가마(스리랑카)와 마리우스 프론트(폴란드), 카와이 아키라(일본), 리엔친화(대만), 마라트 사룰루(키르키즈스탄), 미하일 브라쉰스키(러시아), 마이클 호프만(독일) 등이 참가의사를 밝혔다.디지털삼인삼색에 참여한 아오야마 신지(일본)·바흐만 고바디(이란)와 회고전을 갖는 츠치모토 노리아키(일본), 특별전을 갖는 장 클로드 루소(프랑스), 여성 필름메이커의 선두주자인 로랑스 페레이라 바브보사(프랑스)와 닝잉(중국)의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 브라질 시네마노보 운동의 기수 글라우버 로샤를 알리기 위해 브라질 영화 전문학자인 랜달 존스 교수(UCLA)도 27일부터 전주에 머물 예정이다. 런던영화제·밴쿠버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이자 서양에 아시아영화를 알리는 중심적인 창구 역할을 해온 토니 레인즈(영국)와 전주출신으로 스위스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영화평론가 임안자씨도 연이은 발걸음도 주목할만하다. 1회 영화제때 심사위원으로 방문했던 알랭 잘라도(프랑스)는 올해 다시 심사위원을 맡아 3년만에 전주를 방문하며, 아시아 여성영화 전문가 도로시 배너(독일)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선정됐던 '아루쿠―히토'의 감독 고바야시 마사히로(일본)도 올해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찾는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4.26 23:02

[2003JIFF] 영화촬영? 전주가 있잖아요 '전주영상위원회'

"천혜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가 있는 '온고을'만의 그림을 원하지 않으십니까? 전주로 오십시오. 모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윤락여성을 소재로 한 송경식 감독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실제 사창가인 선미촌 일대(전주 서노송동)를 촬영장으로 쓰는 '횡재'(?)를 누렸다. 임권택 감독도 '창'을 촬영했을 당시 거절당해 거액의 세트를 만들었을 만큼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제작팀은 그곳 상가번영회의 OK사인을 받아내 한 골목에 있는 7개의 영업집(?)을 빌리는데 성공했다. 이 배경엔 영화 프로듀서와 전주영상위원회(운영위원장 이장호)의 3개월에 걸친 설득작업이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전주를 비롯한 이 지역에서 영화촬영 현장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촬영이 가장 편한 곳이라는 입소문이 충무로를 떠돌면서 찾아오는 팀이 점점 늘고 있고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뮤직비디오·CF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배경에는 영화제작사와 지역 영화관련 종사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전주영상위원회가 있다. 영상위는 로케이션 장소를 적극적으로 물색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각 영화사에 제공하는가 하면 보조인력·장비동원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고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직접 나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원스탑(One-stop) 촬영지원 서비스다. 자연스럽게 수천 명의 보조연기자 지원에도 끄떡없을 만큼 여러 업체들이 생겼고, 도시 마케팅 효과도 한껏 높아졌다. 영화는 이제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호응이 각별한 전주는 영사위 활동에 분명 이점이 많다. 당연히 출범 2주년의 성과도 기대이상이다. 영상위의 지원을 받은 수십 편의 영화가 전주·전북에서 촬영됐으며 그 중 '대박'을 터뜨리거나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작품도 적지 않다. 지난해 영상위는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거대한 세트장으로 이 지역을 소개한 '로케이션 북(location guide book)'을 펴내 영화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전북지역을 소재로 촬영된 영화촬영지를 비롯해 지역의 다양한 경관을 소개하고 영화제작지원 절차 등을 망라한 책자다. 올 봄에는 인터넷홈페이지(http://www.jjfc.or.kr)를 단아한 전북의 모습으로 새 단장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1차 헌팅이 가능하도록 촬영이 가능한 전라북도 전지역을 사진으로 담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추후 세계영상위원회(AFCI)와 연계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영상위 오현경씨는 "앞으로 조명이나 보조배우를 관리하는 업체 육성 등 영화제작 시스템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춰 영화제작이 실질적인 지역경제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영화촬영 유치 및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전주를 영상도시로 만들고 있는 전주영상위원회. 21세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영상산업은 전북의 전통적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이며 그 가능성은 전주국제영화와 전주영상위원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4.26 23:02

[2003JIFF]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영화

전주국제영화제에 도착하자마자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그램을 보고 미리 찍어둔 영화는 대부분 매진이기 때문. 올해 영화제 역시 다르지 않아 개막작 '여섯 개의 시선'과 폐막작 '파 프롬 헤븐'이 일찌감치 표가 동났다. 또 '애니 매트릭스'와 '전주 불면의 밤'중 '폭력의 삼부작-미하엘 하네케', '불량소년, 하니 스무무', 일본판 몽정기라는 별명을 가진 '미안해'등은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 하지만 영화제에 널린 것이 영화니 실망하기는 이르다. 한산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를 찾는 기쁨이 쏠쏠하다. 영화 잔치상을 차린 김은희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영화를 골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김은희 프로그래머는 다큐비엔날레 중'장 클로드 루소 특별전'과 '66개의 미국풍경', '플래쉬백'을 꼭 봐야할 영화라고 소개했고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각 섹션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살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의 '입학시험'과 디지털 스펙트럼의 '보키에 관하여', 시네마스케이프의 '살로메', 오마주의 '검은 신, 하얀 악마', 불편의 밤 가운데 미하엘 하네케의 '일곱번째 대륙'등 다섯 편이 정씨의 추천작이다.△장 클로드 루소 특별전'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나 '로베르토에게 쓴 편지'등 여섯 작품 모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는 듯한 작품들로 '왜 영화가 드라마보다 시에 가까운 지 그 해답을 얻을 수'있는 단편 다큐멘터리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플래시백(4/30 14:00 건지아트홀, 5/2 17:00 덕진예술회관)라트비아 헤르츠 프랭크 감독 작품. 명상에 관한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명상에 관한 결정판'으로 작품이 한편의 시에 가깝다는 평이다.헤르츠 프랭크 감독은 79년 시네마 베리떼 걸작으로 불리우는 '텐미니츠 올더'를 제작했다. △입학시험(4/29 14:00 프리머스3, 5/3 11:00 씨네시티코리아1)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에 초청된 이란영화. 나세르 르파이 감독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계층,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통해 이란 사회의 변화하는 현실을 보여준다.△보키에 관하여(4/30 17:00, 5/2 20:00 덕진예술회관)랍 데 마지에르와 아담 리스트가 공동 작업한 영화로 디지털 스펙트럼 부문 상영작이다. 마약을 운반하거나 살인을 일삼는 아이들, 속칭 '보키'를 담았다.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드라마 형식의 작품으로 카메라의 윤리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한다.△살로메(4/29 11:00 씨네시티코리아1, 4/30 20:00 아카데미아트홀3, 5/2 14:00 프리머스3) 시네마 스케이프 초청작품. 스페인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작품으로 2002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아티스트 공헌상을 받았다. 무용극 연습장면과 실제 무대를 담은 영화로 화려한 의상과 무용수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검은 신, 하얀 악마 (4/27 14:00, 5/1 20:00 씨네시티코리아1)브라질 시네마 노보의 기수, 글라우버 로샤 감독의 대표작. 가난한 농부가 그의 보스를 죽이고 도망자가 되면서 검의 세계를 설파하는 아프리카의 성자의 전례를 밟는다. 결국 열광적인 전도자에서 명예로운 악당으로 변하는 이야기. 브라질의 현실을 적극 반영했다.△일곱번째 대륙(4/26 24:00 전북대 삼성문화관)전주 불면의 밤, 이틀째를 지새울 '폭력의 삼부작-미하엘 하네케'중 두 번째 작품. 현대인의 일상 속에 잠재해 있는 폭력성을 다룬 영화다. 89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품이자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항금표범상을 수상했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4.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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